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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님의 꽃밭에는 그들이 산다-186화 (186/323)

##  186화: 사냥제의 우승자는 누구?

검을 쥔 채 풀숲을 뚫고 대기 장소로 돌아오자 아니나 다를까 아수라장이 펼쳐져 있었다.

공터는 온통 물바다.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얼음에 사람들이 사방팔방으로 뛰며 비명을 질렀다.

힘깨나 쓴다는 이들은 모두 사냥제에 참가하여 관문 안에 들어가 있으니.

이곳에 무려 1급 마족을 앞두고 태연할 수 있는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소란에 덩달아 흥분한 마족이 지상으로 고개를 내리고 포효했다.

- 크워어어어어어-!

썩어도 준치라고. 뼈만 남은 용의 효후라 해도 지축을 울리기엔 충분하다.

흔들리는 땅에, 다급히 천막으로 뛰어가던 이벨리아가 살짝 앞으로 기울어졌다.

“으아앗!”

반쯤은 넘어지며 천막을 휙 걷어내자.

말랑한 앞발 두 개로 입을 틀어막은 엔리르가 혼절할 듯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벨리아가 아가 용의 복슬한 허리를 잡고 와락 들어 올렸다.

“엔리르! 왜 그래! 다쳤어?”

“누, 누나…… 용이 뼈밖에 없어.”

“저건 살아 있는 용이 아니라 마족이라서 그래!”

“살은 어디로 가고 뼈만…… 나도 어른 용이 되면 저렇게 되는 걸까……?”

“아냐! 인간이 나이 들었다고 뼈만 걸어 다니진 않잖아!”

이벨리아는 생전 처음 만난 동족 비스름한 것이 뼈 무더기라 심히 충격받은 엔리르를 어르고 달랬다.

배를 발랑 까고 드러누운 아가 용을 토닥이며 시선을 돌려보니 사색이 된 채로 단검을 들고 있는 카밀라와 손 위에 흐린 냉기를 발산하고 있는 렐리안.

둘 다 여차하면 저 거대한 마족을 공격할 심산인 듯했다.

“이브. 어쩌죠?”

“없애야지, 뭐.”

이벨리아가 렐리안의 품에 엔리르를 안겨주며 천막 밖으로 걸어 나갔다.

“공녀님!”

경악한 카밀라의 부름에 돌아보는 얼굴. 햇볕이 내리쬐어 선명히 보이는 표정엔 한 점 우려도 없다.

늘 그렇듯 여유로운 웃음이 입매를 물들인다.

“내 히든카드들은 쉬고 있어.”

그 마왕이란 작자가 분명 보고 있을 텐데, 소중한 패를 여기서 보이면 곤란하지.

“저건 내가 잡는다.”

마음 같아서야 다들 돌아올 때까지 적당히 몸 사리고 싶지만…… 어쩌겠는가. 천성이 오지랖 넓어 외면하긴 글러 먹은 것을.

뼈만 남은 용의 세찬 날갯짓에 마치 광소를 터뜨리듯 스치는 바람.

풍압을 견디지 못한 돌과 나뭇가지들이 위협적으로 날아들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공터로 걸어간 이벨리아의 시선이 황가의 천막 쪽으로 닿았다.

‘저게 무슨 꼴이야.’

마땅히 앞장서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할 황자는 폼으로만 검을 든 채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발발 떨고 있질 않나.

예비 황자비라며 거드름 피우던 세레스는 자신을 지키라며 기사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질 않나.

‘가관이네.’

이벨리아는 사시나무 떨듯 떠는 에드윈을 어깨로 치고 지나쳤다.

공터 한가운데 서자 귀족들 사이에 비로소 이는 짙은 안도감.

늘 그렇듯 아르티나를 방패 삼아 뒤로 숨는 이들에겐, 이벨리아가 아직 성년식도 치르지 못한 소녀라는 자각은 없었다.

“으아악! 공녀님! 살려주십시오!”

“고, 공녀! 정령왕을 불러라! 어서!”

“다들 공녀님 뒤로 물러서라!”

이벨리아는 세상이라도 무너진 것처럼 소리 지르는 이들을 슥 훑었다.

곧 죽을 것처럼 악쓰고 있지만 죄다 엄살이다.

하여 당장 엘라임을 부르지 않고 여유를 부려보기로 했다.

‘아까 그 자식 앞에선 엘라임을 부를 수가 없었어.’

설령 자연력을 억지로 일으켜 불렀다고 하더라도 힘 써보기도 전에 자신이 혼절했을 터.

