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난 토끼다2021.06.17.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아르티나 공작저에는 두 개의 초대장이 배달되었다. 하나는 이벨리아의 머리칼처럼 선명한 금색 초대장이었는데, 앙, 깨물어본 결과 잇자국이 선명하게 남는 진짜 금이었다. 심지어 초대장 가장자리를 빙 둘러 이벨리아의 눈 색깔과 똑 닮은 사파이어가 알알이 박혀 있었다. 초대장 내부에는 ‘작은 친구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아주 정성스럽고 우아한 필기체로.
“세상 누가 한 번 보고 버릴 초대장을 금으로 만들어? 그것도 보석까지 박아서?”
“거 돈지랄 한번 거하게 하네.”
아기씨에게 배달되는 모든 초대장이 궁금한 미친개 기사단은 이벨리아의 옆에서 입을 떡 벌린 채 고개를 저었다. 초대장에 금과 사파이어라니. 딱 우리 아기씨와 닮은 색들의 조합이라서 예쁘긴 예쁜데 아무리 그래도 이 보석들이면 변방에 작은 집 한 채는 살 값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종이를 부욱 찢어서 대충 만든 초대장이었다. 길거리 전단만도 못한 수준으로, 앞서 보석이 박힌 순금 초대장과 비교하니 더욱 질이 낮아 보였다. 여닫을 것도 없이 달랑 종이 한 장인 초대장에는 귀찮은 티가 팍팍 나는 날림글씨로 ‘개밥 준비 완료. 용도 오든지 말든지.’라고 적혀 있었다.
“세상 누가 격식을 갖추어야 할 초대장을 이렇게 후지게 만들어? 그것도 달랑 낱장으로?”
“거 예의 없는 티 한번 거하게 내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냥 기사단은 악마가 아기씨에게 초대장을 보낸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악마도 수도에 집이 있대! 집이!”
아르티나 기사단은 종이 초대장을 들고 멍한 표정으로 삐약- 소리 지르는 아기씨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아기씨는 상당히 당연한 사실에서 놀라시고는 했다. 그야 그자는 고위 악마니까, 집이 아닌 성도 가지고 있겠지요, 아기씨.
“난 또 판잣집에서 사는 줄 알고 비밀기지 오두막을 빌려주려고 했었는데!”
“판잣집이라고요……?”
거만, 오만, 부티가 넘쳐서 흐르는 그자가 판잣집이라고요……. 우리 아기씨 참 별 걱정도 다 하셨네. 카론만이 아기씨의 그 생각이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를 알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엄마한테 가서 가도 되냐고 허락받아야겠다!”
이벨리아는 초대장을 꼬옥 안고 쫄랑쫄랑 엘리시아의 방으로 향했다. 아직 휴고는 퇴근 전이었다. 벽난로 근처의 의자에 앉아서 엔리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엘리시아의 모습은 이제 어색할 것 없는 광경이었다.
“엄마아- 나 아스 집에 놀러 가도 돼요?”
엘리시아가 동화책을 넘기려던 손을 멈칫했다. 나른하게 엎드려 꼬리를 살랑대던 엔리르가 귀를 쫑긋 세웠다.
“이거! 예쁜 초대장!”
이벨리아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값비쌀 초대장을 반짝 내밀었다.
“아, 엔리르한테도 왔어! 이건 엔리르 거!”
이벨리아의 초대장을 보면서 비슷한 초대장을 기대하던 엔리르는 자기 앞으로 내밀어진 종이 쪼가리 초대장을 보자마자 입으로 낚아채 푸르르 흔들어서 잘게 찢어 버렸다.
“요즘 수도에 소문이 자자한 저택이 그자의 것인가 보구나.”
초대장에 적힌 주소를 본 엘리시아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풍문을 접한 뒤였다. 황제의 입에서는 국빈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귀족 부인들로부터는 어쩌면 인간이 아닌 위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들었다. 그런데 그 정체가…… 무려 대악마였다니. 초대장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드니 어린 딸이 두 손을 가슴께로 모은 채 두 다리를 동동 구르고 있었다.
‘가고 싶어. 가고 싶어. 허락해주지 않으면 가출할 거야. 운디네 타고 날아서 갈 거야.’
“뭐, 나쁠 건 없지.”
