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0화: 하자, 여러 번
“하하…… 웬 환청이 다 들리네?”
세드릭이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여동생을 바라봤다. 그치?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지? 묻는 표정으로.
그러나 이벨리아의 맑은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다. 굳게 잡은 저 손 또한. 세드릭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악마. 네가 말해 봐.”
“우리 연애한다. 오늘부터.”
조금 전 이벨리아가 한 것과 정확히 같은 말로 아가레스가 답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자랑스러움이 듬뿍 담긴 음성과 붉어진 귓가.
단언컨대 이 악마를 알게 된 이래 처음 듣는 말랑한 말투요, 본 적 없는 수줍은 표정이다.
기가 찬 세드릭이 여동생의 어깨를 와락 부여잡았다.
“이브, 너 전생에 천사였다며! 그런 애가 어떻게 악마랑 연애를 해!”
“에이, 종족이 뭐가 중요해. 마음이 중요하지. 그리고 엄밀히 따지자면 토끼는 악마가 아니라 신격(神格)인걸.”
“인간은 인간끼리 조화롭게 살아야 하는 법이야!”
“그러는 오라버니는 정령왕이랑 연애하면서?”
“……저, 저 악마는 나이도 많잖아!”
“페르세스 언니도 만만치 않은데? 게다가 내 토끼는 세계에서 배척되는 바람에 나이를 안 먹었는걸.”
그리고 오라버니. 뒤를 좀 봐봐. 오라버니가 말을 하면 할수록 페르세스 언니의 눈에서 불꽃이 튀고 있어. 아무래도 따로 끌려가서 혼이 좀 날 것 같은데.
세드릭의 말문이 막혔다. 세 치 혀로는 어디 가서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상대가 이 제국 최고의 말솜씨를 자랑하는 여동생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심지어 아가레스에 대한 비난이 자연스럽게 페르세스에 대한 비난이 되기도 하니 이것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이건 차라리 육탄전이 낫겠다. 세드릭이 벽에 걸려 있던 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악마를 퇴치하는 데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인검(四寅劍).
“너 이리 와, 이 음흉한 악마 자식.”
“오라버니, 그거 퇴마용 검이야! 내 토끼를 퇴치할 셈이야?”
기겁한 이벨리아가 세드릭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던 중. 옆에서 검과 검집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린다.
“네놈이 내 딸을 꼬드기기 전에 일찍이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아빠! 내 토끼는 죄가 없어!”
혼신의 변호에 대한 답은 아르칸 쪽에서 들려왔다.
“존재가 죄다.”
스산한 표정으로, 아르칸은 신전에서 성수를 담뿍 묻혀왔다는 장창을 들어 겨눴다.
“감히 내 동생을…… 성불해라, 이 개자식아.”
무력으로는 이 제국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세 부자가 한 번에 난리를 치니 혼자서는 다 막아낼 수가 없다.
이벨리아가 간절한 눈으로 엘리시아를 바라봤다.
엄마, 도움!
그러자 그간 딸의 연애에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였던 엘리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자, 자. 다들 그만. 아무리 그래도 퇴마에 성불은 너무하지.”
역시 엄마! 믿고 있었다구!
“차라리 허리를 역으로 꺾어서 평생 뒤집힌 채로 걷게 만들어요.”
……엄마?
“내 딸과 교제하려면 그 정도 고통은 감수해야지.”
나는 앞으로 걷는 토끼와 연애하고 싶은데……?
‘우리 가족들은 글렀어!'
이 상황을 타개해 줄 사람 어디 없나.
급히 주변을 둘러본 이벨리아는 단번에 깨달았다.
‘타개는 무슨. 멍멍이들이랑 정령왕들까지 죄다 달려들 눈빛인데!’
우리 가련한 토끼. 여기 있다가는 샅샅이 털려서 뼈도 안 남겠다. 이벨리아가 아가레스의 손을 잡아챘다.
“도망가자, 토끼야!”
그러나 채 한 걸음도 떼기 전. 아르티나 세 부자의 검보다 먼저 아가레스의 얼굴을 향해 날아온 것이 있었으니-.
“빌어먹을 악마 자식! 수호룡의 분노를 받아라!”
미처 닿지 못하고 아가레스의 손아귀에 덥석 잡혀버린 엔리르가 솜방망이 뒷발로 악마의 손목을 박박 긁으며 소리쳤다.
“우리 누나 너같이 시커먼 놈에게는 절대 못 줘! 절대로!”
“주긴 뭘 줘. 이브가 물건도 아니고.”
