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대악마, 공녀님의 번견2022.03.10.
황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무도 억울했다. 후작 영애 하나 죽이려 한 죄치고는 너무 무겁지 않은가. 이 높은 자리에 앉은 특권이 무엇이겠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 몇쯤 거슬리지 않게 치워버릴 수…….
“아!”
황비는 탄성을 질렀다. 아아. 알겠다. 아마 공녀를 살해하려 했다는 누명을 써서 형이 이리 높은 것일 터다. 공녀가 아니라 후작 영애를 살해하려 했다고 자백하면. 그러면 형이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팔을 잡은 근위병들을 힘껏 밀어내며 황비가 법대 앞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카시스 후작 영애였다! 공녀가 아니었어!”
“……?”
“그것이 먼저 나를 죽이려 들었기에 내가 살고자 영애의 식사에 독을 타려 했다! 정당방위! 정당방위 아니겠느냐! 운 나쁘게 공녀가 이를 먹어버렸으니 나 역시 참으로 통탄스럽구나!”
그러나 군중들과 재판관들의 싸늘한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카시스 후작영애의 몸이 약한 것은 제국 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집 밖으로는 외출조차 잘 하지 않는 영애가 황비를 죽이려 했다? 지나가는 개도 안 믿을 소리다.
‘아무도 믿지 않아…….’
차가운 시선들을 황망히 바라보던 황비는 황제가 앉은 단상 아래 몸을 날리듯 엎어졌다. 이제 살길은 단 하나다. 법 위에 선 황제의 비호.
“폐하! 저를 황후로 봉해주십시오! 폐하!”
황후는 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황제가 이 자리에서 자신을 황후로 봉하겠다고 한마디만 한다면 외려 아르티나를 비웃고 당당히 걸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폐하!!”
황제는 움직이지 않았다. 올바르지 않은 형태로나마 인연을 맺어 자신의 아이까지 낳은 여인이 저리 소리침에야 마음이 쓰라린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지만.
‘여기서 황비를 황후로 봉하거나, 재판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여서는…… 아르티나를 잃게 될 터다.’
그건 절대 안 될 말이다. 황권 유지의 가장 큰 조력자가 바로 아르티나 가문이다. 아르티나의 지지를 잃는다면 여태 쌓아온 황권은 곧바로 휘청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황태자에게 견고한 황위를 물려줄 수 없다.’
어린 아들이 이 모든 고난을 이겨 홀로 황위에 서는 날이면. 적어도 자신이 닦아둔 기틀 아래 조금이나마 평안하길 바랐다.
‘그걸 차치하고라도 공녀를 죽이려 한 황비를 황후로 봉한다면 민심이 돌아서겠지.’
민심은 곧 천심이라. 왕과 제국민은 그 신분에 하늘과 땅의 격차가 있으나, 역으로 하늘을 떠받치는 것은 오로지 땅이다.
‘황비. 그대는 선을 넘었소.’
황제의 온기 없는 눈에서 황비는 운명을 직감했다. 잘 관리된 손톱이 대리석 바닥을 긁자 끝에 매단 장신구가 보기 싫게 떨어졌다. 황제가 근위대장을 향해 고갯짓하자 황비 옆에 선 근위대가 다시금 황비의 팔을 잡아챘다. 조금 전보다 훨씬 강해진 악력으로.
“이놈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놓아라! 폐하! 폐하!”
“어머니!”
그 난장판 사이로 에드윈이 달려 나와 근위대의 다리를 발로 차댔다.
“이놈들! 어머니를 놓거라! 내가 명하지 않느냐!”
그러나 황제의 명을 받은 근위대가 고작 황자의 명으로 연행을 멈출 리 없었다. 두 모자는 마치 억울하기 그지없다는 듯 굴고 있었으나, 같잖은 신파극에 동감하는 이는 없었다. 군중들은 혀를 차며 황비의 만행을 질타했고. 누군가는 이벨리아의 안위를 걱정하였으며. 황태자가 아닌 황자의 줄을 잡은 관료들은 모후를 잃은 에드윈을 황위에 올리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이벨리아는 아가레스의 옷자락을 톡톡 잡아당겼다.
“토끼야. 이제 집에 갈래. 재미없어.”
