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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의 꽃밭에는 그들이 산다-319화 (319/323)

##  319화: 외전. 비비 전하의 호위

대악마나 고위 악마 정도의 격(格)이면 누군가의 소생으로 태어나는 일은 드물다.

고위 악마일수록 순위에 예민하여 다른 악마를 짓밟아야 하는 위험요소로 보기 때문.

따라서 통상의 고위 악마는 마계에 휘도는 지배력이 모종의 이유로 한데 뭉쳐져 탄생한다.

여기까지는 상식. 구시온이 놀란 것도 이것 때문은 아니었다.

‘……벌써 나보다 강하잖아.’

깊고 강대한 지배력을 앞에 두었을 때만 느껴지는, 흡사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감각.

‘아무리 그릇이 커도 안을 채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태어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토록 버릇없는 기운이라니.

‘전 마왕이 봤더라면 바로 죽여버렸겠어.’

전 마왕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싹은 남겨두지 말자는 주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왕께서는 어떤 판단을 내리실까.

‘우선 바로 보고를 올려야겠군.’

흔치 않은 기운에 여러 경우의 수를 점치던 구시온은.

“와아아-.”

두 손을 앞으로 쭉 뻗고 나무 아래로 아장아장 걸어가는 비비안을 보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 전하! 안 됩니다! 비비 전하!”

탄생을 준비하는 악마의 태(態)에는 다가가지 않는 것이 상식.

눈 없는 기운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기에, 함부로 접근하는 모든 것을 위협으로 판단하여 갈기갈기 찢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던 흐릿한 형체는 비비안이 손을 대자 그 온기를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만히 숨을 죽였다.

비비안이 구시온을 돌아보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구구. 이거 바.”

뭐지. 기운이 왜 얌전하지.

벌써 왕의 소생인 것을 알고 납작 엎드리는 건가?

굉장한 권력 지상주의 악마가 태어나는 건가?

서, 설마 내 경쟁자?

혹시나 하여 구시온이 성큼성큼 다가가자 얌전하던 기운이 일순 산개하여 으르렁거리듯 기세를 뿜었다.

“맞네. 권력 지상주의 악마 맞아.”

“구구. 가아.”

“저보고 가라고 하신 겁니까, 비비 전하?”

“으응.”

태어나기도 전부터 알랑방귀를 뀌는 검은 기운. 그리고 이를 기꺼이 받아주시는 비비 전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렵게 얻은 호위 자리를 홀랑 빼앗길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한 발 뒤로 물러선 구시온이 비비안에게 조언했다.

“원래는 아주 위험한 겁니다, 비비 전하. 저런 기운은 사람을 찢어요.”

“으응?”

그러나 지존께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신다.

한숨을 내쉬며, 구시온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비비안을 살살 꾀었다.

“자, 비비 전하. 이리 오시면 이거 드리겠습니다.”

“사탕!”

“예, 전하께서 좋아하시는 딸기 맛 사탕입니다.”

구시온은 호다닥 걸어온 비비안을 번쩍 들어 올렸다.

“사탕!”

“사탕은 페이크였습니다. 단 거 많이 드시면 안 돼요.”

“으앙!”

“아야! 머리 뽑지 마십시오!”

***

보고를 마친 구시온이 물러가자, 아가레스가 비비안을 안고 이벨리아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그 기운.”

“보통 어떻게 처리하는데?”

“전례는 고려할 필요 없어. 왕의 선택이 곧 기준이니까.”

“흐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벨리아는 흔쾌히 처분을 결정했다.

“그냥 두자.”

“그러지.”

“얼마나 강하든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우리보단 약할 건데.”

“맞다.”

“괜히 배척하기보다는 잘 키워서 우리 비비 호위로 둘 수 있을 것 같아.”

“사내놈이면?”

“얼마 전에도 말했지만, 루이의 아들이나 나무 밑의 기운이나 아직 아가들이야. 벌써 경계할 필요는 없어.”

“…….”

부인은 모든 것을 알지만 딱 하나는 몰라. 빛나는 것에 가닿고 싶은 사내의 욕망이 얼마나 빠르게 자라는지. 또 얼마나 간절하고 버거운지.

‘혹시 사내놈의 형태를 띠는 것 같으면 밤에 몰래 나가서 처리하고 와야…….’

