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 우애 좋은 남매 (16/22)

4. 우애 좋은 남매

봄을 맞아 모처럼 아르젠트 후작 저에서 연회를 여는 날이었다. 티아는 꽤 신이 나 보였고, 카제프와 하일, 그리고 카일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조금은 바빠 보였다.

하기야, 평범한 귀족 영애에 그친 티아와 달리 그들은 각자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바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이에요, 엘슨 영애.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티아는 꺄르륵거리며 또래 영애들과 조잘거리고 있었고, 카제프는 가주로서 손님들을 맞이하기 바빴다. 카일과 하일도 카제프와 함께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는 듯하다. 평소라면 잽싸게 티아에게 다가가 살랑거렸을 카일 또한 눈길만 힐끔힐끔 보낼 뿐, 제대로 말조차 붙이지 못하는 걸 보니 알 만했다.

카일이 멀찍이서 샴페인을 홀짝이는 티아를 보며 불안하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하…… 씹, 빌어먹을.”

그가 작게 욕을 중얼거리자 하일이 눈썹을 씰룩인다.

“왜 욕을 하고 그래.”

“제발 이런 딴따라 짓은 너랑 형님 선에서 끝내면 안 되는 거냐.”

짜증이 잔뜩 묻어 나오는 말에 곁에 있던 카제프가 은근히 눈치를 주며 카일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카일, 언제까지 망나니처럼 굴 생각이냐.”

“망나니라니.”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것만 하래도 이렇게 애처럼 징징거려서야…….”

카제프의 잔소리에 카일은 입만 삐죽 내밀고는 별다른 대꾸를 않았다. 하지만 아까부터 겁도 없이 샴페인을 들이켜는 티아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저 새끼는 뭔데 계속 누나 옆에서 알짱거려?’

험악한 눈빛으로 주변 영식들을 쏘아봐도, 날파리들은 끊임없이 티아에게 날아가기 바빴다. 카일은 시녀들이 기껏 손질해 준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며, 갑갑하다는 듯 목 끝까지 채워진 단추를 두어 개 풀어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티아에게 다른 남자와 어울리지 말라며 손짓, 발짓, 눈짓, 입모양 온갖 신호를 다 보내고 있었다.

‘으이구, 카일. 신경 쓰지 말래도.’

티아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봐도 카일의 시선엔 여전히 걱정과 불안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도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연신 발을 동동 구르는 그가 귀여워서 티아는 실없이 웃어 보였다.

‘귀엽긴…….’

평소 연회를 즐기지 않는 티아였음에도, 오랜만에 저택에서 주최하는 연회다 보니 생각보다 즐거워하고 있었다.

‘우리 저택이니까 마음 놓이기도 하고…….’

샴페인 조금만 더 마실까?

티아는 힐끔, 형제들의 눈치를 살피며 알딸딸한 기분에 취해 샴페인 잔을 한 잔 더 들어 보였다. 다행히 형제들은 티아가 과음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취하면 방에 가서 쉬면 되니까!’

티아가 싱긋 웃으며 찰랑이는 연노랑 액체를 단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어딘지 불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오늘의 연회장은 아르젠트 저택이었으니까.

* * *

티아는 평소보다 신이 난 나머지 자제하지 못하고 술을 꽤 마셔 버렸다. 어느새 뺨은 발그레해져 있었고, 눈은 풀려 졸음기가 가득 묻어 나오고 있었다.

“아르젠트 영애, 너무 취하신 거 아니에요?”

곁에 있던 다른 영애가 티아를 걱정하며 냉수를 건넸다.

“아…… 그러게요. 오늘 조금 무리했나 봐요.”

“테라스에서 잠시 바람이라도 쐬다 오세요.”

“그래야겠어요.”

발음도 옆으로 새는 게 퍽 우스꽝스러웠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들 함께 마신 탓에 티아만 이리 취한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티아가 살짝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쉬다 올게요. 편히들 시간 보내고 계세요.”

높은 구두 탓에 걷기도 불편했다. 그럼에도 티아는 애써 취한 티를 내지 않으려, 주먹을 세게 쥐고는 또각또각 연회장을 벗어났다.

가까스로 테라스에 도착한 그녀는 아웃도어 소파에 몸을 기대고 살짝 눈을 감았다. 아직 쌀쌀한 봄바람이 불어오니 술과 연회장의 열기로 후끈거리던 얼굴이 차갑게 식는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으음…….”

너무 많이 마셨나. 졸리네…….

몸에 힘도 들어가지 않았고, 불편한 구두는 진즉 벗어 던진 지 오래였다. 드레스 자락도 한껏 말려 올라간 모습이 확실히 여러모로 피곤해 보였다.

얼마나 더 그렇게 바깥 공기를 쐬고 있었을까.

허락하지 않은 누군가가 커튼을 열고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누구지……?’

카일이나 하일인가? 아니면 오빠?

술기운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티아는 굳이 그쪽을 돌아보지 않고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누구야?”

보나마나 셋 중 한 명일 거라고 생각하고는 평소처럼 편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돌아온 목소리는 완전히 낯선 타인의 것이었다.

“아르젠트 영애.”

그제야 놀란 티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언젠가 오며 가며 자주 마주친 것 같은 수도의 한 백작 영식이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허락도 없이 사용 중인 테라스에 들어오다니, 굉장히 무례한 행동에 티아는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무슨 일이시죠?”

