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끌어내2021.11.25.
“자. 데퐁트 후작. 이제 의심이 풀렸나?”
황제가 느긋한 표정으로 앞에 놓인 포도 몇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대답을 바라는 듯 후작을 오시하였으나.
“으윽-.”
후작은 아가레스의 마기에 짓눌려 여전히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막힌 신음만 낼 뿐이었다. 그러자 황제가 고개 돌려 아가레스에게 말했다.
“이보게. 동마계의 지배자. 아, 이젠 달리 불러야겠군. 루페르트 백작.”
아가레스가 자신을 부르는 황제를 대답 없이 일별했다. 그 눈빛이 마치 세상 둘도 없이 하찮은 돌멩이를 보는 듯했다. 결코 일국의 황제에게 보일 태도는 아니었으나, 이 연회장을 넘어 제국 그 누구라도 루페르트 백작을 향해 황제에게 예를 갖추라 일갈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작위를 받았다고 하여 자신의 신하가 될 리 없다. 이를 잘 아는 황제 역시 명령보다는 원만한 부탁을 택했다.
“저 힘 좀 풀어주게. 그래야 얘기를 듣든 말든 하지 않겠는가.”
아가레스는 시선을 돌려 작은 친구를 바라봤다. 마치 그래도 되는지 의사를 묻듯. 이를 본 황제는 작게 혀를 찼다.
‘저, 저 불경한 태도 보게. 작위를 준 내 의사는 시원하게 무시하고 어미 쫓는 닭처럼 공녀만 보는구먼.’
이벨리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데퐁트 후작과 세레스를 내리누르고 있던 힘이 곧바로 증발했다. 두 부녀의 막혀 있던 숨이 갈급하게 터져 나왔다.
“커헉- 크윽-!”
“콜록! 케흑!”
후작이 가슴께를 두드리며 숨을 고를 때, 세레스는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도 아가레스를 향해 도끼눈을 뜨고 삿대질을 했다.
“이……! 이 야만적인……!”
아가레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 정도면 굉장히 신사다웠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야, 꼬맹이?”
“아주 신사다웠지. 난 우리 토끼가 이렇게 점잖은지 미처 몰랐는데.”
분노를 이기지 못한 눈으로, 세레스가 이벨리아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이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담대함만은 박수를 보낼 만했다.
“아무리 공녀님이라 한들, 제게 어떻게 감히!”
“감히? 그 말은 이브와 함께 놓일 수 없다. 이브가 하는 일 중 주제넘은 일은 없으니까.”
묵직한 마기가 다시 한번 짓누를 것처럼 위협적으로 머리 위를 맴돌자, 세레스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데퐁트 후작의 숨이 고르게 진정되자, 황제는 짙은 포도주 한 잔을 들이켜며 물었다.
“그래서. 후작. 말해보게. 왜 하필 공녀의 축하연에서 이런 사달을 벌인 것인지.”
엘리시아는 금방이라도 베어버릴 것처럼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대는 휴고를 말렸다. 여전히 무릎 꿇고 있던 데퐁트 후작의 손가락이 움찔댔다. 눈이 미세하게 휘어짐으로 인해 눈가에는 옅은 주름이 졌다.
‘혹시 몰라서 이런 상황까지 가정했던 것이 천만다행이군.’
몸을 추슬러 황제의 앞에 단정하게 무릎을 꿇은 후작이 애통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가레스의 마기에 거칠게 짓눌리는 바람에 갈라진 목소리가 듣기 싫게 흘렀다.
“심려를 끼쳐드려 그저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후작이 바닥에 두세 번 이마를 찧었다. 극악한 죄를 지은 죄인이 그 죄를 뉘우칠 때 보이는 모습. 찢어져 피가 흐르는 이마에도 불구하고 후작은 바닥을 마주한 채 옅게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데퐁트 후작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쉬운 일이었다. 하물며 이번 일의 원인이 제국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악마를 막겠다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임에야.
“소인은 오래전부터 조금 전 보여드렸던 구슬을 지니고 다녔습니다. 인마전쟁으로 궤멸 직전까지 이르렀던 이 제국이 다시는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었지요.”
