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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힘을 숨김? 여전히 어림도 없지 (98/323)

98화: 힘을 숨김? 여전히 어림도 없지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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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743818407.jpg“엘라임……?”

엘라임이 주저앉은 이벨리아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네 간절함을 원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 이런 표정을 원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는데. 물의 영역에서 쉬던 중 갑작스레 떠오른 소환진에 기뻐하던 것도 잠시였다. 소환진의 기운이 짙어도 너무 짙었다. 게다가 소환자의 상태가 몹시 불안정한 듯 이리저리 일렁이기까지 하니, 소환자가 극한의 극한까지 몰린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엔 어렵지 않았다. 언젠가 이벨리아가 자신을 불러준다면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었는데, 그런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엘라임은 앞뒤 잴 것 없이 소환에 응하여 나타난 참이었다. 이벨리아가 유일한 동아줄을 보듯 엘라임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눈에 담긴 간절함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16549743818407.jpg“엘라임, 아니, 운디네의 왕님이세요……?”

16549743818418.jpg“운디네는 제 아이나 다름없지요.”

엘라임은 이벨리아에게 말을 높여 대답했다. 첫인사도, 묻는 답에도 말을 높인 것은 오래도록 기다려온 계약자에 대한 예의였다. 확답을 듣자 이벨리아가 무릎걸음으로 바짝 다가가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엉망으로 떨리는 목소리가 두서없이 애원했다.

16549743818407.jpg“도……도와주세요. 제발. 제 생명을 다 가져가셔도 괜찮아요. 우리 엄마랑, 동생이랑, 다들 살려주세요.”

희게 질리도록 꼭 쥐고 있는 작은 손이 혹여라도 아플까, 엘라임이 옷자락을 빼내고자 몸을 살짝 물리자.

16549743818407.jpg“싫어! 가지 마세요! 부족해서 그래요? 어떻게든 줄게요. 목숨으로 부족하다면 다른 것도 다 구해드릴게요. 제발, 제발……. 내 세상 좀 살려주세요…….”

이벨리아는 자존심 따위 전부 버리고 빌었다. 태어나 오롯이 정붙인 공간이다. 의심 없이 사랑한 사람들이다. 이곳이, 이 사람들이, 아이에겐 세상 전부나 다름없었다. 내 세상에 나는 더 머물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좋았다. 이곳이 부서지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다면. 무덤이 아니라 꽃밭이 될 수 있다면. 울먹이며 옷자락을 잡아 오는 손을 뿌리치지 않은 채. 엘라임이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었다. 짙은 푸른 눈과 그보다 옅은 푸른 눈이 마주했다.

16549743818418.jpg“이벨리아.”

16549743818407.jpg“…….”

16549743818418.jpg“나와 계약합시다.”

엘라임이 자신의 이름을 어찌 아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을 새도 없었다. 이벨리아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16549743818407.jpg“네, 네, 할게요. 그러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따스하고 커다란 손이 머리 위로 와닿았다. 이벨리아는 문득 생각했다. 참 익숙한 손길이라고. 그 어느 절망 끝에선가, 느껴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16549743818418.jpg“내게 애원할 것도, 부탁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명으로 족해요.”

16549743818407.jpg“명……?”

16549743818418.jpg“그대는 나의 유일한 맹약자이니.”

이 경우엔, 내 작은 계약자가 무엇을 명할지 알 것 같군요. 작게 속삭인 엘라임이 느리게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았다. 소환됨과 동시에 이벨리아와의 만남을 방해받지 않고자 쳐 둔 물의 장막. 안에서 밖이 투명하게 보이는 그것을 두 악마가 악귀 같은 표정으로 내려치고 있었다.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같은데, 소리는 차단되는지 물먹은 소리만이 웅- 웅- 들려올 뿐이었다. 무심코 힘을 발하려던 엘라임이 아, 작은 소리를 내며 이벨리아의 눈을 한 번 쓸어 감겼다.

16549743818418.jpg“아직 아이잖습니까. 굳이 이런 것까지 볼 필요 없어요.”

16549743818407.jpg“……괜찮은데.”

16549743818418.jpg“내가 그대의 계약자잖아요.”