과거 천재 군략가라고 불렸던 엘리시아의 영민한 머릿속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스쳐 지나갔다. 인간들이 친애하는 유일한 악마, 과거 전쟁 중에도 그 힘의 끝을 파악하지 못하였던 악마. 완벽한 종전이라고 할 수 없는 인마전쟁이 다시 발발하였을 때에 다시금 힘을 빌릴 필요가 있는 악마. 그런 자와 가까이 지내는 것은 실보다는 득이 컸다. 특히 그자가 그녀의 딸을 ‘친구’로 생각한다면 더더욱. 아르티나가 그녀의 딸을 최대한 보호할 것이나, 그래도 안전장치 한두 개쯤은 만들어두고 싶은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다녀오렴. 단, 엔리르와 기사단도 함께.”
“예에! 운디네 타고 가지 않아도 돼!”
[나를 타고 가려고 했어?!]
“엄마가 허락 안 해주면 밤에 몰래 타고 가려고 했지!”
[병아리, 그건 솔직히 내 입장도 들어봐야 된다.]
씨알도 안 먹힐 항변이었다. 병아리와 계약을 맺은 정령이 괜히 극한직업이 아니었다. 이벨리아는 신이 나서 뛰쳐나갔다. 어머니가 허락하셨으니 아버지의 허락은 이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엘리시아는 엔리르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악마로 하여금 이 땅에 집을 짓게 만들다니……. 어쩌면 이 대륙에서 가장 강한 인간은 내 딸일지도.”
엔리르가 찢어둔 초대장 조각을 뒷발로 쓱쓱 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칭찬이라면 뭐든 좋았다. *** 초대장에는 시간에 맞추어 마차를 보낼 터이니 그것을 타고 오라고도 적혀 있었다. 이벨리아는 악마 친구에게 줄 선물을 커다란 배낭에 이것저것 집어넣고 마차를 기다렸다. 준비한 집들이 선물은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 가장 아끼는 병아리 인형, 가장 보송보송한 휴지, 가장 편안한 슬리퍼 등이었다. 그러니까, 정성은 감사하지만 아가레스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들.
“그게 뭐야?”
“선물이야. 원래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할 때에는 선물을 들고 가는 게 예의거든.”
끄덕이던 엔리르도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바닥에 대충 굴러다니던 사탕 두 알을 집어 들었다. 누나처럼 소중한 것을 집들이 선물로 줄 생각은 없었다.
‘뭐 예쁘다고. 초대장도 종이 쪼가리 줬는데.’
헤롤드와 알렉, 카론은 이벨리아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들은 각각 낙엽, 빈 깡통, 은행을 주워들었다. 사탕도 아까웠다.
‘뭐 예쁘다고. 초대장도 안 줬는데.’
이벨리아가 정원 앞에서 마른 나뭇잎을 바삭바삭 밟으며 놀고 있자 하인이 달려와 공작저 외부에 마차가 도착했음을 알렸다. 어딘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마차가…… 그…… 마차가 오긴 왔는데…….”
아르티나 공작가의 하인들은 모두 철저한 교육을 받아 웬만하면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므로, 그들의 주인인 이벨리아 앞에서 이토록 말을 더듬는 것은 정말로 흔치 않은 일이었다.
“왔는데?”
“그게, 그냥 마차는 아닌 듯하고…… 나가서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호들갑이야. 마차가 마차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갔던 기사들과 이벨리아, 그리고 엔리르는 마차를 마주하자마자 그 생각을 철회해야 했다.
“세상에- 드래곤 심장도 떨어지겠네.”
알렉이 거친 생활을 하는 용병들이나 쓰는 저급한 감탄사를 터뜨렸음에도 누구 하나 제지할 정신이 아니었다. 엔리르의 귀만 파르르 쫑긋댔다.
“……마차가 아니라 집을 보낸 거 같은데.”
“그 악마 제정신이랍니까?”