“…….”
“최근 악마들이 다수 현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작저까지 습격하였다는 소식을 듣자, 가진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움직임이 나왔다. 그들 모두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혹여 누군가 악마와 내통한다면, 누군가 이 수도 한복판에서 악마를 불러낸다면. 그리하여 그것이 다시금 인마전쟁을 발발시키는 도화선이 된다면.”
후작은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듯 잠시 침묵하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좌중을 응시했다.
“그때 흐를 제국의 피를, 저는 감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후작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휴고와 엘리시아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고위 귀족이 보이는 보기 드문 예에 참석자들이 술렁였다.
“송구합니다, 공작 각하. 공작부인. 그리고 공녀님께도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리며, 감히 용서를 구합니다. 이 불민한 노신이 그저 이 제국을 걱정하는 마음만 앞서 감히 씻지 못할 죄를 저질렀습니다.”
사리사욕으로 지은 죄를 제국을 위한 것으로 잘도 포장한다. 휴고가 서늘한 표정으로 검을 들어 후작의 목에 가져다 댔다.
“씻지 못할 죄임을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군.”
휴고의 분노가 감히 무엇과 맞바꾸어도 아깝지 않을 소중한 딸을 매도한 이를 향했다. 조금 전 대악마가 방출하였던 마기에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금빛 기운이 넘실대며 연회장을 가득 메웠다. 사납게 흐르는 입자가 마치 먹잇감을 찾아 이를 드러내며 배회하는 것 같아, 참석자들은 숨을 죽이고 목을 움츠렸다. 한편 엘리시아는 습관처럼 참석자들을 둘러보며 그들의 분위기와 표정을 분석했다.
‘아무리 우리 아가가 동마계의 지배자를 제국에 편입시켰다고 하더라도, 악마를 곁에 둔다는 것 자체를 꺼리는 이들도 분명 있겠지.’
시류를 누구보다 현명하게 읽는 그녀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만일 여기서 데퐁트 후작을 죽인다면. 겉으로 보기엔 악마를 경계하려 했던 데퐁트 후작을, 악마를 곁에 둔 아르티나가 처형한 것이나 다름없게 비친다.’
더 나아가, 이 경우 데퐁트 후작에게 제국법상 죄를 물을 항목을 찾기도 어렵다. 표방하기로는 악마의 현현을 막기 위하여 실제로 악마인 자를 향해 악마라 외쳤을 따름이니.
‘직접 피를 묻혀선 안 돼. 둘러 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엘리시아가 검을 든 휴고의 손을 슬쩍 잡자, 휴고가 왜 그러냐는 듯 돌아봤다. 현명한 부인이 말리는 데야 다 의도가 있겠지만, 이 순간 저자를 베지 않고서는 분이 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평소 같으면 얌전히 칼을 내렸을 휴고가 팔에 힘을 풀지 않자, 엘리시아가 찰싹 손으로 내리쳤다.
‘왜. 부인. 왜.’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잠시만 좀 참아봐요.’
오고 가는 눈빛 속에 호랑이 같은 부인에게 함락당한 휴고가 검을 거두자, 엘리시아가 일어나 연회장의 가운데로 걸어갔다.
“후작 각하의 의도는 잘 이해했습니다.”
청아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수의 장군들은 대군을 이끌면서 필히 격문을 외친다. 험난한 전장에서 아군의 사기를 증진시키고 적군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격문. 이에 통달한 엘리시아에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혹은 선동하는 연설은 그다지 어려움 없는 일이었다.
“또한, 인마전쟁의 발발을 막고자 하였다는 취지에도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과거 전쟁 당시 가장 큰 희생을 치른 가문이 바로 아르티나이니까요.”
데퐁트 후작의 읍소로 인해 아르티나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던 이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인마전쟁을 막기 위함이었다는 명분과 실질을 내세운 데퐁트를 아르티나가 배척했다면 필연적으로 어디 한 구석 찝찝함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었는데. 아르티나가 의도와 취지에 공감하니 역시 저들은 제국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데퐁트의 표면상 대의에 공감함으로 인해 흐름을 가져온 엘리시아가 고민하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나 아량을 베풀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기에는, 아르티나가 악마와 내통하였다는 오명은 제법 치명적이군요.”
