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강진이 지음을 보다가 몸을 일으켜 지음에게로 향했다.
몸을 기울여 그녀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벌어진 지음의 입술에 입술을 붙였다.
강진의 숨결이 지음의 입술에 앉았다가 그녀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가려는데.......
지음은 그윽해지는 강진의 눈길에 심장이 쿵 주저앉는 듯했다.
‘분명...... 키스 타이밍인데.......’
그녀 역시 강진의 촉촉한 입술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의 숨결이 얼마나 뜨겁고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그와의 키스, 스킨십. 다 좋았다. 좋았지만.......
“흣.”
강진의 입술이 지음의 입술에 닿으며 벌어지는 순간, 지음이 그의 어깨를 떠다밀며 고갤 돌렸다.
“......왜, 그래?”
당황한 강진이 멈칫하며 그녈 보았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게 내가 맞나요? 한지음을 보고 있는 게 맞나요? 당신의 그녀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보고 있나요?’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 없었던 지음은 숨을 훅 들이마시고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아니, 그게...... 여기는 회사라서요.......”
강진은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몸을 일으켰다.
“회사라서?”
“......?”
강진이 시선을 지음에게 고정한 채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한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그렇게 대표실 문으로 향한 강진이 딸깍 문을 잠갔다.
“모르나 본데 여기 내 회사야.”
“.......”
문을 잠근 강진이 지음에게서 멀어진 만큼 다시 다가왔다.
지음의 코앞까지 다가온 강진이 그녀가 앉은 소파 위에 양팔을 뻗었다.
순식간에 지음은 그의 팔 안에 갇혀버렸다.
“여기가 회사라서 그런 거라며. 여기 내 회사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아니 그게.......”
강진은 지음이 변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가 급하게 입술을 붙여왔다.
‘으읍!’
뜨겁고 부드러운 강진의 입술이 지음의 입술을 뭉개며 비볐다.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그의 숨결과 혀가 밀려들듯 들어오자, 그녀는 손을 뻗어 소파를 움켜잡았다.
말캉하고 부드럽지만 생경한 느낌, 그게 지음의 입 안을 헤집었다.
몸을 소파에 묻고 눈을 질끈 감았다.
습관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는 지음의 몸은 학습된 것처럼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가 손을 들어 지음의 목과 옆구리를 쓰다듬었다.
“으으음.......”
대뜸 붙이고 있는 입술 틈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강진은 지음의 입술을 머금은 채로 그녀의 몸을 번쩍 들었다. 그가 소파 앞 테이블에 앉아 지음을 허벅지 위에 앉혔다.
입술을 물고 빨고 이로 잘근거렸다.
숨이 차고 입술이 저릿할 정도로 빨리자, 지음이 강진의 가슴팍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
그저 키스일 뿐인데 벌써 그다음 단계를 겪어본 지음은 다리 사이가 뜨거워졌다.
강진이 그녀의 거친 숨소리를 눈치채고 허리에 두른 손을 다리 사이 치마 속에 슬쩍 넣었다.
“읏......!”
놀란 지음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지만 다른 쪽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로 치마 안에서 떨고 있는 다리를 슥 쓰다듬었다.
‘아아....... 그의 손을 뿌리칠 수가 없어.’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몸은...... 달랐다.
지음의 가슴은 오르락내리락, 배꼽 아래는 뜨거워지고 다리 사이 은밀한 곳은 벌써 젖어 들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으로 점점 움직여 들어왔다.
“하으...... 강......진 씨.”
물었던 입술을 떼며 손가락으로 속옷을 은근히 문지르자, 지음이 흑 입술을 물고 고개를 뒤로 꺾었다.
“회사에서도 이럴 수 있어, 난.......”
움직이는 강진의 손가락 강도가 세졌다.
그가 뭐라고 말하는지 지음의 귀엔 들리지도 않았다.
강진이 손가락을 세워 손톱으로 길게 나 있는 틈새를 슥슥 긁었다.
“으으흑.......”
얇은 속옷이 젖어 들기 시작했다.
지음이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그가 허벅지로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 바람에 지음은 강진의 허벅지에 앉아 다리를 벌린 채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강진.......”
지음이 아무리 허리를 뒤틀고 몸을 버둥거려봐도 그의 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당신 몸은 이렇게 정직한데 그만 거절해, 힘들다.”
“흣.......”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진의 손가락이 속옷을 옆으로 치우고 속살을 건드렸다.
보드라운 손가락의 침입에 놀란 지음이 두 손으로 강진의 손목을 꼭 잡고 간신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속옷도 젖은 데다, 이러고 사무실로 돌아가서 일을 할 순 없었다.
“왜.......”
“강진 씨, 제발.......”
“제발, 뭐. 말해.”
강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지음은 입술을 잘근거리다가 울상이 되어 입을 열었다.
“여기서 이러는 건.......”
강진이 그녀의 일그러진 미간에 입술을 대고 키스를 했다.
그녀의 몸을 꼭 끌어안고 나직이 속삭였다.
“......그래. 더 건드리고 싶지만...... 참을게.”
“......읏.”
거짓말.
