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1. 들켰다 (1/22)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

- 1권 -

곽두팔

Contents

1. 들켰다

2. 이별

3. 카제프 아르젠트

4. 하일 아르젠트(1)

1. 들켰다

흔한 이야기처럼 로판에 빙의했다.

시한부, 악역, 엑스트라 그런 거 전부 아니고 존예 여자 주인공에.

원작대로 나는 일곱 살 때 부유한 후작가의 양녀로 입양되었고, 열 살 터울의 자상한 오라버니와 한 살 아래의 귀여운 쌍둥이 남동생들이 생겼다.

이대로 시간만 흐른다면 황태자비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기에, 원작대로 무던히만 살자, 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들켰다.

뭐를?

자위하는 걸.

누구한테?

남동생들한테.

세상에 자위하다 들키는 여주가 어디 있냐고?

여기 있다. 여기 있어! 아오-! 쪽팔려-!

내 인생 앞으로 어떡해 진짜!

* * *

귀족 영애의 삶은 마치 메트로놈처럼 아주 단조롭고 지루하다.

스마트폰, TV, 온갖 게임 등에 노출되며 지내 온 현대인이 적응하기엔 심심해 미쳐 버릴 정도로.

그래, 그래도 이 정도쯤이야.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그 말이 진짜임을 증명하듯 다 적응되더라.

근데 이 세계에서 십 년이나 살아도 적응할 수 없었던 게 있으니…….

그건 바로 성욕. 성욕 해소다.

생각해 봐라. 조신과 순결은 숙녀의 미덕이니 뭐니 그런 빻은 소리나 해 대는 제국에서 귀족 영애가 성욕을 해소하기가 얼마나 불가능에 가깝겠는가!

그렇다 보니 문제는…….

기구가 없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있는데 구하기 굉장히 힘들다.

귀부인들이야 암암리에 자기들끼리 정보를 주거니 받거니 해서 구하는 모양이었지만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른 미혼 영애인 내게 그런 것을 소개시켜 줄 귀부인은 없었다.

게다가 내가 먼저 관심을 보였다가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사교계에 소문나 혼삿길 막힐 게 뻔했기에, 만들었다.

뭐를?

딜도를.

어떻게?

직접.

생각보다 간단했다. 원하는 대로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는 마력 덩어리를 구입해 거시기 모양대로 정성껏 빚고 강도를 높여 내게 딱 맞는 맞춤 딜도를 만들었는데…….

들켰다. 들켰다고! 들켰어! 혼자 자위하다 들켰다고! 엉엉엉.

“내 인생……, 나 이제 어떡해…….”

전체 이용가 발랄한 로판인데, 망했어. 자위하다 들켰으니 망했다고. 원작이 틀어지다 못해 아주 그냥 폭삭 망해 버렸어! 야한 소설과 만화책 보면서 자위하는 여자 주인공이 돼 버렸다고-!

“진짜 돌아 버리겠네.”

나는 머리칼을 마구마구 헤집으며 침대 시트를 팡팡 두들겼다.

자위하다 들킨 후로 차마 동생들을 마주할 수 없어,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대체 왜, 왜, 왜, 왜 노크도 없이 문을 여니, 귀엽고 깜찍한 동생놈들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오늘 아침, 혼자 적나라하게 다리 벌리고 딜도를 쑤셔 대던 날 보고는 경악하더니 헐레벌떡 방문 닫고 사라진 카일과 하일을.

‘그래도 어디 가서 소문낼 못된 애들은 아니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가.

“하아…….”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창피한 나머지 그러지 않고서야 잠에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밤이 깊었을까.

창피하고 죽고 싶더라도, 잠은 잘 와서 다행이었다. 푹신한 침대와 보드라운 이불이 몸을 감싸 주니 다행히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적어도 누군가가 내 몸을 더듬기 전까지는.

“비켜, 멍청아. 누나는 여길 쑤시면서 좋아했다고.”

“한심한 놈. 아무 애무도 없이 곧장 그걸 처박았다간 누이 구멍이 망가질 거다.”

뭐야,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잠결에 낯선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꿈인가 싶어 몽롱한 정신에 누구냐고 물으려는 순간이었다. 거친 손이 우악스럽게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꺄아……, 읍!”

놀란 나머지 반사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불청객은 예상했다는 듯 내 입을 틀어막았다.

“읍! 읍읍!”

방이 어두워 불청객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확실한 건 한 명이 아니었다. 둘이었다. 검은 인영 두 개가 나를 에우고 있었다.

“으읍! 읍!”

내가 힘껏 버둥거리며 몸부림치자 둘은 곤란하다는 듯 무어라 중얼거렸다.

“하여튼 네놈이 무식하게 군 탓에 누이께서 깨 버리셨잖아.”

“그게 왜 내 탓이야. 그리고 깨면 뭐 어때서? 누나가 좋아하는 거 해 주는 건데?”

아니, 아니 잠깐만, 지금 이 목소리는…….

‘하일, 카일?’

빠르게 눈을 여러 번 끔뻑이자 어둠에 적응한 건지, 어렴풋이 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칼의 사내. 그리고 그와 대조되는, 성의 없이 반 정도 뒤로 넘긴 머리의 사내. 그들은 하일과 카일이 틀림없었다.

불청객이 다른 이도 아닌 동생들인 걸 확인한 순간, 나는 저항을 멈추고 놀란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내 버둥거림이 멎자 둘이 해사하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아, 누이. 이제 좀 정신이 드십니까.”

“누나, 미안. 많이 놀랐어?”

놀란 내 심장과 달리 둘은 퍽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살거렸다. 그와 동시에 더 이상 내가 비명을 지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입을 막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그들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하, 하일……? 카일……?”

그러던 중 차가운 밤공기가 맨몸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기에 이상함을 느끼고 몸을 내려다보자 분명 자기 전엔 단정하게 입혀져 있던 실크 슬립이 우악스럽게 찢겨 있었다. 찢어진 원단 사이로 젖가슴이 얼핏얼핏 내비쳤고, 어찌 된 영문인지 슬립의 치맛자락은 배까지 끌어 올려져 음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난데없는 상황에 나는 무어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바보처럼 입만 벙긋거리며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자 카일이 능글맞게 웃으며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누나. 왜?”

천연덕스럽게 아무 일 없다는 듯 웃는 얼굴이 얄궂었다. 목소리도 어찌나 무던한지, 누나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파렴치한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태연한 카일과 달리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끝이 가늘게 떨렸다.

“지, 지금 너희 뭐 하는 거야……?”

우선 그들을 피해 침대 끝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일과 카일에게서 풍겨지는 분위기가 어찌나 낯선지, 평소의 그들이 아니라는 것쯤은 둔해 빠진 나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애당초 자고 있는 누나의 방에 들어온 것부터 이상했다. 아무리 남매라지만 이런 식으로 허락 없이 찾아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내가 허겁지겁 구석으로 몸을 숨기려 하자, 둘 중 누군가의 손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사정없이 자신들에게로 끌어당겼다.

“윽……!”

입에선 옅은 신음이 흘렀다. 나는 힘없이 그들에게로 끌어당겨졌다. 속수무책으로 제압당한 내 위로 사내의 인영이 드리웠다. 카일이었다. 칠흑 같은 흑발과 붉은 눈동자가 이채를 띠며 나를 바라봤다. 카일의 눈에는 진득한 정염이 가득 차 있었다. 확실히 그 눈은 누나를 보는 눈이 아니었다.

“카일, 이게 지금 무슨……!”

당황한 나머지 말이 제대로 뱉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나와 달리 카일은 눈 하나 꿈쩍 않고 배시시 웃어 보이며 말했다.

“누나가 좋아하는 거 해 주려고 했지.”

“뭐?”

“아침에 누나 혼자 보지에 좆 쑤시고 있었잖아. 누나도 그런 가짜보다 진짜가 좋지 않아?”

보지에 좆을 쑤신다니. 오누이 사이에 오갈 대화도 아니었고, 무려 후작 영식이나 되는 그가 사용할 단어도 아니었다. 뒷골목 사내들이나 쓸 법한 천박한 언사였다.

그러나 당황할 틈도 없이 낯선 손길이 내 허벅지 안쪽을 천천히 더듬거리며 올라왔다. 아마 카일인 것 같았다.

그제야 그들이 무얼 하려는 생각인 건지 확신이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하일과 카일은 명백하게 나랑 그렇고 그런 짓을 할 생각으로 여기에 온 거다.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물론 내가 욕구 불만인 건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 연령 로판 소설인데! 남동생들이랑 쓰리썸 하는 전개는 아니잖아!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내심 언제 이런 꽃돌이들이랑 질펀하게 놀아 보겠어! 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기는 한다. 하지만 이곳은 전 연령 로판 속이고, 나는 전 연령 로판 여자 주인공이다.

마지막 남은 내 양심이 안 된다는 거부 의사를 뱉었다.

“그만둬, 하지 마!”

아니야, 사실 해도 돼!

그들은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내가 거부 의사를 확실하게 표했음에도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카일의 손이 배려 없이 내 다리를 벌려 놓았다. 그러자 꼭 다물려 있던 뽀얀 살 틈이 벌어지며 붉게 달아오른 음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치심에 허리를 들썩였으나, 카일은 내 저항 따위 개의치 않아 하며, 흥미롭다는 듯 벌어진 다리 사이를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보, 보지 마……!”

나는 민망함을 견디지 못하고 음부를 가리려 들었다. 그러자 하일이 예상했다는 듯, 내 양손을 붙잡아 위로 끌어 올렸다.

“쉬이, 누이. 괜찮아요. 얌전히 있어요.”

그럴까……? 얌전히 있을까……? 아니, 아니 뭐라는 거니! 애들아, 진정해! 이거 전 연령이라고!

나는 속으로 절규하면서도, 비명을 지르거나 사용인들을 부르겠다는 협박 따위는 하지 않았다.

흠흠, 아무래도 나도 좀…… 욕구가 좀……, 불만이었다 보니……, 크흠, 내심 이러는 동생들이 조금…… 고맙달까…….

“와, 누나. 구멍이 반질반질해. 젖었어.”

뚫어지게 내 은밀한 곳을 보던 카일이 키득거리며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푹 젖은 질구에 손끝을 지분거렸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더니 손끝에 애액을 잔뜩 묻히고는 질구부터 음핵까지 느릿하게 쓸어 올렸다. 그 손짓과 동시에 소름끼치는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흣…….”

오랜만에 느끼는 아찔한 감각에 발끝이 절로 곱아들었다. 확실히 혼자 하는 것과는 자극의 정도가 달랐다. 몸이 절로 예민하게 반응하며 허리가 들썩였다.

내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카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와, 누나 반응 귀여워.”

그러고는 단단하게 부푼 음핵을 사정없이 짓눌렀다.

“흐아, 으응……!”

볼록 솟은 살점이 카일의 손에 그대로 뭉개졌다. 그가 푹 젖어 미끈한 손가락으로 음핵을 빙글빙글 돌리자 내 시야도 함께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윽, 아……! 카, 카일! 아흣……!”

이 세계에 온 후 처음으로 타인에 손에 느낀 성적 쾌락이었다. 나도 모르게 질펀한 교성을 내지르며 버둥거렸다. 그러자 그 몸짓을 저항으로 받아들인 하일이 내 위에 올라타 앉았다. 그러고는 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손을 결박시켰다.

“누이.”

하일이 여느 때처럼 다정히 나를 불렀다. 달뜬 숨을 뱉으며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환히 웃으며 제 앞섶을 풀었다. 달칵, 바지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낯선 촉감의 무언가가 내 입술에 비벼졌다.

비릿한 쿠퍼액이 흐르는 이건 하일의 성기였다. 검붉은 성기가 꺼떡이며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 팔뚝만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두꺼웠다.

아니, 잠깐만. 이게 좆이야? 흉기 아니고?

놀란 내가 진정하기도 전에 하일이 말했다.

“빠는 것도 좋아하십니까?”

“뭐, 뭐라고?”

빨아? 설마 남동생 성기를?

내 예상이 맞았던 모양이다. 하일은 허락이 없었음에도 자신의 성기로 내 입술을 벌리려 들었다. 본능적으로 입을 꾹 다물자, 하일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내 입술을 문질거리며 말했다.

“벌리세요, 누이.”

“시, 싫……, 흐으, 읏, 자, 잠깐……!”

그러나 내 예민한 곳을 마음껏 비벼 대는 카일의 손놀림 탓에 입술은 허무하게 벌어졌다. 벌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울퉁불퉁한 성기가 목 끝까지 치고 들어왔다. 입 안 가득 찬 이물감에 나도 모르게 찔끔 눈물이 흘렀다. 그러자 하일이 자상하게 눈물을 닦아 주며 웃었다.

“쉬이, 울지 마요, 누이.”

“으읍, 읍……!”

울지 말라는 하일의 말에도 생리적인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하일은 내가 괴로워하는 걸 눈치챈 건지, 제 것을 절반 정도만 욱여넣고 더 이상 넣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고작 절반만 입에 물었을 뿐인데도 버거웠다. 나는 훌쩍이며 입 안 가득 담긴 하일의 성기를 본능적으로 빨아들였다. 그러자 그가 잘했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박을래.”

그러던 중, 아래에 있던 카일이 뾰로통하게 입을 내밀고는 제 것을 꺼냈다. 하일이 먼저 내게 좆을 물렸다는 게 불만스러운 모양이었다.

“이만하면 나도 넣어도 되지 않아? 누나 보지에서 물이 줄줄 흐른다고. 구멍도 계속 움찔거려.”

그가 툴툴거리며 제 성기를 내 음부에 비볐다. 귀두 끝이 질구에 맞닿았다. 순간 단단하고 묵직한 이물감에 구멍이 움찔거리며 떨려 왔다.

곧장 구멍에 좆을 찔러 넣을 줄 알았던 카일은 의외로 얌전했다. 그의 성기가 애무하듯 두툼한 귀두로 천천히 음부를 문질렀다. 귀두 끝이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질구부터 음핵까지 왕복하길 반복했다. 황홀한 쾌감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구멍에서 뜨거운 음액이 흐르는 게 나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내 몸은 은근히 카일의 삽입을 기다렸다. 카일의 것이 질구에 가까워질 때마다, 구멍은 좆을 원한다는 듯 멋대로 오물거렸다.

카일 또한 이쯤이면 되었다 생각한 건지 천천히 구멍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는 순간이었다.

“카일, 아직 안 돼.”

하일이 곧장 카일의 행동을 말렸다. 난데없는 제재에 카일이 미간을 좁히며 불만스레 대꾸했다.

“왜?”

그러자 하일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뱉으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손가락 한 개부터 천천히 넣어. 네 걸 그대로 쑤셔 넣었다간 누이의 구멍이 찢어져 아파하실 거다.”

찢어진다니. 순간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본능적인 공포심이었다. 그러자 내가 겁에 질린 걸 눈치챈 하일이 자상하게 웃어 보였다.

“걱정 마세요, 누이. 저희가 누이를 다치게 할 리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부드러운 목소리와 달리 허릿짓은 그다지 부드럽지 못했다. 내 입 안을 가득 채운 흉기는 더욱 빳빳이 부풀며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으읍, 으…….”

침 범벅이 된 하일의 성기가 무자비하게 여린 입 안을 탐했다. 그는 꽤 과격하게 좆을 흔들며 내 입을 왕복했다. 힘이 든 나머지 살짝 이를 세우자 하일이 조용히 속삭였다.

“이빨 세우지 마세요.”

“으, 으우…….”

그 말에 이빨을 죽이고 입술을 모아 그의 귀두를 부드러이 빨아들였다. 그러자 하일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렀다.

“큿…….”

싫어서가 아닌, 좋아서 흘린 신음이었다.

입 안에 든 성기가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비릿한 쿠퍼액이 목을 타고 꼴깍꼴깍 넘어 들어왔다.

그 순간이었다.

아래를 더듬거리던 카일의 손이 가차 없이 내 구멍을 꿰뚫고 깊숙이 푹, 처박혔다.

“으읍……!”

고작 손가락 하나일 뿐인데, 그와 내 덩치 차이 때문일까. 이질감이 생생했다. 허리가 멋대로 들썩였고 아찔한 삽입감에 몸은 달달 떨렸다. 그러자 하일이 마른세수하며 말했다.

“카일, 너 설마 한 번에 쑤셔 박은 건 아니겠지?”

“맞는데?”

“조심 좀 하라고, 무식한 놈아. 그러다 누이 구멍에 상처라도 나면 어쩌려고.”

“아, 한 번에 넣으면 안 되는 거야?”

카일이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내벽을 휘저었다. 두꺼운 손가락이 구멍 안에서 움직이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일의 걱정과 달리 아프지는 않았다. 그저 아래가 녹아 버릴 것 같은 감각에 눈가만 몽롱하게 풀릴 뿐이었다.