“이는 제 불찰이니, 무슨 죄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공작부인.”
그 말에 엘리시아가 씩 웃었다. 아마 데퐁트 후작은 생각했을 것이다. 보는 눈 많은 이곳에서 아르티나가 황제에게 과한 처벌을 청할 리 없다고. 가사 청한다 하더라도 황제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을 것이라고. 그러나 엘리시아는 잘 알고 있었다. 아르티나의 면을 살리고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 후작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부족함 없고, 더하여 후작의 변명과 더할 나위 없이 들어맞는 제안을. 괜히 제국 제일의 지장(智將)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계산을 마친 엘리시아가 부드럽게 돌아 황제에게 청했다.
“폐하. 후작 각하께서 제국을 위하시는 마음이 이리도 갸륵하시니, 제가 청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후작께서 원하시는 바를 제가 대신 청하는 것이나 다름없겠습니다.”
“음. 말해보게, 공작부인.”
엘리시아가 데퐁트 후작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데퐁트 가문에, 백의종군을 명하여 주십시오, 폐하.”
***
“……!”
후작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공작부인의 입에서 감봉, 감치, 심해야 투옥, 유폐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후작은 백의종군이라는 말에 더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폐하!”
후작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백의종군이라니!”
“공작부인, 그건 너무 과한 처사십니다!”
데퐁트 후작가에 줄을 댄 가문들이 하나같이 반발했다. 그럴 만도 했다. 백의종군. 종군 기간에 한하여 귀족으로서의 계급과 후작으로서의 지위를 모두 내려두고, 통상 평민과 노예들로 구성된 말단 병사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 바꾸어 말하면, 최전방 혹은 최후방 가장 치열한 국지전의 칼받이로 서는 것. 제대로 전쟁터조차 나가본 적 없는 후작에게는 가혹했다. 일부 귀족들 사이에서 반발하는 분위기가 가열되자 여전히 아가레스를 위시하고 서 있던 이벨리아가 발을 콩 굴렀다.
“과한 처사?”
영문 모르겠다는 듯 푸른 빛 눈은 살짝 찌푸려진 채였다.
“내 가족들은 제국을 위해 자신들의 안위는 돌보지도 않은 채 수없이 전장에 섰습니다. 이번 토벌전만 해도 그렇지요. 누가 제 오라버니들의 나이에 출진을 했습니까? 누가 선봉장을 자원했습니까?”
“…….”
이벨리아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긴 머리를 쓸어 넘기다 삐뚤어진 사파이어색 핀을 아가레스가 제대로 잡아 고정해주었다.
“누구 덕에 당신들이 그 알량한 자존심과 재산을 지키고 앉은 줄도 모르고. 감히 내게 악마와 내통했다는 오명을 씌워?”
데퐁트 후작가의 줄을 잡은 지방 남작 하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이벨리아에게 손을 뻗었다.
“그게…… 공녀님.”
감히 손이 닿지 않도록, 곧바로 아가레스가 발한 마기가 이를 드러냈다. 동시에 이벨리아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곁눈질했다.
“입 다물어. 내가 지금 그대에게 말했나?”
“예, 예, 송구…….”
“과하다고. 그렇다면 오명을 뒤집어쓴 내가, 이 자리에서 직접 처벌할까?”
“…….”
처벌이라는 단어가 이벨리아의 입에서 나오자, 충직한 호위처럼 곁에 서 있던 아가레스가 공간에서 특유의 묵빛 검을 꺼내 들었다. 감히 누구도 입 열지 못했다. 데퐁트 후작마저도. 후작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내가 공작부인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내가 말했던 명분 때문에 거절도 여의치 않아.’
아르티나를 몰아갔던 이유가 제국의 안위와 인마전쟁에 대한 우려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백의종군은 못 하겠다고 한다면. 내세운 명분과 정확히 배치되니 데퐁트 후작이 나서서 못 하겠다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르티나와 데퐁트를 번갈아 바라보던 황제가 일견 고심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데퐁트의 명분이 제국의 수호였고, 그 때문에 감히 아르티나를 모함한 데퐁트의 목숨을 붙여두었다. 이제 아르티나가 제국의 수호를 명분으로 데퐁트의 백의종군을 청함에야…… 거절할 수가 없지.’
