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누나라고 불러도 돼?2021.04.01.
아가레스와 루드비히가 소년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찰나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둘 다 영민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배자들이었으니. 즉, 지금의 침묵은 난데없이 나타난 소년에 놀랐기 때문은 아니었다.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어린 용이 ‘내 누나’고 ‘내 은인’이라며 되지도 않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 것뿐.
“하.”
헛숨을 내뱉는 두 지배자를 보며, 어린 용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어딘지 멍하여 몽환적인 인상. 그 분위기와 제법 어울리는 음성이었다.
“내 친구라고 하지 마. 기분…… 싫어.”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되기는 했나 보다. 제대로 말을 배운 바 없어 어눌한 말투에 나사가 하나쯤 빠진 것 같은 단어 선택이 한 2년 전쯤의 이벨리아를 떠올리게 했다.
“……나도 우리 꼬맹이 주변에 버릇없는 애새끼들이 증식하는 게 상당히 불쾌하니까 입 다물어.”
“나 또한 땅 도둑 근처에 음산한 악마와 모자란 용이 있는 게 달갑지 않으니 앞으로 처신 잘하도록.”
덜 자란 용. 인간화를 하더라도 대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어린아이. 실상 절친 자리 쟁탈전의 경쟁자만 아니었다면 두 지배자가 어린 용에게 이토록 냉정하게 말을 뱉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꽤 어리기도 할 뿐만 아니라 두 지배자 모두 이벨리아 외의 타인에 대한 관심은 지독히도 없는 편이었으니.
“…….”
얼음이 날리는 듯한 냉랭한 목소리로 자신을 배척하는 두 지배자를 느릿하게 올려다보며 어린 용이 중얼거렸다.
“은인하고, 달라.”
“당연히 다르지. 꼬맹이는 꼬맹이고, 나는 네가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고위 악마고.”
아가레스가 턱 끝을 살짝 올리고 특유의 오만한 눈빛으로 용을 내려다보았다.
“……은인하고 다르게, 재수가 없어.”
이걸 그냥! 아가레스가 한 대 콱 쥐어박을 듯이 주먹 쥔 손을 올렸다가 오두막 쪽을 한 번 바라보고는 짜증 난다는 듯 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직 이 용이 지나치게 어렸다. 지금 쥐어박았다가는 작은 친구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이 안 보아도 뻔했다. 그러니 늘 친구의 따뜻한 시선 한 번이 고픈 악마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타고나기를 지배자로 태어난 그가 이 세상 단 하나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의 어린 친구가 더는 곁을 내주지 않는 것이었으니.
“모자란 용이 보는 눈은 있군. 이자는 원래 재수가 없다.”
이때다 싶은 루드비히가 피식 웃으며 말했으나.
“……너돈데.”
용은 나른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묵직한 직구를 날렸다.
‘죽일까.’
루드비히 또한 주먹을 쥐었다가 오두막 안에서 식량을 뒤적거리고 있을 땅 도둑을 생각하여 애써 살심을 다스렸다.
“야. 넌 모르겠지만 나 되게 높은 악마거든.”
“나는 인간계에서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고.”
“용은 지상 최강의 생물이랬어. 용은 강하고 멋있고 위엄 있댔어. 용은 대단하고 위대하다고 했어. 나는 용이야.”
엣헴. 실력 자랑 지위 자랑 한번 하려고 했건만. 용의 자기 자랑이 마치 어디서 외워온 것처럼 줄줄 흘러나온다. - 퐁. 어린 용은 인간화를 그리 길게 유지하진 못했다. 자연스러운 본체가 아닌 인간의 모습을 억지로 유지하는 것은 어린 용의 입장에서는 제법 많은 힘을 요하는 일이었다. 제 할 말만 하고 다시 어린 용의 모습으로 돌아간 엔리르를 보고 두 지배자는 수려한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
“이 빌어먹을 파충류가……!”
“이게 다 네가 황궁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벌어진 일이니 책임지고 저 털뭉치 방생하든 없애든 해.”
‘흥.’
뒤에서 싸우든 말든. 작은 용은 오두막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귀를 쫑긋거리더니 손바닥만 한 작은 날개를 펼쳐 애써 파닥파닥 이벨리아 쪽으로 날아갔다.
“제대로 날지도 못하면서 가장 위대하긴 무슨.”