아무리 적이라 한들 저런 꼴을 보고 하하 웃음이 나지는 않았다. 먼저 건드렸기에 치워버렸기는 하나, 자신도 토끼와의 내통 건으로 저 자리에 섰을 뻔한 적이 있지 않은가.
“집에 가서 푸딩…….”
나가려고 뒤돌아서니 어느새 몰려든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하늘이라도 날아야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먹으려면 1년이 걸리겠다!
몸을 돌리는 바람에 불규칙적으로 서 있는 사람들을 건드리니, 그 여파로 군중이 흔들리면서 이벨리아 역시 휘청였다.
“앗, 이브 금……!”
이벨리아는 본능적으로 외치려다 흠칫했다. 여기서 이브 금지령은 안 되지!
“……금붕어!”
“금빛이니 금붕어도 영 틀린 말은 아니군.”
아가레스가 낮게 웃으며 놀리는 듯 말하자 민망해진 이벨리아가 휙 몸을 돌려 인파 사이로 쏙 들어갔다. 어김없이 어른들에 치여 이리저리 휩쓸리자 아가레스가 이벨리아를 번쩍 안아 들었다.
“조심해야지.”
작은 친우에게 부득이 손을 댈 때면 늘 그렇듯 더할 나위 없이 깃털 같은 손길이었지만, 들리는 과정에서 작은 몸에 비해 헐렁했던 후드가 살짝 흘러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 소중한 후드!”
곧바로 뒤집어썼지만, 황금빛 머리칼은 원체 눈에 잘 띄는 것이었다. 아르티나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타오르는 황비의 눈에, 군중 사이 언뜻 보인 황금빛은 강렬하게도 박혀 들었다.
“네 이년!!”
근위대에게 양팔을 잡혀 여전히 몸을 비틀고 있는 황비가 소리쳤다.
“저것 보십시오! 폐하! 공녀, 공녀가 왔습니다!”
이벨리아가 아가레스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렸다.
“왕 꼴뚜기한테 들켰다.”
이거 곤란한데. 극독을 먹고 쓰러져있다는 공녀가 이리 멀쩡하게 돌아다녀서야. 역으로 아르티나가 황비를 모함하였다고 의심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아니나 다를까. 황비는 이를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기회로 여기고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띠었다.
“폐하! 극독을 먹었다는 이가 어떻게 이리 빨리 거동한단 말입니까! 말도 안 되지요!”
“…….”
“이건 전부 다 공녀의 번견인 저 악마가 꾸민 일입니다!”
여전히 아가레스의 팔에 번쩍 들려 있는 이벨리아가 작게 속삭였다.
“우리 순진한 토끼는 그런 짓 안 하는데. 다 내가 한 건데.”
“내가 착한 토끼인 걸 네가 알아주면 그걸로 됐어.”
그래도 이대로 의심이 커지게 둘 순 없다. 나아가 괜히 죄 없는 토끼가 엮이는 것도 보기 싫었다. 잠시 고민하던 이벨리아는 결심했다.
“……토끼야.”
“응.”
“너 웃으면 안 돼.”
그의 작은 빛이 또 엉뚱한 일을 꾸미는 듯하다. 아가레스는 벌써부터 위로 향하려는 입꼬리를 단단히 단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후. 좋았어.”
이벨리아가 작은 손으로 휙 후드를 걷어 젖혔다.
“보아라. 내가 우리 오라버니들 등쳐먹을 때 쓰던 연기 실력.”
군중들의 눈이 단번에 쏠렸다. 이벨리아가 마치 숨넘어갈 듯 크게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콜록.”
“기침에 영혼을 좀 담아봐.”
“콜! 록! 콜! 록! 켁!”
“잘한다. 조금 더.”
“아아…… 콜록. 콜록. 내장이 다 타는 것 같아…….”
세상에. 맙소사. 이럴 수가. 군중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렀다. 황실을 믿던 공녀님께서 얼마나 상심이 크셨으면 저 몸으로 이 자리까지 직접 나오셨을까.
“어지러워…… 또 정신을 잃겠어…….”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대부분 이벨리아가 중얼거린 말을 다른 이에게 전하며 함께 혀를 차는 소리였다. 오히려 이벨리아가 모습을 보임으로 인해 황비에 대한 여론이 더욱 나빠졌다. 반향을 확인한 아가레스가 속삭였다.
