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둠칫. 두둠칫.
반쯤은 혼이 나간 채 마차에 덜컹덜컹 실려 공작저로 돌아온 이벨리아는 초조하게 방 안을 서성였다.
‘문화제의 공을 식량 도둑과 나한테 돌린 것까지는 완벽했는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
전액 후원자로서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고.
심지어 공정하게 제비뽑기로 종목을 정하자는 거지 같은 제안까지 먼저 해버렸고.
‘이래서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고 하는구나.’
괜히 나서는 바람에 자존심이 반으로 똑 잘리게 생겼다.
이벨리아는 폭신한 소파에 몸을 던져 쿠션에 얼굴을 포옥 묻었다.
“엄마가 난 예술에 한해서는 백 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재능을 갖고 있댔는데…….”
아 물론 못하는 쪽으로.
울상으로 입을 삐죽이던 이벨리아의 뇌리에 퍼뜩 실낱같은 희망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 나도 이제 아가가 아니잖아. 내 예술적 감각도 예전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지.”
분명 그럴 거다. 아무렴.
사람은 발전하는 동물이라고 했는데, 내 예술적 재능만 발전 없이 그대로일 리가.
용기를 얻은 이벨리아가 빼꼼 문을 열고 회랑을 살폈다.
근처엔 아무도 없다. 고로, 부끄러울 일도 없겠다.
“그럼 노래부터 좀 불러볼까?”
흠. 흠. 목을 가다듬은 이벨리아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지식을 더듬었다.
노래를 잘 부르려면 마스께라를 울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딘진 모르겠지만 대충 성대를 포들포들 떨면 되겠지.
“아- 아- 아-.”
어라. 스스로 내는 소리를 듣고 이벨리아의 눈이 반절쯤 커졌다.
‘나 좀 하잖아……?’
생각보다 소리가 깔끔하고 청명한 것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음을 조금 높여봐도 괜찮겠다.
“아아아-! 아아아-!”
자신의 소리에 심취한 이벨리아가 괴성을 지르고 있을 무렵.
방 밖에서는 사용인들이 황급히 집사 하델을 모셔왔다.
“지, 집사님. 아가씨 방 안에 웬 동물이 침입했나 봅니다.”
“소리를 들으니 고라니로군. 아주 큰놈이야.”
“아가씨께서 잡아 오신 겁니까?”
“그런 말씀은 따로 전해 듣지 못했는데. 일단 생포하고 아가씨께 여쭙도록 하지.”
문틈으로 어렴풋하게 스며드는 대화 소리를 들은 이벨리아가 조개처럼 입을 딱 다물었다.
- 똑똑똑.
이내 정중한 노크 소리가 울렸다.
“아가씨? 혹시 방에 계십니까?”
“고라니라니…… 고라니라니…….”
“아가씨?”
청중의 냉정한 평가에 심히 충격받은 이벨리아가 답하지 않자, 집사 하델이 감히 아가씨의 방에 침입한 고라니를 잡고자 슬쩍 문을 열었다.
“아니. 계셨습니까, 아가씨?”
“고라니…… 어어.”
“실례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가씨 방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의자가 삐거덕거리는 소리였어.”
“고라니가 아니었습니까? 소리가 딱 커다란 고라니 소리였는데.”
“아니야!”
찌릿. 느닷없이 노려보는 이벨리아의 눈초리에 하델은 우리 아가씨 오늘 기분이 좋지 않으신가 보다 생각하며 허리를 숙였다.
“아가씨, 의자를 한번 손봐드리겠습니다.”
“으응? 아냐, 지금은 필요 없어.”
“하지만 거슬리시지 않습니까.”
“하나도 안 거슬려! 얼마나 듣기 좋은데! 나가!”
아무래도 우리 아가씨께서 드디어 사춘기를 겪으시나 보군.
이유 없는 투정도 그저 흡족하기만 한 하델이 웃으며 문을 닫고 물러갔다.
홀로 남은 이벨리아가 입을 삐죽였다.
원통하다.
“내 완벽한 하이에프가 의자 삐거덕 소리라고 해도 저렇게 홀랑 믿을 정도란 말이야?”
아무래도 노래는 틀렸나 보다.
그래도 괜찮다. 종목은 아직 4개가 더 있고, 제비뽑기로 노래만 뽑지 않으면 되니까!
도르르 굴러간 이벨리아의 눈동자가 방구석에 처박히다시피 한 바이올린에 가닿았다.
