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카일은 누나 엉덩이 때리는 형이 싫어 (14/22)

2. 카일은 누나 엉덩이 때리는 형이 싫어

빌어먹을 마물 토벌.

카일이 욕을 짓씹으며 높은 군마에서 내려왔다. 길쭉한 다리가 보기 좋게 땅으로 착지하며 작은 흙먼지를 일으켰다.

“후…….”

땀에 젖은 흑발을 성의 없이 뒤로 넘기자, 단정한 이마와 눈썹이 보기 좋게 드러났다. 그가 말에서 내리기 무섭게 미리 도착해 있던 사병들이 잽싸게 달려와 카일의 비위를 맞췄다.

“사령관님! 오셨습니까.”

수많은 장병들이 카일에게 경례를 올리며 예를 취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일의 얼굴엔 짜증이 한가득했다.

“됐고, 상급 마물이 어디에 나타난 건지나 말해.”

언짢은 이유라면 티아와 카제프만 단둘이 저택에 남겨 두고 토벌에 참여한 게 이유였다.

‘빌어먹을…….’

하일과 제가 없으면 티아는 분명 카제프와만 붙어먹을 텐데, 가학적인 그의 성향상 분명 또 은근한 손찌검을 할 게 틀림없었다.

특히 카제프는 뽀얗고 탐스러운 티아의 엉덩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변태마냥 새하얀 엉덩이가 벌게질 때까지 때려댈 것이었다. 그 생각만 하면 벌써 속에서 부아가 치민다.

카일이 다소 거친 걸음걸이로 막사를 향하자, 다른 장병 중 한 명이 서류를 들고 나와 쪼르르 따라 걸으며 카일의 곁에서 상급 마물의 위치와 종류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

분명 이성으로는 일개 장병들이 처치하기 어려운 마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카일은 짜증스러운 나머지 잇새로 욕이 흘렀다.

“……병신 같은 새끼들.”

“네, 네?”

“이딴 것도 혼자 못 잡을 거면, 기사고 나발이고 때려치워.”

장병들은 억울했다. 서대륙에서 상급 마물을 홀몸으로 잡을 수 있는 게 어디 카일 말고 또 존재나 하던가.

그러나 그 누구도 카일의 말에 토를 달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저 성질 더러운 인간이 마물만 베는 게 아니라 저들까지 베어 버릴지도 모를 노릇이었기에.

* * *

카일이 도착하기 무섭게 많은 이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상급 마물들은 눈 깜짝할 사이 소멸했다. 그가 검기를 담아 몇 번 휘두르니, 마물들은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모두 조각나 죽어 버렸다.

카일은 이런 토벌 따위 나서고 싶지 않았지만, 이따금씩 토벌대의 실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마물이 보고되면 어쩔 수 없이 나서 주곤 했다. 물론 굳이 그가 나서지 않아도 마물을 해치울 수는 있었으나, 일개 장병들끼리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상자 발생은 불가피 했다.

“성가시게…….”

도대체가 이놈의 나라는 인구수도 많으면서 대체 왜 저와 대적할 만한 기사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 건지. 카일이 혀를 쯧쯧 차며 피 묻은 마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케벨은 모처럼 피 냄새를 맡은 탓에 기분이 좋은지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거로 당분간은 조용하겠지.”

카일이 막사로 귀환하기 무섭게 기사들이 동경을 담은 눈빛으로 그를 환영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냉대였다.

“상급 마물 하나 못 잡아서 귀찮게 사람 불러 놓고, 머저리 새끼들마냥 뭐 좋다고 박수 치고 있어?”

마음 같아선 마물을 상대하다 기사들이 죽든 말든, 인근 마을에 피해가 있든 말든 신경을 끄고 싶었다. 하지만 티아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굴러대는 탓에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짜증 나…….’

카일은 한심스럽다는 듯 기사들을 훑고는 다시금 수도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 * *

“누나!”

카일은 저택에 돌아오기 무섭게 곧장 티아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시간은 벌써 자정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티아의 모습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저택에서 그녀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당황한 카일이 곧장 카제프에게 달려가 물었다.

“형, 누나는?”

그러자 늦은 시간까지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던 카제프가 무심하게 대꾸했다.

“티아? 티아라면 오늘 셀턴 백작 연회에 참석한다고 저녁에 외출했다.”

