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유일한 왕을 향한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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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유일한 왕을 향한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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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유일한 왕을 향한 맹세
2022.04.25.
“토끼야. 우리 저택 무사해?”
“쉬이. 위험하니 잠시 그대로 있어.”
“…….”
한 손으로 안대를 뜯어버린 아가레스가 이바스 저택 안을 차갑게 응시했다.
“온갖 불청객들이 다 모여 있군. 싸우기라도 하자는 건가.”
“……우리 초대받고 온 건데.”
“누구 초대.”
“엘라임의 아가 계약자가 초대장을 보냈는데.”
이벨리아가 아가레스 품속에서 옷소매를 톡톡 잡아당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초대장을 보냈어. 아스 생일이니까.”
“생일?”
“응. 오늘을 아스 생일로 하기로 했잖아. 그래서 축하해주고 싶어서 부하 악마들도 부르고, 토끼랑 옛날부터 알았다는 정령왕들도 부르고, 엔리르도 부른 건데…….”
토끼가 이렇게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저택이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줄은 몰랐다.
역시 미리 말하고 그냥 케이크나 줄 걸 그랬나?
괜한 일을 한 걸까?
이벨리아가 시무룩하게 아가레스를 올려다봤다.
“내가 잘못했어……?”
비산하는 먼지가 코에 들어가지 않도록, 이벨리아의 코와 입가를 부드럽게 가려주며 아가레스가 허리 숙여 시선을 맞췄다.
“이 세계를 부숴도 넌 잘못한 것 없어.”
“그러면 생일파티 같이 해 줄 거야?”
“물론이지.”
그제야 헤실 웃음을 흘린 이벨리아가 아가레스의 손을 잡고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조금 전 짙은 마기를 목도한 두 악마와 네 정령왕들이 샤샤샥 물러나 벽면에 딱 붙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우리 토끼는 물지 않는 착한 악마예요.”
‘지금 물어뜯으려고 작정하고 있잖아.’
‘너만 빼고 다 문다고.’
‘네가 자리 비우는 순간 우리 다 쓱싹이라고.’
누구도 믿지 않는 모양이다. 그 불신 어린 표정들을 본 이벨리아가 시선을 위로 올리고 옷자락을 쭈욱 잡아당겼다.
“그렇지, 토끼? 토끼는 착한 악마지?”
“그럼. 난 착한 악마지.”
악마들과 정령왕들의 표정이 아주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저걸 속아?’
‘저걸 믿어?’
‘저걸 넘어가?’
순순한 대답을 홀랑 신뢰한 이벨리아는 다시 참석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방긋 웃었다.
“봐. 착한 악마라잖아.”
참석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어린 친우의 말 한마디에 냉큼 착한 악마가 되어버린 이 세계 최고의 대악마나.
그걸 또 홀랑 믿고 우리 토끼 착한 악마 외치는 병아리나.
‘저쯤 되면 둘 중 누가 호구인지 알 수가 없다.’
‘무리에 호구가 아무도 없으면 내가 호구라던데. 여긴 다행히 둘이나 있네.’
***
참석자들을 살살 달래 모두를 디저트룸으로 몰아넣은 이벨리아가 손을 쭉 뻗어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짜잔! 토끼 모양 케이크야!”
검은 토끼가 당근을 냠냠 물고 있는 귀여운 케이크. 아가레스가 픽 웃었다.
“이런 케이크도 파나.”
“팔긴! 내가 만들었는걸! 세토가 많이 도와주긴 했지만.”
그 말에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찍어보려던 마르바스는 화들짝 손을 뗐다.
그걸 제일 먼저 말해줬어야지! 하마터면 주군 손에 모가지 날아갈 뻔했다!
“네가 만들었다고.”
“응. 내가 만들었지. 우리 토끼 줄 케이크니까.”
아가레스는 서늘한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언감생심, 이 케이크 맛볼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경고의 눈빛.
먹어보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던 참석자들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그 미묘한 신경전을 눈치채지 못한 이벨리아가 짝짝 손뼉을 쳤다.
“자! 다들 내가 가르쳐 준 생일 축하 노래 부르는 거야!”
“아가 계약자야. 너 지금 뭘 대단히 착각하는 것 같은데. 여기 모인 우리가 누구 생일 축하 노래나 불러주고 그럴 존재들이 아니거든.”
