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녀님의 꽃밭에는 그들이 산다-231화 (231/323)

##  231화: 형을 잃은 용은…….

앞이 흐릿하다.

검을 쥔 손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땀방울인지, 혹은 지금도 울컥거리며 흐르고 있는 핏줄기인지도 잘 모르겠다.

출혈이 심하여 팔이 덜덜 떨림에도 불구하고 검을 높게 치켜들자, 벌어진 옆구리에서 다시금 주르륵 피가 쏟아져 내린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드릭의 검은 올곧게 반대편을 향해 있었다.

더는 이 쇠사슬을 내리치지 않는 것은 본능이었다. 이것을 끊는 것은 필시 무용할 것이라는 본능.

남은 모든 힘을 다해 끊어낸다고 하더라도 눈앞의 저것들이 살아 있는 이상 다시 날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죽여야 한다.’

뒤에서는 피를 토하는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당장 어찌해 줄 수 없는 세드릭의 눈에 벌겋게 핏발이 섰다.

“덤벼…….”

사경을 헤매면서도 형형한 눈빛이 연금술사들을 향했다.

“덤비라고.”

그러나 구덩이 저편에 선 이들은 가만히 서서 이쪽의 참상을 오시하고만 있다.

발을 앞으로 내디뎌 무너지려는 몸을 지탱한 세드릭이 버럭 소리쳤다.

“덤비라고! 쿨럭…… 이 약아빠진 새끼들아!”

그러자 백발이 성성한 연금술사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혈기만 왕성한 것들은 안 된다는 겁니다. 주변을 좀 둘러보시오, 공자.”

유쾌하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마치 배부른 육식동물의 그르렁거림처럼 낮게 들려왔다.

“공자가 그토록 믿는 기사들은 호문쿨루스를 처리하는 데 여념이 없고, 이 군의 가장 큰 패였을 용은 바닥이나 구르고 있는 데다가, 사령관인 그대는 곧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부상을 입었지. 반면 우리는 어떤가.”

노인이 마치 보란 듯 과장된 동작으로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우린 아직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네.”

“…….”

“아시겠소? 그대가 지금 해야 하는 건 덤비라며 악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용을 바칠 테니 제발 남은 이들의 목숨만은 살려 보내 달라며 이마를 바닥에 대고 구걸하는 것이오.”

“…….”

“공자. 나는 지금 공자에게 기회를 주는 거요. 살아서 돌아갈 기회.”

“……닥쳐.”

단호한 거절. 노인이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이런. 그대를 사령관으로 둔 기사들이…… 참으로 불쌍하군. 더불어 그 용도. 그것과 함께 온 것이 소공작이나 공녀였다면 또 모르지. 어쩌면 이 사슬을 끊어낼 수 있었을지도.”

세 치 혀로 세드릭의 가장 아픈 부분을 찌른 연금술사가 음흉한 눈으로 반응을 살폈다.

노인은 인간의 심리를 아주 잘 알았다.

저 불운한 공자는 형으로는 그리 발군이라 칭해지는 소공작을, 동생으로는 전례 없다는 대정령사를 두고 있다.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다른 형제들이 지나치게 뛰어나 빛을 보지 못하는 이.

저 공자는 은연중에 항시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아왔을 테고, 무력한 이 순간 그 자기혐오는 배가 되었을 터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살려서 보내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저 약해진 마음을 살살 긁어 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게 만드는 것도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일…….

‘웃어?’

고개 숙인 세드릭의 입매를 본 노인의 눈이 일그러졌다.

미쳐서 웃는 건가? 아니면 자조의 웃음인가?

‘아니다. 저건 그런 게 아니야.’

엉망이 된 몸으로 큭큭 웃던 세드릭이 입을 열었다.

“이봐, 늙은이. 내가 자괴감에 빠져 벌벌 떠는 꼴을 보고 싶었나 본데.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될 거야.”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황에서도 투지를 잃지 않은 금안이 노인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가 지나치게 뛰어난 형과 두 동생 사이에서 자라며 배운 건…… 고작 열등감 따위가 아니거든.”

세드릭이 뒤를 돌아봤다.

다수의 호문쿨루스와 정신없이 검을 섞으면서도 연신 이쪽을 흘끗대는 기사들이 보인다.