“뭐? 연회? 갑자기 웬 연회?”

통 연회 같은 걸 선호하지 않는 그녀가 갑자기 무슨 바람인 건지. 카일의 미간이 살짝 좁아진다.

“그런데 대체 연회에서 뭘 하면 아직까지 안 돌아와?”

“그러고 보니 요즘 셀턴 백작 영애와 어울리는 거 같던데……. 외박할 수도 있다고 했어.”

“아니, 형은 그걸 허락했어?”

“그럼, 티아가 애도 아니고 그런 사사로운 것까지 일일이 반대하나?”

카제프의 말마따나 다 큰 성인 여성의 외박을 이래라 저래라 반대하는 것도 우스울 노릇이었기에, 카일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저 짜증 난다는 듯 입술만 잘근 씹을 뿐이다.

“됐어, 누나 보고 싶어서 기껏 바로 달려왔는데…….”

“데리러 가 보든지.”

“형이 말 안 해도 갈 거야.”

카일은 결국 잠시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다시금 말에 올라탔다. 곧이어 시커먼 군마가 셀턴 백작가를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 * *

카일은 연회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었으나, 아주 당당하게 제 집처럼 들어갔다. 셀턴 백작도, 백작 부인도 그런 카일을 말리기는커녕 찾아 주어 고맙다는 듯 기꺼워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공작, 바쁠 거 같아 초대장을 보내지 못하였는데 이리 찾아 주어 무척…….”

백작이 무어라 인사를 건넸으나, 카일은 눈 하나 꿈쩍 않고 그를 지나쳤다. 그러고는 넓은 백작 저의 연회장에서 티아를 찾아 재빠르게 눈을 굴렸다. 그러자 연회장 구석 테이블에 앉아 영애들과 삼삼오오 모여 샴페인을 홀짝이는 티아가 눈에 들어왔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얼굴은 티아를 보기 무섭게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해졌다.

카일이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인파를 헤치며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가 티아를 부르기도 전에 먼저 선수 치는 이가 있었으니.

“아르젠트 영애,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알톤 영식!”

어디 듣도 보도 못한 지방의 자작 영식이었다. 난데없는 낯선 영식의 등장에 싱글벙글 웃고 있던 카일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카일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기는 티아를 보다 이내 짜증스럽다는 듯 혀를 차고는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누나.”

그러자 갑작스러운 카일의 등장에 놀란 듯 티아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그러다 제가 술에 취해 헛것을 본다고 생각한 건지, 바보처럼 눈을 비비기까지 한다.

“카일……?”

“응.”

“여, 여긴 어떻게 알고…….”

“형한테 물어봤지.”

카일이 순하게 웃으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알톤인지 뭔지 하는 저 영식을 잡아다 대리석 바닥에 처박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티아의 미움을 받을 게 뻔했으니 일부러 주먹을 세게 쥐며 언짢음을 눌러 삼켰다.

“그나저나 벌써 자정이야. 너무 늦었어. 돌아가자, 응?”

“아…… 오늘 외박하려고 했는데…….”

외박이라는 말에 카일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주변 영애들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카일을 보며 꺅, 꺅, 기분 좋은 비명을 내질렀고, 곁에 서 있던 알톤 영식 또한 장난스럽게 끼어들며 말했다.

“하하, 맞아요. 오늘 아르젠트 영애께서 술을 꽤 많이 드신 듯한데, 백작 저에서 쉬다 가시는 편이…….”

그러나 알톤 영식은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입을 열기 무섭게 매서운 카일의 적안이 그를 향했기 때문이었다.

“……입 닥치고 꺼져.”

낮게 깔린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알톤을 향했다. 당황한 티아가 카일을 만류했으나, 고작 그 정도로 말려질 카일이었으면 사교계에서 더러운 성질머리로 유명하지도 않았으리라.

“카일……. 너 말버릇…….”

“누나, 나 기분 안 좋아.”

카일이 평소답지 않게 티아의 말을 끊어 냈다. 잔뜩 토라진 듯한 목소리가 불편한 그의 심기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딱 봐도 언짢아 보이는 목소리에 티아마저 긴장하고는 몸을 쭈뼛 굳혔다.

“기껏 일 끝내자마자 쉬지도 않고 달려왔는데, 저택에는 누나도 없지, 연회 갔다길래 데리러 왔더니 술 먹고 애먼 놈한테 웃어 주고 있지…….”