“악기는 별로 안 어려워 보이는데.”
그 언젠가의 생일 선물로 받고 단 한 번도 켜보지 않은 것.
대충 자세를 잡고 거울에 비춰보니 그럭저럭 태가 나온다.
“뭐 별거 있겠어? 그냥 악기 줄 위에다가 이 활을 올리고 비비면…….”
- 끼기기기깅! 끼이잉!
“으아악!”
무슨 악기에서 이렇게 끔찍한 소리가 난담!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기겁한 이벨리아가 바이올린을 다시 구석에 휙 던져버리자마자.
황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하델이 방 밖에서 외쳤다.
“아가씨! 그 해괴한 의자 당장 주십시오! 바로 고쳐오겠습니다!”
“…….”
결국, 볕 좋은 곳에 놓여 있던 흔들의자를 빼앗겨버린 이벨리아는 망연자실 주저앉았다.
“……세상이 아직 내 재능을 몰라줘.”
***
다섯 종목 중에 무려 두 종목이 지뢰나 다름없다.
마음이 슬슬 조급해졌다.
‘이러다가 진짜 개망신당하는 거 아니야……?’
끔찍한 상상이 뭉게뭉게 머릿속을 잠식했다.
실력을 마음껏 뽐낸 세레스는 기세등등 웃고 있고, 완전히 패배한 자신은 무대 위에 털퍼덕 주저앉아 있는…….
퉤퉤, 작게 외치며 불길한 기운을 떨쳐버린 이벨리아가 주섬주섬 두꺼운 깃펜을 잡았다.
“그림, 그림은 어렵지 않을 거야.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손을 움직이면 되는 거잖아?”
고급스러운 양피지 하나가 책상 위에 놓였다.
뭘 그려볼까, 주변을 둘러보던 이벨리아는 창밖에서 걸어가는 헤롤드와 알렉을 발견했다.
‘저놈들을 그리면 되겠다.’
특징만 잘 살리면 그럴싸하게 보일 터다.
‘헤롤드 머리는 짧으니까 고슴도치 가시처럼 콕콕콕…… 알렉 머리는 구불구불하니까 미역처럼 슈루룩…….’
완성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탄생한 걸작.
양피지를 두 손으로 잡고 멀찍이 떨어뜨려 감상한 이벨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진짜 괜찮은데? 사실 나 그림에 재능이 있었던 건가?”
드디어 뽑아도 괜찮은 종목이 생겼다!
신이 난 이벨리아는 곧바로 실라페를 불러 올라타고 기사들 앞으로 날아갔다.
“헤롤드! 알렉!”
“아니, 아가씨!”
“독수리 타고 나시면 위험하시다니까요.”
[난 독수리가 아니다, 건방진 갑옷 병정!]
“그보다는 둘 다 이것 좀 봐봐.”
이벨리아가 양피지를 쫙 펼치며 올려다보자, 충성스러운 기사 둘은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저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눈. 분명 찬사를 바라시는 눈빛이다.
헤롤드와 알렉은 보이는 대로 그림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아가씨! 동글동글 아주 예쁜 땅콩을 그리셨군요!”
“이게 어딜 봐서 땅콩이냐. 눈사람이지. 상체와 하체가 4:6 황금비율로 그려진 완벽한 눈사람입니다, 아가씨.”
“아. 눈사람인가? 맞네, 그러고 보니 눈사람이네.”
“가을인데 벌써 눈사람을 그리셨습니까?”
“혹시 눈을 원하시는 거면 제가 옆 왕국에 가서 한 포대기 퍼 오겠습니다!”
“…….”
아니. 이거 너희야.
눈사람이라고 백 퍼센트 확신한 두 기사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이벨리아는 소심하게 양피지를 도르르 말아 터덜터덜 방으로 돌아왔다.
‘사람을 그렸는데 땅콩과 눈사람이 나왔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때, 이건 가망 없단 소리다.
이제 남은 희망 종목은 단둘.
“……설마 다섯 개 전부 바닥을 기는 실력이겠어?”
조금 전 눈사람을 연성한 깃펜을 쥐고, 이벨리아가 결연하게 새 양피지를 펼쳤다.
하고많은 ‘글’의 종류 중, 문화제에서 출품으로 인정하는 것은 바로 소설이다.
소설은 곧 동화나 다를 바 없지.
