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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너, 내 친구가 돼라! (62/323)

62화: 너, 내 친구가 돼라!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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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734162943.jpg“꼬맹이, 그거 지지야. 이리 내.”

아가레스가 뱀 모가지를 꼬옥 부여잡고 있는 이벨리아에게 손을 뻗었다.

16549734162943.jpg‘뱀을 때려잡는 공녀라니.’

아무리 인간 세상이 익숙하지 않다고 한들 뱀을 때려잡는 공녀가 흔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작은 친구는 아가레스의 상상을 뛰어넘어도 한참을 뛰어넘은 것이 분명했다.

16549734162951.jpg“으응- 지지 아니야.”

아가레스의 손을 피해 선물용 뱀을 사수한 이벨리아에게, 이샤트가 폴짝 뛰어 다가왔다.

16549734162957.jpg“공녀! 용감하구나! 반했다! 너 내 친구가 돼라!”

16549734162951.jpg“그랭!”

뱀을 때려잡는 공녀에게 반한 황태녀라니. 가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거기에다 대고 작은 꼬맹이는 순순히 ‘그랭!’ 같은 소리 하고 있다. 한편 저 멀리에서 손뼉을 짝짝 치고 있던 황자도 쭈뼛쭈뼛 다가왔다.

16549734162967.jpg“내…… 내…… 부인이 되어줘.”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소심하게도 내뱉는다. 딱 자신의 어머니나 누나 같은 멋진 장군감을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었던 어린 황자에게, 이벨리아는 더없이 완벽한 신붓감으로 보였다.

16549734162951.jpg“으익, 싫엉!”

그러나 이번에는 칼같이도 거절한다. 한 번만 더 요구하면 뱀을 때려잡던 그 손으로 원투펀치를 날릴 것만 같이 양손은 주먹을 쥐어 가슴께로 올린 상태였다. 작은 친구의 단호한 거절에 아가레스는 아드니엘을 한 대 콱 쥐어박으려던 손을 내렸고, 엔리르는 불을 뿜으려던 입을 다물었다. 어물쩍 넘어갔어 봐라, 오늘이 아드니엘의 짧은 생 마지막 날일 수도 있었다. 친구 하자 했다고 다짜고짜 툭 반말을 내뱉는 공녀나, 그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황태녀와 황자나. 어느 한쪽도 정상적인 황족이나 귀족의 모습은 아니었으나 어쩌면 그런 측면이 이 세 친구가 빠르게 가까워지는 데에 한몫한 것일 터였다. 이샤트와 아드니엘, 그리고 이벨리아의 첫 만남은 그렇게 범상치 않은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 아가레스는 하르벤타 황가와의 식사를 위해 점심 식사 약 한 시간 전, 이벨리아를 들어 안고 휴고의 방으로 향했다. 뱀을 잡았지만, 땅바닥에 구르지는 않아 상태가 양호했기에 시녀들의 손에 맡길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16549734162943.jpg“그 뱀 안 버릴 거야?”

16549734162951.jpg“옹. 황제 폐하 선물로 드릴 건데?”

16549734162943.jpg“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우리 꼬맹이가 대체 왜 뱀 타령을 하며 뱀을 날름 잡게 된 것일까. 아가레스가 이벨리아나 그의 방이 아니라 굳이 휴고의 방으로 향한 것은 이 통탄할 사태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가 이벨리아를 달랑 안은 채로 휴고의 방문을 발로 쾅- 차서 연 후 다짜고짜 내뱉었다.

16549734162943.jpg“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

음산한 목소리로 내뱉는 뱀 타령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 세상 뱀들을 모두 잡아 족칠 것처럼 서늘하였기에 휴고는 그 목소리와 내용의 괴리 사이에서 혼란을 느꼈다.

1654973419241.jpg“……무슨 헛소리냐.”

16549734162943.jpg“뱀탕은 불치병도 완치, 뱀술은 죽은 자도 벌떡.”

이쯤 되니 휴고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무려 명색이 마계의 지배자인데 저 채신머리없는 용어들이 다 뭔가. 그것도 과도하게 진중하고 품격 있는 목소리로.

1654973419241.jpg“미쳤나. 우리 아가 앞에서 품위도 없이 더러운 말 내뱉지 말도록.”

16549734162943.jpg“그대 딸의 손을 좀 보고 말해라. 그 품위도 없는 말이 꼬맹이 입에서 나왔으니.”

1654973419241.jpg“……?”

바삐 서류 위를 오가던 휴고의 시선이 천천히 들려 이벨리아의 자그마한 손에 닿았다.

