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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루이가 황태자 전하야?! (46/323)

46화. 루이가 황태자 전하야?!2021.03.08.

16549729582749.jpg“심심해…….”

나흘, 무려 나흘이었다. 이건 과해도 너무 과했다. 이벨리아는 의무실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했다. 침대에서 잠깐 일어날라치면 공무, 사교 모임, 훈련 등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곁을 지키던 가족들이 어깨를 부드럽게 눌러 다시 토닥토닥 재우기 일쑤였다. 한편, 지금 이 공작저에서 가장 극한 직업인 이를 꼽자면 바로 주치의였다.

16549729582749.jpg“콜록-!”

1654972958276.jpg“주치의! 주치의! 우리 아가 아무래도 합병증에 걸린 것 같다!”

이벨리아가 자그마하게 콜록-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아르칸과 세드릭이 곧바로 뛰어가 호출하기 일쑤.

16549729582749.jpg“우웅-.”

16549729582771.jpg“주치의! 주치의! 이브가 과한 스트레스로 잠꼬대가 심해진 것 같은데.”

잠결에 살짝 옹알거리는 소리라도 낼라치면 엘리시아가 곧바로 달려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불러내기도 여러 번. 그뿐이면 다행이었다.

16549729582775.jpg“대체 이 상처는 왜 사라지질 않는 거냐.”

16549729582779.jpg“……송구하오나, 몸에 난 생채기는 나흘 만에 사라지지 않음이 일반적입니다, 각하.”

16549729582775.jpg“난 아닌데. 그대가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신은 소드마스터 아닙니까. 주치의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켜냈다.

16549729582775.jpg“모레까지 낫게 만들도록.”

16549729582779.jpg“각하, 그것은-!”

이건 못 참겠다. 주치의가 품 안에 고이 접힌 사직서를 내밀려던 찰나. 툭, 발치에 떨어지는 것은 공작 각하께서 던져주시는 보석이 아니던가.

16549729582779.jpg“바로 제 전문이지요. 성심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가 바로 내 평생직장이다. 주치의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 와중에 기사단은 매일같이 이벨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금낭화 한 다발씩을 꺾어 병문안을 왔다. 우리 아기씨는 약재 냄새를 싫어하신다면서 의무실 내에 꽃다발들을 산더미만큼 쌓아놓는 바람에 의무실은 꽃향기로 가득 찼다. 하녀들과 하인들은 차마 의무실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의무실 바깥에 평소 이벨리아가 좋아하던 간식거리들을 내려놓고 돌아갔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나타나 간식거리를 요구하던 아기씨가 의무실에만 얌전히 계시니 요리장 세토도 도무지 힘이 나질 않았다. 아기씨께서 악마에게 납치를 당하였다는 것을 듣자마자 주방 안에 주저앉아 버렸던 그는 우리 작은 아기씨가 이 공작저에 얼마나 큰 의미가 되셨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공작저 모든 이들의 극진한 보살핌과 유난 속에 지난 나흘이었다. 이벨리아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16549729582749.jpg“다 나았어!”

힘찬 아침! 강한 아침! 상쾌한 아침! 의무실에서 탈출한다!

1654972958276.jpg“다 안 나았어. 더 자자. 코오-.”

16549729582749.jpg“다 나았어! 이렇게 누워 있다가는 뻣뻣한 나무토막이 되고 말거야.”

아르칸이 들은 척도 않고 이벨리아를 다시 눕히고자 어깨에 손을 댔다. 이벨리아는 즉각 엄살을 부렸다.

16549729582749.jpg“아야! 오라버니가 어깨 아야하게 한다!”

1654972958276.jpg“헉-!”

16549729582749.jpg“아야?”

1654972958276.jpg“이……이브!”

16549729582749.jpg“아야야?”

눈을 휘둥그레 뜨고 굳어 있던 아르칸이 주치의를 부르러 달려 나갔다.

16549729582749.jpg“히. 식은 수프 먹기구만.”

방해꾼이 사라지자 이벨리아는 침대에서 폴짝 내려와 아래층으로 향했다. 실은 나흘 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 1층 의무실. 제 호위 기사가 쓰러지던 그 순간이 선연했다. 치료를 받던 나흘간 이벨리아가 꾸던 모든 악몽은 자신이 악마에게 끌려가던 장면이 아니라, 카론이 칼에 찔리던 그 순간이었다. - 끼이익. 문을 조용히 닫고 한 걸음 내딛자, 하얀 침대 시트 위에 창백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카론이 보였다. 시트에는 군데군데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크게 뜬 이벨리아의 바다색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16549729582749.jpg“…….”