“누나, 아팠어? 미안해. 내가 처음이라 잘 몰랐어. 조심할게.”

아래에서 카일이 무어라 말하는 게 들렸으나, 위아래로 치고 오는 둘 탓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아니, 잠깐만. 근데 나 진짜 얘네랑 해?

순간 번뜩, 이성이 돌아왔다. 희미하게 남은 실낱같은 양심이 지금이라도 멈추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저 멀리 날려 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하일의 성기가 쭈욱 빠졌다, 다시 목 끝까지 처박혔다.

눈물 탓에 시야가 흐릿했다. 눈을 깜박이자 고여 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쾌락과 생리적인 눈물이었다. 하일이 다정하게 눈물을 닦아 주며 물었다.

“누이, 괜찮습니까?”

괜찮냐니, 지금 너희랑 쓰리썸 하게 생긴 게 괜찮냐고? 아니면 네 좆 물고 있는 게 괜찮냐고?

진위를 알 수 없는 물음에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이제 와서 내빼기도 우스웠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이제 와서 내빼기에 내 몸은 너무나 착실하게 흥분했다.

“흐으, 응…….”

쿨쩍이는 소리와 함께 카일의 중지가 매섭게 내 구멍을 쑤셔 댔다. 불규칙하게 밀고 들어오는 그의 손은 예측할 수 없는 박자로 은근히 속살을 괴롭혔다. 차라리 내가 느끼는 곳만 푹, 푹, 찔러 주면 좋을 텐데 애매하게 흥분시키는 그의 손짓이 아쉬웠다.

더 큰 흥분을 원하던 내 몸은 멋대로 질구를 움찔거리며 카일의 손을 조여 댔다. 그러자 피식, 웃음을 흘린 카일이 내벽을 짓누르며 휘저었다.

“누나 보지 존나 조여.”

“저 무식한 새끼. 말버릇 하고는…….”

평민들이나 사용할 법한 천박한 언사에 하일이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내 입 안에 제 좆을 쑤셔 대는 건 잊지 않았다.

“우응, 으…….”

두 남자의 손이 거칠게 곳곳을 더듬거렸다. 어느새 내 얼굴은 쾌락에 흠뻑 젖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얘네 최고다.

얼굴 완벽, 몸 완벽, 거기 큼.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최고의 피지컬이다. 이런 완벽한 남자들이랑 쓰리썸이라니. 이건 소설에 빙의하지 않았더라면 누려 볼 수 없는 호사였다.

‘돌아 버리겠네, 남동생들만 아니면 완벽한데…….’

마지막 남은 양심이, ‘이거 전 연령 로판이라고!’를 외치고 있었지만 양심의 외침은 가볍게 묵살됐다. 게다가 동생들에게 겁탈당하는 것 같은 상황은 짙은 배덕감과 함께 몸을 더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아니, 내가 즐겨서 망정이지 사실 겁탈이 맞긴 맞다. 그런데 얘네가 자는 누나를 겁탈할 만큼 못된 애들은 절대 아닌데…….

묘한 의구심이 들었으나, 깊은 쾌락에 더 이상 생각을 이어 나가기 버거웠다.

“으우…….”

깊숙이 처박혔던 하일의 성기가 입술을 훑으며 천천히 빠져나갔다. 여린 안쪽 점막에 울퉁불퉁한 그의 성기가 모양대로 가감 없이 느껴졌다.

“흐응…….”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교태 섞인 신음 소리에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하일이 나를 내려다보며 작게 웃었다.

“좋았습니까.”

다정한 손길이 내 눈가를 지분거렸다.

“아흣, 자, 잠깐만, 흐으……, 응, 으응!”

자유로워진 위와 달리 여전히 아래는 카일에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카일의 손이 음핵을 문지름과 동시에 구멍을 쑤셔 대자 기껏 그쳤던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이건 명확하게 쾌락의 눈물이었다. 머리가 아득해질 정도로 짜릿한 쾌락에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굳은살 가득한 손이 안쪽을 휘저으며 음핵을 비벼 대고 짓눌렀다. 절로 숨이 거칠어지며 쾌락의 늪으로 점점 잠기는 듯했다.

“흐아……, 카, 카이일! 읏!”

움찔거리며 그의 손길을 느끼자, 하일이 내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솟아오른 유두를 꼬집었다.

“하윽……!”

둘은 쉴 새 없이 내 몸을 더듬거렸다. 입가에선 앙앙거리는 신음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양녀라지만, 동생들에게 성적 쾌락을 느낀다는 죄책감이 묘하게 나를 자극했다.

카일의 손이 들락거릴 때마다 쾌락에 버거운 몸은 침대 시트를 쥐고 파르르, 떨었다. 쭉, 빠졌던 손이 단번에 밀고 들어오면 구멍에선 뜨거운 애액이 왈칵 쏟아졌다.

“하읏……, 흡!”

카일이 피식 웃으며 음핵을 문질렀다. 그의 손끝이 미끈한 애액을 그득 묻혀 도톰히 부푼 살점 위로 펴 바르듯 움직였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쾌락에 시야가 점멸했다. 내가 숨을 헐떡이며 어쩔 줄 몰라 하자 즐거운 듯한 중저음이 귓가에 내려앉았다.

“누나, 좋아?”

“응, 으응……, 흣, 조, 좋아-!”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좋다는 말에, 놀라 화들짝 입을 다물었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들었어? 누나가 좋대.”

신이 난 카일이 아래를 괴롭히던 손짓에 더욱 속도를 높였다.

“누나, 여기 좋아?”

“흣, 아, 아니 그게 아니라아……!”

좋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인 그가 손가락 하나를 더 구멍 안으로 욱여넣었다. 카일의 손으로 빽빽하게 가득 찬 구멍이 힘겹게 뻐끔거렸다. 고작 손가락 두 개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이물감이었다.

내가 카일의 손에 자지러지며 헐떡이자, 하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이제 비켜라, 카일.”

“뭐?”

“네놈이 자제력 없이 멋대로 누이 구멍에 좆대가리 들이밀까 걱정된다.”

하일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조목조목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쌍둥이임에도 목소리에 흥분이 덕지덕지 묻어져 나오는 카일과 사뭇 달랐다. 하일이 무덤덤하게 저런 말을 입에 담으니 얄궂게도 몸은 더욱 달아올랐다.

그의 말에 쿨척이던 소리가 멈추고 안을 마음껏 헤집던 손가락 두 개가 빠져나갔다. 그 행동에 구멍이 움찔거리며 파르르 떨려 왔다. 발그스름한 질구에서 투명한 액이 주륵 흘렀다. 난잡하게 아래를 괴롭히던 카일은 결국 하일에 의해 밀려났다.

“하아, 하아…….”

그들의 손길이 사라지자, 나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여유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내가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뜨겁고 말캉한 무언가가 잔뜩 흥분한 음핵을 짓눌렀다.

“아흑……!”

나도 모르게 몸이 바짝 곤두서며 입술을 짓씹었다.

“뭐, 뭐야……!”

낯선 촉감에 놀라 버둥거리자 하일이 작게 키득였다.

“역시 누이께서도 저 무식한 놈보다, 제 쪽이 더 만족스러우신가 보군요.”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어 힐끔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음습하게 빛나는 하일의 벽안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싱긋 웃으며 제 입술로 내 음부를 지분거렸다.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한 채였다.

그제야 낯선 촉감의 정체가 하일의 혀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살짝 풀어진 눈매로 나를 올려다보는 하일은 외설적이었다. 언제나 단정하고 반듯했던 그가 누이의 다리 사이에 머리를 처박고 개처럼 빨아 대는 꼴이라니.

다른 이들은 조금도 상상하지 못할 모습이었다.

“누나, 어디 봐.”

내가 하일을 바라보는 게 불만이었는지, 카일의 손이 거칠게 내 턱을 쥐고는 제 쪽으로 돌려 버렸다.

“저 새끼 말고 나 봐.”

“하여튼 유치한 놈.”

쭈읍, 소리와 동시에 도톰한 살점이 하일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점막과 점막이 맞닿아 비벼지자 이질적인 촉감에 그대로 녹아 버릴 것만 같았다.

“흐응! 하, 하이일……, 흐으, 읍……!”

아래에서부터 퍼지는 간질간질한 감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쾌락 섞인 신음이 잇새를 비집고 나오자,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입술을 뭉개 왔다. 놀라 눈을 뜨자 카일이 내게 입 맞춰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어떡해. 안 되는데…….

지금 이 행위 분명 싫지 않았다.

애당초 흑발 적안, 흑발 벽안 꽃돌이 둘 끼고 뒹구는데 싫기가 더 힘들 것이다. 카일의 입맞춤도 싫기는커녕 오히려 좋았다.

다만, 그저 건전했던 원작을 망친다는 죄책감이 심장을 쿡쿡, 찔러 올 뿐이었다.

‘막장 가는구나…….’

남동생들이랑 쓰리썸에 키스에…….

원작 안녕……, 황태자비 안녕…….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일은 그저 더욱 몸을 바싹 붙이며 입술을 뭉갤 뿐이었다.

내가 그의 입맞춤을 받으며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카일이 어서 벌리라는 듯, 혀로 다물린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나는 딱히 거부나 저항 없이 순순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의 손이 내 양 볼을 맞잡고는 꽤 다정하게 입 안을 훑으며 밀고 들어왔다.

“후으…….”

얼마나 울어 젖힌 건지, 풀어진 눈가가 발갛게 익었다.

쾌락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 대로 허우적거렸는데, 정작 그들의 성기는 삽입되기도 전이었다. 둘은 혹여 내가 아파할까 봐, 선뜻 자신들의 것을 넣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몽롱한 얼굴로 카일과 하일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비록 원작 주인공이 아니었음에도,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둘이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쌍둥이답게 둘은 서로를 쏙 빼닮아 있었다. 문득 그들을 보자 나를 거둬 주신 양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은 양녀라지만 호적상 우리는 남매였다.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신다면 기함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카일의 손이 내 음부를 더듬거린 순간부터, 하일의 좆이 내 입에 처박힌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이상 가족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아니었을지도.

게걸스럽게 음부를 빨아 대던 하일은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있었다. 그러고는 바보처럼 넋 나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와 눈을 마주했다.

“누이.”

“으응…….”

“왜 그렇게 보십니까.”

하일이 가볍게 내 눈가에 입을 맞췄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그의 손이 몽우리 진 작은 가슴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밀가루 반죽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일은 장난스레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선홍빛 유두가 남동생의 손 안에서 굴려졌다.

카일은 하일이 음부를 빨아 댄 게 질투 났는지, 내 다리를 제 어깨 위에 올려놓고는 하일이 하던 행동을 따라하고 있었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음핵이 카일의 입으로 빨아 젖혀졌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카일이 달아오른 음핵을 살짝 깨물며 비볐다.

“하윽……!”

똑같은 행위였음에도, 부드럽게 핥아 오던 하일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누나, 내가 더 좋지? 응?”

카일의 적안에 음험한 이채가 돌았다. 그가 노골적으로 제 입술을 음핵에 지분거렸다. 쪽쪽거리며 봉긋 솟아오른 곳을 할짝이자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왈칵, 뜨거운 액이 쏟아져 내리는 게 느껴졌다.

“흐읏, 흐…….”

쾌감에 눈을 질끈 감자 부드러운 손길이 내 볼을 쓰다듬었다. 아마 하일일 것이었다.

뻐끔거리는 질구로 카일의 손가락이 세 개나 들어갔다.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애무하여 가까스로 늘린 것이었다.

“이제 세 개는 거뜬하네.”

드디어 제 좆을 넣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카일이 입맛을 다셨다.

그래, 이 몸의 체구가 작아 조심해 주는 건 아주 고맙고 감사할 노릇인데…….

‘제발 이제 좀 넣어주면 안 되겠니.’

벌써 한 시간도 넘게 물고 빨고 쪽쪽거리기만 했지, 손가락을 제외하고는 무엇 하나 구멍을 꽉 채워 준 게 없었다. 애당초 내 욕구 불만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어마어마했기에 둘의 애무로 달아오를 만큼 달아오른 몸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내가 먼저 해 달라며 조르게 생겼다.

“카, 카이일…….”

그렁그렁 눈물을 매단 채로 그의 머리칼을 헤집었다. 부드러운 흑발이 기분 좋게 손바닥을 간질였다. 내가 제 머리를 손에 쥐자 그가 고개 들어 나를 마주했다.

“응, 누나.”

싱긋 접히는 카일의 눈매가 색스러웠다.

“빠, 빨리이……, 흣.”

“빨리?”

처음엔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싶더니, 이내 이해한 그가 입꼬리를 비뚜름히 끌어 올렸다. 어딘지 저열하고 얄궂은 웃음이었다.

“아, 빨리 내 좆 먹고 싶다고?”

카일이 키득거리며 질구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야살스레 이죽이며 말했다.

“자지 박아 주세요, 라고 하면 해 줄게, 누나.”

자지라니. 귀족 입에서 나올 법한 단어가 아니었다. 당황한 내가 입술을 달싹이자, 그가 내벽을 꽉 채운 손가락을 느릿하게 흔들며 말했다.

“어쩐지 아까부터 할딱거리는 게 묘하더라니…….”

쿡쿡, 소리 내어 작게 웃은 카일이 여유롭게 나를 바라봤다. 대체 왜 주객이 전도된 건지 황당했으나, 은근히 안쪽을 휘저으며 흥분하게 만드는 손짓이 얄미웠다.

나는 하일을 향해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하일 또한 어깨를 으쓱거리기만 할 뿐 도와주지 않았다.

서러움에 입술을 삐죽 내밀자 하일이 입을 맞춰 왔다. 그가 능숙하게 입술을 할짝이며 벌어진 잇새로 파고들어 왔다. 하일과 농밀하게 입을 맞추자 카일의 손이 구멍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허전함에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옅은 신음이 흘렀다.

한껏 달아오른 아래는 얼른 누구든 박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흐읍……, 흣.”

그 순간이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아래에 미끈하게 비벼지는 느낌이 들었다. 카일의 성기였다. 내 몸은 그토록 기다려 왔던 상황에 어서 넣어 달라는 듯 움찔거리며 액을 한껏 흘려 댔다.

그러나 카일의 귀두 끝은 넣어 줄 것처럼 질구 주변을 배회하더니, 이내 음핵으로 경로를 변경했다. 아쉬움에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빨리 말해 봐, 누나. 응?”

카일이 쿡쿡 웃으며 나를 보챘으나, 나는 차마 그가 원하는 말을 뱉지 못했다. 그저 입술만 달싹일 뿐이었다.

‘동생한테 자지 박아 달라는 말을 어떻게 해, 이 모럴도 양심도 나가 죽은 놈아!’

속으로 울부짖었다. 도대체 왜! 먼저 내 방에 들어온 건 얘네인데 내가 애원하고 있는 건지……! 돌이켜 봐도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고민하는 듯하자 카일이 제 귀두로 빠르게 음핵을 문질렀다. 단단한 성기가 미끈한 애액을 펴 바르며 살점을 거칠게 짓뭉개자 참지 못한 신음이 잇새를 비집고 흘렀다.

“흐아……, 아, 아읏! 카, 카일, 제발……!”

“말하면 박아 준다니까?”

교성을 내지르며 그에게 애원했음에도, 카일은 완강했다. 눈물에는 창피함과 쾌락이 뒤섞여 하염없이 뺨을 타고 흘렀다.

결국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수치스러운 말을 뱉었다.

“카, 카일, 흐으, 자, 자지, 흣, 박아 줘……!”

“땡, 다시. 존댓말 해야지, 누나.”

카일이 장난스레 귀두로 질구를 쿡쿡 찌르며 키득거렸다. 이쯤 했으면 적당히 봐줄 법도 한데, 답지 않게 고집부리는 그가 조금은 미웠다.

‘평소에는 잘만 져 줬으면서……!’

훌쩍이며 카일을 바라봤으나, 한껏 흥분한 그의 적안은 오늘따라 유독 더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그건 평소 유순하던 남동생의 눈이 아니었다.

결국 아쉬운 건 내 쪽이었기에 나는 체념하고 말을 뱉어 냈다.

“자, 자지, 흣……, 자지 박아 주세…….”

내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몸을 찢어 버릴 기세로 구멍을 꿰뚫고 들어왔다.

“아악-!”

놀란 나머지 짧은 비명이 내질러졌다. 난생처음 남자의 성기를 품에 넣은 몸은 바들바들 떨며 눈물과 침을 질질 흘려 보냈다. 그러자 당황한 카일이 허리 숙여 내게 물었다.

