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우리는 친구니까 (31/323)

31화. 우리는 친구니까2021.01.14.

16549725282659.jpg

  일견 질책하는 어조였으나 홍안에는 걱정의 빛이 스쳤다. 안 그래도 조막만 한 게.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이벨리아는 발딱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를 막아주느라 편 루드비히의 두 손바닥에 머리를 콩 부딪쳤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16549725282663.jpg“기다렸지!”

꽃잎을 주려고!

16549725282668.jpg“……기다려? 날?”

루드비히의 수려한 입술에서 나온 말은 당혹감을 가득 담은 의문형이었고,

16549725282663.jpg“옹.”

이벨리아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아니면 내가 비 오는 날 청승맞게 머리 위에 나뭇잎 붙여두고 여기서 뭘 하고 있었겠어?

16549725282668.jpg“……왜?”

아무리 생각해도 땅 도둑이 자신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 땅 도둑은 그와는 다르니까. 사실, 그는 비밀기지에서 땅 도둑을 보면 기뻤다. 그날 종일. 아니, 그 후로도 최소 몇 주는. 목을 죄는 황궁이 기묘하게도 그 전만큼은 고통스럽지 않았다. 땅 도둑과 나눈 대화, 잔망스럽게 잔머리를 굴릴 때의 표정, 맛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오물거리는 작은 입, 그것들을 생각하면.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새로 관계를 맺게 된 아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가 틀어쥐고 있는 것만 같았던 숨통이 아이를 볼 때면 겨우 트였으니까. 그러나 아마 그에게 아이가 특별한 것과는 달리 아이에게 그가 특별하지는 않을 터였다. 태양이 되고자 모든 것을 불사르는 그와는 다르게 이벨리아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가장 밝은 별과도 같은 빛을 내고 있었으니. 작은 불씨가 선명한 별빛을 좇는 일은 당연하나 그 반대는 지극히 이례적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어지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16549725282663.jpg“칭구니까. 줄 게 있어서.”

친구라는 게 원래 ‘친구로서의 관계를 맺지 않으시겠습니까’라는 장엄하고도 무거운 선포 없이, 이토록 쉽게도 될 수 있는 거였나. 있어 본 적이 없어서 도무지 모르겠다. ‘우리 친구야?’라고 묻자니 그건 그것대로 없어 보일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마음이 가는 대로 웃자니 정말 친구 하나 없는 티가 날까 봐 그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단속했다.

16549725282663.jpg“자, 이거!”

이벨리아가 루드비히의 손에 살포시 내려놓은 것은 작달막한 꽃잎이었다.

16549725282663.jpg“추뽁제 때, 내가 추뽁 받은 아이여서. 내가 던지고 내가 쟈바서 추뽁 가득!”

어휘력이 아직 부족한 나머지 개떡 같은 설명이었으나 루드비히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멍하니 꽃잎을 내려다보고 있자 이벨리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16549725282663.jpg“떤물이야!”

꽃잎이 선물이라니. 온갖 진귀한 물건들, 보석들, 마법 도구들만 받아오던 그에게 객관적인 가치로만 따지자면 이렇게 보잘것없는 선물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주관적인 가치로 따지자면 이렇게 숨기기 어려운 울컥거림이 올라올 정도로 귀중한 선물 또한 처음이었다.

16549725282668.jpg“……그런 미신을 아직도 믿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래서였다. 비어져 나오려는 웃음과, 울음과, 탄식을 감추기 위해 애써 냉소 어린 말을 건넨 것은.

16549725282663.jpg“흥! 식냥 도둑은 믿든지 말든지. 어쨌든 나는 믿으니까 거기에는 추뽁 가득해.”

그러나 또 이렇게 예쁘게 말해버리니, 단단히 단속한 입매가 탁 풀려버릴 수밖에.

16549725282668.jpg“고맙다.”

처음으로 보는 것 같은 식량 도둑의 환한 미소에 이벨리아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우리 오라버니들도 참 반짝반짝 예쁜데. 이 식량 도둑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두 아이는 함께 나무 밑동에 기대어 앉았다. 나무에 내려앉는 규칙적인 빗소리는 거슬림 없이 편안했다. 이벨리아는 다시금 머리 위에 커다란 나뭇잎을 착 올려두었다. 루드비히가 이벨리아에게 덮어주었던 겉옷을 보다 단단히 여미고자 상체를 기울였다. 금낭화 향기가 깊이 밀려들었다.

16549725282668.jpg“축복제는 어땠어?”

