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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떄럐해지 매! (78/323)

78화: 떄럐해지 매!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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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벨리아에게 신나게 후드려 맞고 검을 내려두려던 마르바스를 아르티나 기사단이 가만히 둘 리 없다. 고위 악마와 대련을 할 수 있는 희귀한 경험을 그냥 지나칠 이들이 아니었다. 마르바스 또한 기본적으로 호승심이 강한 악마. 조막만 한 땅콩과는 대련할 기분도 들지 않았으나 눈앞에 다짜고짜 목검을 들이미는 알렉에게는 흥미가 동했다. 마르바스가 입매를 시원하게 올리며 물었다.

16549738279371.jpg“한 판 하자고?”

16549738279375.jpg“영광으로 알아.”

무릇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검사라면 강한 상대를 눈앞에 두었을 때 겨뤄보고 싶은 마음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 아르티나 기사단에서 웬만한 강자들을 밟고 올라온 알렉도 예외는 아니었다.

16549738279371.jpg“하여간 아르티나 기사단. 입만 살았지. 진검 들어 새끼야.”

귀찮다는 듯 눈매를 찌푸리면서도 마르바스의 눈은 이채를 띄었다. 알렉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검(二劍) 소유자였다. 게다가 다부진 몸이며 흘러나오는 정제된 기운이며. 사내를 이루는 모든 부분이 수없이 생사를 넘나든 자가 아니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16549738279371.jpg‘꽤 재밌겠는걸.’

이벨리아가 디딜 때에는 모래만 조금 튀길 뿐이었던 연무장에 상당한 흙먼지가 날리고, 검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라고는 볼 수 없는 굉음이 울렸다.

16549738279375.jpg“이게 다라면 실망스러운데, 악마?”

16549738279371.jpg“헛소리. 제대로 검을 맞대려면 그 휴고 아르티나라도 데리고 왔어야지!”

16549738279375.jpg“감히 주군의 존함을 올리지 마라.”

굉음 사이사이에 울리는 알렉과 악마의 도발은 덤이었다. 그리고.

16549738279397.jpg“잉- 내 빵.”

이벨리아에게는 흙먼지에 희생될 간식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벨리아는 트레이에 담겨 있던 머핀 하나를 답삭 집어 들고 돌계단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아가레스 역시 말없이 뒤를 따랐다. 두 손 가득 작은 친구에게 줄 빵을 든 채로. 알렉과 잔디 악마의 치열한 대련을 눈에 담고 싶었으나 너무 빨라 잘 보이지도 않는다. 머쓱해진 이벨리아는 ‘나이를 먹었더니 눈이 침침해’ 핑계를 대며 관심을 돌렸다.

16549738279397.jpg“있지 토끼야, 이 저택 이름은 뭐야?”

16549738310299.jpg“그런 게 필요한가?”

아가레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이벨리아가 단번에 끄덕였다. 본디 대저택이라 함은 역사에 길이 남을 이름 하나쯤은 있어야 폼이 살지 않겠나. 작은 친구가 긍정을 표하자 아가레스는 즉각 제안했다.

16549738310299.jpg“네가 지어 줘.”

이 저택은 오로지 작은 친구를 위해 세워진 것이니, 주인 된 자가 저택의 이름을 짓는 것이 아무래도 합당하지 않겠는가.

16549738279397.jpg“좋아! 내가 또 이름 짓기에는 일……일견…….”

16549738310299.jpg“일가견.”

16549738279397.jpg“맞아, 그거. 그 단어는 맨날 헷갈려. 다른 단어는 이제 다 아는데.”

16549738310299.jpg“어려운 단어라서 헷갈릴 만도 하지.”

이름에 일가견이 있는 것 치고는 곰인형의 이름을 ‘곰치’로, 병아리 인형의 이름을 ‘병치’로, 상어 인형의 이름은 ‘상치’로, 심지어 그를 토끼 따위로 부르고 있었으니. 신빙성이 있는 말은 영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마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레스가 듣기에는 곰치도 병치도 상치도 예쁘기만 하니까. 설령 작은 친구가 그를 ‘아치’라고 부른다 하더라도 그에게 와닿을 때는 세상 그 어느 단어보다 소중할 테니까.

16549738279397.jpg“으음, 뭐가 좋을까.”

이벨리아는 아가레스가 건네준 크루아상을 입안 가득 베어 물며 머리를 굴렸다. 고소한 버터 향과 함께 퍼지는 크루아상의 맛이 황홀했지만 애써 정신을 다잡았다. 아가레스는 재촉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미친개들과 수하의 격렬한 대련으로 인해 흩날리는 흙먼지가 작은 친구와 작은 친구의 빵에 닿지 않도록 옅은 보랏빛 막을 쳐놓고서.