“혹시 사내놈의 형태를 띠는 것 같으면 밤에 몰래 나가서 처리하고 와야겠다는 뭐 그런 양아치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절대 아니다.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악마를 상대로 그런 치졸한 생각을 할 리가.”

깜짝이야.

……예리하시긴.

***

비비안의 첫 생일파티 후 약 일곱 달이 지난 시점.

늦은 아침에 일어나 아가레스의 품에 기대 수프를 먹던 이벨리아는 익숙하면서도 오싹한 감각에 숟가락을 내려뒀다.

“왜 그래, 이브. 벌써 배불러?”

“……토끼야. 아무래도 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

삽시간에 가라앉은 분위기에 아가레스도 덩달아 얼굴을 굳히고 이벨리아를 돌려 앉혔다.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소고기 수프를 앞에 두고 속이 뒤집히는 걸 보니 비비 동생이 찾아온 것 같은데.”

“……!”

아가레스가 이벨리아를 안고 벌떡 일어섰다.

그 반동으로 쥐고 있던 수프 그릇이 슝 날아가 카펫 위로 처참하게 엎어졌으나, 그깟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의사! 비비!”

“비비는 왜 찾아?”

“알려줘야지. 동생이 생겼다고!”

동생. 아기. 두 단어를 이해한 비비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구시온에게 어디를 함께 가자고 채근했다.

주방으로 간 비비안은 엄마가 좋아하는 고기, 엄마가 좋아하는 빵, 엄마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를 구시온의 품에 가득 안겨서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개중 가장 커다란 고기를 덥석 집어 이벨리아에게 건넨다.

“엄마! 고기!”

“……고기?”

“아기 냠냠.”

아기가 있으니 고기를 먹으라는 뜻인 모양이다.

입덧으로 인해 어김없이 울렁이는 속을 애써 내리누르며 이벨리아가 어색하게 웃었다.

“기특하네, 우리 비비. 고마워.”

비비안 때의 입덧 고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아가레스의 표정도 창백해졌다.

엄마와 아빠가 어떤 고난의 시간을 거쳐 자신을 낳았는지 꿈에도 모르는 비비안만 해맑게 웃으며 우리 엄마 좋아하시는 고기 잔뜩 드시라 계속해서 들이밀 뿐이었다.

“고기! 고기! 이거!”

“으, 으응…….”

***

비비안을 가졌을 때도 그러했듯, 이벨리아는 아침잠이 많아졌다.

부드럽게 주물러주는 남편의 손길을 만끽하며 오늘도 늦은 오전까지 침대 위를 뒹굴뒹굴하고 있는데.

- 와아아아!

밖에서 난데없는 환호가 들린다.

“우웅…… 뭐야, 새벽부터.”

“버릇들이 없군.”

이미 해는 중천에 뜬 시간이지만, 왕께서 새벽이라 하시면 새벽이다.

아가레스는 밖에서 함성을 지르는 것들을 잡아 혼쭐을 내고자 발코니 문을 열었다.

그리고 순간 멈칫했다.

이벨리아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비비가 검술을 하고 있어.”

“비비가 뭘 해?”

“검술.”

“내 딸 비비가?”

“응. 이브 딸 비비가.”

“내 딸이 검술을 할 리가 없는데? 뭐 잘못 본 거 아니야?”

이불을 휙 박차고 일어선 이벨리아가 발코니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저 멀리 연무장.

아르티나 기사단과 악마들이 모두 모여 손뼉을 치는 모습,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깨를 바짝 올린 비비안이 이쑤시개만큼 작은 목검을 휙휙 휘두르는 것이 보인다.

“…….”

“…….”

“……토끼야. 저거 맞는 거야?”

“놀랍게도 얼추 맞다.”

정식으로 검술을 가르친 적은 당연히 없다. 그런데도 대체 어디서 익힌 건지 나름대로 초식을 흉내 내고 있었다.

“비비는 돌연변이인가?”

“따지자면 부인이 아르티나의 돌연변이 아닐까.”

남편을 찌릿 노려보며, 이벨리아가 안아달라는 듯 손을 뻗었다.

의미를 곧바로 이해한 아가레스가 담요를 둘러준 다음 부인을 안고 발코니 아래로 훌쩍 뛰어내려 연무장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함성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컸다.

“우와아아아-!”

“비비 전하는 검술의 천재시다!”