어릴 적 한 동화책 한 이벨리아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그냥 멋들어진 미사여구와 달콤한 표현으로 잘 포장하면 돼.”
아니나 다를까, 깃펜을 양피지 위에 대자마자 일필휘지로 써내려져가는 글.
뭉게뭉게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들이 단단한 글로 바뀌어 현출됐다.
‘영감이 마구 떠오른다……!’
쓰고 싶은 것이 워낙 많다 보니 평소와는 달리 괴발개발 한 글씨.
마침표를 탁 찍고 펜을 내려둔 이벨리아가 만족스러운 듯 자신이 쓴 단편소설을 눈에 담았다.
「투명한 드래곤이 크와앙 울부짖었다. 그때 나타난 악마가 왼손에 묶인 붕대를 풀며 말했다. 크큭. 내 손엔 흑염룡이 봉인되어 있지…….」
‘크으. 이 문장 죽인다.’
이건 모두에게 자랑해야 해.
양피지를 소중히 안은 이벨리아가 1층 응접실로 내려갔다.
넓은 테이블에 카드판을 펼쳐두고 옹기종기 모여 게임을 하는 오라버니들과 엔리르가 보인다.
셋 모두 카드를 들고 얌생이 눈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것이, 아마 게임 내에서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있는 듯했다.
“오라버니들! 엔리르!”
불렀으나 셋 다 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세드릭이 눈은 엔리르에게 고정한 채, 입만 열어 말했다.
“이브. 저기 가서 저 못된 용 판 좀 엎어줘. 실수인 척하면서.”
“누나. 사기를 치고 있는 건 형아야. 밑장 빼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것도 안 배웠나 봐.”
“너 그런 말 어디서 배웠냐, 용?”
“누구한테 배웠겠어. 형아지.”
“다들 불신으로 가득 차 바쁜 와중에 미안한데, 이것 좀 읽어봐 줄래?”
그러자 세드릭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팔과 다리를 크게 휘둘러 엔리르와 아르칸의 카드판을 와장창 엎어버리면서.
“어이쿠. 실수.”
“형아! 이 야비한!”
“세드릭. 기사도 정신은 어디다 버리고!”
“기사도는 개뿔. 형님 아까 소매 속에서 카드 나오는 거 다 봤거든?”
쳇.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혀를 찬 아르칸이 소매 속에서 밑장빼기 카드를 와르르 쏟아내고, 엔리르 역시 꼬리털에 숨겨뒀던 카드 몇 장을 푸르르 털어 내보냈다.
“이거 봐라! 이거 봐! 정직한 플레이어가 하나도 없지!”
쯧쯧 혀를 찬 세드릭이 이벨리아가 건네는 양피지를 건네받았다.
“이건 뭐야, 아가?”
“소설이야. 누가 쓴 소설. 한번 봐봐.”
감탄하면 이게 바로 내 글이다 엣헴 자랑해야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고 기다리기를 몇 초.
면전에서 독자의 냉혹한 평가가 떨어졌다.
“어우. 뭐야. 이거. 삼류 소설가야?”
“필력이 엉망이로군.”
“1점도 아까워.”
“……1, 1점도?”
“이브. 이런 거 보지 마. 눈 버려.”
“에이. 드래곤이 나오길래 기대했는데.”
“흑염룡이라는 단어를 실제로 쓰는 사람이 있다니.”
“…….”
“왜 이렇게 시무룩해졌어, 이브?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어?”
“……아니야.”
나는 이만 올라가 볼게…….
끝을 흐리며 웅얼거린 이벨리아가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작가란 참 어려운 직업이었구나.
차가운 도시의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건 쉽지 않아.
“카사. 이 양피지 좀 태워줘.”
[헤엑. 이게 뭐야. 크아앙 드래곤? 아주 끔찍한 소설이네.]
“……태우기나 해.”
단 하나의 선택지만을 남겨둔 이벨리아가 책상에 콩 엎드려 이마를 박았다.
***
마지막으로 남겨둔 종목이 그나마 가장 자신 있는 것이라 다행이다.
이벨리아가 애용하던 목검을 손으로 쓸었다.
“그래도 검무는 좀 낫겠지.”
검술은 제법 오래 배웠으니까, 검술을 응용한 검무라면 처참한 수준은 아닐 거다.
검을 빠르게 휘두르면 쥐뿔 없더라도 뭔가 있어 보이겠지.
어딜 보시는 거죠? 지금 보신 것은 제 잔상입니다만. 이런 느낌으로.