‘언젠가 다시 붙게 될 텐데. 미리 방도를 마련해둬야 해.’

검을 돌리며 고심하던 이벨리아는 현자가 주었던 가르침을 떠올렸다.

‘고위 정령사는 정령을 부르지 않아도 자연력을 쓸 수 있다고 했던가.’

어떤 식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저 용한테 연습해보면 되겠네.”

1급 마족을 대련용 허수아비 취급한 채, 이벨리아가 씩 웃었다.

‘오늘 널 만나서 참 다행이야, 마왕.’

종장에서야 대면했다면 허무하게 질 뻔했잖아.

이벨리아가 검을 돌리며 창공을 올려다보자, 휘돌던 수룡이 언짢은 듯 위협적으로 입을 벌렸다.

그러자 입안 한가운데에 맺히는 거대한 기운. 엔리르가 작은 브레스를 쏠 때와 제법 유사하다.

“우와. 뼈만 남아도 저게 되네?”

그 말에 더욱 분노한 듯 수룡의 숨결이 짙어지고, 이내 그르렁거리는 포효와 함께 재해나 다름없는 소용돌이가 그대로 내리꽂혔다.

이벨리아의 머리 바로 위로.

“공녀님!”

“이브!”

카밀라와 렐리안의 찢어지는 비명을 끝으로, 낙차에 의해 발생한 물보라가 공터를 가득 뒤덮었다.

좌중이 침묵했다. 뼈와 살을 가진 인간이라면 저걸 직격으로 맞고 살아 있을 리 없다.

흐린 시야에 혼란스러워하던 이들의 귓가로 웃음기 띤 목소리가 들려왔다.

“종목이 물이라면 내게 유리하지.”

실프를 불러 물안개를 날리자 선명해진 시야.

이벨리아가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덤벼. 가짜 용.”

***

1급 마족인 자신에게 감히 강아지 부르듯 손을 까닥이는 인간은 처음이다.

생소한 대접에 분노한 수룡이 쿵, 지상으로 착지했다.

나무 몇 그루는 합쳐둔 것만큼 거대한 다리. 그리고 사정없이 휘둘러지는 흉기와 다름없는 꼬리.

기겁한 에드윈이 소리쳤다.

“공녀! 당장 정령왕을 부르지 않고 무슨 장난질인가!”

“이 장난질이 언젠가 인류를 살릴 테니 좀 가만 계시고요.”

“저, 저, 불경한!”

“싫으시면 전하께서 직접 처리하시고요.”

“…….”

깨갱. 맞다. 쟤 성격 더러웠지.

위아래 없는 공녀의 인성질을 오랜만에 다시 겪은 에드윈이 꼬리를 말았다.

한결같은 겁쟁이. 이벨리아가 코웃음치며 시선을 돌렸다.

수룡.

그 이름값답게 거대한 몸체 주위로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알 수 없는 물이 넘실거린다.

용의 지배하에서 방패가 되기도, 창이 되기도, 또 해일이 되기도 하는 물.

저게 저 용이 발산하는 힘의 원천인가…… 이벨리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뼈만 남은 용보단 내 힘이 더 자연에 가까운데.’

당연하다. 정령이야말로 세계 자연의 근원 되는 존재니까.

‘그럼 쟤가 갖고 노는 저 물을 나도 다룰 수 있어야 맞는데.’

논리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 가능할지 생각하면 그건 또 의문이다.

세상 어느 정령사가 정령을 부르지 않고 직접 자연에 힘을 행사한단 말인가.

논리와 경험 사이의 모순에 갸웃거리던 이벨리아는 수룡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밑져야 본전이지, 뭐.’

자. 물아. 이리 와봐. 안 때려요. 안 잡아먹어요.

……미동도 없다.

속으로 말해서 그런가.

이벨리아가 머쓱함을 무릅쓰고 입 밖으로 냈다.

“쮸쮸쮸, 이리 와. 안 때려요, 안 잡아먹어요.”

여전히 미동도 없는 물에 아주 민망해진 이벨리아가 투덜댔다.

“에엥, 뭐야. 엘라임은 세상 모든 물이 자기 아래 있다고 큰소리를 떵떵 치더니! 고작 저 뼈한테 있는 물도 못 뺏어오고!”

그러자 물 한 자락이 이벨리아의 귓가에 속삭인다. 웃음기를 가득 띤 채.

[나의 계약자. 그대와 나를 동일시하는 그 당돌함도 아주 멋있습니다.]

동시에 수룡 주위를 맴돌던 몰이 마치 폭포 쏟아지듯 이벨리아 쪽으로 넘어온다.

“어어?”

