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화: 우리 모두의 행복을 빌며
마족들은 이번 전쟁의 선봉장을 잃은 반면, 에르카디아의 지원을 받은 하르벤타 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심지어 아르티나 기사단까지 국지전에 직접 뛰어드니, 동이 트기 전에 대부분의 전황이 정리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대다수의 국지전이 하르벤타의 승리로 마무리되자, 간간이 살아 도주하는 마족들을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하여 희뿌옇게 여명이 비칠 무렵. 휴고와 아르티나 기사단은 지체 없이 별궁으로 복귀했다.
곧이어 몇 시간 지난 정오 즈음, 이샤트와 아드니엘 역시 헐레벌떡 이벨리아가 쉬고 있는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당연히 깨어 있을 줄 알았건만. 세상모르고 색색 숨을 내쉬는 모습에 한없이 불안해진다.
그들은 이벨리아가 자고 있는 침대 곁에 옹기종기 모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알짱거렸다.
“왜 공녀가 일어나질 못하지……?”
“어의! 어의는 어디 있나!”
“그 돌팔이는 내가 어제 내쫓았다.”
“그러면 신관! 신관은 어서 이리 오너라!”
“그 사이비도 내쫓았다.”
공녀 치료하라고 부른 의료진을 다 어디로 치워버린 거야.
골치 아파 이마를 짚은 이샤트의 뒤에 숨은 채로 아드니엘이 손가락질했다.
“……죄다 내쫓아버린 악마님 때문에 공녀가 안 일어나는 거네.”
“너도 내쫓기기 싫으면 닥쳐라.”
“합.”
그러자 여전히 이벨리아 곁에 앞발을 괴고 누워 있던 엔리르가 몸을 일으켜 앞다리 뒷다리 쭈욱 기지개를 켰다.
“다들 호들갑 떨지 마. 누나는 원래 잠이 많아서 종종 이 시간까지 자곤 해.”
“에엥. 굼벵이가 아니고서야 그럴 리가!”
“어디 우리 누나를 굼벵이에 비교해? 누나는 그것보다 게을러.”
상당히 찔리는 소리를 들은 이벨리아가 잠결에 웅얼웅얼 답했다.
“나 굼벵이 아냐…….”
“엇, 공녀 일어났다!”
“아냐, 저건 잠꼬대야. 듣기 싫은 소리를 들으면 저래.”
잠결에도 자기 욕은 기가 막히게 캐치하는 순발력에 이샤트가 감탄했다.
“내가 또 신기한 거 보여 줄까?”
“또 있습니까?”
“응. 봐봐.”
엔리르가 옆에 놓인 종이를 앞발로 눌러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면서 들으라는 듯 크게 외쳤다.
“우와, 맛있는 고기랑 쿠키다! 내가 혼자 다아 먹어야지!”
그러자 이벨리아의 손끝이 움찔 떨렸다.
이내 작은 코가 발랑발랑 움직이고, 곧이어 푸른 눈이 천천히 뜨인다.
“……나도 줘.”
아르티나 공작저 내엔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있는 아가씨 깨우는 법. 엔리르와 아르티나 기사단이 키득키득 웃고, 이샤트와 아드니엘은 둘도 없는 진기명기를 본 것처럼 짝짝 손뼉을 쳤다.
그 활기찬 소리에 잠에서 깬 이벨리아가 이불에 얼굴을 비비고는 눈꺼풀을 느리게 깜박였다.
졸음 가득한 눈에 초점이 잡히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방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이 보인다.
눈부셔 눈을 살짝 찡그리자 아가레스가 크고 따뜻한 손으로 눈 위를 부드러이 덮어 주었다. 그 세심한 배려에 이벨리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침대 곁을 지키던 이들이 안도하며 재잘댔다.
“공녀! 우리가 이겼다!”
“공녀. 용님은 아주 대단해. 마법을 아주 멋있게 써.”
“잘한다, 거북이 황자. 더 해. 누나한테 더 말해.”
“더요? 으음, 갑자기 칼이 휘잉, 잔이 허공에 똬악!”
“……넌 잘하는 게 뭐야, 이 모자란 거북이.”
“몸은 괜찮으냐, 우리 딸.”
“아가씨, 아가씨, 저희가 새벽에 마족들을 아주 싹 쓸어버렸지요!”
눈은 가려져 있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모두 무사한 모양이다.
다행이라는 듯 이벨리아가 옅게 소리 내서 웃었다.