16549725282663.jpg“포상마차 다꼬치는 최고야!”

16549725282668.jpg“포장마차.”

16549725282663.jpg“옹. 그거.”

이벨리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축복제의 후기를 조잘조잘 읊었다. 옷에 파묻혀 얼굴만 빼꼼 내민 채로. 루드비히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잠깐 정적이 찾아오자, 그가 입을 달싹였다. 사실 아까부터 물어볼까 말까 굉장히 고민했었는데 말이야.

16549725282668.jpg“그…….”

16549725282663.jpg“그?”

16549725282668.jpg“그, 나한테 준 꽃잎 그거…….”

16549725282663.jpg“옹옹.”

그가 답지 않게 머뭇거리자 이벨리아가 어서 말해보라는 듯이 커다란 바다색 눈을 깜박였다. 루드비히가 여태 작은 땅 도둑에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멀리 돌리며 툭 물었다. 마치 그다지 궁금해서 묻는 것은 아닌 것처럼.

16549725282668.jpg“그거 그놈한테도 줄 거야? 그 악마 자식 있잖아.”

안 주면 좋겠는데. 나만 받은 거면 좋겠는데. 유치한 뒷말은 차마 내뱉지 못했다.

16549725282663.jpg“아. 토끼? 옹. 만나면 줄 거야!”

기대와는 다른 대답이 재깍 들려오자 그가 고운 홍안을 살포시 찌푸렸다. 그러나 이어 묻는 말투는 또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16549725282668.jpg“그 악마도 친구야? 나처럼?”

16549725282663.jpg“아스도 친구야. 그런 것 같아.”

루드비히는 여전히 시선을 멀리 둔 채 속으로 되뇌었다.

16549725282668.jpg‘나는 이 땅 도둑보다 오라버니인 데다가, 이 제국의 황태자다.’

연장자에 황태자는 마땅히 이해심이 이 땅 도둑의 눈동자처럼 바다를 닮아야 하는 것을. 나보고도 친구라고 불러줬는데 악마 자식도 친구인 게 뭐가 대수랴.

16549725282668.jpg‘앞으로 내가 더 친한 친구가 되면 그만이야.’

루드비히는 각오를 다졌다.

16549725282663.jpg“난 이제 그만 가볼게! 저녁밥 먹을 시간이야!”

16549725282668.jpg“그래.”

평이한 어조로 답하던 루드비히는, 정작 이벨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목걸이를 돌리려고 하자, 황급히 원피스 끄트머리를 붙잡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16549725282668.jpg“그…….”

하나만 더 물어보자. 나랑 친구한다고 했으니까 이 정도는 물어봐도 괜찮겠지.

16549725282668.jpg“……그래도 내가 먼저 친구가 된 거지?”

  ***

16549725282663.jpg‘똑같이 친구가 된 거야.’

그게 뭐가 중요해? 이벨리아는 망설임 없이 답하고 목걸이를 돌려 방으로 돌아왔다. 답을 듣는 루드비히의 홍안에는 실망감이 가득 들어찼으나, 이벨리아는 아직 다른 이의 감정을 파악하기엔 너무 어렸다.

16549725282663.jpg“토끼는 만나지 못해따. 이 꼰잎은 언제 주지.”

카시스 후작가의 이크리안과 렐리안에게는 오라버니들을 통해 꽃잎을 전달했다. 그러니 이제 토끼에게만 주면 되는데. 선물을 주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라, 오늘 꽃잎 배달을 모두 끝내려고 했건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맨날 깜짝깜짝하게 나타나더니 왜 오늘은 안 오냔 말이야.

16549725282663.jpg“개똔도 약에 쓸라면 업따더니.”

이벨리아는 하나 남은 꽃잎을 제 머리맡에 있는 보석함 속에 고이 넣어두었다. 여느 때와 같이 푸짐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와 동화책을 하나 꺼내어 폭신한 러그 위에 자리를 잡았다. 손이 닿는 곳에는 따뜻한 코코아를 놓아두고서 아기 돼지들이 늑대를 피해서 오두막집을 짓는 내용의 그림 동화책에 한창 빠져 있는데. -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하녀들은 노크를 하는 동시에 그들의 이름을 밝히니, 아무래도 오라버니들이려나.

16549725282663.jpg“옹. 드러와!”

문을 열고 누군가가 성큼성큼 걸어와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만날 드나드는 오라버니들을 환대하는 것보다 이제 막 세 번째 벽돌집을 지은 막내 돼지가 늑대에게 잡아먹힐지 아닐지가 더욱 중요했다.