마차란 모름지기 사람 서너 명이 탈 수 있을 법한 크기에, 아래에는 바퀴 네 개가 달려 있고, 앞에서는 말 두 필가량이 끄는 그런 것 아니었던가. 대륙의 가장 서쪽, 엘프들이 가꾸는 숲에서만 자란다는 흑단 나무로 만든 검은색 그것은 심히 윤기가 흘렀다. 크기는 집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정도로 거대했다. 기사 세 명, 용 한 마리, 이벨리아까지 다섯 명이 타서 데굴데굴 뒹굴 수도 있을 정도로. 내부에는 의자형의 좌석 외에 이벨리아가 누울 수 있는 어린이용 침대도 놓여 있었다. 침대에서 손이 닿는 곳에는 냉각장치로 시원하게 유지된 오렌지 주스도 가득했다. 마차 주제에 벽난로에,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까지. 지금까지 이런 마차는 없었다. 이것은 집인가, 마차인가. 가히 마차의 혁명이었다. 화려함으로 따지자면 첫째로 꼽힐 아르티나 공작 가문의 마차에 익숙해진 이벨리아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토끼가 돌았나 봐!!”
그 말에 모두가 동의하였기에, 이벨리아가 귀족의 예법에 맞지 않게 거친 언사를 사용하였음에도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주군께서 보내셨습니다. 타시지요, 아가씨.”
우리 주군의 재력이 이만큼 대단하지. 감히 인간들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라고. 아마 이 제국 전체의 자산을 웃돌 테니까. 악마, 라움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공손하게 안내했다.
‘아가씨……?’
한편 호칭을 들은 이벨리아의 얼굴이 대번에 붉어졌다. 통통한 두 뺨이 작달막한 손으로 감싸졌다. 호칭의 효과는 굉장했다.
‘아가씨. 아가씨라니. 아기씨가 아니라 아가씨라고 했어!’
이벨리아는 평소 까불거리며 마차 위에 폴짝 올라타던 것과는 달리 턱을 치켜들고 몸을 낮춘 라움의 팔에 손을 척 얹으며 어색한 에스코트를 받았다.
“아르티나 공작가의 이벨리아라고 합니다. 오늘은 정원에서 티파티를 즐기면 딱 좋을 날씨겠어요. 그렇지 않나요?”
아니었다. 겨울의 초입인 이런 날씨에 정원에서 티파티를 즐겼다가는 목으로 넘어가는 것이 찻물인지 핏물인지도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난생처음으로 ‘아가씨’라고 불렸다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어른 귀족들의 인사법을 애써 흉내 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를 알아챈 악마, 라움과 아르티나 공작저의 사용인들은 터지려는 폭소를 애써 참았다.
“가실까요, 아가씨.”
“헤헤. 아가씨라고 불러줘서 좋아. 아니, 정말 아름다운 마차예요. 아침 햇살 아래에 잘 익어서 떨어진 호두 같아요.”
본심이 나와 헤실헤실 웃던 이벨리아가 애써 표정을 수습하고 호두 같은 소리를 해댔다. 부채도 없으면서 손은 부채를 팔랑거리듯 앞뒤로 살랑댔다.
‘웃으면 사망이다.’
‘웃으면 주군께 또 두들겨 맞는다.’
‘우리 아기씨다…… 내 주인이시다…….’
헤롤드, 알렉, 카론은 각각 허벅지에 손톱을 박아 넣고 가장 힘들었던 훈련을 생각했다. *** 저택의 외관을 마주한 이벨리아의 반응은 마차를 마주하였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군께서 직접 지시하셔서 지은 저택입니다.”
“……토끼가 미쳤나 봐!”
토끼가, 토끼가, 토끼가, 우리 공작가보다 더 커다래 보이는 집을 지었어! 그리고 저택 내부에 들어와서 한 번 더.
“……토끼가 맛이 갔나 봐!”
저택의 위용에 놀라느라 생존을 위해 몇 날 밤을 연습했던 마르바스의 반짝반짝 인사는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저택 내부의 벽을 이루는 장엄해 보이는 돌들은 그 교차점마다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어두운 밤에도 달빛만 있다면 다이아몬드들이 그 달빛을 반사하여 내부를 밝힐 수 있을 정도로. 저택을 한껏 비웃어줄 요량이었던 헤롤드와 알렉은 합죽이처럼 입을 다물었다. 제국의 황제가 오더라도 비웃지 못할 저택이었다. 허접한 초대장을 보냈다고 한마디 하려 했던 엔리르 역시 눈을 슴벅이며 이벨리아의 옷자락을 쥐었다.
