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일주일 만에 망하게 생겼네!2021.07.05.
응접실 모두의 기대감 넘쳤던 얼굴에 실금이 갔다. 우리 아가, 비장한 얼굴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선언인데.
“그렇지만 놀더라도 돈은 많이 벌어서 매일매일 고기랑 과자랑 먹고 싶어.”
일은 하기 싫고 돈은 많이 벌고 싶다라……. 아가레스가 이벨리아의 소소한 소원을 한 단어로 정리하며 검지로 이벨리아의 코끝을 톡 쳤다.
“우리 꼬맹이는 훌륭한 백수가 되고 싶은 거로군.”
“뱁수?”
“백수. 꼬맹이처럼 놀고먹는 사람들을 백수라고 하지.”
“백수! 응, 나는 무럭무럭 자라서 백수가 될래!”
무럭무럭 자라서 백수가 된다는 당찬 선언에 아가레스와 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선택이다.”
“그래. 이깟 공작위 물려받아봤자 좋을 것 하나 없다.”
아르칸과 세드릭도 이벨리아를 둥개둥개 어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일 없고 돈 많은 게 최고지.”
“누굴 닮아서 이리 좋은 직업을 골랐을까, 우리 아가?”
백수가 되겠다는 아가를 세상 착한 아이 바라보듯 보는 세 부자와 한 악마가 마뜩잖은 엘리시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귀족 영애들은 황후니, 기사니, 가주니, 꽃집 주인이니, 상단주니 원대한 꿈을 가지는 시기이건만. 자기 딸은 머리도 좋은 것이 어쩌면 이렇게 게으른지. 가끔 보면 고양이로 태어났으면 딱 맞을 습성을 가졌다. 어디 사교모임에라도 가서 ‘나는 백수가 꿈이야!’라고 했다가는 제국 내에 널리 알려져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을 터다. 물론 남편과 아들들이야 좋다며 웃겠지만.
‘무엇이든 딸이 재미를 붙일만한 것을 좀 찾아줘야겠어.’
그러나 엘리시아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이벨리아의 적성은 생각보다 빨리, 뜻하지 않았던 것에서 드러났다. *** 일주일 후. 휴고와 엘리시아, 그리고 이벨리아는 황제의 응접실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웬만해서는 함께 입궁할 일이 없는 아르티나 가문 세 구성원이 함께 입궁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며칠 전 황궁에서 개최되었던 성대한 신년 연회에 이벨리아가 불참하였기 때문. 성인이 채 되지 않은 영애와 영식은 어른들의 연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으니, 이벨리아의 불참 역시 특별할 것 없었다. 그럼에도 이벨리아의 불참을 이유로 들어 공작과 공작부인, 공녀를 불러들인 것은 단순히 황제의 심술에 불과했다. 딸이 없으니 친우의 딸이라도 좀 자주 봤으면 좋겠건만, 칼라일은 휴고가 그의 딸을 꽁꽁 싸매고 당최 보여주지 않는 것이 영 불만이었다.
“전략회의 자리에 우리 이브는 왜 부르십니까. 지루하게.”
“공녀가 동석하지 아니하면 오늘 전략회의는 진행하지 않을 걸세. 헛걸음을 원하는 거라면 그리 투덜대 보던가.”
황제의 똥고집에 휴고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이 황공한 개자식은 황제가 되기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것이 없다.
“어쩜, 폐하께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으십니다.”
바로 그 똥고집이. 휴고가 하고 싶었던 말을 엘리시아가 화사하게 웃으며 대신 내뱉었다.
“사람은 그저 한결같은 것이 제일이라 하지 않나.”
“때로 변화도 필요한 줄 압니다만.”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된 거라는 말을 들어서, 내 늘 조심하고 있네.”
칼라일도 마주 웃으며 여상히 답했다. 언뜻 군주와 신하 사이에 부적절한 언행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오랜 전란을 함께 헤쳐 나온 전우애가 저런 식으로 표출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부모님들을 바라보던 루드비히는 제 몫으로 나온 다과를 친구의 손이 닿는 곳으로 한껏 밀어주었다. 그가 꽤 오래도록 봐온 친구의 특성상 이런 자리를 딱 질색할 것 같아서, 쿠키라도 맛있게 먹으며 앉아 있으라는 의미였다.
“자리가 꽤 길어질 것 같으니, 이것도 먹어.”
“고마워. 역시 황궁의 쿠키는 달라도 뭔가 달라.”