이프리트가 검지에 불씨를 만들어 초에 붙이며 투덜댔다.
“이프리트. 다시 양아치라고 불리고 싶어?”
“자. 자. 우리 아가 계약자께서 노래 부르라신다!”
곧바로 꼬리 내린 이프리트의 맞은편. 이끄는 대로 케이크 앞에 선 아가레스는 단단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아. 저것들이 내 눈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니.
‘우리 꼬맹이 말고는 다 꺼져줬으면.’
차마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시선 돌린 아가레스의 앞에서 이벨리아가 또렷하게 선창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리고 그 뒤로.
“앵일 웅아항이다- 앵일 웅아항이다-.”
마치 귀신들의 귀곡성 같은 옹알이가 배경음처럼 깔렸다.
“사랑하는 토끼의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아!”
“웨에엑 토끼의 앵일 응아항이다-. 와아.”
이벨리아가 참석자들을 찌릿 노려보자 다들 허공을 향해 시선을 피했다.
노래가 끝나자 천천히 손을 내린 아가레스가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응?”
정령왕들이 흠칫했다. 설마 웨에엑 토끼를 들은 건가.
“노래 마지막에.”
“생일 축하합니다?”
“그거 바로 전.”
“사랑하는 토끼의?”
“…….”
아가레스의 손이 다시 눈가를 덮었다.
“토끼야. 괜찮아?”
다가와 고개 들고 묻는 어린 친우의 말에, 아가레스는 답하지 못했다.
괜찮지 않았다.
결핍이 예고 없이, 또 빈틈없이 채워지니. 들어차는 만족, 충족, 행복마저 외려 고통이었다.
심장이 저릿했다. 근간 어딘가가 위태롭게 흔들리며 기울었다.
“토끼야?”
이유를 알 리 없는 이벨리아가 갸웃했다.
혹시 케이크나 노래가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 걸까. 기대했던 생일인데 기대에 못 미쳐서 속상한 걸까.
‘잘 모르겠지만, 이럴 때는 금융 치료가 답이다!’
이벨리아가 참석자들을 향해 손짓했다.
“다들 선물 꺼내!”
사랑하는…… 사랑하는…… 중얼거리며 엄지를 물어뜯고 있던 이프리트가 멀찍이 서서 상자를 휙 던졌다.
선물 증정이 아니라 폭탄이라도 던지는 모양새로.
아가레스는 눈을 가리고 있던 손으로 날쌔게 날아오는 상자를 턱 잡아챘다.
“티탄(Titan)의 마지막 업화. 마음에 안 드는 곳에 올려두면 싹 태워버릴 거다.”
“저기 올려두면 되겠군.”
아가레스의 시선이 엘라임을 향했다.
“불이 물을 태울 수 있을 거라 여기나. 어리석긴.”
대꾸하며 가볍게 던지는 보석 하나.
“왕의 정령석이군.”
“내 힘을 직접 때려 부었다.”
“내 힘과는 상반되니 저주나 다름없는데.”
“그런 목적도 없지 않아 있고.”
뭐지. 선물들이 생각보다 제법 정상적이다.
미심쩍음에 아가레스가 가늘게 눈을 떴다.
“자! 이건 내 선물! 바람으로 직접 벼린 검이지!”
“……아.”
가만 보아하니 이것들. 선물을 주고서 받는 이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죄다 꼬맹이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꼬맹이한테 자신들이 이만큼 잘났다고 보여주고 싶은 거로군.’
그리고 마지막 차례.
트로이가 가볍게 책 한 권을 건넸다.
“자. 이거 아주 재밌는 책이야.”
심드렁하게 받아든 아가레스에게, 가장 온화하다는 땅의 정령왕이 짓궂게 웃음 지었다.
“그 책 제목이, 악마의 꽃밭에는 그들이…… 읍.”
“야! 이 배신자 새끼! 으아아악!”
페르세스의 난동과 함께, 난데없는 칼바람이 이바스 저택을 가득 메웠다.
***
“주군. 저희가 드릴 선물은 북쪽 영토입니다.”
“쓸데없이.”
“……그 영토엔 한겨울에도 오렌지가 난다고 하여.”
“잘했다.”
“……!”
드물게 치하를 받은 로노베와 마르바스가 서로 마주 보며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엔리르 역시 뽀작뽀작 다가와 입에 물고 있던 것을 퉤 뱉었다.