1654973419241.jpg“손에 그게!”

휴고가 기함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묵직한 의자가 쿵-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졌다.

16549734162943.jpg“그대의 미친개 기사단이 대체 어떤 말을 지껄여댔으면 이 꼬맹이가 뱀을 한 손에 때려잡나. 그것도 뱀술, 뱀탕, 뱀 타령을 하면서!”

눈을 도록도록 굴리던 이벨리아가 마치 ‘나 잘했지?’라고 말하듯 뱀을 슬쩍 치켜들었다.

16549734162951.jpg“헤헤- 배앰 잡아따!!”

1654973419241.jpg“아가! 그거 지지야! 이리 내!”

휴고는 아가레스에게 달랑 잡혀 피할 곳이 없었던 딸의 손에서 꿈틀거리는 뱀을 빼앗아 창밖으로 휙-하니 던져버렸다. 무려 소드마스터가 내던진 뱀이었다. 뱀은 그 형체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날아갔다.

16549734162951.jpg“앗! 내 배앰!”

뱀탕과 뱀술이 몸에 좋다는 속설이 있는 것은 맞았다. 전장에서는 꽤 인기 있는 기호식품인 것도 확실했다. 다만 아직 어린 데다가 무려 ‘공녀’인 이벨리아와는 도무지 상성이 맞지 않는 짐승이지 않던가. 그러나 지위고 체통이고 나발이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하르벤타 제국의 황제 폐하에게 진상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벨리아는 작은 물고기 친구를 불러내었다. 속삭임과 기침 소리, 재채기 소리를 적당히 섞어서, 아빠와 친구가 눈치채지 못하게.

16549734162951.jpg‘콜록- 웅- 콜록- 디네에-치!’

부탁은 물론 내팽개쳐진 보양식 원재료를 찾아서 들고 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딸의 끈질긴 집념까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휴고의 잇새로 지옥행 급행열차 출발을 알리는 스산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바드득-.

1654973419241.jpg“이것들을 그냥…….”

탑승자는 물론 더 말할 것도 없이, 아르티나 기사단이었다. *** 하르벤타의 황제는 사절단의 주요 인원들을 점심 식사에 초대했다. 바로 다음 날에 열리는 본격적인 연회에 앞서, 주요 인사들만 초청하여 미리 분위기를 풀어두기 위함이었다. 사절단에서 초대를 받은 인원은 대표인 휴고, 마스코트인 이벨리아, 그리고 무시하려야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뿜어대는 아가레스. 반면 하르벤타 제국에서는 황제와 황태녀, 황자, 그리고 병사한 국서의 동생인 슈타인 공작과 공녀가 참석했다. 그렇게 사절단의 대표 세 명, 하르벤타 제국의 대표 다섯 명. 총 여덟 명이 한자리에 모여 하는 식사는 자연히 편치 않은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 황제가 주로 귀빈들과 더불어 식사를 할 때 사용하는 소연회장은 그 입구부터가 웬만한 귀족 기죽이기 딱 좋을 만큼 화려했다. 입장하기 전, 휴고가 아가레스를 일별했다.

1654973419241.jpg‘이 자식 표정이 왜 이렇게 여유 넘쳐?’

말 한마디, 태도 한 자락이 제국의 흠이 될 수 있는 자리. 그럼에도 악마의 표정이 지나치게 태연한 것이 영 불안하다.

1654973419241.jpg“설마 연회장을 뒤집어엎진 않겠지?”

16549734162943.jpg“날 뭐로 보고.”

1654973419241.jpg“악마.”

미심쩍은 휴고의 표정을 보고, 아가레스가 덧붙였다.

16549734162943.jpg“우리 꼬맹이 있잖아.”

얘가 내 목줄을 꽉 잡고 있는데 내가 뭘 더 할 수 있겠어.

1654973419241.jpg“…….”

이런 추상적인 약속 따위 믿음이 가지 않아야 마땅하건만. 지금까지 악마가 자신의 딸에게 보여준 태도에 비추어 절로 신뢰가 감에 휴고도 난감했다. 휴고가 가장 앞서 소연회장에 들어서자 이미 자리에 앉아 있던 슈타인 공작과 공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타국의 공작에 대한 마땅하고도 최소한의 예의였다.

1654973419241.jpg“하르벤타 제국의 영원한 홍염을 뵙습니다.”

16549734162951.jpg“하르벤타 제국의 영원한 홍염을 뵙습니다.”