그 소란 속. 아가레스가 이벨리아의 눈을 덮었던 손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좋은 꿈 꿨어, 이브?”
“으응.”
“다행이다.”
그러자 엔리르가 폴짝 뛰어 이벨리아의 이마에 앞발을 가져다 댔다.
“지금은 말짱하네.”
“언제는 안 말짱했어?”
“누나 새벽 내내 끙끙거렸어.”
“내가?”
“응. 그래서 악마가 계속 토닥토닥하면서 자장가…… 으악!”
아가레스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용의 꼬리를 집어 방구석으로 휙 던져버렸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엔리르가 있던 자리를 냉큼 차지한 이샤트가 이벨리아의 손을 잡고 종알거렸다.
“공녀, 하르벤타에 조금만 더 머물러라. 정리가 조금 끝나는 대로 승전 연회를 열자!”
이벨리아의 상처를 살피던 휴고가 고개를 저었다.
“연회는 됐습니다. 이브가 몸을 추스르는 대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에엑? 그렇게 야박하게 굴기인가, 공작!”
“하르벤타가 이 꼴이 되었으니 에르카디아 역시 방심할 수 없습니다. 아르티나가 자리를 비워선 곤란합니다.”
반박할 여지 없는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샤트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래도 이렇게 보내기엔 마음이 편치 않은데.”
나와 제국민들을 살려줬는데…….
“공녀, 혹시 내게 바라는 선물이라도…….”
뭐든 말해보라고 하려던 찰나.
급한 일만 마치고 감사를 전하러 온 황제가 방 안으로 들어서며 이샤트의 말을 받았다.
“바라는 선물은 황태녀가 아닌 내게 말하게, 공녀.”
원군이 자국을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주면 막대한 보상을 건네는 것이 관례다.
성대한 연회는 물론이고 풍족한 금과 비단, 가축과 보석, 때로는 영토까지.
그 무엇도 제국 그 자체보다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또 그 정도의 대가는 있어야 타국에서도 쉬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테니까.
하여 온화하게 미소 짓고 바라보는 황제를 향해 이벨리아가 되물었다.
“답례라면 에르카디아에 주시는 것 아니었나요?”
“제국 간 답례야 그쪽 황제와 처리할 일이고. 공녀는 제국의 원군으로 온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니 에르카디아에 건넬 답례와는 별도로 처리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은데.”
합당히 준다는 것은 거절하는 법이 없다. 이벨리아가 눈을 반짝 빛내며 두 손을 모았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역시 현명하신 폐하!”
그 잔망스러운 태도에 황제가 픽 웃었다. 하여간 참 잘 자랐단 말이지.
“무엇이든지 다 괜찮은가요?”
“이 제국 존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면.”
너그러이 화답하면서 황제는 생각했다.
이제 막 성년식을 앞둔 소녀가 요청할 것 중 가장 큰 것이라고 해봐야, 제국의 국보로 지정된 보석 정도가 아니겠는가. 국보 하나하나가 상당한 귀물이기는 하다만…….
‘없으면 큰일이 나는 것들도 아니니 그 정도는 아르티나 공작과 저 악마가 있는 자리에서 시원하게 내줘버리고 제대로 생색내는 것이 낫지.’
여유롭게 답을 기다리는 황제를 향해 이벨리아가 운을 뗐다.
“폐하. 하르벤타의 최남단에요.”
“그래. 아주 경치가 좋은 곳이지. 그곳에서 쓸 별장이 필요한 것이냐.”
“그것도 주시면 좋긴 한데, 그보단 거기 아주 대단한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흐음…… 대단한 것이라면 많지. 바다도 볼만하고, 동굴도 나쁘지 않고.”
“그런 것들 말고요. 돈 되는 거요.”
“……?”
“거기 광산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걸 어떻게……!”
경악한 황제의 면전에 대고, 이벨리아가 해사하게 웃으며 두 손을 내밀었다.
“그거 주세요. 다이아몬드 광산.”
***
하르벤타 최남단에서 얼마 전 발견된 광산은 아직 극비였다.
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인부가 우연히 발견한 반짝이는 돌 하나.
보고를 받고 홀로 꿀꺽할까 했던 영주는 채굴에 필요한 막대한 금액을 우려하여 곧바로 황실에 알렸더랬다.
그러나 그 안에서 다이아몬드 외에 어떤 광물이 더 채굴되는지,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지 아직 파악 중이어서 극비에 부치고 있었는데.
‘대체 공녀가 그걸 어떻게 알고!’