보지 않아도 될 것 가려주고, 듣지 않아도 될 것 막아주려 이 오랜 시간 바라며 기다린 거라. 엘라임은 다시 한번 이벨리아의 푸른 눈을 쓸어 감겼다. *** 두 눈을 꼭 감은 계약자를 일별하며 고요하게 웃은 엘라임이 장막 밖으로 나서 두 악마에게 향했다. 이벨리아는 그대로 장막 안에 남겨 둔 채였다.

16549743818418.jpg“악마는 오랜만인데.”

계약자에게 건네던 존댓말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애초에 이벨리아 외에 다른 존재들에게는 존댓말 따위 건네본 적 없던 그다.

165497438332.jpg“감히 내 먹잇감을 뺏어!!”

안드라스가 분노한 표정으로 냅다 달려들었다. 정령왕이고 뭐고. 기본적으로 악마들은 강한 상대에게 호승심을 느낀다. 그 차이가 압도적이라면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긴 하겠으나, 눈앞의 존재는 현존하는 악마 중 그 누구도 전투를 치러보지 않은 정령왕. 힘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두려움도 적었다. 검붉게 타오르며 내리꽂히는 검을 한 손으로 막아내며, 엘라임이 물었다.

16549743818418.jpg“걔는 잘 있나. 그 시커먼 놈.”

165497438332.jpg“뭐?”

16549743818418.jpg“아, 장막 안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이름을 말해도 관계없겠군. 아가레스 말야.”

165497438332.jpg“동(東)마계의 지배자……?”

엘라임이 픽 웃었다.

16549743818418.jpg“이젠 그런 낯뜨거운 예명으로 불리나. 어지간히도 잘 적응했나 봐?”

165497438332.jpg“어, 어, 어떻게 그를……?”

165497438332.jpg“그가 마계를 배신했구나! 그가 정령계에 붙은 거였어!”

엘라임은 허탈하게 웃었다. 배신. 붙음. 그가 아는 아가레스와 가장 거리가 먼 단어다.

16549743818418.jpg“헛소리. 그는 누구에게도 붙지 않아. 그 강직함 때문에 벌을 받는 자니까.”

답하며, 시선이 천천히 장막 안 눈을 감고 있는 아이에게로 닿았다.

16549743818418.jpg“아. 이젠 그의 목줄을 잡은 자가 있긴 하군.”

그게 하필 내 하나뿐인 계약자라니. 엘라임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혀를 한 번 찼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강대한 물이 두 악마를 휘감았다. 악마들이 선 곳만이 마치 별개의 공간인 것처럼 시린 물로 뒤덮였다. 무려 정령왕이 발한 권능. 끌어온 물은 일부였으나 느껴지는 감각은 마치 망망대해에 잠긴 것 같았다. 호흡마다 공기가 아닌 물이 그득 들어찼다. 고통스러움에 두 악마가 목을 잡고, 코를 막고 발버둥 쳤다. 정령의 힘과 악마의 힘은 상극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우러지지 못하는 힘인데, 두 악마의 힘보다 훨씬 상위의 것이 짓누르니 악마들로서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플라우로스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물을 향해 마구잡이로 창을 휘둘렀다. 물론, 창으로 물을 베어봤자 그다지 유효한 대응이 되지는 못했다. 안드라스가 분노에 찬 듯 소리를 질렀다.

165497438332.jpg“으아아악! 능력 하나 없는 저 어린 인간 따위! 남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저것이 역……!! 끄륵……!!”

더 듣기 싫다는 듯, 엘라임의 의지를 따라 움직인 물이 안드라스의 기도를 틀어막았다. 이어 심해와도 같은 수압이 안드라스의 위를 짓누르자, 그가 이를 갈며 무릎을 꿇었다. 악마의 눈이 마주하기 꺼림칙할 정도로 붉게 충혈되었으나, 이를 마주하는 엘라임은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꿇어앉은 안드라스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16549743818418.jpg“능력이 없어? 남에게 빌붙어?”

멍청하기 짝이 없군. 엘라임이 조소했다. 그는 아이의 곁에 머무는 존재들을 헤아렸다.

16549743818418.jpg“나와 다른 왕들은 물론이고, 아가레스와 마지막 용. 저 아이의 가족들과 이 대륙의 주인까지.”

경쟁자가 많기도 많다. 불쾌한 듯 물의 일렁임이 격해졌다.

