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1화: 후작님과 데이트를 해보세요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아쉬운 이별 뒤의 귀환이 늘 그렇듯.
게이트와 산맥을 지나는 내내 침체되어 있던 이벨리아는 어느덧 지척에 보이는 수도를 마주하고서야 기운을 차렸다.
아직 수도의 성문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커다란 함성이 부유하듯 내려앉는다.
- 와아아아아!
- 공작 각하와 공녀님께서 귀환하셨다!
성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제국민들. 환대하듯 드높이 휘날리는 깃발.
가까이 다가갈수록 함성은 커졌다.
공녀님이 직접 악마를 처리하시고 타국의 황태녀를 구했다는 사실.
루페르트 후작 각하가 무려 제3악마를 소멸시켰다는 사실.
공작 각하와 기사단이 여러 국지전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악마와 마족들을 토벌했다는 사실.
그 모든 무용담은 이미 적당한 각색을 거쳐 에르카디아에까지 널리 퍼져 있었다.
이벨리아가 성문을 통과하자마자, 제국민들이 각자 챙겨온 바구니에서 꽃잎을 집어 뿌렸다.
“공녀님, 다친 곳은 없으시지요? 예?”
“공녀님께 드릴 꽃을 준비했습니다!”
“공작 각하! 믿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기사님들, 이번엔 또 무엇을 부수고 오셨습니까?”
“후작 각하! 이쪽을 좀 봐주십시오!”
그 어지러운 환대의 틈바구니.
이벨리아는 눈앞으로 흩날리는 꽃잎 하나를 잡았다.
“나랑 닮은 색이네.”
일부러 준비한 듯 이벨리아를 꼭 닮은 노란색 꽃잎.
“…….”
꽃은 사치품이다. 저렴하지 않다. 저들이 이 많은 꽃을 사기 위해선 적지 않은 생활비를 들였어야 할 터.
그럼에도 이들은 이 수도를 샅샅이 뒤져 노란 꽃이란 꽃은 모두 사들였겠지.
오로지 내 무사 귀환을 축하하고 반겨주기 위해서.
한때 왜 저들은 검을 들고 전장에 나가지 않을까. 왜 우리의 뒤에 숨어서 바라기만 할까. 그리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안다. 누구나 자신들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그래서 저들은 그 감사와 미안함을 담아, 할 수 있는 최선의 배웅과 환대를 한다는 걸.
이러니 어떻게 미워하겠어. 어떻게 마냥 이기적이라며 외면하겠어.
속에서 요동치는 울컥거림을 삼킨 이벨리아가 환히 웃으며 높게 손을 흔들었다.
자신을 기다렸던 이들이 가장 듣고 싶었을 인사와 함께.
“나 다녀왔어!”
***
하르벤타의 전쟁으로 인해 온 제국은 한동안 뒤숭숭했다.
쉽게 평화에 잠식되어 살던 사람들은 커다란 사건 한 번에 과거 인마전쟁을 살던 시기로 돌아갔다.
다른 제국이라 하더라도 비슷한 힘을 가진 패권국인 이상, 덮어두고 남 일이라 치부할 수 없었던 것도 불안감에 한몫했다.
하여 황실과 귀족들은 군사력 증강에, 제국민들은 생필품 조달에 힘쓰던 와중.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새해가 밝았다.
이른 아침.
반짝 눈을 뜬 이벨리아는 이불을 박차고 만세 하듯 두 손을 위로 뻗었다.
“새해다!”
이불 위에 얹혀 있다가 데구루루 떨어진 엔리르가 몸을 푸르르 털었다.
“작년보다 훨씬 좋아하네, 누나.”
“당연하지. 올해는 특별하니까!”
발코니로 호다닥 뛰어간 이벨리아가 벌컥 창문을 열고 크게 외쳤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다아- 어른이 된다아-. 어른이 된다아-.
몇 번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흡족하게 들으며, 이벨리아가 대충 털 슬리퍼에 발을 끼워 넣고 1층 응접실로 뛰어 내려갔다.
열일곱.
성년식과 데뷔탕트(debutante)를 치르는 나이.
많은 것들이 바뀌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맺는 시기.
난간을 잡은 이벨리아가 활짝 웃었다.
기대감으로 심장이 기분 좋게 두근거렸다.