“저, 그…… 다름이 아니라 손수건을 흘리셔서…….”

사내가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건네 보였다. 확실히 그건 아르젠트 인장이 새겨진 티아의 것이었다.

‘언제 흘렸지……?’

티아는 선뜻 그가 건넨 것을 받지 않고, 떨떠름한 얼굴로 사내 한 번, 손수건 한 번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그러자 사내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인다.

“죄송합니다. 제가 불편하게 해 드린 모양입니다.”

“남의 테라스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자를 반길 이가 어디 있을까요. 이만 나가 주세요.”

단호한 축객령에 사내의 얼굴엔 당혹감이 물든다. 이렇게 매몰차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대부분 이곳의 귀족 영애들은 돌려 돌려 웃으며 밀어내곤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 사실은 제가 전부터 아르젠트 영애께 작은 호감을 갖고 있었던지라…….”

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만약 카일이 들었다면 산 채로 능지처참 당해 저 어디 들짐승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질 법한 말이었다. 티아가 작게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못마땅한 내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기까지 했으나, 사내는 여전히 물러설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조금 말이라도 터 보고자…….”

어처구니없는 논리와 자신감에 티아의 입에선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렀다.

‘하다하다 별 감자같이 생긴 것들이 꼬이네.’

명백하게 조롱하는 비웃음을 흘렸는데, 사내는 그 웃음을 무어라 받아들인 건지 그가 한 걸음 더 티아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사실 아르젠트 영애도 어디 문제가 있으니까 아직까지 결혼 시장에 나오지 못하신 것 아닙니까.”

“……네?”

“저는 아르젠트 영애라면 어떤 문제가 있든 너른 마음으로 그것을 감쌀 준비가 된 사내입니다. 그러니…….”

“……납작 복숭아 같은 새끼가 말을 해도 꼭 지 같은 말만 하네.”

취한 탓에 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게 그만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뒤늦게 아차 싶어 입을 다물었으나, 이미 사내는 티아가 뱉은 말을 모두 들어 버린 후였다.

티아는 제 몸에 있는 카일의 오러를 느끼며, 이렇게 된 김에 한 대 후려치기라도 할까 진지하게 고민에 잠겼다. 어쩌면 사내에게도 그 편이 훨씬 좋으리라. 괜히 그녀에게 작업 걸다 형제들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여러모로 괴로울 테니까.

생각을 마친 티아가 주먹을 세게 움켜쥐고 사내를 한 대 후려치려는 순간일까.

“누나. 지금 저 새끼가 뭐라는 거야?”

안타깝게도 커튼이 젖혀짐과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카일이었다.

‘하필 와도 카일이…….’

미쳐 날뛸 카일을 생각하며, 티아가 막막하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보나마나 주먹부터 날리고 볼 게 뻔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쩌억-. 낯선 마찰음 소리와 동시에 감자처럼 생겼던 사내의 뺨이 무식하게 돌아갔다. 아니 뺨만 돌아가면 다행이지, 몸까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놀란 사내가 입을 벙긋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전하……?”

카일이 작게 콧소리를 흘리며 무심한 눈으로 제 손바닥을 한 번 바라봤다. 그러다 사내의 뺨을 다시 한번 후려쳤다.

“너 내가 왜 비리비리한 샌님들처럼 손바닥으로 후려쳤는지 알아?”

카일의 물음에 사내는 아무런 대답도 못 하고 어버버 어버버 입술만 달싹였다. 귀가 들리지 않는 건지, 한쪽 귀를 붙잡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귀찮게 저택에서 시체 치우기 싫어서.”

말뜻을 이해한 사내가 몸을 벌벌 떨며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카일 또한 그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자리에 쭈그리고 앉았다. 카일이 그리 앉으니, 자세가 꽤 불량해 보였다.

“너는 겁도 없이 어디서 우리 누나한테 찝쩍거리냐? 응? 생겨 먹은 건 씹다 뱉은 고깃덩이같이 생겨서.”

티아 앞이라고 화를 꽤 참는 건지, 카일이 답지 않게 온화한 투로 말을 했다. 평소라면 진즉 쌍시옷이 난무했을 법도 한데, 근래 티아가 말 좀 예쁘게 하라며 잔소리한 보람이 있는 듯하다.

“카일, 나는 괜찮아.”

“응, 하지만 나는 안 괜찮아.”

“카일.”

“…….”

“그냥 보내 주자. 응?”

티아가 이 이상은 불편하다는 듯 말하자 카일이 작게 한숨을 토했다.

“너 운 좋은 줄 알아. 우리 누나 아니었으면 니 새끼 다리랑 작별인사 했어.”

낮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들릴 듯 말 듯 하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사내가 몸을 바짝 굳히며 울먹였다. 카일은 썩 꺼지라는 듯 성의 없이 턱짓했고, 벌벌 떨던 사내는 엉금엉금 기어 시야에서 사라졌다.

카일이 곱게 그를 보내 준 게 의외였는지, 티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잘했어.”

“정말?”

“응, 별것도 아닌 거로 매일 그렇게 싸우고 다니면 어떡해.”

“하지만…….”

입을 삐죽 내미는 그를 보며 티아가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일, 네가 애야?”

“응, 알잖아. 누나 나 아직 애기야.”

