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9화: 파트너? 정하긴 했지!
울먹이며 공손하게 두 손을 뻗는 잔디. 손끝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씹다 뱉은 풀처럼 시들해진 것을 보아하니 토끼에게 얼마나 혹독한 교육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처맞으면서.
이벨리아는 악덕 상사 들으라는 듯 말했다.
“불쌍한 풀때기 잡초. 아주 못된 상사를 만난 게 분명해.”
“합당한 급여를 받고 일을 하는 중일 거다.”
“급여 줬어?”
“죽일 뻔한 것을 몇 번 참아줬지.”
“……내가 네 부하로 태어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내 부하로 태어났으면 나는 네 머리 위에 왕관을 얹어 주었겠지.”
“무슨. 나도 풀때기랑 나란히 눈에 멍든 채로 어서 옵쇼 훌쩍, 하고 있었겠지.”
어휴. 끔찍해라.
바르르 몸을 떤 이벨리아는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풀때기를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발 딛는 순간.
환상처럼 펼쳐지는 황홀경에 이벨리아가 입을 벌렸다.
“우와아…….”
겉에서 보기엔 일견 온기 없이 장엄해 보였는데, 막상 내부엔 달콤한 꽃내음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었다.
성문에서부터 본성까지 가는 길의 정원에는 노란 꽃이 만발해 있었고, 그 가운데엔 보드라운 레드카펫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연신 두리번거리던 이벨리아가 멍하니 물었다.
“아스. 원래 이렇게 꽃도 잘 가꾸고 레드카펫도 깔아두고 살아?”
“……그런 편이지.”
이런 말랑한 카펫 따위 밟아본 적도 없는 악마가 한 박자 늦게 답했다.
내 영역은 늘 이렇다는 것을, 그러니까 네가 언제 오더라도 인간계에서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네가 그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나의 영역이 하나의 선택지가 되기를 바라면서.
- 딱.
아가레스가 엄지와 중지를 맞부딪쳤다.
그러자 풀숲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오색 빛 말이 머리 위에 붙은 풀을 푸르르 털어내며 이벨리아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등에 올라타라는 것처럼.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색으로 찬연히 빛나는 몸체. 보석 오팔로 빚어낸 생명체라 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다.
“세상에, 너무 예쁘다!”
알아들은 것처럼 투레질한 말이 어서 타라는 듯 꼬리를 살랑거렸으나, 이벨리아는 고개를 젓고 복슬복슬한 등을 톡톡 두드렸다.
“고맙지만 조금 걷다가 탈게. 구경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러자 검고 순한 눈을 깜박이던 말이 작게 울고는 규칙적인 발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길 따라 자란 나무에 맺힌 열매들에서는 입맛을 다시게 하는 다디단 향기가 났다. 저 멀리 폭포가 떨어지는 연못은 어느 순간 붉은빛을 띠었다가, 어느 순간엔 또 보랏빛을 띠었다.
그야말로 절경. 전설 속의 무릉도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광경. 이벨리아가 느리게 고개 들어 물었다.
“……아스. 사실 너 천사야?”
“이런. 그렇게 심한 욕을.”
“미안. 하지만 여긴 꼭 천국 같아서.”
솔직하고도 직관적인 감상에 아가레스가 옅게 웃었다.
종종 들었던 평이다. 아주 오래전, 마계에 방문했던 신들조차 천계보다 더 천계 같은 곳이라면서 놀라곤 했으니까.
항상 콧대 높던 인간이 넋 빠진 듯 혼몽해진 것을 뿌듯하게 바라보던 마르바스가 으스댔다.
“땅콩. 그렇게 멍청하게 입 벌리고 따라와도 좋다. 내가 아랫것들을 시켜 날벌레 한 마리 없게 싹 치워버렸…….”
“스읍.”
“……습니다요. 땅콩 폐하.”
교육의 효과! 마르바스는 아가레스의 혀 차는 소리 한 번에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친근하게 곁에 따라붙는 말을 쓰다듬으며 이벨리아가 소리 내 웃었다.
“풀때기가 벌레를 다 잡았어? 내가 무서워할까 봐?”
“흥, 무슨. 흙도 퍼먹는 네가 벌레도 퍼먹을까 봐…….”
“스읍.”
“……흙도 채굴하여 드실 땅콩께서 벌레도 간식처럼 냠냠 드실까 봐 제 안구의 안녕을 위하여 벌레를 잡았습니다요, 땅콩 폐하.”
