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3화: 외전. 당연히 승낙이지
심장이 어디 있는지 짚으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짚어낼 수 있겠다고, 아가레스는 생각했다.
몇 초를 수십 겹으로 나누어 펼쳐둔 것처럼 침묵은 길게만 느껴졌고, 그 모든 찰나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서 소리를 질러댔다.
감히 무슨 객기로 내가 너를 이리도 탐내나 싶다가도 가없이 품에 안고 싶은 욕심이 속을 온통 헤집는다.
그러다 이 주제도 모르는 마음을 네가 밀어낼까 애가 달아, 차라리 엎드려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심정을 꾹 눌러 삼키고, 악마는 고요히 무릎을 꿇은 채로 연인의 답을 기다렸다.
***
이벨리아는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생 단 한 번뿐인 아름다운 순간에 추잡하게 엉엉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내 취향을 담뿍 담은 그네는 아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골라 올린 다과는 엄마.
일전에 지나가듯 아름답다 평했던 풍등은 오라버니와 엔리르.
이 날씨와 혼몽한 꽃내음은 네 명의 왕이 만든 작품이겠지.
친애해 마지않는 모든 이들의 손길이 닿은 청혼이다.
듣고 상상했던 그 어느 것보다 황홀한.
침착하게 답하고자 침을 꿀꺽 삼켰으나, 정작 나오는 목소리는 물에 깊이 담갔다가 뺀 것처럼 먹먹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오롯이 자신만을 올려다보는 눈이 말문 막히게 아름다워 이벨리아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자루에 토끼를 넣어서 납치할 뻔했어.”
“그것도 좋았겠지만, 청혼할 기회를 빼앗기고 싶진 않아서.”
그래서, 이브. 대답은?
말이 아닌 눈빛으로 절절하게 묻는다.
“당연히-.”
연인과 마주하여 한쪽 무릎을 꿇은 이벨리아가 손을 뻗어 연인의 볼을 감쌌다.
같은 높이에서 시선이 닿고, 항상 그의 넋을 빼앗는 푸른 눈이 반달처럼 휘어진다.
“승낙이지.”
“……!”
본 중 가장 화사하게 피어나는 악마의 얼굴. 못내 애틋하여 이벨리아는 몸을 기울여 입을 맞췄다.
오래 깊어진 마음을 가득 담아 진한 숨결이 서로를 넘나들었다.
서로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향은, 술도 아닐진대 그들을 흠뻑 취하게 했다.
***
둘은 정원 한쪽에 마련된 흰색 그네에 걸터앉았다. 함께 앉아도 부족함 없이 널찍한 크기였다.
“이 그네, 아빠가 만들었대.”
“아르칸에게 들었다.”
“이 다과는 엄마가 준비했고.”
“그렇다더군.”
마들렌 하나를 집어 입에 넣으며 이벨리아가 물었다.
“대체 언제 어떻게 구워삶은 거야, 우리 가족들?”
“구워삶았다기보다는…… 내가 구워삶아질 뻔했지.”
“응?”
“잘 익은 토끼고기가 되기 직전에 어떻게 해결이 되긴 했지만.”
이벨리아가 고개를 기울였다. 아. 혹시.
“며칠 전에 아빠랑 오라버니랑 토끼랑 칼부림하던 이유가…….”
“오늘을 허락받기 위해서였다.”
“맙소사…….”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울리던 그 난투극이 이 청혼을 허락받으려다가 벌어진 참사였다고?
“그, 그럼 엄마랑 세드릭 오라버니랑 엔리르는?”
“간략히 줄이자면 열흘간 정신적인 고통을 견뎌내고, 이후 열흘간 얇은 붓을 이용하여 신체적인 고통을 견뎌내고, 마지막으로는 찢어 죽이겠다고 협박을 당했지.”
“…….”
뭔데. 감도 안 잡히는 그 고행길은.
“차라리 내가 자루에 담아서 도망쳐버릴 걸 그랬네. 그럼 토끼가 그 고생은 안 해도 됐을 텐데.”
“아니. 이게 맞는 순서였다. 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 역시 모자람 없이 같은 마음이라고 알리는 게.”
악마가 바람에 흩날리는 연인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넘겨주었다.
“온 세상이 내 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
어울리지 않는 말에 이벨리아가 장난스레 웃으며 연인의 어깨에 툭 기댔다.
“세계를 증오하던 토끼는 어디 가고?”
“내 증오는 세계가 너를 품은 순간 끝났지.”
“우리 토끼. 많이 순해졌네?”