“네가 누나랑 연애한다며!”
“그건 이브가 내 것이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이브의 것이 되었다는 뜻이다.”
연애라는 개념에 다소 무지한 용이 커다란 눈을 깜박였다.
“……그럼 누나를 빼앗긴 게 아니라 누나의 소유물이 늘어난 그런 느낌인 건가?”
“정확해. 이브는 그대로 이브다.”
“…….”
그럼 내가 반드시 저 악마의 얼굴에 발자국을 찍어야 할 정도로 화날 일은 아닌 거야?
독기를 품고 바짝 올라갔던 용의 눈매가 살살 아래로 내려온다. 단순무식한 막내의 수긍에 아르칸과 세드릭이 고개를 저었다.
“수호룡의 분노가 쉽게도 식는군.”
“줏대 없기로는 제국 최강이야, 아주.”
아르칸이 악마의 손에 마른빨래처럼 잡힌 용을 빼내 뒤로 휙 던지며 말했다.
“됐다. 말로 결정이 나지 않을 때 방법은 하나.”
성수 뿌린 장창이 겨눠진다.
“결투다.”
세드릭이 마찬가지로 사인검을 빙빙 돌리며 말을 이었다.
“인마전쟁이 끝났다고 누가 그래?”
휴고가 방점을 찍었다.
“3차전 시작이다.”
자신의 연인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숙이는 법 모르는 악마가 받아쳤다.
“싱겁게 끝나겠군.”
***
수라장이었다.
대연무장에서는 연신 심상치 않은 굉음이 울렸다.
정령왕들까지 딱 한 대만 패보자며 가세한 탓에 불덩어리에 벼락까지 내리꽂혔다.
그리고.
‘아주 만족스러워.’
그 난장판 속 웃고 있는 인간이 딱 하나 있었으니.
‘내 오랜 계획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구나.’
바로 렐리안이었다.
‘역시 우리 공녀님 짝으로 저 정도는 되어야지.’
아르티나 일가와 정령왕들의 합공을 견뎌낼 수 있는 무력은 기본이요, 혼인 지참금으로 마계 하나 정도는 떡 하니 바칠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냔 말이야.
혹시 공녀님이 되도 않는 놈팡이를 데리고 오시면 냅다 얼려버리려고 했는데 그러진 않아도 되겠다. 이 연애 대찬성이다!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렐리안은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는 아르칸의 눈빛에 지극히 형식적으로 마법을 날렸다.
“이얍.”
고양이도 얼리지 못할 정도로 작은 얼음덩어리가 폴폴 날아가 아가레스의 손등에 퐁 부딪힌다.
페르세스의 바람을 막아내던 아가레스의 시선이 렐리안을 향했다. 날카롭던 금안이 일순 신뢰의 빛을 띤다.
‘일전의 상담 제법 유용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시선의 의미를 이해한 렐리안이 살짝 엄지를 치켜들었다.
‘훌륭한 학생이십니다.’
***
세토와 요리사들에 의해서 상은 차려졌지만, 연회라기보다는 초상이라도 난 분위기였다.
있는 힘껏 싸우다 돌아온 이들의 꼴은 말이 아니었고, 이를 막으려고 기운의 상당 부분을 끌어다 쓴 아가레스의 상태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이벨리아의 연애로 인해 발발한 ‘3차 인마전쟁’은 다소 소강상태.
커다란 스테이크를 썰어 이벨리아의 앞에 차곡차곡 쌓아준 아가레스가 아르칸을 향해 턱짓했다.
“잠깐 나와.”
아르칸이 본능적으로 검을 쥐자, 아가레스가 덧붙였다.
“싸우자는 거 아니니까 검은 두고.”
“이브랑 만나게 해달라고 빌어도 안 봐준다.”
“빌 생각 없으니까 착각도 두고.”
싸우는 것도 빌 것도 아니면 둘이 나가서 할 게 뭐가 있다고. 아르칸이 언짢다는 듯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스테이크 하나를 콕 찍어 연인의 입에 넣어주며, 이벨리아가 경고했다.
“둘 다 싸우기만 해.”
“…….”
“대답.”
“절대 안 싸울게.”
냉큼 대답하는 악마의 뒤에 정신없이 돌아가는 강아지 꼬리가 보이는 듯하다. 아르칸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악마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자 습기를 가득 머금은 선선한 바람이 밀려든다. 휘영청 뜬 달이 세상을 교교하게 비추었다.
