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7화: 내가 보는 세계는 너
이벨리아의 울음은 쉽사리 그치지 않았다.
하여 일행은 아예 갈림길에서 산맥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있는 너른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번거롭게 누가 왔다 갔다 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 산맥은 간간이 몬스터가 출현하기로 이름난 곳. 이 정신 나간 일행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해가 저무는 이 시간에 산맥을 지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훌쩍, 으아아아앙!”
휴고와 엘리시아, 세드릭과 엔리르는 어쩔 줄을 모르고 이벨리아를 달랬다.
“아, 아가. 뚜욱. 응?”
“대체 어떤 새끼가 우리 아가를 이렇게 울렸어!”
“오라버니가 가서 확 다 조져버리고 올까? 응?”
“훌쩍, 아스가 이미 조졌써어…… 훌쩍.”
그러자 엔리르가 파드닥 날아올라 아가레스의 이마를 앞발로 찰싹 내리쳤다.
“조질 거면 진작 조지지! 왜 우리 누나 울리고 조져!”
“…….”
“난 귀여운 아가 용이지만 네놈을 조져버릴 힘은 충분히 있다!”
다시 한번 쌩하니 날아오는 앞발. 언짢은 듯 눈을 찌푸린 아가레스가 엔리르의 앞발을 휙 잡아챘다. 그리고 바짝 끌어당겨 속삭였다.
“제대로 도마뱀이 되었군.”
정확한 판단에 당황한 용이 앞발을 파르르 떨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어떻게 알았…….”
“세계가 떨리는데 모를 리가.”
“…….”
“귀여운 아가 용 행세 계속하고 싶으면 건방지게 굴지 마라.”
“…….”
엔리르가 끼릭 고개 돌려 다들 들으라는 것처럼 크게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꼭 악마만의 잘못은 아닌 것 같아. 그러게 왜 우리 누나를 그곳으로 보냈어? 그렇네, 따지자면 집주인 잘못이네!”
헤헤, 이 정도면 어떻습니까, 악마님? 헤헤.
아가레스는 간사하게 앞발을 비비는 용을 뒤로 휙 던져버리고는 이벨리아에게 다가가 느리게 손을 뻗었다.
늘 그렇듯, 커다란 손은 이벨리아의 얼굴 가까운 거리에서 잠시 멈췄다. 닿기 전의 승낙을 위해서.
이벨리아가 코를 훌쩍이고는 빤히 올려다보자, 그제야 따뜻한 손이 이벨리아의 볼에 가닿았다. 익숙하고도 숨 막히는 온기.
“이브.”
“……훌쩍.”
“괜찮지 않은 게 당연해.”
“…….”
“더 신경 쓰지 못한 내 잘못이야.”
내겐 당연한 수라장이어서. 굳건히 선 네가 늘 그렇듯 잘 이겨내는 것 같아서. 그래서 더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했다.
모두에게 항상 강한 네가 내 앞에서만은 약해도 괜찮다는 걸 더 깊은 말과 마음으로 전해줬어야 했는데.
단단한 껍질 속에 꼭꼭 숨은 그 여린 내면이 내게는 전혀 흠이 아니라는 걸 더 깊은 시선과 눈짓으로 알려줬어야 했는데.
앞에 반쯤 무릎을 꿇은 아가레스가 엄지로 연신 이벨리아의 눈가를 쓸었다.
“로트링겐에 함께 다시 가자. 가서 좋은 비석을 세워주자.”
“훌쩍…… 좋아.”
“이주를 원하는 이들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는지도 같이 둘러보고.”
“으응…….”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대책도 함께 생각해보자.”
“……그래 줄 거야?”
“물론이지.”
눈물을 닦아주며 내미는 따뜻한 배려.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던 울음이 점점 잦아들었다.
대신 옅게 떠오른 미소가 그 자리를 채웠다.
한 걸음 물러나 이를 바라보던 엘리시아는 생각했다.
‘이브에게 필요했던 건 누가 우리 아가를 울렸냐면서 아이처럼 대하는 게 아니었구나.’
품 안의 자식이라고. 아직도 어린 줄만 알고 있던 내 실책이다.
‘네 길을 존중하여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줬어야 했어.’
엘리시아는 딸의 앞에서 함께 미래를 얘기하는 대악마를 빤히 바라봤다.
‘……참 미워할 수가 없네.’
