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아, 망했어요
(163/323)
163화: 아,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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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아, 망했어요
2022.04.21.
“뭐야!”
면전에 퉤퉤퉤를 외치는 악마를 향해 이벨리아가 허리에 손을 얹고 세차게 발을 굴렀다. 콩. 콩. 발 구르는 소리가 사납게 울렸다.
“너 지금 나한테 침 뱉었어!”
“뱉었다! 재수 없어서!”
“내가 재수가 없어?”
“그럼 있겠냐, 이 밥풀만 한 폭군아!”
씨익, 씨익, 이벨리아는 콧김을 내뿜으며 버릇없는 잔디의 손가락을 앙 물어버렸다.
“언니 악마나 불러!”
“왜!”
“잔디 너는 파티 준비에 아주 형편이 없을 것 같으니까!”
“너 지금 나 무시하냐?”
“와 너 정말.”
“왜. 네가 생각해도 말이 좀 심했…….”
“그걸 이제 알았어?”
“……진짜 인성하고는. 넌 악마로 태어났으면 마계를 다 씹어먹었을 거다.”
“널 씹어먹기 전에 당장 부르라고.”
흥. 날 씹어먹긴. 저 조그만 이로 무슨.
마르바스는 손가락에 남은 잇자국을 빤히 바라봤다.
밥풀이라 그런가. 무슨 쥐 한 마리가 문 것처럼 조그마하다.
기운을 사용해 로노베를 부르며, 마르바스가 툭 던지듯 말했다.
“야. 밥풀.”
“앙.”
“다른 악마가 또 괴롭히면 나한테 일러.”
그 말에 이벨리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뭐야. 나 구해주려고?”
“구하긴 뭘 구해. 가서 응원하려고 한다. 못된 밥풀 한입에 그냥 삼켜 버리라고.”
말로는 저렇게 툴툴거리면서도 자신이 이바스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꼼꼼히 훑어내리는 걸 다 봤다.
어디 생채기라도 있나 없나 손과 팔꿈치, 얼굴과 발까지.
여전히 구시렁거리는 잔디를 보며 이벨리아가 픽 웃었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긴.’
***
마르바스의 부름을 받고 장밋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나타난 로노베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냐는 듯 되물었다.
“주군 생일파티를 해드린다고?”
“응! 그런데 잔디 악마는 낭만이 다 죽어버려서 가망이 없어. 그래서 언니 악마를 불렀지!”
로노베의 얼굴에 삐질 식은땀이 흘렀다.
생일파티가 다 웬 말이야. 이딴 말랑한 건 해본 적도 없다.
그러나 하찮은 병아리콩의 반짝이는 눈을 보자니, 사실 내 낭만도 죽어버린 지 오래라는 말이 떨어지질 않았다.
“……나앙만이라면 내가 전문이지. 근데 잠깐만. 나 화장실 좀.”
“응! 다녀와!”
‘긴급 상황. 긴급 상황.’
저딴 밥풀한테 낭만 없다며 무시당할 순 없다.
로노베는 화장실 가는 척을 하면서 다급히 방향을 바꿔 마계로 돌아갔다.
곧바로 휘하 마족들을 탈탈 털어 생일에 관한 서적을 모두 올리게 한 다음 빠른 속도로 뒤적였다.
‘장식물. 음식. 초대장. 선물. 편지. 오케이.’
이해하지도 못한 정보들을 대충 머리에 쑤셔 박은 로노베는 거드름 피우며 이바스 저택으로 돌아와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앉아 턱을 치켜들었다.
“흠. 흠. 내가 또 파티에는 일가견이 있는 핫한 악마지.”
“역시! 그럴 것 같았어!”
“밥풀. 너 아주 보는 눈이 있군.”
“내가 좀 있어! 잔디는 가망 없고 언니 악마는 도움이 될 거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지!”
“너희 언제부터 이렇게 죽이 잘 맞았냐? 엉?”
“낭만 죽은 악마는 가라.”
“훠이! 훠이!”
“…….”
이벨리아와 로노베는 머리를 맞대고 초청할 인원, 장소, 장식물 등을 논의했다.
마르바스는 팔짱 끼고 눈을 감은 채 관심 없는 척을 하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 제안이 나오면 번쩍 눈을 뜨고 한 마디씩 얹었다.
희고 커다란 종이 위. 이벨리아의 삐뚤빼뚤한 글씨로 계획이 빽빽하게 세워졌다.
“좋아! 다 됐다!”
이벨리아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종이를 돌돌 말아 품에 안았다.
“아. 그리고 닷새 뒤까지 아스가 이 저택에 오지 못하게 잘 막아야 해!”
그러자 마르바스가 헛웃음을 지었다.
“감히 주군 앞을 막으라고? 그런 짓 했다간 내 모가지가 먼저 날아간다.”