- 크르르르릉!

삽시간에 지배하던 물을 잃어 당황한 수룡. 이벨리아도 얼떨떨하긴 매한가지다.

‘엘라임이 힘을 쓴 건가?’

아무래도 무시성 발언에 발끈했나 본데.

‘다음에 불러서 어떻게 했는지 물어봐야겠다.’

그럼 이걸 어떻게 쓴다?

엘라임은 물로 꽃도 만들고 강아지도 만들고 했었는데.

‘아주 방대한 힘이니까 분명 거룩한 의식 같은 게 있을 테지만-.’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그냥 나와라 얍 해볼까?

이벨리아는 주변에 모인 물에 슬쩍 손을 대고 아무 기대 없이 상상했다.

‘창 나와라. 얍.’

비루한 명령어에도 불구하고 삽시간에 형체를 갖춘 물의 창.

‘날아가라…… 얍……?’

수룡을 향해 완벽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이벨리아가 입을 떡 벌렸다.

“……이게 되네?”

***

결착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1급 마족의 거대한 몸체가 힘없이 옆으로 늘어졌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이벨리아는 깨달았다.

‘근처에 물만 있으면 엘라임의 힘을 빌려서 다룰 수 있구나!’

개꿀이다.

만만세다.

‘물론 물이 있어야겠지만, 그거야 전투 전에 미리 운디네를 불러서 만들어두면 되는걸.’

이래서 실전 경험, 실전 경험 하나 보다.

한 번의 전투에서 제법 많은 것을 배운 이벨리아가 뿌듯하다는 듯 탁탁 옷을 털었다.

여차하면 끼어들 태세로 긴장하고 있던 렐리안과 카밀라가 재빨리 뛰어왔다.

“이브! 세상에!”

“엣헴.”

“……역시 제가 줄을 참 잘 섰습니다.”

“옳지.”

천성이 겸양을 모르는 친구는 아닌 척하면서도 칭송을 제법 즐기는 편이다.

오구오구 대단하다 몇 마디 더 칭찬을 퍼부은 렐리안이 진하게 웃었다.

“이렇게 되면 사냥제의 우승은 이브겠네요.”

“아. 그렇겠군요. 이 사룡종은 분명 1급 마족이니까요.”

“……!”

그건 생각을 못 했다! 안 되는데!

“이브, 왜 그래요?”

“무진장 싫다는 표정이신데요.”

“이 사냥제 우승 한번 해보겠다고 내 소중한 이들이 온통 저 산맥을 뒤지고 있는데!”

마족을 양손 가득 잡고 룰루랄라 돌아올 텐데-.

기대에 들떠 돌아왔더니 사냥감을 바치려 했던 레이디가 냅다 용을 잡아 위풍당당 서 있어 봐라.

“다들 실망할 거야.”

우리 가족들, 내 토끼, 내 식량 도둑 모두 은근히 마음이 여리다고.

고민하던 이벨리아가 좌중을 향해 검지를 입술에 댔다.

“이건 비밀로 해.”

그러고서는 죽은 수룡의 사체를 슥슥 발로 밀었다.

무거워서 안 밀린다.

이벨리아가 울상으로 기사들을 돌아봤다.

“……좀 도와줘.”

마침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던 기사들이 이때다 싶어 튀어나왔다.

“말씀만 하십시오, 공녀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기 풀숲에 잘 숨기자.”

“예!”

“나뭇잎도 토닥토닥 덮어줘.”

“맡겨주십시오, 공녀님!”

그렇게 사룡종의 사체 위에 갖가지 풀과 나뭇잎이 쌓여갔다.

“어떠십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음. 훌륭하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저 없던 동산 하나가 새로 생겨난 정도의 모양새.

우리 가족들. 내 친구들. 눈치라면 더럽게 없으니까 아마 모르겠지.

이벨리아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사냥제의 끝을 알리는 호각 소리가 감식반을 통해 산맥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하는 참가자들.

그 뒤를 따르는 감식반의 말에는 마족의 사체가 가득 실려 있었다.

사냥제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업무를 마치고 잠시 행차한 황제가 허허 웃었다.

“이번 사냥제에는 양심 없는 이들이 대거 참가하였군.”

다른 이들의 사냥감은 볼 것도 없다.

우승자는 어차피 공녀 곁에 바글바글 몰려 있는 저들 중 하나일 테니까.

“그럼 사냥감을 좀 보도록 할까.”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 고만고만한 하급 마족 사이 특히 눈에 띄는 사냥감들이 있었다.

감식반은 황제의 눈짓이 닿은 사냥감을 골라내 단상 위에 진열했다.

