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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의 꽃밭에는 그들이 산다-292화 (292/323)

##  292화: 아르티나의 최고 또라이 (1)

“세상이 말세야, 말세.”

세드릭이 조금 전까지 제국민들의 재물을 강탈하던 산적 두목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물었다.

“그렇지?”

난데없이 쳐들어와서 재앙 같은 조동아리를 나불대며 산채를 때려 부숴버린 이는 무려 아르티나 가문의 공자.

잔뜩 어깨를 움츠린 산채 두목이 황급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예!”

“예에? 너는 예라고 답하면 안 되지. 그 말세를 만드는 데 일조한 인간 말종이 너잖아, 이 자식아. 다시 묻는다. 세상이 참 말세야, 그치?”

“……아니요?”

“아니요오? 이 싹바가지 없는 새끼가. 눈이 없어? 아니면 양심이 없나? 전쟁 때문에 배곯는 사람들 줄 세우면 여기서 수도까지는 될 텐데 말세가 아니라고? 네놈이 보기엔 지금 이게 태평성대냐?”

근래 이 일대 산맥을 호령한 거대한 덩치의 산적, 일명 ‘라구사 산맥 피바라기’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대체 어쩌라는 거야.

“자. 마지막으로 묻는다. 세상이 참 말세야. 그치?”

“……네니요?”

“장난하냐?”

“답을 모르겠어요…….”

그러자 세드릭이 모자란 학생을 가르치는 인자한 스승처럼 웃으며 답했다.

“답을 모를 때는 뒈지게 처맞는 게 답이야.”

“네?”

어차피 때릴 거면 질문은 왜 한 거죠?

산적 두목이 육식동물을 앞에 둔 너구리처럼 슬금슬금 발을 뺐다.

“카악. 퉤.”

거센 모래바람 때문에 입에 들어온 불순물을 탁 뱉은 세드릭이 낭인처럼 검집을 어깨에 올리고 건들건들 다가갔다.

현직 산적이라고 해도 위화감 없는 무뢰배 같은 모습에 산채 두목이 기겁했다.

“저게 무슨 공자야! 망나니가 따로 없는데!”

“사람 볼 줄 아네.”

“오호라, 네놈 사실 아르티나의 공자가 아니로구나!”

“……?”

두목이 틀림없다는 듯 세드릭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옆 산채에서 온 놈이 분명하다!”

“……살다 살다 산적 취급도 다 받고.”

이브가 들으면 배꼽 잡고 구르겠네.

“이 산채의 책사 자리를 주겠다! 아니, 아니, 부채주 자리를 주겠다! 부채주 자리를!”

“됐고. 어디를 때릴지 미리 말해줄 테니까 잘 피해 봐.”

“……뭐?”

“간다?”

세드릭의 입과 검이 촉새의 날개처럼 재빠르고 경망 되게 움직였다.

“등. 어깨. 손. 다리. 엉덩이. 발등. 손등.”

“으악! 아악! 악! 악!”

“그런 반응속도로는 어림도 없지. 배. 등. 손. 허벅지. 옆구리.”

“악! 억! 악!”

“머리!”

“꺽!”

촐싹대며 한 박자 늦게 맞은 부위를 감싸던 산적이 화룡점정으로 정수리를 얻어맞고 대자로 엎어졌다.

세드릭이 검집으로 산적의 등을 쿡쿡 찔렀다.

“야. 아직 안 끝났어.”

“…….”

“기절했냐. 시시하게.”

세드릭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영주의 병사들에게 턱짓했다.

“압송해.”

“예, 예!”

“곳간에 쌓인 재물은 회수해서 빼앗긴 이들에게 나눠주고.”

“……예!”

“한 톨이라도 너희나 너희 영주가 꿀꺽했다가는…….”

세드릭이 바닥에 널브러진 산적 두목을 눈으로 훑었다.

“너희도 이 꼴 난다.”

병사들이 모두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들끼리 나눠 가지려 했었는데. 청렴결백하여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다는 아르티나의 공자가 이를 모두 본 이상 어림도 없다.

애먼 이들에게 재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단단히 엄포를 놓은 세드릭이 늘어지게 하품했다.

사로잡힌 산적 두목이 뒤에서 거품을 물고 악마다, 눈깔이 완전 악마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세드릭은 태연히 웃으며 말 위에 올라탔다.

“가문 볼 줄 아네.”

우리 가문이 악마들한테도 동족으로 인정받은 가문이라고.