“선물. 세상에서 가장 예쁜 쓰레기.”
아가레스는 차갑게 인상을 굳히다가 구겨진 종이 사이로 익숙한 필체가 보이자 천천히 문질러 구김을 폈다.
“……용. 웬일로 소중한 선물을 다 했군.”
서로 아끼며 선물하는 광경을 뿌듯하게 바라보던 이벨리아 역시 곰돌이 모양 가방을 뒤적였다.
이내 뿅하고 튀어나온 것은 작은 종이 하나.
“자! 이건 내 선물!”
아가레스는 마치 신물을 받들기라도 하듯, 경건하게 종이를 손에 올렸다.
작디작은 종이 위. 삐뚤지만 정성 어린 글씨로 쓰인 것은.
“소원권!”
“소원권?”
“응! 어떤 소원이든지 들어줄게!”
“무엇이든?”
“응! 하늘의 별을 따달라고 해도 따 줌!”
“…….”
손에 놓인 소원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가레스가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자. 다들 썩 꺼져.”
“그게 내 소원권으로 비는 소원이야?”
“그럴 리가. 이건 내 무력으로 행하는 협박이다.”
그러자 이프리트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벌써 가라고? 네 부하들이 맛있는 것도 잔뜩 준비해 둔 모양인데!”
“나와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싶나.”
“……퉤. 생각하니 기분 잡치네.”
난데없이 참석자들을 쫓아내 버리는 아가레스를 향해 이벨리아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그가 봐달라는 듯 옅게 미소 지었다.
“소원이 있는데.”
“응.”
“둘이 있을 때 빌고 싶어.”
“하지만 밥도 같이 먹으려고 다 준비했는데…….”
“내 생일이니까 하루만 봐줘. 너랑 둘이 먹을래.”
하긴. 아스의 생일이니까 내가 준비한 게 무엇이든 아스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맞다.
이벨리아는 흔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오늘 다들 우리 토끼 생일을 축하해주러 와줘서 정말 고마워! 다음에 같이 또 놀고, 오늘은 이만 돌아가 줘!”
뭐. 파티의 매개이자 주최자가 그리 말한다면야.
참석자들은 이벨리아의 앞에서는 아주 순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저택 밖으로 나가자마자 질투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저 악마는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쟤 전생 없는 거 알면서.”
“흥. 우리 말랑이가 저 시커먼 녀석을 저렇게 아낄 줄이야.”
“지금 저게 벌 받는 중인지 상 받는 중인지 알 수가 없군.”
반면 악마들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거봐. 주군께서 좋아하실 거라고 했지!”
“역시 한겨울 오렌지 집착 광공!”
“이게 얼마 만의 치하야!”
그리고 얼떨결에 함께 쫓겨나 버린 엔리르는 앞발로 땅을 파바바박 파고는 그 안에 식빵 굽듯 몸을 웅크렸다.
“가만 안 둬…… 가만 안 둬…….”
***
그렇게 모두 내쫓으니 삽시간에 고요해진 이바스 저택.
서재 소파에 올라 발을 동당동당 흔드는 이벨리아의 맞은편에 앉으며, 아가레스가 넌지시 운을 뗐다.
“이 소원권. 지금 쓰고 싶은데.”
“그래! 역시 내 선물이 아주 괜찮았던 거지?”
“…….”
“뭔데? 뭐든 말해!”
답지 않게 머뭇거리던 아가레스가 이벨리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젠 이벨리아 역시 제법 익숙한 시선의 높이.
그저 있는 것만으로 영역을 짓누르는 존재감이 이바스 저택을 무겁게 채웠다. 흡사 공기 전체가 무게를 가지고 땅으로 내려앉는 듯.
“감히 날 사역해달라 청은 못 한다 하였지.”
전조 없이 가라앉은 분위기에 이벨리아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앞으로도 변함없다. 사역이란 네 혼에도 내 흔적이 남는 것이니.”
늘 그렇듯, 이벨리아를 세계의 위에 두는 금안이 고요히, 또 따뜻이 빛을 발했다.
“다만, 네가 허락한다면 내 연(緣)에는 네 흔적을 남겨두고 싶어.”
“……흔적?”
“이름에는 혼(魂)이 깃들고. 언어에는 연(緣)이 깃들지.”
“…….”