16549725282663.jpg“다행이다, 아기 돼지 집은 안 날아갔어. 늑대가 못 쟈바 먹어.”

동화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들어온 오라버니에게 동화책의 내용을 말해주었으나,

16549725369826.jpg“근성 없는 늑대네. 아기 돼지를 가지고 싶었으면 살살 꼬셔냈어야지.”

방을 채우는 낮은 목소리는 오라버니의 것이 아니었다.

16549725282663.jpg“……?”

침입자! 화들짝 놀라 번쩍 고개를 든 이벨리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창밖에서 어슴푸레 들어오는 밝은 달빛. 그리고 그 달빛을 오롯이 받으며 서 있는 자,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악마 친구.

16549725282663.jpg“아스?”

보고도 믿지 못하여 앉은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 빽 소리 지르자,

16549725369826.jpg“드디어 토끼에서 해방인가?”

악마가 만족스럽게 눈을 접는다.

16549725282663.jpg“여기는 대체 어떻게 와떠? 이건 범재야! 범재! 우리 아빠한테 들키면 아주 혼나!”

16549725369826.jpg“네가 들어오라며. 그래도 공작에게는 비밀로 해주면 고맙고.”

나가라면 곧장 나갈게. 응? 그가 고개를 살포시 기울이며 부탁했다. 분명히 강아지보다는 호랑이 같은데. 느낌이 딱 부탁보다는 명령이 익숙한 포식자 같은데. 또 저렇게 부탁하면서 웃음을 건네니 꼬리를 살랑대는 순한 강아지 같기도 하다. 사족을 덧붙이지 않아도 굳이 아빠에게 얘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악마 친구를 더 이상 만나지 못하고, 비밀기지에도 출입 금지령을 받을 미래가 너무도 확실하니까.

16549725282663.jpg“으웅…… 말 안 해. 토끼 비닐은 지켜 주는 거야.”

16549725369826.jpg“왜 다시 호칭이 토끼가…….”

그가 입을 달싹이다가 이내 포기했다. 토끼든 사슴이든 아무렴 어떠랴. 꼬맹이가 토끼라고 부르면 토끼 하고, 사슴이라고 부르면 사슴 하지 뭐.

16549725282663.jpg“아! 토끼가 온 참에 줄 게 이떠!”

이벨리아가 침대 위로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 머리맡에 둔 보석함을 열었다. 조그마한 보석함 속에는 달랑 한 장 남은 마지막 꽃잎이 놓여 있었다. 이벨리아는 창문가에 기대어 서 있는 아가레스에게로 종종 걸어갔다.

16549725282663.jpg“자, 이거!”

커다란 손을 펴게 만들고서는 그 위에 꽃잎을 살포시 내려두자.

16549725369826.jpg“아.”

악마가 감추려 했던 탄성은 미처 숨겨지지 못하고 내뱉어졌다.

16549725282663.jpg“소둥한 칭구들한테 주는 추뽁 가득 꼰잎! 토끼도 추뽁 많이 받아!”

16549725369826.jpg“…….”

누구도 그에게는 빌어준 적 없는 축복. 아무도 불러준 적 없는 호칭인 친구. 축복제의 꽃잎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미신이 아니었나 보다. 축복제 날 밤, 바람에 날려 온 꽃잎에 담았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을 보면. 아이에게로 시선을 내리자 그 맑은 바다 빛 눈에는 한 점 그늘도 없다. 그 해사한 웃음에도 진심이 가득하다. 한껏 올려다보는 아이의 목이 아플까,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이벨리아와 눈을 맞추었다. 타고나길 지배자로 태어났으니 충성 어린 기사와도 같은 부복 자세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친구라 불러주는 이 앞에서 거만한 시선, 오만한 자세가 다 무슨 소용일까.

16549725369826.jpg“여기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나?”

16549725282663.jpg“추뽁 바든 거니까. 분명 그럴 거야!”

조그마한 고개가 분명 그럴 거라는 듯 끄덕인다. 잠깐 침묵이 흐르자, 이벨리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16549725282663.jpg“무슨 소원 빌어?”

16549725369826.jpg“얼마 전에 빌었던 소원. 한 번 더 빌어보려고.”

고요한 금안이 눈을 맞추며 나직하게 답했다.

16549725428369.jpg

  *** 동(東) 마계의 성. 밤이 되어 은은한 조명만을 켜 둔 아가레스의 집무실에 두 악마가 들어와 몇 가지 사안을 보고했다. 마르바스와 로노베. 상당히 고위 악마인 그들은 아가레스를 따르는 자들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의 가신이었던 마르바스와는 달리, 로노베는 불과 얼마 전에 그의 영토로 찾아와 충성을 맹세하기는 하였지만.

