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냉궁에 처박아줄 테니까2022.02.14.
네피르가 이야기를 다 마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전할 말도 별로 없기는 했다. 시녀로 들어간 것, 황비가 자신을 불러 위로한 것, 그로부터 며칠 후 이 독약 병을 받은 것. 그게 다였으니까. 그토록 좋아하는 홍차와 디저트에 단 한 번도 손을 가져다 대지 않고 집중해서 듣던 이벨리아가 물었다.
“왜 카시스 후작가로 가서 얘기하지 않고 나한테 왔어?”
“카시스가 밉거든요. 렐리안을 증오하고.”
“그럼 왜 렐리안을 도울 마음이 들었어?”
“그 애를 돕는 게 아니에요. 나를 돕는 거지.”
“왜. 렐리안을 죽였다가 네 목이 날아갈까 봐?”
“아뇨. 그 애를 계속 미워해야 제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어느 순간부터 그 애가 제 목표가 되어버려서요. 네피르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저 오늘 날씨같이 별 의미 없는 대화를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벨리아는 모르지 않았다. 주변이 온통 단단한 껍데기 속에서 꼭꼭 숨어 우는 이들뿐이다 보니, 네피르의 저 인정에, 저 결정에, 얼마나 많은 울음이 삼켜졌을지 알아채긴 어렵지 않았다.
“…….”
“가볼게요.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분명 괜한 오해를 살 테니까.”
“조동아리. 이 은혜는 갚을게.”
“공녀님께서 왜 갚으십니까. 목숨을 건진 건 제 동생인데.”
“소중한 친우라. 오늘 네 걸음이 내겐 빚으로 남을 정도로.”
독약 병을 다시 손에 쥐고 일어서는 네피르에게 이벨리아가 물었다.
“아직도 카시스 후작가에 입적되고 싶어?”
“아뇨. 그보다 더 원하는 일이 생겼거든요.”
“더 원하는 일?”
“상단이요. 제 어머니는 대상단의 후계자셨거든요. 지금은 엉뚱한 이의 손에 들어간 모양인데, 그걸 되찾을 거예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분명 둘은 호의를 주고받을 관계는 아니다. 의외라는 듯 네피르가 이벨리아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무슨 꿍꿍이인지를 찾으려 했건만. 맑은 바다 빛 눈에 담긴 것은 그저 고마움. 걱정. 안쓰러움. 미약한 미안함.
“……렐리안이 부럽네요. 공녀님 같은 친구가 있어서.”
어찌할 방도 없는 질투심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뱉어졌다.
“아…….”
렐리안을 부러워한다는 건 자신의 치부나 다름없다. 네피르가 입술을 깨물며 황급히 몸을 돌렸다.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달려 나가려는데, 보드라운 손이 자신의 옷자락을 덥석 잡는 것이 느껴졌다.
“조동아리. 원래 어린 애들은 다 싸우면서 큰대.”
“……?”
“그런 의미에서 너와 나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조금 더 크면. 어느 날엔.”
네피르의 눈가가 붉어졌다. 숨기듯 다급하게 방을 나서는 아이에게, 이벨리아가 인사를 건넸다.
“또 와, 네피르.”
이름. 불리는 이름에 따뜻함이 함빡 담겨 있었다. 네피르는 대답하지 않고 방을 나와 긴 회랑을 떠받치는 기둥에 기댔다.
“옛날엔 내 머리를 쥐어 뜯으시더니.”
렐리안이 왜 공녀님께 사족을 못 쓰는지 알겠다.
“……이젠 이름을 불러주시네.”
보내는 마음 그대로 받는 분이었다. 보태지도, 왜곡하지도, 계산하지도 않고. 그저 오롯이. *** 네피르에게 들은 사실을 렐리안에게 알릴까 한참을 고민했으나, 역시 알리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위협은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또렷하게 마주하는 것만이 그나마 피할 기회가 되곤 한다. 그런 마음으로 카시스 후작저에 찾아온 이벨리아는 렐리안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기겁하고 말았다.
“……렐리안. 고드름 장사해?”
“어머! 이브!”
침대 위고, 이불 아래고, 창문이고 할 것 없이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아주 큼지막하게. 당황한 이벨리아와 달리, 엔리르는 파닥파닥 날아 허공에 뜬 마법진 근처를 요리조리 돌았다.