“동감이다.”
그 말을 들은 어린 용은 콧김을 씩씩 뿜으며 더욱 세차게 날갯짓을 했다. 엔리르는 이벨리아의 앞으로 톡 착지하여 작달막한 다리에 몸통을 비볐다. 그리고 날 좀 보시라 날개를 활짝 펴고 짧은 목을 한껏 치켜들었다.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이 인간은 착한 인간이니까.’
지을 수 있는 가장 위엄 있는 자세를 취해 보았으나.
“너무 귀여워!”
이벨리아는 통통한 두 볼을 작은 손으로 감싸며 탄성을 내뱉었다. 애교에 함락된 이벨리아가 엔리르를 달랑 들어 제 토실한 뺨에 가져다 대려던 찰나였다.
“안 돼!”
“쓰읍.”
순식간에 루드비히의 손에 뒷덜미가 들려 달랑대고 있는 엔리르를 보며 이벨리아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막 엔리르의 몸통에 닿으려던 제 뺨은 아가 토끼가 그 커다란 손으로 감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얘 수컷이라고!”
“……근데?”
“근데라니? 수컷이라니까? 남자 용?”
그게 뭐. 뭐 어쩌라고. 장차 이 대륙을 지배할 식량 도둑과 이미 마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아가 토끼의 상태가 영 심상치 않다.
“엔리르 이리 줘.”
세상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두 지배자를 바라본 이벨리아가 제 소꿉친구의 손에서 엔리르를 빼앗아 소중히 안아 들었다. 어린 용은 이때다 싶어 낑, 소리를 내며 이벨리아의 품으로 고개를 묻었다. 이를 본 두 지배자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진 것은 당연지사였다.
‘안기긴 어딜 안겨.’
‘우리 꼬맹이가 곰치를 안고 있는 것도 맘에 안 드는 판국에 어디 감히 인간으로 변할 줄 아는 요망한 용이 안기냐고.’
불만 어린 표정을 쉽게도 흘려넘기며 어린 용은 생각했다.
‘이 인간은 좋아. 좋은 인간이야.’
그 존재 자체가 지고하고 완벽하여 자존심 강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용들이었으나. 날 때부터 어딘지도 모르는 어두운 곳에 갇혀 인간들로부터 각종 고통과 실험을 당하던 어린 용에게는 태어나 처음 만난 친절한 인간이었다.
‘날 치료해줬어.’
내 얼굴에 시원한 물을 뿌리기도 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돌멩이를 흔들기도 하고.
‘자고 있으면 쓰다듬어주기도 했어.’
모두 날 때리기만 했지, 쓰다듬어준 적은 없었는데.
‘나한테 이름을 지어줬어.’
모두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맨날 이거, 저거라고 불려서 슬펐는데.
‘나보고 동생이라고 했어.’
어두운 곳에서 들었던 말들에 의하면 다른 생물들은 모두 엄마, 아빠, 누나, 형아가 있는 것 같던데. 나는 다들 가진 것 하나 갖지 못해서 역시 반쪽짜리구나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것을 이 인간이 줬다. 남들이 가진 것을 이제야 가진 기분이었다. 복슬복슬한 두 앞발이 저도 모르게 동당거렸다. *** 이벨리아는 어린 용에게 간식을 먹이기 위해 바구니를 열었다. 무려 용이니까 마땅히 고기를 먹겠지, 싶어서 품질 좋은 고기를 바구니 가득 채워온 참이었다. - 파닥 파닥 파닥. 엔리르의 날개가 사정없이 파닥였다. 치료를 받는 내내 묽게 쑨 죽만 겨우 넘기던 어린 용은 오랜만에 보는 황홀한 고기의 자태에 침을 뚝뚝 흘렸다. 여전히 작은 친구의 품에 안겨 있는 어린 용을 못마땅하게 노려본 루드비히는 태어난 이래 가장 유치한 짓을 하고야 말았다.
“땅 도둑. 새끼 용은 고기 못 먹는다.”
‘뭐라는 거야, 저 모자란 놈이. 나 육식인데.’
엔리르가 작은 송곳니를 드러내고 아르릉 위협했으나 루드비히는 들은 체도 않고 말을 이었다.
“새끼 용은 함부로 고기를 먹었다가는 배탈 나.”