한눈팔지 말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저리 대거로 어길 만큼, 그의 상태가 좋지 않기는 한가 보다.

“……기사단.”

“예!”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답이 들려온다.

“저것들이 우리 막내를 바치고 내가 무릎을 꿇으면 너희들을 모두 살려 보내준다고 하는데.”

그 말에 누군가는 약관을 갓 지난 사령관을 바라봤고, 누군가는 힘겹게 검을 막아내며 듣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와 열 따위는 없는 전쟁터. 제각기 표정과 자세는 다르나 다 같은 것 하나가 있다.

그 누구의 눈빛 속에도, 의심은 없다는 것.

“나는 그렇겐 못 하겠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또 그것이 지당하게 옳다는 듯.

모두의 입꼬리가 조금 더 말려 올라가고, 눈빛엔 조금 더 자부심이 들어찬다.

“차라리 이곳에서…… 나와 같이 죽어줘라.”

크게 검을 휘둘러 호문쿨루스를 뿌리친 드웬이 세드릭의 곁으로 다가와 등 뒤에 버티고 섰다.

“당연한 것을 뭘 그리 말로 하십니까, 낯간지럽게.”

“어차피 저것들은 우리를 살려 보낼 생각도 없을 겁니다! 호구가 되느니 불나방처럼 죽는 게 백번 낫지.”

“뒤늦게 따라올 것들한테 들려줄 무용담 하나 생기겠네!”

“근데 여기서 죽으면 묘비는 세워줍니까?”

“묘비는 무슨. 아가씨께서 훗날 오셔서 술이나 한잔 뿌려주시겠지.”

“캬아. 그거 내가 살아서 마셔본 술 중 제일 맛있겠는데!”

“죽어서겠지. 멍청아.”

등 뒤에서 하나둘씩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

그들답다.

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사지를 걸어온 기사들에게, 기어코 맞이하게 된 죽음이란 항상 주변을 맴돌던 것과 조우하게 된 정도, 그 이상은 아니었다.

앞은 연금술사들. 뒤는 호문쿨루스.

지켜야 할 털 뭉치 하나, 목숨이 간당간당한 사령관 하나.

검을 고쳐 쥐자, 모든 이들의 검에서 세공된 작은 꽃잎이 달랑거렸다.

……이 분위기와 참 걸맞지 않은, 그 어느 날 봄의 향기.

한 번만 더 뵙고 싶습니다, 아가씨.

그 누구도 입 밖에 내진 못한 말이었다.

***

눈앞이 번쩍번쩍 튀었다.

온몸을 난도질하는 것 같은 고통 뒤에는 혼을 저며내는 듯한 진통이 뒤따른다.

실험체로 있었던 동안에도 적지 않은 몹쓸 짓을 당했었지만, 이 정도로 아파본 적은 결단코 없었다.

뿌리치고자 몸을 뒤흔들수록 쇠사슬은 마치 뱀처럼 엉겨왔다.

‘차라리 죽여줘.’

그 말조차 고작 비명이 되어 내질러진다.

“크아아아아악-!”

누나. 나 아파. 형아. 나 괴로워.

‘구해줘. 누가 좀…….’

아니. 아니야. 이게 아니야.

어린 용이 격통 속에서 앞발을 움찔거렸다.

‘형아. 형아는 괜찮은 거야……?’

아까 적들이 잔뜩 있었는데.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형아는 강한 인간이지만 나는 더 강한 용인데.

나한테 목검도 던지고 카드놀이도 얍삽하게 하고 내 간식도 훔쳐먹었지만…… 그래도 같이 낮잠도 자고 안아도 주고 달리기도 했던…… 내 가족인데…….

엔리르가 가까스로 한쪽 눈을 떴다.

다시금 밀려오는 고통에 이를 꽉 깨무니 뭔가 아득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아랑곳하지 않은 엔리르가 부들부들 떨며 시선을 올렸다.

그러자 앞을 가로막은 등이 보인다.

익숙한 이의 것이다.

‘형아…….’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다시 시선을 내리던 용의 눈에 심상치 않은 색으로 물든 땅이 시리게 박혀 들었다.

‘……!’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흘러 흙을 적시고 있는 것은 피가 분명했다.

‘저게 왜 형아 몸에서…….’

이 끔찍한 진통, 그것을 넘어 두려움이 밀려든다.

문득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던 말들이 떠오른다.