공작저 뒤편으로 향한 아가레스가 일순 걸음을 멈추고 아르칸을 돌아보았다.
고요한 밤과 지독히도 잘 어울리는 목소리가 부유한다.
“살려뒀었군.”
공교롭게도 아가레스가 딛고 선 곳은 아르티나 지하 감옥 입구가 있는 바로 그곳.
아니, 공교롭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터다. 저 악마는 확신을 안고 이곳에 섰을 테니까.
“……마왕의 지배력이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정령왕들이 봉인진을 걸어뒀는데.”
“외려 그래서 알았다. 자연력이 지나치게 응집된 이유를 찾자면 하나뿐이니.”
“쯧.”
이래서 눈치 빠른 악마는 싫다니까. 내가 죽이고 싶었는데.
감옥 입구 위를 발로 탁 구르며, 아르칸이 말했다.
“보루였다. 혹시 이브가 돌아오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더 필요한가?”
“아니.”
“그럼 지금 없애지. 위험 요소를 굳이 남겨둘 이유가 없으니.”
그 말엔 이견이 없다.
아르칸이 감옥 내부로 발 디디며 물었다.
“돌아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나?”
“모를 수가 없지.”
“그런데 왜 굳이 지금, 밥 먹다 말고 그것도 나만 불러냈지?”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 건 이브의 식사를 챙기기 위함이었고.”
“…….”
“굳이 그대만 불러낸 것은 내 연인께서 불쾌한 것을 보고 듣지 않길 바라서였고.”
이브를 탐하는 그놈의 눈빛을 보면…… 주체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짐승이 그르렁대듯 읊조리며, 아가레스가 지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철문을 열었다.
여전히 목이 반쯤 잘린 채로 매달린 마계의 왕.
바닥으로 시선을 떨군 채, 바알이 쇠 긁는 소리로 웃었다.
“크흐흐, 속이 타지 않나……?”
“……?”
“휴고 아르티나. 나와 계약하면, 이 봉인만 풀어주면…… 당장이라도 네 딸을 데려올 수 있단다.”
“…….”
“생각해 보렴, 지금쯤 이벨리아가 다른 세계에서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을지…….”
아. 이런 식으로 휴고 아르티나를 협박했나.
봉인진을 푸는 즉시 공간을 이동해 달아날 생각이었겠지. 아가레스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조롱하듯 말했다.
“지금쯤 이벨리아는 이 위의 연회장에서 내가 잘라준 고기를 먹고 있을 텐데.”
“……!”
익숙하면서도 증오스러운 목소리. 믿을 수 없어 번쩍 고개 든 마왕의 눈이 충격에 휩싸였다.
“어, 떻게…….”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나 보군.”
가만히 아가레스를 바라보던 마왕이 이내 몸을 떨며 웃어댔다.
“이벨리아. 이벨리아. 아아, 이벨리아.”
연인의 이름을 삿되이 입에 담자, 아가레스가 마왕의 어깨에 묵빛 검을 찔러넣었다.
살점이 헤집어지는 통증에 몸을 비틀면서도 마왕은 계속해서 웃어댔다.
“결국 해냈구나, 결국 해냈어.”
네가 극도의 절망에 빠져 내게 손을 내밀기를 기다렸건만.
조각조각 부서져 그 고고한 무릎을 꿇고 내게 도움을 청하길 바랐건만.
기어코 그 넓은 세계를 헤매어 원했던 것을 구해 오는구나.
“이러니 탐이 나지 않을 수가.”
가치 없는 세계 속 홀로 밝게 빛을 내는 보석. 아니, 그조차도 감히 빗대기엔 형편없는 표현이다. 태양, 그래, 태양이라고 봄이 옳으리라.
광소하던 마왕이 일순 웃음을 뚝 그치고 짐승처럼 목을 울렸다.
이리저리 헝클어져 바닥에 끌리는 긴 머리칼 때문에 기괴한 형상으로.
“그래서. 내 효용이 다했으니 날 죽이러 왔나?”
아가레스는 답하지 않고 그저 검을 까닥였다.
“좋아, 좋아, 전쟁에서 패했으면 마땅히 죽어야지. 그건 좋은데…….”
어두운 지하 감옥, 살기를 가득 담은 붉은 눈이 형형하게 빛을 발한다.
“이벨리아를 불러주렴. 그 손에 죽을 테니.”
“개소리.”
“은애하는 이의 손에 죽을 수 있는 자비는 베풀어 줄 수 있지 않으냐.”
“내 연인께서 묻히시기엔 값어치 없는 피라.”
