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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의 꽃밭에는 그들이 산다-199화 (199/323)

##  199화: 여기가 천국인가

귀족들부터 제국민들까지, 예상치 못했던 흥미로운 이벤트에 귀추가 주목됐다.

첫 시작은 검무 분야였다.

여러 귀족가 자제들의 순서가 지나는 동안, 단 한 가문도 기부금을 쾌척하지 않은 가문이 없었다.

당연했다. 이리 공개적인 장소에서 가문이 망신당하는 건 귀족들로서는 참을 수 없는 수치니까.

그리고…… 카밀라는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순서를 맞이했다.

델포이 자작가의 지정석 쪽을 바라보니, 부모님은 서로 난처한 눈빛을 마주하고 계셨다.

‘이럴 줄 알았어.’

거의 파산 직전에 이른 가문.

품위를 위해 적지 않은 액수를 선뜻 내놓기엔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리 우리 딸의 작품이라지만 저걸 사면…….’

‘당장 사용인들의 급여가 밀릴 텐데.’

‘다음 달 무도회에 입을 드레스도 맡겨야 하고요.’

잠시나마 기대했던 카밀라는 체념한 듯 먼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이깟 놀이에 주머니를 여실 리가 없지.’

버는 덴 영 소질 없는 부모님이지만, 허리띠 졸라매는 덴 탁월한 능력을 갖추신 분들이니.

돈 없는 귀족. 가문에서 외면당한 영애.

주변에서 키득키득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카밀라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턱을 더욱 치켜들었다.

‘이딴 게 다 뭐라고. 어차피 허울뿐인 귀족 작위인걸.’

정보를 모으고자 비렁뱅이들 사이에서 도박판까지 벌이고 다니는 영애 주제에.

명예는 무슨. 품위는 무슨. 다 배부른 소리지.

그렇게 차가운 비웃음 속에 돌아선 카밀라의 뒤로…….

첫 호가(呼價)가 들려왔다.

“10만 리브르.”

“10만?”

“10만이라고?”

귀족들이 일제히 술렁였다.

10만……!

지금까지 다른 웬만한 가문에서 내놓은 금액을 상회하는 거금이다.

주홍빛 눈을 깜박이던 카밀라가 휙 몸을 돌렸다.

우리 부모님이 이 정도 금액을 부르셨을 리가 없는…….

“아…….”

카밀라의 눈이 패들을 든 희고 작은 손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이내 선명히 맞닿은 푸른 눈이 곱게 휘어진다.

“으음. 생각해보니까 10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

“그 검무 아주 마음에 들었거든. 다시 호가할래. 20만.”

조금 전까지 키득이던 비웃음은 간데없이 사라졌다.

뭐야, 공녀님께서 총애하신다더니 사실이었어?

고작 델포이 자작가의 영애를 공녀님께서 아끼신다고?

그런 취지의 눈빛들이 하나둘씩 날아들었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아, 카밀라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자신은 비록 기사가 아니지만…….

평생 단 하나의 주군을 받드는 기사도를 알 것만 같았다.

***

곧이어 명률(明律) 부문의 우승자인 렐리안의 음악.

“핫, 렐리안이다!”

렐리안 작품은 못 참지!

발을 동동 구르던 이벨리아는 냅다 패들을 들었다.

“20만! 20만 리브르!”

그러자 딸을 애정하는 카시스 후작이 태연하게 패들을 들었다.

“허허, 살살 하시지요. 25만 리브르.”

질 수 없었던 이크리안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올렸다.

“30만 리브르……. 이거면 전하의 뒤처리를 대체 얼마나 해드려야…….”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며 경쟁자들을 파악한 아르칸이 천천히 패들을 집었다.

“50만.”

“이 미친놈이? 야, 너 돈 많냐?”

“연모하는 이에게 쓸 돈은 늘 많다.”

“여언모오? 이 또라이가!”

지정석이 바로 옆인 탓에 제법 가까운 거리, 이크리안과 아르칸이 티격태격했다.

그리고 삽시간에 소꿉친구의 작품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이벨리아가 입을 내밀었다.

“에엥. 오라버니들 이러기야?”

한 번 더 패들을 들려는 여동생의 손을 세드릭이 부드럽게 잡아 내렸다.

“아가. 이럴 땐 형님 도와주는 거야.”