***

인마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제국 내 모든 분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후(戰後)엔 나라에 도적이 들끓는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듯, 옛 왕국의 잔당, 제국 체제에 불만을 품은 반군, 산적에 수적 떼까지……

드넓은 대륙 내 토벌이며 전투는 날이면 날마다 벌어졌다.

그로 인해 웬만한 장군들은 다들 제법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심지어 최근 연애로 정신이 없는 이벨리아와 아가레스조차 적지 않게 토벌을 나가고 있었으니까.

의외로, 특히 세드릭은 뭐에라도 쫓기는 사람처럼 분쟁 지역을 돌아다녔다.

“다음엔 어디야?”

“베르타샨입니다.”

익숙한 지명에 말을 달리던 세드릭이 멈칫했다.

과거 악마에 의해 한 차례 화를 당하였던 어머니의 고향.

어릴 적, 주무시던 어머니께서 울며 부르는 것을 들은 횟수가 적지 않다 보니 다른 영지에 비해 조금 더 마음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무슨 일이라는데.”

“도련님께서도 익히 아시다시피 베르타샨은 지오스 왕국과 맞닿는 국경 지대이지 않습니까.”

“지오스의 흉작과 관련이 있나?”

“그렇습니다. 최근 왕국의 기근이 심해지면서 어린아이들을 사고파는 인신매매단이 기승인데, 그중 하나가 베르타샨으로 넘어온 것을 본 이가 있다고 합니다.”

“……쓰레기 자식들이.”

나라와 이유를 불문하고 어린아이들을 건드리는 것은 감히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중죄다. 세드릭의 금빛 눈동자에 분노가 서렸다.

“바로 간다.”

“도련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왜.”

“벌써 몇 개의 격전지를 홀로 도셨습니다. 복귀하지 않으신 지도 꽤 되셨고요.”

“그런데?”

“휴식이 모자라면 필패하는 법입니다.”

기사단원 로웰이 품에서 곱게 접힌 종이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아가씨께서 걱정이 가득 담긴 전서를 보내오셨습니다. 금번 라구사 산맥 토벌이 끝나면 반드시 돌아오셔서 재정비 후 출정하시라고…….”

“그야 내가 산적 나부랭이나 잡으러 다닐 때 얘기지. 아이들을 외면하고 복귀했다는 게 이브 귀에 들어가면 우린 공작저 문턱도 못 넘고 쫓겨날걸?”

“……그것도 그렇네요.”

“이번 건만 제대로 처리하고 돌아가자.”

“예!”

주인의 안전이 최우선이라 복귀를 권하기는 하였다만, 실은 수행하는 아르티나 기사단 모두 베르타샨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산적과 다름없는 몰골로 험지를 유랑하고 있었으나, 아르티나의 깃발 아래 말 달리는 기사들의 만면엔 자부심 가득한 미소가 어렸다.

***

아르티나가 베르타샨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돌면 인신매매단은 당연히 꼬리를 자르고 종적을 감출 터였다.

하여 세드릭과 기사들은 조를 나누어 모두 변복을 하고 군중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렇게 베르타샨의 성문을 넘어 많은 인파가 모인 곳으로 향하는데, 누군가 세드릭의 어깨를 와락 붙잡았다.

“제 딸 못 보셨습니까? 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인데 붉은 옷을 입고 머리를 땋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좀……!”

“아이고, 내 아들-! 내 아들 좀 찾아주시오!”

“…….”

온통 아비규환이었다. 금쪽같은 아이들이 스무 집 걸러 한 집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으니.

변복한 기사들이 세드릭의 곁에서 낮게 읊조렸다.

“이미 사달이 난 모양입니다.”

“기사들을 풀어 쫓을까요?”

“온갖 곳을 다 뒤지다가는 이미 손 쓸 수 없이 늦어버릴 수도 있어. 게다가…… 우리가 쫓는 걸 알면 그놈들은 차라리 아이들을 죽이고 달아날 거다.”

간발의 차이로 최적의 타이밍을 놓쳤다. 심지어 베르타샨은 통하는 산맥도 여럿인 지역이다.

어떻게 쫓아야 좋을까 고심하던 찰나. 세드릭의 귓가에 얼마 전 여동생이 했던 말이 아른거렸다.

- 쥐를 잡을 땐 쥐에게 물어야지!

그래. 쥐를 잡을 땐 쥐에게 물어야지.

내 동생. 역시 똑똑해.

세드릭이 명했다.