16549738279397.jpg‘저택의 이름, 저택의 이름. 멋지고 좋은 이름.’

이벨리아의 고개가 갸웃 기울었다.

16549738279397.jpg‘밉살스러운 잔디가 살고 있으니까 발광하는 잔디의 집?’

에잇, 퉤퉤. 부정 타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저 얄미운 잔디를 저택 이름에 넣어주고 싶진 않았다.

16549738279397.jpg‘으음, 나는 이브고 토끼는 아스니까…….’

이벨리아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

16549738279397.jpg“아! 좋은 생각이 났다!”

생각을 거듭하는 동안 크루아상 위에 박힌 초콜릿이 녹아 손에 묻어 있었다. 아가레스가 이벨리아의 손을 닦아주며 듣고 있다는 시선을 보냈다.

16549738279397.jpg“이바스!”

이바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이름이다. 기껏해야 토끼의 집이나 악마의 집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16549738310299.jpg“무슨 뜻이지?”

16549738279397.jpg“나는 이브고 토끼는 아스니까. 합쳐서 이바스! 여긴 우리 저택이니까!”

16549738310299.jpg“……그래.”

따뜻한 마음과 언사가 하나씩 돌덩이처럼 쌓여 마음이 꽤 무거워졌음에도. 워낙 많은 예쁜 말들이 쌓여서 이제는 무엇이 더 쌓인다고 해도 티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음에도. 너는 항상 나의 오만을 비웃듯 내리누른다. 악마의 마음속에는 여지없이 또 한 번 따뜻한 눈송이가 내려앉았다.

16549738310299.jpg“새겨둘까?”

16549738279397.jpg“응!”

누군가의 이름과 함께 나열된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고고한 악마는 곧바로 검을 꺼내어 가벼이 휘둘렀다. 예리한 검이 춤추듯 지나자 건물 외벽에 남은 것은 작은 친구가 제안한 저택의 이름 한 단어.

16549738279397.jpg“음, 좋았어! 이렇게 해두면 누가 봐도 우리 저택인 거 알겠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샐샐 웃는 작은 친구를 보면서 아가레스는 생각했다.

16549738310299.jpg‘그래, 누가 봐도 알 거야.’

쉬이 지워지지 않을 터이니 아마 인간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리고 나는. 네가 이렇게 또 낙인을 찍어버리니, 나는……. 네가 다시는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저택에 머물며 기다릴 텐데. 저 돌에 새긴 이름이 닳아 없어질 그 시간보다도 오래, 너의 잔상을 쫓으며. ***

16549738279397.jpg“배고프다!”

아마 어린 인간이 보지 못할 시간, 그 너머를 보고 있는 아가레스의 옆에서 현재의 배고픔이 중요한 이벨리아가 짹짹거렸다. - 꼬르르륵. 마침 시기적절하게 배에서 우렁찬 천둥소리가 울리니, 아가레스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제 곁에 있는 작은 친구에게 손을 내밀었다.

16549738310299.jpg“밥 먹으러 가자.”

그의 친구가 가장 좋아할 말을 건네면서.

16549738279397.jpg“좋아!”

악마 친구의 손을 잡고 돌계단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하는데, 빈정대듯 툭툭 던지는 말투가 날아들었다.

16549738279371.jpg“뭐야 이 껍질들은. 이걸 혼자 다 먹고도 배가 고파? 땅콩 주제에 먹기는 엄청 먹네.”

대련을 마치고 검을 바닥에 휙 던져두며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저 잔디 꼴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건네는 말도 영 밉상이다. 미간을 팩 찌푸린 이벨리아가 돌계단을 세 칸 정도 더 딛고 올라섰다.

16549738279397.jpg‘음, 이제야 손이 닿는구나.’

조막만 한 손이 마르바스의 짧은 머리칼을 휙 잡아챘다.

16549738279397.jpg“잔디도 뜯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냠!”

16549738279371.jpg“아아아! 아악! 주군! 이 버릇없는 땅콩 좀 보십시오!”

16549738279397.jpg“에베베베, 치사하게 이르기는! 기사단! 이 잔디를 매우 쳐라!”

16549738279371.jpg“에베베베, 내 휘하의 마족들이여! 당장 와서 이 땅콩을 매우 털어라!”

티격태격하는 고위 악마와 작은 아기씨를 보며 기사단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저 자식 저거, 고위 악마 아닐지도 몰라. 저렇게 유치한 자가 고위 악마일 리가.

16549738310299.jpg“꼬맹이. 그거 놔.”

아가레스가 표정을 굳히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마르바스가 대번에 반색했다. 역시 주군도 이깟 인간 땅콩에게 충직한 수하가 수모를 당하는 것이 기분 나쁘셨던 거야!

