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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탈주한다! (104/323)

104화: 탈주한다!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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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라임이 돗자리 위에 눌러앉자 아가레스가 슬쩍 불쾌한 티를 냈으나, 비밀기지의 주인인 이벨리아가 허락하는 한 무턱대고 꺼지라며 일갈할 수야 없었다. 원래 셋이 앉던 돗자리 위에 다섯이 앉으려니 복작복작했다. 엘라임의 등이 팔에 닿자 아가레스가 혀를 차며 팔을 툭툭 털어냈다. 바람이 불자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져 엔리르의 털 위에 소복하게 쌓였다. 어린 용이 푸르르 몸을 터니 돗자리가 꽃잎으로 수놓아졌다. 이벨리아는 해맑게 웃으며 커다란 오렌지주스 병을 품에 잔뜩 들고 걸어왔다.

16549745396027.jpg“오렌지주스 먹을 사람이랑 용이랑 악마랑 정령왕 손?”

이런, 종족이 많아지니 물음도 길어져 버렸다.

16549745396027.jpg“다음부터는 오렌지주스 먹을 내 친구? 라고 물어봐야겠다. 다들 내 친구니까!”

웃기만 할 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지만, 이벨리아는 유리컵에 오렌지주스를 쫄쫄 따라내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엘라임이 손에 들린 작은 유리컵을 황망히 바라봤다.

16549745396038.jpg“물의 정령왕에게 오렌지주스를 주는 건가요, 계약자?”

16549745396027.jpg“넹, 물이 더 상큼해지겠죠!”

16549745396047.jpg“누나. 누나. 나 고기가 부족해서 어지러워. 우리 육포 먹자.”

16549745396027.jpg“그래!”

몸속에 고기가 부족하면 큰일이지! 이벨리아가 다시 벌떡 일어나 오두막으로 후다닥 뛰어가고, 그 뒤를 엔리르가 파닥파닥 날갯짓하며 따랐다. 순식간에 중재자가 사라져버리자, 남은 세 존재는 어색하게 서로 다른 곳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루드비히는 아까부터 계속 쉬고 있던 한숨을 다시 한번 바람결에 흘려보냈다. 땅 도둑이 걱정할까 봐 크게 쉬지도 못하고 바람이 세게 불 때만 슬쩍 내뱉고 있던 차였다. 이벨리아가 들어간 오두막을 바라보고 있던 아가레스가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로 말했다.

16549745396058.jpg“애새끼.”

16549745396063.jpg“왜.”

16549745396058.jpg“한숨 그만 쉬어. 듣기 싫다.”

16549745396063.jpg“……너는 몰라.”

16549745396058.jpg“투정 부리지 마라. 우리 그런 사이 아니니까.”

16549745396063.jpg“…….”

차가운 언사에 루드비히가 다시 한번 한숨 쉬며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만지작거렸다. 이리저리 흩어진 꽃잎을 하나씩 주워 한쪽에 모으는 모양새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16549745396058.jpg‘뭐야. 저 쭈글쭈글한 자세는.’

심지어 이젠 검지로 꽃잎을 꾹꾹 누르고 있다. 작게 내쉬는 한숨도 끊이질 않았다. 아가레스는 못마땅한 눈으로 은빛 뒤통수를 내려다봤다. 계속 거슬린다. 저놈이 저렇게 시무룩해져 있으면 세상 걱정 혼자 다 품고 사는 작은 친구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것이 뻔했고, 함께 걱정해줄 터였고, 그렇게 되면 저놈이 작은 친구의 시선을 뺏게 될 것이었다.

16549745396058.jpg‘꼬맹이의 작고 소중한 시선이 분산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지.’

아가레스는 아량을 베풀어 저 어린놈의 고민을 해결해주기로 했다.

16549745396058.jpg“야.”

16549745396063.jpg“…….”

16549745396058.jpg“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대지 말고, 도움이 되고 싶다면 마주하고 와라.”

아가레스의 부름에도 들은 척도 않던 루드비히가, 이어진 말에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16549745396063.jpg“어떻게…….”

16549745396058.jpg“표정에 다 드러난다. 도움 되지 못해서 자괴감이라도 느끼나?”

16549745396063.jpg“…….”

아가레스는 서늘한 웃음을 흘렸다. 웃기지도 않는다. 저 덜 자란 것이 홀로 악마를 마주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첫 토벌에서 눈에 띄는 공을 세우지 못하는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으레 그러하니까.

16549745396058.jpg“이봐. 너 기준점이 잘못됐어.”