자식을 웃게 해주는 이를 싫어할 부모는 없다. 어느덧 붉어진 코끝으로 웃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엘리시아는 둘의 관계가 발전하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한편 아르티나 가문의 진정한 실세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을 알지 못한 아가레스는 여전히 이벨리아의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더 울어도 괜찮아, 이브.”
“다 울었어. 토끼 덕분에 뚝 그쳤어.”
배시시 피어나는 미소가 참으로 보기 좋다.
달래준 뒤에 꽃피운 것이라 더더욱.
이날.
악마에겐 바라는 것 하나가 더 생겼다.
언젠가는 네가 가족들 아닌 내 앞에서 편히 울음을 흘렸으면 좋겠다.
닦아주는 것도, 달래주는 것도, 끝내 핀 웃음을 보는 것도 모두 내가 될 수 있도록.
원하는 건 남김없이 모두 쥐고 살아온 악마답게, 실로 탐욕스러운 마음이었다.
***
엘리시아와는 달리 심히 못마땅한 눈으로 아가레스를 바라보던 휴고는 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대뜸 제안을 던졌다.
“딸. 우리 야영이나 하고 돌아갈까?”
“야영?”
말 한마디로 악마로부터 딸의 관심을 앗은 휴고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야영.”
야영이라니! 여러 기행록에서 보면 모험을 즐기는 용사들은 야영을 밥 먹듯 하고 다니질 않던가! 이건 모험가의 기본 소양이나 다름없었다. 이벨리아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그렇지! 원래 전쟁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야영이지!”
“우리 딸이 뭘 좀 아는구나.”
“좋아! 그럼 텐트는? 고기는? 바비큐는? 캠프파이어는?”
“……?”
“왜 그렇게 어리둥절한 표정이에요, 아빠? 캠핑의 필수품들인데!”
“야영이 언제 캠핑으로 바뀌었…… 아니, 주, 준비하마.”
나름대로 경치도 좋고 별도 잘 보이니 대충 침낭 펴고 하루 묵자는 뜻이었는데.
입력된 야영이 딸의 머릿속에서 캠핑으로 변해 출력되었다.
……별수 있나. 따님께서 원하신다는데.
휴고가 기사들에게 재료를 구해오라 명하니, 기사들의 머리 위에 일제히 물음표가 떠올랐다.
“주군. 웬 캠핑입니까?”
“시키는 거나 구해오도록.”
“하지만 큰 도련님께서 아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실 텐데…….”
“이브가 캠핑을 아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캠핑이죠.”
“굳이 목의 경중을 따지자면 큰 도련님보단 아가씨의 목이죠.”
단번에 납득한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게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야, 저 악마 좀 봐라! 곰을 둘러업고 왔다!”
“아니, 여기 곰이 살았었어?”
“히익, 악마가 산맥의 나무를 죄다 회 치고 있다!”
“3박 4일 캠프파이어를 해도 남겠는데?”
“악마가 심지어 텐트까지 치고 있어!”
“……무슨 악마가 저래?”
오만한 악마가 아니라 튼실하고 성실한 일꾼이 따로 없다.
속전속결. 부지런한 악마 덕에 캠핑 준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마쳐졌다.
이벨리아의 입에서 ‘캠핑’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나서 모두가 함께 불 앞에 둘러앉을 때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으니, 실로 경이로운 속도였다.
이벨리아는 불의 정령을 잔뜩 불러 순식간에 구워버린 곰 고기를 앙 물었다. 고소하게 터져 나오는 육즙에 빵빵한 볼이 흡족하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있잖아.”
“응, 누나. 귀여운 아가 용은 듣고 있어.”
“다들 뭐 하느라 이렇게 늦은 거야? 안할트나 부르고뉴는 로트링겐보다 훨씬 가까운데. 그쪽도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거야?”
그쪽도. 그 단어에 로트링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행들은 겨우 진정한 이벨리아에게 득달같이 캐묻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먼저 하기로 했다. 휴고가 답했다.
“안할트에서는 별일 없었단다, 아가.”
“굳이 별일이라고 한다면…… 아, 루페르트 후작 덕에 우리 멍멍이들이 괴물로 진화했던데? 머리 셋 달린 케르베로스 저리 가라야.”
“케르베로스? 우리 멍멍이들이?”
“마기에 면역이 생긴 것 같더라고.”