‘맨날 비밀기지에서 육포 조각이나 슬슬 뜯어먹던 거지인 줄 알았더니만.’
실은 엔리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부자였나 보다.
“토끼는 어디 있어요?”
기사들과 엔리르가 휘황찬란한 저택 내부에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을 때, 마르바스와 라움은 다른 의미로 멍한 얼굴로 반문했다.
“아까부터 계속 토끼, 토끼 하는데-.”
“토끼……라니요?”
우리 저택에 토끼는 안 키우는데? 소통의 오류. 마계에 다시없을 압도적 지배자인 주군을 설마 ‘토끼’ 같은 보송보송한 초식동물과 연관 지어 생각지 못한 악마들과 마냥 상냥하고 친절한 친구를 아주 오래전부터 ‘토끼’라고 불러온 어린아이의 인식 차이였다.
“……? 이 집주인 토끼요.”
“이 집주인은 우리 지고하신 주군이신데?”
“여기 토끼네 집 아니에요……?”
“토끼네 집은 아닙니다만……?”
두 악마와 한 아이가 눈을 마주치며 갸웃하는데 헛웃음이 담긴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호칭은 자제 좀 해줬으면 하는데.”
아, 이럴 줄 알고 미리 나와서 입을 막아두려 했건만, 한발 늦어버렸다.
“토끼다! 토끼네 집 맞네!”
“토끼……?”
“감히 주군께 토……토끼?!”
라움은 당황했다. 저 무시무시한 눈매가 어딜 봐서 토끼란 말인가. 돌연변이 토끼도 저런 토끼가 다시 없을 것이었다. 한편 아가레스에 대한 충성심은 휘하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마르바스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벨리아를 노려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안 들었어. 내가 이따위 보타이를 매고 집사 행세를 하게 된 게 다 저 땅콩 때문인데 이젠 주군께 토끼이? 토끼이이?!’
마르바스가 매고 있던 보타이를 휙 풀어 땅으로 팩하니 집어 던졌다.
“주군. 토끼, 토끼 거리는 저 땅콩 같은 인간은 제가 당장에 내쫓겠습니다. 어딜 감히 불경하게!”
“…….”
대답 없이 눈만 슴벅거리는 이벨리아를 향해 마르바스가 험악한 표정으로 발을 쿵 굴렀다. 아가레스의 정체를 알고 있는 헤롤드와 알렉, 카론은 긴장으로 표정을 굳히고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아기씨를 ‘땅콩’이라고 부르며 발을 구르는 저 악마는 농담으로라도 만만하다는 수식어가 붙을 수는 없는 자였다. 게다가 기실 동(東)마계의 지배자에게, 토끼라는 수식어는 굉장히 모욕적이지 않은가. 아르티나 기사들과 마르바스가 대치했다. 결투와 전쟁이라면 모두 이골이 난 이들이었다. 경험이 자연스레 일으킨 살기는 저택의 공기를 삽시간에 얼어붙게 하기 충분했다.
“…….”
아주 어릴 적부터 하던 대로 토끼를 토끼라고 불렀을 뿐인 이벨리아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마르바스와 기사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가레스가 이벨리아를 ‘꼬맹이’라고 부르듯, 이벨리아에게 ‘토끼’라는 호칭은 그저 친한 친구 사이에서 사용하는 애칭이었을 뿐이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했나 봐. 여기선 토끼를 토끼라고 부르면 안 됐었는데. 사과해야겠어.’
이벨리아의 눈꼬리가 시무룩하게 내려갔다. 미안한 듯 아가레스의 눈치를 슬쩍 살피는 모양새가 제법 처량했다.
‘이런.’
그를 본 아가레스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길은 두 가지. 토끼라는 것을 인정하고 작은 친구의 기분을 풀어준다. 워낙에 압도적인 권위이기에 흠집이 날 일은 없다. 다만 이 경우에 마르바스와 라움이 받을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혹은 토끼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위엄을 세운다. 이 경우 아가레스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수하들의 충격을 방지할 수는 있겠으나 작은 친구의 눈망울은 더욱 서럽게 내려갈 것이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집주인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이내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인간과 악마의 대치, 그 종결을 알리는 선언이었으며, 작은 친구를 만난 이후 가급적 인정하지 않으려던 사실에 대한 긍정이었다.
“난, 토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