한편 이벨리아는 신나게 까닥이려는 발에 애써 힘을 주어 멈췄다.
낭패라는 듯한 황제의 표정을 보니 파라반트의 마스터로부터 강탈한 그 정보가 헛것은 아니었나 보다.
‘농땡이만 피우는 그 마스터가 도움이 될 때도 있네.’
며칠 전이었다. 이벨리아는 당최 정보를 물어오지 않는 파라반트 마스터에게 독촉을 하러 갔다가, 금제탑 정보 없으면 다른 정보라도 내놓으라 위협하여 최근 입수된 정보들을 마구잡이로 열람하고 왔더랬다.
이벨리아에게 단단히 홀린 파라반트의 마스터는 웃음이 지는 입가를 가린 채 그 행패를 다정히 두고 보았고.
그러니까 이벨리아가 이 정보를 알게 된 것은 대륙 최고의 정보 길드 마스터를 구워삶은 이의 특권이나 다름없었다.
이 사실까지는 알 리 없는 황제가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극비였는데……!”
“저 말고는 아는 사람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괜찮아요!”
“공녀가 알고 내게 이런 청을 하였으니 문제지!”
“에엥…… 분명 다 들어준다고 하셨는데…… 어려우신가요?”
황제가 되어서 한입 가지고 두말하냐는 불만이 역력한 눈빛.
마주한 황제가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훑었다.
“그, 그것이 완전히 황실의 것은 아니고 관할하는 영주도 어느 정도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는 해서…….”
“어차피 채굴하려면 돈이 들잖아요. 그 영주가 혼자 그걸 감당할 수 있나요?”
이벨리아가 생긋 웃었다. 어디서 밑장빼기세요, 폐하.
“감당 못 하니까 황실에 알린 거잖아요, 그 영주.”
“빌어먹게 똑똑하긴.”
“감사합니다. 채굴 비용은 제가 책임질게요. 아니, 우리 아빠가 책임질게요. 그러면 그 영주도 손해 볼 건 없겠지요.”
친구의 딸을 바라보듯 이벨리아를 응시하던 황제가 돌연 협상가의 태도로 맞은편에 앉았다.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 터다.
“아무리 그래도 광산을 통째로 넘기는 건 하르벤타로서도 부담일세.”
“하긴, 광산을 넘기시려면 폐하께서도 명분이 필요하시겠네요. 그렇다면 영주가 2할, 하르벤타가 2할, 제가 6할. 채굴 투자는 제가, 아니 아빠가. 이 정도면 공정하죠?”
“하르벤타 땅에서 난 것인데 하르벤타의 지분이 지나치게 적군.”
“엄밀히 말하자면 영주의 땅이니, 영주가 채굴 비용을 이유로 보고하지 않았으면 하르벤타 황실의 지분은 없지요.”
“보고 여부를 떠나, 영주는 세금 조로 그보다 많은 비율을 바쳤을 걸세.”
“하지만 반대로 황실에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셔야 했겠지요.”
“3할.”
“투자자가 5할만 가져가는 계약이 어디 있나요.”
“찾아보면 꽤 많다네.”
“이 계약에선 아니에요. 앉아서 받아만 먹으면 되는 하르벤타로서는 2할이어도 충분히 이득일 텐데요.”
황제의 눈썹이 꿈틀댔다. 무슨 아직 성년식도 안 치른 꼬맹이가 이렇게 똑 부러져.
“공녀. 그 협상 태도는 공작부인에게 배웠나?”
“네!”
“……그렇다면 납득이 가는군.”
그 요망한 혓바닥 유전자가 어디로 갔겠나.
1차 인마전쟁 당시에도 말재간으로 상대 선봉장의 정신을 쏙 빼놓던 장군이었던 것을.
황제가 꼬았던 다리를 풀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협상이 끝났다는 뜻으로.
“좋다. 공녀가 제국을 크게 도왔으니 나 또한 아낌없이 베풀어야 맞겠지. 계약서는 작성하여 보내도록 하겠네. 검토 후 이의가 없으면 날인하여 회신하도록.”
“좋습니다.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니 기쁘네요.”
그러자 눈 뜨고 코 베인 휴고가 뒤에서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내겐 공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뭘 잘못 이해했나. 휴고가 딸에게 물었다.
“딸아. 채굴 비용은 누가 낸다고?”
“아빠가!”
“다이아몬드는 누가 갖는다고?”
“내가!”
“……전형적인 불공정 계약이로군.”
“……그런데 참으로 당당해.”
