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강진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고 숨결을 집어삼켰다.
치아를 훑던 그의 혀가 입 안으로 쑥 밀려 들어가더니, 지음의 혀를 찾아 도망가지 못하도록 옭아매고 빨아 당겼다.
지음은 저도 모르게 강진의 옷을 꽉 움켜잡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녀가 휘청거리자, 강진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차에 기대게 했다.
“으읍.......”
공기를 들이마시느라 조금이라도 신음 소리가 새어 나갈라치면 곧바로 강진의 입술이 그곳을 막아버렸다. 흘려 내보내는 게 아깝기라도 하다는 듯 점점 더 그녀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입술을 빨았다.
고개를 한껏 들고 있는 지음이 힘들까 봐 그런 걸까. 강진이 그녀의 한 줌 허리를 안아 보닛에 앉혔다.
그러고는 다시 입술을 비비며 지음의 혀를 강하게 빨았다. 혀뿌리가 얼얼할 정도로 통증이 일자, 지음이 눈썹을 찡그렸지만.
그 반응을 강진이 알아챘을 리가 없었다. 그는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정신없이 그녀를 맛보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지음의 옆구리를 쓰다듬던 강진의 손이 티셔츠 안으로 쑥 들어왔다. 화들짝 놀란 그녀가 서둘러 강진의 손을 저지하려 했지만, 그는 예민한 지음의 옆구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몸을 뒤틀자 그 따뜻한 손이 허리를, 등을 한 번 쓰다듬고는 이내 봉긋한 가슴으로 올라왔다. 속옷으로 간신히 가리고 있는 보드라운 살덩이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곧이어 지음이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이, 강진의 다른 쪽 손이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가서 속옷을 툭 풀어버렸다.
그러고는 속옷이 스르르 몸에서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가슴 위에 올렸던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꽉 움켜잡았다.
“으응.......”
저도 모르게 흐르는 신음을 막을 길이 없었다.
서둘러 속옷을 끌어 올리려 해 봤지만 이미 몸은 얌전히 강진의 허벅지 사이에 들어가 있었고, 허리를 감싸 안은 강진의 몸이 그녀를 밀착하는 바람에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던 손이 봉긋한 가슴 끝에 달린 젖꼭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흐읏......!”
금방 유두는 핑크빛을 발하며 튀어 올라왔고, 강진의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였다. 손가락 사이에 젖꼭지를 끼고 문지르다가 튕기고 꼬집었다.
허리를 비틀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쉴 새 없는 자극에 숨이 차서 어질어질해지는 순간, 강진의 입술이 떨어졌다.
“하아, 하...... 가, 강진 씨......!”
간신히 숨을 고르는데, 그가 헉헉거리는 지음을 보다가 티셔츠 위로 입술을 도로 붙이는 게 아닌가.
당황한 지음이 그를 밀어내려고 손을 휘저었다.
그는 그녀가 뒤로 밀려나지 않게 팔로 허리를 꽉 잡은 채 얼굴을 티셔츠에 붙여 가슴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읏.......”
그를 뿌리쳐야 하는데.
지음은 가슴에 닿는 그 부드러운 입술과 축축하고 뜨거운 혀의 감촉 때문에 허리를 비틀며 신음을 흘렸다.
곧 그가 이로 유륜을 살짝 물고 혀끝으로 젖꼭지를 마구 짓이기기 시작했다.
그의 타액으로 얇은 티셔츠가 다 젖어버렸다. 옷을 입고 있는데도 벗은 것과 마찬가지. 말랑한 젖가슴이 다 드러났다.
“흐응....... 아......!”
지음이 쾌락에 못 이겨 눈을 꼭 감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젖꼭지 끝에서 시작된 전율이 점점 가슴으로, 배로...... 다리 사이 자리한 그곳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핥고 빨았는지 살갗이 아파질 즘이나 되어서 강진이 얼굴을 들었다.
지음은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색색 숨을 내뱉으며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하아, 강진 씨.......”
그가 욕망에 꽉 잠긴 눈빛으로 지음에게 다가왔다.
그의 입술이 지음의 귓등에 닿았다.
“후...... 여기서 당신을...... 갖고 싶지만.......”
그의 입술과 목소리가 지음의 귀를 타고 목덜미로 흐르자, 기대감으로 소름이 돋았다.
말을 채 잇지 못한 강진이 그대로 지음을 품에 안았다.
팔에 덜렁덜렁 속옷을 늘어뜨린 채, 지음은 강진의 품에 오래 안겨 있었다.
***
지난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강진의 차에 올라 집으로 올 때까지 강진은 손깍지를 낀 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야릇하게 자극했고, 지음은 부끄러운 나머지 그런 그를 제대로 보아줄 수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의 진한 입맞춤과 이어지는 애무 때문에 민망스럽게도 그녀의 다리 사이, 앙증맞은 속옷이 흠뻑 젖어 버렸으니까. 그가 바지라도 벗겼더라면 부끄러워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강진은 지음을 데리고 샤워실로 향했다. 그만하라는 지음의 애원에도 강진은 그녀를 몇 번이나 쾌락의 끝으로 몰고 갔다.
씻는 건지 땀을 내는 건지....... 격렬한 정사가 끝난 후 침대로 돌아와 지음은 죽은 듯 잠에 빠졌다.
기절하듯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다.
간신히 준비를 하고 거실로 나가서 강진을 보고 말을 걸려는 순간 기침이 터져 나왔다.
“콜록콜록!”
“......?”