“마법진! 동글동글 예쁜 마법진! 우리 누나 머리처럼 동그란 것이 아주 잘 그려졌다!”
신나서 활개 치던 어린 용은 렐리안의 앞으로 내려가 치하하듯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보라 인간. 너 조금 똑똑하군.”
그러자 렐리안의 얼굴에 홍조와 사근사근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전에 가르쳐주신 대로 해 보았더니 빙계 마법이 한층 수월해졌답니다, 스승님.”
“스, 스승님? 보라 인간. 너 굉장히 바람직해.”
난데없이 스승님이라는 호칭을 얻은 엔리르는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복슬복슬한 볼을 부여잡고 풍성한 꼬리를 정신없이 살랑댔다.
“……아무래도 우리 아가 용은 스승님이라는 호칭이 지나치게 달콤했나 봐.”
저렇게 꼬리를 흔들다가 곧 꼬리 힘으로만 하늘을 날아다니겠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 엔리르가 렐리안의 스승이 된 거야?”
“일전에 그 온실에서 제 마법을 보시고는 이것저것 알려주셨지요.”
“스승! 스승! 그건 아주 똑똑하고 대단한 용에게만 주어지는 칭호지!”
전혀 그렇지 않지만, 이벨리아와 렐리안은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호칭의 달콤함에 홀랑 넘어가 버린 엔리르를 소파에 내려놓고, 이벨리아가 렐리안을 테이블로 이끌었다.
“렐리안. 나랑 얘기 좀 하자.”
“네, 이브. 잠시만요!”
방 안을 가득 메웠던 고드름이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게 답답했던 엔리르가 꼬리를 한 번 크게 휘저어 순식간에 마법을 파훼해버렸다.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렐리안은 단아한 손길로 차를 우려 둘 앞에 내려두었다.
“무슨 일이세요?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시는데.”
“……렐리안.”
“네. 말씀하세요, 이브.”
이벨리아가 살짝 입술을 떨었다. 제국법상 지위가 어떻든지 간에 실질적으로 이 제국에서 가장 높은 여인이 바로 황비다. 그런 이가 목숨을 노린다고 알려주면. 렐리안이 너무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몸이 안 좋은데 충격을 받아 병세가 악화되진 않을까.
“이브?”
이벨리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말해야 한다. 알아야 방비도 할 수 있다.
“……황비가 널 죽이려 해. 정확히는, 독살하려 해.”
“아. 그렇군요.”
“엥?”
예상과 달리 너무도 태연한 대답에 바다 빛 눈이 번뜩 떠졌다. 우리 렐리안이 잘못 들었나?
“렐리안. 황비가 널…….”
“죽이려 한다고요. 독을 먹여서.”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네가 상처받을까 봐 엔리르랑 연습도 하고 왔는데!”
“참고로 내가 보라 인간 역할이었어.”
그 말에 렐리안이 희미하게 웃었다. 유일한 공녀님과 하나뿐인 용님이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상처 주지 않고 전할 수 있을지 연습했다니. 그런 배려 아래서는 독살 예고가 아니라 인마전쟁 예고라도 달콤하기만 할 터였다.
“황비가 슬슬 손을 쓰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아니, 어떻게?”
“청혼서 건으로 아르티나와 부딪혔지만 당장 아르티나를 건들진 못하겠죠. 그런데 만일 공자님들과 제가 연이라도 맺으면 아르티나는 지금보다 더욱 손대기 어려워지니까요.”
이벨리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렐리안이 슬쩍 눈치를 보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황비 전하는 아마 공녀님께서 황태자비가 되실 거라 여길 텐데, 그러면 황태자 전하께선 아르티나와 카시스를 한 번에 얻게 되니까요.”
“천재야, 렐리안?”
“칭찬 감사드려요, 이브.”
빼지 않고 날름 칭찬을 받아먹는 렐리안을 향해 이벨리아가 키득키득 웃었다.
“어쨌든 미안해. 결국 우리 집안과 황실의 줄다리기인데. 괜히 네게 불똥이 튀었어.”
“아뇨. 저는 황비 전하께 제가 위협으로 느껴지는 게 좋아요.”
“왜?”
“그냥요. 제가 아주 강한 사람이 된 것 같잖아요.”