“…….”

“내 기분이 좋을 리 없잖아. 안 그래?”

보기 좋은 눈썹이 씰룩이며 움직였다. 티아는 아무런 대답도 못 한 채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네가 오늘 돌아올 줄은 몰랐어.”

이건 정말이었다. 다들 일주일은 걸릴 만한 사건이래서, 그 정도는 걸릴 줄 알았다. 간 지 이틀 만에 돌아올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연회도, 외박도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가서 마물만 잡고 바로 돌아왔나…….’

티아가 살짝 당황한 듯 입술을 달싹이자 카일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집에 가자.”

카일이 손을 내밀었다. 잠시 머뭇거리며 눈치를 살피던 티아는 결국 그의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었다.

“응, 가자.”

애당초 카일이 저택을 비우지 않았더라면 참석하지도 않았을 연회였다. 미련은 없었다.

* * *

침실에 도착하기 무섭게 카일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다소 거칠게 입맞춤을 쏟아부었다. 마치 장마철의 굵은 빗방울처럼 쉴 새 없이 뺨이고 입술이고 가릴 것 없이 지분거려 왔다.

“카, 카일…….”

티아가 조심스럽게 그를 밀어내며 뒷걸음질 쳤으나, 카일은 능숙하게 그녀를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왜.”

그가 갑갑하다는 듯 제복 셔츠를 풀어헤치며 말했다.

“나는 누구 걱정하느라 잠시 쉴 새도 없이 바로 다녀왔는데.”

“…….”

“누나는 거기서 알톤인지 뭔지 어디 개같이 생겨 먹은 새끼한테 좋다고 웃고 있어?”

‘개같이 생겨 먹은 새끼’라는 말에 티아가 순간 헛웃음을 흘렸다. 카일답다는 생각에 작게 한숨도 흘렀다.

“으휴, 바보야. 알톤 영식은 요즘 친하게 지내는 영애의 약혼자란 말이야. 그래서 인사 좀 했을 뿐이야.”

“그런 거치곤 눈에서 꿀이 떨어지던데.”

“내가 언제?”

카일이 흥, 소리 내며 뺨을 부풀렸다. 커다란 덩치와 맞지 않게 퍽 귀여운 모양새다.

“몰라, 그냥 그렇게 보였어.”

“네 눈에만 그렇게 보인 거지.”

“……몰라, 기분 나빴단 말이야.”

“애도 아니고 투정 부리기야?”

카일이 땀에 젖은 제복을 갈아입을 생각도 않은 채 곧장 티아를 품에 그러안았다. 익숙한 체향이 코끝에 훅 끼치며 시야가 카일의 가슴팍으로 가득 찼다.

“보고 싶었어, 누나…….”

“나도 우리 막내 보고 싶었어.”

다정하게 카일의 등을 토닥이자 그가 고롱고롱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더욱 세게 티아를 안았다. 오랜만에 보는 카일의 제복 차림에 티아가 묘한 두근거림을 느끼며 웃어 보였다.

“제복 예쁘다.”

짙은 와인색 제복에 금실로 수가 놓여 있어 퍽 화려했다. 겉에는 검은 망토가 엠블럼과 함께 견장에 고정되어 있으니, 마치 황족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주었다.

“정말?”

“응, 잘 어울려.”

방금까지만 해도 토라진 듯하던 카일은 어느새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누나도 예뻐.”

자연스럽게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아슬아슬하게 묶여 있던 드레스 끈을 풀어 내려갔다. 그러자 티아가 몸을 옅게 떨며 은근히 그를 밀어냈다.

“피곤해서 힘든데…… 씻기도 해야 하고.”

“그럼 같이 씻을래?”

“으음…….”

“응? 오랜만에 같이 씻자, 누나야.”

카일이 일부러 눈매를 죽이며 애교 부리듯 몸을 치댔다. 그 행동에 티아가 못 이기겠다며 실없이 웃었다.

“으구, 아주 애기지 애기야.”

“응, 알잖아. 나 애새낀 거.”

“애새끼가 아니라 개새끼는 아니고?”

“너무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카일은 즐겁다는 듯 미소를 그린 채 티아를 품에 안고 욕실로 향했다. 넓은 대리석 욕조에는 따뜻한 물이 한가득 받아져 있었다.