“나도 렐리안 거 가지고 싶은데!”

“너 그러다 형님이 평생 혼자 늙어 죽어도 좋아?”

“나 포기했어. 패들 버림.”

그렇게 렐리안과의 관계를 더 숨길 마음도 없는 아르칸은, 당당하게 50만 리브르를 쾌척하고 렐리안의 음악을 사들였다.

렐리안의 목부터 얼굴까지 모두 발개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자신의 순서가 다가오자, 세레스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분노와 걱정, 그리고 미약한 기대감이 혼재된 감정으로.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우승을 빼앗길 줄이야!

금방이라도 사달을 낼 듯한 서늘한 눈초리가 이벨리아를 향했다.

‘저 망할 것 때문에……!’

사사건건 방해다.

이미 다 쥐고 있으면서 하나라도 놓치면 온몸에 가시가 돋나 보다.

세레스는 부득 이를 갈며 본인의 그림을 내려다보았다.

‘설마 렐리안 고것보다 못한 금액으로 낙찰되진 않겠지?’

그래. 그럴 리는 없다.

비록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으나, 객관적으로 봐도 준수한 실력인 데다가 어디 걸어둬도 면이 사는 초대 황제 폐하의 초상화가 아니던가.

세레스가 크게 숨을 내쉬며 당당히 어깨를 폈다.

생각해보니까 낙찰가에 대해선 크게 걱정할 것도 없다.

‘예비 황태자비에게 줄을 대려는 귀족들, 나를 흠모하는 기사들, 우리 가문, 그리고 내 약혼자.’

자신을 위해서 기부금을 내줄 이들은 이렇게나 많다.

특히 이 거대한 제국의 황자가 내는 기부금은 차원이 다르겠지.

얼마 전에 얼핏 황자궁 예산을 들여다봤던 세레스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 세레스를 흠모하던 몇몇 기사들이 가장 먼저 패들을 들었다.

“1만 리브르.”

물론 금전에 크게 여유가 있지는 않은 기사들이다 보니…… 첫 호가는 처참했다.

“2만 리브르.”

“3만 리브르.”

“5만 리브르.”

흘끗 보니 5만을 부른 기사가 뿌듯하게 세레스를 바라보고 있다.

‘……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세레스가 어이없다는 듯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하다못해 델포이 영애의 꼴같잖은 검무도 10만에 호가되었는데, 1만? 5만?

아무래도 기사들로서는 저 정도가 한계인 듯하다. 더는 호가하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세레스가 데퐁트 후작가의 지정석을 바라봤다.

아버지가 부재하시고 오라버니가 아직 귀경길에 있어 어머니 홀로 지키고 있는 구역.

아무리 가세가 전과 같진 않다고 하나 이 정도 금액 한 번 시원하게 쓰지 못할 가문은 아니다.

‘어머니, 어서요……!’

그 간절한 눈을 본 선대 후작부인이 패들을 들어 올렸다.

“30만.”

웬만한 귀족가에선 부르지도 못한 큰 금액이다.

그럼에도 세레스는 만족하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렐리안 그것도 50만에 낙찰을 받았는데!’

다급한 눈이 약혼자, 에드윈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에드윈은 모른 척 시선 돌려 손톱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세레스가 잿빛 눈을 부릅떴다.

‘설마 무시하시겠다? 그랬다간 네 얼굴에도 먹칠이 될 텐데!’

그 정도도 모르는 바보는 아니었던지, 에드윈은 무진장 싫다는 표정으로 결국 패들을 올렸다.

“35만.”

‘저 구두쇠 영감 같은 자식이!’

네 앞으로 배정된 예산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고작 5만 리브르를 올려서 불러?

사나운 눈으로 노려봤으나 더 올라가는 패들은 없었다.

분명 낮지 않은 낙찰가였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50만 리브르에 낙찰을 받은 렐리안의 다음이었으니까.

그러나 매사 1위가 아니면 의미 없다는 신조로 살아온 세레스에게는 만족스러울 수가 없는 결과였다.

깊은 모멸감에, 세레스가 바르르 입술을 떨었다.

***

피날레는 단연 우승자의 것.

초겨울이니만큼 창공엔 거센 바람이 불었으나, 자연력으로 붙잡아둔 덕에 아직은 흐트러지지 않은…… 이 세상 유일한 그림.