“세계 최고의 검사는 떼놓은 당상이야!”

“그런데 이상하네. 우리 아가씨는 검술의 둔재이신데.”

“우리 주군을 닮으셨나 보지.”

“악마의 검술 100을 더해도 우리 아가씨의 검술 1,000을 빼면 마이너스가 맞는데.”

“……폐하의 검술이 그 정도야?”

“아직 못 봤어? 그럼 말을 마.”

아르티나 기사단이 손짓과 발짓을 이용하여 이벨리아가 얼마나 검술을 못하는지 악마들에게 피력하고 있다.

창피해진 이벨리아가 성큼성큼 걸어가 알렉의 목을 손날로 퍽 내리쳤다.

“그만해, 못된 기사.”

“오. 검술의 둔재 납시셨다. 모두 길을 비켜라.”

“……이걸 콱 진짜.”

이를 바득 갈며 인파를 헤친 이벨리아가 비비안의 앞에 무릎을 낮추고 시선을 맞췄다.

“비비.”

“엄마!”

“검은 어디서 배웠어?”

“쩌기!”

가리키는 곳을 보아하니 헤롤드와 알렉이다. 두 기사가 종종 비비에게 검술을 보여준 모양이다.

“나 잘해써?”

비비안의 푸른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엄마의 칭찬을 바라는 듯.

이벨리아가 비비안을 꼭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잘하네, 우리 딸. 대단해.”

“헤헤.”

비비안이 작은 손을 쫙 펼쳐 이벨리아의 배를 둥글둥글 쓰다듬었다.

마치 안에 있는 동생에게 검술을 이렇게 잘하는 내가 지켜주겠노라 말하는 것처럼.

참 기특하다. 기특하긴 한데…….

조금은 배신감이 느껴지네…….

역시 아르티나에 악령 들린 검술 실력은 나 하나였나 봐…….

***

나무 아래 기운은 이제 제법 형상을 갖추었다.

이목구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팔과 다리 정도는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

날이 다르게 빚어지는 기운이 신기했는지, 비비안은 자주 그곳으로 향했다.

기운을 흩어내듯 파닥파닥 손을 흔들어보기도 하고, 뭉쳐내듯 작은 손을 합 닫아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가끔은.

“와아앙!”

겁을 주는 것처럼 크왕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에는.

“멈무이가 어흥!”

“비비 전하. 동화책을 거꾸로 드셨습니다.”

“…….”

“그리고 멈무이는 멍멍입니다. 호랑이가 어흥이지요.”

“…….”

아직 제대로 떼지도 못한 말로 어눌하게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기억에 의존해 아무 말이나 하고 있는데, 그 아무 말에 호위가 자꾸 딴지를 거니 심통이 난 비비안은 동화책을 탁 덮어버렸다.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낸 비비안이 검은 기운에게 물었다.

“주까?”

기운은 답이 없다. 비비안은 그저 땅에 내려두었다. 나중에 먹으라고.

비비안이 구시온에게 물었다.

“언제 생겨?”

“언제 태어나냐는 말씀이시죠? 강한 악마일수록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

“으음, 손가락을 열 번 접었다 펼 만큼 주무시면 태어날지도 모릅니다.”

작은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꼬물거리던 비비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칭구야?”

“적일 수도 있고요.”

“칭구야.”

“답이 정해져 있다고 말씀해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하긴. 비비 전하께서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신다면 주군께서 저놈을 두들겨 패서라도 친구로 만들어 주시겠지요.

읽던 동화책도 검은 기운 앞에 내려두며, 비비안이 속삭였다.

“빨리. 놀자.”

기대를 품고 매일 차근차근 놓아둔 초콜릿이며 사탕, 동화책과 장난감은 벌써 검은 기운의 발목까지 쌓여 있었다.

***

비비안의 두 번째 생일파티 후 약 두 달이 지난 무렵. 둘째를 가진 이벨리아의 배가 제법 불러왔을 즈음.

이번에도 역시 대신 입덧하느라 고생하는 남편을 이끌고, 이벨리아는 오랜만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알현실에 자리했다.

“드디어 태어났다고?”

“예, 폐하.”

“누가 데리러 갔어?”

“아무도 데리러 가지 않았습니다.”

“엥?”

그러자 아가레스가 옅게 웃으며 부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데리러 가지 않아도 알아서 올 거야.”

