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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지옥에서 올라온 선물 (71/323)

71화: 지옥에서 올라온 선물2021.06.03.

16549736317718.jpg“엔리르. 엔리르는 어떨 때 가장 힘이 나?”

16549736317723.jpg“누나랑 같이 있을 때.”

16549736317718.jpg“그거 말고는?”

16549736317723.jpg“……먹을 때?”

16549736317718.jpg“역시 그렇지?”

이벨리아가 작은 손으로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발딱 일어났다. 어제 펑펑 울고 잠이 드는 바람에 퉁퉁 부은 눈으로.

16549736317718.jpg“좋아! 엄마랑 아빠한테 맛있는 요리를 선물하자!”

힘들었을 엄마와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아무래도 만드는 것을 여러 번 본 쿠키가 가장 낫겠지. 별로 어려울 것도 없어 보였으니까.

16549736317718.jpg“그래, 이참에 잔뜩 만들어서 다들 나눠줘야겠다.”

오라버니들이랑, 기사단이랑, 그리고 엔리르랑, 루이랑, 아가토끼랑. 아! 카시스 후작저에도 보내야지. 렐리안이랑 이크리안 오라버니한테도.

16549736317718.jpg‘지금 주방으로 내려가면 요리사들이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하겠지.’

선물이란 모름지기 스스로 시작부터 끝까지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그 의미가 있는 건데 말이야. 이벨리아는 아침 식사가 끝나고 부모님이 외부 일정을 나가는 시간, 요리사들이 늦은 아침을 먹는 시간, 그래서 주방이 잠시 비워지는 시간을 노렸다. - 빼꼼. 텅 빈 주방에 황금빛 머리통이 삐죽 솟아올랐다. 사주경계, 사주경계. 주방에 남아 있는 요리사가 있나 없나 주변을 둘러보던 이벨리아가 마음 놓고 폴짝 뛰어나갔다.

16549736317718.jpg“아무도 없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발끝까지 끌리는 긴 앞치마를 둘러매고 당당히 요리대 앞에 섰건만. 요리대가 이벨리아의 키보다 훨씬 높아서 감자 상자를 질질 끌어다가 그 위에 올라선 뒤에도 까치발을 들어야만 했다.

16549736317723.jpg“…….”

이를 지켜보던 엔리르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진짜로 요리를 한다고 나설 줄은 몰랐는데. 감자 상자를 밟고 올라가서 잉차 잉차 그릇을 뒤적이는 이벨리아의 뒷모습은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엔리르가 이벨리아의 눈높이로 파닥파닥 날아오르며 물었다.

16549736317723.jpg“누나, 요리할 줄 알아……?”

16549736317718.jpg“알지!”

안다고? 요리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는데?

16549736317723.jpg“……해본 적 있어?”

16549736317718.jpg“아닝!”

16549736317723.jpg“……집주인 부르러 갈래.”

16549736317718.jpg“똑똑한 자식! 그러나 어머니는 이미 외출하셨지!”

이벨리아가 악당처럼 웃으며 밀가루 포대기를 집어 들었다. 이거를 이 그릇에 부은 다음에 계란을 넣고 막 저어서 만드는 거 내가 다 봤지! 다 알아! 엔리르가 황급히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해 손을 뻗었다.

16549736317723.jpg“잠깐, 그거 내려놔 봐. 그렇게 부으면-.”

16549736317718.jpg“이얍!!”

이벨리아는 아직 키가 작다. 작은 키로 팔을 높게 뻗어 무거운 밀가루 포대를 거꾸로 드니, 밀가루들이 그릇에 정확히 조준되지 않음은 당연했다. 이얍! 이라는 이상한 기합과 함께 자그마한 그릇에 와르르 쏟아진 밀가루들은 이벨리아의 황금빛 머리 위로 소복소복 쌓였다. 이벨리아를 말리고자 옆으로 바싹 다가온 엔리르도 봉변을 당한 것은 매한가지.

16549736317718.jpg“엥?”