더 나아가서 저 무시무시한 악마, 이제는 루페르트 백작이 된 그가 당장이라도 황위를 빼앗을 것처럼 그를 빤히 응시하고 있는 이상, 황제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소란을 잠재우고 입을 열자, 데퐁트 후작이 한층 애처로운 표정으로 간절히 올려다보았다. 이어 엄숙한 음성이 떨어졌다. 황명이었다.
“데퐁트 후작과 영식에게 백의종군을 명한다.”
“……!”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 후작과 영식의 표정이 연회장 테이블을 덮고 있는 흰 천보다 창백해졌다. 저 뒤에 몸을 숨기고 서 있던 후작부인 역시 다를 바 없었다. 가주와 소가주가 모두 사지로 떠난다니! 후작부인이 인파를 허겁지겁 헤치고 달려 나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흐르는 눈물이 대리석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폐하! 폐하! 제발 리카드만은 선처해주십시오! 아직 검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어린아이입니다! 죽으란 것과 다름없는 명이십니다!”
설득력 없는 호소였다. 데퐁트 후작가의 영식 리카드는 아르칸보다 한 살 어린 나이. 열일곱의 나이에 이미 선봉으로 서서 악마의 목을 베고 온 아르칸이 있는 이상에야, 고작 한 살 어린 리카드가 검도 들지 못하는 어린아이라는 호소는 웃음거리만 될 뿐이었다.
“황명에 번복은 없다.”
단호한 황제의 명에, 후작부인이 방향을 틀어 이벨리아에게로 와락 달려들었다.
“공녀님! 리카드는 우리 가문을 이을 아이입니다! 이렇게까지 하실 일은 아니잖습니까!”
하. 이벨리아가 조소했다.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날 죽이려 들었으면서. 충심이 아닌 사리사욕으로 내게 악마와 내통했다는 오명을 씌워 처형하고 아르티나를 무너뜨리려 했으면서.
‘내가 이 정도로 그칠 거라 생각했다면 한참 잘못 봤어.’
후작부인의 손을 탁 뿌리친 이벨리아가 황제에게 청했다.
“폐하. 데퐁트 영애에게는 시찰을 명하시어, 마물과 대적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하는지 적어도 그 눈으로 보게 해주십시오.”
“흐음…… 시찰이라.”
시찰은 백의종군과는 다르다. 통상 검을 들고 참전하는 것이 아니라, 부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비교적 안전한 지대에서 전쟁을 보고 익히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지나치게 과한 처벌은 아니다. 데퐁트 후작 영애 역시 고위 귀족 영애로서, 제국을 수호하기 기사들의 희생을 직접 목도할 필요는 있다.
“허한다.”
긴 고민 없이 황제의 허락이 떨어졌다.
“아아악-!!”
비록 시찰이라고는 하나, 남편과 아들에 이어 딸까지 전쟁터로 보내게 된 후작부인은 악을 지르다가 졸도했다. 이벨리아는 분노에 타는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세레스에게 시선을 두었다. 타박타박, 작은 발걸음이 세레스의 앞으로 닿자, 모든 귀족들이 이쪽을 주목했다.
“똑똑히 보고 와.”
“뭐?”
살짝 눈을 찌푸린 이벨리아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세레스의 턱을 잡아 올렸다.
“뭐는 반말이고. 넌 내게 말을 높여야지.”
“……!”
“가서 직접 봐.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이 나를 잡아먹는 건지, 제국을 위해 마족을 잡는 건지를.”
“공녀님이 제게 그런 명령을 내릴 권리는 없습니다! 시찰이라니요! 저는 연약한 영애예요! 어떻게 그런 전쟁터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시끄럽게 악을 쓰는 소리. 이벨리아가 쉿- 소리를 내며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내 충성스러운 악마는 사람을 찢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작저의 작은 주인. 충성 어린 표정으로 곁에 선 기사들에게 이벨리아가 명했다.
“끌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