덩치도 산만 한 녀석이 뻔뻔스레 웃으며 티아에게 몸을 치댔다. 일부러 바닥에 앉아 티아의 허리춤을 그러안고 애교 부리는 개처럼 기분 좋다는 듯 그녀의 손길을 느꼈다. 제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티아의 다정한 행동에 카일이 배시시 웃어 보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사내에게 무자비하게 손찌검을 하던 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언제까지 애처럼 굴 거야.”

“몰라, 늙어 죽을 때까지 애새끼 할래.”

진심이라는 듯 얄궂게 눈매를 휘는 카일을 보며, 티아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음……. 근데 있잖아, 카일.”

“응?”

“나중에 아빠 돼서도 애처럼 굴 거야?”

아빠라는 단어에 순간 카일이 멈칫, 몸을 굳혔다. 그러고는 얼빠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티아를 올려다보았다.

“……아빠라니?”

“응?”

“……누가? 내가?”

바보처럼 되묻는 모습에 티아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피임도 하지 않고 그렇게 해대면서 설마 임신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왜인지 카일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그리고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카일?”

티아가 그를 불렀음에도, 카일은 아무런 대답도 않은 채 작게 헛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누나는…….”

“응?”

“누나는 내가 다른 여자랑 혼인하길 바라는 거야?”

“……뭐?”

“왜 그런 말을 해?”

카일의 물음에 티아가 벙찐 얼굴로 눈을 끔뻑였다. 아무래도 그는 아빠가 된다는 게, 다른 여인과 만나 혼인하여 애를 낳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황당한 나머지 그녀는 입가를 비집고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고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아, 아니…… 내 말은…….”

“싫어. 내가 누나 말고 다른 여자 누구를 만나.”

얘가 무슨 소리야. 아무리 제대로 된 혼인식은 아니었다지만, 우리끼리 식까지 다 치러 놓고…….

티아가 미간을 구기며 반문하려는 순간, 카일이 낮추고 있던 몸을 일으켜 위협적으로 그녀를 품에 가두었다. 그러고는 곧장 입을 막아 버렸다.

“으응…….”

놀란 그녀가 앓는 소리를 흘리며 밀어내려 했으나, 덩치로 짓누르며 몸을 바싹 붙이니 밀어지긴커녕 돌덩이처럼 꿈쩍도 않았다.

잠시 틈도 주지 않고 곧장 밀고 들어오는 뜨거운 살덩이에 절로 입술이 벌어졌다. 카일은 기분이 많이 상했는지 입맞춤이 다소 신경질적이었다.

토라져서 거칠게 구는 그의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귀엽기도 하고 괜히 짓궂은 마음이 동하기도 했다. 그래서 티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일부러 오해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하아…… 카일.”

한층 가빠진 숨을 내뱉으니 티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잠시 입술을 뗀 카일이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누나 말고 다른 여자랑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새빨간 눈동자가 집요하게 티아를 응시했다.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그녀는 은근히 눈을 피했다.

아무런 대답도 않고, 눈만 피하자 기분이 상한 걸까. 카일이 대뜸 치맛자락 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손길이 평소와 달리 거칠고 다급했다.

“왜 대답 안 해.”

“…….”

“왜 대답도 안 하고, 눈도 피해. 응?”

왜긴 왜야. 너 놀리려고지.

티아가 속마음을 숨기며 가까스로 웃음을 삼켰다. 그러나 이 상황이 즐거운 티아와 달리, 카일은 더욱 속이 타들어 갔다.

“누나.”

“응.”

“설마 진심이야? 나더러 다른 여자랑 결혼하라고?”

설마 진심이겠니.

어쩜 눈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제 성질을 못 죽이고 당장에라도 테이블을 걷어찰 것처럼 씩씩거리는 카일을 보며 티아가 입안 여린 살을 살짝 깨물었다.

‘귀여워.’

카일은 혼란스러운 듯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짜증과 분노로 인상을 한껏 구겼다가도 티아가 저를 다른 여인에게 보내려 한다는 생각에 서러운지 눈가를 축축하게 적시기도 했다.

“……짜증 나.”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티아의 허벅지를 더듬거리던 그가 거칠게 드레스를 쥐어뜯었다. 그러자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드레스에 붙어 있던 보석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누나는 내가 다른 여자랑 이런 짓 할 거 같아?”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속옷을 뜯어 버리고는 다리 사이를 꽉 채운 도톰한 살점을 좌우로 한껏 벌려 젖혔다.

“흣…….”

그러자 볼록 솟은 음핵이 빳빳이 부풀기 시작했다. 고작 시선만 닿았을 뿐인데도 티아는 묘하게 몸이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과 함께 조심스럽게 아래를 가리려 들었다.

“왜.”

“…….”

“좆질 더 해 달라고 보지 씹어댈 땐 언제고, 인제 와서 나더러 다른 여자랑 섹스하라고?”

음부를 가리려던 얄따란 손이 그의 손에 콱, 붙잡혔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이러다 정말 회까닥 돌겠다 싶어서, 티아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카일, 잠시만…….”

그러나 이미 흥분하기 시작한 카일이 그녀의 부름을 곱게 들을 리 없다.

“그래, 차라리 누나 보지에 내 좆물 다 싸지르면 되겠다. 씨발, 그 좆같은 아빠 소리 들어도 다른 여자가 낳은 애새끼 입에서 들을 생각 없으니까.”

말이 점점 험해지는 게 불안불안하다 싶더니, 결국 화가 난 모양이다.