밀가루가 눈에 들어갔어! 앞이 안 보여! 감자 상자 위에서 휘청이던 이벨리아가 똑 떨어져 내리자, 눈을 감은 와중에도 누나의 기척을 기민하게 살피던 엔리르가 재빨리 잡아챘다. 계속해서 머리 위로 쏟아지는 밀가루를 치우고자 이벨리아가 밀가루 포대기를 휙 집어 던졌다. 그런데 하필 밀가루 포대기를 던진 곳에 뾰족한 가시를 가진 식용 꽃이 있을 것은 또 뭔가. 마치 선인장과도 비슷하게 생긴 식물에 주욱 긁힌 밀가루 포대기는 장렬하게 터져 내렸다.

16549736317723.jpg“…….”

16549736317718.jpg“……망했다.”

망연자실하게 바닥을 바라보던 이벨리아가 고개를 두어 번 흔들었다. 아니지, 내가 누나니까, 이럴 때일수록 동생을 잘 지도해야 해. 동생이 불안하지 않도록.

16549736317718.jpg“아니, 좋……좋아! 계획대로다!”

밀가루가 이렇게 바닥에 떨어져 있어야 필요할 때마다 이걸 주워서 또 밀가루를 보충할 수 있지!

16549736317718.jpg“여기에 설탕하고 계란을 넣고 저으면 돼!”

이벨리아가 애써 밝은 걸음걸이로 냉장고에서 달걀 세 알을 꺼내 와서 야심 차게 엔리르의 머리에 톡 두드렸다. 살짝 금이 가도록 두드린 뒤에 반으로 촤악- 갈라서 그릇 안에 집어넣으려고 했건만. 아이고, 실패! 엔리르의 머리 위에서 노른자가 줄줄 흘러내렸다.

16549736317718.jpg“계……계란이 잘 익었는지 확인한 거야. 잘 자랐는지. 신선해. 신선해. 건강한 닭이로군.”

당황한 이벨리아가 횡설수설하며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우여곡절 끝에 밀가루가 넘친 그릇 안에는 계란 세 알이 들어갔다. 다량의 계란 껍데기와 함께. 설탕도 와르르 쏟아부었다. 이벨리아가 엔리르의 눈치를 보면서 작은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보았지만 어깨너머로 보았던 꾸덕꾸덕한 반죽처럼 변하지는 않았다. 영문을 모를 노릇이었다.

16549736317718.jpg“……쿠키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바나나야.”

바나나도 맛있고 쿠키도 맛있으니까 바나나랑 쿠키랑 합치면 아주 맛있는 것이 나올 테지. 이벨리아는 황급히 바나나를 까서 밀가루 속에 투하했다. 바나나까지 으깨어서 비비니 얼추 덩어리가 지는 것 같았다.

16549736317718.jpg“이제 이거 구우면 되는 거야! 봐봐, 누나만 믿으라고 했지?!”

16549736317723.jpg“…….”

아니, 아닌 것 같은데. 주방 상태를 보니 우리 지금 굉장히 큰일 난 것 같은데. 그리고 그거 맛 엄청 없을 것 같은데.

16549736317718.jpg“주방은 걱정 마. 다 계획이 있지! 운디네!”

오늘 운디네의 역할은 청소 정령이었다. 허공에서 작은 물방울이 퐁퐁 튀더니 이내 물빛의 물고기가 우아하게 꼬리를 휘저으며 나타났다.

1654973637349.jpg[계약자! 우리 병아리! 도둑이 들었구나!]

난장판이 된 주방, 이벨리아가 종종종 밟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주방 바닥 전체에 흩어진 밀가루, 바닥에 철퍽 깨져 있는 계란, 그리고 작은 병아리의 처참한 몰골. 강도가 침입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었다.

1654973637349.jpg[못된 도둑은 어디로 갔어?!]

16549736317718.jpg“……?”

1654973637349.jpg[이거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든 자식 어디 갔냐구. 내가 잡아 올게.]

키득키득, 엔리르가 웃었다.

16549736317718.jpg“난뎅…….”