“오전에 잡은 산적 두목. 다시 데려와.”

***

몇 시간 뒤.

베르타샨 근처 산맥 공터에 앉은 세드릭의 앞엔 흠씬 두들겨 맞은 산적 두목이 바들바들 떨며 꿇어앉아 있었다.

“대답 여하에 따라 네놈의 처벌 수위를 낮춰줄 수 있다.”

“뭐, 뭐든 하명만 하십시오!”

“사람 납치해 봤나.”

“예에? 제가 그런 쓰레기는 아닙니다!”

“그럼 쓸모없군.”

세드릭이 병사들에게 턱짓했다.

“갖다 치워. 처벌은 변함없다.”

그러자 산적 두목이 황급히 세드릭의 바짓자락을 붙잡았다.

“해봤습니다! 밥 먹듯이 했습니다! 납치가 제 전문 분야죠!”

“이 쓰레기 새끼가.”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제가 이래 봬도 나름의 상도덕은 있는 인간입니다!”

“…….”

“진짜입니다. 제가 납치해서 팔아넘긴 것들은 모두 탈옥한 죄인들이었거든요! 그걸 잡아다 원한 관계 있는 이들에게 파는 것이 돈이 또 쏠쏠합니다!”

세드릭이 왼발로 산적 두목의 어깨를 밀어 떼어냈다.

“지금 이 시기. 인신매매의 목적으로 일단의 어린아이들을 납치하였다면 어느 산맥을 통해 이동하였을 것 같나.”

“산맥이요?”

“짐작과 근거를 합당하게 댄다면 네놈의 형을 감경해주지.”

“……그 말 꼭 지키셔야 합니다?”

“사내대장부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는다.”

산적이 누런 이를 씩 드러내며 웃었다.

“산맥이 아니라 바다입니다.”

“……바다?”

“높으신 분들께선 모르시겠지만, 이틀 후면 무국적 지대인 타모르 사막에서 뒷세계의 경매가 열립니다. 아이들을 사고파는 인신매매는 그곳의 꽃이나 다름없지요.”

“……!”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산맥을 타면 경매 시작 전에 타모르 사막까지 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공자님께서 찾고 계신 이들은 반드시 바다를 탔을 겁니다.”

“……역시. 쥐를 잡고자 하면 쥐에게 물어야 한다더니.”

“헤헤. 그럼 이제 제 형량을…….”

세드릭이 고개를 끄덕이고 병사들에게 말했다.

“이놈의 형량이 얼마지?”

“약탈. 폭행. 협박. 범죄단체 조직. 다행히 인명을 거둔 적은 없어 곤장 일백 대에 노역 일천 일입니다.”

“한 대 줄여. 아흔아홉 대로.”

“잠깐. 고작 한 대?”

“노역도 하루 줄여. 구백아흔아홉 일로.”

“고작 하루?”

“싫어?”

“……이, 이, 이 악마! 알려준 거 다시 토해내!”

“응. 싫어.”

***

범죄에 일가견 있는 산적 두목의 정보에 따라 항구에 도착한 세드릭과 기사들은 당황했다.

“뭐, 뭐야.”

“이래서야 찾을 수가…….”

드넓은 바다엔 수도 없는 배가 돛을 펼치고 항해 중이다.

저 중에서 어느 것이 아이들을 태운 배인지 찾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 하나 찾는 것과 다름이 없을 정도였다.

그때. 세드릭의 귓가에 또다시 얼마 전 이벨리아와 나눴던 대화가 아른거렸다.

- 엔리르가 내 간식 훔쳐 갔어!

- 그놈 제법 심혈을 다해 훔치는 것 같더니만. 어떻게 알았어?

- 목적지에 이르지 못한 도둑을 찾을 땐 엉덩이 무거운 놈을 찾으면 장땡이거든!

엉덩이 무거운 놈이라…….

세드릭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저거다. 검은 선체에 푸른 돛.”

“예? 어떻게 찾으셨습니까?”

“잘 봐라. 다른 것들보다 배가 가라앉아 있어.”

“……!”

“무게를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바삐, 많이 선적했다는 뜻이겠지.”

무역에서 바닷길을 얼마나 안전히 건너는지는 상단의 흥망을 좌우하기에, 상인들은 절대 초과 선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뭐에라도 쫓기는 것처럼 바닥이 아슬아슬하게 잠긴 채 항해하는 저 배는 정상적인 상행이 아니라고 봄이 옳았다.

“저희도 빨리 배를 잡아타고 추적하겠습니다.”