“누나, 아파?”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이 움찔거리며 카일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울퉁불퉁 육중한 좆의 모양이 그대로 내벽에 닿아 느껴졌다. 두터운 불덩이라도 몸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빳빳하게 굳은 몸은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카일의 목에 손을 두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내가 대답이 없자 카일은 제 손으로 느릿하게 음핵을 문질렀다. 하일의 손도 부드럽게 유두를 쥐고 튕기며 몸이 긴장하지 않도록 도왔다.

“흐읍, 흐, 흐아…….”

눈물만 뚝뚝 흘리며 헥헥대자, 카일이 허둥거리며 나를 달랬다.

“누나, 미안해. 많이 아팠어?”

“이거 봐,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누이께서 아파하시잖아. 처음부터 그걸 처박았으면 혼절하셨을 거다.”

하일이 카일의 이마를 툭툭 건들며 비아냥댔다. 마음 같아선 곧장 앞뒤로 자신들의 좆을 처박고 흔들어 대고 싶은데, 그랬다간 정말 누이의 몸이 망가질지도 몰랐다.

하일이 가까스로 인내하며 다정하게 내 몸을 쓸어내렸다.

“흐으……, 으…….”

“누이, 괜찮으십니까.”

“많이 아파? 뺄까?”

퍽 다정한 목소리들이 귓가에 나란히 속삭여졌다.

“괘, 괜찮……, 흣, 아…….”

가까스로 몸에 힘을 빼자, 그런대로 상황이 나아졌다. 여전히 아래를 가득 채운 이물감이 낯설었으나, 마냥 아프지는 않았다.

“그럼 나 움직여도 돼?”

카일이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몸 안에서 무언가가 느릿하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하아…….”

바들바들 떨며 본능적으로 카일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카일이 내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속살거렸다.

“정말 괜찮아?”

“으, 으응……, 흣, 하아…….”

끙, 앓는 소리를 흘리며 그의 허릿짓을 느꼈다. 단단하고 뭉툭한 것이 천천히 내벽을 헤집기 시작했다.

“하윽, 아……!”

두꺼운 귀두가 속살을 비집고 푹, 처박히자 나도 모르게 몸이 들썩였다. 한껏 벌어진 구멍으로는 검붉은 좆이 점점 빠르게 왕복하기 시작했다.

“진짜……, 존나 야해.”

평소라면 비속어 쓰지 말라고 핀잔이라도 줬을 텐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런 걸 지적할 여유는 없었다. 아릿한 쾌감에 허리가 움찔 떨렸다. 그런 나를 보며 카일이 쿡쿡 웃었다.

카일은 천천히 제 성기를 빼냈다. 두툼한 귀두가 속살을 긁는 탓에 시야가 빙글 도는 것만 같다. 내벽을 훑으며 빠져나간 좆은 다시금 뿌리 끝까지 처박기를 반복했다. 그가 제 성기를 움직일 때마다 붉은 속살이 함께 딸려 움직였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낮게 웃었다.

“아, 진짜 돌아 버리겠네.”

카일이 입맛을 다시며 앓는 소리를 뱉었다. 그러자 하일이 말했다.

“천천히 해, 누이께서 놀라 겁먹으시기라도 하면 곤란하니…….”

아직 시간은 많다며 즐거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으응……, 카이일…….”

묵직한 것이 아래를 집요하게 찌르고 들어오니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이 떨렸다. 쾌락은 내 몸을 지배할 것처럼 빠르게 퍼져 나갔다. 흥분에 젖은 내 신음을 들으며, 카일이 얄궂게 눈매를 휘었다.

“누나, 좋아?”

아래를 꽉 채운 물건의 존재감이 상당했다. 나도 모르게 카일의 물음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흣, 좋아…….”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은 움찔거리면서도 곧잘 카일을 받아들였다. 하일은 내가 카일과 몸을 섞는 걸 보면서, 천천히 제 것을 쓰다듬었다. 당장 좆을 입에 물리든, 뒷구멍에 하나 더 처박든 하고 싶은 욕구를 죽이기 위해 입 안 여린 살을 세게 짓씹었다.

내가 하일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큼직한 손이 뿌리부터 귀두까지 슥, 슥, 소리를 내며 왕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본능적으로 하일의 성기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그가 잠시 움찔하며 나를 내려다보는 게 느껴졌다.

“누이……?”

나는 대답 대신 하일의 것을 쓰다듬었다. 성기는 어찌나 큰지 한 손에 모두 쥐어지지 않았다.

하일과 카일은 서로를 쏙 빼닮은 쌍둥이였기에, 아마 이곳의 크기도 비슷할 것이었다. 이렇게 굵은 게 내 안에 들어와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무슨 사람 팔뚝만 하잖아……!’

끙, 앓는 소리를 흘리며 어설프게 하일의 성기를 더듬거렸다. 그러자 하일이 웃으며 내 손 위로 제 손을 포개 자신의 귀두를 쓰다듬게 만들었다.

얼마나 더 하일의 것을 매만졌을까. 뒤에서 묘하게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좆 탐낼 정신이 있나 봐?”

카일이었다. 카일은 내 행동이 못마땅하다는 듯 한쪽 눈썹을 씰룩이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누나, 내가 너무 친절하게 안아 드렸나? 보지에 내 좆 꽂고 다른 좆 만지는 건 별로 유쾌하지 않은데.”

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큼직한 손이 내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는 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내가 놀랄 틈도 없이 느릿하게 허릿짓하던 카일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흣! 카, 카이일……! 흐아, 아, 아, 아흑! 자, 잠깐마안……!”

한껏 부풀어 오른 귀두가 뜨거운 내벽을 비벼 대는 게 생생했다. 푹, 푹, 찌르고 들어오는 좆은 내 울음에도 가차 없었다. 두꺼운 것이 조그마한 구멍을 사정없이 찔러 댔다. 질구에선 울컥울컥 애액이 흘러나왔고 덕분에 쿨척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무자비하게 밀어붙이는 카일 탓에 손에 쥐고 있던 하일의 성기가 내 몸을 따라 함께 흔들렸다.

“하으……, 읏, 흐아……!”

할딱할딱 넘어가는 숨은 제대로 쉬기조차 버거웠다. 얼굴이 쾌락에 젖은 눈물과 침으로 엉망이 됐다. 하일은 그런 내 모습을 예쁘다는 듯이 관망하고 있었다.

퍽, 퍽, 퍽.

카일의 성기를 받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무렵이었다. 카일이 좆을 쑤시는 것만으로는 모자라다는 듯, 다급히 내 음부를 더듬거렸다. 손이 다물린 뽀얀 살 위를 몇 번 쓰다듬더니, 이내 음순를 벌려 봉긋 솟은 살점을 세게 짓이겼다.

“아, 안 돼……! 흐응……, 카일, 카이일……!”

거칠게 숨을 뱉으며 버둥거렸으나, 근육으로 다부진 카일이 위에서 짓누르듯 나를 가두니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좋아? 박으면서 만져 주니까?”

카일은 빠르고 강하게 원을 그리듯 음핵을 괴롭혔다. 나는 백치라도 된 것처럼 더 이상 생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구멍을 난잡하게 들락거리는 좆만으로도 버거웠는데, 음핵까지 유린당하니 내가 정신을 붙잡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런 나를 보며 카일이 느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누나, 지금 엄청 야해.”

탁하게 갈라진 그의 중저음마저 색스러웠다.

“아읏, 흐……!”

허벅지 안쪽은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파르르 떨려 왔다. 마구잡이로 구멍을 쑤셔 대던 성기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 더 커질 데가 있다니, 충격적이었으나 도망칠 곳은 없었다.

내벽은 애액 범벅이 된 채, 끈적하게 그의 성기에 달라붙었다.

잠시 빠져나가는 게 아쉽다는 듯, 카일이 좆을 내뺄 때면 속살도 함께 딸려 나갔고 끝까지 처박을 때면 격하게 수축하며 그의 좆을 물어 댔다.

오랜만에 느끼는 성적 쾌락에 몸은 부서질 것처럼 예민해졌다.

카일이 무식하게 찔러 대는 구멍은 어찌나 뜨거운지 홧홧했고, 이러다 녹아 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찌걱이는 소리와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교태 섞인 울음만이 방을 가득 메웠다.

“읏, 흐아, 조, 좋아, 카, 카이일……, 흐응……!”

내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게 만족스러웠는지 카일의 입가에 보기 좋은 미소가 드리웠다.

기분 좋게 박히는 내벽의 이물감에 천장의 샹들리에가 빙빙 도는 듯했다. 눈물로 시야는 얼룩져 있었고, 앙앙 울부짖는 입술은 다물릴 줄 몰랐다.

하일의 손이 다정하게 내 얼굴을 정돈했다. 눈물을 닦고 땀에 젖은 머리칼을 뒤로 넘겨주며, 자상하게 웃어 보였다.

여기가 천국인지, 지옥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들이 내 호적상 남동생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아주 완벽한 관계였다.

단단한 성기가 내 아래를 녹여 없애려 드는 것만 같았다. 연신 퍽퍽 박아 대는 카일의 좆은 사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흐……! 자, 잠깐만, 거, 거기……, 아, 아아……!”

두툼한 귀두가 어느 부분을 강하게 찌르고 들어오자, 눈앞이 새하얘지며 물 밖에 내놓은 물고기처럼 몸이 팔딱였다.

“하아, 하아……, 흣, 흐아…….”

“누이, 많이 힘드십니까.”

다정하게 볼을 쓰다듬던 하일의 손은 어느새 내 입술을 벌리고 들어왔다. 그의 검지와 중지가 입 안의 예민한 볼살과 점막들을 더듬거리며 혀를 휘감아 왔다.

포식자에게 사로잡힌 피식자처럼 나는 카일과 하일 사이에 갇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지친 나머지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었다. 그런 나와 달리 아직도 단단한 좆을 마구잡이로 구멍에 찔러 넣는 카일이 무서울 정도였다.

“설마 카일의 것만 받아 주시고, 지쳐 쓰러지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하일이 내 입 안을 흐트러트렸다. 가늘게 접힌 그의 눈매가 얄궂었다.

“흐으…….”

멋대로 입 안을 휘젓는 그의 손가락을 핥느라 뭉그러진 신음이 새어 나왔다. 내 얼굴 옆에는 쿠퍼액을 줄줄 흘리고 있는 하일의 성기가 제 차례를 기다리듯, 우뚝 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심술 난 듯한 카일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왜, 누나. 저 새끼 좆 먹고 싶어?”

카일의 성기가 느릿하게 뒤로 빠지더니, 내가 느끼는 곳을 향해 빠르게 밀어 넣었다. 허리에 찌릿한 전류가 흐르는 것 같더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알 수 없는 애액이 시트를 흥건히 적셨다.

아니, 비단 시트만 적신 것이 아니라 카일을 향해서도 질척하게 튀었다.

“하읍……!”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몸은 절정을 맞이하며 침대 시트를 세게 움켜쥐었다. 발끝이 곱아들고 몸이 빳빳이 굳었다. 그러나 카일은 내가 절정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한껏 예민해진 속살을 계속해서 괴롭혔다. 쉴 새 없이 아래를 들락거리는 카일 탓에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끅끅,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하일이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누이께서 힘들어하신다. 비켜.”

그러고는 난잡하게 허리를 흔들던 카일을 밀어냈다. 카일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서도 순순히 자리를 비켜 주었다.

큼직한 성기가 빠져나감과 동시에 투명한 애액도 흘러나왔다. 구멍은 한껏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한껏 달아올라 붉어진 구멍은 퍽 외설적이었다.

쾌락에 파묻힌 나는 남동생들 앞에서 수치도 모르고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움찔거리며 속살을 모두 내보였다.

내 머리 쪽을 향해 다가와 털썩 앉은 카일은 제 허벅지 위에 내 머리를 올리고는 땀에 젖은 머리칼을 하나하나 정리해 주기 시작했다.

“누나, 괜찮아?”

퍽 다정한 물음에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카일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며 한 번 더 물었다.

“좋았어?”

나는 그 질문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았다지만 십 년 넘는 세월 동안 그들과 가족으로 살아왔는데, 남동생과 몸을 섞고 절정에 달했다는 걸 차마 입 밖으로 뱉을 수는 없었다. 물론 이미 관계 중에 좋다고 몇 번이나 교성을 내질렀으나, 그래도 희미하게 남은 내 마지막 양심이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카일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다는 듯 피식 웃었다.

“우리 누나 귀여워.”

그러고는 애정이 그득 담긴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춰 왔다. 나는 그의 입맞춤을 받으며 잠시 숨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일까. 음부에 다시 한번 두꺼운 좆이 비벼졌다. 그러더니 아차 할 틈도 없이 묵직한 것이 구멍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윽……!”

큼직한 성기는 단번에 뿌리 끝까지 쑤시고 들어왔다. 아래를 꽉 채운 이물감에 나는 발발 떨며 침대 시트를 한껏 움켜쥐었다.

이미 풀어질 대로 풀어진 내벽은 무리 없이 하일을 받아들였다.

아래를 가득 채운 하일의 성기는 카일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카일의 것은 조금 더 울퉁불퉁했고, 하일의 것은 카일에 비하면 매끈한 느낌이었다.

하일의 두툼한 성기가 내벽을 간질거리듯 짧게, 짧게 허릿짓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카일은 순수한 남동생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 젖가슴을 손에 쥐고 조물거렸다. 밤새 누나의 아래에 좆을 쑤시고 빨아 댄 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해사한 얼굴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세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위아래로 무식하게 쑤셔 대는 둘에 의해 몇 번이나 절정을 느꼈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 그저 그들의 품 안에 안겨 할딱거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둘은 어쭙잖게 나를 배려해 주는 척하고 있었지만, 확실했다.

하일과 카일은 자신들이 만족할 때까지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밤은 짧지 않았다.

* * *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눈이 번쩍 뜨였다. 아침이었다.

순간적으로 어젯밤의 일이 떠올랐다. 정신이 멍했다. 동생들이랑 쓰리썸이라니. 몸이 허해 꿈이라도 꾼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래, 꿈!

차라리 이쪽이 더 현실성 있었다. 나는 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끔뻑였다. 마치 어젯밤 일이 꿈인지 아닌지 분간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러다 잠에서 깨기 위해 냉수라도 한 컵 들이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윽…….”

몸을 움직이자, 온몸이 방망이로 두들겨 맞은 것 같은 고통이 엄습했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근육통도 어마어마했다. 덕분에 입가에서는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렀다.

그런데 그 순간일까.

“누나, 깼어?”

익숙한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타인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홀딱 벗은 카일이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카일……?’

순간 나는 얼같이 같은 얼굴로 입을 벙긋거렸다. 그런데 카일을 보고 놀란 내가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또 다른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누이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하일이 있었다. 나는 생각이 멈춘 것처럼 눈만 끔뻑였다. 하일과 카일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남동생들과 홀딱 벗은 채 동침했다는 말이다.

그제야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그들을 보니, 머릿속에 종이 댕-댕- 울리는 것 같았다.

얘네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건……, 설마……!

“얘, 얘들아……, 우리 어제…….”

정말 잤니? 격렬하게 막, 막, 그거 한 거 실화야? 진짜 꿈 아니고 나 너희랑 했어……?

나는 차마 말을 모두 끝마치지 못했다. 바보처럼 입술만 달싹일 뿐이었다.

어제는 새벽 분위기와 은근한 잠에 취해서 비몽사몽 했는데, 말짱해진 정신으로 다시금 지난밤을 곱씹으니 경악스러웠다.

‘미쳤어……!’

나는 내적 비명을 지르며 머리칼을 한껏 움켜쥐었다.

‘미쳤나 봐! 아무리 욕구불만이어도 그렇지 어떻게! 어떻게 남동생들이랑 쓰리썸을 해!’

내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절규하자 카일이 실망스럽다는 듯 말했다.

“뭐야, 누나. 설마 어제 우리랑 섹스한 거 기억 못 해? 아니면 꿈인 줄 알았어?”

“섹스라니, 제발 카일. 너는 네가 후작 영식이라는 자각이 있는 거냐.”

하일이 혀를 차며 카일에게 잔소리했으나, 그런 것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미친.”

새록새록 떠오른 어젯밤의 기억에 나는 머리를 잔뜩 쥐어뜯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세상에 로판에 빙의해서 남동생들이랑 쓰리썸 하는 여주가 어디 있단 말인가.

혼란으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나를 뒤에서 누군가가 끌어안았다. 힐끔 돌아보니 카일인 듯했다. 나는 저항할 기운도 없어서, 단단한 카일의 가슴팍에 힘없이 안긴 채 멍하니 과거를 회상할 뿐이었다.

“누나, 이제 와서 반응이 왜 그래? 어젠 좋다고 그렇게 앙앙 울어 댔으면서…….”

