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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의 꽃밭에는 그들이 산다-318화 (318/323)

##  318화: 외전. 아빠의 직감

똑똑하고 기특하다며 탄성을 연발하는 참석자들 사이.

비비안은 붉은 보석을 두 손에 쥐고 마치 사탕 핥듯 입에 가져다 댔다.

제법 크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 삼킬까 우려되어 아가레스가 보석에 손을 뻗었다.

“비비. 지지다.”

“아우웅-.”

뭘 알기나 하는 건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은 비비안이 아빠의 손을 피해 보석을 다시금 입으로 가져갔다.

쪽쪽 빠는 소리가 맛있게도 들린다.

그러자 도둑 인장을 찍고 기어코 대부 자리를 낚아챈 트로이가 허리 숙여 아기와 눈을 맞췄다.

“비비. 보석이 좋아?”

“아웅!”

“그래. 우리 비비는 보석이 좋단 말이지.”

“꺄우웅!”

“그렇다면 비비. 너 대부 잘 둔 거야.”

물도, 불도, 바람도 가닿을 수 없는 영역.

보석을 품은 땅은 오롯이 나의 권역이거든.

트로이가 허공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 따악.

엄지와 중지를 맞부딪치자 정원이 옅게 진동하더니, 작은 고깔모자를 쓴 땅의 하급정령 노움이 퐁퐁 솟아오른다.

난쟁이들이 어깨에 짊어진 커다란 자루를 거꾸로 탈탈 털자, 번쩍번쩍 빛이 나는 광물이 마치 하찮은 돌멩이처럼 와르르 굴러떨어졌다.

그 수가 자그마치 정원을 빼곡히 뒤덮고도 남을 정도.

“…….”

“…….”

순간 참석자들이 모두 침묵했다.

비비안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느리게 고개 돌린 이벨리아가 자신도 모르게 엘라임을 바라봤다.

‘너는 왜 나한테 이런 거 안 해줬어?’

힐난하는 듯한 눈빛에 엘라임이 억울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광맥을 뒤집어 보석을 추출하는 건 저 미친놈 아니면 할 수가…….’

눈 앞에 펼쳐진 별세계에 혼절할 것처럼 입을 벌린 비비안이 물고 있던 붉은 보석을 툭 떨어뜨렸다.

아직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돈줄을 알아채는 능력은 엄마를 닮아 특출났다.

비비안이 트로이를 향해 고사리손을 뻗었다. 이리 오세요, 내 돈줄.

수많은 참석자를 물리치고 비비안의 간택을 받은 트로이가 뿌듯하게 웃었다.

“어때, 비비. 대부 제대로 뒀지?”

“빠빠!”

“아빠? 대부 아니고 아빠 할까?”

“빠아!”

그저 기분이 좋아 내뱉은 별 뜻 없는 옹알이. 그러나 그걸 들은 아가레스는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보석과 아빠를 바꿔 먹다니…….”

그렇게 연회 내내, 비비안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돌아갈라치면 트로이는 어김없이 보석을 쏟아냈다.

에메랄드,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금덩이…….

비비안은 아예 트로이의 무릎 위에 앉아 보석을 굴리기 시작했다.

감히 내 딸을 저깟 보석으로 유괴해?

땅의 왕을 향해 죽일 듯한 시선을 보내던 아가레스가 고개 돌려 휴고에게 말했다.

“이제야 알겠다.”

“무엇을.”

“그대가 나를 왜 그렇게 미워했는지.”

“딸 가진 아비의 심정은 같은 처지에 놓여야만 아는 법이지.”

“실로 그렇군.”

“비비의 연인이 생기면 그대도 허리를 역으로 접어버리고 싶을 거다.”

못마땅하다는 듯 탁자를 두드리던 아가레스의 손이 뚝 멈췄다.

“아니.”

일순 땅의 왕조차 흠칫할 정도로 날카로운 기운이 정원을 뒤덮는다.

“허리를 두 동강 내버릴 거다.”

“흐음…….”

“왜 웃지?”

“아니다. 바람직한 목표로군.”

마치 몇 년 전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아 휴고는 픽 웃었다.

악마 네놈은 아직 모를 거다.

아무리 아득바득 이를 갈아봤자, 비비가 사내의 손을 잡고 웃는다면 결국 너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어디 한번 이겨보도록.”

“이겨? 무엇을.”

“그런 게 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내를 마다할 부모 없는 법이라는 것을 공짜로 알려주기에는 아무래도 배가 아팠다.

