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이런 전개를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건드리고 싶어 하는 눈빛을 하는 강진의 모습을 보는 게...... 좋았으니까.
강진을 만나기 전까지 지음은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았으니, 그녀에게 어떤 마음이든, 욕망을 품고 바라보는 듯한 눈빛은 처음이었다. 마치 지음을 갈구하는 눈길.
지금도 강진은 이글이글 불꽃이 튀는 시선으로 지음을 보고 있었다.
“하아.......”
지음은 그 눈길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기 어려워서 시선을 비껴 내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지음을 삼킬 듯 보고 있었지만, 그게 다일 테지.
그녀를 좋아한다거나 원한다거나. 그럴 리는 없었다.
차강진 같은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자신같은 여자를.......
뭘 기대한 걸까.
지음은 갈 곳 없는 제 마음이 우스워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녀의 반응에 강진의 잘생긴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왜 웃지?”
“아...... 그게.......”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기대하는 제 꼴이 우스워서라고 사실대로 말할 순 없었다.
그저 그의 처분에 온몸을 내맡기는 것 말곤.
스륵.
강진이 그나마 지음을 감싸고 있던 가운을 가볍게 치워버렸다. 가운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 걸 보자 다시 긴장이 됐다.
“한지음.”
“.......”
“처음부터 당신이 동의했던 일이야.”
“알......아요.”
지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을 움직여 지음을 쓰다듬었다. 처음엔 머리를, 어깨를...... 다음으로 가슴을.
찬물로 샤워를 하기라도 한 걸까. 지음의 매끈한 몸을 더듬는 손이 차가웠다.
봉긋한 가슴을 주무르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손길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숨을 몰아쉬느라 가슴이 흔들렸다.
그가 입술을 일자로 다물고 손을 그녀의 다리 사이에 가져다 댔다.
차가운 손이 봉긋한 둔덕을 덮고 뭉근하게 비벼대자, 대뜸 지음의 잇새로 신음이 터졌다.
“으읏.”
그저 손바닥으로 비부를 문지른 게 다인데도 말이다.
점차 그의 손길에 익숙해진 걸까. 지음은 어느새 몸이 달아올라 허리를 뒤틀었다.
강진은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입술을 집어삼켰다. 할딱거리는 지음의 숨결을 조금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 그가 지음의 턱과 목까지 핥아 올렸다.
그러면서도 그의 나쁜 손은 멈추지 않았다. 가슴을 주무르다가 이내 툭 불거지는 유두를 비틀어댔다.
그곳이 얼마나 예민한지 알면서.......
그가 손가락으로 유두를 튕길 때마다 지음은 입술을 말아 물고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하든 그를 밀어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음의 얼굴에 무차별 키스를 쏟아대던 강진이 그녀의 골반을 잡고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가, 강...... 하읏!”
말릴 새도 없었다. 그가 할딱이는 배를 핥으며 손가락을 세워 좁은 틈, 그녀의 질구를 문질렀다.
이제 와 다리를 오므리려 해도 가능할 리 없었다. 강진이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그저 그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걸 온몸으로 느끼며 엉덩이를 들썩일 뿐이었다.
“아아응!”
“......하아, 자극......하지 마. 안 그래도 참느라 미칠 것 같으니까.”
“흐으읍.......”
강진의 말에 지음이 신음을 참아내느라 입술을 꽉 물었다. 엉덩이를 침대 위에 붙여놓고 싶었다. 안 그럼 그의 손가락 음율에 맞춰 움직이게 되니까.
뭉툭한 손가락으로 질구를 문지르던 그가 손끝을 세워 손톱으로 살살 긁어대기 시작했다. 간질거리던 감각을 느끼던 지음의 눈이 어느 순간 번쩍 떠졌다.
그녀가 벌벌 떨며 제발 그만두라고 도리질을 치는 순간 그의 긴 손가락 하나가 안으로 쑥 들어갔다.
“아.......”
지음이 팔을 뻗어 시트를 꽉 움켜잡았다.
싫어야 하는데. 여린 속살로 파고드는 그의 생경한 손가락이 불편하고 싫어야 거부라도 할 텐데.
지음은 머리끝까지 찌릿할 정도로 솟구치는 쾌감 때문에 다리가 풀렸다.
지음이 쾌락으로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그는 하나만 꽂아 넣은 손가락 개수를 두 개로 늘리고 그녀의 내벽을 검사하기라도 하는 듯 빙글빙글 돌렸다.
몇 번을 해도 좁디좁아서 페니스를 끝까지 받아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강진은 제 손가락을 자꾸만 욕심내듯 조여대는 움직임에 그곳에 피가 몰리는 것만 같았다.
당장에라도 가느다란 그녀의 다리를 양옆으로 잡아 벌리고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박아 넣고 싶었다.
아래가 다 헐어 버리든, 그래서 작은 상처들이 생기든 말든...... 아프다고 그에게 매달리며 우는 꼴을 보고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느라 강진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손가락을 재게 놀렸을까. 손톱을 세워 핑크빛으로 동그랗게 맺히기 시작한 클리토리스를 건드리기라도 한 걸까.
“윽.”
한순간 지음이 감전된 것처럼 허리를 튕기며 다리를 버둥거렸다.
“.......”
“하아, 하.......”
지음이 숨을 몰아쉬는데 강진이 손가락을 쑥 빼고 상체를 들었다. 다리 사이로 얼핏 보이는 그의 페니스는 이미 단단하게 부푼 채로 꺼떡거리고 있었다.