“옳지. 이제 깨꼬닥 해.”
“깨꼬닥.”
작게 중얼거린 이벨리아가 아가레스의 품에서 축 늘어져 눈을 감았다. 기실 아직 몸이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았기에, 작은 몸과 창백한 얼굴, 굳게 닫은 눈은 군중들로 하여금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와 대조되어, 이 작은 아이를 이리도 핍박한 황비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보임은 물론이었다. 기가 찬 황비가 꽥 소리를 질렀다.
“저 요망한 것!! 저건 다 연기입니다! 거짓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황비의 말을 믿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황제의 손짓 아래, 근위병들이 기어코 황비를 재판정 밖으로 끌고 나갔다.
“폐하!! 에드윈!!”
황비가 질질 끌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여전히 눈을 감은 이벨리아가 입을 뻥긋 움직였다.
“어때. 내 연기.”
“영혼을 공작저에 두고 온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만큼 잘하신다는 거지.”
*** 큰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온 이벨리아는 침대에 엎드려 반성문 두 페이지를 쓰다가 만년필을 휙 던져버렸다.
“에이, 몰라! 이따가 쓸래.”
“줘 봐.”
반성문을 손에 든 아가레스가 천천히 읽어내렸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실수입니다. 미안합니다. 불찰입니다. 불민했습니다…… 아주 절절하게 반성 중이군.”
“응. 엄마가 이 종이들을 가득 채우래. 이제 한 200분의 1 정도 채운 것 같아.”
“언제 다 쓰려고?”
“죽기 전까지 쓸 거야.”
이벨리아는 종이 몇 장을 빼서 침대 밑에 슥슥 밀어 넣었다.
“이렇게 조금 줄여도 엄마는 모르겠지?”
씩 웃은 잔머리 대마왕은 새콤한 푸딩 그릇을 끌어 소중히 안고 부지런히 숟가락을 놀렸다. 커다란 그릇에 든 푸딩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며 네피르가 멍하게 입을 벌렸다.
“……참 잘 드시네요, 공녀님.”
“혼신의 연기를 하고 왔거든. 너도 먹을래?”
“아뇨. 입맛이 없어요.”
“어떻게 입맛이 없을 수가 있어? 사람이?”
“……황비 전하께서 혹시 냉궁에서 나오실지도 모르니 어디로 몸을 피할까 생각 중이에요. 하르벤타는 어떨까 싶어서요.”
이벨리아는 네피르의 손에 푸딩 그릇 하나를 쥐여주며 말했다.
“못 나와.”
“네?”
“거기서 못 나온다고. 황비.”
“하지만, 황자 전하가 계신 이상 혹시라도…….”
“우리 토끼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왜 못 나오는지.”
그 말에 네피르는 반대편 의자에 나른하게 기대앉은 악마를 슬쩍 바라보았다.
“…….”
세상을 오시하는 표정. 시선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공간을 직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즐겁다는 듯, 기대된다는 듯, 어딘지 상당히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직접 황비 전하를 처리하려 하시는구나.’
그렇다면 혹시 황비가 살아 나와 자신에게 보복할까 우려할 필요가 없다. 대악마의 손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자. 이제 입맛이 돌아왔지?”
“네. 아주요.”
네피르는 푸딩을 입에 밀어 넣었다. 새콤하면서도 달았다. *** 냉궁에 끌려온 지 이틀째. 낮에는 불볕더위가, 밤에는 냉기가 밀려와 황비는 벌벌 몸을 떨었다. 흡사 담금질 당하는 쇠붙이가 된 느낌이었다.
“흐으으.”
한편 냉궁의 가장 무서운 점은, 감옥처럼 좁은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궁. 빛 한줄기 들지 않는 광활함이 더욱 공포스러웠다. 무저갱에 빠진 것처럼.
“으으. 에드윈. 에드윈. 이 어미를 구하러 오거라. 에드윈.”
그렇게 마지막 남은 희망을 부르짖으며 차디찬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데. - 털썩. 어디선가 음식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차디찬 바닥을 손으로 짚으며, 황비가 엉금엉금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바닥을 마구 더듬으니 투박한 소리가 나는 진흙 그릇 안에 찰랑거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스튜!”
이틀을 굶었으니 깊은 허기가 느껴졌다. 황비는 앞뒤 재지 않고 그릇을 들어 후루룩 마셔보았다.