휴고가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간결하게 예법에 맞는 인사를 건네고 이벨리아가 따라서 읊자, 황제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1654973424817.jpg“먼 길 잘 와줬네. 그렇지 않아도 어제 공녀와는 미처 대면하지 못해 아쉬웠던 차였지. 자, 모두 앉도록.”

휴고와 이벨리아, 아가레스가 차례로 자리에 앉자, 맞은편에 있던 슈타인 공작이 곧바로 알은체를 해왔다.

1654973424817.jpg“격조했습니다, 공작. 공녀님께서 태어나시고 난 뒤로는 하르벤타로 오는 발걸음이 뚝 끊겨 버리셨으니, 이거 한 일곱 해 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1654973419241.jpg“딸 가진 아비의 마음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슈타인 공작이 두꺼운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을 반달로 접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 세상 그 어느 아비가 공작만큼 유난이겠나, 하는 의미를 담은 웃음이었다. 이내 그가 아가레스에게로 시선을 돌려, 짐짓 속아 넘어가 준다는 듯 물었다.

1654973424817.jpg“그대도 오랜만입니다. 지금은 뛰어난 마법사라지요?”

16549734162943.jpg“일단은.”

아가레스가 느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딱 잘라 답했다. 슈타인 공작의 눈이 외알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1654973424817.jpg‘고작 이런 곳에 자리할 자가 아닌데. 설마 아르티나 공작이 이자와 거래를 한 것인가.’

고위 악마를 넘어 대악마라 불리는 자다. 그 힘이 필경 신에 필적하리라 짐작되는 자. 그런 자가 에르카디아 제국 쪽에 서 있다면, 그건 인류에게는 축복일지나, 하르벤타 제국에게는 재앙일지도 모른다.

1654973424817.jpg‘이 악마가 이곳에 있는 연유…….’

슈타인 공작의 영민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 답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1654973424817.jpg‘이거, 애초에 숨길 생각조차 없군.’

대악마의 시선은 누가 보더라도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소연회장 내부를 둘러보는 작은 공녀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으니. 슈타인 공작은 그의 위치도, 의지도, 결정도. 모두 저 작은 공녀의 의사에 따라 변칙적일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1654973424817.jpg‘인간은 저 정도의 악마를 사역마로 부릴 수 없을진대. 그렇다면 저 정도의 악마가 자발적으로 공녀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말인가.’

짐작이 맞는다면 어린 공녀가 쥐고 있는 힘은 감히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일지도 모른다. 슈타인 공작의 시선이 이벨리아에게로 진득하게 따라붙었다. 득인지 실인지를 판단하는 이해타산적인 눈빛에, 아가레스가 조용히 경고했다.

16549734162943.jpg“그 눈, 없어도 아쉬울 것 없나?”

나름대로 작은 친구가 듣고 있는 자리라고 최대한 고상하게 돌려서. 한편 아가레스의 정체를 모르는 황녀 이샤트와 황자 아드니엘, 슈타인 공녀는 이 분위기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황제와 두 공작 앞에서 마땅히 넙죽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도 모자를 한낱 마법사가 마치 포식자의 위치에 선 짐승과도 같은 날 선 기운을 뿜어내는 것부터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무례한 태도에 황제도, 두 제국의 공작들도 아랑곳하지 않았기에 아마 쉽사리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마법사인가보다,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1654973424817.jpg“상당히 뛰어난 마법사이신가 보군요.”

16549734162943.jpg“그대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슈타인 공녀가 묻는 말에, 아가레스가 무심하게 답했다.

1654973424817.jpg“마탑 소속이신가요?”

16549734162943.jpg“그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 높은 곳.”

아가레스의 시선이 다시 한번 이벨리아를 향했다. 그렇게 서로를 견제하는 시선이 차갑게 내려앉던 소연회장에 어린아이의 소곤대는 소리가 자그맣게 울렸다.

16549734162957.jpg“공녀! 공녀!”

이벨리아의 시선이 붉은 머리의 친구에게로 닿았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알은체를 하고 싶어서 몸이 달았는데 저렇게 먼저 손을 흔들며 속삭이니 이벨리아도 손을 마주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1654973424817.jpg“호오- 황태녀와 공녀가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던가?”

16549734162957.jpg“에르카디아의 공녀는 엄청 용감합니다, 폐하. 닮고 싶은 전사이기에 제가 먼저 친구가 되자 요청하였지요.”

이샤트가 애써 황제의 목소리처럼 낮고 위엄 있는 음성을 만들어냈지만, 내용은 딱 일곱 살짜리의 그것처럼 유치찬란했다. 한편 용감한 전사라는 칭찬에 이벨리아가 가슴을 넓게 부풀리고 입술을 앙다문 채 턱을 치켜들었다. 아주 뿌듯한 칭찬이었다.