사냥감에 붙은 표식을 유심히 바라보던 황제가 질렸다는 듯 중얼거렸다.

“5급 석상종 가고일에 6급 인외종 구울 한 무더기……. 공작부인은 홀로 이 산을 전부 쓸어버리기라도 한 건가?”

“과찬이십니다, 폐하.”

“무서워서 하는 말일세. 한데 공작은 의외로 잡은 것이 없나 보군.”

“부부는 일심동체입니다.”

“아. 날로 먹겠단 소린가.”

황제가 바로 옆에 놓인 사냥감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 공자들의 사냥 실력도 공작부인에 뒤지지 않는군.”

아르칸과 세드릭의 표식이 붙은 것은 각 4급과 5급의 마족.

이 산맥에선 4급 마족 보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확실히 능력들이 대단해서 그런지 고위 마족들을 쏙쏙 잘도 잡아 왔다.

“이런 행사엔 생전 관심 없던 황태자도 만만치 않고.”

도플갱어의 사체를 잃어버린 루드비히가 우여곡절 끝에 잡아 온 것은 4급 해수종(海獸種), 크라켄(kraken).

이 거대 문어를 잡기 위해서 산맥 정상에 자리한 호수에 얼마나 많은 돌을 집어던졌는지 모른다.

깊은 잠을 자던 문어가 열받아서 먹물을 뿜으며 나타날 때까지.

몇 걸음 옮겨 다음 사냥감을 보던 황제가 당황했다.

“루페르트 후작이 잡아 온 건…… 뭔가?”

아주 귀여운 이등신 미니미 석상이 거대 괴수들 사이에 놓여 있다.

감식반이 달려와 귓가에 속삭였다.

“폐하. 3급 석상종 골렘입니다. 아니, 골렘이었습니다.”

“……본디 3급 석상종이 저리 작고 귀여운가? 꼭 공녀의 어릴 적을 보는 듯한데.”

“본래는 작은 뒷산만 한 크기였으나, 루페르트 후작이 산산조각을 내는 바람에…….”

“흐음. 알만하군.”

황제가 천천히 턱을 쓸었다.

이것 참. 사체 훼손도 정도가 있지. 이 정도면 사냥감으로 인정해야 할지도 난감한 수준이다.

그때. 감식반 중 하나가 어물거리며 아가레스의 막대기에 매달린 산삼을 가리켰다.

“저, 저것으로 인정해도 될 듯합니다만…….”

“이건 이브에게 바칠 산삼이다. 못 줘.”

“……산삼이 아니고 마물인데…….”

“뭐?”

“그거 마물입니다. 4급 지하종 맨드레이크라고…….”

“그럴 리가. 이것이 할 줄 아는 거라고는 흙 뱉기와 소리 지르기밖에 없다.”

“원래 그 흙을 맞으면 피부가 녹아내리고, 소리를 지르면 혼이 나간다고 하지요.”

감식반의 말에 아가레스가 산삼의 머리 부분을 잡고 마치 쥐불놀이하듯 빙빙 돌렸다.

뭐야. 이게 웬 횡재인가.

심 봤다고 생각하며 달랑달랑 들고 왔건만. 진짜 심 봤네.

아가레스가 씩 웃었다.

“그렇다면 내가 우승이로군.”

그러자 아르칸과 루드비히가 즉각 반박했다.

“같은 급수의 사냥감을 잡았는데 왜 그대가 냅다 우승인가.”

“내 크라켄도 4급 마족이다.”

“난 이 석상까지 잡았으니 수로 따져 내가 위지.”

“나 역시 도플갱어도 잡았다.”

“어디?”

“……없어졌다. 사체가.”

“야비한 거짓말.”

“거짓말 아니다. 감식반!”

“감식반을 매수했나. 야비한 황태자.”

“이 자식이!”

결국, 우승 후보자는 4급 마족을 잡아 온 아르칸, 루드비히, 아가레스.

셋은 이벨리아를 바라보며 어때, 나 잘했지, 정도의 표정을 지었고, 이벨리아는 애써 태연히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

나름대로 판단을 끝마친 황제가 최종 우승자를 공표하고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흠. 흠. 황제의 헛기침에 좌중의 기대 어린 시선이 쏠린 찰나.

“으아아아아악!”

뒤늦게 따라온 황제의 수행원 중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여기, 여기를 좀 보십시오!”

어어, 저기는……!

“폐하, 웬 용의 시체가 있습니다!”

삐질. 이벨리아가 다급히 손을 휘저었다.

이봐, 눈치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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