16549738279371.jpg“역시 주군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함박웃음을 지으며 냉큼 외친 마르바스에게로 돌아온 것은 주군의 의문 어린 눈빛과 무심한 말 한마디였으니.

16549738310299.jpg“지지야.”

16549738279397.jpg“에비- 맞아. 지지야. 잔디 지지.”

16549738393638.jpg“으하하하- 우리 아기씨가 지지라신다! 지지!”

감히 주군께 불경한 눈빛을 보낼 수도 없고, 주군과 딱 달라붙어 있는 땅콩을 노려보기도 어렵고. 만만한 아르티나 기사단을 향해 사나운 눈빛을 보내며 마르바스는 생각했다.

16549738279371.jpg‘아르티나 가문 진짜 싫어. 정말 싫어.’

  *** 아가레스가 가장 신경 쓴 것은 단연 식사였다. 작은 친구가 ‘맛있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으므로. 현 황실 주방장, 은퇴한 전 황실 주방장, 재야에 숨어 특이한 요리를 연구한다는 연구가, 심지어 비인간 종족인 엘프까지. 요리를 좀 한다는 존재들을 모두 찾아가 반쯤은 협박으로, 반쯤은 막대한 황금을 통한 회유로 음식을 내오게 하여 맛을 보았지만, 그 어느 요리도 소중한 친구에게 먹일 만큼 황홀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대륙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던 아가레스는 결국 원칙으로 돌아갔다. 손님을 대접할 때에는 주인의 문화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내어놓는 것. 아가레스는 마계에서 수백 년간 자신의 요리를 담당하였던 요리장을 불러왔다. 먹는 행위 자체를 그다지 즐기지 않아 까다로운 입맛을 지닌 그에게 오랜 기간 맞추어 왔던 요리장. 비록 72 악마는 아니었으나 요리실력 하나만큼은 발군인 악마였다. 그리하여 애피타이저로 나온 타파스 위에는 인간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과일과 육류가 가득 올라가 있었다. 처음 보는 재료임에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 예쁜 색상과 배치로 꾸며둔 타파스는 이벨리아의 식욕을 한껏 자극했다.

16549738279397.jpg“우와아아-!”

커다란 타파스를 한입 가득 베어 물은 후에 자그마한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통통한 볼을 오물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제법 입에 잘 맞나 보다. 만족한 아가레스가 슬쩍 웃었다.

16549738393638.jpg“흠. 좀 하는데.”

허접한 요리를 내놓는다면 역시 이따위 저택 다시는 오지 못할 곳이라며 큰소리를 치려던 기사단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16549738393655.jpg“악마……! 이건 뭐야?”

16549738310299.jpg“그냥 먹어라.”

16549738393655.jpg“응!”

호기심 가득할 나이인 어린 용의 날개도 바삐 파닥였다. 인간은 쉽게 맛볼 수 없는 마계의 요리들은 그 역사와 전통만큼이나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제 몫의 타파스를 죄다 집어 먹고 엔리르의 타파스마저 하나 뺏어 먹은 이벨리아가 바로 맞은편에 앉은 마르바스의 접시를 빤히 바라보았다. 총 다섯 조각의 타파스 중 두 조각이 남아 있었다.

16549738279371.jpg“뭐야, 땅콩. 왜.”

16549738279397.jpg“그거 안 먹어?”

16549738279371.jpg“먹을 거야. 이따가.”

16549738279397.jpg“이거랑 그거랑 바꾸자. 이거 두 개 줄게.”

그 맛있는 타파스랑 바꾸자면서 이벨리아가 건넨 것은 먹기 싫어서 슬쩍 밀어 두었던 장식용 양파 두 조각.

16549738279371.jpg“장난하냐. 거래의 기본도 모르는 땅콩.”

마르바스가 코웃음을 치며 타파스 두 조각을 한꺼번에 입에 밀어 넣었다.

16549738279397.jpg“익! 그만큼 몸집이 크면 아가를 위해서 양보해 줄 줄도 알아야지!”

16549738279371.jpg“아깐 다 컸다며. 땅콩 아니라며.”

16549738279397.jpg“취소! 난 아직 아가야. 아직 일곱 살이야.”

타파스 더 먹고 싶었는데 한 개만 나눠주지……. 너는 마계에서 맨날 먹는 거면서……. 냠냠 입맛을 다시는 이벨리아의 앞에 타파스 다섯 조각이 모두 남아 있는 접시 하나가 놓였다. 접시가 온 방향을 향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가레스가 더 먹으라는 듯 까닥 손짓했다.

16549738279371.jpg“이 땅콩이 이제 하다 하다 주군의 밥까지……!”