“진명을 이미 네게 건넸으니, 내 혼은 언제든 네 부름에 반응하겠으나.”
기실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이벨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혹여 어떤 일로든. 네 부름에 답할 수 없는 상황이 되거든.”
그 말에 이벨리아의 표정에 불안감이 깃들자. 아가레스는 조심히 손을 뻗어 엄지로 여린 눈가를 쓸었다.
“없는 길을 만들어내는 연(緣)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왜, 왜 그런 말을 해? 항상 옆에 있겠다고 했잖아. 어디 안 간다고 했잖아.”
“내 밑바닥마저 네게 모두 내던졌으니 오죽할까.”
“그러면 왜? 나 안 할래. 하면 아스가 꼭 어디 갈 것 같잖아.”
울먹. 물기를 함뿍 담은 목소리와 함께 어디 가지 말라는 듯 소매를 부여잡는 손이 하얗게 질렸다.
내가 자리를 비운다는 가정 아래. 무너지는 너를 보면서 일말의 기쁨을 느낀다면 나는 별수 없이 천성 잔혹한 악마일까.
옅게 고이는 눈물을 황홀하다는 듯 바라보던 악마가 한 번 더 여린 눈가를 쓸었다.
“만에 하나. 가능성이라도 남겨두고 싶지 않아서.”
“…….”
연(緣). 곧, 인연(因緣)이라는 것은-.
먼 길 돌아도 기어코. 아주 엇갈려도 반드시. 오래 헤매어도 끝끝내.
그렇게 종장에는 서로 닿게 만드는 것이니까.
“감히 네 무엇도 내게 달라 안 해.”
유일한 신을 모시는 사도. 혹은 정통한 왕을 받드는 충신처럼. 대악마는 그저 속절없이 혼과 연을 발치에 내려두었다.
“내가 네 것이다, 넌 그렇게 가져가기만 해.”
일순 가졌다 평생 버려도 원망하지 않을 테니.
“…….”
옅게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승낙.
대악마의 금안에 깊은 환희가 들어차고.
“네가 원하는 언어 하나를 내게 줘.”
이벨리아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선반, 책 하나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아가레스가 몸을 반쯤 일으켜 소파에 손을 짚고 작은 손이 가닿는 방향에 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건네면서 위로 마주치는 금빛 눈.
오로지 내게만 다감한 맹수.
잘했다는 듯 머리를 슬쩍 쓰다듬으니 금안이 요요하게 휘어진다.
받아든 책의 이름은 제법 거창하다.
「묵시록」.
구원을 믿지 않는 악마가 손에 들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
- 촤르르륵.
무거운 책장을 넘긴 이벨리아가 어느 구절에 시선을 멈추었다.
“이거. 이걸로 하자.”
“읊어줘.”
호롱불 흔들리는 서재. 차분하고 고요한 음성이 악마의 위를 흠뻑 적셨다.
“피어라. 등불이여. 피안의 경계에서 우리를 이끌어라.”
그러자 금안 깊은 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양이 반짝이고 이내 침잠한다.
처음으로 진명을 불러주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신에게 버림받은 죄수가 경건하게 구원의 구절을 따라 외었다.
“피어라. 등불이여.”
찰나. 찰각. 소리와 함께 새로운 억압이 그를 얽어맨다.
“피안의 경계에서 우리를 이끌어라.”
또다시 찰각. 끝없이 반복하는 거대한 고리 속에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새겨진다.
존재의 근원인 혼과 생의 길인 연을 모두 타인에게 내던져서인가.
그를 옥죄던 세계의 속박이 옅어진 느낌이 들었다.
대악마는 그의 유일한 왕을 올려다보았다.
“언젠가 네가 내 진명을 불러도 내가 명을 따르지 못할 때.”
“……응.”
“그땐 이 낙인을 불러줘.”
그게 내겐 수 없는 갈림길 속 이정표가.
고립된 세계 속 나침반이.
방향 없는 설원 속 북극성이.
하여 끝내 네게 닿는 길이 되어줄 테니까.
그렇게 그의 유일한 왕을 향한 맹세.
원하신다면, 시간을 넘고 공간을 찢어서라도 언제든 돌아오겠다는 서약.
“……약속이야.”
“명령으로 족해.”
너는 부디 내 모든 것을 앗아가라.
나는 기꺼이 내 존재마저 그러모아 네 앞에 바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