“아악-! 조용히 해. 카일! 그런 말 하지 마!”

외설적인 희롱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버럭 질렀다. 그러는 와중에도 엉덩이 골 사이로는 아침부터 성난 카일의 성기가 느껴졌다. 그도 나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탓에, 두툼한 그것의 촉감이 부드러운 내 살결에 가감 없이 문드러졌다.

“게다가 그, 그거는 왜 아침부터 그 모양인 건데!”

“그거야 홀딱 벗은 누나가 나한테 안겨 있으니까?”

“미쳤어, 미쳤어!”

그의 가슴팍을 팍팍 내리치며 절망했다.

정말……, 정말로 잤다. 남동생들하고. 그것도 쓰리썸을 하다니……!

‘망했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었다.

* * *

“티아, 오늘따라 안색이 좋지 않구나.”

어머니께서 커피를 홀짝이며 내게 물으셨다. 그 물음에 몸이 흠칫 떨렸다. 도둑이 제 발 지린다고, 딱 그 꼴이었다.

“조금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나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어젯밤 일을 잊으려 했다. 그런 나와 달리 정작 나를 피곤하게 만든 주범인 카일과 하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느긋하게 오믈렛을 썰고 있었다. 그 모습이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태연하고 여유롭기까지 했다.

‘왠지 괘씸한데…….’

입을 삐죽빼죽 내밀고 아무도 모르게 둘을 째려보다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이제 와 그들을 째려봐서 뭐 하겠는가. 내 눈만 아프지. 에휴.

에를렌두르 제국의 아르젠트 후작가.

이곳은 내가 양녀로 들어온 곳이자 제국의 명망 높은 귀족 가문 중 하나였다.

제국의 금융권을 꽉 잡고 있어, 황제조차 무어라 강압적으로 명하기 곤란할 정도로 세력이 강한 가문. 그리고 흔한 로판 소설 여주답게 나는 아르젠트 후작 부인의 눈에 띄어 이곳에 양녀로 들어오게 됐다.

후작 부인, 지금 내 어머니는 과분할 정도로 좋은 분이셨다. 태생이 귀족이었음에도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할 줄 아셨으며 은연중에 평민 출신인 나를 무시하거나, 차별하지도 않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진짜 귀족 그 자체인 셈이다.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난 뒷골목을 전전하며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거나, 화류계로 팔려 갔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내게 있어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으신 분인데…….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러려고 절 거두신 게 아닐 텐데…….

어젯밤이 떠올라 차마 어머니와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다. 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밤새 하일과 카일 밑에 깔려 좋다고 교성을 토해 댔으니 얼굴이 절로 화끈거렸다. 정작 내게 좆을 쑤셔 박으며 신나게 정액을 뿌려 댄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지만…….

얌전히 아침을 들던 하일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짧은 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어머니, 누이께 보약이라도 지어 드리는 건 어떻습니까.”

그러자 카일이 귀를 쫑긋 세우며 잽싸게 거들었다.

“맞아, 요즘 누나 몸이 좀 허한 것 같아.”

몸이 허하다는 말에 어젯밤이 떠올라 포크를 놓칠 뻔했으나,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누나를 생각해 주는 다정한 남동생들처럼 순수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체력이 많이 약하시더라고, 누님께서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누나가 아닌 누님이라 부른 카일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그의 적안이 얄궂게 이채를 띠었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묘하게 나를 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의 시커먼 속도 모르는 어머니는 그저 진심을 담아 내 몸을 걱정해 주시기 시작했다.

“어머, 그래? 그럼 조만간 보약을 지어 와야겠구나. 동양의 삼이 티아에게 잘 맞았지?”

“응, 누나는 저번에 삼 달여 먹을 때가 가장 기운 넘쳤어.”

카일이 웃으며 말했다. 한때 어머니의 권유로 삼을 먹은 적이 있기는 했으나, 그걸 그가 어찌 알았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티아, 혹시 무슨 근심이나 걱정 있는 건 아니고?”

표정이 어지간히도 어두웠는지, 맞은편에 앉아 있던 오라버니마저 내 안부를 물었다.

카제프 아르젠트.

그는 후작가의 장남이자 장차 아르젠트 후작가를 물려받을 후계자였다.

어릴 적부터 가깝게 지내며 자란 하일, 카일과 달리 오라버니와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덕에 데면데면한 관계였다.

사실상 내가 이곳에 왔을 때 카제프는 이미 17살이라는 나이였으니, 그 또한 뒤늦게 여동생이라며 들어온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텃세나 심술 없이 언제나 자상하게 대해 주는 게 고마웠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마주한 카제프는 정말 걱정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가 섞이지 않았음에도 쏙 빼닮은 벽안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근심 걱정 있지, 있어.’

하지만 ‘오라버니, 실은 제가 어젯밤 동생들과 신나게 쓰리썸을 즐겼답니다!’라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억지로 지난밤을 머릿속에서 지워 내며 입을 열었다.

“그런 것 없어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오라버니.”

일부러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목소리로 태연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런데 내 대답에 카제프의 표정이 한껏 구겨졌다. 어딘지 언짢아 보이기도 했다. 단순히 기분 탓일까. 묘하게 다이닝 룸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기분 탓이 아니야…….’

나는 어색함에 괜히 샐러드만 깨작거렸다. 그러자 하일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누이, 그러고 보니 곧 있을 황태자 탄신 연회 드레스는 모두 준비된 것입니까?”

아, 그러고 보니 벌써 탄신 연회네…….

잊고 있던 원작 남자 주인공, 황태자를 떠올린 나는 새삼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는 사실에 옅은 감탄사를 토했다.

올해로 20살을 맞이한 황태자의 탄신 연회.

말이 좋아 탄신 연회지 사실상 이건 원작의 시작점이나 다름없는 연회였다. 게다가 이번 연회는 단순 탄신 연회의 뜻만 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하던 황태자가 드디어 유학을 마치고 황실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정계에 발을 들임을 알리는 연회이기도 했다. 원작에 의하면 황태자는 이번 연회에서 나, 카네스티아에게 첫눈에 반해 호감을 보이기까지 하니 중요한 사건은 대부분 이날 이루어진다고 봐도 무방했다.

“응, 치수 맞춰 주문 넣었으니 안 그래도 곧 완성본이 도착할 거야.”

상념을 갈무리하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하일이 웃음으로 화답했다.

“누이께서는 무얼 입으셔도 아름다우신데, 드레스까지 새로 맞추셨으니 제국에서는 감히 누이께 미모로 견줄 이가 없겠습니다.”

낯간지러운 말에 나는 그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러자 하일이 보기 좋은 미소를 그리며 말을 덧붙였다.

“드레스가 도착하면 제게 가장 먼저 보여 주실 수 있습니까, 누이.”

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카일의 시선이 곧바로 꽂혀 왔다. 카일은 마치 샘이라도 내는 것처럼 나와 하일을 번갈아 가며 훑었다. 묘하게 가늘어진 눈매가 그의 불만스러운 기분을 대변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에이, 설마 겨우 이런 거로 샘낸다고?’

평소처럼 대화 좀 했을 뿐인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나는 애써 기분 탓일 거라며 외면했다.

겉보기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 식사 시간이었으나, 묘하게 불편했다. 비단 카일, 하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까부터 표정이 어두운 카제프 오라버니도 수상했다.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러다 체하겠다 싶어 결국 포크를 내려놨다.

빙의 후 무려 십사 년 가까이 살아온 곳인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전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후작가의 양녀로 들어온 첫날보다 더욱더.

* * *

“누나!”

이 넓고 넓은 저택에서 내게 누나라 부르는 자는 오롯이 한 명뿐이었다.

카일 아르젠트.

하일의 쌍둥이 동생이자 후작가의 막내.

그의 부름에 꽤 격렬했던 어젯밤이 떠올라 몸이 떨린 것도 잠시,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애써 평소처럼 웃어 보였다.

“응, 카일. 무슨 일 있어?”

그러자 카일이 살갑게 다가와 내 허리에 팔을 둘렀다.

“누나, 하일한테 가장 먼저 새 드레스 보여 줄 거야?”

“……응?”

“하일한테 가장 먼저, 새 드레스 입은 모습, 보여 줄 거냐고.”

카일이 기계적으로 말을 뚝뚝 끊으며 물었다. 그 모습이 낯설어 나는 은근히 대답을 흘렸다.

“그, 글쎄에……?”

시선을 피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그가 입을 삐죽 내밀고 칭얼거렸다.

“싫어, 다른 사람 말고 나한테 가장 먼저 보여 줘.”

세상에……, 카일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유치했다. 나는 그의 유치함에 놀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당황한 내가 입술만 달싹이자 카일이 말을 이었다.

“누나도 하일보다 내가 더 좋잖아.”

“으응……?”

“어제도 내가 더 좋다고 할딱할딱 잘만 안겼으면서.”

카일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사용인들이 엿들을 수도 있는 저택 복도에서 뱉을 말은 아니었다. 놀란 내가 펄쩍 뛰어오르며 카일의 입을 막으려 들었다.

“카, 카일, 미쳤어?”

나는 작게 말하라는 말을 덧붙이며 속삭이듯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심각한 나와 달리 카일은 여전히 장난스럽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아마도 누나한테 미쳤을걸?”

“지금 말장난하자는 거 아니야.”

짓궂은 카일의 말투에 마른세수하며 한숨을 토했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복도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응? 조금만 조심하자.”

“하지만 누나도 어제 좋았던 건 사실이잖아.”

정곡을 콕 찌르고 들어오는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래,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꿈에서나 그리던 흑발 적안, 흑발 벽안 꽃돌이 둘을 끼고 쓰리썸을 해 댔는데 이 세상에 안 좋아할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섹스가 좋았던 건 좋았던 거고, 사실상 우리가 연애를 할 것도 아니니 누가 더 좋네 마네를 따질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널브러진 둘을 봤을 때도, 나는 그들과의 관계를 단순 원나잇 혹은 혼인하기 전까지의 불장난 정도로만 덮으려 했다.

제국은 근친혼이 불법이었고, 합법이더라도 일처다부제는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법적 가족인 그들이 내 하룻밤 잠자리 상대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연인이 된다든가, 애정 담긴 말을 나누며 사랑을 속삭일 관계는 아니라는 거다.

먼 훗날의 일일지언정, 카일과 하일은 각자에게 맞는 수준의 여자를 만나 결혼할 것이었고, 나 또한 원작대로 황태자비가 될 것이었으니까. 물론 원작 시작 전부터 이 꼴이 난 덕분에 황태자비가 될 수 있을지 장담은 못 하겠지만…….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나와 달리, 눈앞의 카일은 나와 제 사이에 무언가 관계의 변화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조금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웠다.

관계의 변화가 있을 수는 있어도, 그게 결코 연인 사이로 변할 일은 없었으니까. 내가 그렇게 만들 생각도 없고.

“누나, 나는…….”

카일이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왠지 그 말을 들어선 안 될 것 같은 본능적인 촉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무례한 행동임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의 말을 끊어 냈다.

“카일, 어제는 실수였어.”

굉장히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해 줄 말은 이것을 제외하고 없었다.

“나는 너희와 예전처럼 지내고 싶어.”

할 거 다 해 놓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나도 아주 잘 안다. 하지만 피차 서로 혼인할 나이가 되었으니 이삼 년만 참으면 자연스레 각자 가정을 꾸리고, 자연스럽게 어젯밤은 잊힐 것이었다.

그게 가장 좋은 방향이었다. 나에게도, 카일에게도, 하일에게도. 그리고 다른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되면 우리 사이는 조금 멀어지겠지. 하지만 애당초 난 진짜 ‘아르젠트’가 아닌 양녀에 불과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카일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짜증을 그득 담고 흘러나왔다.

“실수라고?”

“……응.”

“하.”

카일이 짧은 헛웃음을 흘리며 어이없다는 듯 제 머리칼을 마구 흐트러트렸다. 언짢은 모양이었다. 나는 일부러 못 박듯 한 마디 더 거들었다.

“카일, 그럼 너는 우리가 한 번 몸 좀 섞었다고 연인이라도 되길 기대한 거야?”

“물론 바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제는 하룻밤 불장난이었어.”

“누나, 미쳤어?”

카일이 제 적안을 빛내며 섬뜩하게 되물었다. 그 모습에 공포심이 든 것도 잠시, 제 누이를 보는 시선이라 할 수 없는 외설적인 눈빛에 나는 몸을 잘게 떨었다.

“아니, 정정할게. 나 미치는 꼴 볼래?”

소름 끼치도록 이채가 번뜩이는 시선이 무서웠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순 없는 노릇이다. 나는 주먹을 세게 쥐고 가까스로 대답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음에도 낯선 카일의 모습에 목소리 끝이 살짝 떨려 왔다.

“네가 왜 미쳐, 카일.”

“누나는 어젯밤이 실수고 하룻밤 놀이였어?”

카일의 표정이 한없이 구겨졌다. 하지만 나도 사리분별 정도는 할 줄 안다.

어제 일은 묻어 둬야 한다는 걸, 나는 모르지 않는다.

단순히 원작과 틀어지는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과 내가 호적상 남매라는 것이었다.

내가 대답이 없자 카일이 비아냥대며 한 번 더 물었다.

“묻잖아, 실수냐고.”

“그래, 실수였어. 어젯밤 너희는 실수로 내 방에 왔고, 나도 강제로 당한 것뿐이야.”

내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비웃는 웃음소리가 맞은편에서 들려왔다.

강제로 당했다니, 내가 생각해도 우스웠다. 그렇게 좋다고 매달렸으면서 이제 와서 강제로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막장 드라마 뺨치는 관계를 이어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다못해 카일과 나, 단둘만의 만남도 아니고, 하일과 카일 그리고 나였다. 셋. 무려 셋이나 사회가 금기시하는 행위를 했단 말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발아래가 아득히 꺼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실망한 부모님의 얼굴과, 손가락질 할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 낼 자신이 없다.

‘차라리 내가 끊어야 해.’

입술을 세게 짓씹었다. 카일의 눈이 싸늘하게 식은 채 나를 향했다.

“누나.”

“…….”

“지금 그 말 후회하게 될 거야.”

“카일.”

“우리라고 쉽게 누나 방문 열고 들어간 거 아니거든.”

겁탈하려 한 주제에 당당한 꼴이 우스웠다. 내가 즐겼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이들은 사실상 강간범이나 다름없었다.

“나랑 하일이 씨발, 몇 년을 누나 보고…….”

“…….”

“하, 됐다.”

몇 년이라는 말에 무언가 의구심을 느낀 것도 잠시, 이어진 카일의 말에 나는 원작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음을 깨달았다.

“어제가 하룻밤 불장난이었다, 이 말이지?”

삐딱하게 웃고 있는 카일은 답지 않게 저열해 보였다. 언제나 천진하게 웃으며 내게 살갑게 굴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서, 온몸의 솜털이 삐쭉 일어서는 것만 같다.

“그래, 그럼. 불장난이었으니 나도 내 기분대로 해 줄게.”

“뭐?”

이해할 수 없는 말에 곧은 시선 그대로 카일을 바라봤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누나가 정말 싫어하는 건 안 하려고 했거든.”

“…….”

“이런 식으로 외면할 거면, 내가 개같이 굴어도 누나는 전처럼 지내자고 할 수 있겠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뿐이었다. 내가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카일은 더 이상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저 제 할 말만 마친 뒤, 시야에서 사라질 뿐이었다.

어딘지 떨떠름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된 플래그를 꽂은 느낌이 들었다. 입 안이 절로 버썩 말랐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하일과 카일은 어떻게 됐더라…….’

곰곰이 원작을 되짚자,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그들의 미래가 떠올랐다.

카제프 오라버니가 후작가를 물려받고……, 하일은 동양의 무역을 뚫어 동양으로 영영 갔고, 카일은 북부를 지키는 검이 되어 황실에 충성을 맹세했던가?

여하튼 내가 알고 있는 원작에서는 그 누구도 이성과 혼인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위험했다. 차라리 지정된 약혼녀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들에겐 사랑하는 여인도 약혼녀도 그 무엇도 없었다. 원작 서술에 의하면.

* * *

자정이 넘은 야심한 시각, 누군가가 내 방문을 거칠게 부수고 들어왔다. 혹여 어제처럼 카일과 하일이 들어올까 두려워 문을 꼭꼭 잠가 두었는데, 그걸 부수고 들어왔다는 말이다.

“벌려.”

“카일!”

“벌리라고.”

카일의 손이 우악스럽게 내 허벅지를 쥐었다. 어제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악력에 고통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글쎄.”

한껏 발기한 그의 성기가 내 질구에 문질러졌다. 아무런 애무도 없이 곧장 귀두부터 들이댄 탓에 그의 성기도, 내 구멍도 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 마, 제발…….”