악동처럼 입꼬리를 올리는 렐리안의 표정이 참……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덤벼댄다는 벌꿀오소리를 닮았다. 엔리르가 파드득 날아올라 렐리안의 무릎 위에 안착했다. 아가 용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렐리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보라 인간. 걱정 마.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도와줄게. 너는 내 제자니까.”
“그러면 저는 세상에 무서울 게 없겠네요.”
“벌꿀오소리…….”
“네?”
“아무것도 아니야. 벌꿀이 맛있다고.”
렐리안은 곧바로 진한 벌꿀 한 스푼을 듬뿍 떠서 이벨리아의 차에 넣어주었다.
“그런데 이브. 독살이란 건 어떻게 아셨어요? 저는 그냥 자객이나 좀 들이닥칠 줄 알고 여기저기 고드름 마법진을 설치해두려 했는데.”
“으음…….”
이벨리아가 살짝 시선을 피하며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은 짧았다.
‘말해야지. 두 벌꿀오소리를 위해서.’
굳이 관계 개선의 축을 담당하고자 하는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네피르와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는 렐리안과, 앞으로도 홀로 힘든 싸움을 할 네피르. 둘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행복한 길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렐리안. 내게 직접 독약 병을 가지고 와서 가르쳐준 사람이 있어.”
“직접요? 황비 전하에게 들켰으면 목숨이 위험했을 텐데…… 혹시 아르티나 가문이 황비 궁에 사람을 심어두신 건가요?”
“아니. 렐리안도 아는 사람이야.”
“아. 황태자 전하이신가요?”
“……네피르.”
“……!”
렐리안이 소리조차 내뱉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작은 손이 바들바들 떨리며 입가로 올라갔다.
“……왜, 왜, 그 애가.”
“그건 나중에 직접 들어.”
잠시 미간을 모으고 테이블을 내려다보던 렐리안이 돌연 이벨리아의 두 손을 붙잡았다.
“이브. 혹시 그 애가 위험하진 않을까요?”
“누가 자매 아니랄까 봐.”
제 목숨 위험하다는데도 증오하는 자매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기저의 감정이 무엇이든. 서로 죽는 꼴은 못 보나 보다.
“위험하겠지. 당연히.”
“황비 전하가 네피르를 가만두지 않을 텐데!”
“이번 일만 끝나면 돼. 황비는 세상 빛을 더 못 볼 테니까.”
이벨리아가 마치 정해진 사실을 읊듯 태연히 단언하자, 렐리안이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방도가 있어요? 고작 이걸로 황비 전하를 잡을 수가 있을까요?”
“응? 고작 이거론 못 잡아. 네피르에게 독약을 준 시녀도 벌써 살해당했거든. 황비와의 연결고리가 모두 잘렸지.”
“네피르가 황비 전하의 시녀한테 독약을 받았다고 증언해도 소용없겠네요.”
“응. 황비로서는 자신이 굳이 말단 시녀에게 그런 일을 맡길 이유가 없으니 누구의 소행인지 모른다고 꼬리를 자르면 그만인걸.”
단호한 말에 렐리안이 푹 고개를 숙였다. 사실 못 잡는 게 당연하다. 공녀님께서 황비, 황비, 가볍게도 부르고 계시지만, 이 제국 황자의 모후이자, 황제의 사랑을 받는 유일한 여인이다. 그야말로 만인지상의 자리에 앉은 자. 독하게 마음만 먹는다면 카시스 가문을 역모에 연루시킬 수도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진 자. 그 번거로운 대적을 피하고 영애 하나 독살하고자 한 것은, 그만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했다.
“……저 때문에 네피르가 황비에게 무슨 일을 당하는 건 싫어요.”
물고 뜯고 서로를 깊이 할퀴어 상처 냈음에도. 참 밉지 않은 자매다. 이벨리아가 씩 웃었다.
“걱정 마, 렐리안.”
“좋은 생각이 있나요, 이브?”
이벨리아가 의자에 나른하게 기대 누웠다. 동그란 초콜릿 하나를 입에 앙 물면서.
“말했잖아. 이번 일만 끝나면 황비는 세상 빛을 더 못 볼 거라고.”
“어떻게요? 아까 잡기 어렵다고 하셨잖아요.”
“그냥은 잡기 어렵다는 거지. 방법이 없다는 건 아냐.”
우리 엄마가 그랬거든. 미친 인간을 상대할 때는 더 미친 인간이 되라고.