이벨리아는 낙찰가 따위 별 상관없다는 듯 평온하게 등을 기댔다.

‘솔직히 저걸 누가 사겠어.’

세레스의 그림은 남기라도 하지. 저건 가져갈 수도 없는데.

그나마 아빠랑 토끼, 식량 도둑이 내 체면을 위해 좀 들어주다 말겠지.

그리 생각하며 반갑다는 듯 주변을 맴도는 정령들에게 손을 뻗는데.

“10만 리브르.”

“15만 리브르.”

“20만 리브르.”

“25만 리브르.”

“30만 리브르!”

“……?”

이벨리아가 제정신이냐는 듯 관중석을 바라봤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다.

생판 모르는 이들이 열심히 패들을 들고 호가하고 있다.

‘아니 자기들 가문 작품에나 그렇게 쓰지……?’

한편 좌르륵 올라가는 패들에 인상을 찌푸린 건 이벨리아뿐만이 아니었다.

경쟁자라면 당연히 가족들, 사악한 대악마, 혹은 핏덩이 황태자 정도로 예상했던 휴고 역시 언짢은 듯 혀를 찼다.

"같잖게."

“어머. 우리 이브 인기 좋네요.”

“그게 큰 문제입니다, 어머니.”

지금 올라가는 저 패들은 작품을 사려는 목적이 아니다.

정혼할 나이가 된 이브에게 보내는 구혼의 의미이지.

우리 가문이 이렇게 돈이 많습니다, 혹은 우리 가문의 존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정도의.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루드비히가 비뚤게 다리를 꼬고 턱을 괴었다.

‘건방진 새끼들이 감히…….’

이 문화제 들어 처음. 황태자의 패들이 올라갔다.

“100만.”

그러자 제각기 허공을 수놓던 패들들이 삽시간에 밑으로 가라앉았다.

경쟁가가 100만 이상이라면 어중간한 배포로는 끼어들지도 못한다.

웬만한 귀족가에서 그 정도 금액을 그저 유흥과 기부를 위해 쉽사리 쾌척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루드비히가 득의양양하게 좌중을 둘러봤다.

이를 바라본 휴고가 헛웃음을 쳤다.

‘용돈 가지고 돈 자랑은.’

망설임 없이 올라가는 패들, 또 가파르게 뛰는 호가.

“200만.”

광장이 정적에 휩싸였다.

이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냐는 듯 관중들이 웅성대기 시작하고.

그 사이를 뚫고 낮은 목소리가 참전을 알렸다.

“400만.”

루페르트 후작!

악마이니만큼 그 부(富)가 상상을 초월할 거라 여기긴 했지만, 고작 이런 놀이판에 400만 리브르를 망설임 없이 던질 줄이야!

그러자 쯧 혀를 찬 루드비히가 곧바로 받았다.

“600만.”

“일국의 황태자가 사사로이 이래도 되나 모르겠군. 800만.”

한편 진정한 돈 지랄의 행렬을 옆에서 지켜보던 엔리르가 앞발로 세드릭을 툭툭 쳤다.

“형아. 형아.”

“왜?”

“내 패들 좀 대신 들어줘.”

“넌 여우라서 패들이 없어.”

“……그럼 형아 패들을 대신 좀 들어줘.”

“나보고 지금 저기 끼어들라고?”

“나 돈 있어. 내가 돈 줄게. 3000만 리브르를 불러줘.”

“이 용이 돌았나.”

꿍. 엔리르의 동글동글한 머리 위로 아프지 않은 꿀밤이 내려앉았다.

“너 돈 없는 거 다 알아.”

“돈 있어!”

“네가 용구멍에 숨겨둔 보석 가지곤 어림도 없다.”

“돈 더 있어! 많아!”

“스읍. 경매는 거짓말로 참여하는 거 아니야. 그냥 지켜보기나 해.”

“……나 거지 용 아닌데. 부자 용인데."

이 자리에서 내가 바로 동굴을 가진 용이다, 밝힐 수 없는 엔리르는 서럽게 귀를 뒤로 젖혔다.

그러던 와중.

“1,000만."

기어코 휴고의 입에서 역대 그 어느 경매에서도 나온 적 없는 금액이 호가되자, 여유롭게 관전하던 황제가 씩 웃었다.

저것들이 기부금 내라고 했더니 옆 나라 사 올 금액을 마구잡이로 투척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하게.