‘배탈 안 나. 상한 고기도 먹어봤다고.’
“새끼 용은 우유를 먹지.”
‘퉤. 난 우유는 싫어해.’
우유가 아닌 고기를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기 위해서 짧은 발로 휘적휘적 고기 바구니를 가리켜 보았으나 아무래도 제 은인은 제법 눈치 없는 편에 속하는 듯했다.
“진짜? 나는 고기를 안 먹으면 힘이 통 안 나던데. 역시 아가는 아가구나.”
“그럼. 너도 아가 때는 고기 못 먹었잖아.”
아가레스가 피식 웃으며 거들었다.
“옹.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아가 때는 분명 그랬었어.”
뭘 기억하긴 하는 건가. 여전히 코딱지만큼 작으면서도 마치 아주 옛날 옛적을 회상하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벨리아를 보고 두 지배자는 입에 웃음을 매달고 말았다. 따스하게 부는 바람에 고기 냄새가 스멀스멀 밀려들자 엔리르가 낑낑, 애절한 소리를 내었으나, 이벨리아는 가차 없이 우유 한 병을 꺼내어 들었다.
“자, 배탈 나면 안 되니까 고기 말고 우유 먹자. 쮸쮸쮸, 착하지!”
- 푸르륵. 마지막 발버둥으로 싫다는 듯 몸을 한 번 털었으나 이벨리아는 그저 어린 용의 시답지 않은 반찬 투정쯤으로 생각했다. 지상 최강의 종족이라는 용. 그 입으로 산 하나는 손쉽게 날린다는 브레스를 뿜는다는 용. 그 강인한 주둥이에는 반강제적으로 작고 귀여운 흰 우유병이 꽂혔다. 루드비히와 아가레스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어린 용 앞에서 불을 피워내 고기를 구워 먹었다. 눈을 마주칠 때면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어주면서. 맛있게도 냠냠.
“아르릉-.”
내가 조금만 더 커봐라.
‘가만 안 둔다. 저 악당들.’
*** 약 15분 뒤, 결국 어린 용은 폭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치료 기간 중 강제로 고기를 끊은 어린 육식 동물 눈앞에서 고기를 구워 먹다니. 엔리르의 시각에서야 세상 둘도 없는 악당들이자, 악마들이었다.
“퉤!”
이벨리아의 옆에 앉아 우유병을 입에 꽂고 슬슬 바닥에 흘려대던 엔리르는 기어코 퉤! 하고 우유병을 내동댕이치고야 말았다. 데구루루 굴러가는 우유병의 크기가 엔리르의 크기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굴러가는 우유병을 바라보던 엔리르는 제 의사를 확실히 전하기 위해서 인간화하고서는, 고사리 같은 손을 제 은인 쪽으로 쭈욱 펴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나도 고기.”
“엥?”
난데없이 들려오는 몽롱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이벨리아는 얌전히 우유를 먹던 어린 용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웬 어린아이가 앉아 있자 졸도할 듯이 놀라고 말았다.
“뜨아아아!!”
그렇지 않아도 쏟아질 것 같은 푸른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두 손으로는 제 볼을 움켜잡은 이벨리아를 진정시키고자, 아가레스가 커다란 손으로 작은 친구의 눈을 가린 다음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쉬이- 진정해. 네가 데려온 새끼 용이 인간화한 거니까.”
“……인간화?”
“용 정도의 마법 능력이면 인간화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거든.”
아가레스의 설명에 엔리르가 맞다는 듯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흐아- 심장이 쿵 했어!”
“많이 놀랐어? 가져다 버릴까?”
마치 이때가 기회라는 듯 나긋나긋하게 묻는 아가레스를 향해, 이벨리아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 몸짓에 아가레스는 작은 친구의 눈에서 손을 떼며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쯧, 좋은 기회였는데.’