루드비히가 시선으로 무슨 말인지를 물었다.

16549745396058.jpg“공작이나 나를 기준점으로 두지 말라고.”

16549745396063.jpg“…….”

16549745396058.jpg“조금 살았으면 양심상 조금 산 값을 해야지. 공작이나 소공작, 혹은 나와 맞먹으려 들지 말라고. 기분 나쁘니까.”

16549745396063.jpg“위로냐.”

16549745396058.jpg“위로 같냐.”

16549745396063.jpg“위로 같은데.”

16549745396058.jpg“흥. 괜히 우울해져서 우리 꼬맹이 걱정시키지나 마라.”

마침 육포를 한 아름 들고 나오던 이벨리아가 바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16549745396027.jpg“앗! 여기 새 둥지가 떨어져 있어! 그럼 여기 살던 새는 집을 잃어서 어쩌지?”

냉큼 육포를 바닥에 팽개치고 새 둥지 앞에 쪼그려 앉아 둥지를 콕콕 찌르고 뒤집어보기를 반복한다. 안에 새끼 새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바닥에 놓인 육포를 대신 들어주기 위해 일어서며, 아가레스가 루드비히에게 말했다.

16549745396058.jpg“우리 꼬맹이는 이름 모를 새까지 걱정하는 아이라, 너한테 나눠줄 관심 따위 없어.”

  *** 며칠 뒤, 이벨리아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16549745479781.jpg“황제 폐하께서 조만간 우리 아가에게 스승을 붙여준다고 하시더구나.”

16549745396027.jpg“에엥?”

이건 꿈일 거야.

16549745479781.jpg“왜, 그때 우리 이브와 함께 황궁에 갔던 날 말씀하셨던 것-.”

16549745396027.jpg“그게 그냥 해본 말이 아니었어요?”

16549745479781.jpg“일국의 황제는 빈말하지 않는단다.”

16549745396027.jpg“일국의 황제는 신하를 괴롭히면 안 되는데요!”

16549745479781.jpg“괴롭히긴. 둘도 없는 스승이란다. 폐하께서 황태자였을 적 교육을 담당하셨던 분이신 데다가, 현 황태자 전하의 교육도 담당하고 계신 분이야.”

그래서 문제다. 이벨리아는 똑똑히 봤다. 현자의 이야기가 나오자 찻잔을 쥔 루드비히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먹던 푸딩을 내려놓고 경악하던 이벨리아는 이내 푸딩을 한입에 털어 넣으며 애써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16549745396027.jpg‘황제 폐하께서는 분명 도망가도 좋고, 잠을 자도 좋다고 말씀하셨어. 현자면 마땅히 할아버지이실 테니, 도망치는 건 어렵지 않겠지.’

내 능력을 만만히 보고 오셨다간 큰코다치실 것이다. 이벨리아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진하게 자리했다. *** 이벨리아는 하얀색 침구를 좋아했다. 그리고 두께가 있는 이불도 좋아했다. 두껍고 폭신한 하얀색 이불은 침대에 드러누울 때마다 마치 구름 위에 눕는 것 같은 환상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제법 따뜻해진 날씨에도 이벨리아의 두꺼운 흰색 이불 집착은 가시지 않았다. 커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하녀들이 분주하게 일하는 소리와 어렴풋한 기사단의 기합 소리를 날랐다. 볼에 살랑살랑 스치는 민들레 씨 같은 공기가 마음에 들었다. 낮잠 자기 딱 좋은 날씨다. 이벨리아는 편안한 실내용 원피스를 입고 이불을 돌돌 감아 눈을 꼭 감았다.

16549745396027.jpg‘도넛 먹는 꿈을 꾸면 좋겠다. 도넛.’

바라며 잠에 빠져드니, 어김없이 떠오르는 분홍색 도넛. 한입 왕 베어 물자 살짝 미소 띤 입이 오물거렸다.

1654974550832.jpg“저기…… 아기씨.”

비비안을 대신해 전담 하녀 자리를 맡은 열댓 살 정도의 어린 하녀가 감히 고귀한 몸에 손도 대지 못하고 이벨리아의 침대 곁에서 안절부절못했다.

1654974550832.jpg“아기씨?”

16549745396027.jpg“냠.”

1654974550832.jpg“아기씨, 황제 폐하께서 보내주신 스승님이 오셨습니다만…….”