“에엥? 우리 토끼 그런 토끼 아니에요!”
“우리 주군 그런 주군 맞아요.”
“앞길 막는다고 목 날리는 그런 토끼 아닌데요!”
“앞길 막는다고 목만 날리면 다행인 그런 주군 맞아요.”
흔들리는 밥풀의 눈빛을 본 마르바스가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흩트리며 툭 내뱉었다.
“하……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도 주든가.”
“데우스…… 뭐?”
“대충 목숨 보장권, 프리패스권, 뭐 그런 의미. 네 쪽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아스가 이 저택에 오지 못할 만한 말을 적으면 된다는 거지?”
곰곰이 생각하던 이벨리아는 야무지게 펜을 쥐고 종이에 또박또박 적었다.
「사춘기가 온 이브는 이바스 저택에서 조용히 홀로 쉬고 싶어요. 방문 사절.」
“자. 여기!”
검지와 중지 사이로 거만하게 잡아 척 내미는 쪽지. 글자 몇 개로 남의 집을 당당히 빼앗아 점거해버린 뻔뻔함에 마르바스가 고개를 저었다.
‘저 꼬맹이 나중에 마계도 이런 식으로 차지해버리는 거 아니야?’
에이, 또 부정 타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퉤퉤퉤!”
마르바스는 다시금 밀려드는 불안한 예감을 애써 떨쳐냈다.
전부 기우일 뿐이다.
‘그래. 그럴 리가.’
***
다음날.
책을 읽던 아가레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마르바스는 사색이 되어 식은땀을 흘렸다.
안주머니에 넣어둔 쪽지가…… 잘 있군. 내 생명줄.
“어어어디가십니까, 주군!”
“네게 알려야 하나. 내가.”
“물론 아니십니다! 그, 그저 혹시 위험한 곳이라도 가실까 하여…….”
그러자 슬쩍 올리는 눈썹이 마치, 내게? 라고 반문하는 듯했다.
여전히 바들바들 떨며 마르바스가 다시 물었다.
“혹시 이바스 저택에 가십니까, 주군?”
“오늘따라 성가시군.”
아가레스가 언짢은 듯 고개를 기울였다.
‘위험경보! 목 날아가기 직전!’
주군 기분 살피는 눈치라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 마르바스는 곧바로 무릎 꿇고 두 손에 쪽지 하나를 소중히 올렸다.
그러나 아가레스가 곁눈질조차 하지 않고 지나치자, 몸을 일으켜 다급하게 뒤를 따랐다.
‘주군께서 지금 이바스 저택에 가시면 전부 망한다!’
힘을 내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주군! 이거 밥풀이 썼습니다!”
마르바스는 마치 악마 퇴치하는 부적이라도 붙이듯 이벨리아의 쪽지를 척 내밀었다.
“주군께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이브가?”
거칠 것 없던 대악마의 걸음이 작은 쪽지 하나로 인해 멈췄다. 고아한 손이 수하의 손에 들린 쪽지를 조심스레 들었다.
글자 하나도 아쉽다는 듯 천천히 훑어 내려가는 눈.
이내 마르바스를 향하는 시선에는 옅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 땅콩이 저택을 홀랑 뺏어버렸으니 화가 나실 법도 하지.’
“이걸 내가 아닌 네게 줬다고.”
‘아. 분노 포인트가 거기십니까…….’
자칫하면 억울하게 불똥이 튈 것 같은 예감에 마르바스가 더욱 낮게 자세를 숙였다.
쯧, 혀를 찬 아가레스는 아주 소중한 것을 만지듯 쪽지를 몇 번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벌써 사춘기가 올 시기가 되었나. 아주 흡족하군.”
“그게 뭔지 알고 계십니까, 주군? 그거 인간들에게만 오는 거라던데.”
묻는 말에 아가레스의 시선이 슬쩍 책장 쪽을 향했다.
마르바스 역시 본능적으로 그쪽을 바라봤다가, 완전히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저게 다 뭐야!’
인간 성장 및 사상에 관한 온갖 책이 그곳에 있었다.
톡. 책 하나를 손으로 꺼낸 아가레스가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
펼친 책 뒤로 보이는 선명한 표지.
주군의 단단한 손과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제목에 마르바스가 소리 없이 경악했다.
[사춘기 아이를 따뜻이 포용하는 나, 제법 젠틀해요.]
***
그 시각. 대악마 하나를 사춘기 관련 서적에 파묻히게 한 이벨리아는 작은 손을 꼼질꼼질 움직이며 초대장을 만들고 있었다.
“언니 악마. 이거 어때?”
“너 감각이 심히 없구나.”
“초대장인데.”
“결투장인데.”
“예쁘게 만들었는데.”