“……인간이 무슨 마기에 면역이 생겨요? 사탄도 아니고.”
“그 사탄이 바로 우리 기사들일 줄은 나도 몰랐지. 악마를 맨손으로 때려잡더구나.”
이벨리아가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아가레스를 바라봤다.
그러자 아가레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다.
“잡식성 똥 덩어리들 같으니라고.”
주워 먹을 게 없어서 내 마기를 주워 먹고 진화했나.
“……여하간 우리 토끼가 뭘 했다는 거네. 그럼 토벌엔 어려움이 없었을 텐데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그러자 휴고와 엘리시아가 동시에 고개를 기울였다.
“글쎄다.”
“그냥 오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던걸.”
그 말에 에딘을 비롯해 휴고의 군에 배속되었던 기사들은 뒤에서 필사적으로 엑스를 그려댔다.
‘더는 공작 안 하실 거라면서 어디에 터 잡고 놀면 좋을지 고민하시느라 늦으셨으면서!’
‘지나치는 곳마다 풍수지리 배산임수 노래를 불러대셨으면서!’
‘그것만이면 말도 안 하지. 경치 좋은 곳만 나타났다 하면 두 분께서 아예 자리 깔고 술을 항아리째로 드셨잖아.’
알만하다. 기사들의 손짓 발짓에서 대략 이해한 이벨리아가 고개를 저으며 세드릭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라버니랑 엔리르는 별일…… 아니, 누가 봐도 별일이 있었네.”
멀쩡한 척하지만 힘없이 늘어진 엔리르. 여기저기 짙은 생채기가 남은 세드릭. 심지어 기사들 역시 넝마가 따로 없다.
“어, 아니, 우리도 별일 없…….”
세드릭이 답하려던 찰나. 엔리르가 기다렸다는 듯 날개를 파닥이며 크게 외쳤다.
“형아는 아주 큰일 날 뻔했어!”
“야!”
“형아 아주 위험했어! 다시는 못 그러게 아주 혼쭐을 내야 해!”
용 나름대로는 이 사실을 홀랑 일러바치고 형아가 눈물 콧물 쏙 빼게 혼이 나면 다시는 그런 위험한 짓을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세드릭이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 리 없다.
“넌 아주 쇠사슬에 묶여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으면서!”
“형아는 배가 뻥 뚫려서 죽기 직전까지 갔으면서!”
“내가 너 구해줬잖아!”
“무슨 소리야! 내가 각성하면서 쇠사슬 끊고 나왔는데!”
“아하, 그래서 너 혼자 잘했다고?”
“위대한 용인 내가 잘했지! 내가 형아랑 기사들 안 고쳐 줬으면 거기다가 무덤 잔뜩 세울 뻔했는데!”
“그니까 그 원흉이 너라고, 이 빠가사리야!”
“뭐, 뭐? 위대한 용한테 무슨 사리?”
- 촤아아악.
정신없이 티격태격하느라 주변을 잊어버린 두 형제는 머리 위에 물 덩어리가 떨어져 내리자 입을 합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런. 우리 집 작은 실세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다.
“……뭐라고, 둘 다?”
서늘한 물음.
고운 손 위에 보기만 해도 섬뜩한 물 덩어리가 부피를 키워가고 있었다.
“누가 배에 구멍이 뚫리고 누가 어디에 묶여……?”
“…….”
“…….”
세드릭과 엔리르가 서로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선 동시에 빽 소리쳤다.
“비밀로 하자며!”
“형아가 먼저 불었잖아!”
“네가 먼저 시작했지!”
“형아 때문이야!”
엔리르가 세드릭의 머리칼을 확 물어버리고, 세드릭은 엔리르의 꼬리를 잡아 마치 쥐불놀이라도 하듯 빙빙 돌려버렸다.
함께 사경을 헤맸으나 달라진 것은 없다.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던 것이 고작 며칠 전이건만.
뒤에서 바라보던 드웬이 해맑게 웃으면서 손을 번쩍 들었다.
“아가씨! 제가 나불나불 다 불어드리겠습니다!”
***
세드릭과 엔리르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은 이벨리아는 분노했다.
“내가 오라버니랑 아가 용을 그렇게 가르쳤어? 어? 오라버니는 그렇게 위험했으면 페르세스 언니라도 불러버리지 뭐 했어!”