미동이 없자 하녀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감히 동생을 깨울 때처럼 엉덩이를 챱 내리치거나 볼을 쭉 늘려버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니던가. 이벨리아의 곁에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워 있던 엔리르는 한쪽 눈을 살짝 뜨고 두 손을 가슴께로 올린 채 어쩔 줄 모르며 손을 떠는 하녀를 바라봤다.

16549745396047.jpg“뭐야. 우리 누나 자는 거 안 보여?”

1654974550832.jpg“그……그게, 스승님께서 오셔서…….”

못마땅하다는 듯 일어선 엔리르가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하녀가 눈 한번 깜빡이고 나니, 작은 여우가 뛰어내린 자리에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지닌 붉은 머리칼의 소년이 서 있었다.

16549745396047.jpg“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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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주한 기척에 이벨리아가 깨우지 말라는 것처럼 이불 아래로 고개를 묻었다.

16549745396047.jpg“누나. 스승이 왔대.”

몽롱하게 정신을 차린 이벨리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쓰고 웅얼거렸다.

16549745396027.jpg“됐어. 관심 없어. 폐하가 자도 좋고 도망가도 좋다고 하셨어.”

16549745396047.jpg“들었지. 이만 가봐. 우리 누나는 키가 작아서 많이 자야 해.”

하녀에게 말하며 엔리르 역시 다시 여우로 변해 자리를 잡았다. 누나와 낮잠을 잘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방해받아 못마땅했으나, 이벨리아가 꼬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이 말랑하게 풀렸다. 그때였다. 조그마한 냉기 덩어리가 폴폴폴 날아오더니 이벨리아의 침구 속으로 쏙쏙 숨어들었다. 이벨리아는 반사적으로 이불 속에서 몸을 뒤로 물리며 자신이 아는 존재 중 가장 따뜻한 것을 불러냈다.

16549745396027.jpg“앗, 차가워! 카사!”

1654974550832.jpg“반응속도가 훌륭하시군요.”

이번에는 작은 구름이 뽈뽈뽈 날아오더니 이벨리아의 침구 속에서 정전기를 일으켰다.

16549745396027.jpg“으앙, 따가워! 실프!”

불려 나온 실프는 시무룩하게 날개를 늘어뜨렸다. 정전기는 바람으로 날려버릴 수가 없다. 어떻게 해도 파직 파직 튀는 정전기가 사라지지 않자, 이벨리아는 이불을 걷어차고 몹쓸 짓을 한 인물을 향해 눈을 치켜세웠다.

16549745396027.jpg“이게 무슨 짓이야! 넌 누구…… 아니, 할아버지시네. 할아버지는 누구십니까!”

1654974550832.jpg“처음 뵙겠습니다, 아르티나 가문의 공녀님.”

16549745396027.jpg“처음 뵙는데 이게 무슨 무례야? 아니, 무례세요!”

눈앞의 노인이 끌끌 웃었다. 깊게 팬 주름은 마치 나이테처럼 어떤 세월을 보냈는지를 가늠하게 했다. 감히 제국 단 하나뿐인 공녀의 단잠을 방해하고도 당당한 태도. 슬그머니 허리춤에서 풀어내는 죽도(竹刀). 이벨리아의 표정이 싹 굳었다. 설마.

16549745396027.jpg“폐하께서 보내신다던 혀……현자님이?”

1654974550832.jpg“예, 접니다.”

16549745396027.jpg“망할! 아니, 현자님께 한 말은 아니에요!”

분명 폐하께서 자도 되고 도망가도 된다고 하셨다. 그저 따라다니며 좋은 말씀 읊어주실 뿐이라고 하셨다. 번뜩 기억해낸 이벨리아는 토끼 슬리퍼에 발을 꿰어 넣고 슬금슬금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16549745396027.jpg‘밖으로만 나가면 풀숲에 쏙 숨어드는 건 쉽지! 창문으로 뛰어내린 다음 실프에게 잡아달라고 하면 되니…….’

- 쾅. 창문이 쾅 닫히더니 꽁꽁 얼어붙었다. 큰 소리에 놀란 엔리르의 털이 빳빳하게 섰다. 당황한 이벨리아 역시 눈을 커다랗게 뜨고 속마음을 그대로 내뱉었다.

16549745396027.jpg“내 도주로!”

1654974550832.jpg“덕으로 치세하는 것은 모든 별이 그 주위를 도는 것과 같다…….”

설상가상으로 현자는 놀란 이벨리아의 등 뒤에 대고 명언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16549745396027.jpg‘따라다니면서 좋은 말씀 읊어주신다는 게 말 그대로 뒤를 따라다니면서 읊어주신다는 의미였어?’