한편 이벨리아는 자리에서 일어서 입을 떡하니 벌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저 구름 덩이에 1,000만 리브르가 웬 말이냐고!

저 셋의 스케일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건 지나치게 과하다.

그냥 두면 끝을 모르고 올라갈 경매가가 눈에 훤했다.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야.’

이벨리아는 다급하게 엘리시아에게 눈짓을 보냈다.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는 다아아 죽어……!’

알겠다는 듯 끄덕인 엘리시아가 휴고의 패들을 빼앗고 아가레스에게 스읍 경고했다.

이벨리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찰나.

엘리시아의 경고 따위 들은 척도 않은 아가레스가 다시 한번 패들을 들었다.

“1,200만.”

참다못한 이벨리아가 바락 외치며 발을 콩 굴렀다.

“그만하라고! 좀!”

***

이벨리아의 부리부리한 눈초리로 인해 일시 동결된 호가.

결국, 최종 낙찰자는 아가레스였다.

대악마는 만족스러운 듯 입매를 늘이며 다른 두 경쟁자를 일별했다.

휴고와 루드비히는 영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패들을 움찔댔으나.

사납게 으르렁대는 병아리 하나가 그들에겐 진심으로 무서웠기에 더는 호가하지 않았다.

무려 1,200만 리브르.

웬만한 중앙 귀족들의 전 재산이라 봐도 무방한 거액.

그 큰돈이 모두 겨울을 나는 제국민들을 위해 쓰인다니…….

이벨리아와 아가레스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깊은 경배가 들어찼다.

- 대앵. 대애앵.

황제가 두 번 종을 울림과 동시에 비로소 2부의 시작.

1부에서처럼 한 명씩 출품작을 선보이기에는 참가자의 수가 너무 많았기에, 예술별 구역을 정해두면 그곳에서 마음껏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제국민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각자의 구역으로 가 예술품을 주섬주섬 풀어두었다.

지정석에서 내려다보던 아가레스가 손을 내밀었다.

“가볼까, 이브?”

“응. 갈래.”

“어디부터 보고 싶어?”

“명화.”

친우의 팔에 손을 얹고 자신이 1부에서 우승했던 종목 쪽으로 걸음을 옮긴 이벨리아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그려진 그림 대다수가 황금빛 머리칼에 푸른 눈을 가진…….

‘아무리 봐도 다 나잖아……?’

이게 어찌 된 재앙이지?

이벨리아가 주춤 뒷걸음질 쳤다.

“……인가.”

옆에서 아가레스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사방에 널린 자신의 모습에 기겁한 이벨리아는 호다닥 명창(名唱) 구역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여기도 똑같아!’

부르는 노래들이 참으로 직관적이기도 하다.

“오오, 불새를 불러낸 불세출의 정령사! 워우워!”

“공녀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공녀님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온몸을 넘어서 시공간까지 오그라드는 기분.

‘사, 살려줘……!’

이벨리아는 붉어진 얼굴로 후다닥 명작(名作) 구역으로 도주했다.

곁에 딱 달라붙어 있던 악마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당황한 채.

그리고 마주한 것들은…….

「작은 공녀님」

「공녀님과 함께 사라지다」

책 제목들이 수상쩍기 그지없다.

내가 뭐가 작고 누구와 함께 사라져.

“여기는 지옥인가…….”

온 제국민들이 나를 창피 주려고 이곳에 모인 거야.

작가들의 반짝이는 눈을 감당하지 못한 이벨리아는 뒤돌아 지정석으로 냅다 뛰었다. 더 구경하고 싶지도 않았다.

한편, 사방에 널린 이벨리아에 넋을 잃은 아가레스의 손엔 이미 그림과 악보가 한가득이었다.

난생처음 물욕이 치솟아 오른다.

명작 구역에 다다른 금안이 다시 한번 번뜩였다.

「집착 공녀님이 악마를 감금한다」

“집착…….”

「공녀님의 꽃밭에는 악마가 산다」

“공녀님…….”

「공녀님은 후작을 길들인다」

“후작을 길들인다…….”

하나같이 마음에 들기 짝이 없는 제목들.

아낌없는 금화가 흩뿌려졌다.

그림과 악보에 이어 책까지 한가득 품에 안으며, 대악마가 난생처음 성호를 그었다.

“여기가 천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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