목소리가 가냘프게 떨렸다. 그만큼 절박했다. 카일이 어제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쯤은 둔해 빠진 나도 무척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실 어제는 내가 정말 저항한다면, 삽입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 촉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없었다.

“카일, 제발 진정해…….”

그러나 애절한 내 목소리에도 카일의 표정은 그저 무미건조했다. 그러다 그가 입꼬리를 이죽이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아아, 걱정 마. 그냥 따먹으면 재미없으니까 누나에게 딱 맞는 걸 가져왔거든.”

카일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내 목에 무언가가 채워졌다. 아무래도 개 목줄 비슷한 것 같았다.

“이, 이게 뭐……!”

뭐냐고 물을 새도 없이, 카일이 환히 웃으며 목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속수무책으로 몸이 휘청이며 그를 향해 끌어 당겨졌다.

“아윽…….”

옅은 고통에 신음이 흘렀다. 카일이 내게 이런 식으로 굴다니. 전혀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경우였다. 카일은 언제나 말 잘 듣는 동생이었는데…….

“너 미쳤어?”

“응, 아까도 말했잖아, 누나한테 미쳤다고.”

“카일!"

내 부름에도 그는 흉흉하게 제 눈빛을 빛내며 웃을 뿐이었다.

“카일 아르젠트.”

“왜?”

“당장 그만둬.”

“싫어.”

싫다고 대답하는 목소리는 여상스럽기 그지없다. 당황스러웠다. 이런 카일의 모습은 난생처음 보는 모습이어서, 무슨 말을 뱉어야 그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내가 네 누나인 건 알고 있는 거야?”

“우리가 피 안 섞인 남매라는 건 아주 잘 알지.”

카일의 적안이 음험하게 나를 훑었다. 비록 얇은 슬립이었지만, 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그의 시선이 닿은 자리는 발가벗겨진 것처럼 화끈거렸다. 애써 그 눈빛을 외면하려 했으나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아랫입술만 잘근 짓씹으며 애처롭게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내 표정을 의식한 건지 카일이 잠시 멈칫하며 읊조렸다.

“나도 이런 식으로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럼 하지 마!”

“누나가 도망갈 궁리하는 건 못 보겠거든.”

순간 찰싹, 매서운 마찰음과 동시에 엉덩이가 화끈거렸다. 카일의 큼직한 손이 무자비하게 내 엉덩이를 후려쳤다. 새하얀 살 위에 붉은 자국이 나 있었다. 쓰라린 감각에 옅은 신음을 흘렸으나, 카일은 여전히 무심한 얼굴이었다.

“힘 빼, 오늘은 봐줄 생각 없으니까.”

그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몸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아악-!”

단말마처럼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이 굳었다.

카일의 성기가 아무 애무도 없이 곧장 내 질구를 꿰뚫고 처박혔다. 피가 나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끔찍한 고통이 몸을 뒤덮었다. 몸이 반으로 똑 갈라진 것만 같다.

어제는 쾌락에 숨을 쉴 수 없었다면, 지금은 고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윽, 빼, 빼 줘, 제바알…….”

고통의 눈물이 볼을 훑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카일은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카일, 카이일……, 아파, 제발…….”

꺽꺽 울며 그의 셔츠 자락을 붙잡았다. 그러나 나를 내려다보는 카일의 눈동자는 서늘하기 짝이 없었다.

“제발…….”

흐느끼며 카일의 목에 팔을 둘렀으나,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 줄까?”

내벽 안에서 그의 성기가 점차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몸은 견디기 버거운 고통으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삽입감이 괴로웠다.

“처음 누나 만난 순간부터 가족으로 안 봤어. 나도, 하일 그놈도.”

“카일, 카일…….”

“아, 그러고 보니 내 첫 몽정도 누나였는데.”

지금 그게 무슨 소리냐 되묻고 싶었으나, 카일은 꽤 진지해 보였다.

“내 첫 몽정이 뭐였는지 알아?”

“흡, 흐윽…….”

“누나 묶어 놓고 존나게 박는 꿈이었어.”

“하, 하지 마아, 흑, 제발…….”

“그거 오늘 하면 되겠네, 그치?”

최대치까지 부풀어 오른 성기가 천천히 뒤로 빠져나갔다. 그의 모양이 속살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빠져나간 성기는 아슬아슬하게 구멍에 걸치더니, 예고도 없이 뿌리 끝까지 처박혔다.

“아악! 아, 아파……! 흡, 흐윽, 시, 싫어……!”

새하얀 시트를 세게 쥐고, 힘껏 버둥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일은 사정없이 내 몸을 짓누르며 결박시킬 뿐이다.

“어제 너희가 멋대로 내 방 와서 강제로 한 거잖아-! 그래서 없던 일로 해 주겠다는데, 그럼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게 욱한 나머지 악을 쓰며 소리쳤다. 그러자 카일이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순간 방 안이 고요해졌다. 헥헥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가쁜 내 숨소리만 드문드문 정적을 채울 뿐이었다.

얼마나 더 아슬아슬한 침묵이 흘렀을까.

여전히 그의 성기는 내 몸 안에 들어와 있었고, 건조한 질구는 쓰라렸다. 그러다 이 분위기를 깨고 입을 연 건, 카일이었다.

“맞아, 그랬네. 우리가 강제로 그랬지.”

한참의 침묵 끝에 카일은 고저 없이 무던한 목소리로 자신의 행동을 인정했다.

“그러니까 오늘도 그러겠다고.”

“……뭐?”

“어제도 한 강간, 오늘이라고 못 할 건 없잖아. 안 그래?”

내 말이 오히려 카일의 불장난에 기름을 부은 듯, 비뚜름히 올라간 그의 입꼬리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 표정을 마주한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러나 카일의 행동이 더 빨랐다.

기사답게 거친 손이 벌어진 다리 사이를 더듬거렸다. 그러더니 일순 꼭 다물려 있던 음순을 사정없이 벌려 젖혔다.

“어제 여길 빨아 주니 질질 싸던데.”

그러고는 톡 튀어나온 살점을 무자비하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아흑…….”

그러자 내 몸은 착실하게 흥분하며 허리를 들썩였다. 빳빳하게 선 음핵 위로 카일의 손이 원을 그리듯 움직였다.

“하으……, 카, 카일……!”

“이거 봐, 강제로 당하면서 교성이나 뱉는 거.”

“너, 흣, 정말……!”

반박하고 싶었으나, 배려 없이 비벼 대는 손길에 신음을 참는 게 최선이었다.

“흑, 흐윽, 아흐…….”

“아까만 해도 뻑뻑했는데, 조금 만져 주니 금세 처박아 달라고 오물대는 거, 진짜 야해, 누나.”

카일의 성기가 뒤로 쭈욱 빠지며 투명한 음액을 함께 늘어트렸다.

“강제치곤 참 좋지?”

제 아래 깔려 헐떡이는 날 비웃기라도 하듯, 그가 얄궂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말마따나 안 좋을 수가 없다.

한국 남자보다 잘생겼지, 몸 좋지, 거기 크지, 어리지.

가족인 것만 빼면 모든 게 완벽한 남자인데, 내가 마다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이곳이 보수적인 제국이라는 것과, 그와 내가 남매라는 걸 빼면 살면서 만났던 남자 중 1순위로 꼽을 정도로 최고였다.

하지만 만약 이들과의 관계가 들킨다면 양녀인 나는 흠씬 두들겨 맞고 제국에서 영영 추방당할 정도로 큰일이라는 게 문제지! 솔직히 지금이야 내가 좋네 마네 하더라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언제 변할지 모르는 거 아니던가!

나는 그런 불확실한 것 따위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 이 관계를 이어 나가다 버림받으면 비참해지는 쪽은 진짜 아르젠트 혈통인! 진짜 귀족인! 카일과 하일이 아니라! 양녀인 나라고!

“카이일, 제발……, 흑, 제발 빼 줘…….”

내 말에 불만을 느낀 건지 카일이 짜증스럽다는 듯 미간을 구기며 목줄을 우악스럽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숨이 턱 막히며 살짝 목이 졸렸다. 산소 공급이 끊기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새어 나왔다.

“커흑, 흡…….”

눈물과 동시에 거친 기침이 뱉어졌다.

“아, 그 누나 노릇부터 못 하게 해 줄까?”

“흑, 흐윽…….”

싸늘한 목소리가 매섭게 내 귓가에 들어왔다.

“주인님.”

“……뭐?”

“주인님이라고 해, 티아.”

“너 미쳤……, 윽-!”

내가 무어라 반박하기도 전에 카일이 거칠게 내 얼굴을 베개로 처박았다. 덕분에 엉덩이만 그를 향해 높게 들어 올린 우스꽝스러운 자세가 되었다. 목줄까지 채워져 있으니 얼마나 우스울지, 지금의 내 모습 따위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발버둥 치며 일어나려 하자 다시 한번 카일의 손이 내 뒤통수를 눌렀다.

“너라니, 주인님께 말버릇이 그게 뭐야, 응?”

“흐으……, 읍, 으으……!”

연신 팔을 허우적거렸으나 카일은 나를 놔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거칠게 내 몸을 짓누르며 제 할 말만 속살거릴 뿐이었다.

“누나야.”

짙은 저음이 탁하게 귓가에 울렸다. 상황은 그렇지 못했지만, 목소리는 평소와 퍽 다를 바가 없었다.

“읍! 으읍!”

“누나 보지가 내 좆 존나 맛있게 먹고 있어, 알아? 처박아 주면 그냥 좋다고 오물대는데 꼭 암캐 같아.”

그러나 다정한 목소리와 달리 내뱉어지는 말은 상스러웠다. 카일이 뱉은 거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천박한 말들이 고저 없이 귓가에 들어와 박혔다.

나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벗어나려 했으나, 소드 마스터인 그와 내 신체 차이는 상상 이상이었다.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면서 뭐? 실수에 하룻밤 불장난?”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괴로웠다. 베갯잇이 눈물로 젖어 들어갔다.

“이참에 그냥 우리 좆 없이 못 살게 해 줄게.”

말을 마치기 무섭게 묵직한 성기가 내 기분 따위 존중하지 않고 왕복 운동하기 시작했다.

두터운 것이 사정없이 내벽을 긁어 대며 움직였다. 찌걱이며 내 안을 들락거리는 소리가 생생하게 귓가에 들려올 정도였다. 큼직한 손이 내 엉덩이를 주무르며 허릿짓에 속도를 높였다. 뽀얀 살 틈으로 검붉은 흉기가 사정없이 들락거렸다.

베개에 처박힌 얼굴 탓에 숨이 턱턱 막혔다. 강압적인 행동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대로 혼절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쯤, 카일이 나를 돌아 눕혔다.

“프하, 하아, 학……, 하아…….”

눈물과 침 그리고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카일의 시선은 차가웠다. 나는 한참 가쁘게 숨을 쉬며 진정하려 했다. 엉망이 된 얼굴로 애원하듯 그에게 말했다.

“카일, 카일, 카이일……, 제발 이러지 마.”

“틀렸어.”

“흐윽, 흡…….”

“카일이 아니라 주인님이라고 해야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저항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매서운 마찰음 소리와 함께 엉덩이가 홧홧해졌다. 카일의 손이 다시금 내 엉덩이를 후려쳤다.

“말버릇이 나쁘네. 교육시키려면 한참 걸리겠어.”

“카일, 카일……!”

애절하게 그를 불러 보아도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게 아닐 텐데.”

오히려 돌아온 건 낯선 카일의 시선뿐이었다. 내가 울고 애원해도 그는 무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를 봐줄 생각이 없다는 걸.

“제대로 불러. 오늘은 봐줄 생각 없으니까.”

우악스런 손길이 내 턱을 치켜들었다. 나는 강제적으로 그와 눈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카일의 눈은 마치 악마처럼 시리도록 무섭고 소름 끼쳤다. 눈물 탓에 시야가 흐릿했다. 그런 내 눈가를 카일이 다정히 지분거리며 야살스레 웃었다.

“자, 주인님을 위해 봉사해야지? 티아.”

사르르 접히는 눈매와 입꼬리는 제 누이를 강제적으로 겁탈하는 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해사했다.

두꺼운 귀두가 천천히 속살을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다시금 매서운 기세로 내벽을 가르고 들어왔다.

“아흐, 윽……!”

아찔한 삽입감에 몸이 절로 들썩였다. 흉측한 게 크기는 어찌나 큰지, 마치 목 끝까지 치고 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카일이 쿡쿡 웃으며 내 아랫배를 더듬거렸다. 마치 안에 쑤셔진 성기 모양대로 배가 툭 불거진 것만 같다.

“하여튼 우리 누나 보지 좁기는 엄청 좁아. 좁아 빠져서는 자지 쑤셔 주면 좋다고 씹어 대는 주제에…….”

“흐아, 흡, 흐윽…….”

“주인님이 부르는데 대답해야지. 응? 질질 짜기만 할 거야? 위나 아래나 우는 것만 잘하지, 아주.”

카일이 내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꽤 무식한 손짓이었다. 조금도 나를 위한 배려 따위 없었다. 본능적인 공포가 몸을 뒤덮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달달 떨려 왔다.

“티아.”

“흑, 흐윽…….”

내가 대답이 없자, 카일은 다시 한번 내 엉덩이를 후려쳤다. 찰싹, 소리가 매섭게 방 안에 울렸다.

“티아.”

차가운 목소리가 한 번 더 내 이름을 입에 담았다. 대답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에게 맞은 엉덩이가 얼얼해 울음을 삼키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흐아, 흑, 네……, 흑, 네에, 주인님, 흑…….”

끅끅 울음을 삼키며 가까스로 말을 뱉었다. 그러자 카일이 작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옳지, 잘하네. 우리 티아.”

“흡, 아, 아파요, 아파요, 주인님, 아파요……, 흐읏, 흑.”

훌쩍이며 손을 뻗어 카일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무자비하게 아래를 꿰뚫고 있는 그의 성기를 밀어내려는 요량이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카일은 나직이 웃기만 할 뿐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많이 아파?”

“흐윽, 네……, 아파요, 흑, 아파요, 주인님.”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렀다. 지금 내 얼굴 안 봐도 보기 흉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카일은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연신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굵직한 성기가 천천히 내 몸을 빠져나갔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성기가 빠지자 음액이 주륵 흘러내렸다. 무참히 아래를 찔러 대던 흉기가 빠져나가자 한결 숨쉬기가 편안해졌다.

“말 잘 들으면 안 아프게 해 줄게.”

“흑, 흐윽, 흡…….”

그러나 그 평온도 잠시. 카일이 내 눈가를 핥으며 말했다.

“티아 혼자 자위해 봐.”

순간 나는 내가 들은 말을 믿지 못하고 바보처럼 황망하게 카일을 올려다봤다.

“지, 지금 뭐라고…….”

“혼자 자위해 보라고.”

어느새 그의 손엔 내가 만든 딜도가 들려 있었다.

“그때처럼 혼자 구멍에 쑤셔 봐, 내가 보는 앞에서.”

카일의 손에 들린 딜도가 질구부터 음핵을 소름 끼치도록 스윽 훑고 올라갔다. 낯선 쾌감에 등줄기가 오싹 떨려 왔다.

“아, 시작은 손부터 할까?”

그는 나를 침대 끝까지 몰아붙이더니, 강제적으로 다리를 벌렸다. 순식간에 애액을 질질 흘리며 뻐끔거리는 음부를 카일에게 고스란히 내보인 자세가 되었다.

카일이 저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혼자 음핵 비벼 봐. 지금 질질 싸는 애액 묻혀서.”

자상한 목소리와 달리 담긴 말은 영 천박했다. 그는 마치 즐거운 오페라라도 보는 것처럼, 느긋하게 내 모습을 관망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몸을 샅샅이 훑는 시선이 집요했다. 그런 카일의 태도에 끔찍한 수치심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잠식했다.

“그, 그건 좀…….”

“티아.”

“히끅, 흑…….”

“아니면 내 좆으로 쑤셔 줄까? 아프다며, 아프다고 징징 울어 싸길래 봐줬더니, 자위는 또 못하겠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살갑게 누나, 누나거리던 카일이라고는 차마 믿을 수 없었다. 말 잘 듣던 남동생은 어디 가고, 음탕한 시선으로 내 몸을 훑어 대는 짐승이나 다름없는 사내만이 곁에 남았다.

이 이상 봐줄 생각 없다는 듯 서늘하게 꽂히는 카일의 시선에 나는 결국 스스로 은밀한 곳에 손을 가져다 댈 수밖에 없었다.

훌쩍이며 검지와 중지로 다물려 있던 살을 벌렸다. 그러자 아직 흥분하지 않은 연분홍빛 음핵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슬쩍 카일의 눈치를 한 번 살폈으나 그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계속하라는 듯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흑…….”