“먹어야 해.”
“……뭘요?”
“그 독약. 그걸 먹어야 황비를 잡을 수 있어.”
“누가요?”
“…….”
불안하던 렐리안의 표정은 이벨리아가 아무 대답 없자 외려 환해졌다.
“저겠지요?”
“날 믿지, 렐리안?”
렐리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이브가 먹는 게 아니면 됐어요. 난 이브를 믿어요.”
“좋아, 렐리안. 곧 연락할게.”
이벨리아는 렐리안의 배웅을 받으며 카시스 후작저를 나와 마차에 올랐다. 저 멀리. 여전히 손을 흔드는 친구의 모습이 예전과 달리 단단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뿌듯한 웃음이 만면에 번졌다.
“우리 렐리안. 누구를 보고 컸는진 몰라도 참 용감하게 잘 컸어.”
*** 공작저로 돌아오는 마차 안. 창밖을 응시하는 이벨리아의 눈앞으로 엔리르가 날아들었다.
“누나. 아주 못된 일을 꾸미는 얼굴이야.”
“똑똑한 자식!”
이벨리아는 모포로 엔리르를 휙 덮어버렸다. 예리하긴. 눈이 어두운 천으로 가려지니 어린 용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도롱도롱 코를 골면서. 그 규칙적인 소리를 배경 삼아 이벨리아는 생각에 잠겨 들었다.
‘우리 렐리안 눈치가 똥이라 다행이야.’
렐리안이 눈치챘다간 다 망해버렸을 터다. 조금 둔해서 정말 다행이다. 독약을 먹어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렐리안이 먹어서는 황비를 잡을 수 없다.
‘황비를 잡으려면 그 약은 내가 먹어야 해.’
그래야 확실히 끝낼 수 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 카시스 후작저에서 렐리안을 만나고 약 일주일이 지난 후. 이벨리아가 시럽에 적신 빵처럼 소파 위에 축 늘어진 채 엔리르를 답삭 잡아 배 위에 얹고 있던 때였다. - 똑똑. 정확하게 박자를 맞춘 간결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벨리아는 방 밖의 이가 누군지를 묻지도 않고 말했다.
“들어와!”
“아기씨. 항상 누구인지를 먼저 물으셔야지요. 그렇게 막 들어오라고 하셨다가 괴물이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카론인 게 뻔한걸. 시계 초침처럼 똑! 똑!”
생긴 건 규칙 따위 영 안 지킬 것처럼 생겨선. 노크 소리는 세상 다시 없게 규칙적이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 눈만 도르르 굴리던 이벨리아의 시선이 카론의 손에 닿았다.
“앗! 그거!”
커다란 손에 들린 서류 봉투.
“찾았어?”
“제가 누굽니까.”
“우와! 기특한 내 호위 기사!”
호다닥 달려간 이벨리아가 카론의 손아귀에서 서류 봉투를 휙 뺏어 들고 먹잇감을 앞둔 살쾡이처럼 휙 열어젖혔다. 바다 빛 눈이 카론이 가져온 서류를 빠르게 훑었다.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가 짙게 떠올랐다.
“으음. 좋았어. 이 정도면 충분해.”
“신병도 확보했습니다.”
“벌써? 와아! 대단한 내 호위 기사!”
어린 주군의 호들갑에 이제 완연한 청년이 되어버린 카론이 씩 웃었다.
“그런데 어디 쓰시려 그러십니까. 생전 이런 일엔 관심도 없던 분께서.”
“다 이유가 있어. 카론은 내 편이지?”
“항상 그렇습니다.”
답한 카론은 일순 등골이 서늘한 기분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주인이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꼭 대형 사고가 터지곤 했다. 그가 황급히 덧붙였다.
“아기씨께서 위험한 일만 안 하신다면.”
“……위험한 일 아니지, 당연히!”
사기. 능청. 뻔뻔. 태어난 이래 10년간 갈고 닦은 잡기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당황하지 않고 위기를 넘긴 이벨리아가 생글 웃으며 서류 봉투를 서랍 속에 잘 숨겼다.
‘이거면 충분해.’
황비를 잡을 덫은 모두 준비되었다. 황비는 숱한 역사에 따라 황제에 의해 내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재판을 통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유구한 역사상 전례 없이.
‘기다려, 왕 꼴뚜기.’
곧 냉궁에 처박아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