이벨리아가 두 손을 모아 꼼지락대면서 위로 힐끔, 운디네를 올려다보았다. 자기가 잘못한 것은 잘 아는 모양새였다.

1654973637349.jpg[……여기서 전쟁이라도 벌인 거야?!]

운디네가 기함했다. 병아리가 크면 클수록 치는 사고의 스케일도 커지고 있었다. 보통 인간들은 크면 클수록 철이 들어간다고 하던데. 우리 병아리는 예외인 걸까, 아니면 아직 덜 큰 걸까.

16549736317718.jpg“아니야! 나 저거 굽고 있는 건데…….”

1654973637349.jpg[누구 독살하게?]

16549736317718.jpg“아니야! 엄마랑 아빠랑 친구들이랑 기사단이랑 줄 건데…….”

1654973637349.jpg[그 사람들 독살하게?]

16549736317718.jpg“구우면 맛있어질걸? 바나나도 넣었다고!”

1654973637349.jpg[용. 아니 용님. 넌 안됐다.]

키득거리면서 보고 있던 엔리르가 그제야 웃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 악마의 요리를 먹어야 하는 존재 중 하나가 나잖아! 엔리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16549736317718.jpg“운디네, 여기 주방이랑 나랑 엔리르랑 물로 닦아줘. 밀가루가 쏟아졌어.”

1654973637349.jpg[정말 우리 병아리는 커서 뭐가 될래. 응?]

16549736317718.jpg“병아리는 커서 닭이 되지. 운디네는 맨날 똑같은 걸 물어보네.”

투덜투덜 잔소리를 하면서도 운디네는 작은 계약자를 위해서 충실히 움직였다. 정령왕과 감정을 일부 공유하는 하급 정령 운디네는 알 수 있었다.

1654973637349.jpg‘왕께서는 지금 이 광경을 굉장히 흥미롭게 지켜보고 계시는 듯한데.’

한편 아직 지식이 부족한 이벨리아도, 엔리르도, 인간의 요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는 운디네도 쿠키용 밀가루에 물을 부으면 반죽이 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운디네가 이벨리아와 엔리르의 위로 물폭탄을 투하하자 밀가루들이 덩어리져서 끈적끈적하게 반죽되기 시작했다. 셋 모두는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느꼈지만 일은 이미 벌어진 뒤였다.

16549736317718.jpg“나 반죽됐엉!!”

이벨리아가 두 팔을 펭귄처럼 어정쩡하게 벌리고 서서 짹 소리를 질렀다.

16549736317723.jpg“……끈적끈적해.”

엔리르도 마찬가지였다.

1654973637349.jpg[이참에 둘 다 저 오븐에 들어가서 노릇하게 구워지면 되겠다. 더 이상 사고 안 치게.]

운디네는 느꼈다. 그의 왕께서 이번에는 심지어 소리 내어 웃고 계신다는 것을. 이것 참 난감하다.

1654973637349.jpg‘나의 왕을 웃게 만들어 주어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제발 사고 좀 그만 치라고 잔소리를 해야 하나.’

- 띵. 운디네가 고민하던 와중에 이벨리아가 무작정 오븐에 넣은 쿠키 반죽들이 다 익었다. 이벨리아가 아이의 손에는 맞지 않는 커다란 오븐 장갑을 끼고 판을 꺼내어보자, 새카만 쿠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6549736317718.jpg“쿠키!”

1654973637349.jpg[……가 아니라 폭탄 같은데.]

16549736317718.jpg“내가 만든 쿠키!”

16549736317723.jpg“……가 아니라 운석 같아.”

이벨리아는 운디네와 엔리르의 타박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내가 직접 만들었으니까, 나눠주면 다들 좋아할 거야!

16549736459421.jpg

  이벨리아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상자에 쿠키들을 나누어 담았다. 엄마, 아빠, 오라버니들, 아가레스와 루드비히에게 줄 것은 따로 챙겨두고, 상자 두 개는 하녀를 통해 카시스 후작저로 보냈다. 나중의 일이지만, 이를 받은 이크리안과 렐리안은, 이 쿠키가 이벨리아가 보내는 SOS 신호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 타박, 타박. 연무장에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희미하게 울리자 기사들은 늘 그렇듯이 대련을 중지했다.