“내가 무슨 흙을 먹어!”
“그렇게 생기셨습니다, 땅콩 폐하.”
“이게! 내용이 싸가지가 없는데 말투만 예의 바르면 다야?”
“말투라도 예의 바른 것을 기쁘게 여기시지요, 땅콩 폐하.”
“폐하 소리 집어치워!”
“예, 알겠습니다, 땅콩 새끼.”
“폐하에서 새끼로 격하는 좀 심했지!”
“빌어먹게 까다로우십니다, 땅콩 전하.”
아가레스는 자신의 수하와 연신 티격태격하며 걷는 친우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사뿐한 걸음이 자신의 영토를 밟고 다정한 웃음이 자신의 영토 내에서 피어난다는 것이 왜 이렇게 기꺼운지.
악마는 여태 큰 의미 둔 적 없는 영토에 비로소 작은 애착을 갖게 되었다. 네가 이곳에 머물렀으니까. 또 네가 이곳을 흡족히 여겨줬으니까.
‘지킬 것이 하나 늘었군.’
참 큰일이다.
너로 인해 아끼는 것들만 늘어나서.
***
주변을 음미하며 천천히 걷던 이벨리아는 이러다 하루가 다 지나겠다고 생각했는지 오색 빛 말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연신 꼬리를 살랑이며 따라오던 말이 드디어 타줄 거냐는 듯 냉큼 몸을 낮추고 푸르르 콧김을 뿜었다.
“타도 될까?”
눈을 끔벅이던 말은 그 다정한 물음에 벌떡 일어나 이벨리아 주변을 겅중겅중 뛰어댔다. 기어코 따뜻하고 축축한 혀가 이벨리아의 얼굴에 닿으려 하자.
- 턱.
그 광경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아가레스가 말의 꼬리를 휙 잡아챘다.
“혀 집어넣어.”
- 푸르륵.
서럽게 눈꼬리를 내린 말이 이벨리아의 팔에 얼굴을 비벼댔다. 동물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인간에게 잘 보여야 목과 혀가 안전하다!
그렇게 친근하게 구는 말 위에 올라타서 잘 가꾼 정원을 지나, 중문 안으로 들어간 다음, 또 끝없이 펼쳐진 작은 성들을 지나 드디어 본성(本城).
“미친…….”
마치 하늘에 도전하기라도 하듯 끝없이 솟은 첨탑을 올려다보며 이벨리아가 입을 틀어막았다.
“……토끼야. 그동안 가소로웠지.”
“뭐가?”
“너한텐 우리 제국 귀족들이 죄다 거지 굴에서 사는 것처럼 보였을 것 같아서.”
“사실대로 말하자면, 제국이 찢어지게 가난한 줄 알았다.”
“…….”
“아. 물론 아르티나 공작가는 제외.”
“……덧붙인 말이 더 비참해.”
땅콩의 표정에 비죽 웃은 마르바스가 어디 한 번 더 놀라보라는 듯 거들먹거리며 본성의 문을 열어젖혔다.
성 내부는 검은 목재와 진한 우드톤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가벼워 보이지 않는 샹들리에가 천장을 장식하고, 중간중간 금빛 테두리로 포인트를 주어 세련된 느낌마저 들었다.
홀린 것처럼 천장과 벽을 바라보던 이벨리아의 시선이 문 앞 양옆에 길게 도열한 악마들과 마족들에게 닿았다.
‘왜 이렇게 다들 주르륵 서 있는…….’
미처 의문을 품기도 전.
“동부의 왕을 뵙습니다!”
드넓은 본성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부복했다.
‘이런. 아스가 받아야 할 인사를 앞서 들어온 내가 대신 받았나 봐.’
주춤 물러서려는데, 단단한 몸이 등을 받친다.
이벨리아가 고개를 모로 올려 동부의 주인을 바라봤다.
그러자 아가레스가 오른팔로 이벨리아의 어깨를 감싸고 허리를 숙여 낮게 속삭였다.
똑똑히 보라는 듯. 꿇어앉은 이들을 일별하면서.
“네게 인사하는 거야.”
“……응?”
“내가 이곳의 왕이고. 너는 나의 왕이니까.”
“…….”
꿀꺽.
마치 황제에게 예를 갖추듯 부복한 마족들을 보며 이벨리아가 침을 삼켰다.