***
쏜살같이 계단을 달려 내려오는 여동생을 보며, 응접실에 앉아 있던 세드릭이 아르칸에게 손을 뻗었다.
“내가 이겼지. 내놔.”
“이런.”
아르칸이 가슴께에 달고 있던 보석을 떼어 세드릭에게 툭 던졌다.
“열일곱이 되었으니 오늘만큼은 얌전한 척을 좀 할 줄 알았는데.”
“우리 아가가 그럴 리 있어?”
날아오는 보석을 휙 낚아챈 세드릭이 씩 웃었다.
성년의 문턱을 밟고 있건만, 여동생은 크게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귀족 영애들은 겉으로라도 우아하고 고상한 척을 잘도 한다던데.
그 옛날과 한 치 다름없이 공작저를 질주하는 여동생을 보며 아르칸이 고개를 저었다. 하긴, 저래야 우리 이브지.
마지막 계단 몇 칸을 훌쩍 뛰어넘어 바닥에 착지한 이벨리아가 허리춤에 두 손을 얹고 고개를 바짝 치켜들었다.
“엣헴. 내가 누구냐!”
그러자 아르칸과 세드릭이 곧바로 호응했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이번 해에 무려 어른이 되는 아가 아니야!”
“세상에, 벌써 부쩍 자란 티가 물씬 나는걸!”
“참으로 보는 눈 있는 오라버니들이로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투로 거들먹거리며 이벨리아가 두 오라버니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며, 휴고가 물었다.
“아가. 올해 어른이 될 기념으로 갖고 싶은 선물은 없느냐.”
“연애 허가권!”
“하거라. 그런데 상대는 아마 죽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럼 외박 허가권!”
“그것도 하거라. 그런데 외박 장소는 아마 지도에서 사라진 상태일지도.”
“뭐야!”
“딸을 사랑하는 아빠지.”
“이익!”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난망한 자유로운 삶에 이벨리아가 분노를 터뜨리고 있던 때.
집사 하델이 난감한 표정으로 한 무더기 우편물을 안고 들어왔다.
흘끗 본 휴고가 혀를 찼다.
“또 쓸데없는 새해 인사인가.”
새해 첫날, 아르티나에는 늘 이렇듯 방대한 문안 편지와 뇌물이 쌓이고는 한다.
항상 그래왔던 터라 휴고는 별 감흥 없이 고개를 돌렸다.
매번 그랬던 대로 집사가 벽난로 속에 와르르 처박을 것으로 생각했건만.
하델은 그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답지 않은 집사의 모습에 휴고가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뭐 하나. 안 버리고.”
“그것이, 올해에는 주인님께 올리는 문안 인사보다 다른 내용의 편지가 훨씬 많아서 이것들을 제 재량으로 버려도 되는지 여쭙고자 모두 들고 왔습니다.”
휴고의 눈썹이 슬쩍 위로 올라갔다.
“뭔데.”
“아가씨께서 성년을 맞이하셨으니…….”
하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일어선 휴고가 하델의 품에서 편지들을 빼앗아 벽난로에 처박았다.
“주인님! 아직 보고 다 안 드렸는데……!”
“저 중에 데뷔탕트 파트너, 성년식 파트너, 약혼, 세 단어 중 하나도 안 들어간 편지가 있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전부 땔감으로 충분하다.”
“앞으로도 세 단어 중 하나라도 담았다면 모두 폐기하면 되겠습니까?”
“그리하도록.”
편지를 먹어 세차게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며, 이벨리아가 턱을 괴고 포옥 한숨을 쉬었다.
무려 성년식을 앞뒀는데도 아빠와 오라버니들의 철벽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르티나 세 부자가 공녀를 탑에 가둬놓고 기른다는 헛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하니…… 큰일이라면 큰일이다.
‘나도 성년식과 데뷔탕트 파트너를 정하긴 해야 하는데.’
아빠와 오라버니들을 데려가는 건 절대 안 될 일이다.
다 큰 귀족 영애가 에스코트하는 영식 없이 가족들과 입장하는 건 비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했으니까.
그렇다고 지금 와서 생판 모르는 영식들을 사냥하러 나서고 싶지도 않다.
‘그럼 내 친구들 중에서 골라 데려가야 하는데.’