속 좀 썩어 보라지. 내가 네놈 때문에 그랬던 것처럼.

***

며칠 뒤, 요리사들이 정성스레 준비하는 저녁 식사 냄새가 어렴풋이 풍기는 시간.

집무실에 앉은 이벨리아는 왼편에 커다란 책을, 오른편에 작은 메모지를 두고 고심하는 중이었다.

혹여 집중하고 있는 부인이 놀랄까 봐 기척을 내며 다가온 아가레스가 이벨리아의 머리칼에 입을 맞췄다.

“뭐 해, 부인.”

“나 아주 바빠. 방해하지 말고 토끼는 저리 가서 놀아.”

“착하게 저리 가서 놀면. 오늘 밤은 비비 동생 만들기에 협조해주나?”

“언제는 협조 안 했어?”

그러자 악마가 고개 숙여 이벨리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부인께서 도중에 자꾸 혼절을…….”

“조용히 해, 이 못된 토끼!”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악마가 탁자에 턱을 괴고 이벨리아를 빤히 올려다 봤다.

오로지 제게만 보여주는 아양이 기꺼워 이벨리아가 깃펜을 내려두고 남편의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자서전을 써볼까 해.”

“자서전?”

“원래 이름 좀 날린 인간이라면 자서전 하나쯤은 있는 법이거든.”

“나에 대한 것도 써줄 건가?”

“보고?”

“써 줘. 많이.”

“내 자서전인데?”

“네 걸음에는 나도 늘 함께했으니까.”

이벨리아 아르티나 곁에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매 순간과 모든 찰나에 아레스 루페르트가 함께했다고 적어줘.

답지 않게 조르며 아가레스가 부인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숨결이 간지러워 까르르 웃던 그때.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불길한 예감에 이벨리아의 한쪽 입술이 파들 떨렸다.

“……또 왔어. 그놈들이.”

“분명 낮에도 왔던 것 같은데.”

한숨 쉬며 메모장을 덮고 아래로 내려가자, 아니나 다를까.

응접실 오른쪽에는 비비안의 눈높이에 맞춰 배를 깐 아르티나 기사단이.

왼쪽에는 마찬가지로 비비안의 눈에 들고자 낮게 무릎을 꿇은 악마들이.

성질머리로는 개선의 여지 없는 두 집단이 시시각각 비비안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중이었다.

“비비님. 사내는 다 늑대입니다. 늑대. 아우우- 늑대.”

“멈무?”

“아니요, 귀여운 멈무가 아니라 사나운 늑대요!”

“웅. 멈무.”

“이건 차차 배우시는 것으로 하고, 우선 어제 배운 것부터 복습해볼까요? 만약 공작저 밖에서 악마가 나타나면?”

“빠빠!”

“악마라고 다 아빠가 아닙니다. 그럴 땐 뺨을 올려치셔야 해요.”

“……아웅?”

“비비 전하께 해를 가할 악마는 없으니 넘어가지, 멍청한 기사. 비비 전하, 누가 비비 전하께 함께 밥을 먹자고 하면 어떻게 하라고 말씀드렸죠?”

“모옹-.”

“그렇지요, 그렇지요. 몽둥이로 대가리를, 아차, 이건 나쁜 말이지. 그, 머리를 내리치셔야 합니다. 그러면 누가 비비 전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면?”

“차아-!”

“아이고, 우리 비비 전하는 천재십니다! 방금 답하신 것처럼 아주 대를 콱 끊어 두셔야, 아차, 이건 나쁜 말이지. 그…… 다리 사이를 빠개셔야 합니다.”

“우웅!”

……내 아기가 실시간으로 타락하고 있어.

이벨리아가 자신을 뒤에서 껴안고 머리 위에 턱을 얹은 악마에게 물었다.

“저 환장할 교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잘하고 있군.”

“……?”

“필요한 교육이다. 적절한 교육이고.”

본능대로 대답하다가 뒤늦게 부인의 눈치를 본 악마가 손바닥 뒤집듯 태세를 바꾸었다.

아무래도 우리 부인께서는 저 교육이 영 마음에 차지 않으신가 보다.

“……는 모두 취소하고. 저것들이 죄다 미친 모양이다. 우리 비비에게 저딴 것을 가르치다니.”

“아슬아슬하게 태세 잘 바꿨어, 토끼야.”

“당장 비비의 교육을 전담할 스승을 구하도록 하지.”