“싸우자는 뜻인 거 같은데.”
“……별로야?”
“대단히.”
“……도움!”
포기가 빠른 이벨리아는 결국 로노베의 도움을 받아 초대장을 만들었다.
금빛 바탕에 검은 토끼가 커다랗게 그려진 귀여운 초대장.
가장 위에 동글동글한 글씨로 수신인을 적자, 로노베가 묻는다.
“밥풀. 넌 인간이지.”
“난 인간이지!”
“근데 초대장 받는 것들은 왜 죄다 인간이 아닌 거냐.”
“응?”
아니 잠깐.
……그렇네?
자칫하면 황태자와 루페르트 백작이 부적절한 연이 있다 헛소문이 돌까 봐 식량 도둑을 제외했더니.
네 명의 정령왕들, 엔리르, 그리고 잔디와 언니 악마. 하나같이 인간 아닌 것들뿐이다.
“내 인간관계 이대로 괜찮은가…….”
“친우가 없구나. 이 안쓰러운 것.”
“아니. 나 친우 있는데…….”
“인간 몇 명?”
“둘.”
“이 안쓰러운 것.”
본인의 좁디좁은 인간관계를 알아버린 이벨리아가 천천히 로노베에게 시선을 돌렸다. 울망울망한 눈망울로.
“언니 악마. 인간들이 날 따돌려.”
그러자 로노베가 이벨리아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걱정 말거라. 인간들뿐만 아니라 악마들도 널 따돌리니.”
“그게 위로야?”
“그럴 리가. 조롱이다.”
하여간 이놈의 악마들!
이벨리아는 오늘 두 번째로 고위 악마의 손가락을 앙 물어버렸다.
***
초대장
생일 축하를 받은 적 없는 불쌍한 악마가 세상에 있다?
아르티나 공작저에서 오른쪽으로 20분을 달리고 왼쪽으로 돌아 10분을 달리면 있는 이바스 성에 산다는데!
안쓰러운 토끼를 위해 함께 생일을 축하해주실 당신을 초대합니다!
일자: 5월 12일
준비물: 착한 마음. 토끼에게 줄 생일선물(상추 금지).
혜택: 생일파티에는 이브가 있어요!
***
하급 정령들이 춤추며 사방을 수놓는 정령계.
왕들이 모이자 하위 정령들은 지레 겁을 먹고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각자 종이 하나씩을 손에 든 왕들은 아주 오랜만에 모두 모여 토론을 시작했다.
“이거. 눈치 게임인가.”
“그러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 적혀 있질 않은데.”
“너무 일찍 갔다간 엘라임의 아가 계약자 없이 악마들과 뻘쭘한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겠어.”
“그렇다고 너무 늦게 가면 엘라임의 아가 계약자가 슬퍼할 거다.”
“……그것보다 난 이미 착한 마음에서 글렀는데 어쩌지.”
“선물은 뭘 주나.”
“대충 풀때기나 갖다 주지.”
“여기 상추 금지라고 적혀 있다.”
세계 모든 자연을 관장하는 네 명의 왕들.
늘 곤란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그들에게, 난데없이 떨어진 초대장 한 장은 제법 파문이 컸다.
“…….”
“…….”
난감한 시선들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
같은 시각.
초대장을 받은 로노베와 마르바스는 하, 헛웃음을 지었다.
“감히 주군께 불쌍하다는 표현을 갖다 붙이다니.”
“눈에 뵈는 게 없는 땅콩 같으니라고.”
“혜택도 참…….”
야 너두? 마르바스와 로노베가 동시에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여하간 밥풀의 괴상한 짓거리는 둘째치고, 정령왕들이나 용에게 생일선물로 뒤질 수야 없었다. 로노베가 검지로 장밋빛 머리칼을 돌돌 말았다.
“주군께 선물로 뭘 드려야 기뻐하실까?”
“영토는 어때?”
“영토라…….”
“일전에 서쪽 영토 일부를 가져다드렸을 때는 그냥 고개만 까닥하셨는데.”
“그럼 북쪽 영토 전부를 가져다 드리자. 거긴 한겨울에도 오렌지가 열리거든.”
“너 오늘따라 말이 좀 통하는데?”
주군께서는 한겨울 오렌지 집착 광공이시니, 어쩌면 치하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로노베가 매끄러운 머리칼을 한 손으로 쓸어 넘기며, 애용하는 활을 집어 들었다.
“가자. 땅따먹기 하러.”
***
그리고 공작저.
엔리르는 말랑한 앞발로 머리를 싸매고 침대를 뒹굴고 있었다. 검은 토끼가 그려진 초대장이 등에 깔려 이리저리 찌그러졌다.
“선물. 선물이라니.”
데굴데굴. 빨간 솜뭉치가 침대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도르르르 굴렀다.