16549725428374.jpg“주군.”

로노베는 아가레스의 집무실을 찾아올 기회만 생겼다 하면 앞섶이 한껏 파인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장밋빛 머리칼을 풀어헤친 채 보란 듯이 풍만한 가슴을 강조했다. 그녀는 몽마(夢魔)였다. 몽마는 본능적으로 정기를 탐한다. 특히 강한 자의 정기는 그 맛이 남달랐다. 그녀는 유혹적인 눈빛으로 아가레스를 천천히 훑었다. 검은색 가운을 제대로 여미지 않아 사이로 보이는 단단한 가슴. 뚜렷한 복근. 웃는 일이라곤 없는 붉은 입술. 와인을 넘기며 움직이는 목울대.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녀를 미치게 만드는 무심하고도 나른한 황금색 눈동자.

16549725428374.jpg‘하…… 저 아름다운 몸에 딱 한 번만 밤새 안기면 소원이 없을 텐데. 저 나른한 금안이 침대 위에서 열기로 타오르면…….’

여기 좀 보시라 애타게 눈짓해보지만 정작 아가레스는 로노베에게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16549725369826.jpg“그만 나가 보도록.”

보고를 끝냈으면 이만 나가라는 의미가 명백한 손짓만 할 뿐. 기실 아가레스의 정신은 온통 다른 곳에 닿아 있었다.

16549725369826.jpg‘친구라…….’

꼬맹이가 그의 축복을 빌며 친구라고 불러주었다. 영겁에 가까운 생, 아무도 건네주지 않았던 단어를 그 아이가 건네주었다. 처음 듣는 단어는 어색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에 아로새겨진 것 같은 기분. 그는 가장 아끼는 와인을 마시며 그 순간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었다. 그런데 눈치도 없는 부하들이 쓸데없는 보고만 재잘대니, 심기가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단호한 축객령에 몸을 돌려 나가려던 마르바스의 눈에 존경하는 주군의 책상에 놓인 연분홍색 꽃잎이 보였다.

16549725428374.jpg‘이런!’

마르바스는 낭패다, 싶은 표정을 지었다. 이 마계에서 가장 강하시고 잔혹하신 우리 주군! 귀찮다는 이유로 동쪽에 둥지를 틀고 계신 우리 주군! 그리 존경하는 주군의 책상 위에 나폴대는 꽃잎이 웬 말이던가. 저 하찮은 꽃잎은 어쩌다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온 쓰레기가 분명했다.

16549725428374.jpg‘존경하는 주군의 책상에 올라가 있는 쓰레기는 이 마르바스가 바로바로 치워드려야지!’

보다 총애를 받고 싶은 마르바스가 쓰레기를 치우려고 손을 뻗자.

16549725369826.jpg“손, 떼.”

살기 어린 목소리가 곧바로 마르바스에게로 쏘아졌다. 예쁨을 좀 받아보려던 설레발은 주군의 분노로 돌아왔다. 아가레스의 금안이 날카로운 경고를 담자 마계에 휘돌던 마기(魔氣)가 일순 흐름을 끊고 숨을 죽였다.

16549725428374.jpg‘어떻게…….’

마기란 곧 마계 그 자체의 기운. 그러므로 마기가 숨을 죽인다는 것은 한 세계인 마계가 아가레스의 앞에서 납작 엎드려 복종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마계를 발아래 두시는구나. 지켜보던 로노베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탐욕 어린 붉은 눈은 더더욱 짙어졌다.

16549725428374.jpg“……누가 준 걸까요, 주군? 로노베 질투 나는데.”

최대한 요염한 표정을 장착하고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으나.

16549725369826.jpg“두 번 말하게 하는 개는 기르지 않는다.”

단번에 돌아온 대답은 더는 묻지 말라는 서늘한 경고였다.

16549725428374.jpg“아주 소중한 것인가 봅니다. 실수했습니다, 주군. 죄송합니다.”

로노베는 입술을 삐죽였으나 오래도록 아가레스를 보필한 마르바스는 숙일 때를 정확히 짚었다. 부하들이 방을 비운 뒤. 아가레스는 손 위에 꽃잎을 올려두고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친구. 친구라……

16549725369826.jpg“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가 어디까지 젖어들지. 따뜻한 비를 우산 없이 맞는 것이 꽤 좋아져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