어느새 나신이 된 둘은 살을 맞대고 욕조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내가 상급 마물들 전부 잡고…….”

카일은 무용담을 늘어놓듯 마물을 퇴치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때. 나 완전 멋있지, 그치.”

요즘 들어 더 애처럼 구는 카일이었다.

“멋있어. 서대륙에서 제일 강한 기사님인데 카일 너보다 멋있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 안 그래?”

기사님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었는지, 카일이 뺨을 붉게 물들였다.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야?”

“그냥……. 아무래도 형님이랑 하일에 비해 나는 검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응? 그게 왜?”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묻자 카일이 티아의 뺨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아니…… 여자들은 나처럼 무식한 남자보다 하일처럼 비리비리한 남자를 더 좋아한다길래…….”

이런 말은 또 어디서 들은 건지, 풀 죽은 눈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타인을 향할 땐 자비 없이 서늘하던 적안이 저를 향할 땐 한없이 유하고 부드러운 것도, 곧잘 아이처럼 투정 부리는 것도. 티아의 눈엔 온통 귀여운 것투성이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카일은 성격 더러운 미친놈에 불과했지만…….

“물론 오빠나 하일도 좋지만, 나는 카일 너도 좋은걸?”

“그래도……. 나 너무 우락부락하지 않아?”

카일이 입을 삐죽 내밀고 중얼거리자, 티아가 고개를 마구 가로저었다.

“무슨 소리야! 남자는 근육이지! 몸 하나는 카일 네가 최고라고!”

등에 닿는 듬직한 가슴팍이라든가, 근육으로 다져진 팔뚝 따위는 언제나 저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이었다.

물론 이쪽 세상 귀족 영애들에게는 조금 과하다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대체 누가 카일한테 이런 말을 한 거지?’

남자는 근육! 근육 하면 카일!

잔근육이 붙은 얄쌍한 하일의 몸도 좋았지만, 그래도 역시 정석은 구릿빛 피부에 널찍한 어깨, 그리고 잘 짜여진 탄탄한 복근이다.

“정말? 내 몸이 최고야?”

“응, 물론이지.”

티아가 마구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틀고 카일을 마주 봤다. 그러고는 조그마한 손으로 그의 배를 더듬거렸다. 조각을 깎은 것처럼 보기 좋은 맨살의 촉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럼 좆은?”

“……어?”

“좆은 누구 좆이 제일 최곤데?”

티아가 바보처럼 눈을 끔뻑이기 무섭게, 아래에서 무언가가 점점 크기를 부풀리며 복근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

“덩치도 내가 제일 크고…….”

“카, 카일 잠시만…….”

“좆도 내가 제일 크잖아.”

어느새 검붉은 성기가 흉포하게 고개를 치켜들며 티아의 몸을 쿡쿡 찔러댔다.

“내 좆이 제일 좋지? 응?”

카일이 은근히 등허리를 더듬거리며 손을 점점 아래로 내렸다. 그러다 큼직한 손이 엉덩이에 닿은 순간일까.

“앗…….”

티아의 인상이 확 구겨지며 아프다는 듯 몸을 비틀었다. 당황한 카일이 곧장 손을 떼며 무슨 일이냐는 듯 그녀를 마주했다.

“……누나?”

“아……. 거기 아파.”

“아, 아프다고……?”

고작 손 좀 스쳤을 뿐인데 엉덩이가 아프다니. 카일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설마…….’

우악스럽게 그녀를 일으켜 뒤돌리자, 예상대로. 시야에 담긴 건 벌겋게 팅팅 부어오른 티아의 엉덩이였다. 그리고 엉덩이를 이렇게 만든 범인을 유추해 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빌어먹을 형님이 또…….”

카일의 이가 으득 갈렸다.

* * *

“카일! 정말 괜찮아! 나도 좋아서 한 일이라니까?”

티아가 다급하게 카일을 뜯어말렸다. 하지만 말려지지 않았다. 카일은 곧장 목욕을 마치고 옷을 챙겨 입은 뒤 방문을 부술 기세로 열고 나갔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보나마나 카제프에게 향하려는 것이었다.

“형!”

그리고 예상대로. 카일은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큰 외침과 함께 카제프의 침실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카일?”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는 듯 잠에서 깬 카제프가 미간을 좁혔다.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누나 좀 때리지 말라고!”