어른들의 신경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태평한 이벨리아는 황궁 터가 좋아서 맛있나, 황궁 주방장이 좋아서 맛있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열심히 쿠키를 집어 입으로 넣어댔다. 이윽고 황실 기사단에 의해 테이블에 놓인 것은 에르카디아 제국의 지형을 상세히 그린 커다란 지도, 속칭 전략판. 능글맞게 웃던 황제가 표정을 굳히고 회의를 주도했다.
“제국 서쪽 지방‘테르담’으로 파견을 나간 군대가 왕국 잔당에 의해 포위되었다고 하네. 설상가상으로 병량이 거의 떨어졌다는 보고가 들어왔어.”
“얼마나 버틸 수 있다던가요?”
되묻는 말투는 항상 공작저에서 듣던 것과는 달리 날카로웠다. 이벨리아가 놀란 표정으로 제 어머니의 옆모습을 올려다보았다. 표정 없는 얼굴이 차가웠다.
“남은 병량은 겨우 사흘 치라더군.”
“……병량이 떨어지면 테르담에 주둔하는 기사들이 아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군요.”
수십의 파발 중 단 한 기만 살아남아 전달한 소식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테르담의 모두를 희생시키기엔 인재들이 아깝다. 검지를 까닥이던 휴고가 미간을 찌푸렸다.
“만만치 않군요. 수도에서 테르담까지 병량을 보내는 길은 단 두 개입니다. 수도에서 테르담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수로와, 산맥을 거쳐서 가는 육로. 혹시 제가 모르는 다른 길이 있습니까?”
“없어요. 테르담은 애초에 사람이 드나들기 힘든 지형이라 불락의 요새로 불리니까요.”
“그게 문제다. 단 두 개뿐인 길을 잔당군이라고 예측 못 하겠나? 기사들이 아무리 따라붙는다고 해도 산더미같이 끌고 갈 병량 수레들을 지키긴 어려워.”
“멀리 숨어 불화살만 쏘더라도 병량은 끝장이죠.”
“병량 없이는 기사들이 도달할 의미가 없고.”
엘리시아가 잠시 침묵하며 전략판을 쓱 훑어보다가 말을 이었다.
“……꽤 출중하군요, 적 지휘관. 난공불락의 요새임을 잘 알고 있으니 무력으로 충돌하기보다 미리 세작을 심어 성 내의 식량창고를 불태운 뒤 사방을 포위하여 아사시키는 전략이라니.”
평소의 자애로움은 간데없이 낮게 깔린 엘리시아의 목소리는 전장을 헤매던 그 시절 전략가의 그것이었다.
“최악의 경우 테르담에 고립된 이들을 미끼로 삼아 잔당군을 소탕하게 될 수도 있겠군요.”
“……그러기엔 테르담에 파견된 인재들이 너무나 많네. 그들이 모두 희생되는 것은 지양하고 싶네만…….”
산과 들, 마을의 실제 크기가 20,000분의 1 이상 축소된 거대한 전략판. 국가의 네 주역은 말없이 지형을 머리에 그려 넣으며 병량을 조달할 방법을 모색했다. 달린 것은 수만 명, 혹은 수십만 명의 목숨.
“…….”
어느 순간 쿠키를 오독오독 씹는 소리도 그치고 사위가 조용해졌다 싶더니만, 이벨리아 역시 그릇을 향해 재개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피는 못 속이는구먼.’
아직은 작디작은 공녀를 슬쩍 바라본 칼라일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띠었다. 여덟 살의 어린 나이답게 어딘지 부산하고 산만해 보였던 공녀는 맑은 눈빛으로 지형을 짚고 있었다. 마치 직접 산과 들을 뛰는 듯이. 엘리시아는 황제의 시선을 따라 딸의 진중한 얼굴에 시선을 두었다.
‘평소에도 다른 이야기들보다 병법에 조금 더 흥미를 가지더니만. 이리 집중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는걸.’
엘리시아가 부드럽게 물었다.
“혹시 좋은 생각이 있니, 아가?”
이벨리아가 답 없이 전략판 위로 손을 올려 흑색과 백색의 말을 쥐었다. 아직 바닥에 닿지 않아 허공에서 달랑대는 두 다리. 키에 비해서 탁자가 높아 한껏 허리를 폈음에도 어깨를 한껏 들어야만 탁자 위에 올라오는 작은 손. 자신의 손에 비해 커다란 말을 쥐고 꼬물꼬물 움직이는 폼이 귀여워 휴고는 상황에 맞지 않는 웃음을 흘렸다. 황제는 의자에 느긋하게 등을 기대었다.