- 나보고 형이라며. 형 노릇 좀 하자.

- 용건은 무슨. 형이 동생을 지키는 데 이유가 있나.

그래서야?

내가 형이라고 불러서. 내가 동생이라서. 우리가 가족이라서.

그래서 내 앞에 그 꼴로 서 있는 거야?

‘안 돼. 안 돼…….’

그때였다.

서서히 거리를 좁히던 호문쿨루스들이 일제히 쇄도한다.

구덩이 반대편에서는 연금술사들이 알 수 없는 언어를 웅얼거리며 각종 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언뜻 봐도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는 진한 녹색의 운무가 허공을 온통 뒤덮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리쬐던 해가 더 이상 그들에게 닿지 않자, 슬쩍 위를 바라본 드웬이 고개를 내저었다.

“독이로군.”

그러자 1차 인마전쟁 당시 연금술사들과 전투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혀를 찼다.

“하여간 한결같이 약아빠진 것들.”

“아이고, 내가 검도 아닌 독에 죽네! 독에!”

“여기 카론이 있어야 했는데!”

“카론 경은 독을 먹어도 멀쩡합니까?”

“그야 모르지, 안 먹여 봤으니까! 근데 암살자 출신이니 아마 멀쩡할걸? 원래 바닥을 굴렀던 놈들이 오만가지 다 주워 먹어도 탈이 안 나거든.”

“차라리 도련님만이라도 뒤로……!”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세드릭이 곧바로 일갈했다.

“시끄럽다. 여기서 가장 먼저 죽을 사람은 나다!”

노인이 흡족하다는 듯 세드릭과 기사들의 머리 위를 응시했다.

“크흐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촌극이로군.”

연금술사들 중 일부만이 다루는 독은 해독제가 없기로 유명하다.

자연을 뒤틀어 만들어낸 것이니만큼, 웬만한 재료로는 해독할 엄두도 내기 어려웠다.

확실한 효과를 내는 건 세계에 존재하는 기운 중 큰 축을 이루는 자연력, 존재력, 지배력 정도.

그것도 극상에 다다른 정도는 되어야 독기를 몰아낼 수 있기에, 전쟁터에선 성가시기로 손꼽히는 능력이었다.

반대편에 선 저 노인은 제법 실력 있는 연금술사임이 분명했다. 고작 병을 던지거나 가루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구름을 만들어 창공을 뒤덮어버리다니.

“……이러면 뭐, 빠져나갈 구석이 없네.”

누군가 허탈하게 읊조리자, 연금술사가 끌끌 웃었다.

“걱정들 마시게. 즉사하는 것은 아니니. 내가 그렇게 인정이 없는 사람은 아니거든.”

“…….”

“그 독은 그저 팔다리를 조금 무겁게 만들고, 눈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정도에 불과해.”

“…….”

“그대들이 아주 신명 나게 칼춤을 춰본다면, 그래, 어쩌면 살아날 방도가 있을지도 모르지.”

“……야. 난 우리 아가씨보다 조동아리 험악한 놈은 처음 본다.”

없는 희망을 얘기하며 끝까지 발악하게 만드는 것. 팔짱 끼고 관람하는 이의 입장에서야 그것이 더욱 재미있을 테니 저러는 걸 테니, 심히 악질이다.

“너무 원망은 마시게. 내가 준 기회를 차버린 건 다름 아닌 그대들의 사령관이니.”

그 말을 끝으로, 허공을 휘돌던 녹색의 운무가 일거에 지상으로 가라앉았다.

세드릭과 기사들의 몸이 연기에 잠식된다.

과거에도 악명 높았던 만큼, 효과는 빨랐다.

시야의 일부가 천천히 차단되고, 팔과 다리가 생각보다 한 박자씩 느리게 움직인다.

뻐근한 눈을 비비며 누군가 투덜댔다.

“더럽게 효과 좋네. 빌어먹을 것들.”

“주군께서 보시면 독도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말랑하게 수련했냐면서 두들겨 패시겠다.”

“아가씨께서 보시면 오늘부터 아침밥은 독이라면서 빵에 독을 타주실 텐데.”

“지금 같으면 그거 웃으면서 먹을 수 있겠다.”

일견 태연한 대화.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가벼운 것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의 무게가 따라 옅어지는 건 아니었다.