16549734162951.jpg“저기, 황제 폐하, 선물을 드려도 될까요?”

이벨리아가 수줍게 말했다. 통통한 두 볼이 발그레해진 그 표정만 보자면 그 언젠가의 어린 날처럼 꽃잎이나 건넬 것만 같았다.

1654973424817.jpg“선물을? 공녀가 내게 따로?”

이벨리아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휴고와 아가레스가 시선을 교환했다.

16549734162943.jpg‘공작, 그 뱀 갖다 던진 거 맞지?’

1654973419241.jpg‘그렇다. 아주 멀리.’

그러면 오는 길에 꽃이라든가 디저트라든가 뭐 그런 귀여운 선물을 주워 왔겠군. 두 지배자는 마음을 놓고 방심했다. 육아에 있어서 방심이란 단 한 순간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한 인간과 한 악마의 희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16549734162951.jpg“운디네에-.”

음. 정령을 불러서 물방울 쇼라던가 정령의 춤이라던가 그런 것을 보여 주려나 보군. 예쁜 아가의 머릿속에서 나올 법한 좋은 생각이야. 휴고와 아가레스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뽈뽈 날아오는 운디네의 꼬리에는.

16549734310222.jpg[에비! 배앰- 배앰-.]

1654973424817.jpg“헉-.”

16549734162943.jpg“이런. 내 친구는 능력도 좋아.”

16549734162957.jpg“앗, 공녀가 아까 잡은 뱀이다!!”

분명히 창밖으로 던져내었던 바로 그 뱀이 매달려 있었다. 기가 막힌 선물에 황제의 눈이 화등잔만 해지자, 그새 이벨리아에게 정신 개조를 당한 이샤트와 아드니엘이 말했다.

16549734162957.jpg“뱀이 몸에 좋고 맛도 좋대요.”

16549734162967.jpg“탕은 불치병도 완치.”

16549734162951.jpg“응. 뱀술은 죽은 사람도 벌떡.”

1654973424817.jpg‘대체 이 세 꼬맹이들이 뭐라는 거야.’

황제가 난감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뭐라고 입을 열려던 찰나, 아가레스의 금안이 섬뜩하게 빛났다. 선명하게 날을 세운 그 시선은 명백하게 을러대고 있었다.

16549734162943.jpg‘웃어라. 황제. 그대의 목을 따기 전에.’

1654973424817.jpg‘저건 진심이다. 이백 퍼센트 진심이야.’

황제, 세필리아는 마치 목각 인형처럼 딱딱하게 웃었다.

1654973424817.jpg“하. 하. 하. 뱀술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는 내 익히 들어왔지. 전쟁터에서는 그보다 더한 보양식은 없다고 소문이 자자하지 않던가. 물론 나는 먹어본 적이 없지만.”

이벨리아의 표정이 환해졌다. 덩달아 어머니가 기뻐하는 것을 본 이샤트와 아드니엘의 표정도 밝아졌다. 어떤 선물을 드려도 슬쩍 미소 지으며 고개만 끄덕이시던 어머니가 저토록 환한 웃음을 터뜨리는 것은 처음 보았다. 아, 새로 사귄 먼 타국의 친구는 역시나 똑똑하고 멋있었다.

16549734162957.jpg‘이봐, 아드니엘. 내년 생신 때는 뱀을 잡아 선물로 드리자.’

16549734162967.jpg‘응. 살아 있는 뱀을 드리자.’

이샤트와 아드니엘은 결심했다. 매해 생일마다 자식들로부터 뱀을 받게 될 미래는 생각지도 못하고 황제가 시종장을 불러 명했다.

1654973424817.jpg“시종장. 공녀에게 뱀을 받아 잘 보관하라.”

그러나 악마는 그 정도론 만족하지 못하는 듯했다.

16549734162943.jpg‘직접 받아서 더 좋아해라, 황제.’

1654973424817.jpg‘싫다, 뱀 무섭다!’

16549734162943.jpg‘제국을 반 토막…….’

1654973424817.jpg“그 뱀 이리 가져오거라! 내 직접 들어봐야겠구나! 아. 하. 하. 실한 것이 참 마……맛이 좋겠어!”

동대륙에서는 전신(戰神)이라 불리던 체면이 있어 물리지도 못했으나, 뱀을 쥔 손은 달달 떨려왔다.

1654973424817.jpg‘제기랄, 망할 악마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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