누가 있지. 곰곰이 생각하던 이벨리아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토끼, 식량 도둑, 아가 용, 엘라임, 동화책 공장 공장장…… 아, 그 게으른 마스터도 있지.’
본디 평민을 성년식 파트너로 데려갔다가는 손가락질 받을 소지가 다분했으나, 파라반트의 마스터 정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 자체로 일국의 왕과 다름없는 권력.
연 한번 대고 싶어서 줄 선 귀족이 수도를 몇 바퀴 감고도 남을 정도이니, 데려가면 제대로 면이 서기는 할 터다.
물론 이벨리아가 그런 복잡한 사정까지 신경 쓸 리는 없었고, 그저 데려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들을 점쳐보는 것뿐이었지만.
‘데뷔탕트랑 성년식은 아주 중요한 날인데. 아무나 파트너로 고르고 싶진 않아.’
보통의 귀족들은 연인이나 약혼자의 에스코트를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날 파트너를 부탁하면 딱인데.’
근데 나는 아직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 좋아한다는 건 뭐지?
‘연애는 어떻게 시작하지? 그냥 좋아한다 말하고 냅다 손을 잡으면 시작인가?’
타닥 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넋을 놓은 채, 이벨리아가 사색에 빠져들었다.
‘내 또래의 영애들은 모두 연인도 만들고 약혼도 한다는데…… 왜 나는 그런 감정을 느낀 적조차 없는 거지?’
나 뭔가 잘못됐나?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건 아닐까?
“아가. 무슨 생각 해?”
“오라버니가 너무 시끄러웠어?”
“아니야. 어른이 되니까 생각할 게 조금 많아져서 그래.”
엄마랑 아빠는 대체 어떻게 연애를 시작한 걸까.
오라버니들은 언제 상대를 향해 좋아하는 감정을 품은 걸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걸 하고 있다.
연모. 은애. 사랑. 뭐 그런 형체 없고 간질거리는 것들.
눈앞에 맴도는 뜬구름을 피해, 이벨리아는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포옥 파묻었다.
***
그렇게 새해 첫날을 좋아한다는 감정에 대해 고심하며 보낸 이벨리아는, 깊은 밤 즈음 빼꼼 방문을 열고 살금살금 서재로 향했다.
‘책에는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겠지.’
으른들의 연애에 관한 조언이 필요하다.
동화 속 왕자님이 나오는 그런 순수한 내용 말고, 진한 실전을 담은 책이.
여태껏 관심 가진 적 없는 분야의 책을 찾기 위해 서재로 오니, 왠지 목덜미가 뜨끈뜨끈하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괜히 나쁜 일을 하는 것만 같은 느낌.
- 끼이익.
서재의 문이 열리고.
한 발 들이자마자 책장 사이에서 하인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가씨?”
“흐익!”
“여기서 뭐 하십니까?”
“너, 너야말로 뭐 해!”
“예? 저는 이곳 사서를 맡고 있는지라…….”
“그, 그래?”
“그간 서재엔 일절 걸음 하지 않으시더니…… 혹시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지요?”
“아니!”
“없으시다고요?”
“있는데, 내가 찾을 거야!”
“하지만 워낙 넓어서 찾기가 쉽지 않으실 겁니다.”
“관련 주제를 부르면 책이 알아서 나오는 거 알고 있어.”
“관련 책이 생각보다 많아서, 그 안에서 또 필요한 책을 고르시려면 한참 걸리실 텐데요.”
“됐어! 그, 그냥 나가 있어! 내가 알아서 찾을 테니까.”
수상하게 고개 젓는 이벨리아를 이상하게 바라보며, 하인이 고개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제대로 닫히는 것을 확인한 이벨리아는 자리에 앉아 원하는 책의 키워드를 읊었다.
“연애. 사랑. 파트너. 데뷔탕트.”
그러자 마치 자신을 뽑아달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오만가지 책이 이벨리아의 발치로 착착 날아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 사방에 쌓인 책의 향연.
이벨리아는 가장 위에 놓인 두꺼운 책을 집어 들었다.
“…….”
빠르게 움직이던 눈동자가 딱 멈추더니 어느 구절을 계속해서 더듬었다.
이내 하얗던 얼굴이 슬슬 발갛게 물들었다.