휴고와 황제의 얼빠진 표정을 보던 이샤트와 아드니엘이 킥킥 웃었다.
항상 모든 존재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던 두 위인이 저리 휘둘리는 것을 보니 그저 유쾌했다.
황제가 푸욱 한숨 쉬며 말했다.
“우리 공녀가 어릴 적엔 이리 뺀질거리지 않았었는데 말이야.”
“살다 보니 이런 게 필요할 때도 있더라고요.”
한마디도 지지 않는 어린 소녀를 보며, 황제가 낮게 웃었다.
광산을 빼앗긴 건 속 아팠으나, 공녀의 성장을 삐뚤어진 눈으로 볼 이유는 없었다.
‘황태녀가 또 하나 배웠겠군.’
이벨리아의 성장은 곧 이샤트에게 자극이 되었으니까.
또한, 이 둘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상, 다음 세대의 하르벤타와 에르카디아는 서로 검을 겨누지 않을 테니까.
***
바로 다음 날.
에르카디아의 원군들을 배웅하려는 사람들로 수도 남문(南門)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물론 휴고가 박살을 내놓은 바람에 성벽이 아닌 잔해더미 위를 밟고 올라가 손을 흔들어야 했지만,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 외의 다른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몸소 행차한 황제가 휴고에게 손을 뻗자, 휴고가 짧게 잡았다가 놓았다.
“그대 덕에 에르카디아의 후발대는 오기도 전에 끝나버렸군.”
“제가 후발대입니다.”
“칼라일은 그대가 선발대라고 했는데.”
“선발대는 이브였으니까요. 후에 제가 왔으니 병력이 더 필요할 리 없지 않겠습니까.”
실력이 뒷받침하는 그 오만한 선언. 부정할 수 없음에 황제가 쓰게 웃었다. 칼라일이 부러워서 미치겠다는 말은 속으로 삼킨 채로.
그리고 그로부터 몇 보 떨어진 곳. 이샤트와 아드니엘은 이벨리아의 앞에 서서 입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공녀, 이제 옛날처럼 엉엉 울지 않을게. 구질구질하게 공녀를 잡고 안 놔주지도 않을게.”
“그렇다기엔 내 옷자락이 잔뜩 구겨졌는데, 이샤트.”
이벨리아가 입과 따로 노는 이샤트의 손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아니, 놓을 거야. 놓는 중이야.”
“옷이 찢어지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아드니엘은 이벨리아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의를 끌고는 발개진 얼굴로 물었다.
“공녀, 혹시 대악마님이랑 연애해?”
“엥? 아니?”
“할 거야?”
“……?”
“할 건가 보네…… 그럴 줄 알고 있었어.”
“이샤트, 얘 왜 이래?”
“불쾌하면 한 대 후려갈겨라, 공녀. 저게 미쳐서 저렇다.”
“행복해야 해, 내 첫사랑…….”
“으아악, 돌았나 봐, 진짜!”
“내가 대신 사과한다, 공녀!”
“내 옷은 좀 놓고 사과해!”
반쯤 찢어진 옷자락이 스르르 놓였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채로 이샤트가 물었다.
“공녀. 우리 다시 볼 수 있지?”
“나보고 네 바다라며. 부르면 달려갈게. 밀물처럼.”
“흐어엉-! 공녀어-!”
“안 운다며…….”
“어떠캐 앙 우러어……!”
픽 웃은 이벨리아가 자신보다 조금 큰 키의 이샤트를 끌어안았다.
“이샤트. 뚜욱. 제국민들이 보잖아.”
“으어엉-!”
“아 참. 혹시 상황이 되면 우리 루이랑도 사이좋게 지내줘. 둘은 가장 잘 알잖아, 서로 얼마나 힘든지.”
끄덕끄덕, 잘 새겨두겠다는 듯 이샤트의 고개가 수차례 움직였다.
그렇게 아쉬운 이들을 뒤로하고 오른 귀로(歸路).
은인들을 힘껏 배웅하는 하르벤타 제국민들의 환호와 감사 인사를 들으며, 이벨리아는 지평선을 넘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가장 앞에서는 여전히 이샤트와 아드니엘이 크게 손을 흔들고 있다.
팔딱팔딱 뛰며 뭐라고 크게 외치는 듯한데, 함성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아마 고맙다는, 또 보자는, 사랑한다는, 그런 따뜻한 인사겠지.
환하게 웃은 이벨리아가 두 손을 모아 입가에 대고 크게 외쳤다.
“행복한 황제가 되어야 해, 이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