“네가 이리 만들었고.”
악마가 고개 숙여 연인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마치 새가 쪼는 듯한 입맞춤에 까르르 웃은 이벨리아가 자신의 손에 꼭 맞게 끼워진 반지를 살짝 쓰다듬었다.
아가레스의 손에도 같은 모양의 반지가 자리해 있으니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한 쌍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반지 정말 예쁘다. 이런 디자인은 처음 봐.”
감탄에 악마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아가레스가 담담히 자신의 공을 알렸다.
“도안을 내가 그렸다.”
“네가? 도안을?”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반지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세상에. 우리 토끼가!
놀란 표정을 짓자 아가레스가 품속에서 양피지를 꺼내 건넸다.
“…….”
눈앞에 들이밀어진 도안에는 눈을 씻고 봐도 이 반지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한 낙서가 있었다.
“……이게, 이거?”
“응.”
악마가 커다란 개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칭찬을 바라는 모양새다.
‘누가 내 연인 아니랄까 봐. 너도 그림 어지간히 못 그리는구나.’
여하간 이것을 만든 장인은 아가레스의 개똥 같은 의도를 찰떡같이 파악한 것이 분명했다.
은빛 고리 위에 푸른색과 황금색의 보석 두 개가 나란히 자리한 반지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으니까.
“푸른색은 내 눈 색이고, 금색은 토끼 눈 색이네.”
“푸른색은 네 눈 색이고, 금색은 네 머리카락 색이야.”
“그럼 반지에 토끼는 없잖아.”
“너는 혼인으로 나를 온전히 가지잖아. 나는 이 반지로라도 너를 갖고 싶어서.”
혼약으로 묶인다고 해도 감히 너를 소유할 생각은 없다.
내가 너를 연모하는 감정, 그 기저에는 같잖은 소유욕이 아닌 추앙과 숭배가 자리하고 있으니까.
하여 그저 너의 상징인 색이나마 항상 손에 쥐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반지.
맹목적인 애정에 이벨리아가 악마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럼 내가 토끼를 온전히 갖는 혼약식은 언제 하지?”
그 물음에 전율한 악마가 연인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고 목덜미에 입술을 지분거렸다.
“……더 못 참겠어. 빨리하자.”
간지러워 작게 웃음을 흘리며 이벨리아가 답했다.
“찬성이야. 근데, 기억하지?”
“네 취향? 당연히 기억하지.”
제국이 온통 울릴 정도로 성대하게. 떠들썩하게.
“기대해. 신조차 내려다보지 않고는 못 배길 혼약식이 될 테니까.”
약조한 연인은 다시 숨을 겹쳤다.
다과를 별로 들지 않았음에도 입맞춤이 이리 단 이유는, 다과보다 더욱 달콤한 미래를 입에 굴렸기 때문일 터다.
***
그리고 조금 뒤.
“그만 떨어져! 보자 보자 하니까 저게 진짜!”
“그래, 그만 떨어져라! 탐욕쟁이 악마 놈!”
“우우우!”
“우우우우!”
2층 발코니에서 세드릭과 엔리르의 야유 소리가 들려왔다.
잡히는 것을 아무거나 던지는 모양인지, 수건과 슬리퍼, 향초와 펜이 줄줄이 떨어져 내렸다.
“저놈 그때 그 정도로 넘겨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아버지. 저 솔개 같은 눈빛 좀 보십시오. 저놈은 그냥 천성이 글러 먹었습니다.”
휴고와 아르칸도 으르렁댔다.
청혼을 승낙한 것과 눈앞에서 진한 입맞춤을 하고 있는 것은 별개다.
네 부자의 분노가 점점 차오르는 것이 보이자, 엘리시아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일축했다.
“청혼에 성공한 연인이 다 그렇지, 뭐.”
“여보.”
“어머니!”
“너희는 안 저랬니? 당신은 안 저랬던 것 같아요?”
“…….”
“…….”
“이곳에 짝 있는 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어다.”
위대한 어머니는 말 한마디로 남편과 아들들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유일하게 짝이 없는 털 뭉치 하나만이 동그란 머리를 기울였다.
“나 입 다물지 않아도 돼서 기뻐해야 해, 아니면 나만 짝이 없어서 슬퍼해야 해?”
“너 지금 울 타이밍이야, 멍청아.”
“어쩌다 짝이 없냐, 그 나이 먹고.”
“모두 막내를 향해 묵념.”
“……씨이.”
가족들의 놀림에 창밖으로 뛰쳐나간 용은 보란 듯 꼭 끌어안고 있는 연인의 위에서 날개를 마구 파닥였다.