“저리 급히 가는 것들을 배 타고 어떻게 잡아.”

“……?”

“내게 좋은 방법이 있다.”

씩 웃으며, 세드릭이 비장의 무기를 불러냈다.

“추프리트. 아차, 이프리트.”

그러자 붉은 불길을 몰고 나타난 사내가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내 이름이 이젠 ‘추프리트, 아차, 이프리트’가 된 것 같은데?”

“추프리트가 입에 착착 붙어서.”

“네가 내 계약자라고 해서 내가 널 못 죽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거 아주 큰 오산이야.”

“네가 계약자는 죽일 수 있더라도 페르세스의 연인이자 이벨리아의 오라비에겐 손끝 하나 댈 수 없겠지.”

“……얌생이 자식.”

지닌 뒷배로는 세드릭을 이길 수 없는 이프리트가 분통 터진다는 듯 웃통을 벗어 던졌다.

“그래서 오늘은 또 뭐! 뭔데 이런 새파란 바다 앞에 날 불러?”

“저기 보여? 저 배.”

“수평선 넘어가기 직전에 있는 저 까마득한 거?”

“응. 나 저 배로 좀 가야겠다.”

“…….”

“……?”

“돌았냐?”

“뭐가?”

“그건 엘라임을 불러서 부탁해야지? 나는 이프리트인데?”

“어려운 일이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나는 이미 뛰어내렸는데?”

불길하게도, 소리가 들려오는 곳이 옆이 아니라 아래다.

“……!”

바다로 쌔앵 추락하고 있는 계약자를 보며 이프리트가 아연실색했다.

“이 되먹지 못한 계약자 새끼가!”

***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단원 중 하나가 여전히 고요한 항구 쪽을 바라보며 화통하게 웃어젖혔다.

“크하하하-! 이 정도면 됐습니다, 단주님!”

“흐흐…… 저것들을 다 팔면 저게 얼마야.”

“최소 2년은 놀고먹겠구먼!”

아이들 사이에서 간헐적인 울음이 튀어나오자 험악한 인상의 단원 하나가 아이의 배를 걷어찼다.

“조용히 안 해? 하여간 애새끼들은 뻑하면 울고 난리야!”

“눈에 띄는 곳은 때리지 마. 가치 떨어진다.”

“아 그럼요. 이 일 한두 번 해보나.”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 말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앞으로 네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될 말이거든.”

그렇게 눈을 부라리며 아이들에게 다가가던 찰나.

- 촤악.

물살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배가 약간 기우뚱한다.

그리고 갑판 위에서 난데없이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어후. 죽는 줄 알았네.”

“……?”

주변엔 배가 없다. 육지도 없고.

그럼 쫄딱 젖은 저 미친놈은 대체 어떻게 우리 배에 올라탄 거지?

잠시 눈을 깜박이던 인신매매단이 일제히 징을 울리고 북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치, 침입자다!”

“적이다!”

검을 겨누는 수십의 장정 앞에서 태연히 옷자락을 비틀어 짜며 세드릭이 말했다.

“추프리트. 괜찮냐?”

“……괜찮겠냐. 이 싹바가지 없는 계약자야.”

턱. 턱.

배의 현장(bulwark)을 짚고 갑판 위로 쑤욱 올라온 이프리트가 살벌하게 세드릭을 노려봤다.

등짝엔 세드릭의 신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어깨를 으쓱한 세드릭이 이프리트를 가리키며 인신매매단에게 말했다.

“보이냐. 저 꼴이. 네놈들 때문에 내 계약자가 내 발에 밟혀 물에 빠진 성게 꼴이 됐다.”

“무슨 개소리냐!”

“쳐라! 적은 고작 둘이다!”

흥, 코웃음 친 세드릭의 눈이 구석에 모여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향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씩 웃어주자, 왠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조금 더 겁을 먹고 울먹인다.

“……뭐지? 우리 이브 어릴 적엔 꽤 잘 먹히던 웃음이었는데?”

“네놈 상판이 그때와는 달리 험악한 모양이지.”

“아무래도 네놈 때문인 것 같은데. 흉하게 웃통을 벗고 머리는 야차처럼 틀어 올려서는.”

“……이 세계에서 남 탓하기로는 널 따라갈 자가 없을 거다.”

계약자의 투덜거림을 한 귀로 흘리며, 세드릭이 아이들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부모님 기다리신다.”

“……!”

“착한 아이들은 집에 갈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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