“누나가 낳자. 내 애.”

막무가내로 앞섶을 풀기 시작하는 카일을 보니 갑자기 옛 생각이 나서 티아는 결국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가 바지 버클을 푸는 소리만 들려오던 테라스에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잘게 퍼져 나갔다.

그 웃음에 카일은 순간 하던 행동을 멈췄다.

잔뜩 부푼 성기를 꺼내려던 그가 미간을 구기며 조심스럽게 티아와 눈을 맞췄다. 안타깝게도 한 번 터져 나온 웃음은 더 이상 참아지지 않았다.

결국 티아는 키득거리며 한참을 웃기 시작했다.

“푸흐흐…… 카일, 너 정말…….”

난데없이 깔깔 웃어대는 그녀를 보며 카일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눈을 끔뻑였다. 그러다 이내 티아가 저를 놀렸다는 걸 눈치챈 건지 바보 같은 소리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누나 설마…… 나 놀린 거 아니지?”

“바보야, 내가 널 다른 여자한테 보내겠어?”

돌아온 티아의 대답에 카일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고는 입을 벙긋거리며 말을 뱉지 못했다. 모양새가 퍽 우스웠으나, 카일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얼마나 더 바보처럼 넋을 놓고 있었을까.

티아가 정신 차리라는 듯 카일의 볼을 쿡, 찌르자 그제야 그가 말을 뱉었다.

“아, 아아아, 아…… 아니, 아…… 아니, 누나! 너무한 거 아니야? 이런 거로 장난을 쳐?”

말까지 더듬거리며 억울하다는 듯 대꾸하는 게 하룻강아지의 투정처럼 보여서, 티아로 하여금 입가에 웃음이 지워지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누나 진짜…… 너무해. 미워, 어떻게 이런 장난을 쳐?”

“내가 뭐 장난친 게 있나? 카일 네가 바보처럼 엉뚱한 생각을 한 거지.”

“누나가 나더러 애 아빠 돼도 그럴 거냐는 말을 하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안 해.”

엉뚱하게 다른 여자를 찾으며 신경질을 낸 자신의 행동이 창피했는지, 카일이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아…… 누나 미워.”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티아가 기분 풀라는 듯 카일의 뺨을 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피임도 않고 매일 이렇게 해대다가는, 정말 머지않아 애 아빠 될걸?”

“하지만…… 피임은 누나가 하지 말라며.”

널찍한 아웃도어 소파 위로 카일이 힘없이 몸을 늘어트렸다. 그러자 그 품에 안긴 티아는 자연스럽게 카일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며 말했다.

“응.”

그거야 나도 요즘은 아이가 갖고 싶으니까.

티아가 뒷말을 삼키며 카일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임신에 따른 현실적인 걱정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그땐 정말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지겠지. 사교계에도 소문날 테고…….

고작 이 정도의 일로 휘청거릴 가문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친하게 지내던 영애들과 멀어질 각오 정도는 해야 할 것이었다. 사업도 몇 건은 잃을 수 있을 것이고…….

피임을 하지 말아 달라 부탁했을 때 아무렇지 않게 수락한 하일과 카제프 또한 분명 임신에 뒤따른 일들을 인지하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수락한 건…….’

아이가 생겨도 괜찮다는 건가.

‘카일은 원래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 그렇다 쳐도…….’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갔다. 그러자 카일이 풀어진 앞섶 사이로 제 것을 꺼내 티아의 다리에 문지르며 속삭였다.

“누나.”

“응?”

카일과 한참 조잘거리다 보니 어느새 술기운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나 하고 싶어.”

자연스럽게 티아의 위에 올라탄 그가 끼고 있던 제복 장갑을 입으로 물어 벗으며 말했다.

“해도 돼요?”

일부러 순한 척 말을 높이며 부탁하는 게 꽤나 잔망스러웠다.

“안 된다면?”

“……하게 해 줘.”

카일이 몸을 낮추고는 쪽쪽거리며 뺨과 눈가에 마구잡이로 입을 맞춰 왔다.

큼직한 손이 조심스럽게 양 뺨을 쥐고 소중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굴 때면, 가슴께가 간질거릴 정도로 애정이 흘러넘치는 기분이어서 티아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한참 카일의 입맞춤을 받던 티아가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으음…… 공작님, 저는 별로 안 내키는데요?”

그러자 카일이 곧장 천연덕스럽게 맞받아쳤다.

“영애, 제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네.”

잠시 고민할 시간도 없이 냉큼 대답하는 티아를 보며 카일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왜?”

“오늘은 피곤해.”

피곤하다는 말에도 카일은 좀처럼 물러날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럼 방에 가서 할까?”

“씻고 싶어.”

“그럼 씻으면서 할까?”

“졸린데…….”

“그럼 누나 잘 때 박아도 돼?”

잘 때 박아도 되냐니. 어처구니없는 소리에 미간을 구긴 것도 잠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카일은 이미 전적이 있었다.

술에 취한 티아가 언젠가 카일의 것을 잔뜩 키워 놓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을 때였을 거다. 잠든 그녀의 아래를 물고 빨고 핥아대다가, 참지 못하고 좆을 쑤셔댄 적이 있었다.

그날을 떠올리니 방금 뱉은 말도 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잘 때는 안 돼.”

“왜? 아프게 하는 것도 아닌데…….”

“너는 자는 사람 보고 거기가 서니?”