수치심에 귀까지 화끈거렸다. 그 와중에 질구는 연신 움찔거리며 투명한 음액을 흘리고 있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못 하겠어.’

나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자 행동을 이어 나가지 않는 내가 답답했는지, 카일이 한숨을 토하며 말했다.

“지금 구멍에 흐르는 애액 묻혀서 음핵 비벼.”

도대체 어떻게 남동생 앞에서 자위를 한단 말인가. 나는 도저히 그를 마주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카일이 봐주지 않는 이상, 나는 그가 말한 행동을 해야 했다.

결국 나는 체념한 채 별다른 저항 없이 울음을 삼키며, 카일의 말대로 구멍에 흐르는 애액을 잔뜩 묻혀 음핵을 향해 서서히 손가락을 올렸다.

“아흣……!”

푹 젖어 미끈한 손가락이 예민한 곳에 닿자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미처 다 흥분하지 않았던 음핵은 점점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뭐 해, 문지르라니까.”

카일이 답답하다는 듯, 나를 재촉했다.

“못 하겠어?”

그가 무심하게 턱짓하며 물었다. 못하겠으면 다시 행위를 이어 가겠다는 듯, 내게 당장이라도 삽입할 것처럼 서서히 다가왔다. 아래에 우뚝 선 성기는 쿠퍼액을 뱉어 대며 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팽팽하게 부풀어 솟아 있는 게 위협적이었다.

아까처럼 아무 준비도 없이 저런 게 처박혔다간 정말 피가 날지도 몰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벌써부터 몸이 찢어지는 고통이 엄습했다.

결국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검지와 중지를 음핵 위에 올려놓은 후, 천천히 원을 그리듯 움직였다. 그러자 카일이 잘했다는 듯 눈매를 살짝 접어 보였다.

“흐응, 흣……!”

아찔한 쾌감이 음부에서부터 천천히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질구는 연신 움찔거리며 수치도 모르고 애액을 흘려 댔다. 배덕한 상황에서 나오는 흥분감과 수치심이 온몸을 잠식했다.

남동생 앞에서 자위 중이라는 것도 잊고, 예민한 성감대가 선사하는 쾌락에 교성이 새어 나왔다.

“하으응…….”

내 손이 음핵을 문지를 때마다 질구는 움찔거리며 무언가를 원한다는 듯 잘게 떨었다. 그 모습을 구경하던 카일이 웃으며 말했다.

“나 티아가 혼자 모조 성기 쑤시는 거 보고 싶어.”

“뭐?”

그러나 내가 되묻기 무섭게 모조 성기가 구멍을 헤집고 찔러 넣어졌다.

“하윽-!”

갑작스러운 삽입감에 놀라 화들짝 몸을 움츠리며 발버둥 쳤다. 그러자 카일이 더욱 가까이 몸을 붙이며, 내가 다리를 오므릴 수 없도록 막았다.

차가운 마력 덩어리가 꼭 다물려 있던 질구를 벌려 젖히니 허벅지 안쪽이 경련이라도 일으키듯 오싹하게 떨려 왔다. 구멍은 카일이 쑤셔 넣은 모조 성기 탓에 한껏 벌어져 있었다. 흥미롭다는 듯 내 음부를 보던 카일이 묘하게 비웃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

“암캐년, 야한 거 봐.”

“그, 그런 말……, 흑, 흐아……, 하지, 하지 마아……, 흑, 카일…….”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하는 내 모양새가 꽤 안쓰러울 법도 한데, 그는 눈 하나 꿈쩍 않았다.

오히려 구멍에 처박힌 모조 성기를 제멋대로 쑤시고 휘저으며 키득거릴 뿐이었다.

“주인님 이름을 멋대로 부르면 안 되지. 혼나야겠네, 티아.”

“아악! 흐악……! 카, 카일, 아, 아니……, 흡, 흐아……, 주인님, 주, 흐아, 주인님, 사, 살살……!”

카일의 것보단 작았으나, 그래도 일반 남성의 성기보다 한참 큰 크기였다. 내가 느끼기 좋게 변형시켜 뒀던 마력 덩어리는 울퉁불퉁한 모양대로 구멍 안을 마음껏 헤집었다.

원치 않았음에도 모조 성기가 내벽을 푹, 푹, 찌르고 들어오면 멋대로 허리가 들썩였다. 애당초 내 몸에 맞춰 자기 위로용으로 만들어 두었던 거니, 느끼지 않기가 더 어려웠다.

“허리 흔드는 거 봐. 티아, 설마 거기에 우리 말고 다른 좆 쑤셔 넣은 건 아니지? 응?”

찌걱이는 소리가 꽤 크게 방 안에 울렸다. 카일은 모조 성기로 연신 내 구멍을 쑤시기 바빴다. 꽤 묵직한 것이 빠르게 구멍을 들락거렸다.

야한 소리와 함께 내가 흘리는 애액으로 음부가 엉망이 됐다. 온몸은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발발 떨려 왔다. 새어 나오는 침과 눈물을 참지 못한 채 나는 그저 시트를 쥐고 교성 섞인 울음만 뱉었다.

“티아.”

“흐악, 흣, 으응……, 하으아……!”

“주인님이 부르는데 대답해야지. 응?”

얄궂게 귓가에 속살거리는 카일의 목소리가 아까보다는 한결 유순해져 있었다.

“흑, 카, 카이일…….”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잘못을 지적하려는 듯, 카일은 다시 한번 엉덩이를 후려쳤다. 찰싹이는 소리와 함께 맞은 곳이 화끈거리며 하얀 살결이 욱신거렸다.

“주, 주인, 흣, 님, 흐으응……!”

그의 손이 엉덩이를 후려칠 때마다 구멍이 움찔 떨렸다. 짙은 쾌락에 빠져 허우적대던 것도 잠시. 순간 카일의 손이 내 발목을 하나로 모아 천장을 향해 치켜들었다.

“흐아, 읏!”

두 다리는 다물린 채로 그의 손 안에 결박되었다. 무릎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하, 하지……, 흣, 하지, 마아……!”

그 상태로 카일은 더욱 빠르게 모조 성기를 찔러 넣었다. 검붉은 모조 성기가 뽀얀 살 틈을 사정없이 왕복했다. 찌걱이는 소리가 끊기지 않고 방을 메웠다. 다리가 오므려진 탓에 그가 거칠게 모조 성기를 찔러 넣을 때마다 음핵도 함께 문질러지는 기분이었다.

“좋아?”

“흐윽, 흣…….”

“응? 주인님 말에 대답해야지. 어제는 좋다고 앙앙 울었잖아.”

카일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훑었다. 비뚜름히 올라간 입꼬리가 얄궂었다.

안쪽 깊숙이 박혀 있던 모조 성기가 질구까지 아슬하게 빠져나가더니 단번에 끝까지 쑤셔 박혔다.

“하윽……!”

허리가 잔뜩 휘어지며 눈이 뒤집힐 듯, 바들바들 떨렸다. 약에 취한 사람처럼 꺽꺽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했다. 그가 깊숙이 찔러 넣은 모조 성기를 빙글 돌렸다. 그러자 만들어진 귀두 모양대로 내벽이 세게 짓눌렸다.

“흐응, 흣, 아……! 주, 주인님, 주인님……!”

애달픈 쾌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더듬더듬 카일의 팔뚝을 붙잡았다. 그러자 카일이 진위를 알 수 없는 미소를 그리며 나를 바라봤다.

마치 이래도 정말 어젯밤이 강제였냐는 듯한 시선이었다.

당장 지금만 해도 그랬다. 고통으로 시작됐던 관계를 어느새 나도 즐기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수치심과 배덕감 그리고 죄책감이 마음을 짓누르며 지금 이 상황을 더욱 흥분시켰다. 느릿하게 휘젓는 모조 성기가 놀리듯 옅은 쾌감을 선사했다.

“제, 제발, 제발…….”

나도 모르게 잇새로 애원하는 듯한 말이 흘렀다. 그러자 카일이 쿡쿡거리며 비뚜름히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제발?”

움찔움찔 허리를 들썩이며 나도 모르게 모조 성기를 향해 구멍을 비벼 댔다. 그러나 모조 성기답게 차가웠다.

“주, 주인님 거, 주인님 거 해 주세……, 흑, 해 주세요…….”

“이거 봐, 결국 박아 달라 조를 거면서 어젯밤이 정말 강제였다고?”

수치심에 고개가 푹 떨궈졌다. 뺨을 타고 눈물이 뚝뚝 흘렀다. 창피해서인지 좋아서인지 나조차도 뜻을 모르는 눈물이었다. 옅은 모멸감에 입술을 세게 짓씹었다. 그러자 카일의 손이 짓씹힌 입술을 지분거리며 만류했다. 그러고는 가볍게 입을 맞췄다.

힐끔 고개 들어 그의 눈치를 살피니 흉흉했던 눈매가 한층 누그러져 있었다.

“울지 마, 누나.”

버릇없이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어느새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살갑게 누나라 부르기 시작했다.

“나 누나가 정말 좋단 말이야.”

어딘지 모르게 시무룩한 말투였다. 귀와 꼬리가 있다면 축 처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내겐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거칠어진 숨을 고르기 위해 카일에게 매달려 할딱일 뿐이었다.

“누나도 내가 좋지?”

카일은 그런 나를 보더니 평소처럼 싱긋 웃었다. 보기 좋게 접힌 눈매가 유독 순해 보였다. 방금까지 제 누나를 겁탈하던 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카일이 깊숙이 쑤셔 넣었던 모조 성기를 뽑아냈다. 차가운 성기가 내벽을 훑으며 구멍 밖으로 빠져나갔다.

“흣…….”

내가 옅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 돌리자, 카일이 내 턱을 붙잡고 억지로 저와 눈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어디 봐.”

민망해서 그렇다고 대꾸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카일은 한껏 부푼 귀두를 질구에 비볐다. 그러고는 퍽 다정한 손길로 도톰해진 음핵을 짓눌렀다. 천천히 살점을 문지르는 손짓과 동시에, 음란하게 젖은 구멍 틈을 비집고 큼직한 좆이 삽입되기 시작했다.

“하으…….”

애무도 없이 생살을 가르고 처박혔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쾌락이 몸을 휘감아 왔다. 모조 성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촉감에 나는 몸을 파르르 떨며 카일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카일이 제 질문에 대답하라는 듯 한 번 더 나를 보챘다.

“응? 누나도 나 좋아?”

“조, 좋아, 좋아, 카일…….”

집요하게 묻는 행동에 나는 별다른 저항 없이 그가 원하는 말을 들려주었다.

애당초 나는 처음부터 카일을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비단 카일뿐만 아니라 하일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어릴 적부터 양녀인 내게 텃세 없이 무척 잘 대해 줬었고, 훤칠한 외모와 다정다감한 성격 그리고 높은 신분까지 빼놓을 것 없이 완벽했으니 싫어하기가 더 어려울 노릇이었다.

내 대답에 기분 좋다는 듯 배시시 웃어 보인 카일이 살며시 입을 맞춰 왔다. 말캉한 촉감에 홀린 듯이 입술을 벌리자 기다렸다는 듯, 혀가 안으로 침범해 왔다. 그가 여린 잇몸과 천장을 훑으며 느리게 허릿짓 하니 찌르르, 울리는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그 아찔함에 나도 모르게 카일의 어깨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흐으, 아……!”

카일의 입을 통해 힘겹게 공기를 받아 마셨다. 뭉개진 입술 틈 사이로 젖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래를 푹, 푹 찌르고 들어오는 감각에 하체가 마비될 것만 같았다. 굵고 두툼한 귀두가 연신 내벽을 긁으며 움직여 댔다. 그러자 간질간질한 쾌감이 온몸을 잠식했다.

카일이 낭창하게 흔들리던 내 몸을 세게 끌어안았다. 나는 그에게 안긴 기분이 좋아 품속으로 더욱 파고들어갔다.

우리는 질척하게 입을 맞추고 몸을 섞었다. 남매 사이에 이루어져선 안 되는 행위들이었다.

아무리 내가 욕구 불만이라고 한들, 마냥 이 행위를 받아들여선 안 되는데…….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으나 멈추지 못했다. 나도, 카일도.

확실한 건 이 행위의 끝이 마냥 강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것이었다.

* * *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건 카일의 가슴팍이었다. 그러자 어젯밤의 잔상들이 생생하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졸음이 가득 묻은 눈을 몇 번 더 끔뻑이고 나서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어제 결국 카일이랑 또…….’

한숨이 절로 흘렀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멋대로 구는 카일을 밀어내지 못했다. 아니, 밀어내지 않았다.

이렇게 휩쓸리면 안 되는데, 싶으면서도 쉽지 않았다. 애당초 카일과 하일은 잘생겼으니까. 그것도 아주 많이.

개연성? 감정선? 다 필요 없다.

조각 같은 얼굴이 개연성이고, 탄탄한 복근이 감정선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뒹굴었는지, 쓰라린 음부와 팅팅 부은 유두를 보며 끙, 앓는 소리를 흘렸다. 그러다 물이라도 마시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감겨 있던 카일의 속눈썹이 올라가며, 루비 같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누나, 일어났어?”

그가 해사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얼굴에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뭐 막판에는 나도 좋아서 즐기느라 더 해 달라고 졸랐다지만, 그래도 시작은 강압적인 관계였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카일의 부름에 일부러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카일과의 관계가 좋았다는 건 확실했으나, 그것과 별개로 그가 어제처럼 멋대로 굴게 둘 생각은 없었다.

이건 카일뿐만 아니라 하일에게도 해당하는 소리였지만…….

힐끔 내려다본 내 몸은 말끔히 씻겨 있었다. 도중에 혼절했던 것 같은데, 정액으로 범벅됐던 몸이 지금은 뽀송하니 깔끔했다.

내가 대답이 없자 초조했는지 카일이 조심스럽게 나를 붙잡았다.

“누나, 왜 대답이 없어.”

그가 한 번 더 나를 불렀다. 나는 일부러 눈을 뾰족하게 뜨고 카일을 흘겨보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카일이 머뭇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미안해, 많이 아팠어?”

어제는 그렇게 사납게 으르렁거리더니, 오늘은 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풀 죽은 강아지처럼 내 눈치를 살핀다.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같은 모양새가 멋대로 심술부리던 어젯밤과 사뭇 다르다.

카일은 내가 대답이 없자 화난 거라 생각한 건지,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순간 우물쭈물하는 카일의 모습에 심장이 멋대로 쿵쾅이기 시작했다.

‘미쳤나 봐……! 카일 엄청 귀여워!’

무려 남동생에게, 강제로 겁탈당했으니! 분명 화가 나야 정상인데 화가 안 난다.

저 얼굴을 보라, 대체 어떻게 화를……, 하.

살짝 내리깔린 속눈썹, 처연하게 떨리는 붉은 눈동자, 움찔거리며 달싹이는 입술까지.

‘원작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그냥 얘네랑 쓰리썸 하면서 살까.’

위험하다. 남동생 얼굴이 너무 위험해!

‘어차피 피도 안 섞였잖아.’

입술을 잘근 씹으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삼 초 전까지만 해도 두 번 다시 이런 짓 못하게 혼쭐을 내 줘야겠다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 멋대로 흐트러진 짧은 흑발과 졸음이 묻은 눈매는 왜인지 선정적이었다. 그린 듯한 입술로 어제 나를 그렇게 농락했던 걸 떠올리니 몸이 달아오르는 건 당연지사였다. 시선을 살짝 더 내려 탄탄한 복근과 수려한 손까지 보니 아래가 움찔거리며 나도 모르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어제 저 손으로 그렇게 나를 쑤시고 괴롭혔단 말이지……?

꿀꺽, 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아, 진짜 그냥 정신 놓고 왼 카일 우 하일 끼고 살까.

“누나……, 미안해.”

내가 얼마나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카일은 연신 미안하다 읊조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단단한 가슴팍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내 얼굴에 맞닿았다.

기분 좋다. 그것도 아주 많이. 굉장히!

나도 모르게 손이 멋대로 그의 허리춤을 끌어안으려 했다.

‘저 복근 한 번만 빨아 보고 싶……, 아, 아니 이게 아니라…….’

큼큼, 진정하자. 진정해.

내 눈치를 살피는 카일이 귀여웠다. 마음 같아선 당장 그를 끌어안고 괜찮다며 부둥부둥 하고 싶었다.

‘아니야, 아무리 잘생겨도 그렇지…….’

냉큼 좋다고 하면 좀 그렇잖아.

‘……튕겨 볼까.’

애달아 내 눈치를 살피는 카일이 귀엽기도 했고, 어제 일에 대해서는 조금 버릇을 고쳐 놔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목소리를 평소보다 낮게 깔았다.