“벌써 한 시진이 지났구먼. 공녀가 전략판을 가지고 노는 동안 조금 쉬도록 하지.”
그렇지 않아도 장시간의 회의로 진이 빠진 참이었으니, 휴고와 루드비히도 편히 기대 찻잔을 들었다.
“아가. 전략판을 찢어내지는 말거라.”
“이브. 그 말들 목을 꺾어버려도 안 돼.”
“쉿.”
편히 잡담을 이어가려던 칼라일, 휴고, 루드비히를 향해, 엘리시아가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 경고했다. 직접 이벨리아에게 전술을 가르친 엘리시아는 잘 알고 있었다. 어린 딸이 아무 이유 없이 저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관심을 가질 리 없다는 것을. 칼라일과 루드비히는 그저 딸에 대한 어머니의 배려일 것이라 생각하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웬만한 국가 주역들조차 짧은 시간 안에 답을 내지는 못한 난제. 어린아이가 알면 뭘 얼마나 알겠는가. 휴고와 칼라일은 뻑뻑한 눈을 문지르고 어깨를 풀며 잠깐의 휴식을 즐겼다. 그러나 또렷하게 울린 아이의 답이 전혀 예상 밖이었다.
“지오스 왕국.”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이 톡, 톡, 병량의 이동 경로를 덧그리는 것은 심지어 주어진 전략판 그 바깥.
“지오스 왕국? 갑자기 지오스 왕국은 왜……. 아니, 잠깐……!”
“……!”
칼라일이 허리를 곧게 세웠다. 훅 밀려오는 깨달음이 척추를 짜르르하게 훑고 지나갔다. 한평생 전장을 집처럼 여기고 살아온 휴고 역시 감탄사조차 뱉지 못했다.
“아……!”
어른들보다 한 박자 늦게 의미를 이해한 루드비히는 소름 돋는 감각에 전율하면서 작은 친구를 돌아봤다. 다들 이렇다 할 답이 없자 이벨리아가 다시금 전략판의 그 바깥을 짚어냈다. 여기. 여기가 있잖아. 이해 못 해? 고개를 갸웃하며 친절하게 설명도 덧붙였다.
“식량 배달이 꼭 우리 제국에서 갈 필요는 없잖아요. 지오스 왕국에서 3배 가격으로 사요. 대량의 물건을 사면 원하는 곳까지 배달해주는 것은 상도덕인걸요. 배달지는 테르담으로 지정하죠.”
함께 전략회의를 넘겨듣던 황실 기사단 또한 품위도 잊고 살짝 입을 벌렸다. 저게 이 자리에서 손쉽게 나올 해결책이었나.
“우리 제국에서 테르담까지 가는 길은 아까 말한 두 개지만, 지오스 왕국에서 테르담으로 오는 길은 여기, 반대편 강이 있어요.”
에르카디아 제국 내에서 일어난 전쟁이다. 식량을 공수하여 보낼 곳도 에르카디아 제국. 받을 곳 역시 에르카디아 제국. 모든 것이 제국 내에서 이루어질 일이었으니 마땅히 에르카디아 제국의 지도만 가져다가 펼쳐놨는데.
‘공녀는 그 경계선 밖을 보았구나.’
여전히 소름이 오른 팔을 슬쩍 문지르며 황제가 속으로 재차 감탄했다.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손에 쥔 말을 톡 내려둔 작은 손이 다시 쿠키로 향했다. 가장 가까운 그릇에 놓인 것은 이미 다 먹어버렸기에 멀리 낑낑대며 손을 뻗었다. 시립해 있던 황실 기사 중 한 명이 재빨리 다가와 쿠키 그릇을 앞에 놓아 주었다. 눈에는 짙은 경탄을 담고. 엘리시아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 수만 명의 목숨을 손에 움켜쥐고도 그녀의 딸은 태연했고, 내세운 전략 앞에서 당당했다. 의자에 기대어 가장 사랑하는 여인과 날이 갈수록 그 여인을 꼭 빼닮아가는 딸을 보던 휴고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폐하, 답은 나온 것 같습니다만.”
“하. 공작의 말대로 회의는 이만 마쳐도 좋을 것 같군.”
황제가 미묘한 눈빛으로 이벨리아를 바라보았다. 친우의 딸을 바라보는 눈빛이라기보다는 장차 이 제국을 떠받칠 인재를 바라보는 탐욕스러운 시선이었다. 공부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고 들었는데 타고난 핏줄의 힘인가, 그렇지 않으면 공작부인의 부단한 노력 덕인가.