“동굴에 묻어둘 것도 아까운데 선물이라니.”
우리 누나한테 줄 선물도 집주인 보석 털어서 줘야 하는데.
못된 악마한테 줄 선물이라니! 그게 뭐든 아까워 죽겠네!
쓰레기 주워서 주는 거 아니면 다 아까운…… 아하?
“쓰레기를 주면 되겠다.”
좋은 생각에 꼬리를 살랑살랑 날개를 파닥파닥 흔들던 어린 용은 이내 이불 속에 다시 고개를 파묻고 고민을 시작했다.
“쓰레기인데 용 체면을 떨어뜨리지는 않는 예쁜 쓰레기가 필요해.”
그렇게 쥐 죽은 듯 이불에 파묻혀 있길 몇 분.
“그래. 그거다!”
엔리르는 발딱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뒹구는 바람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붉은 털이 일제히 퐁실 흩날렸다.
어린 용은 토실한 엉덩이를 방실방실 흔들며 이벨리아의 방으로 향했다.
- 휙. 타악.
쓰레기통을 앞발로 한 번 후려쳐 엎더니, 뒤적여 집어 든 것은 이벨리아가 버린 종이들.
이번 생일파티 기획을 고민하면서 낙서했다가 버린 것들이다.
“이건 쓰레기지만 우리 누나가 만든 쓰레기니까 세상에서 가장 예쁘지.”
이 좋은 걸 악마한테 준다니까 마음이 조금 쓰리긴 하지만. 엔리르는 뿌듯하게 가슴 털을 부풀리며 쓰레기를 물고 나갔다.
“예쁜 쓰레기. 착한 쓰레기. 귀여운 쓰레기. 랄랄라.”
출처를 알 수 없는 괴상한 콧노래가 공작저 회랑에 울려 퍼졌다.
***
마침내 이벨리아가 계획한 아가레스의 생일날.
비밀기지 나무 아래 기대 책을 읽던 아가레스는 폴짝폴짝 뛰어온 어린 친구의 빛나는 눈을 마주했다.
“산토끼, 토끼야.”
뭔가 원하는 게 있는 표정. 아가레스는 주저 없이 책을 덮었다.
“응. 꼬맹이.”
“우리 이바스 저택으로 가자. 나 오늘은 거기서 놀고 싶어.”
이바스 저택으로 간다는 말은 늘 기껍다. 저택을 지은 목적이 오로지 그것 하나였기에.
반색하며 어린 친구를 데리고 저택으로 온 아가레스의 눈앞. 이벨리아가 난데없이 두꺼운 안대를 들이댔다.
“음?”
“토끼야. 여기서부터는 눈을 가리고 들어갈 거야!”
“그래.”
“왜인지 안 물어봐?”
“네가 원하면 이유가 무슨 상관일까.”
순순히 안대를 받아 착용한 아가레스가 성큼성큼 걸었다.
‘뭐야. 앞이 안 보이는 토끼가 무서워하면서 나한테 의지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있으나 없으나 별반 다를 것 없을 정도로 태연하다. 기실 안대 따위가 그의 기민한 감각을 가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이벨리아는 간과했다.
- 벌컥.
아가레스가 이바스 저택의 문을 열자, 이벨리아가 장난꾸러기처럼 씨익 웃었다.
저 안에 있는 악마와 엔리르, 정령왕들에게 일제히 폭죽을 터뜨리라고 말해둔 터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토끼가 아주 놀라겠지!’
문이 열리자 안에 있던 이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폭죽을 잡아당겼다.
- 파앙! 파아앙!
경쾌한 폭발음과 함께 오색 실이 허공에 휘날리고.
그와 정확히 동시.
“주군! 탄신일을 경하…… 으아악! 으악!”
“꺄아악!”
“용 살려! 용 살려!”
아가레스는 곧바로 마기를 발산하며 등을 돌려 이벨리아를 끌어안았다.
흩뿌려진 기운이 저택 입구를 휘돌며 닿는 모든 것을 말 그대로 산산이 부쉈다.
- 콰앙. 쿠르릉.
“저 미친 악마가!”
“야! 진정해! 엘라임의 아가 계약자 아무도 안 잡아간다!”
사납게 날뛰는 마기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에 가닿고.
- 콰아앙.
장렬히 추락하는 거대한 유리 조각을 이프리트가 곧바로 불태워 재로 만들었다.
“와. 뭐지. 이 짜릿한 감각은. 악마와 정령 중 누가 더 강한지 드디어 알 수 있는 건가.”
“발리기 전에 닥쳐. 쟤 성질머리 몰라서 그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 속. 얼떨결에 보호받듯 친우의 품에 쏙 안긴 이벨리아가 눈을 도르르 굴렸다.
“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