“……연인?”
마왕의 눈에 깊은 소유욕과 질투가 스쳐 지나간다.
끝을 알 수 없게 어두운 감정. 같잖다는 듯 일별한 아가레스가 거대한 기세를 일으켰다.
마기가 아니었다. 세계가 죄를 사함으로 인해 본디 지녔던 신격의 기운도 어느 정도 되돌아온 터. 하여 주변에 모이는 기운은 과거의 진보랏빛과는 달리 맑은 빛을 띠었다.
일렁이던 기운은 연인이 속한 가문의 상징으로 화한다. 아가리를 벌린 용의 형상이 굽이치며 창살 안으로 쇄도했다.
동시에 정령왕들이 만든 봉인진이 하나하나 깨어져 나간다.
지배력을 억누르고 있던 자연력이 흩어지자, 마왕의 잘린 목이 급속도로 맞붙었다.
이때다.
마왕이 공간을 이동하고자 지배력을 일으키려던 찰나였다.
- 퍼억.
몸체가 터져나간다. 인식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
이게 무슨 일이지. 방금 뭐가…….
황망하게 아래를 바라봄과 동시.
- 퍼억.
어깨가. 팔이.
다음에는 다리가.
이윽고 얼굴의 반쪽이-.
차례로 날아간다.
“……크아아아아악!”
뒤로 크게 휘청이며, 바알은 끔찍한 격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저 육신이 훼손되는 정도의 고통이 아니다.
닿는 부분마다 영혼 그 자체가 갈가리 조각나는 듯한 극통이다.
알기로, 저자는 지배자이되 학살자는 아니다.
하여 마왕은 눈빛으로 말했다. 차라리 어서 소멸시키라고.
그러자 철창을 손으로 우그러뜨려 부순 아가레스가 감옥 안으로 들어와 반밖에 남지 않은 마왕의 턱을 치켜들었다.
“편히 죽고 싶었다면 감히 내 연인의 존함을 그 입에 담지 말았어야지.”
***
아르칸은 생각했다.
과연 그것을 ‘죽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죽었다고 한다면 보통 사후세계나 환생을 생각하기 마련이건만, 눈앞에서 말 그대로 터져나간 마왕의 경우에는 죽었다기보다는 존재 자체가 스러졌다고 봄이 옳을 터다.
그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아가레스를 바라봤다.
되찾아 압도적인 힘으로 마왕을 세상에서 지워놓고.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악한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놓고-.
“뭘 봐.”
“……아니다. 하던 거 계속해라.”
여기선 둘도 없는 충견이 되어 이벨리아가 눈길 준 빵에 딸기잼을 정성스럽게 펴 바르고 있다. 균일하게. 모서리가 남지 않게.
……진짜 적응 안 되네. 간극이 심해도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이브. 여기.”
“우와. 우리 토끼가 이렇게 예쁘게 잼을 발랐어?”
“응. 우리 이브 주려고.”
“모서리까지 꽉꽉 채워서 잼을 바른 걸 보면 내 토끼 아주 배운 토끼다.”
와앙 크게 베어 물자 풍성하게 바른 딸기잼이 입가에 묻는다. 이벨리아가 반사적으로 혀를 내밀어 핥았다.
꿀이 뚝뚝 떨어지게 바라보던 악마의 눈빛이 일순 진하게 물들었다. 집요한 시선이 혀가 쓸고 지나간 입술 위를 더듬는다.
“…….”
그리고. 다행히 이벨리아는 연인의 시선을 눈치챌 정도의 감각은 있는 편이었다.
남은 빵을 입에 넣은 이벨리아가 손을 탁탁 털었다.
“토끼야.”
“응.”
“나 바람 쐬고 싶은데.”
충실한 연인이 곧바로 일어서 손을 뻗었다.
“가자.”
맞잡고 일어선 이벨리아가 까치발을 들고 귓가에 속삭였다. 아주 작게.
“그럼 있잖아.”
지척에서 와닿는 숨결에 아가레스가 숨을 멈췄다.
“가서 우리 다시 만났을 때 했던 거, 그거 한 번 더 하자.”
“다시 만났을 때…….”
되읊던 아가레스의 얼굴이 화르륵 붉어진다.
연인의 사랑스러운 반응에 이벨리아가 키득 웃음을 흘렸다.
이어 검지로 아가레스의 입술을 지분대자-.
여린 손가락 끝을 입술로 살짝 물었다 놓으며 악마가 답했다.
“……하자. 여러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