내 호위 기사. 내가 멋대로 나가버리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선물을 사러 가자고 조르지 않았더라면. 아니. 아니다. 그게 잘못이 아니었다.

16549729582749.jpg‘내가 케르베로스를 잘 막았더라면. 내가 정령술을 더 공부했었더라면. 내가 더 강했더라면.’

카론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기어코 커다란 눈물방울이 바닥을 적셨다.

16549729611625.jpg“아기씨…….”

열린 의무실 문밖으로 아르티나 기사단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헤롤드가 조용히 부르며 손을 내밀자 이벨리아가 타박타박 걸어 나와 헤롤드의 팔에 얼굴을 묻었다. 헤롤드는 말없이 이벨리아를 응접실로 안아 옮겼다. 축 늘어져 소파에 앉은 이벨리아의 바로 옆. 가족들과 기사단이 자리를 채웠다.

1654972961163.jpg“아기씨. 카론의 역할은 아기씨를 지키는 것입니다. 오히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죄인이나 다름없지요.”

드웬이 이벨리아를 달래고자 입을 열었다. 일반적인 주인과 기사의 개념으로 보자면 지극히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벨리아가 휴고로부터 배운 주인과 기사의 개념은 달랐다.

16549729582749.jpg“아니야! 죄인 아니야! 카론한테 그렇게 말하면 드웬 미워할 거야!!”

1654972961163.jpg“아기씨-.”

잠시 바닥을 보며 입술을 깨물던 이벨리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16549729582749.jpg“내가 뒤를 지켜주겠다고 해놓고서 그러질 못했는데.”

1654972961163.jpg“하지만 우리 기사단은 아기씨를 위해서라면-.”

드웬이 반박하자 이벨리아가 조용히 하라는 듯 한 손을 들었다. 그 품새가 마치 엘리시아의 고고한 그것과 제법 닮아 있었다.

16549729582749.jpg“너희들은 내 등을 지켜라. 너희들의 앞은 내가 지켜줄 테니.”

아르티나 기사단은 고개를 들어 그들의 작은 아기씨와 눈을 마주쳤다. 치열한 전장 속, 그들의 주군에게서 항상 듣던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기사단을 일으켜 세웠던 버팀목 같은 말. 그 말이 작은 아기씨에게서 흘러나왔다.

16549729582749.jpg“우리 가문에서 주군과 기사란 그런 의미랬어.”

1654972961163.jpg“…….”

16549729582749.jpg“카론의 주군은 나야.”

아, 저 눈. 그들은 저 눈을 잘 알고 있었다. 주군과 같은 눈. 존재 하나로 전장을 압도하는 바로 그 눈. 이벨리아가 기사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었다. 푸른 눈이 시리게 빛났다.

16549729582749.jpg“그 누구도 카론을 질책하지 마. 주인인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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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딸의 말에 휴고와 엘리시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작은 새싹은 서서히 아름다운 봉오리를 피워내고 있었다.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지위의 무게를 아는. 또한 그를 견딜 줄 아는. 아이의 성장이 눈부시게 빛났다. *** 그로부터 이틀. 이벨리아는 매일같이 카론의 의무실에 꽃과 간식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면서 간식 중 일부를 빼돌려 자기 입에 집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카론의 간식 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쿠키를 빼돌려 응접실 소파에서 다리를 달랑거리며 먹고 있는데, 아르칸이 옆에 앉으며 전부터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1654972958276.jpg“우리 아가, 황태자 전하와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황태자? 무슨 황태자? 이벨리아가 전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댔다. 그러자 이벨리아를 뒤에서 끌어안고 머리 위에 턱을 올려둔 세드릭이 한 번 더 물었다.

16549729625471.jpg“황태자 전하가 너를 구해달라고 동(東)마계의 지배자를 찾아 가셨다던데?”

16549729582749.jpg“……?”

오독. 오독. 조용한 응접실에 한동안 쿠키를 씹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16549729582749.jpg‘이상하다. 토끼랑 나를 둘 다 알고 있는 친구는 딱 한 명밖에 없는데.’

딱 한 명…… 밖에…… 없는데…….

16549729582749.jpg“에에엥?!”

16549729625471.jpg“윽-.”

이벨리아가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혀를 씹은 세드릭이 나지막한 침음을 삼켰으나 지금 이벨리아에게 오라버니의 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16549729582749.jpg“설마, 루이가 황태자 전하야?!”