“아, 아니 계약도 안 맺었는데…….”
“나오겠지! 나와야지! 실프가 다 듣고 알려준다고! 아이고, 페르세스 언니 아주 땅을 쾅쾅 치며 오열하겠네!”
“나는 몰랐…….”
“그리고 너, 아가 용!”
“응, 나 귀여운 아가…….”
“너는 널 괴롭혔던 그것들 냄새가 나면 날 불렀어야지! 내가 그것들 족쳐버리려고 몇 년을 벼르고 있었는데!”
이벨리아가 발을 콩 굴렀다. 누가 물의 정령왕을 계약자로 둔 정령사 아니랄까 봐 새벽이슬을 얹고 있던 풀들이 삽시간에 쩌적 얼어붙었다.
흡사 자기 영역을 빼앗긴 고양이처럼 하악대는 이벨리아를 진정시키고자, 엘리시아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자아, 자아, 우리 아가, 로트링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들어볼까?”
그 말에 씩씩대던 이벨리아의 입이 쏙 들어갔다. 모두의 시선이 일행 중 그나마 정상인 축에 속하는 카론에게로 향했다.
무려 14년간 사고뭉치 아가씨의 뒷수습을 해온 호위 기사는 이번에도 육하원칙을 지켜 간결하고도 부족함 없이 설명했다.
그러자 이번엔 휴고와 엘리시아, 세드릭과 엔리르가 난장을 피기 시작했다.
“마왕?”
“마왕을 만났다고? 또?”
“아무래도 수상한데. 그 자식 우리 아가한테 흑심 품은 거 아니야? 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졸졸 쫓아다녀?”
“그런데 마왕이 한 말 있잖아. 위대한 용이 보기에는 상당히 합리적이야.”
엔리르가 앞발을 턱에 괴고 평하자, 세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
“경우가 영 없는 자식은 아닌가 보군.”
“마족의 대가리만 아니었어도 한배를 탔을지도 모르는데.”
아들과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도 없이 심장을 쓸어내린 엘리시아가 한숨처럼 내뱉었다.
“여하간 다들 아주 큰일을 치르고 왔네.”
“그렇군. 나와 엘이 다녀온 곳이 가장 만만한 곳이었다니.”
“엣헴, 나도 아주 큰 활약을 했지!”
“흥. 죽을 뻔했던 용 주제에.”
이벨리아는 재잘대는 가족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어두운 밤. 시원하게 뚫린 하늘에선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사위를 부드럽게 감싼 풀벌레 소리가 찌륵찌륵 울렸다.
따스한 불빛이 친애하는 이들의 얼굴에 주홍색 그늘을 만들어냈다.
그대로 그림이라도 그려두고 싶은…… 황홀한 광경.
바라보던 이벨리아가 조용히 속삭였다.
“보기 좋다.”
“응. 좋다.”
“……넌 안 보고 있었잖아.”
“쭉 보고 있었어. 이 세계가 얼마나 황홀한지.”
네가 보는 세계가 저들이듯.
내가 보는 세계는 너니까.
애초부터 이벨리아만을 바라보고 있던 악마가 옅게 웃었다.
***
다음 날.
어제 동이 틀 무렵 잠든 일행들은 느지막이 일어나 비척비척 아르티나 공작저로 향했다.
버선발로 뛰어나온 아르칸은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들을 차례로 안은 뒤, 어색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엔리르를 향해 팔을 벌렸다.
엔리르 역시 동그란 머리를 모로 돌리고 새침하게 안겨들었으나, 신명 나게 파닥이는 날개와 꼬리를 감추진 못했다.
그리고.
아르칸은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아가레스에게 툭 내뱉었다.
“뭐. 너도 안아줘?”
“꺼져라.”
“너나 꺼져.”
……둘의 관계 개선은 요원하기만 했다.
***
안할트, 부르고뉴, 로트링겐. 세 영지전은 한동안 제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아르티나의 직계들이 곧바로 출정하였다는 것, 생존자들에게 부족함 없는 위로금이 지급되었다는 것, 희생자들의 시신이 예를 갖춰 수습되었다는 것, 이주를 도왔다는 것.
아르티나가 행한 모든 발자취는 제국민들에겐 상당히 고무적인 선례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덧 라일락 만발한 4월.
이벨리아의 데뷔탕트 겸 성인식까지 단 한 달 남은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