“좋은 생각이야.”

성큼성큼 걸어간 이벨리아는 아가에게 이상한 호신술을 주입하는 기사단과 악마들을 모두 흩어 쫓아내 버렸다.

“하여간, 저런 걸 배우면서 자라면 인성이 엉망인 어른이 될 거야. 분명해.”

아가레스가 묘한 표정으로 이벨리아를 바라봤다.

“뭐. 왜.”

“……아니다. 부인.”

***

제대로 된 스승을 구하기 전까지 비비안의 교육을 임시로, 정말 임시로 맡게 된 자는 마르바스와 로노베였다.

교육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두 악마는 비비안의 아가 침대 앞에 오도카니 서서 눈을 깜박였다.

“야. 사자. 너 교육이 뭐라고 생각하냐.”

“길 잃은 어린 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

“이 어린 양을 어떻게 인도하지?”

“책을 읽어볼까?”

“무슨 책?”

책장을 손으로 훑던 마르바스는 이내 건전해 보이는 동화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거. 아기 돼지 삼 형제.”

“괜찮겠네. 교훈도 나쁘지 않고.”

크흠. 목소리를 가다듬은 마르바스가 눈을 똘망똘망 뜬 비비안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짚더미로 만든 첫째 돼지의 집이 늑대의 입김에 날아가고, 나무로 만든 둘째 돼지의 집도 마찬가지로 늑대의 입김에 날아가고.

“늑대는 벽돌로 만든 셋째 돼지의 집은 날려버리지 못하고 굴뚝으로 들어갔다가 죽고 말았다.”

무감정한 목소리로 동화책의 마침표를 찍은 마르바스가 비비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비비 전하. 여기서 교훈이 뭔 것 같아.”

“아웅?”

“아직 어려서 모를 수 있어. 부끄러운 거 아니야. 자, 교육이다. 첫 번째. 돼지가 집을 짓기 전에 미리 잡아먹자.”

“……야. 그거 맞냐?”

“두 번째. 돼지가 이미 튼튼한 집을 지었다면 아빠와 엄마를 불러서 부숴달라고 하자.”

“그거 맞냐고. 이 자식아.”

왜 주인공 돼지가 아니라 돼지 잡아먹으러 다니는 늑대한테 이입해서 교훈을 만들어 내는 건데.

왜 ‘준비성 철저한 돼지가 되자’가 아니라 ‘엄마 아빠 찬스를 써서 돼지를 잡아먹는 늑대가 되자’가 교훈이 되냐고.

아무래도 이상하다. 로노베가 주석을 보고자 동화책으로 손을 뻗었다.

“줘 봐.”

“이게 맞아.”

“아니, 그거 아니야. 길 잃은 어린 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더니, 위급하면 엄마 부르는 얌생이 늑대로 진화시킬 셈이야?”

“비비 전하는 어차피 늑대로 살 운명이야. 돼지의 처지 따위 익혀서 뭐 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밥풀 폐하께서 왜 우리한테 교육을 맡기셨는데!”

“올바른 늑대로 키우라고 맡기셨겠지!”

“돼지의 입장도 가르치라고 맡기신 거야!”

“그러다 비비 전하가 돼지로 크면 책임질 거야?”

“무지성으로 돼지 잡아먹는 늑대로 크는 것보다는 낫지!”

“어허, 내 동화책에서 손 떼라?”

“이게 왜 네 동화책……!”

아웅다웅 말을 이어가던 로노베가 일순 침묵했다.

갑자기 끊긴 말에 의아해진 마르바스가 로노베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어라. 얘 손이 왜 내 손에 잡혀 있지?

“으어억!”

마르바스가 흡사 팽개치듯 손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손목이 휙 꺾여버린 로노베가 인상을 찌푸렸다.

“반응이 너무한 거 아니야?”

“실수였다!”

“……굳이 실수이지 않아도 될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

“더 정확히 말해줘?”

“……그, 아니…….”

이미 한 차례 데이트를 다녀온 두 악마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던 그때.

“푸헹.”

작정하고 비웃는 것처럼 이상한 웃음이 들렸다.

잠시 눈을 깜박이며 소리의 근원을 찾던 두 악마가 아기 침대로 시선을 내렸다.

“……설마 지금 비비 전하가 소리 낸 거야?”

“그렇다기엔 너무 비웃는 소리였는데.”

“잘못 들었나?”

“창문이 열려 있으니 바람 소리였던 모양이다.”