참는다고 하면서도 손가락을 그곳에 댄 채로 지음을 당겨 안으니...... 그 긴 손가락이 지음의 비부 안으로 꾹 밀려 들어가 버렸다.
그 기회를 참아낼 리 없는 강진이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빙글빙글 돌렸다.
“강진 씨.......”
지음의 몸이 그의 품 안에서 바들바들 떨렸다.
공중에 뜬 두 다리가 저절로 파르르 떨리고, 아랫배는 움찔움찔 움직였다.
그 후로도 강진은 지음의 몸이 흐늘흐늘해질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흐읏! 아......!”
결국 지음은 가녀린 몸을 한껏 수축했다가 그의 허벅지 위에서 녹아내렸다.
꼭 감은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속옷과 허벅지는 다 젖어버렸다.
“하으, 하.......”
지음이 그의 목에 매달려 한참이나 숨을 골라야 했다.
강진은 그런 그녀를 안은 채 등을 다독여주었다.
“조심히 와, 미림이랑.”
“하아.......”
“불편하겠지만.”
“괜찮...... 하아, 괜찮아요.”
지음은 여기서 이러는 법이 어디 있냐, 이 꼴을 하고 어떻게 출장을 따라가라는 거냐...... 그런 불평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의 품에서 색색 숨을 고르고 있을 뿐.
“당신 뒤엔 내가 있으니까.”
“.......”
그의 말이 자꾸...... 진심인 것 같아서 지음은 코끝이 매웠다.
눈물이 핑 돌고 눈 밑이 간질거렸다.
“내가, 차강진이...... 한지음 뒷배니까. 당신은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지음은 강진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
미림은 지음이 서류를 정리하고 탕비실을 치우는 동안 팔짱을 낀 채로 사무실에 서서 노려보고 있었다.
“지음 씨, 좀 빨리빨리 할 수 없어?”
“......네, 다 돼가요.”
“하, 진짜.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지음이 책상을 살펴보다가 머뭇거렸다. 미림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치켜떴다.
“뭐야? 왜?”
“팸플릿...... 시안이 아직 인쇄소에 있네요. 아직 도착 전이에요.”
“그러니까. 그걸 네가 가서 받아오든지 뭘 하든지 해야지,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비행기 시간도 있는데. 짜증 나, 진짜.......”
“아.......”
미림이 지음에게 악을 쓰고 있는데 정후가 희라를 보러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김 실장님?”
“야, 너 이러면...... 나 먼저 간다? 너 그냥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그러고 올래?”
지음에게 냅다 소리를 지르던 미림이 정후를 보고 멈칫했다.
“왜...... 무슨 일 있습니까? 박미림 씨랑 한지음 씨는 출장 안 가시고 뭐 해요?”
“아, 그게 전시회 팸플릿 시안이 아직 도착을 안 해서.......”
“그럼 지음 씨, 그건 내가 받아둘 테니 가 봐요. 늦으면 안 되는데. 그냥 받아서 지음 씨 책상에 두면 되는 거죠?”
“네.”
“흥! 빨리 나와! 실장님, 저 다녀올게요.”
미림이 화가 난다는 듯 가방을 들고 밖으로 쿵쿵 소리를 내며 나갔다.
지음 역시 책상을 대강 정리하고 희라와 정후에게 인사를 꾸벅했다.
그녀까지 나가고 나자, 희라가 정후를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잘한다. 오지랖은.......”
“김 실장님, 아니 희라야, 우리 저녁이나 같이하자.”
희라는 장난스럽게 다가와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정후를 노려보았다.
“응? 같이 나가자니까?”
“아, 몰라!”
“희라야, 그러지 말고...... 강진이만 보지 말고 나도 좀 봐줘.”
“.......”
정후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희라가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뭐, 어디로 갈 건데?”
“네가 가고 싶다던 OO 호텔 레스토랑.”
“어? 거기......? 예약...... 했고?”
“그럼요. 가실까요?”
정후가 허리를 굽히고 에스코트하듯 팔을 뻗으며 손짓을 했다.
“치, 맨날 장난이야.......”
희라가 못 이기는 척 정후를 따라 사무실을 나섰다.
정후가 사무실 불을 탁 끄며 혼잣말을 했다.
“......너한텐 장난 아냐.”
***
지음은 회사에서 나와 미림의 차에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정말 짜증 나서 내가 제 명에 못 살아.......”
사무실을 나서면서부터 미림은 지음에게 계속 면박을 주었다. 혼잣말을 가장해서 왜 그렇게 굼뜨냐는 둥 짜증이 난다는 둥. 지음은 딱히 대답할 말도 아니라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막히는 도로를 빠져나가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 씨....... 뭐야? 아 여름 다 갔는데 웬 비야.......”
“그러네요.”
지음이 밖을 보며 말하자, 미림이 그녀를 확 노려보았다.
“그러네요? 야! 너는...... 너는 운전도 못 해? 지금까지 뭐 하고 내가 이렇게 운전까지 해야 해?”
“.......”
미림이 막 신경질을 내고 있는데 강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음이 미림에게 대답을 해야 하나, 휴대전화를 받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미림이 슬쩍 보더니 말했다.
“받아, 스피커폰으로.”
“.......”
미림을 보자, 미림이 지음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빨리 받으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