재킷을 입던 강진이 그녀를 돌아봤다. 그의 시선이 지음을 살피자 무슨 말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잘...... 잤어요?”
“감기 걸렸어?”
“네? 아뇨! 아니에요, 괜찮아요.”
지음이 손을 휘저으며 극구 부인했지만, 강진의 예리한 시선을 피할 순 없었다.
그가 지음에게 다가와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덮었다.
‘아...... 따뜻해.’
그의 체온에 정신이 나른해지려고 해서 지음이 눈을 천천히 끔뻑거렸다.
“열이 있네.”
“......무슨. 이 정돈 괜찮아요.”
“오늘은 회사 쉬어.”
“네? 아니에요, 열 없어요, 나.”
쉬라는 강진의 말에 정신이 든 지음이 얼른 그의 손을 치우고 이마를 슥슥 문질렀다.
강진은 손이 뿌리쳐진 게 기분이 나쁜 건지, 열난다고 쉬라는 말에 싫다고 해서 기분이 상한 건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그녀가 하는 양을 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지?”
“.......”
지음이 대답 없이 가방을 집어 들자, 강진이 그녀의 가방을 도로 빼앗았다.
“아프면 쉬는 거야.”
“......회사에 가서 보고 할 것도 있고.......”
돈도...... 물어봐야 해요.
차마 말을 잇지 못했지만, 오늘은 지음에게도 반드시 회사에 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무슨 보고? 나한테 해.”
“......그런 거 아니에요. 실무적인 거라.......”
지음의 말에 강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분위기가 부드럽게 흐르는 듯하자 지음이 얼른 말을 덧붙였다. 그가 또 절대 안 된다고 하기 전에.
“가서 기획팀에 인사만 하고...... 어제 일만 보고하고 올게요.”
“내가 대표.......”
“강진 씨가 대표님인 줄은 알아요.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까지 다 신경 쓸 순 없잖아요. 정말 가서 보고만 하고 올게요. 그러고 반 차 쓸게요.”
“......좋아, 대신.”
“.......”
꿀꺽.
강진이 한발 물러나자 지음은 조용히 그를 올려다봤다.
“바로 병원에 가. 고집부리지 말고.”
다행이라는 생각에 지음이 힘차게 고갯짓을 했다.
***
앞에 아무런 표정도 없이 서 있는 지음을 보며 희라가 팔짱을 꼈다.
미림 역시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얼굴로 희라 옆에 서 있었다.
“그래서?”
“......기다렸지만 그 후로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 잘한다.”
“그래서 결국 뭐...... 이렇다 할 성과도 없다는 거야?”
“네. 작가님과 연락해서 다시...... 가보겠습니다.”
희라가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탁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가 봐.”
하지만 지음은 미동도 없이 희라의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뭐야? 가 봐. 일 보라니까?”
“저...... 오늘 반차를 좀 쓰겠습니다.”
“......뭐?”
지음의 말에 희라와 미림이 서로를 마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입이, 그것도 계약직...... 아직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반차? 게다가...... 이게 지금 반차 좀 쓰겠다고 하는 사람 태도야?”
“통보하니, 너?”
“몸이...... 아파서요. 병원에.......”
“이봐, 한지음 씨. 멀쩡해 보이는데 어디가 아프다는 거야.”
“나도 아파!”
지음의 말에 희라와 미림이 한마디씩 말을 얹으며 소리를 지르자, 지음이 입을 꾹 다물었다.
못 들을 소릴 들었다는 듯이 둘이 쿵짝이 맞아 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사무실에 강진이 성큼성큼 들어왔다.
“대표님?”
희라가 어정쩡하게 몸을 일으켰다. 제 앞에 서 있는 지음의 말에 이미 짜증이 난 상태였고, 복잡한 생각에 목소리가 불퉁하게 나갔다.
미림은 강진을 보는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피었다.
지음이 작게 한숨을 쉬는데, 강진이 다가와 지음의 옆에 섰다.
“한지음 씨? 아직도 안 가고 여기서 뭐 하고 있습니까? 보고 아직 안 끝났습니까?”
“.......”
강진이 지음에게 말을 건네자, 희라와 미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김 실장님?”
“아, 네, 네. 대표님.”
“한지음 씨 반차 수리하세요.”
“.......”
희라와 미림이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강진이 지음을 보고 말했다.
“한지음 씨는 가보시죠.”
지음은 사실 반차보다도 월급에 대해 할 말이 있었지만, 강진이 나타나는 바람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희라와 강진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야 했다.
강진은 그녀가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걸 끝까지 보고 나서야 희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미노 화백 전시회는 엎습니다.”
“......네? 하, 하지만 대표님, 다른 작가와 컨택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한데.......”
“대체할 수 있는 급의 작가는...... 찾기 어려울 텐데요.”
강진의 말에 희라와 미림이 당황한 듯 말을 거들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박 실장 통해서 내가 알아보죠. 이런 식으로 지우 그룹을 무시하는 작가와 일할 수 없습니다.”
“아.......”
“그 정도 자존심도 없습니까, 기획실장님?”
“.......”
나무라는 듯한 강진의 말에 희림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취소하세요. 다신 우리 지우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통보하시고.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희라가 마지못해 답하자, 강진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 보고 나서야 희라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체, 대체 뭐예요?”
“하...... 정말.......”
미림이 기막히다는 듯 희라에게 물었지만, 희라 역시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
한편, 사무실에서 나온 지음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기침이 나는 걸 간신히 눌러 삼키며 내과로 들어가려는데 지음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음 씨?”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자, 저쪽에서 창국이 지음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