“이거 놔.”

그러고는 나답지 않게 딱딱한 투로 말했다. 그러자 카일은 당황한 듯 입술을 벙긋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누나…….”

그는 당장에라도 눈물을 글썽일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놓으랬더니 더 세게 끌어안다니……!’

고맙다, 동생아……, 역시 일부러 튕기길 잘했어. 내 선택 틀리지 않았어!

단단하게 몸에 비벼지는 근육들이 생생했다. 조각 같은 몸에 안겨 있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려 했다. 나는 애써 미쳐 날뛰는 마음을 달래고 눈을 감았다.

떡 벌어진 어깨와 적당히 핏줄 선 팔뚝 그리고 그린 듯한 복근까지.

‘행복해…….’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틀림없다.

[카네스티아 아르젠트. 남동생의 근육이 너무 좋아서 향년 21세, 심장 마비로 생을 마감하다.]

터무니없는 망상을 하며 한참 카일의 품을 느낄 무렵이었다. 내가 반응이 없자 초조했는지 카일이 무어라 말을 중얼거렸다.

“미안해……, 많이 아파? 어제 약 발랐는데……, 역시 안 되겠다, 다시 발라 줄게.”

응? 약? 무슨 약?

되물을 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카일은 나를 끌어안았던 팔을 풀고는 허겁지겁 침대 옆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서랍에서 웬 연고를 꺼내 들었다.

“그거 무슨 약이……, 꺄, 꺄악-!”

무슨 약이냐는 물음을 다 뱉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가 내 다리를 확 벌려 젖혔다. 놀란 나머지 비명이 내질러졌다.

“카일! 무슨 짓이야-!”

내가 버둥거리며 목소리를 높이자, 카일이 놀란 듯 입술을 달싹였다.

“미, 미안해. 다시 약 발라 주려고…….”

그가 눈을 질끈 감고 내게 사과했다.

억지로 벌려진 다리 탓에 꼭 숨어 있던 음핵이 그 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카일의 품에 안겨 있던 것 때문인지, 흥분한 음핵은 도톰하게 부풀어 있었다.

민망한 나머지 허겁지겁 다리를 다물려 하자 카일이 살짝 눈을 떴다.

“보지 마!”

흥분한 음부에서는 원치 않았음에도 끈적한 애액이 흘렀다. 이런 내 몸 상태를 카일이 본다면 난감했다.

‘아침부터 동생한테 안겨 흥분한 꼴이 되잖아.’

물론 그게 사실이었지만 창피했다. 죽어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일의 시선이 힐끔힐끔 내 다리 사이로 향했다.

설마 봤나? 흥분한 걸 본 거야?

“누나 젖었는데…….”

아, 젠장.

“괜찮아?”

“뭐, 뭐가! 뭐가 왜 뭐!”

애써 태연한 척, 고개를 도리질 쳤다. 그러고는 비키라는 뜻을 담아 버둥거렸다. 그러자 카일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이거 봐, 누나. 여기 완전 젖어서 질질 싸는데…….”

예고 없이 치고 들어온 외설적인 말에 얼굴이 확 붉어졌다. 카일의 중지가 슬쩍, 질구로 향했다.

“어쩌지…….”

그는 곤란하다는 듯, 구멍을 톡톡 건드렸다.

황홀했던 어제의 기억 때문일까, 카일의 손길이 닿자 오싹한 기분과 함께 음액이 더욱 질척하게 흘러내렸다.

카일이라면 내가 이런 상태가 됐으니, 어젯밤처럼 야한 말로 날 농락하며 제 좆을 처박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내심 또다시 찾아올 쾌감에 심장이 콩콩 뛰었다.

“안 돼, 누나. 흥분하지 마.”

“……응?”

“약 발라야 해서 안 돼.”

그러나 카일은 내 기대감을 시원하게 깨트렸다.

그의 아래도 팽팽하게 발기해 아플 정도로 부푼 듯했으나, 어제처럼 달려들 기미는 조금도 없었다.

발정난 개새끼처럼 좆질하던 모습과 사뭇 달라 당황스러웠다.

“이걸 어쩐다.”

그는 오히려 내가 흥분해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는 마치 의사 선생님이라도 된 것처럼 진지하게 내 아래를 보며 고뇌하고 있었다.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카일의 반응에 괜히 나만 민망해졌다. 차라리 카일도 좋다고 달려들면 창피하진 않을 텐데…….

내가 붉어진 얼굴을 숨기며 입술을 짓씹자, 카일이 물었다.

“누나, 하고 싶어?”

“아, 으, 어? 아, 아니……, 내, 내가 그럴 리 없잖아-!”

“하지만 여기 계속 움찔거리는데.”

“으으…….”

카일이 유심하게 내 아래를 보며 말했다.

“근데 구멍 주변이 발갛게 달아올랐어……. 쓰라릴 거 같은데……, 하지는 못하겠다.”

그의 말마따나 아래가 쓰리긴 쓰렸다. 그러나 아픈 정도도 아니었고, 젖기 시작하니 쓰라린 기분도 거의 들지 않았기에 관계에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괜찮다고 말하기도, 안 괜찮다 말하기도 우스웠다.

‘여기서 괜찮다고 하면, 안 아프니 박아 달라는 거야 뭐야.’

그래, 차라리 안 괜찮다고 징징대자.

그 순간이었다. 카일이 나를 번쩍 들어 안더니, 제 가슴팍에 등을 기대어 앉게 만들었다. 그의 다리 사이로 내 엉덩이가 닿자 카일의 성기가 더욱 팽창하며 나를 쿡쿡 찔러 대는 게 느껴졌다.

“카일……? 가, 갑자기 무슨…….”

순식간에 변한 자세에 놀라 버둥거리자, 카일이 능숙하게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괜찮아, 기분 좋게 해 줄게.”

“뭐?”

카일의 다리가 내 다리에 꼬아졌다. 그는 옴짝달싹 못하게 나를 끌어안은 뒤 멋대로 내 다리를 벌렸다.

“지금 무슨……!”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일을 돌아봤다. 그러자 카일은 배시시 웃어 보이며 내 목덜미에 입술을 지분거릴 뿐이었다.

“쉬이, 괜찮아. 누나 아래 젖었잖아.”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몸은 착실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카일의 손이 허벅지 안쪽을 더듬거리며 천천히 음부로 향했다.

“흐으…….”

기사답게 큼직한 손이 장난치듯, 갈라진 살 틈을 문질렀다. 그러다 이내 음순을 활짝 벌리고 튀어나온 음핵을 더듬거렸다.

“하, 하지 마……, 흣.”

나는 몸을 비틀며 그에게서 벗어나려는 시늉을 했다.

응, 시늉만.

어차피 즐길 거 그냥 마음 편히 즐기지 뭘 싫은 척하냐고?

전 연령 로판 여주에 빙의한 내 마지막 모럴이다.

“카, 카일…….”

가냘픈 목소리가 애처롭게도 흘러나왔다. 카일의 한 손은 내 가슴을 움켜쥐었고, 다른 한 손은 음핵을 톡톡 긁으며 간지럽혔다.

“하, 하지 마아……, 흣.”

괜히 하지 말라는 추임새를 넣어 주며 몸을 배배 꼬자 그가 내 목덜미에 입술을 비볐다. 뜨겁고 말캉한 게 닿자 기분이 오묘했다.

“누나, 아래 보여?”

“흐응, 아, 아흑…….”

“이거 봐, 엄청 젖었어. 질척해.”

그가 제 손끝에 묻은 애액을 보여 주며 작게 웃었다. 웃는 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들려와 목덜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여기 빨개졌어, 귀엽다.”

질구에 흐르는 애액을 음핵까지 쓸어 올리며 그가 중얼거렸다.

“빨고 싶어.”

“으응……, 흣, 무, 무슨 그런 말을……!”

아무리 우리가 벌써 두 번이나 몸을 섞었다지만, 어떻게 저런 말을 거침없이 뱉는 건지……. 들을 때마다 민망했다. 물론 흥분되기는 했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귀까지 화끈거리는 기분이다.

‘말은 카일이 하고 수치심은 내가 느끼다니.’

길쭉한 손가락 두 개가 다물린 살 사이를 비집고 들어차 있었다. 카일의 손끝이 튀어나온 음핵을 느릿하게 쓰다듬고, 문지르고, 살살 긁어 대며 나를 흥분시키는 데 집중했다.

“흐아, 카, 카이일……, 읏, 흐으…….”

“누나는 흥분하면 꼭 그렇게 야하게 나 부르더라.”

쪽, 카일의 입술이 볼에 닿았다 떨어졌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맨몸이 기분 좋았다. 품 안에 안겨 달달 떨며, 절정을 맞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남동생 손에 질질 싸는 음탕한 보지 좀 봐.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보겠어. 그치?”

“흐아, 흡……, 카, 카일, 카일……!”

“응, 누나.”

그의 중지가 볼록 솟은 살점을 꾸욱 짓눌렀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움찔하며 허리를 퉁겼다.

“하읏……!”

“좋아?”

내 반응을 살피던 그가 키득거리며 천천히 빙글빙글 제 손을 돌리기 시작했다. 흥분한 음핵이 남동생의 손가락 아래에 문질러지며 힘없이 농락당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내 몸은 견디기 힘든 쾌락이 찾아오자 또다시 찔끔 눈물을 흘렸다. 생리적인 눈물이었다.

“왜 울고 그래, 더 울리고 싶게.”

“흑, 흐아……, 아, 아앗!”

카일이 갑작스레 속도를 높였다. 느릿하게 돌아가던 손가락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흥분한 여린 점막을 비벼 대기 시작했다.

“아흐, 흣, 흐응…… 하, 하으, 카이일, 카일……!”

눈물 탓에 시야가 뿌예지고 몸은 영혼이 빠진 것처럼 카일이 흔드는 대로 맥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음핵만 문지르는 애무만으로는 아쉬웠다. 오히려 흥분만 더해질 뿐, 해소되는 기분이 아니었다.

허리가 움찔거리며 저도 모르게 좆을 찾아 몸을 비벼 댔다. 엉덩이에 닿은 카일의 성기가 구멍에 처박히길 바랐다.

“안 돼, 누나. 내 거 넣으면 아플 거야.”

“흐으, 괘, 괜찮은데……, 흑, 빠, 빨리 해 줘어…….”

결국 수치도 모르고 잇새로 그를 애원하는 말이 흘러 나갔다. 그러나 카일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제 손으로 음핵만 문지를 뿐이었다. 그가 일정한 속도로 빠르고 강하게 원을 그리며 살점을 비벼 대자, 시야가 점멸하는 것만 같았다.

“흐아, 흐…….”

카일의 왼손이 음부로 내려와 다물린 살을 강제로 벌렸다. 그러자 여린 붉은 빛 점막과 그 중심에 톡 튀어나온 음핵이 속절없이 외부로 노출됐다.

“박아 달라 울지 말고 여기 잘 봐.”

그가 낮게 그르렁대며 말했다. 카일의 오른손이 벌어진 살 사이의 음핵을 다시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한껏 팽팽해진 은밀한 부위는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어 너무나 쉽게 유린당했다.

“아흣, 흐, 흐아아……, 조, 좋아, 좋아 카일, 흐응……, 읏!”

“좋아? 응? 남동생이 만져 주는 게 그렇게 앙앙댈 정도로 좋아? 우리 누나, 예쁘다. 상이라도 줘야겠는데?”

거친 카일의 손 아래서 농락당하던 음핵은 일순 절정을 맞은 건지 빳빳하게 부풀었다.

“하으…….”

나도 모르게 발이 곱아들었다. 몸은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경직됐다. 음핵부터 허벅지 그리고 허리까지 오싹한 기분이 들며 파르르 떨렸다.

낯선 감각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숨을 헉 들이마시고는 눈물만 줄줄 흘렸다.

그러나 이 절정이 흥분에서 나를 해소시켜 주진 못했다. 오히려 몸만 더 예민하게 달아오를 뿐이었다. 카일은 절정에 굳은 내 몸을 쓰다듬으며 나를 안은 채, 침대에 누웠다. 순식간에 그의 몸 위에 눕혀진 나는 놀란 나머지 허겁지겁 내려오려 했다.

“뒤돌아 봐.”

“앗……!”

내가 움직이려 하자, 카일이 순식간에 나를 밀쳤다. 정확하게는 내 얼굴을 자신의 성기 쪽으로 밀쳤다. 그러고는 다리를 잡아당겨 내 음부가 자신의 얼굴 가까이 오도록 만들었다.

“다리 벌려.”

“카일, 뭐, 뭐 하려고……!”

“상 줄게.”

상이라니, 그게 뭐냐며 되물을 틈도 없었다. 어버버 하는 사이 뜨거운 무언가가 구멍을 비집고 들어왔다. 손도, 좆도, 모조 성기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말캉하고 부드러운 생소한 촉감이었다. 놀란 나머지 파닥거리며 허리가 튕겨졌다.

“하읏, 흐, 지금 무슨……!”

낯선 감각에 상체가 힘없이 무너졌다. 얼굴 곁에서는 두꺼운 성기가 꺼떡이고 있었다. 까슬한 음모가 볼을 간지럽혔다.

“구멍이 박아 달라길래.”

뒤를 돌아보자 카일이 묘하게 웃으며 제 혀를 내밀어 보였다.

설마 지금 혀 넣은 거였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다시금 뜨겁고 말캉한 무언가, 아니 카일의 혀로 추정되는 것이 구멍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구멍 안쪽을 문지르며 할짝이기 시작했다.

“흐아, 아, 아으……! 이, 이상해, 흡…….”

“이렇게 하면 안 쓰라리지?”

음액과 침으로 축축한 혀가 내벽 안쪽을 쓰윽, 둥글게 훑었다. 놀란 나머지 몸이 떨리며 구멍이 수축했다.

확실했다. 카일은 지금 제 혀로 난잡하게 구멍을 쑤시고 있었다.

츄릅, 츄릅거리는 해괴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난생처음 느끼는 생소한 삽입감에 나는 그의 몸 위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뜨겁고 말캉한 무언가가 계속해서 느끼는 곳을 핥아 댔다.

“흐아……, 아응, 거, 거기, 흣…….”

눈앞에는 육중한 남동생의 성기가 쿠퍼액을 토해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핏줄이 울퉁불퉁 올라 선 검붉은 색의 좆이 이상하게 달콤한 과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홀린 듯 그의 기둥을 잡고 귀두를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우응, 읍…….”

입 안을 꽉 채운 느낌이 기분 좋았다. 나는 이빨을 죽이고 말캉한 입술과 볼살, 그리고 혀로 귀두를 감싸며 맛있는 것이라도 먹는 것처럼 빨아 댔다. 그러자 카일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렀다.

“아, 누나 잠깐만……, 윽…….”

갑작스레 제 것을 입에 넣어 놀랐는지, 카일의 표정에 당혹감이 가득 서렸다. 함께 지내 오며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에 묘한 기분이 들어 괜스레 더 놀리고 싶어졌다.

내가 혀끝으로 귀두 중앙을 비비듯 핥자 놀란 카일이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안 돼…….”

“응?”

“하지 마, 누나한테 박고 싶어지잖아.”

카일은 새빨개진 얼굴로 제 입술을 잘근 씹으며 흥분을 죽이려는 듯 내 시선을 피했다. 묘하게 귀여운 반응이었다. 밑에서 꺼떡거리는 성기는 여전히 탁한 액을 뱉어 내고 있었다.

사람 심리란 원래 그렇지 않은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거.

한참 곤란해하던 카일은 결국 제 흥분을 죽이기로 마음먹은 건지, 어정쩡하게 앉아 기사도를 1장부터 읊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짓궂은 장난기가 더욱 동했다.

“기사도 제1장 1조 제국의 기사는 언제 어디서나 명예를 바쳐……, 윽…….”

놀리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다시 한번 그의 성기를 입에 물었다. 그러자 카일의 한쪽 눈이 찡그려졌다.

“큿……, 누나 정말 그럴 거야?”

조금 무리해서 귀두가 아닌 뿌리 끝까지 입 안으로 밀어 넣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우응…….”

두꺼운 성기가 입에 물려 있으니 무어라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며 천천히 움직일 뿐이었다.

“하, 씨발.”

카일의 표정이 구겨졌다. 저급한 욕을 입에 담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치였다. 생각보다 더 효과가 셌는지, 그가 한 번 더 작게 욕설을 읊조리며 큼직한 손으로 내 뒷머리를 잡아챘다.

“누나가 시작한 거야.”

그러고는 강하게 내 머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읍, 우으……, 으……!”

강제적으로 퍽퍽, 목 끝까지 찔러 오는 성기에 기어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비릿한 액이 연신 목을 타고 넘어갔다. 맛이 씁쓸했다.