1654972958276.jpg“루이?”

16549729582749.jpg“은발에 눈 빨간 강아지 새끼가 황태자 전하야?!”

1654972958276.jpg“강아지 새끼…….”

16549729625471.jpg“기특한 내 동생, 불경의 끝을 달리는구나.”

아니, 잠깐. 그렇다면 대체 왜 제국의 황태자가 내 식량을?

16549729582749.jpg“오라버니, 우리 제국 가난해?”

1654972958276.jpg“우리 제국 부잔데?”

그러면 내 식량은 왜 훔쳤어?

16549729582749.jpg“오라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황족의 뒤통수를 때리고 반말을 하면 어떻게 돼?”

16549729625471.jpg“가장 어두운 감옥에 갇히겠지.”

1654972958276.jpg“그 이후엔 사형이겠고.”

16549729582749.jpg‘큰일났다……!’

진짜로 루이가 황태자라면 황공한 뒤통수에 솔방울을 던지고, 고운 것만 먹었을 입에 고추냉이가 든 빵을 먹이고, 좋은 것만 들었을 귀에 온갖 반말을 찍찍 싸지른 이 목이 위험했다. 상상도 못한 정체! 망했다, 망했어! 잠시간 멍하니 서 있던 이벨리아는 먹던 쿠키를 땅에 내동댕이치고서 방으로 올라가, 침대 위에 놓여 있던 목걸이를 돌렸다. *** 목걸이를 돌려 비밀기지에 도착하자마자, 여느 때와 같이 나무 위에 앉아 있던 루드비히의 매, 라르고가 가지를 박차고 황궁으로 날았다. 이벨리아의 기대와 달리 루드비히는 비밀기지에 없었다. 대신 바위 위에 앉아 무언가를 만지작대던 아가레스가 벌떡 일어나 빠르게 다가와 이벨리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무려 엿새 동안 아가레스는 한시도 이 비밀기지를 떠나지 않았다.

16549729654524.jpg“꼬맹이, 괜찮아?”

얼굴부터 발끝까지, 그의 친구는 너무도 작아 훑어 내리는 데에는 찰나의 시간으로 족했다. 작은 몸 군데군데 붙어 있는 반창고가 상당히 마음 아프다. 흰 떡 같은 볼에 붙어 있는 커다란 거즈에 다시금 분노가 차올랐다.

16549729582749.jpg“토끼!!”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황족 모독죄로 목이 댕강 잘릴 것을 걱정했는데, 막상 악마 친구를 보니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반가움만이 몽실몽실 솟았다. 엿새 전에는 미처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건네지 못했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그 밤, 악마 친구는 진정으로 이벨리아의 구원이었다. 이벨리아가 자신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아가레스의 품에 답삭 안겨들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니 알싸하게 밀려드는 박하향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시린 눈보라 속, 그 두려웠던 시간 속. 자신을 안정시켜주었던 바로 그 향기였다.

16549729582749.jpg“아스…….”

16549729654524.jpg“응.”

16549729582749.jpg“고마워. 진짜로 고마워.”

눈물을 머금고 가늘게 떨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아가레스가 이벨리아를 안고 일어나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한쪽 팔 위에 이벨리아를 앉혀 놓고 다른 쪽 손으로 도닥이는 폼이 몹시 어색했지만 이벨리아에게는 그 어느 것보다 안정감 있게 느껴졌다.

16549729654524.jpg“……당연한걸.”

16549729582749.jpg“나도 빨리 강해져서 아스를 지켜줄 거야.”

고아한 악마의 입술에 유려한 웃음이 걸렸다. 너는 지금 그대로 있어도 괜찮은데. 그렇게 한참을 토닥이던 아가레스는 이제 더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16549729654524.jpg“저기, 꼬맹이.”

제파르에게 건네었던 시린 어조, 황제에게 건네었던 고압적인 말투, 그 모든 것과는 전혀 동떨어진, 어딘가 난처하고 당황스러운 음성이었다. 오로지 작은 친구 앞에서만 나오는 저자세의 음성.

16549729582749.jpg“옹.”

16549729654524.jpg“그, 곰새…… 아니 곰돌이 말인데.”

16549729582749.jpg“내 곰치는 한낱 곰돌이가 아니야.”

16549729654524.jpg“그래, 한낱 곰돌이가 아닌 그 곰치 말인데. 내가 고치려고 데려갔었잖아?”

16549729582749.jpg“옹.”

아가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진짜. 제발 울지만 마라. 제발.