티아가 조금 뾰족한 말투로 묻자, 카일이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응, 누나 잘 때 좆질하면 얼마나 귀여운데.”

“아니, 대체 어디가?”

“음…… 보지 깊숙이 찔러 넣으면 자다가도 끙끙 앓는 소리 흘리는 게?”

“미쳤어, 미쳤어! 한 번만 더 나 잘 때 그래 봐. 아주 혼나, 너!”

티아가 카일의 등을 퍽, 퍽, 때리며 말했다.

그렇게 둘이 얼마나 더 투닥거리며 아웃도어 소파를 뒹굴고 있었을까.

“누이.”

“티아.”

커튼 너머로 하일과 카제프의 목소리가 차례로 들려왔다. 그러더니 곧이어 두 사람이 커튼을 살짝 젖히고 테라스에 들어왔다.

“어디 가셨나 했더니, 이런 곳에서 카일과 단둘이 쉬고 계셨습니까.”

하일이 은근히 ‘단둘이’라는 부분에 힘을 주며 말했다. 둘은 자연스럽게 티아와 카일이 있는 아웃도어 소파에 몸을 붙였다.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누이에 대해 모르는 게 있을 리가요.”

“으음…….”

“농이고, 아까 카일이 향하는 곳을 눈여겨봐 두었습니다.”

티아가 작게 웃으며 곁에 앉은 하일의 허리를 그러안았다. 그러자 카제프도 제게 관심을 달라는 듯 그녀의 반대 손을 깍지 끼어 잡았다.

“드레스가 전부 넝마가 되었구나.”

“카일 작품이에요.”

돌아온 대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카제프가 작게 혀를 차며 속살이 드러나는 곳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그들의 손이 닿자, 카일이 질투라도 하듯 티아를 앗아 제 품에 꼭꼭 숨기며 말했다.

“뭐야, 누나랑 오붓하게 시간 보내고 있는데…….”

난데없이 나타나 저와 티아만의 시간을 방해한 게 불만인 듯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물러날 리 없다.

“모처럼 넷이 모였는데 속 좁게 굴기는.”

핀잔주듯 던지는 카제프의 말에 카일이 투덜거리며 곧장 대꾸했다.

“뭐? 내가 속이 좁다고? 그러는 형님이야말로…….”

“그럼 속이 좁은 거지, 이걸 넓다고 하나? 카일, 네가 예전에 내게 했던 말은 기억 못 하나 보지? 질투하는 남자는 사랑받기 어렵다고 했던가…….”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나는 누구처럼 음침하게 질투한 적 없으니까.”

두 사람은 어느새 투닥거리고 있었다.

“이런, 누이. 춥지는 않으십니까?”

“응, 딱 좋아.”

그런 두 사람을 제쳐 두고 하일이 자연스럽게 티아를 독점했다. 조그마한 여체를 제 품에 꼭 감싸 안고는 등허리를 매만지며 목덜미에 입술을 지분거렸다.

하일은 손을 아래로 내려 다리 사이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뽀얀 살점을 벌리고 그 안을 더듬거리는 게 마치 카일과 한 차례 몸을 섞은 건 아닌지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손이 닿자, 티아가 간지럽다는 듯 키득이며 웃었다.

“흐으응…….”

하일이 도톰하게 솟아오른 음핵을 문지르자 티아의 허리가 절로 움찔거렸다.

“좋으십니까.”

“으읏, 응……. 좋아…….”

예민한 살점을 살살 긁어 주는 손길에 티아가 기껍다는 듯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 질구에서 뻐끔거리며 흐르는 액으로 음부가 미끌거렸다.

번들번들 젖은 곳을 위아래로 유려하게 배회하며, 하일의 손이 재빠르게 티아를 쾌락의 늪으로 끌어당겼다.

“흣, 흐아…….”

그녀의 입에서 꽤 큰 교성이 터져 나온 후에야 투닥거리며 다투던 카제프와 카일이 뒤늦게 허겁지겁 둘 틈을 파고들었다.

“티아…….”

카제프가 곧장 제 앞섶을 풀며 티아의 입가에 단단하게 부푼 성기의 끝을 비볐다. 그러자 비릿한 쿠퍼액이 입술에 문질러졌다.

“빨아.”

이어진 말에 티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벌려 카제프의 것을 물었다. 그러고는 입술로 기둥과 선단을 문지르며 천천히 안으로 더욱 밀어 넣었다. 이제는 제법 능숙해진 행위였다.

오른손은 카일의 좆을 위아래로 쓰다듬고 있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였다. 카일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멋대로 제 것 위에 올려 둔 것이었다.

“우응…….”

질척이는 소리가 테라스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여체 위로 세 명의 사내들이 짐승처럼 몸을 들이밀었다.

버거울 법도 한데, 티아는 익숙하다는 듯 셋을 상대하며 잔잔하게 몰아치는 쾌락을 느꼈다.

아래를 만져 주던 하일이 천천히 구멍을 풀기 시작했다. 아직 조그마한 질구로 손가락을 한 개 밀어 넣고 느릿하게 앞뒤로 움직였다.

“하아…….”

티아는 한껏 풀린 눈매로 카제프의 것을 핥기 바빴다. 혀끝을 세워 기둥 아래를 쓸어 올리자, 카제프가 작게 신음을 흘린다.

“큿…… 티아…….”

“흐으, 으읏…….”