감각이 하나씩 차단되자 세드릭과 기사들의 검에도 조금씩 예기가 떨어져 갔다.

그리고.

오로지 전투만을 위해 만들어진 병기들이 그 틈을 놓칠 리 없다.

- 푸욱.

- 푸욱.

여기저기서 피육을 찢는 섬찟한 소리가 들려온다.

혼몽한 귀로 이를 들은 엔리르가 애처롭게 그르렁대며 몸을 뒤틀었다.

“제발…… 안 돼…….”

그때였다.

엔리르의 동그란 머리 위로 그늘이 졌다.

어린 용이 어렵사리 눈을 들자, 피투성이가 된 세드릭이 보인다.

털썩.

마치 실 끊어진 인형처럼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세드릭이 땅을 더듬어 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덜덜 떨리는 손이 세드릭의 상태를 익히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두려움에 떨던 엔리르의 입에서 고통 어린 비명 대신 간절한 부름이 흘러나왔다.

“……혀, 형아.”

“엔……리르.”

“괘, 괜찮은 거지? 응?”

“…….”

“형아……?”

“형 노릇도…… 제대로 못 해서 미안하다.”

용의 몸이 벌벌 떨렸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눈이 둘 곳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 그러지 마! 왜 그렇게 말해! 그러지 마아!”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혀, 형아가 올 거야? 나 데리러, 올 거야?”

“아버지와 어머니가. 형님이. 이브가. 꼭, 구하러 갈 테니까…….”

“……형아는……? 형아는 왜 안 오고……?”

툭. 검을 쥐지 않은 세드릭의 손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다.

용의 심장이 바닥 없이 떨어져 내린다.

“혀, 형아……?”

항상 퉁명스럽게 왜, 하며 던지던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형아……?”

여러 번 다시 불러도 마찬가지.

“…….”

쇠사슬이 주는 고통 따위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 심장을 헤집어내는 고통이 컸기에.

내가 당신을 형이라 부르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곳에 당신을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금 더 강했더라면. 내가 저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더라면.

끝없는 자책 속에, 동그란 눈에서 흐르는 피눈물이 땅을 적셨다. 말랑한 앞발이 땅을 애처로이 긁었다.

“끄으으…….”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정 붙였던 가족을 잃은 용은 이성 또한 잃었다.

시야가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다.

동시에 커다란 무언가가 속에서 기지개를 켜는 기분이 든다.

억눌려 있던 어떤 것이 작은 육신을 뚫고 나오는 듯한 느낌.

쇠사슬이 주던 고통과는 또 다른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크르르르르…….”

낮게 우짖자 갈 곳을 잃은 브레스가 사방에 마구잡이로 울컥 내뱉어졌다.

대지가 불탄다. 오로지 세드릭과 기사들에게만 닿지 않을 화염이 넘실댄다.

그 화마 속. 엔리르의 앞발이 익히 아는 용의 그것처럼 크고 단단하게 변한다.

보드라웠던 털이 역으로 눕고 그 자리를 단단한 붉은 비늘이 대신했다.

늘 이벨리아의 팔을 살랑살랑 간지럽혔던 꼬리는 가시를 잔뜩 박아둔 철퇴처럼 변하고.

작디작았던 몸체 역시 점점 크기를 키워 간다.

굳건했던 사슬에 미약한 실금이 가자, 반대편에서 오시하던 연금술사들이 아연하게 입을 벌렸다.

“저, 저게 무슨……!”

“반쪽짜리 용이 갑자기……!”

이젠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몸집을 키운 용.

이윽고 속박하던 사슬이 견디지 못하고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소리가 선명히 들려온다.

“……크르르르륵.”

고서(古書)를 찢고 나온 것만 같은, 흠결 없이 건재한 용이 크게 날갯짓하여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풍압에 지상에 있던 흙이 죄 쓸려나가고 나무와 바위가 뽑혀 나뒹군다.

압도적인 존재력에 산천초목이 벌벌 떨며 고개를 숙인다.

세계가 마지막으로 품은 용을 향해 친애와 존중을 담아 인사한다.

- 펄럭.

붉고 단단한 날개가 하늘을 뒤덮고 피막을 찢어내고, 세로로 찢어진 섬뜩한 눈이 증오하는 적을 향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바야흐로 완연한 성체가 된 용의 광기 어린 포효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