이건 감금이다! 듣기 싫어! 내 백수의 꿈!

16549745396027.jpg‘창문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그동안 열심히 배운 검술 보법으로 방문을 통해 나가면 그만이지.’

현자의 눈치를 보며 소리 없이 샥샥 방문 앞까지 다다랐으나.

16549745396027.jpg“이…… 이게 무슨!”

난데없는 커다란 돌이 나타나 방문 앞을 가로막았다. 힘껏 밀어보았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엘라임을 불러볼까 했으나, 공부가 싫어 스승님으로부터 도망간다는 이유로 정령왕을 불러내기에는 상당히 멋쩍었다.

1654974550832.jpg“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쏟아지는 옛 현인의 명언에 이벨리아는 단호하게 반박했다.

16549745396027.jpg“안 기쁘다!”

1654974550832.jpg“일이 잘못되면 군자는 제 탓을 하고, 소인은 남을 탓한다.”

16549745396027.jpg“이 일은 전부 폐하 때문이야!”

잽싼 병아리처럼 방 안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이벨리아를 보며 노인이 인자하게 웃었다.

1654974550832.jpg“꼭 옛적의 황태자 전하를 뵈는 것 같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도 늘 이리 도망을 다니셨는데, 그때마다 저는 같은 방법으로 전하를 생포하였지요.”

현자가 죽도를 한 번 휘두르자 바닥을 폭신하게 감싸고 있던 양탄자가 불쑥 일어나 몸을 휘감았다. 머리만 빼꼼 나온 이벨리아가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외쳤다.

16549745396027.jpg“이브 살려! 이브 금지령! 이브 금지령!”

천천히 다가온 노인이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타일렀다.

1654974550832.jpg“제 세 번째 제자로군요. 황태자 전하께서 공녀님이 아주 영민하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루드비히! 이게!

1654974550832.jpg“또 황제 폐하께서는 공녀님의 전략 구상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르시더군요.”

이 황공한 멍멍이들! 황실과 연을 맺으면 패가망신한다던 아빠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었다.

1654974550832.jpg“학문을 익히는 것은 물에서 숨을 쉴 수 있게 되는 것이요, 하늘에서 걷게 될 수 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주는 것이지요.”

16549745396027.jpg“땅에서 숨을 쉬고 땅에서 걷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습니까. 무릇 주어진 것 이상을 탐내면 화가 되어 돌아온다고 하였습니다.”

1654974550832.jpg“그것이 바로 자연과 마법 발전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논제이지요. 역시 듣던 대로 영민하십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것 아닌데. 이벨리아가 입을 댓 발 내밀었다. 이벨리아를 감은 양탄자를 주름진 손으로 돌돌 풀어주며, 현자는 눈앞에 책을 들이밀었다. 누나가 단숨에 제압당하는 모습에 경악하여 침대 위에서 털을 세우고 있던 엔리르 역시 붙잡혀 책 앞에 놓였다. 거세게 반항하려던 엔리르를, 현자는 단 한마디 말로 진정시켰다.

1654974550832.jpg“오, 마지막 남은 용이로군요. 다른 용들이 궁금하진 않으십니까?”

과연 현자였다. 그동안 티를 내진 않았지만 내심 궁금했던 엔리르는 이벨리아의 눈치를 살짝 보다가 앞발과 뒷발을 배 아래 깔고 식빵을 굽는 자세를 취했다.

16549745396027.jpg“엔리르, 너마저!”

1654974550832.jpg“어디 보자…… 우리 공녀님께서 흥미로워하실만한 주제는 무엇이 있을꼬.”

옆집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시작하듯 포문을 연 현자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수염을 매만졌다.

16549745396027.jpg“전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

1654974550832.jpg“악마들에 대해서라면 어떠실까. 혹은 이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는 연금술사들에 대해서라면 흥미를 느끼실는지요.”

16549745396027.jpg“……금제탑도 아세요?”

1654974550832.jpg“알다마다요. 금제탑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이벨리아는 입을 삐죽이면서도 스스로 책상 앞으로 걸어가 착석했다.

16549745396027.jpg“여기 앉으세요. 스……스승님.”

가장 좋은 의자를 끌고 와 현자에게 건네주는 것도 잊지 않았고, 항상 구비되어 있는 마들렌 몇 개도 접시에 담아 내어드렸다. 천방지축인 딸의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신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것을 용인한 엘리시아는 열린 문틈으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그렇게 며칠 뒤.

16549745396027.jpg‘이렇게는 못 살아!’

이벨리아는 이바스 저택으로 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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