기분 좋게 내벽 깊은 곳을 휘젓는 하일의 행동에 티아가 앓는 신음을 토했다. 그러자 하일이 더욱 제 행동에 속도를 높였다. 길쭉한 손가락이 선홍빛 구멍 틈으로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 찌꺽이는 소리와 함께 음란한 물이 티아의 아래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어느새 소파의 시트까지 적실 정도였다.

“아, 아으…….”

비좁은 틈으로 손을 하나 더 욱여넣은 하일이 구멍 안에서 검지와 중지를 좌우로 벌리며 내벽을 넓혔다. 아래가 아릿아릿해지는 감각에, 티아의 허리가 이리저리 들썩였다. 마치 더 해 달라 보채는 것만 같았다.

진득하게 풀어진 구멍에서 손을 빼내자 투명한 애액이 실처럼 늘어지다 툭, 끊어졌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아쉬움에 벌름거리는 구멍 위로 두툼한 좆이 맞춰졌다.

하일이 제 것의 귀두로 질구 주변을 천천히 문질렀다. 마치 긴장 풀라는 듯, 티아를 달래는 것만 같다.

“흣, 흐아…….”

“오랜만에 형제들끼리 함께 몸을 섞는 것 같습니다.”

하일은 진심으로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느릿하게 단단히 부푼 좆을 찔러 넣기 시작했다.

새하얀 살 틈으로 검붉은 흉기가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조그마하니 앙증맞게 뻐끔거리던 구멍은 어느새 한껏 벌려져 힘겹다는 듯 하일의 좆을 조여대고 있었다.

핏대가 잔뜩 인 기둥이 연한 속살을 뭉개며 기어코 뿌리 끝까지 모두 삽입했다.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물감에 티아의 허벅지 안쪽이 잘게 떨렸다. 티아가 몸에 힘을 주려 하자, 하일이 힘 빼라는 듯 볼록 솟은 음핵을 꾹 짓이겼다.

“하으응……!”

그러자 놀란 티아가 몸을 비틀며 비음 섞인 숨을 내질렀다.

“으으응…….”

그녀의 반응을 보던 카일이 제 것도 넣고 싶다는 듯 하일의 품에 안긴 티아를 조심스럽게 돌려 눕혔다. 순식간에 돌려진 티아는 하일의 가슴팍에 등을 맞대고 카일 앞에 접합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자세가 되었다.

안을 깊숙이 찔러대는 우람한 성기에 다물리지 못한 음순이 움찔거리며 떨렸다. 그 광경에 카일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제 좆도 서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 아으…….”

무어라 말을 뱉고 싶었지만, 입에 물린 카제프의 성기 탓에 말조차 여의치 못했다. 티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느릿하게 음핵과 질구 사이를 오가는 카일의 것을 느꼈다.

그 행위만으로도 버거운데, 하일 또한 봐줄 생각 없다는 듯 허리를 푹, 푹, 쳐올렸다. 툭 불거진 귀두가 내벽을 사정없이 긁어대며 앞뒤로 움직였다.

잔뜩 성난 카일의 성기가 질구 주변을 은근히 뭉개 왔다. 마치 하일의 것으로 꽉 찬 구멍에 제 것을 들이밀 틈을 찾는 것만 같다.

정신없는 와중에 카제프가 허릿짓의 속도를 높였다. 힘겹게 벌어진 입술 틈으로 우둘투둘한 기둥이 사정없이 왕복했다.

“흐브…… 흡, 흐으…….”

사방에서 느껴지는 쾌락에 티아가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런데 그녀가 울기 무섭게 형제들의 좆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 당장 입안에 있는 카제프의 것만 해도 턱이 뻐근할 정도였다.

입술 틈으로 침이 줄줄 흘러나왔다. 카제프가 목 끝까지 성기를 찔러 넣을 때면, 흘러나오는 쿠퍼액을 고스란히 삼켜야만 했다. 사정감이 몰려오는지, 비릿한 맛이 꽤 짙어졌다.

힐끔 눈을 떠 카제프를 보자, 그는 볼을 발갛게 상기시키고 어딘지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누나, 힘 빼.”

그런데 카일의 말이 들려오기 무섭게 빽빽하게 차 있던 구멍 안으로 단단하게 선 좆이 하나 더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흣, 흐으…….”

카일이 자그마한 구멍 틈으로 무자비하게 제 것을 욱여넣었다. 질구는 괴롭다는 듯 움찔거리면서도 곧잘 그의 것을 받아들였다.

검붉은 두 개의 짐승들이 티아의 구멍에 뿌리까지 찔러졌다.

티아는 말뚝에 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아찔한 쾌감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흐으…….”

그러나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형제들은 각자의 욕구를 풀기 위해 허겁지겁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아래고 위고 할 것 없이 좆들이 티아를 꽉 채우고 괴롭혀댔다. 울퉁불퉁하고 묵직한 것들은 찌꺽이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각자 차지한 구멍을 급하게 탐했다.

가냘픈 여체가 바들바들 떨며 그들 틈에서 허우적거렸으나, 앞뒤로 찍어 누르듯 그녀를 가둔 형제들 탓에 단단한 근육 틈에 갇히기만 할 뿐 옴짝달싹하기도 버거웠다.

등 뒤로는 하일의 너른 가슴팍이 맞닿았고, 앞으로는 잘 짜여진 카일의 복근이 유려하게 꿈틀거렸다. 단단한 근육 위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게 퍽 외설적이었다.