“여길 어떻게 알고?”

“악마들은 강한 이를 가늠하러 오는 습성이 있거든. 내 기운을 뿌려뒀으니 찾아올 거다.”

아니나 다를까.

약 한 식경 뒤,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알현실의 커다란 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왔다.

타박. 타박.

몸집에 맞게 작은 발소리. 그러나 작은 몸 뒤에 일렁이는 기운은 무시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것이 아니다.

‘제법이네.’

옥좌가 놓인 단상 아래 다다른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천성이 꼭대기를 노리는 악마답게 아이의 손가락이 잘게 경련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나를 가늠하는구나.’

만일 내가 자신보다 약하다는 판단이 서면 바로 왕위를 빼앗고자 결정전을 신청하겠지.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이벨리아가 비뚜름하게 웃었다. 아무리 네 그릇이 크더라도…….

‘감히.’

이 세계와 단층에서 세찬 노도를 지나온 나에 비할 수 있을 리가.

아이는 한동안 옥좌에 앉은 왕과 그 곁에 호위처럼 선 사내를 바라봤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둘의 경지는 아득했다.

아이는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이 세계의 왕을 뵙습니다.”

“반가워. 방금 막 태어났는데 걷기도 하고 말도 하네?”

“……악마라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짜였어? 그래서 토끼가 비비를 보고 이렇게 작고 말도 못 하는 게 정상이냐고 물었던 거구나.

옆에서 구시온이 조용히 설명하는 것을 듣자 하니, 기운이 빚어지는 형태일 때 이미 웬만한 힘과 정보는 습득하고 태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신기하네. 우리 비비는 아직 말도 잘 못 하는데.”

그러자 얌전히 안겨 있던 비비안이 엄마의 금빛 머리칼을 톡톡 당겨 시선을 끌었다.

“나 해. 말.”

“우와, 조금 길게 해 볼까?”

“해애애애애. 마아아아아알.”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똑똑할까, 우리 비비.”

엄마의 칭찬에 작은 앞니를 드러내며 방긋 웃은 비비안이 빼꼼 고개를 내밀어 단상 아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칭구!”

“…….”

“칭구!”

“……아.”

익숙한 목소리. 아이는 알아챘다. 너로구나. 내가 빚어지는 동안 책을 읽어주고, 사탕을 건네주고, 기운을 뭉쳤다 헤쳤다 번거롭게 한.

눈이 마주치자 아기가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말했다. 마치 이름을 알려주는 것처럼.

“삐비.”

“……삐삐. 이름이 독특하네.”

“아니이. 삐비!”

“삐비.”

“삐! 비!”

“삐비.”

“…….”

“……?”

보다 못한 이벨리아가 말했다.

“비비란다. 비비안 루페르트.”

“아. 비비…….”

“내 딸이지.”

“……전하시군요.”

에둘러 제대로 예를 갖출 것을 경고한 이벨리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원하는 것은?”

“네?”

“지위. 영토. 재물. 순위. 원하는 게 있다면 이미 가진 자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지.”

아이가 가만히 주위를 둘러봤다.

알현실에 도열한 악마들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저놈, 마르바스에 버금갈 강자다. 아직 어린 주제에.

아무도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자, 아이의 보랏빛 눈이 비비안을 향했다.

저 작은 몸에 강대한 자연력과 지배력, 이론적으로는 함께할 수 없는 두 기운이 조화롭게 소용돌이치는 것이 참으로 신묘했다.

“……비비 전하의 가까이에 있고 싶습니다.”

“황녀의 말동무 자리는 마침 비어 있는데. 그거면 되겠나?”

“…….”

“성에 안 차는 모양인데.”

“말동무보다는, 호위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자 낑깡 농장 농장주 구시온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호, 호위는 내 자리다! 이미 내가 맡았다고!”

“방금 왕께서 말씀하셨다. 원하는 게 있다면 이미 가진 자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신다고.”

“……!”

“너구나.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진 자가.”

외형에 맞지 않은 말투를 구사하며, 아이가 손목을 돌렸다. 몸짓은 앙증맞았으나 피어오르는 기백은 오금을 저리게 했다.

비비안을 한 번 바라본 아이의 눈에 묘한 열망이 피었다.

아이가 11위의 고위 악마 구시온에게 말했다.

“순위 결정전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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