“카일, 됐어. 그만해.”

“되긴 뭐가 돼. 누나 맨날 맞고 아파서 제대로 앉지도 못하잖아!!”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그리고 내가 정말 싫었으면 진즉 하지 말라고 했어. 알잖아, 오빠가 억지로 때린 것도 아니고…….”

티아가 허겁지겁 말렸음에도 카일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저나 하일이 관계 중 가볍게 한두 대 때리는 것과, 카제프가 정말 본격적으로 열 대 스무 대씩 때리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형, 진짜 한 번만 더 누나 손대.”

“하,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못 한다더니……. 제가 티아한테 강압적으로 군 건 생각 안 나나 보지?”

카제프가 짜증스럽게 대꾸하자 카일이 입술을 세게 씹었다. 그런 그를 보며 카제프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나는 티아한테 허락받은 행위였지만, 카일 너는 그렇게 굴 때 어디 티아 허락이나 받고 막무가내로 굴었던가?”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카일은 아무 말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저 미간을 한껏 구기며 주먹만 세게 움켜쥘 뿐이었다.

‘맨날 본전도 못 찾을 거면서 화만 내긴…….’

물론 티아의 눈에는 그런 카일도 한없이 귀여웠지만.

“오빠, 주무시는데 깨워서 죄송해요.”

“아니다, 티아 네가 왜 사과하고 그래. 저놈이 성질 못 죽이고 뛰쳐온 건데…….”

정곡을 찌르는 말에 카일이 이를 으득으득 갈며 카제프를 쏘아봤다.

“카일, 형한테 버릇없이 뭐 하는 짓이야.”

“형은 무슨 얼어 죽을……. 누나 엉덩이가 그 꼴이 났는데 내가 속이 안 상하고 배겨?”

카일이 분을 못 이기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변태새끼도 아니고, 왜 허구한 날 누나 때리냐고!!”

티아는 한껏 성난 카일을 달래며 등을 토닥였다. 그럼에도 그는 기분이 풀리지 않는지 연신 거친 숨을 내뱉었다.

“네가 마검 탓에 기억을 잃었을 때 내가 그런 기분이었다, 카일.”

카제프가 쯧쯧 혀를 차며 카일을 책망했다.

“너는 한 번도 안 그랬다는 듯 굴지 마.”

“왜 자꾸 과거 일을 꺼내는데? 내가 최근에 누나한테 그렇게 군 적 있어?”

“하…….”

“누나 엉덩이 좀 그만 때리라는 게 못 할 말이야? 내가 잘못한 거냐고.”

“카일, 그만. 그만.”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 내민 그를 토닥이며 티아가 억지로 팔을 끌어당겼다.

“낮에 다시 얘기해, 응? 지금 여기서 이래 봤자 아무것도 해결 안 나.”

카일이 서운하다는 듯 티아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그녀의 손을 쳐내며 작게 중얼거렸다.

“……됐어, 누나도 미워.”

“어……?”

내가 밉다고? 나? 나는 왜?

난데없는 말에 티아가 입을 벙긋거렸다.

“따라오지 마. 나 오늘은 혼자 잘래.”

그는 결국 티아와 카제프만 덩그러니 남긴 채 홀로 방을 빠져나갔다. 덩그러니 남은 둘은 애처럼 투정 부리다 사라지는 카일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끔뻑였다.

“티아…….”

“네, 네?”

“혹시 많이 아파?”

카일이 사라지자 카제프 또한 조심스럽게 티아에게 물었다.

“아…… 아니에요. 정말 그런 거 아니에요. 카일이 조금 유난 떨어서 그래요.”

“……미안해.”

“네? 뭐가 미안해요. 저도 좋아서 허락한 건데…….”

“그래도 카일 녀석 말이 아주 틀린 거 같지는 않아서.”

카제프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무리 티아의 허락을 받았다 한들, 엉덩이를 때리는 횟수는 조금 줄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에이, 오빠가 억지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래도 미안해.”

제게 사과하는 카제프를 보며 티아가 살포시 웃었다.

“정말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요.”

“……앞으로는 자제해야겠어.”

확실히. 언제까지 이 문제로 카일과 카제프가 투닥거릴 수는 없으니, 둘 사이에 무언가 합의점이 필요하긴 할 거 같았다.