16549743818418.jpg“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이들이라 누구에게 얽매이는 것을 치 떨리게 싫어하는 족속들이지.”

엘라임이 꿇어앉은 안드라스의 턱을 검지로 들어 올렸다. 손가락이 닿은 자리가 불에 타는 듯 홧홧하여 안드라스가 몸을 비틀었다.

16549743818418.jpg“본디 서로 쳐다도 보지 않았을 것들이 저 아이 눈길 한 번 받아보겠다고 죄다 모여 아양 떨고 있는 꼴을 보라고.”

동서고금을 통틀어 그 누구도 해낸 적 없는 일일진대.

16549743818418.jpg“주고받음에 무기력해진 이들에게 제 마음을 밀어 넣은 아이다.”

그러니 감히 그들이 어떻게. 저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16549743818418.jpg“해하려면 그만큼 잃을 각오도 해야 할 거야. 오늘은 내가 아이의 곁에 있었지만, 다음번엔, 혹은 그 다음번엔, 설령 내가 없더라도-.”

안드라스와 플라우로스의 신형이 압축된 대해(大海)에 완전히 삼켜졌다.

16549743818418.jpg“아가레스도.”

거대한 뱀과 같은 형체를 띈 물이 악마들을 휘감고 빠르게 휘돌았다.

16549743818418.jpg“마지막 용도.”

유속을 견디지 못한 두 악마의 신형이 천천히 사라져갔다.

16549743818418.jpg“인간들도.”

처절한 비명은 장막 속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

16549743818418.jpg“모두가 저 아이 하나 지키자고 제 목숨 내어주길 망설이지 않을 테니.”

  *** 엘라임이 뒤를 돌았을 때, 이벨리아는 차가워진 비비안의 시신을 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엘리시아를 비롯해 그새 정신을 차린 몇몇 사람들이 이벨리아를 감싸 안았다. 장막을 걷어낸 엘라임이 천천히 계약자에게 다가갔다. 기척을 느낀 이벨리아가 머뭇거리는 얼굴로 엘라임을 올려다보았다.

16549743818407.jpg“왕님.”

16549743818418.jpg“엘라임. 이름을 불러주세요.”

16549743818407.jpg“…….”

16549743818418.jpg“어서.”

16549743818407.jpg“음, 그럼 엘라임.”

16549743818418.jpg“네.”

엘라임이 싱긋 웃으며 한쪽 무릎을 꿇어 어린 맹약자와 눈을 마주쳤다.

16549743818407.jpg“이런 것까지 바라서 죄송해요. 혹시 이 사람들 치료해주면 안 돼요? 치료는 어려울까요?”

16549743818418.jpg“할 수는 있지요. 고위 마법사들이나 신관들보단 못하겠지만. 그런데 치료하려면 계약자의 자연력을 가져다 써야 하고, 그러다간 이브가 먼저 탈진하고 말 겁니다. 이브의 상태도 영 엉망이라.”

16549743818407.jpg“그래도…….”

16549743818418.jpg“죽은 이들은 살리지 못합니다. 산 이들 중에선 내 힘이 필요할 정도로 위중한 이는 없고요. 내겐 내 계약자가 먼저입니다.”

머뭇거리던 이벨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위중한 이가 없다면 됐다.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몇 명의 사용인들이나 기사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이벨리아는 우는 것보다 더 먼저 해야 하는 일들을 떠올렸다.

16549743818407.jpg“……구해줘서 고마워요.”

16549743818418.jpg“천만에. 불러주길 기다렸습니다.”

16549743818407.jpg“기다려요? 왜요? 저를 아세요?”

엘라임이 부드러운 손길로 피가 묻은 이벨리아의 손을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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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743818418.jpg“아주 잘.”

16549743818407.jpg“어떻게요?”

그의 시간 기준으로는 불과 얼마 전 일이었다. 보기 드물게 맑은 영혼이 그의 아이를 구해주고 대신 죽은 일, 그 영혼을 환생시킨 일, 사랑을 받게 해달라 애원하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던 일. 엘라임은 짧게 과거를 회상하다가 눈앞의 아이가 갸웃대자 시선을 마주치며 살짝 웃었다.

16549743818418.jpg“비밀.”

