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1/94)

#20화.

안방의 넓은 침대에 지음을 던지듯 눕힌 강진이 그녀의 위로 순식간에 올라왔다.

아직도 잔 경련이 가시질 않아 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지음의 입술 위로 강진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봄바람처럼, 그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부드럽고도 간지러운 키스였다.

지음은 저도 모르게 긴장을 풀고 강진의 입술을 느꼈다.

그가 지음의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는가 싶더니 혀를 쑥 밀어 넣었다. 고른 치열을 훑고 벌어진 입 안을 헤집던 그의 혀가 지음의 혀를 옭아맸다. 말캉한 혀끼리 얽혀들고 뜨거운 숨결이 드나들었다.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키스를 하는 통에, 보드라운 지음의 가슴이 강진의 몸에 짓눌렸다.

“읏.......”

숨이 차오를 때까지 지음의 입술을 빨던 강진이 그녀의 입술을 꽉 물었다가 놓아주며 입술을 뗐다.

욱신거릴 정도로 입술이 아파서 눈썹을 슬며시 찡그리자, 그의 긴 손가락이, 아까 지음의 아래를 지분거렸던 그 젖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젖꼭지를 톡 건드렸다.

이미 한 번 절정에 다다른 지음은 그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전율이 일었다.

“아......!”

잔뜩 긴장한 채로 강진을 올려다보는데, 그가 손을 아래로 내려 또다시 터질 것처럼 부푼 페니스를 쥐었다.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귀두 끝에선 맑은 물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고, 핏줄이 툭 불거져 있었다.

꿀꺽.

지음은 그의 물건을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조금 전에도 보았고, 아래도 맞춰보았지만, 볼 때마다 두려움이 일었다.

남자라고는 그가 처음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그의 물건 크기와 강도는 지음을 두려움에 떨게 할 만큼 대단하긴 했다.

그가 페니스를 잡고 지음의 허벅지 안쪽을 꾹꾹 누르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움찔움찔.

그 물건이 자신의 살을 건드리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아랫배가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은밀한 곳에 닿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으니까.

지음은 기대감으로 숨이 차서 입술을 벌리면서도 아닌 척, 입술을 지그시 물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는 사이 강진은 질 입구에 다다른 귀두로 물이 새어 나오는 틈을 비벼댔다. 아직 아까의 쾌감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였다.

“으으......읏!”

지음이 도로 강진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팔을 뻗어 그의 어깨를 밀어봐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가 질구에 대고 꾹 누르듯 페니스를 넣었다. 겨우 귀두만 살짝 들어가도록.......

그렇게 슬쩍 꽂은 상태로 강진이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새 좁아진 질구를 넓히기라도 하려는 듯.

“아니......안......! 제발.......”

미칠 것만 같았다. 차라리 박아대는 게 낫지, 이렇게 감질나게 건드리는 건.......

하지만 강진은 지음의 애원을 모른 체하고 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질질 흐르는 물을 손가락 끝에 묻혀 통통하게 부푼 클리토리스를 살살 비볐다.

“하윽!”

지음이 그의 어깨를 꽉 움켜쥐며 버둥거리고 나서야 페니스를 안쪽에 가득 박아 넣었다.

강진은 그녀의 음핵이 지금 얼마나 예민한지도, 그걸 부드럽게 문지르면 금방 또다시 오르가슴에 도달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지음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가 혀로 눈물을 핥고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

버둥거리는 지음의 다리를 위로 한껏 올리고 휘몰아치듯 허리를 움직였다.

“하읏, 읏......! 아아......!”

지음은 팔을 뻗어 얇은 이불을 찢을 듯 움켜쥐며 소리를 질렀다. 강진 역시 간신히 붙들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척척척!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끈적한 소리, 지음이 질러대는 교성.......

결국 지음은 온몸을 관통하는 벼락같은 쾌락에 몸을 맡긴 채 울음을 터트렸다.

“읏! 으.......”

“하아......!”

팔딱거리는 그녀의 위로 강진의 단단한 몸이 무너져 내렸다. 뜨거운 체액이 틈새를 비집고 흘러 허벅지와 엉덩이가 엉망이 되었다.

지음은 눈도 뜨지 못한 채로 땀에 흠뻑 젖어 훅훅 거친 숨을 내뱉는 강진의 몸을, 떨리는 양팔로 그의 미끈한 몸을 감싸 안았다.

***

이란은 동기와 미림의 말을 듣고 나서 지음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잠깐 스친 게 다였지만 그녀가 그렇게 악을 쓰는데도 별로 놀라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어려 보이던데. 대체 어디서 만난 거야?”

결혼을 할 상대라는데 집안도 엉망인데다 고등학교 졸업조차 하지 않은 여자라니. 아무리 강진이 정신이 나갔어도 그렇지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어려요. 이제 스물넷이라나. 나 참 기가 막혀서.”

이란의 앞에서 어이없다는 듯 대답하는 사람은 희라였다.

이란은 속이 답답해 희라에게 연락을 했고, 이란의 전화를 받은 희라는 단번에 달려 나왔다.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닐까?”

이란의 말에 희라가 고개를 저었다.