“그만해! 끝내! 말도 하지 마! 이 저택에서 나만 말할 권리가 있어!”
용의 심술 속에 입맞춤을 끝낸 연인은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도 마! 지금 나 짝없다고 비웃어?”
서로에게, 세상이 새로운 봉오리를 틔우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
연인과 떨어지기 아쉬워 오늘부터 아르티나 공작저에 기거하겠다고 선언했던 아가레스는 휴고가 검을 스윽 들어올리자 그대로 내빼 마계로 돌아왔다.
늦은 밤. 연인이 없는 성이 못내 쓸쓸하다.
‘오늘은 이브의 침소에서 자야겠군.’
방에 남은 네 흔적이라도 눈에 담다 보면 목이 말라 죽을 것만 같은 이 갈급함도 조금쯤은 가라앉겠지.
아가레스는 왕의 취향을 십분 반영한 벽난로가 타오르는 응접실로 들어갔다.
테이블 옆을 지나던 찰나. 뭔가 발에 툭 걸린다.
“……?”
내려다본 아가레스가 슬쩍 눈썹을 올렸다.
수하들이 펼쳐 놓은 것이 분명한 커다란 양피지에는 [왕과 주군의 혼약식]이라는 타이틀 아래 온갖 의견이 기재되어 있었다.
차마 지나칠 수가 없는 제목. 아가레스는 양피지를 집어들고서 위에 있는 의견부터 하나씩 읽어내려 갔다.
“하르벤타 제국의 황제를 초대하자.”
제안자 로노베. 이건 연인께서 흡족해하실 만한 생각이고.
“왕을 거대 사자에 태우고 행진하자.”
제안자 마르바스. 아무래도 자기 등 위에 올라타서 행진하자는 것 같은데, 왕께서 질색하실 생각이다. 그 외에도…….
키스타임 꼭 있어야 함. 꼭. 꼭.
피로연은 한 달 동안!
대대적으로 공물을 받자. 공물 안 내놓으면 죽음뿐.
세계 모든 존재가 왕에게 충성서약 하게 하자. 충성하지 않으면 죽음뿐.
“……좋군.”
훑어보니 꽤 참신한 제안들이 많다. 아가레스는 양피지를 품에 잘 갈무리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괜찮은 의견은 적극적으로 반영할 생각이었다.
이벨리아가 마계에 있을 때 사용하던 침대에 걸터앉으니, 어렴풋하게 연인의 향이 나는 것 같았다.
엷게 남은 그 잔향마저도 혼을 속절없이 얽어맨다. 악마는 또다시 생각했다. 역시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되겠다고.
그때.
침대 옆 협탁에 놓인 편지 하나가 눈에 띄었다.
겉표지에 찍힌 인장은 붉은 사자. 에르카디아 제국 황실의 것이다.
“…….”
슬쩍 뒤집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발신인란에는 ‘너의 루이’ 네 글자가 적혀 있다.
아가레스의 눈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옆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테이블 위에는 두꺼운 서류 봉투가 놓여 있었다.
파라반트 특유의 붉은 밀랍으로 밀봉된 봉투. 발신인란에는 ‘그대의 충직한 정보원’이라고 적혀 있다.
아가레스는 편지와 서류 봉투의 발신인을 느리게 읊었다.
“너의 루이. 그대의 충직한 정보원.”
내 연인의 것을 자처하는 잡것들이 왜 이렇게 많아. 언짢게.
이벨리아의 것은 난데.
하긴. 이 두 놈은 예전부터 불쾌한 눈깔로 이브를 바라보던 이들이다.
“…….”
악마가 사냥을 앞둔 포식자처럼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
아가레스는 먼저 파라반트 길드로 향했다.
외눈의 뒷골목 황제는 제국의 공작이 들어섬에도 주눅 들지 않고 맞이했다.
“공녀님의 심부름으로 오셨나?”
“아니.”
“그럼 정보를 사러?”
“정보를 주러 왔다고 봄이 맞겠군.”
앉으란 소리도 하지 않았지만 아가레스는 마스터의 맞은편에 걸터앉았다.
마스터는 차를 내주지 않았다.
감히 바라볼 수 없는 높은 곳에 있다고 할지언정, 상대는 자신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다고 할지언정, 어쨌든 연적은 연적이었으니까.
“내가 모르는 정보는 흔치 않은데.”
“네가 모를 법한 정보다.”
마스터가 여유롭게 웃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진정 내가 모르는 정보라면 값은 후하게 쳐주지.”