‘얘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긴 하는 거야?’
네가 내 손에 무엇을 쥐여주고 있는지.
이벨리아가 시선으로 물었다.
악마는 웃음으로 답했다.
“천천히 적응해.”
“…….”
“내가 가진 건 모두 네 것이니까.”
……진짜 땅콩 폐하가 되게 생겼다.
***
왕께서 명하셨으니 꿇어앉지 않을 순 없었으나, 바르바토스는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몰래 시선 들어 감히 마계에 발 들인 인간을 훔쳐봤다.
‘고작 저것인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내렸으나 별 볼 일 없다.
‘주군께서 꽉 잡혀 계신다기에 근육이 우락부락한 용병왕 정도는 되는 줄 알았는데.’
우락부락은 무슨.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외형이다.
지닌 자연력이 방대하다는 것은 얼핏 알겠으나, 몸이 저래서야 지나가다 어깨만 잘못 쳐도 즉사할 수준이지 않은가.
‘두더지처럼 땅속에만 살았나.’
햇빛 한 번 못 본 것처럼 뭐 저렇게 하얘.
아, 그래서 밥풀인가.
‘아니면 머리카락이 햇빛을 모두 먹어버린 건가.’
주제에 꿀을 발라놓은 듯한 머리카락은 조금 봐줄 만하네.
‘체력 단련은 일절 하지 않는 것 같군.’
툭 치면 부서지겠…….
무례한 평가를 하고 있던 바르바토스가 움찔했다.
어느새 푸른 눈이 자신을 꿰뚫을 듯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
“…….”
미묘한 침묵 뒤.
맑고 동그란 푸른 눈을 순하게 슴벅이던 새하얀 인간이 붉은 입술을 열었다.
자신도 모르게 집중한 바르바토스에게, 고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떨어져 내렸다.
“야, 너.”
야? 너? 반말?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하기도 잠시. 확인 사살이 가해졌다.
“뭘 꼬나봐. 기분 나쁘게.”
“……!”
***
인간이 쌩하니 지나치며 일으킨 바람이 시리다.
바르바토스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얼빠진 채로 서 있었다.
난생처음이다. 말문이 막힌 것은.
로노베가 키득 웃으며 바르바토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어이구, 우리 미스터 꼬장꼬장! 충격받으셨어요?”
“…….”
“어어? 왜 나를 꼬나보세요? 기분 더럽게?”
“……무슨, 저런, 인간이…….”
저따위 막말을 듣는 건 탄생해서 마계의 공기를 마신 뒤로 단연 처음이었다.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는 바르바토스에게는 심지어 아가레스조차 험한 말을 내뱉진 않았기 때문이다.
땅콩을 처음 목격하면 으레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 로노베는 선심 쓰듯 조언을 건넸다.
“정신 바짝 차려, 미스터 꼬장꼬장. 쟤가 우리 주군께 무려 개똥까지 선물했던 인간이거든.”
그러자 마르바스가 재빠르게 정정했다.
“야. 그거 쿠키였어.”
“그게?”
“그러니까 더 조심해라. 저건 쿠키를 개똥으로 연성해버리는 땅콩이니까.”
그 말에 바르바토스의 경계심이 한층 짙어졌다.
쿠키를 개똥으로 연성하다니. 저 허여멀건 땅콩은 정령술뿐만 아니라 연금술까지 다룰 수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낯선 이를 본 고양이처럼 털을 바짝 세운 채로 주군과 인간의 뒤를 졸졸 따라가자, 인간이 무심히 시선 돌려 물었다.
“넌 뭐야? 왜 따라와?”
“……나?”
이런 질문을 받아보는 것도 처음이다. 마계의 거주자들은 모두 고위 악마인 바르바토스를 알았으니까. 하여, 바르바토스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대답해버렸다.
“나, 나는 바르바토스다.”
상당히 바보 같은 자기소개. 이벨리아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니까. 바르바토스가 뭐냐고.”
“바, 바르바토스인데.”
“아아.”
이벨리아의 눈이 삽시간에 동정으로 가득 찼다.
“모자란 악마구나.”
“…….”
72위의 악마 중 무려 8위.
이명, 역천사.
바르바토스(Barbatos).
곤란과 악의를 관장하는 이 악마는 처음으로 곤란에 빠졌다.