“강진이가 그런 어린 여자에게 약점을 잡힐 만큼 멍청하지 않잖아요.”

“안 그러면 말이 안 되잖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안 그래?”

희라가 커피잔을 손톱으로 긁으며 눈을 찡그렸다.

“그러니까요. 그런...... 어릴 뿐인 볼품없는 여자애를.......”

좋아할 리가 없어.

희라는 마지막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내가...... 얼마나 강진이를 좋아하는데 겨우 그딴 어린 년한테.......’

뺏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것도 그렇고 지음......이라고 했나?”

“네.”

“그 여자애가...... 강진이 형수를 닮았던데.”

“형수요?”

이란의 말에 희라가 눈을 또르르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형수라는 사람의 얼굴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 얼마나 닮았는지 세상에....... 내가 깜짝 놀랐다니까?”

“아...... 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오빠 결혼식 때 스치듯 본 게 다여서 그랬나 봐요. 그나마도 드레스 입고 있던 모습이라.”

“그럴 수 있지. 참, 희라 씨 집에선 어때? 김 회장님도...... 희라 씨 마음 알고 계신 거야?”

희라가 커피를 홀짝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말씀 못 드렸어요.”

“하긴 뭐...... 그것도 진전이 있어야 말씀을 올리지. 아휴. 암튼 강진이가 저렇게 속을 못 잡고 있으니 내가 다 미안하네.”

“아녜요, 고모님이 왜요. 매일 그 여자애를 회사에서 봐야 한다는 게 화가 날 따름이에요. 힘들어도 좀 참을 걸, 괜히 직원은 구해달라고 해 가지고.......”

“강진이 놈이 그런 여자애를 데려다가 덥석 회사에 앉힐 줄 알았나, 어디. 암튼...... 좀 참고 기다려봐. 내가 김 회장님께 언제 한번 인사 좀 드려야겠다. 자리 좀 만들어 봐.”

“네, 그럴게요.”

그녀의 대답을 들으며 이란이 희라의 손을 꼭 잡았다.

***

강진이 지음을 소개한 이후로 그녀의 회사생활은 더 애매해졌다. 안 그래도 그녀를 동물원 동물을 보듯 쫓아다니던 두 쌍의 눈동자가, 아예 적의까지 품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래봤자 회사에서 몇 시간 부딪치는 사람일 뿐이고 일 년이면 이런 생활도 끝일 테니까. 그녀에게 회사생활은 민자에게 줄 돈을 벌기 위한 수단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희라와 미림이 그녀를 쳐다보거나 말거나 지음은 제게 맡겨진 일만 충실하게 했다.

그때, 한참이나 지음을 노려보던 미림이 손짓을 했다.

“지음 씨?”

“네.”

“나 커피 한 잔만 타다 줄 수 있나? 아주 뜨겁게. 내가 좀 바빠서 그러는데.”

“네, 알겠습니다.”

지음은 들고 있던 서류를 자리에 내려놓고 탕비실로 향했다.

정수기 물로 커피를 탈까 하다가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기로 했다. 아주 뜨겁게 타다 달라고 했으니, 그러지 않았다간 다시 타야 할지도 모르니까.

뜨거운 물이라 그런지 티스푼으로 몇 번 저으니 알갱이가 금방 녹아버렸다.

커피 한 잔을 타들고 조심스럽게 미림에게로 향하는데, 미림이 책상 위에 쌓아 올린 문서를 들고 황급히 일어났다. 지음이 다가오고 있는 걸 보지 못한 것처럼, 지금 당장 그 서류를 들고 어디론가 가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급히.

그렇게 달려 나가던 미림이 커피잔을 들고 다가오는 지음과 부딪쳤다.

“흡......!”

“아!”

뜨거운 커피가 지음의 손등을 뒤덮으며 쏟아졌다. 얼마나 아팠는지 눈물이 핑 돌았다. 뜨거운 게 아니라, 묵직하고 뻐근한 통증이었다.

놀란 지음이 잔을 놓치는 바람에 커피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미림의 옷에도 커피가 튀었다.

“아, 씨! 이게...... 뭐야!”

미림은 제가 와서 의도적으로 부딪쳐놓고 되레 큰소리를 쳤다.

그녀가 원피스에 묻은 물방울을 보며 신경질적으로 발을 굴렀다.

“......죄송합니다.”

지음이 입술을 꽉 물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다고 하면 다야? 아, 진짜...... 이게 뭐야. 옷이 엉망이 됐잖아!”

미림이 지음을 노려보다가 그녀의 가슴팍에 서류를 퍽 가져다 안겼다.

얼마나 세게 밀었는지 지음의 몸이 휘청했다.

“이거, 문화센터 예술국장 박동기, 우리 오빠한테 좀 전해줘.”

“......네?”

“못 들었어? 귀도 먹었니, 지음 씨는? 문화센터에 박동기 예술국장님한테 이 서류, 전해 달라고!”

“.......”

지음은 아직도 화끈거리는 손을, 손목을 다른 손으로 꽉 눌러 잡고 미림을 빤히 올려다봤다.

“......뭐, 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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