“제국에 공작부인의 뒤를 잇는 뛰어난 전략가가 탄생할지도 모르겠어.”
정령사에 전략가라.
‘지장(智將)과 맹장(猛將)은 본디 한 사람에게 깃들기 어려운 것이라 일컬어지건만, 아르티나는 보란 듯이 이를 무시해버리니.’
황제가 이벨리아의 손에 마들렌 하나를 더 얹어주었다. 기특한지고.
“우리 공녀는 꿈이 무엇인가?”
작은 입에서 나올 커다란 포부를 기대하며, 황제가 뿌듯한 눈빛으로 물었다. 전략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이 세상 최고의 병법가들을 붙여 줄 심산이었고, 정령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이 대륙에 단 한 명뿐이라는 상급 정령의 계약자를 찾아 스승으로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우리 제국의 꿈나무는 황실의 모든 지원을 받아 마땅했다.
“저는.”
입안 가득 밀어 넣은 마들렌을 꿀꺽 삼킨 이벨리아가 활짝 웃으며 천진하게 말을 이었다.
“놀고먹는 게 꿈이에요.”
응접실이 고요함에 잠기고 이벨리아가 우유를 호로록- 마시는 소리만 간간이 공간을 채웠다. 과히 뛰어난 능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소소한 꿈에 황제가 반문했다. 황망하게.
“……뭐라?”
“그걸 뭐라고 한댔는데-.”
내 친구 토끼가 뭐라고 해줬더라. 무슨 단어가 있었는데. 박수 비슷한 뭐였는데. 이벨리아가 고개를 갸웃대며 고민하자 루드비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백수?”
“아! 그래, 그거. 나는 무럭무럭 자라서 훌륭한 백수가 될 거야.”
“오.”
그거 좋은 꿈인걸. 조용한 응접실 속, 휴고와 루드비히가 함께 치는 박수 소리만이 선명하게 울렸다. 하지만 칼라일은 녹록지 않았다.
“좋은 꿈이긴 하지……. 그렇다면 내 우리 공녀에게 선물을 하나 주도록 하겠네.”
선물? 황실이 주는 선물? 평생 놀고먹을 수 있도록 하사하는 금은보화인가? 이벨리아의 눈이 반짝였다. 겸양과 사양을 모르는 목소리가 밝게 외쳤다.
“선물은 늘 환영입니다, 폐하!”
“환영하며 받아준다니 주는 이 역시 기쁘군. 내 어릴 적 교육을 담당하셨던 현자가 계시네. 우리 황태자의 교육도 담당하고 계시는 분이지.”
잠깐. 싸늘하다.
“사실 저는 선물을 그리 즐기진 않…….”
“우리 공녀의 교육 담당으로 붙여주도록 하지.”
이벨리아가 눈동자를 또르르 굴려 루드비히의 표정을 살폈다. 눈에 들어오는 소꿉친구의 표정이 지나치게 창백했다. 잘 살펴보니 손에 들린 컵이 미세하게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건 분명 팔자 꼬는 지름길이다. 이벨리아가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감히 제가 어떻게 황태자 전하와 같은 스승을……!”
“수업을 꼭 들으란 소리는 아니야. 그저 현자께서 시간이 되면 공작저에 방문하여 공녀를 따라다니며 좋은 말씀을 읊어주실 터이니, 공녀는 도망을 가든, 잠을 자든, 밥을 먹든, 그저 마음대로 하면 그만이네.”
곰곰이 생각하던 이벨리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재차 물었다.
“도망을 가도 좋다는 말씀이시죠? 잠을 자도 된다는 말씀이시고요?”
“그럼! 현자께서 오랜 세월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아니하시어 공녀의 오라비 정도 되는 검술을 구사하실 수 있다는 점은 감안을 좀 해야 할 것이지만 말일세.”
“검술을요……?”
“아, 기본적인 마법도 좀 난사할 수 있다고 하시던가.”
“마법도요……?”
되묻던 이벨리아가 아연하게 입을 벌렸다.
‘도망치다가 죽을 각오하라는 것과 뭐가 달라!’
망할! 괜히 똑똑한 척했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옛 말씀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벨리아는 다시 한번 옛 분들의 혜안에 감탄하며 속으로 땅을 쳤다.
‘백수 선언 일주일 만에 망하게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