티아는 카일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저는 카일 좀 달래 주러 가 볼게요.”

“그래.”

“좋은 밤 되세요.”

“티아 너도…… 좋은 밤 돼.”

카제프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뺨을 매만지며 입을 맞췄다. 쪽 소리와 함께 티아는 옅게 미소 지으며 방을 나섰다.

* * *

“카일.”

“…….”

“카일, 너 자는 척하는 거 다 알아.”

티아가 카일의 침대 곁에 다가가 앉으며 말을 붙였다. 카일은 일부러 눈을 꾹 감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누구는 속상해 죽겠는데…… 자꾸만 형의 편을 드는 게 영 섭섭했던 모양이다.

“카일, 정말 이럴 거야?”

“내가 뭘 어쨌는데.”

채근하는 듯 말을 붙이자, 발끈한 카일이 눈을 뜨고는 곧장 대꾸했다.

“난 누나 아픈 거 싫어.”

“하지만 오빠 말도 맞잖아. 카일 너도 예전에 나한테 못되게 군 적 많은걸?”

“그건 그렇지만…….”

카일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뾰로통하게 입을 내밀었다. 무어라 대꾸할 말이 없어서 입술만 비죽 튀어나왔다.

짧은 침묵 끝에 그가 작게 말을 내뱉었다.

“……미안해.”

티아가 조심스럽게 카일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웃어 보였다.

“미안한 건 알아?”

“……응. 알아.”

“바보, 그런데 오빠한테는 왜 자꾸 유독 심술을 부려.”

“몰라……. 누나가 아파하니까 속상해서……. 게다가 엉덩이는 벌겋게 달아오르고 그러니까 더 아파 보인단 말이야.”

“하지만 나는 가끔 오빠랑 그렇게 하는 것도 좋은데?”

티아의 말에 카일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누나 맞는 거 좋아해?”

“아니……. 그냥 오빠가 가끔 그런 식으로 구는 게 좋은 거지.”

“그래도 속상해…….”

카일이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약 발랐어?”

“약? 아…… 오빠가 첫날 발라 주긴 했는데…….”

그 후로는 안 발랐네.

이어진 뒷말에 카일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더니 침대 옆 협탁 서랍에서 웬 작은 연고를 꺼내 들었다.

“약 발라 줄게. 모처럼 누나랑 둘이 하고 싶었는데…… 형 때문에 하지도 못하겠네.”

투덜거리는 카일이 귀여워서 티아가 작게 소리 내어 웃음을 터트렸다.

“너 본 목적이 그거였구나?”

“……꼭 그런 건 아니거든.”

카일이 티아를 제 무릎 위에 엎드리게 만들고는 곧장 치마를 들쳐 올렸다.

“카, 카일……!”

자세가 민망한 탓에 티아가 버둥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얌전히 있어.”

“민망해.”

자세가 마치 엄마에게 엉덩이를 맞는 어린아이 같아서, 괜스레 얼굴이 화끈거렸다.

“왜 민망해. 형이 이 자세로 때리나 보지?”

얇은 속옷을 끄집어 내리고는 붉어진 엉덩이를 보며 작게 한숨을 토했다.

“약만 발라 줄게.”

“으…… 정말 괜찮은데.”

괜찮다는 말에도 카일은 꾸역꾸역 그녀의 엉덩이에 연고를 발랐다. 차가운 촉감에 연고가 닿을 때마다 티아는 몸을 움찔움찔 떨어댔다.

“다 됐다.”

“고마워.”

“고마우면 뽀뽀해 줘.”

카일이 입을 뾰족하게 내밀며 말했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부탁이었기에 티아가 쪽쪽쪽 연달아 소리를 내며 그에게 입을 맞췄다.

그 입맞춤에 카일이 기분 좋다는 듯 눈매를 보기 좋게 휘어 보이며 티아를 제 품에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말랑하고 작은 여체가 사랑스럽다는 듯 한껏 몸을 부볐다.

“좋다…….”

“좋아?”

“응, 나는 누나 안고만 있어도 좋아.”

하지만 말과 달리 아까부터 아래는 잔뜩 부풀어 있었다. 티아가 작게 웃으며 은근히 그의 앞섶을 더듬거렸다.

“카일, 너 섰어.”

“알아.”