16549736459426.jpg“대련 중지! 아기씨 오신다!”

부딪치던 창칼은 일제히 바닥에 내려졌다.

16549736317718.jpg“기사다안- 기사다안-!!”

아니나 다를까, 기사단이 검을 내려놓고 약 30초 정도가 흐르자 이벨리아의 맑은 목소리가 조롱조롱 울려 퍼졌다. 기사들과 함께 수련을 하고 있던 아르칸이 연무장 입구 쪽으로 걸음했다.

16549736459475.jpg“우리 아가, 이 시간에 연무장에는 무슨 일일까?”

16549736317718.jpg“오라버니! 오라버니한테 이거 주려고 왔어! 내가 만든 쿠키!”

이벨리아가 수줍게 상자를 내밀었다.

16549736317718.jpg“기사단 줄 것도 가지고 왔어!”

아……. 연무장은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 우리 아기씨가 어느새 이만큼이나 크셔서 직접 쿠키까지 구워 오시고. 안 그래도 피곤하고 힘들고 당 떨어졌었는데. 아르칸과 세드릭, 그리고 기사단이 각자 배당받은 상자를 열었다.

16549736459488.jpg“……?”

쿠키가 어디 있어? 이건 개똥 아니야?

16549736317718.jpg“헤헤- 내가 만들었어. 바나나 쿠키!”

16549736459475.jpg“…….”

16549736489774.jpg“…….”

16549736459426.jpg“아이고오- 우리 아기씨께서 바나나 맛 똥-이 아니라 쿠키를 만드신 거구나!!”

16549736317718.jpg“웅!”

16549736459426.jpg“그……그럼 저희는 훈련이 끝나고 맛있게 먹겠습니다, 아기씨!”

그 말에 이벨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16549736317718.jpg“지금 안 먹어? 왜? 배 안고파?”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는 이벨리아의 얼굴에 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결국 총대를 멘 것은 어여쁜 여동생을 둔 죄를 지은 아르칸과 세드릭이었다.

16549736489774.jpg“지금! 지금 먹어야지! 우리 아가가 준 건데 바로 먹어봐야지!”

지금 내 손이 떨리는 것은 기분 탓일 거야. 떨리는 손을 애써 부여잡으며 두 오라버니가 여동생의 선물을 입으로 가져갔다. - 오도독.

16549736459475.jpg“……!!”

16549736489774.jpg“큭-.”

아르칸이 손으로 입을 덮었고, 세드릭이 허리를 90도로 접었다.

16549736489774.jpg“마……맛있다, 우리 아가. 응, 아주 맛있어. 허리가 절로 접히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는 것처럼!”

16549736317718.jpg“헤헤-.”

이벨리아가 활짝 웃으며 기사단을 돌아보니, 기사단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6549736459488.jpg‘저희는 먼저 갑니다, 주군.’

아르칸과 세드릭의 ‘미안하다’라는 눈빛을 충심 어린 표정으로 받들며 기사단도 각자 쿠키를 한 입씩 머금었다.

16549736459426.jpg“으윽-.”

16549736459426.jpg“컥-.”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탄 맛에, 혀가 아릴 정도의 단맛, 밀가루는 다 익지 않아 안은 퍼석퍼석했고, 달걀 껍데기가 간간이 씹혔다. 한마디로 맛은 더럽게 없었지만 아기씨가 저 작은 손으로 직접 만드셨다고 하니 또 부스러기 하나라도 떨어지는 것조차 아깝기도 했다. 결국 기사단은 그 자리에서 이벨리아의 쿠키를 남김없이 다 씹어 먹었다. 그 표정만 보자면 마족과의 전쟁을 치를 때보다 더욱, 고통을 인내하는 심오한 표정이었다.