나는 모자란 악마가 아니라며 항변하고자 했으나, 금방 관심을 돌려버린 인간은 벽면 이곳저곳을 더듬으며 연신 감탄을 흘릴 뿐이었다.
"우와…… 여기 사는 것도 좋겠다.”
바르바토스는 자신도 모르게 답했다.
"끔찍……”
그러자 그 입을 막은 마르바스가 신속하게 비슷한 단어로 바꿔치기했다.
"깜찍! 어휴, 이 자식 혀가 반 토막이 났나 발음이 새네, 새!"
뭐야, 왜 저래.
대수롭지 않게 바라본 이벨리아가 아가레스에게 물었다.
“아스. 우리 아스 방 가서 놀면 안 돼?”
“집무실, 침실?”
“집무실!”
“……그래.”
왠지 아쉽다는 듯 느리게 답한 아가레스가 부드럽게 이벨리아를 에스코트했다.
손을 잡고 졸졸 따라가던 이벨리아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아, 맞다. 악마 언니!”
“왜?”
뒤에서 따르던 로노베가 지척으로 다가와 물었다. 여전히 입이 막혀 있는 바르바토스를 향해 비웃음을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고.
“나 곧 데뷔탕트를 치르거든.”
“알지.”
“어떻게 알아?”
“그야 주군께서…….”
아가레스의 섬뜩한 눈빛을 받은 로노베가 입을 딱 다물었다.
“아스가 뭐?”
“……아, 어쨌든 왜!”
뭐야.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아무렴 어떻냐는 듯 어깨를 으쓱인 이벨리아가 로노베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약속 안 잊었지?”
“무슨 약속?”
되묻자 세상 무너진 듯 울상을 지어 보인다.
“까맣게 잊어버렸어? 나랑 한 약속?”
“내가 너랑 무슨 약속을 해?”
“데뷔탕트 날에 언니 악마가 나 꾸며주기로 했잖아!”
“내가 언제…… 아?”
예전에 이 밥풀이 아기 밥풀이었을 적. 잠시 마도구 먹고 어른이 된 것을 꾸며주다가 스쳐 지나가듯 그런 얘기를 했던 게 언뜻 떠올랐다.
내려다보니 기억났냐는 듯 맑은 눈이 기대를 담고 반짝인다.
“…….”
젠장. 귀찮은데. 겁나 귀찮은데.
로노베가 인상을 찌푸리고 투덜댔다.
“너 돈 많잖아. 대충 아무나 구해!”
“……데뷔탕트는 딱 하루뿐인데…… 언니가 해준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시무룩해진 밥풀을 언짢다는 듯 내려다보던 로노베는 별안간 강렬한 시선이 틀어박히는 것을 느꼈다.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주군?’
주군께서 왜 저렇게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계신 거지? 승낙하라는 명령이신가?
"하…… 알았어!"
“진짜?”
“어! 해줄게!"
“언니 최고야!”
되었나요, 주군? 돌아보았으나 뭔가를 요구하는 듯한 금안은 여전하다.
깜박. 깜박. 로노베의 선홍빛 눈이 이유를 찾고자 허공을 더듬었다.
‘아. 설마?’
영민한 악마가 슬그머니 운을 뗐다.
“근데 밥풀아.”
“응. 언니 악마!"
“원래 데뷔탕트라는 건 파트너와의 합이 중요한 법이거든.”
흘끗 주군을 바라보니 묵직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신다. 역시 이거였군.
“그래서 말인데, 너 파트너 정했어? 다른 이유가 있어서 물어보는 건 아니고, 파트너랑 옷도 맞춰 입는 게 좋거든.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으음, 그 생각은 못 했는데 그렇네. 비슷하게 맞춰야 춤출 때 더 멋있긴 하겠다!”
“그렇지! 똑똑한 밥풀이네! 그래서, 파트너는?”
집요하게 캐물은 로노베가 주군을 바라봤다.
이젠 숫제 태워버릴 것처럼 밥풀의 입만 보고 계시다.
로노베는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밥풀. 잘 생각해.’
여기서 엉뚱한 대답이 나왔다간 너 가고 난 뒤에 우린 모두 쓱싹이야.
이벨리아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분위기를 눈치챈 모든 이들의 신경이 집중됐다.
“정하긴 했는데.”
쿵.
주군의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로노베가 간절하게 시선을 들어 물었다.
“누, 누군데?”
제발, 밥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