“청혼했다. 이브에게.”
“…….”
“이브는 승낙했고.”
“……!”
여유롭게 호선을 그려내던 입매가 차갑게 굳었다.
더 볼 일 없어 일어서며, 아가레스가 말했다.
“후하게 쳐주겠다던 값은 그 마음을 접는 것으로 받지.”
“……애초에.”
뭐라 말 끝맺기도 전에 사라진 악마의 신형.
그게 꼭, 어차피 네놈은 경쟁상대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상처 가득한 손으로 마스터가 얼굴을 가렸다.
“그리 쉽게 접을 수 있는 거면 애초에 접었지…….”
그걸 못해서 내가 지금 몇 년째 이 호구 짓을 하고 있는데.
접는 것이 도려내듯 아파 펼쳐둔 채로 매양 들여다보던 감정은 이젠 굽이굽이 끝 모르게 몸집을 불렸다.
네 혼약식을 눈앞에서 보면. 그러면 이 헛된 마음도 주제를 알까.
마스터는 이벨리아를 위해 정리하던 정보를 갈무리하여 붉은색으로 밀봉한 봉투 위의 발신인란에 펜촉을 올렸다.
오래도록 머뭇거리다 적은 글자는.
- 파라반트 길드장.
그 나름의 표현이었다.
온전히 신성해야 할 혼약을 앞둔 그대에게 삿된 마음 한 자락 가닿지 않도록, 이 연정 제대로 접어보겠다는.
……아마 고매하신 당신께서는 눈치조차 채지 못하시겠지만.
***
아가레스는 파라반트 마스터에겐 정이 없었다.
이벨리아 없이 둘이 마주한 적은 거의 없었던 데다가, 이브에게도 마스터는 친구라기보다는 동업자의 느낌에 가까웠으니까.
그러나 황제 놈은 다르다.
아가레스에게는 제법 오랜 세월 비밀기지를 공유해온 공유자였고, 이브에게는 둘도 없는 소꿉친구였으니.
하여 무작정 황궁으로 쳐들어온 아가레스는 정작 황제의 집무실 앞에서 잠시 발을 멈췄다.
어떻게 말을 해야 적절할까 생각을 고르고자 함이었는데…… 성질 급한 소드마스터 놈은 기척을 느끼자마자 재깍 불러댔다.
“들어와라.”
“…….”
“루페르트 공작. 들어오라고.”
“……눈치 하나는 발군으로 없군.”
누군가 방앞을 서성일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인데.
미처 말을 준비하지 못하고 들어선 아가레스는 서류 더미에 파묻혀 눈이 퀭해진 황제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살아 있나.”
“죽은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대가 보기엔 어떻지?”
“영혼의 반쯤은 저쪽 세상에 간 듯하다.”
“제국의 두 공작 중 하나가 놀고 있으니 별수 있나.”
“나는 명예직으로 알고 있는데.”
“이크리안 카시스 2호기가 될 생각은 없나?”
“네가 잔디 2호기가 되면 고려해보지.”
루드비히가 아깝다는 듯 혀를 찼다.
“그래서. 무슨 용건으로 왔지?”
“…….”
“빨리 말하고 가. 바빠.”
말을 돌리는 것은 아가레스의 특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악마는 최대한 노력했다.
“이브를 연모하나.”
“알면서 뭘 물어.”
“접어라.”
열심히 놀리던 깃펜이 그 자리에서 멈춘다. 무감하던 루드비히의 눈이 분노를 담았다.
“네가 이브의 연인이라고 한들 내 감정까지 어찌할 수는…….”
“이브에게 청혼했다.”
“……뭐?”
“……이브는 받아들였고.”
툭.
깃펜이 떨어져 바닥을 데구루루 구른다.
꼭 내동댕이쳐진 마음처럼.
삽시간에 창백해진 안색으로 루드비히가 허탈히 중얼거렸다.
“받아들였……다고.”
“…….”
“이걸, 굳이, 내게 와서 알리는 이유는.”
“믿을지 모르겠다만, 질투도 자랑도 아니다.”
고즈넉한 비밀기지의 오랜 공유자.
치열했던 인마전쟁을 함께 치른 전우.
천방지축이었던 이브의 안위를 같이 걱정하던 동료.
그래서 어느샌가 친구라고 불러도 부족함 없을…….
“루드비히. 이제 너도 그만 앞으로 나아가라.”
“……!”
“나는, 네가 우리의 뒤에서 홀로 불행하길…… 원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