“참......아 보려고 했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네?”
잠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지음이 눈썹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강진이 그녀의 한쪽 다리를 한껏 들어 올리고 어깨에 얹어 몸을 옆으로 돌렸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이 옆으로 돌아가고 새하얀 다리가 하늘 위로 힘껏 솟았다.
그가 지음의 벌어지는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고 앉아, 젖을 대로 젖은 틈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읏. 하읏!”
여느 때처럼 페니스로 질구를 문지른다거나 얕은 삽입을 한다거나, 그런 전희조차도 없었다.
한 번에 다 들어가지도 않을 페니스로 무작정 질구를 힘주어 찔러 파고들기 시작했다. 젖었음에도 아직은 좁은 질구가 페니스에 밀려 찢어지듯 벌어지며 그의 커다란 물건을 물기 시작했다.
그의 침입과 함께 뻐근한 통증이 동반됐다.
평소라면 그녀가 숨조차 쉬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면 강진은 하던 걸 멈추고 전희에 열을 올렸지만, 오늘은 강진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꽉 붙잡더니 그대로 피스톤 질을 시작하는 게 아닌가.
다 들어가지도 않은 채 단단하고 굵은 페니스가 빠르게 밖으로 나왔다가 느릿하게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아아...... 하으윽.......”
리듬이 불규칙해서 몸을 따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른 때보다 빠르고 거친 움직임에 지음은 그저 그에게 몸을 맡긴 채 시트를 구겨 쥐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그가 페니스를 끝까지 밀어 넣자 허공에 뜬 지음의 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그녀가 허리를 뒤로 꺾으며 눈을 까뒤집었다.
“너......무...... 깊...... 흣!”
처음이었다. 강진이 그녀를 살피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도, 이렇게까지 그녀의 안으로 깊숙하게 파고든 것도.
몸을 빼보려 했지만 그는 점점 몸을 앞으로 숙이며 허리를 움직였다.
“으응! 흣!”
페니스가 깊은 내벽을 짓누르는 것도 모자라 몸이 밀착되니 지음은 아예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쾌감에 몸을 내어 맡겨야 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다리 사이가 얼얼했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고 팔다리가 저절로 경련하듯 떨렸지만 그의 움직임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으으으.......”
지음은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로 눈을 꼭 감았다. 시트를 찢을 듯 쥐어뜯는 게 다였다.
그는 지음의 목을 물고 핥아댔다. 그녀가 회피하듯 웅크리려 했지만 그럴수록 강진의 허리가 빠르게 움직였고, 멈추지 않는 자극에 지음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힘껏 박아대는 아래에서도 맑은 애액이 터져 흘러 강진의 배와 그녀의 허벅지, 엉덩이까지 모두 엉망이 된 지도 오래였다.
“하윽, 가...... 강진 씨.......”
결국 밀려드는 쾌락을 참을 수 없었는지 지음이 고개를 젖히며 애원했다.
눈물 때문에 제대로 강진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에서도 땀이 흐르고 있는 건 알 수 있었다. 모로 누운 지음의 어깨와 가슴으로 그의 턱을 타고 흘러내린 땀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으니까.
그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거칠게 몰아붙이는지 지음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자신이 뭘 잘못하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사실 그런 이성적인 생각 따위는 이미 지워진 지 오래.
지음은 그저 그의 움직임에 따라 온몸을 타고 흐르는 쾌락에 젖어 흐느끼는 것만으로도 숨이 찼다.
온몸엔 끈적한 땀으로, 그와 맞닿은 곳은 투명한 애액으로 흘러넘쳐 흠뻑 젖어 있었다.
강진이 지음의 양 손목을 결박하듯 그러쥐고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단단하고 너른 강진의 가슴이 지음의 어깨를 꾹 누른 상태로 허리를 움직였다. 가슴이 마구 흔들릴 만큼 속도를 내어 박아 올리다가 천천히 허리를 돌리기도 했다.
어느 쪽이 됐든 이미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지음으로선 죽을 맛이었다.
“하...... 안...... 아윽!”
미친 듯 박아 올리던 강진의 움직임이 조금 느릿해졌다 싶더니 손가락 끝에 미끈한 액체를 묻혀 통통하게 부은 음핵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뒤이어 탁! 탁!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아흑! 강......강진......! 하읏!”
아랫배가 뒤틀릴 만큼 강한 움직임에 눈앞에서 불이 번쩍번쩍했고, 이미 톡 터져나갈 듯 예민해진 클리토리스까지 비벼지자 죽을 것만 같았다.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이렇게 몰아치다간 정말 정신이 돌아버릴 것만 같아서 지음이 손을 뻗어 침대 모서리라도 잡으려 하자.
“......이제 와 도망가려고?”
“흣! 으읏!”
얼마 가지 못해 그에게 붙들린 지음은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온몸에 전율이 돌고 팔다리가 저릿할 때까지 박음질을 당해야 했다.
결국 지음은 몇 번의 절정을 겪고 나서야 강진의 품에서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하아...... 하.......”
정신을 잃은 주제에 그녀의 음부는 여전히 강진의 페니스를 삼킨 채 오물조물 움직이고 있었다.
강진은 분출하지 못해 터질 듯 뻐근해진 페니스를 지음의 안에 넣고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하아...... 한지음. 혼자만 잠들면...... 다 인 거냐.”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붙이는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그가 지음의 작은 몸을 당겨 안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