16549729654524.jpg“고치기는 했는데, 그게…… 이렇게 되어 버렸어.”

아가레스가 커다란 손으로 집어 달랑 내민 곰돌이 인형은 덩치에 비해 상당히 소두가 되어 있었다. 바느질을 하면서 얼굴 쪽으로 튀어나온 솜들을 처음에는 꾹꾹 눌러 집어넣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신경질이 나 잡아 빼버렸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찢어졌던 눈가 부분을 꿰매면서 검은색 실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버려 뒷골목 세계를 주름잡는 암살자 곰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험악한 인상이 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더 이상 ‘곰돌이’가 아니라, 그냥 곰이었다. 야생의 그리즐리 베어. 야생의 곰.

16549729582749.jpg“…….”

16549729654524.jpg“…….”

이게 뭐야. 이게 대체 뭐야. 몸은 굉장히 건장한데 얼굴은 심각하게 작아. 바느질이 일정하지 않아서 얼굴이 삐뚤빼뚤해. 눈가의 흉터가 상당히 사나운데, 눈망울은 너무 초롱초롱해. 이벨리아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본 아가레스가 황급히 다른 곰돌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16549729654524.jpg“그래서 곰치랑 최대한 똑같은 곰을 사 왔어.”

원래의 곰치와 최대한 닮은 곰돌이 인형을 구하기 위해서 시내의 모든 인형 가게를 다 돈 것도 부족하여 지오스 왕국의 인형 가게까지 들렀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레스는 유일한 친구가 화를 내면 어쩌나, 혹여 울면 어쩌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악마 생 처음이었다. 누군가의 기분을 맞추고자 이토록 노력한 것은. 또 그것이 싫지 않은 것은, 아마 앞으로도 없는 일일 터다. 숨죽이고 반응을 살피던 그의 귀에 키득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16549729582749.jpg“아하하하-!”

이내 환하게 터지는 웃음소리가 맑았다. 자신을 그 거대한 날개로 덮어 주었던, 그 서늘한 눈으로 빨간 갑옷 악마를 바라보았던. 때로는 그 누구보다 위압적인 악마 친구가 이 커다란 손으로 곰치를 고쳤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께가 간질거리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곰치는 아무렴 어때. 악몽으로부터 한층 더 잘 지켜줄 것처럼 진화했는걸. 곰치를 받아든 이벨리아는 특별히 용서해 줄 테니 그때 그 날개를 좀 꺼내 보라며 닦달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아가레스는 망설임 없이 검은 날개를 펼쳐 이벨리아를 감싸주었다. 꼬맹이가 울지만 않는다면 날개 깃털을 모두 뽑아 이불을 만들어 줄 수도 있으니, 날개를 꺼내어 감싸 달라는 요구는 수백 번, 수천 번, 수용 가능한 범위였다. 따뜻한 날개에 기댄 이벨리아가 가만가만 날개를 쓰다듬는 손길이 마냥 기분이 좋아, 아가레스는 마치 작은 주인 앞에 선 강아지라도 된 기분이었다. 이벨리아는 뒷골목 폭력배가 되어 버린 곰치를 껴안고 쉬지 않고 입을 종알거렸다.

16549729582749.jpg“있지, 이건 비밀인데. 사실 루이가 황태자 전하인 것 가타.”

16549729654524.jpg“……굉장한 비밀이네.”

16549729582749.jpg“그치. 나도 상상도 못 해따니까. 그래서 이따가 루이가 비민기지에 오면 나는 아마 끌려가서 지하 감옥에 덜컹 가둬질지도 몰라.”

16549729654524.jpg“그렇겐 안 두지.”

16549729582749.jpg“그러다가 아마 목이 슉 잘릴지도 모르지.”

16549729654524.jpg“그럴 일은 절대 없고.”

온갖 쓸데없는 걱정거리를 줄줄이 늘어놓는 아이를 바라보는 아가레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16549729582749.jpg“루이 오면 알려줘. 발이 손이 되게 빌……어야…….”

약 기운이 덜 가셨는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작은 친구의 목소리가 슬슬 작아졌다. 잠에 빠져들며 힘을 빼고 기대어 오는 작은 몸이 따스했다.

16549729582749.jpg“으웅…… 다꼬치…….”

16549729654524.jpg“후- 잠버릇하고는.”

하늘을 바라보던 그가 시선을 내려 작은 친구의 코를 톡 하니 건드렸다. 이 시간이 완벽했다. 따뜻한 비에 제법 많이 젖어 든 것 같은데. 그런데도 그것이 못내 기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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