뽑혔던 좆이 다시금 푹, 치받고 들어오자 시야가 번쩍이며 찌르르한 낯선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흑, 흐읍…… 흣…….”

티아가 카일의 어깨에 손톱을 박아 넣으며 헐떡였으나, 카일은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하일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성기가 번갈아 가며 쉴 새 없이 내벽 깊은 곳을 쑤셔댔다. 입에 물고 있는 카제프의 좆은 움찔움찔 떨며 더욱 크기를 키우는 게 아무래도 불안했다. 이러다 머지않아 사정할 것만 같다.

“으웅…… 우…….”

입술을 우물거리며 카제프를 부르자, 카제프가 보기 좋게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흉포한 좆들이 들락거리는 구멍은 이미 누구의 것인지 모를 애액으로 엉망이었다. 녹진녹진해진 속살은 무자비한 성기들에 의해 한껏 벌어졌음에도 뜨겁고 비좁았다.

카일이 벌름거리는 음순 틈에 손을 밀어 넣고 연한 살점까지 이리저리 문질렀다. 그러자 티아가 더욱 구멍을 조이며 허리를 들썩였다.

“흐아, 아으응…….”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자극적인 쾌락에 티아가 숨을 헐떡였다. 테라스 커튼 너머로 누군가 이 음란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잊은 모양이다.

립스틱이 잔뜩 번진 입술 사이로 카제프가 좆을 뿌리까지 밀어 넣었다. 그러다 순간 사정감이 몰려왔는지, 입안에 찔러 넣었던 좆을 뽑아냈다.

그러고는 엉망이 된 티아의 얼굴을 향해 미끌거리고 뜨거운 액을 잔뜩 싸지르기 시작했다.

“하으…… 으, 으응…….”

백탁색 액이 눈물로 얼룩진 얼굴 위에 사정없이 뿌려졌다. 거무튀튀한 좆의 선단에서 정액이 흘러나오는 게 꽤 외설적이었다.

“하…… 티아…….”

두꺼운 기둥을 움켜쥐고 한참 좆물을 짜내던 그가 어딘지 얄궂게 눈매를 휘어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티아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든 제 정액을 천천히 닦아 주었다.

“역시…… 티아 네 얼굴엔 갑갑한 화장품보다 내 좆물이 더 잘 어울려.”

그러나 카제프의 말에 신경을 기울이기엔 여전히 카일과 하일이 아래를 쳐올리고 있었다. 둘은 발정 난 개새끼처럼 경쟁이라도 하듯 허리를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난잡하게 구멍을 휘저어대는 행위에 티아가 견디기 버겁다는 듯 버둥거리며 울부짖었다.

“흡, 흐으…… 아, 아으, 흐아앙……!”

그럼에도 앙증맞은 구멍 틈으로는 두 개의 맹수들이 치받기 바빴고, 연한 속살에는 울퉁불퉁한 좆기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불거진 귀두들이 자궁까지 꿰뚫을 기세로 무자비하게 찔러댔다. 각기 다른 곳을 집요하게 푹, 푹, 쑤시는 좆질에 티아가 숨을 몰아쉬며 물 밖에 내어진 물고기처럼 헥헥댔다.

카일과 하일 또한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하, 씨발…….”

흥분감을 참지 못한 카일이 작게 욕을 짓씹을 때쯤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동시에 구멍 안에 좆을 처박고는 파정하기 시작했다.

“하윽…… 흐, 흐으…….”

안에 있는 성기들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꿀떡거리는 뜨거운 방망이들이 시야가 점멸할 정도로 아찔한 절정감을 쥐여 주었다.

벌름거리는 구멍 틈으로 차마 다 담기지 못한 좆물이 줄줄 흘렀다.

쌍둥이들은 양껏 자신들의 것을 쏟아 내고 나서야, 한층 누그러진 얼굴로 성기를 뽑아냈다.

해방감에 선홍빛 구멍이 몇 번 뻐끔거리니 묵직한 좆들에 의해 한껏 벌어졌던 입구가 조금씩 오므라들었다.

“흐으으…….”

티아가 몸을 발발 떨며 하일의 옷자락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하일이 그녀를 토닥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누이,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 흑, 괜찮아…….”

여전히 아래에선 백탁색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던 카일이 티아의 다리를 벌리고 구멍 틈으로 손가락을 푹, 욱여넣었다.

“누나야, 기껏 싸 줬더니 이렇게 좆물 다 흘리면 어떡해.”

“하윽……!”

갑작스러운 삽입감에 놀라 몸을 떨자 카일이 키득거리며 더욱 짓궂게 아래를 괴롭혔다.

“잘 물고 있어야 애가 생기지. 안 그래? 응?”

그 말에 물끄러미 셋을 보던 카제프가 카일을 밀어내며 티아의 다리 사이로 다가갔다.

“티아.”

카일은 순순히 자리를 비켜 주며 카제프에게 양보했다. 그러자 카제프가 발갛게 익은 질구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카일 말이 맞다. 아이가 갖고 싶으면, 흘리지 말고 잘 받아 마셔야지.”

어느새 다시금 발기한 그의 것이 티아의 구멍에 맞닿았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새롭게 다가온 카제프의 것에 놀란 그녀가 몸을 떨었다.

“오, 오빠아…….”