잠깐이나마 그의 심장을 뛰게 했던 여인은 그날 죽었다. 그 영혼이 이 아이로 다시 태어났다. 정령들이 재잘대는 이야기 속에서 아이의 일과를 들었고, 운디네의 한탄 속에서 아이의 장난을 들었다. 작은 일에 기뻐할 때는 함께 기뻤고, 위협을 받을 때는 참기 어려운 살의에 시달렸다. 그렇게 홀로나마 네 하루를 함께하면서 있는 대로 정이 들어버렸다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창이 스쳐 다친 어깨를 감싸고, 엘리시아 역시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 모두를 구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벨리아를 살려준 은인이다.

16549743889788.jpg“감사합니다. 대체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엘라임이 천천히 시선을 돌려 엘리시아를 바라봤다. 본디 인간에게 무감정한 그이나, 물의 정령들과 오랜 세월 함께 한 엘리시아에게는 호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16549743818418.jpg“그대도 정령사이니 잘 알 텐데. 소환은 오롯이 정령사의 능력. 나는 마땅히 계약자의 염원을 들었을 뿐이니, 은혜는 이 아이가 베푼 것이지.”

지당한 말이다. 무려 정령왕의 계약자. 그 의미를 곱씹으며 검지를 까닥이던 엘리시아가 주변을 둘러보며 단호하게 명령했다.

16549743889788.jpg“아가. 그리고 여기 있는 모두. 왕의 현현은 함구하거라. 인간이 정령왕을 소환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야. 알려졌다가는 시끄러워질 수 있다.”

살아남은 이들은 서로 도와 환부에 붕대를 감으며 대답했다.

165497438332.jpg“예, 마님.”

165497438332.jpg“물론입니다, 마님.”

그 광경을 보던 엘라임이 멋쩍은 듯 볼을 긁적였다.

16549743818418.jpg“저기, 미안하지만.”

답지 않게 망설이는 폼이 영 어색했다.

16549743818418.jpg“내가 우리 계약자 기 살려주려고 힘을 아주 조금 썼는데.”

16549743889788.jpg“……예?”

16549743818418.jpg“그게, 인간들은 화려함을 뽐내서 기를 살려주면 좋아한다고 이프리트가 그랬다. 걔가 우리 중에서는 그나마 인간들과 친화적으로 살았거든. 그래서…….”

끝을 흐리는 말에 엘리시아가 침을 삼켰다. 설마 위대하신 정령왕께서 눈치도 없이 특수효과를 잔뜩 뿌리며 나타나셨다는 말씀은 아니시겠지.

16549743818418.jpg“……별건 아니다. 아마 바다가 약간 뒤집히고 폭우가 좀 내리고 정령사들에겐 정령들이 살짝 전하는 정도였을 거다.”

16549743889788.jpg“바다가 약간. 폭우가 좀. 정령들이 살짝이란 말씀이시지요.”

바다가 뒤집히고 마른하늘에 비가 내리고 정령들이 짹짹대며 돌아다녔다는 말을 약간, 좀, 살짝 같은 수식어 붙여봤자 그 스케일이 줄어들 리 없다. 엘리시아가 이마를 짚었다. 잠시 잊었다. 아가 곁의 모든 이들이 우리 아가 띄워주기에 상당히 진심이라는 것을. 물의 왕만 예외일 리가 없었다. 고심하던 엘리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16549743889788.jpg“그래도 온 대륙에 난리가 났다니 차라리 다행입니다. 난리의 이유가 정령왕 소환이라는 것도, 소환자가 정확히 이브라는 것도 사람들은 아직 알 수 없을 것이니, 당분간 잘 숨기면 되겠군요.”

엘라임이 다시 한번 흠칫했다. 그 간극을 눈치챈 엘리시아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16549743889788.jpg“설마.”

16549743818418.jpg“그게, 내가 공작저 위에 특히 신경을 좀…….”

16549743889788.jpg“……!”

16549743818418.jpg“난 그저 모든 인간들이 우리 계약자의 능력을 알았으면 해서…….”

민망한 듯 어물거리는 말을 뒤로하고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간 엘리시아는 보았다. 공작저 위. 난데없이 빛나는 무지개, 허공에 찬연히 부서지는 물방울, 휘황찬란하게 위로 솟아오르는…… 용틀임. 지나가는 개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정령왕이 소환되었습니다! 여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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