16549736519143.jpg“고운 손이 상하시면 안 되니까, 앞으로 요리는 요리사들에게 맡기십시오, 아기씨.”

굳이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았기에, 카론은 진지한 표정으로 충언을 올렸다. *** 오후 시간, 일찍 퇴근하고 돌아온 휴고와 외부 일정을 끝마친 엘리시아 앞에도 곱게 포장한 상자가 놓였다.

16549736317718.jpg“아빠, 엄마. 그동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16549736519151.jpg“아가? 갑자기?”

16549736317718.jpg“이건 제가 직접 만든 쿠키! 엄마랑 아빠 드리려고 만들었어요!”

형언할 수 없는 감격이다. 무려 어린 딸이 처음으로 요리를 해서 주는 선물이라니. 엘리시아가 눈물을 글썽이고, 휴고는 상자를 소중히 쓰다듬었다.

16549736519159.jpg“세상에, 우리 아가가 직접 쿠키를 구웠어?”

16549736317718.jpg“네!”

16549736519151.jpg“이 아비가 받아본 선물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이구나.”

16549736317718.jpg“헤헤-.”

16549736519159.jpg“어디 한번 열어볼까?”

엘리시아가 고운 손으로 상자 뚜껑을 조심스레 열었다.

16549736519159.jpg“쿠키 맞……, 맛있겠네!”

쿠키 맞아? 튀어나올 뻔한 본심을 가까스로 누른 엘리시아가 황급히 미소를 지었다.

16549736519151.jpg“쿠키라…….”

내 딸의 심미안은 역시 만만치 않다. 휴고가 입매를 쓸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휴고와 엘리시아의 영민한 머리가 재빨리 돌아갔다. 대단히 고맙고 소중한 쿠키인 것은 맞는데, 먹기가 영 두려웠다.

16549736519159.jpg“……여보, 우리 딸이 처음으로 쿠키를 만들어 준 건데, 제 것을 양보하죠.”

16549736519151.jpg“무슨 소리를. 내가 양보하지. 항상 그랬듯이. 두 상자를 먹으면 당신이 더 기쁠 테니까.”

역시 우리 엄마 아빠는 배려심이 깊고 금슬이 좋다. 이벨리아가 환히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상자를 톡톡 쳤다.

16549736317718.jpg“아니야! 그러실까 봐 일부러 두 상자를 만들었는데요! 한 상자씩 드시면 돼요!”

16549736519151.jpg“역시 우리 아가는 참 준비성도 철저하구나!”

저리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데 안 먹을 수도 없다. 솔직히 감동만 따지자면 벅차오르다 못해 터질 것만 같은 것도 사실이었고. 휴고와 엘리시아가 고상한 손짓으로 쿠키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16549736519151.jpg‘베르타샨을 빼앗던 그때 그 각오를 생각하시오, 부인.’

16549736519159.jpg‘당신이야말로, 악마 목을 베던 그때 그 전투력으로 표정 관리 잘해요.’

- 오도독.

16549736519159.jpg“으…… 와아! 정말 맛있구나!”

16549736519151.jpg“컥…… 이런, 더 먹고 싶어 기침이 다 나는군.”

처음으로 드린 쿠키 선물을 좋아하시니 이벨리아도 참 뿌듯했다. 콧대가 으쓱 솟고 다리도 달랑달랑 기쁘게 흔들렸다.

16549736317718.jpg“헤헤. 토끼랑 루이도 줄 거에요!”

오. 불경한 내 딸이 드디어 황족 암살 시도를.

16549736519151.jpg“악마와 황태자 전하? 아주 좋은 생각이다.”

16549736519159.jpg“그럼. 역시 기특해.”

16549736519151.jpg“말이 나온 김에 오늘 바로 전달하면 되겠구나.”

휴고와 엘리시아가 즉각 답했다. 절대 말리진 않았다. 황족 암살 시도이든, 대악마 소멸 시도이든 중요치 않다.

16549736519151.jpg‘자고로 고통은 함께 나누어야 하는 법.’

16549736519159.jpg‘우리만 당할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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