뜬금없이 나타난 소년을 마주하여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면서, 이벨리아는 엔리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용이라더니. 이렇게 쉽게 용과 인간을 넘나들 수 있는 거구나.’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상당히 생소했다. 두 어린아이의 눈이 마주쳤다. 빛을 한가득 품은 밝은 청안과 심연을 내재한 붉은 눈이 얽혀들었다. 그 천진한 푸른 눈을 마주하는 순간, 어린 용은 기억했다. 날 때부터 어미가 없어 그 누구도 돌보아주지 않던 그를 간호해주던 따뜻한 손. 엉성하게 이마 위에 올려주던 손수건. 매시간 들러 괜찮냐며 걱정하던 우려 담긴 목소리. 혹시라도 그가 깰까 살금살금 걸어오던 걸음. 아무리 구해준 이라고 하더라도 아무거나 받아먹을 수 없어 고개를 팩하니 돌리면 손수 떠 먹여주던 다정함. 또 어린 용은 떠올렸다. 어두운 지하, 우연히 접했던 책에 그려져 있던 바다 그림을. 적당히 따뜻해 보였고, 적당히 부드러워 보여서. 설령 빠져 죽더라도 기꺼울 것만 같았던 그것. 저 인간의 눈동자는 그것을 똑 닮았다.
‘괜찮을까. 말해볼까. 날 미워하진 않을까.’
아직 어린 용은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작은 손과 입가는 긴장한 듯 파르르 떨렸다.
“……누나라고 불러도 돼?”
*** 이벨리아의 침묵이 길어졌다. 어린 용의 붉은 눈이 시무룩해졌다. 손가락이 꼼질댔다.
‘인간 모습이라서 별로인가?’
인간으로 변신하지 말걸. 위대하고 늠름한 용의 모습이면 더 좋게 생각해 줬을지도 모르는데. 엔리르는 다시 작은 용의 모습으로 변했다.
‘혹시 내가 고기를 먹겠다고 해서 그런가?’
고기 먹고 싶은 거 조금만 참고 이따가 사냥해서 먹을걸. 어린 용은 손에 쥐고 있던 고기를 슬그머니 내려두었다.
‘아니면 동생으로 삼는다는 건 그냥 실수로 나온 말일지도 몰라.’
어린 용은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는 납득했다. 듣기로 가족이란 것은 제법 가까운 사이였다. 인간들의 기준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 귀중한 동생 자리를 왜 나한테 주겠어.’
난 반쪽짜리 용.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는 불완전한 용. 엔리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나 엔리르의 생각과는 달리, 이벨리아는 한껏 고취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누나라니……!’
안 그래도 요즈음 스스로 꽤 자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디를 보아도 제가 가장 아가인 것이 마냥 불만이었다. 언니나 누나라는 호칭, 그 얼마나 멋있던가! 그래서 얼마 전에 엄마와 아빠에게 동생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엘리시아는 한 집안에 아이가 세 명이 있으면 신수가 더는 아이를 물어다 주지 않는다고 더듬더듬 거짓말을 했더랬다. 부모님의 말씀이 곧 섭리인 이벨리아는 이를 찰떡같이 믿어버렸고. 그러니 때마침 나타난 어린 용을 잡지 않으면 또 언제 동생이 생길지 기약이 없었다. 이벨리아가 작은 용을 향해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나랑. 나랑 가서 살자! 누나가 예쁘다, 예쁘다, 해줄게!”
‘진짜……?’
다시 귀가 쫑긋. 꼬리가 살랑. 날개가 파닥.
“하, 어이가 없군.”
“동감이야.”
“저걸 어떻게 치운다.”
“땅 도둑이 못 보는 사이에 돌아오지 못할 먼 땅으로 보내버리는 건 어때. 땅 도둑에게는 뭐, 대충 가출했다고 둘러대고.”
“그래도 돌아올 족속이야, 저건.”
아가레스가 이벨리아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보다는 마도구 중에 오랜 시간 봉인을 시킬 수 있는 램프가 있다던데. 거기다 가둬버리는 건 어때.”
“오랜만에 좋은 생각이군. 그 마도구는 어디 있지?”
“난들 아나. 제국의 황태자면 그쯤은 알아서 좀 구해. 없는 능력을 이때라도 발휘하라고.”
뒤에서 살벌한 말들이 들려왔지만, 어린 용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 더 심한 말을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조금도 화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엔리르는 마주치는 모든 존재에게 실컷 자랑하고 싶었다.
‘나도 이름이 생겼어.’
또 크게 소리도 지르고 싶었다.
‘나도 누나가 생겼어.’
꼬리를 살랑대던 어린 용은 벅차오르는 기분을 참지 못해 날개를 활짝 펴고 허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가족! 나도 가족이 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