그럼에도 그는 딱히 별다른 진득한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품에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 눈을 조심스레 감을 뿐이었다.

코끝에서 일렁이는 서로의 체향에 심장이 쿵쿵 안정적으로 뛰어댔다. 티아는 마치 어미 품에 안긴 아기 고양이처럼 카일의 품 안에서 미묘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둘이서만 한 지 꽤 된 거 같네. 항상 하일이랑 셋이 했잖아.”

티아가 조잘조잘 입을 놀리자 카일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오랜만에 둘이 할까?”

눈을 크게 뜨고 토끼처럼 올망졸망 카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니, 됐어.”

“왜?”

“누나 아픈데 하기 싫어.”

“에이, 안 아프다니까……. 게다가 아픈 건 엉덩이인 걸?”

“그래도…….”

의외로 욕정을 죽이며 얌전히 제 등만 토닥이는 카일을 보며 티아가 작게 콧소리를 흘렸다.

“흐음…….”

“왜? 누나 하고 싶어?”

“조금?”

“보지 빨아 줄까?”

순진무구한 얼굴로 뱉는 말은 영 천박했다. 도통 들어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카일의 말투에 티아가 몸을 흠칫 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니…….”

“누나 빨아 주는 거 좋아하잖아. 안 아프게 살살 핥을게.”

거절의 말을 뱉었음에도 카일이 은근히 티아의 다리를 벌리려 들었다. 그러자 티아가 곧장 몸을 내빼며 역으로 카일의 위로 올라탔다.

“오늘은 별로…….”

“별로? 방금은 하고 싶다며.”

별로라 말해놓고, 제 위에 올라탄 티아를 보며 카일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 순간, 조그마한 손이 재빠르게 카일의 앞섶을 풀기 시작했다.

“……내가 빨고 싶어.”

그가 말릴 새도 없이 드로즈가 젖혀지고, 큼직한 성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빳빳하게 부푼 물건이 툭, 티아의 앞에 튕겨 나오며 그 위용을 드러냈다.

선단에는 음란한 액을 흘리며 검붉은 귀두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티아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며 입맛을 다셨다.

“누, 누나……?”

당황한 카일이 눈을 끔뻑이자, 티아는 대답 대신 그의 성기 끝을 입에 머금었다. 그러자 비릿한 사내의 향이 훅 끼쳐 오며, 은근히 티아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윽…….”

카일은 갑작스럽게 예민한 부분을 빨린 탓인지 당황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잔뜩 발기한 성기의 크기가 버거운지 고작 귀두 끝만 입에 머금고 할짝일 뿐이었음에도, 카일에게는 꽤 짙은 자극이었다.

조그마한 입술이 오물거리며 힘겹게 기둥까지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혀끝으로 성기의 밑 부분을 찬찬히 쓸어 올리며, 사탕 먹는 아이처럼 할짝할짝 잘도 좆을 빨아댔다.

“큿……. 누나…….”

어느새 카일은 구겨진 얼굴로 신음을 참기 위해 이를 세게 깨물고 있었다.

“갑자기…… 왜…….”

“으냥, 애아 하오 시어써.”

그냥, 내가 하고 싶었다는 말을 뱉으려 했는데…… 입에 물린 성기 탓에 발음이 여의치 않았다. 그럼에도 찰떡같이 말을 모두 알아들은 카일이 끙, 앓는 소리를 흘렸다.

“그래도…….”

티아가 더욱 깊은 곳까지 성기를 물며 입을 모아 쪽 빨아들였다. 그러자 카일의 것이 더욱 팽창하며 연신 비릿한 쿠퍼액을 흘려댔다.

“하, 씹…….”

흥분감에 험한 말이 입안을 맴돌았다. 카일은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으며 티아의 머리칼을 찬찬히 쓰다듬었다.

“누나…… 무리하지 마. 안 해도 돼. 응?”

바보도 아니고 카일 또한 알고 있었다. 티아가 제 좆을 물고 빤다 한들, 그녀의 욕구가 해소될 리 없다.

그래서였을까. 카일은 연신 어쩔 줄 몰라 하며 티아의 입에서 제 것을 빼내려 들었다.

“아……. 큿…… 누나, 누나…….”

카일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티아의 이마를 밀어냈다. 그러자 티아가 귀두 끝을 입에 문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일을 올려다봤다.