“으윽. 퉤! 콜록! 퉤!”
쓰레기에서 나온 물을 짜내도 이런 맛은 나지 않을 것이다. 황비는 분노하여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그릇을 던져버렸다.
“으아아악! 이리 오너라! 감히 이딴 음식을! 거기 누구 없느냐!”
목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메아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 닷새째. 냉궁의 좁은 창살 사이로 방문객이 왔다는 소리가 들리자, 황비는 허겁지겁 두 뼘도 되지 않는 창살에 달라붙었다.
“누구냐. 응? 에드윈? 폐하?”
“잘 지내는 모양이군.”
“……아르티나 공작!”
황비가 짐승처럼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창살을 마구 흔들었다.
“날 내보내다오! 내가 다 잘못하였다! 공작!”
“내가 없는 사이 내 아내를 끌고 갔다던데.”
“공작부인에게 직접 사죄하겠네! 내가 잘못했다!”
“나와 내 아내를 죽여 이브에게 고통을 주겠다 협박했고.”
“그건, 그건, 그냥 홧김에……!”
“후작 영애를 죽여 내 딸을 평생 후회 속에 살게 하려 했고.”
“내 실수였어! 잠시 눈이 멀어서!”
“죽이는 데 성공했다면 다음은 내 딸의 목숨을 노렸을 터.”
“아니야! 내가 어찌 감히 공녀를!”
말을 낮추는 공작에게 어떠한 불만도 표하지 못할 정도로, 황비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황실에 대한 예를 누구보다도 강조하던 이는, 실상 그 황실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자였다. 만인지상이라는 자부심에 한껏 꼿꼿하던 자존심은 고작 닷새 만에 자취를 감췄다.
“내 아내와 아이를 건드린 그 정성에 나도 보답해야겠지.”
“……?”
창살 사이로 장신구 하나가 툭 떨어졌다. 황급히 이를 더듬은 황비가 창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옅은 빛에 이를 비춰보았다.
“이건, 이건, 에드윈의……!”
에드윈이 즐겨 사용하는 장신구. 심장 위쪽, 가슴에 다는 브로치.
“설마. 에드윈을…….”
아무런 대답이 없자 황비가 창살을 힘껏 흔들었다.
“에드윈을 어찌한 것이야! 내 아들! 내 아들을!”
“네 아들은 내 손에 죽을 것이다.”
“공작!”
“내 딸을 탐하는 순간.”
“공작! 공작! 이러지 말게. 제발. 내 아들이 뭘 잘못했나. 응?”
“네가 어찌 키웠는지가 네 아들의 목숨을 좌우하겠군.”
미련 없이 돌아서는 휴고의 뒤로, 황비의 악다구니가 이어졌다. 애원이었다가, 저주였다가, 흐느낌이었다가. 이내 괴기스러운 비명으로. *** 한 달 뒤.
“내 아들. 내 아들은 황제가 될 거야.”
어두운 냉궁에는 빠르게 중얼거리는 소리만 끊임없이 공간을 채웠다.
“내 아들이 황제가 되는 날. 난 여기서 나가 다시 황금 관을 쓸 거야.”
눈을 감은 황비가 무릎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황태후가 되어 공녀의 목부터 쳐버려야지. 그 일가는 몽땅 죽여버릴 거야. 아니지. 내 아들이 먼저 어미의 원한을 갚는다고 성문 밖에 목을 매달겠구나. 그래. 그럴 거야.”
어느 날부터 환영이 보이고 환청이 보이자, 황비는 직감했다. 자신이 미쳐가고 있음을. 그래서 끊임없이 현실과 미래를 읊으며 애써 정신을 다잡는 중이었다. 에드윈. 에드윈만 황제가 된다면! 그 희망으로 또 옅게 웃으며 곰팡이 핀 빵을 한 입 베어 물던 때. 어둠 속에서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했어.”
또 환청인가. 귀를 후비면서도 황비는 혹시 몰라 물었다.
“폐……폐하?”
“반성하고 있으면 어쩌나.”
“아니, 폐하가 아니야. 누, 누구냐!”
보랏빛 화염이 옅게 타오르고. 그 안에서 금안이 빛을 발했다. 한쪽 입매를 느리게 올린 대악마가 답했다.
“공녀님의 번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