두 악마는 다시 눈을 마주쳤다.

아기 침대를 짚은 손이 꼬물꼬물 서로를 향한다.

이윽고 맞닿으려던 찰나.

“페헹.”

다시 한번 기가 찬다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이번엔 선명하게.

확신을 담고 내려다보니, 쪽쪽이를 빨고 있는 비비 전하가 심히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푸헹, 페헹, 소리를 내고 있다.

둘의 손이 떨어지면 조용해지고.

맞닿으려 하면 어김없이 소리가 나고.

“뭘 알고 이러시는 건가?”

“고작 첫 생일이 지나셨는데?”

“떼!”

“……아네. 알아.”

“비비 전하, 우리 손 좀 잡고…….”

“헹!”

가르친 대로, 돼지가 집을 짓기 전에 심혈을 다해 방해하는 모양새.

또 손을 잡았다가는 으앙 울어 엄마 아빠를 소환할 것만 같은 눈빛이다.

로노베가 책임지라는 듯 마르바스를 바라봤다.

“어쩔 거야. 네 교육 때문에 비비 전하가 벌써 얌생이 늑대로 자랐잖아.”

***

비비안의 첫 생일 이후 넉 달 뒤.

제국 전역에는 붉은 사자의 문양이 그려진 황기(皇旗)가 높이 올라갔다.

황기(皇旗)가 올라가는 일은 단 셋.

황제가 걸음을 했거나.

황제, 황후, 황태자가 훙서(薨逝)했거나.

혹은 황실에 새로운 후사가 탄생했거나.

이번 황기(皇旗)가 뜻하는 것은-.

“황자 전하이십니다-!”

바로 이 제국의 적통 황자가 태어난 것.

카밀라가 분만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몇 시간 동안 초조하게 입술을 뜯던 이벨리아는 소식을 듣자마자 뛸 듯이 기뻐했다.

“카밀라랑 아기는 모두 건강하대?”

“예, 마님!”

“아가 손가락, 발가락은 다섯 개 맞고?”

“그러니까 시녀가 환히 웃었지 않나 싶습니다!”

제국의 후사를 이을 황자의 탄생으로 여겨지기보다는, 아껴 마지않는 두 친구의 결실로만 느껴진다.

환하게 웃은 이벨리아가 남편의 품으로 폭 안겨들었다.

“드디어 루이도 아빠가 됐대!”

“우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더니…….”

“응?”

“아니다. 아무것도.”

“아무튼, 우리 비비랑 친구가 되어 자랄 수 있겠어.”

“…….”

“너 왜 그렇게 무진장 싫은 표정이야?”

“왜 하필 사내놈을 낳아서는.”

“질투해? 황자는 아직 아기인걸?”

“몇 년만 크면 훌쩍 달라질 아기지.”

“과보호야, 그거.”

이벨리아가 픽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으나, 아가레스의 표정은 오히려 점점 심각해졌다.

아빠이자 사내의 직감이었다.

떨쳐낼 수 없는 짙은 예감이 들었다.

그와 루드비히, 그리고 이벨리아 사이의 특별하고도 질긴 인연이-.

그들의 아이들 대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는 예감이.

아가레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비비를 탐내는 악마 놈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루페르트 공작저에 머무는 날보다는 적었지만, 비비안은 제법 많은 시간을 마계에서 보냈다.

걸음에 익숙해지면서 호기심 닿는 곳이면 어디든 제 발로 뛰어갔기에, 수하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비비안의 뒤를 따라다녔다.

“비비 전하! 그곳은 지지입니다!”

“아냐아-.”

이제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할 줄 아는 비비안은 기겁하며 말리는 구시온의 손을 옆으로 밀어 치우고 풀숲 사이로 얼굴을 쏙 내밀었다.

“아이고, 폐하께서 보시면 또 놀라시겠네!”

우리 비비 전하의 고운 볼이며 손이며 온통 흙투성이가 되는데!

어쩔 수 없이 구시온도 풀숲 사이로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혹시 해로운 벌레나 동물이라도 있다면 비비 전하 털끝 하나 다치지 않도록 보호해드려야 하니까.

그리고.

풀숲을 지나 얼굴을 내민 구시온은 입을 떡 벌렸다.

“이, 이게…….”

마계에서 가장 오래되어 수호목(守護木)이라고도 불리는 나무 아래. 검붉은 기운이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이례적인 광경을, 고위 악마인 구시온은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대악마가 탄생할 때의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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