감히 우리 주군의 밥을 뺏어 먹어, 저 땅콩이. 저 불경한 좁쌀이! 마르바스가 악마들이라면 누구나 압도될만한 눈빛을 뿜어내고 있음에도 저 작은 땅콩은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16549738279371.jpg‘선천적으로 기운을 감당하는 그릇이 큰 건가. 아니면 주군의 곁에 오래 붙어 있어서 마기에 익숙해진 건가.’

마르바스가 탐색하는 눈으로 이벨리아를 훑었다.

16549738279371.jpg‘정령을 다룰 줄 아니 정령의 기운이 내 마기를 어느 정도 상쇄하는 것일 수도 있겠군.’

어느 원인으로 인한 결과이든 마음에 들지 않아 마르바스는 혀를 한 번 찼다. 이벨리아가 작은 입을 벌려 커다란 타파스를 베어 물자 빵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16549738279371.jpg‘주군 밥을 빼앗아놓고 저 눈은 왜 이렇게 반짝거려. 머리통도 황금색이네 거슬리게.’

마르바스는 정말로 저것이 얄미웠다. 그래서 또 툭 하니 튀어나온 말은 시비조였다.

16549738279371.jpg“지저분하게 먹긴. 너 귀족 맞냐?”

이벨리아가 해맑게 대답했다. 통통한 볼에 빵가루를 가득 묻히고서.

16549738279397.jpg“나는 대귀족 아르티나 가문의 공녀다!”

16549738279371.jpg“흥. 먹는 꼴을 보아하니 거지꼴인데.”

16549738279397.jpg“……운디네!”

16549738279371.jpg“운디네에? 설마 하급 정령? 하이고 세상에, 무서워 죽겠네!”

마르바스가 빙글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자 그에 볼까지 발개진 이벨리아가 씩씩댔다. 계약자의 분노를 느낀 운디네는 평소와 달리 세차게 꼬리를 휘저으며 허공에 나타났다.

16549738450097.jpg[감히 누가 하급 정령을 무시하는가-!!]

16549738279371.jpg“어우, 야, 오랜만이다. 정령은 진짜 오랜만에 보네.”

16549738450097.jpg[…….]

16549738279371.jpg“왜. 뭐라고 말 좀 해봐. 물고기.”

16549738450097.jpg[……병아리야. 하루빨리 우리들의 왕과 계약을 맺자. 주변의 삿된 것들은 나로서는 좀 힘들어.]

이벨리아의 귓가를 맴돌며 소곤거리던 운디네는 곧바로 이벨리아의 무릎 위에 안착하여 마르바스의 시선을 피했다. 우리 병아리 주변에는 왜 이렇게 무서운 악마들만 가득할까.

16549738279397.jpg“너 우리 운디네 괴롭히지 마, 이 악당.”

16549738279371.jpg“걔롭히지 먜, 이 액댕.”

16549738279397.jpg“따라 하지 마!”

16549738279371.jpg“떄럐 해지 매!”

마르바스가 얄밉게 입을 놀리며 이상한 발음으로 이벨리아에게 받아쳤다. 화가 나서 발을 콩콩 구르는 이벨리아와 깐족대는 마르바스. 그 광경을 보는 헤롤드와 카론, 알렉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것이 바로 어린 아기씨를 마냥 예뻐라만 하는 아르티나 공작저에서는 보지 못하였던 그건가.

16549738279375.jpg‘현실 남매.’

16549738478417.jpg‘현실 남매가 바로 저런 것이로군.’

1654973847842.jpg‘……나와 내 여동생을 보는 것 같아.’

16549738478417.jpg“이봐. 악마.”

헤롤드가 조용히 아가레스를 불렀다. 우아하고 긴 두 손가락에 숟가락을 끼우고 마르바스의 이마에 날리고자 준비 중이었던 아가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16549738478417.jpg“솔직히 말해. 저 잔디 머리 악마 태어난 지 7년밖에 안 됐지.”

16549738310299.jpg“…….”

16549738478417.jpg“일곱 살인 우리 아기씨랑 너무 똑같이 놀고 있는데.”

여간해서는 당황하는 일 없던 아가레스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뺀질거리기는 해도 그나마 능력 출중하고 선을 지킬 줄 아는 녀석이라 이 저택으로 데려온 것인데. 대체 왜 저렇게 놀고 있는지 그도 모를 일이었다.

16549738478417.jpg“왜 말이 없어. 저 악마 몇 살이냐니까?”

16549738310299.jpg“모른다.”

16549738478417.jpg“왜 몰라. 계속 같이 지낸 거 아니야?”

16549738310299.jpg“그건 아니다.”

16549738478417.jpg“쟤 네 충복 아니었어?”

16549738310299.jpg“……딱히 그렇지도 않고.”

외면한다. 결단코 외면한다. 어디 가서 자기 수하라고 말하기도 창피스러워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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