“일단 아랫입부터 막아야겠어.”

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살짝 휜 자지를 거침없이 찔러 넣었다.

“하읍……!”

기껏 좁아졌던 구멍에 다시금 성기가 치받고 들어오니, 몸이 반으로 똑 쪼개질 것만 같았다. 끈적하게 젖은 내벽은 무리 없이 그를 받아들이면서도 한 차례 절정으로 예민한지 아까보다 더욱 반응이 격해졌다.

“흐, 흐읏…… 아, 아으응……. 오, 오빠…… 흣, 빼, 빼 주세, 흡, 빼 주세요…….”

티아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골반을 마구 뒤틀었다. 들어온 것만으로도 속살을 꽉꽉 압박하는 그의 것은 한 차례 관계를 마친 지금, 물고 있기조차 버거웠다.

“흐아, 아……!”

빼 달라는 애원에도 카제프는 찔러 넣었던 좆을 뽑아내며 내벽을 뭉근하게 긁어댔다. 울퉁불퉁한 핏대와 단단한 귀두가 여린 속살을 가차 없이 희롱했다.

“흡, 흐응…… 하으으…….”

그녀가 벗어나려 하니, 하일이 조심스럽게 티아를 달래며 도망치지 못하게 꼭 감싸 안았다. 등 뒤로 맞닿은 단단한 가슴팍과 팔뚝이 조그마한 여체를 완전히 결박시켰다.

티아는 하일의 품에 안긴 채, 다리를 활짝 벌리고 카제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뒤에서 그러안고 있던 하일 또한 티아의 젖가슴을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읏……!”

부드러운 손길로 말캉한 가슴을 주무르다 톡 튀어나온 분홍빛 젖꼭지를 꼬집었다. 그러자 그 행동에 반응이라도 해 주듯, 티아가 젖은 숨을 토해 냈다.

“흐아, 아응…….”

하일이 일부러 목덜미를 세게 빨아대며, 더욱 세게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에 잔뜩 만져진 유두는 어느새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아래를 쑤시는 카제프의 것은 곧장 빠른 속도로 구멍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철퍽이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티아가 흐릿해진 시야로 카제프를 바라봤다.

늘 다정했던 푸른 눈동자가 음욕에 젖은 채 번뜩이며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큿, 티아…… 티아, 티아…….”

카제프가 작게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한 손으로는 구멍 위의 조그마한 음핵을 마구 짓누르고 비벼댔다. 살살 긁기까지 하며, 팔뚝만 한 좆으로 구멍을 푹, 푹, 꿰뚫어대니 티아는 더 이상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으, 흑, 흐아…… 아, 아앙……!”

성기로 꽉 찬 구멍 틈으로 투명한 애액이 분수처럼 뿜어지기 시작했다. 티아는 제가 무언가를 싸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구멍을 마구 조여대며 카제프의 것을 물어댔다.

카제프는 애액이 뿜어지는 구멍 틈으로 억지로 좆을 쑤셔대며 한 차례 쌍둥이들이 싸놓은 정액을 다시금 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그럼에도 틈 사이로 새어 나왔으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잔뜩 핏줄이 인 좆기둥이 예민한 속살을 계속해서 괴롭혔다. 내벽에 기둥이 긁혀질 때마다, 눈앞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것만 같다.

“흡, 흐윽, 아, 그, 그마, 그마안…… 흑, 흐윽…….”

티아가 힘없이 늘어진 몸으로 울먹거렸다. 그럼에도 검붉은 짐승은 뽀얀 살 틈을 파헤쳐 욕정을 풀기 위해 거칠게 움직였다.

한참을 더 허릿짓하고 나서야, 카제프가 티아의 구멍 안에 제 것을 싸지르기 시작했다.

“흐으으, 흐아…….”

구멍을 꽉 채우는 형제들의 정액에 티아가 눈가를 파르르 떨며 헥헥댔다. 세 사람의 좆물이 서로서로 뒤엉겼다.

형제들은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 티아의 아래를 엉망으로 만든 자신들의 흔적들을 바라봤다.

티아는 힘들다는 듯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은 차게 느껴져서 몸을 움츠렸다.

“추, 흑, 추워…….”

그러자 카일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신의 제복 망토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

“누나, 괜찮아?”

오랜만에 형제들을 모두 상대한 탓인지 꽤 지쳐 보였다. 티아는 성의 없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카일이 덮어 준 망토 속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연회는 여기까지만 할까?”

카제프 또한 자상한 목소리로 티아에게 속삭이며 물었다. 방금까지 난폭하게 제 것을 쑤셔대던 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대조적이었다.

“카일, 누이는 네가 방으로 모셔. 연회 뒷정리는 형님이랑 내가 하겠다.”

하일의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카일이 눈 하나 꿈쩍 않고 티아를 안아 들었다. 아무리 그녀가 말랐다 한들 성인 여성이었음에도 카일은 조금도 힘들거나 버거운 기색이 없었다.

티아는 피곤한지 눈꺼풀이 무거워 보였다.

“누나, 자?”

“으응…… 아직……. 그런데 졸려.”

“가서 씻고 자자. 응? 씻겨 줄게.”

“응…….”

웅얼거리며 대답하는 그녀를 보던 카일이 기분 좋다는 듯 쿡쿡 웃어 보였다.

“사랑해.”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그 목소리에 티아가 배시시 입꼬리를 올렸다.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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