티아의 혀끝이 요망하게 선단을 파고들자 카일의 허리가 절로 들썩였다.

“하…… 씨발, 진짜 돌아 버리겠네.”

으르렁대듯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진득한 욕정이 묻어져 나왔다. 그러면서도 카일은 애써 이성의 끈을 잡으려는 듯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그러다 티아가 입술로 귀두를 뭉근하게 비벼대니, 카일이 다급하게 그녀를 밀어내려 했다.

“누나, 누나……. 윽, 자, 잠깐만……. 나 쌀 거 같…….”

쌀 거 같다는 말에 티아는 일부러 더욱 핥는 속도를 빨리했다. 입술을 모아 연한 볼살로 기둥까지 빨아들이며 위아래로 왕복하니,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검붉은 흉기에서 비릿한 액이 한껏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카일이 성기를 빼내기 위해 티아를 밀어냈으나, 티아는 무슨 바람이 든 건지 오히려 더욱 좆을 욱여넣으며 꿀떡거리는 성기를 입에서 놓지 않았다.

“누나…… 안 돼, 그거 먹지 마…….”

카일의 다급한 외침에도 티아는 끈적거리는 액을 꼴깍꼴깍 받아 마시고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쪽쪽 뽑아낸 후에야 입을 뗐다.

티아의 입이 떨어지기 무섭게 카일이 허겁지겁 협탁에 놓인 물병에서 냉수를 따랐다. 그러고는 곧장 티아에게 건네며 허둥거렸다.

“아…… 그걸 마시면 어떡해. 응? 누나, 왜 그랬어. 그거 맛없어. 내가…… 아, 어떡해. 내가 미안해. 누나…… 누나…… 내가 입에 싸려고 싼 게 아닌데…….”

티아가 멋대로 빨아댄 것이었음에도 그는 뭐가 그리 미안한 건지,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괜찮아? 얼른 입 헹궈요. 그걸 왜 받아먹었어…….”

존댓말과 반말까지 섞으며 중얼거리는 게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냉수를 몇 모금 받아 마신 티아가 배시시 웃어 보이며 카일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냥…….”

“그냥이 어딨어. 다음부턴 이러지 마. 괜히 미안하고 불편하단 말이야.”

“왜? 너는 맨날 내 거 다 받아 마시면서.”

“그거랑 이거랑 다르잖아.”

“뭐가 다른데?”

“내 좆에서 나온 거랑 누나 보지에서 나온 게 어떻게 같아.”

어처구니없는 논리에 순간 티아는 말문이 막혀서 눈을 끔뻑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일은 당당하게 말을 덧붙였다.

“누나 보짓물은 달단 말이야.”

“네 좆물도 달던데?”

“거짓말.”

“음……. 뭐 못 먹을 정도는…….”

카일이 속상하다는 얼굴로 티아를 와락 끌어안고는 목덜미에 입술을 지분거렸다. 잔뜩 사정한 좆은 어느새 다시금 흥분하여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카일은 이 이상 관계를 이어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말 내 엉덩이 때문에 참는 건가…….’

티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큼직한 손이 일정하게 등을 두들겨 주는 게 기분 좋았다.

“누나가 내 좆 빠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정액은 마시지 마. 나랑 약속해.”

“이게 약속까지 할 일이야?”

“응, 나는 누나 입에 이런 거 먹이기 싫어.”

“내 얼굴에는 잘만 싸면서.”

“……하여튼 그거랑은 달라.”

티아는 정말 더 이상 제 몸에 손댈 생각 없어 보이는 카일을 보며 작게 입맛을 다셨다.

여태까지는 카제프가 제 엉덩이에 손대는 것에 대해 크게 불만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카일이 걱정한답시고 관계를 안 하려 든다면, 때리는 건 못 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안 된다고 할 걸.’

축축이 젖은 음부로 은근히 카일의 좆을 문질러 봐도, 목석처럼 무심한 그를 보며 티아가 시무룩하게 한숨을 뱉었다.

‘앞으로는 흉 지지 않을 정도로만 손대라고 해야겠어.’

그런 그녀를 보며 카일이 묘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 정도면 이제 형님한테 때리지 말라고 하겠지?’

입안 여린 살을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씹어대며 욕정을 죽인 보람이 있었다.

티아는 카일의 눈매가 보기 좋게 접혀들어 가는 걸 보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