“혀를…… 뭐…… 왜…….”
손이 천천히 다음 장을 넘겼다.
“으악!”
무언가를 보고 책을 내동댕이쳐버린 이벨리아가 눈을 비볐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천천히 다가가 마치 더러운 것을 만지기라도 하듯 책의 끄트머리를 슬쩍 들어 올려 내용을 다시 보니…….
“으아악!”
마땅히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가 가득해야 할 책에 왜 살색 그림이 가득한 거야?
기초 단계를 밟기 전에 최고 심화 과정을 눈에 담아버린 이벨리아가 진저리를 치며 서재 밖으로 뛰쳐나갔다.
***
방으로 돌아온 이벨리아는 베개를 끌어안고 잔상을 떨쳐냈다.
“그래. 연애는 글로 배우면 안 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아.”
역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경험자에게 조언을 구해야 하는 법.
그런 면에서는 가장 도움이 될 사람이 있기는 하다.
다음 날 아침.
이벨리아는 동이 트자마자 옷을 갖춰 입고 카시스 후작저로 향했다.
마침 외출을 준비하던 이크리안은 깔끔한 정복을 입은 채로, 막 일어난 렐리안은 잠옷을 입은 채로 뛰어 내려와 반겼다.
카시스 후작가의 집사에게 외투를 벗어 건네주며, 이벨리아가 여상하게 말했다.
“동화책 공장장 오라버니. 내 데뷔탕트 파트너 할래?”
“오. 신선한 암살 방법이로군요, 공녀님.”
“이게 왜 암살 방법이야?”
“공녀님의 데뷔탕트 파트너는 목숨을 건지기 어려울 테니까요.”
“감히 날 거절하는 거야?”
“저는 가늘고 길게 살고 싶습니다, 공녀님.”
어차피 동화책 공장 공장장과 파트너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 이벨리아 역시 픽 웃으며 렐리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렐리안. 상담할 게 있어서 왔어.”
“이브가 제게요? 뭔가요?”
“나 데뷔탕트 파트너를 찾아야 해.”
드디어 우리 이브가! 렐리안이 살포시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그런데요?”
“그런데 나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 사실 좋아한다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어.”
“그럴 법도 하죠. 그동안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감정을 마주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렐리안은 처음 우리 오라버니를 좋아하게 됐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 정말 종소리가 들렸어? 아니, 그보다는 언제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거야?”
렐리안이 옆에서 쫑긋 귀를 세우고 있던 이크리안을 참새 쫓듯 쫓아버렸다.
그러고는 따뜻한 차를 우려 이벨리아에게 건네고 맞은편에 앉았다.
“이브. 루페르트 후작님을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에요?”
“든든하고 좋은 친구. 내 반쪽을 줘도 아깝지 않아.”
“그럼 황태자 전하를 생각하시면요?”
“내 식량을 빼앗은 건 아직 잊지 않았어. 그래도 내가 잘 지켜줘야 하는 친구야.”
“물의 정령왕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호로록 마셔보고 싶어.”
“혹시 용님을 생각하시면요?”
“털이 부드러워.”
“파라반트의 마스터님은 어떨까요?”
“게을러.”
“……큰일이네요.”
우리 이브는 이 방면으로는 정말 멍청하군요.
렐리안이 천천히 턱을 쓸었다.
일단 공녀님에겐 본인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볼 기회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기회는 단둘이 시간을 보낼 때 다가오곤 한다.
‘아무래도 공녀님께서는 그들과 단둘이 시간을 보낸 적이 너무 적어.’
항상 비밀기지에서 다 함께 만나기 일쑤셨으니까.
‘나도 아르칸 오라버니와 둘이서만 데이트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감정도 훨씬 깊어졌는걸. 이브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렐리안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현명한 조언을 건넸다.
“이브. 단둘이 좀 놀아봐요.”
“응?”
“제가 방금 물었던 분들과 둘이서만 시간을 좀 보내보세요. 돌아가면서 차례로요.”
“둘이서? 뭐 하고?”
렐리안이 찻잔을 달칵 내려두고 맑게 웃었다.
“다 큰 남녀 둘이 뭘 하겠어요. 데이트지.”
그리고 살짝 넣은 사심 한 스푼.
“처음은 아무래도…… 루페르트 후작님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