“좋았어.”
홀로 다독이며 자신감을 얻은 이벨리아는 목검을 들고 연무장으로 나섰다.
‘하필 미친개들의 수련시간이라니!’
평소엔 더럽게 뺀질거리는 것들이 꼭 내가 연무장에 오는 날만 귀신같이 수련 중이야!
투덜댄 이벨리아가 슬금슬금 게걸음을 걸으면서 나무에 잘 가리는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굳이 이 장면을 들키고 싶진 않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으니…….
“으음. 머릿속에 리듬이 떠올라.”
여기에 맞춰서 검을 흔들어보자.
둠칫. 둠칫. 두둠칫.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검을 흔드는 이벨리아의 앞.
어느새 다가온 기사단장 에딘이 경악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아가씨.”
“응. 에딘.”
“지금…… 아니, 그 검. 이리 주십시오.”
“왜?”
“악마 씌었습니다.”
“……느닷없이?”
“제 눈은 정확합니다. 어서 주십시오.”
“…….”
똑.
목검이 반으로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이벨리아의 실낱같은 희망도 부러졌다.
***
에딘이 두 동강 난 목검을 화르르 태우는 것까지 확인하고 방으로 올라온 이벨리아는 카펫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큰일이다. 어떡하지.
이러다가 정말 세레스 앞에서 제대로 망신을 당하게 생겼다.
깔깔 소리 높여 웃을 세레스의 얼굴이 선연하게 떠올랐다.
“뭘 뽑느냐가 문제가 아니었어.”
다섯 종목 중 하나 정도는 면피할 수 있는 정도일 테니, 뽑기만 잘하면 된다고 여겼었는데…….
“이래서야 뭘 뽑아도 베드 엔딩이잖아…….”
***
며칠 뒤.
공작저에 찾아온 렐리안이 수줍게 차를 내밀었다.
“웬 찻잎이야?”
“아르칸 오라버니께서 제게 선물해주신 거예요. 이브와 함께 먹고 싶어서 가지고 왔어요.”
“모처럼 오라버니 선물이면 렐리안 다 마시지!”
“사실…… 그…… 엄청 많이 주셔서…….”
렐리안의 얼굴이 속절없이 붉어졌다.
동시에 떠오르는 옅은 미소는 달달한 연애의 초입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벨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알만하다, 우리 오라버니.”
아빠를 그대로 빼다 박았으니, 아마 이 제국을 탈탈 털어 렐리안이 좋아하는 차를 가져다 바쳤겠지.
다도에 조예가 깊은 렐리안의 차는 언제나 최상의 맛이다.
호로록 음미하며 이벨리아가 한탄했다.
“렐리안. 나 문화제 어쩌지?”
“왜요?”
“이건 비밀인데, 나 사실 예술엔 영 소질이 없어.”
“……비밀이라기엔 이미 너무 파다한 소문이긴 해요, 이브.”
“…….”
역시 내가 때려 부수는 데만 재능이 있다는 게 이미 온 제국에 소문이 났나 보다.
렐리안은 시무룩 어깨 내린 이벨리아를 토닥였다.
“걱정 말아요. 사실 귀족들의 예술 실력은 다 거기서 거기예요. 다들 교양으로 배우는 거니까. 이브도 기본만 하면 망신당할 일은 없다는 거죠.”
늘 그렇듯 온화하게 웃은 렐리안이 옆에 놓인 바이올린을 건넸다.
“자. 같이 한번 해봐요. 제가 천천히 알려드릴게요.”
“진짜?”
“그럼요. 세상에 배워서 안 될 건 없어요.”
이벨리아가 찡한 표정으로 훌쩍였다.
역시 렐리안이다. 현명하고 따뜻한 내 천사.
마주 웃은 이벨리아가 바이올린을 쥐고 결연하게 활을 올렸다.
렐리안이 자세를 교정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옳지. 마음을 편안히 하고, 부드럽게…….”
“응. 응.”
“활을 느리게 움직여봐요.”
“응. 응.”
- 끼깅! 끼기기기깅!
“꺄악! 이브!”
“응!”
“맙소사, 세상엔 배워도 안 될 수준인 것들도 있군요!”
“……렐리안?”
마치 못 들을 거라도 들은 것처럼 귀를 막은 렐리안.
바라보던 이벨리아는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렸다.
아아. 어머니. 아버지.
제 천사마저 방금 저를 내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