“그렇게 남동생 좆이 먹고 싶었어? 응?”

아, 또다. 흥분해서 말 험하게 하는 거.

전부터 느낀 거지만, 카일은 흥분만 하면 말이 험해진다. 평소엔 살갑게 누나, 누나거리던 애가, 아예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같다.

입 안에 든 카일의 성기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 턱이 얼얼했고 거칠게 기둥이 비벼지는 입술은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응……, 으……”

눈물과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카일에게 잡힌 머리채는 어찌나 세게 흔들리는지 어지러워 시야를 제대로 잡을 수도 없었다.

울퉁불퉁 돋은 핏대가 고스란히 입 안 점막에 느껴졌다. 거칠게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기둥 아래를 혀로 살짝 핥자 카일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렀다. 그리고 순간 성기가 뽑혀 나가면서 두툼한 귀두가 입술을 훑고 지나갔다.

입 안에서 빠져나간 성기는 바로 내 앞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아까보다 훨씬 부풀어 있었다. 이게 진짜 내 안에 들어왔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두껍고 큰 크기였다.

좆을 빼냈음에도, 카일은 내 머리를 놔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손에 쥐었다.

그의 손이 슥슥 마찰 소리를 내며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였다. 이렇게 가까이서 남자의 성기를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민망한 나머지 시선을 옆으로 흘겼다. 그러자 카일이 목소리를 낮추며 나긋하게 속삭였다.

“잘 봐.”

“카, 카일…….”

“눈 돌리지 말고 누구 보고 선 좆인지, 똑바로 봐.”

귓가에 속살거리는 중저음이 감미로웠다.

그가 연신 제 성기를 문지르며 위아래로 흔들어 대자, 성기 끝의 쿠퍼액이 주륵, 흐르며 일순 귀두가 붉게 달아올랐다.

“큿…….”

남동생의 짧은 신음 소리, 흥분감에 찡그려진 표정.

배덕감에 심장이 쿵, 쿵 뛰었다. 그 순간이었다. 카일의 성기는 한차례 꼿꼿이 서 움찔하더니, 머지않아 나를 향해 탁한 액을 흩뿌려 댔다.

“아-!”

피하려 했으나 카일에게 턱을 붙잡힌 탓에 피할 수도 없었다. 눈을 질끈 감자 뜨겁고 진득한 액체가 뺨과 이마, 입술 곳곳에 뿌려지는 게 느껴졌다.

머지않아 숨을 고르는 듯한 카일의 숨소리가 들렸다. 사정을 모두 마친 모양이었다.

살짝 눈을 뜨자 흥분이 다 가시지 않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그가 보였다.

“누나 진짜 존나 예뻐.”

달뜬 숨을 뱉으며 느른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카일은 상당히 위험했다. 여기서 더 그를 자극했다간 정말 아침부터 허리가 큰일 나겠구나 싶어 후다닥 침대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자 카일이 내 손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읏…….”

“이리 와.”

순식간에 카일의 품 안에 가둬졌다. 방금 막 사정을 마친 탓인지, 배부른 맹수처럼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답지 않게 나른해 보이기도 하고.

카일은 내가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붙잡더니 곁에 놓인 티슈로 얼굴에 묻은 정액을 조심스레 닦아 주기 시작했다. 그 손길은 하일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무식한 놈이라는 말과 달리 세심한 손길이었다.

“같이 씻을래?”

나는 흠칫 몸을 굳혔다가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부정의 뜻이었다.

‘같이 씻으면 안에서 분명 한 번 더 하게 될 거 같은데…….’

아침부터 사람 잡으려고……!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카일이 작게 웃으며 내게 입 맞췄다. 쪽 소리와 함께 맞닿은 입술은 금세 떨어져 나갔다.

“알겠어, 그럼. 씻고 나와.”

웬일로 카일은 순순히 나를 보내 주었다. 사정의 여운 덕분에 평소보다 순해진 느낌도 들었다.

‘마음 바꾸기 전에 얼른 씻으러 가자.’

방 안에 있는 욕실로 향하던 중, 슬쩍 뒤를 돌아보자 대충 옷을 챙겨 입는 카일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내 시선을 느낀 건지, 셔츠 단추를 채우다 말고 나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카일이 싱긋 웃었다.

“얼른 씻고 다이닝 룸으로 와. 아침 먹어야지.”

기분 좋게 미소를 그린 카일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방을 나갔다.

목욕을 도울 하녀를 부르고 싶었으나, 아직까지 방 안에 열기가 가득 찬 느낌이었다. 민망한 나머지 나는 후다닥 욕실로 향했다.

* * *

“카일.”

카일이 티아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마주친 건 하일이었다. 그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저와 똑 닮은 제 형제를 바라봤다.

“단독 행동 하지 않기로 했잖아.”

하일이 묘하게 구겨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카일이 작게 한숨을 뱉었다.

‘눈치 빠른 새끼.’

그새 그걸 또 알아차렸어?

못마땅하다는 듯 하일을 마주하자 그가 투덜거렸다.

“뭐 네놈이야 안 봐도 뻔하지. 누이께서 신경 거슬리는 말 좀 했다고 곧장 좆대가리 세우고 쳐들어갔을 거.”

부서진 티아의 방문을 보며 하일이 쯧쯧거렸다. 정곡을 콕 찔린 카일은 짜증스럽다는 듯 제 머리칼을 헤집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잘 아네.”

“조심해, 그러다 누이께서 저번과 같은 선택을 하시면…….”

“눈알 데굴데굴 굴리면서, 우리한테서 벗어날 궁리 하는 게 요망하기 짝이 없는데 그걸 두 눈 뜨고 보고만 있으라고?”

제 말을 끊고 곧장 불만을 토로하는 카일을 보며 하일이 이마를 짚었다.

“알겠어, 알겠어. 후……, 이번은 내가 누이 방 주변 사용인들을 모두 물려서 망정이지, 다음부턴 정신머리는 챙기고 그러자. 응?”

하일이 카일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그러자 짜증 가득해 보이던 카일은 어느새 호탕하게 웃으며 하일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꽤 친근해 보이는 모양새였다.

“아, 어쩐지 방 주변에 인기척이 하나도 안 느껴지더라, 너였냐?”

“그래, 이 무식한 놈아.”

“잘했어, 잘했어. 역시 네가 최고다.”

“……하여튼 말은 잘해.”

하일이 장난스레 주먹으로 카일의 옆구리를 퍽, 치며 중얼거렸다. 키득대며 달라붙는 카일이 귀찮은지, 하일의 표정엔 언짢음이 가득 서려 있었다.

그런 둘 사이를 비집고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어딜 다녀오는 게냐.”

카제프였다.

그 목소리에 놀라 몸이 굳어진 건 하일이었다.

“어, 형님! 아침 먹으러 가는 중?”

해맑은 카일과 달리 하일의 눈동자는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잠시 카일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리고 은근히 둘을 경계하는 듯한 눈치를 보이는 건 카제프도 마찬가지였다.

비범할 정도로 생각이 깊고 똑똑한 하일과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천재적인 검술 실력을 타고난 카일.

둘과 달리 카제프는 비교적 평범한 귀족 영식인 편이었다. 혼인 적령기가 살짝 지난 건 아쉬웠으나, 애당초 남자에게 혼인 적령기는 무의미했으니 그다지 흠이랄 것도 없는 부분이었다.

후작을 닮아 검은 머리칼을 가진 둘과 달리 그는 후작 부인을 쏙 빼닮아 단정한 백금발과 푸른 눈동자가 잘 어울리는 사내였다.

얼핏 본다면 셋이 형제라는 걸 알 수 없을 정도로, 카제프는 둘과 무척 닮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제 동생들이 후계 자리에 욕심내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그들보다 몇 배로 더 검술이든 학문이든 노력하곤 했다.

하일과 카제프 사이 묘한 눈빛이 오가자 카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사고를 치고도 태평한 카일과 달리, 하일은 무언가 의심하는 듯한 카제프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황태자 탄신 연회가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곧 원작이 시작된다는 것에 대한 긴장이나 떨림은 전혀 없었다. 이미 동생들과 뒹굴 대로 뒹굴어 버렸고, 이렇게 된 마당에 내가 황태자비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은 들지도 않았다.

“누나, 드레스 왔다며!”

“노크 하고 열어야지, 누이께서 놀라신다.”

완성된 드레스를 입어 보고 있자, 카일과 하일이 드레스 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허겁지겁 들어오는 카일과 그런 그를 만류하며 혀를 차는 하일. 언제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저택 풍경이었다.

“카일, 놀랐잖아……!”

그의 잘못을 지적하며 혼을 내려 했으나, 카일은 능글맞게 키득거리며 알았다는 말만 늘어놓았다.

“미안, 미안. 얼른 누나 새 드레스 보고 싶어서.”

그러고는 성큼 다가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근데 드레스보다 누나가 더 예쁘다.”

하일은 카일의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곧장 그를 떼어 놓으며 내 드레스를 세심히 살펴 주었다.

“더 이상 수선이 필요 없을 것 같군요.”

“네가 봐도 그렇지?”

“네, 누이. 지금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잔뜩 흐트러진 모습의 카일과 달리 하일은 집 안에서도 칼같이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단정하고 반듯한 귀족의 정석 그 자체였다. 하일은 저택 안에만 있더라도 꼭 셔츠를 목 끝까지 잠근 뒤, 브로치까지 달고 있곤 했다. 대강 와이셔츠를 풀어 헤치고 돌아다니는 카일과 쌍둥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내 드레스를 살피는 하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 순간 허공에서 눈이 마주쳤다. 피가 섞이지 않았음에도 똑 닮은 벽안이 서로를 마주했다.

그러나 하일과는 처음 밤을 지낸 후로 무언가 딱히 접점도 없었고, 묘하게 서먹해진 사이였기에, 그가 보이는 관심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내가 불편해하는 걸 느꼈는지, 하일이 훅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누이, 허리 여유는 좀 어떻습니까.”

“괘, 괜찮아…….”

힐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가까워진 탓에 하일의 체향이 코앞에서 훅 끼쳤다. 그런 나와 하일 틈 사이로 카일이 비집고 들어오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누나는 연회 가면 멜론 완전 많이 먹잖아, 많이 먹으려면 여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허리 치수 딱 맞아 보이는데, 그래서 멜론 많이 먹을 수 있겠어?”

“카일! 내가 언제 많이 먹었다고!”

나와 카일이 투닥거리자 뒤에서 하일이 내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새 카일과 몇 번 뒹구셨다고, 저보다 카일이 더 편해지신 겁니까.”

그러고는 쪽 소리와 함께 목과 어깨선에 입술을 지분거렸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온몸의 솜털이 삐쭉 서는 기분이었다.

하일은 카일과 내가 단둘이 관계를 가졌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는 듯 속삭였다. 묘하게 샘내는 것 같기도 한 태도였다. 당황한 나머지 그를 부르자, 감미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속살거렸다.

“하, 하일……!”

“네, 누이.”

맑고 청량한 벽안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하일에게서 풍기는 인위적인 민트 향이 시원하게 코끝을 간질였다. 향수를 뿌리지 않아 제 체향을 뿜어내는 카일과는 사뭇 다른 향이었다.

“그, 그런 말 하지 마…….”

어색하게 그를 밀어내며 조심스럽게 운을 떼자 하일의 눈매가 가라앉았다.

“누이는 저보다 저놈이 더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귓가에 속삭여지는 하일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딱딱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자 카일이 곁에서 키득거리며 말했다.

“야, 당연히 너 같은 샌님보다 내가 훨씬 낫지. 안 그래, 누나?”

하일이 눈을 가늘게 뜨며 흐음, 콧소리를 흘렸다. 그러고는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오프 숄더 드레스 위로, 허리께를 더듬거리며 안아 오는 게 느껴졌다.

그 손길이 불순한 의도를 명백히 담고 있어서, 은근슬쩍 밀어냈다.

“안 돼, 드레스 망가져.”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보였음에도, 하일은 더욱 집요하게 나를 옭아맸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등에 자리한 드레스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위태롭던 드레스는 맥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

갑작스레 드레스가 벗겨진 탓에, 무방비한 속살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놀란 내가 저항하기도 전에 몸이 붕 떠올랐다. 하일은 나를 공주님 안듯 안고는 드레스 룸 소파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러자 카일이 바닥에 널브러진 드레스를 탁탁 털어 옷걸이에 걸고 제 셔츠 단추를 풀며 내게 다가왔다.

둘이 아주 죽이 척척 맞았다.

나는 갑작스러운 둘의 행동에 어버버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자 하일이 보기 좋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공평하게 사랑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사랑이라니……!”

그가 말하는 ‘사랑’이 당연 가족애가 아니라는 것쯤은 지나가던 동네 개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고작 한 번 몸 좀 섞었다고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건 여러모로 당황스러웠다.

놀라 반박하기도 전에 하일이 살며시 내 뒷목을 받치며 입술을 부벼 왔다. 그 덕에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카일이었다면 진작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을 텐데…….’

분명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음에도 사뭇 다른 행실에 나는 옅은 신음을 흘리며 하일을 그러안았다. 카일은 살짝 불량해 보이는 인상이라면, 하일은 정반대였다. 분명 쌍둥이로서 똑같은 모양의 눈, 코, 입인데도 둘의 분위기는 너무나 달랐다.

‘하긴, 체격부터가 완전 다르긴 하지…….’

마른 체격에 잔근육이 붙은 하일과 오랜 기사 생활로 다부진 체형의 카일은 달랐다.

내가 잡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걸까. 하일이 얄궂게 눈매를 휘며 입 안으로 혀를 들이밀었다.

“으웅…….”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성과 달리 몸은 욕정에 충실했다. 하일과 고작 입만 맞췄을 뿐인데, 아래 속옷이 축축이 젖은 게 느껴졌다.

한 번 허물어진 가족이라는 벽은 다시 쌓을 수 없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누이, 소파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제 침실로 갈까요.”

낮게 깔린 하일의 목소리는 더 이상 남동생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색스럽고 외설적인 사내에 불과했다.

“카일, 주변 인기척 확인해. 누이는 내가 안고 옮길 테니.”

“없어, 없어. 이 근방 백 미터 안쪽엔 아무도 없어.”

역시 소드 마스터라 이건가. 가만히 있어도 근방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다니. 놀라웠다.

카일의 확인이 떨어지자 하일은 다시금 나를 안아 들었다. 그에게 안겨 바보처럼 눈을 몇 번 끔뻑이니 하일은 길쭉한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순식간에 자리를 이동했다.

드레스룸 근처에 하일의 방이 있는 탓에 몇 번 눈을 깜박이니 하일의 침대였다. 그의 방에서는 특유의 민트 향이 청량하게 코끝을 간질였다.

하일의 향에 취해 있던 것도 잠시.

“저, 저기 잠깐만!”

그들이 무얼 하려는지 뒤늦게 인지한 나는 허둥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하일은 내 외침을 가볍게 무시하고, 단정히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던졌다. 카일은 평소보다 느긋하게 나와 하일의 사이를 관망했다.

“뭐 하냐니요. 누이께서도 그날 좋아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날이라는 말에, 둘과 함께 밤새 뒹굴었던 첫날이 떠올라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래, 맞다. 좋아하긴 좋아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번 그렇게 즐겼다고 다음 관계에서도 냉큼 좋습니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하일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하일이 묵직한 직구를 던졌다.

“누이와 다시 한번 몸을 섞고 싶습니다.”

누이와 몸을 섞는다니, 듣기만 해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말에 당황하여 눈빛이 떨렸다. 카일과 확연히 다른 말투였으나 외설스럽긴 이쪽도 매한가지였다.

190cm에 가까운 둘이 내게로 다가오자 꽤 위협적이었다. 거대한 사내들이 나를 에워싸자 흥분감에 아래가 더욱 젖어 들어갔다.

“싫으십니까?”

거절을 뱉고 싶어 달싹이는 내 입술과 달리 흥건히 젖은 아래를 보며 하일이 야살스레 웃었다.

“카일.”

“응?”

“오늘은 양보해.”

하일이 낮게 경고하자, 카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연스레 내 머리 쪽에 다가와 걸터앉았다. 그러더니 큼직한 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몇 번 함께 밤을 보냈다고 벌써 익숙해진 건지 까슬한 카일의 손이 낯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의 손에 뺨을 비비적거리자 하일이 허벅지 안쪽부터 음험하게 쓸어 올리는 게 느껴졌다.

“읏…….”

“아무리 제가 누이께 관대하다지만, 저를 두고 다른 놈 손길을 느끼는 걸 가만히 두고 볼 만큼 성인군자는 아닙니다, 누이.”

굳은살 하나 없이 매끈한 손이 얇은 속옷을 옆으로 젖히고 흐르는 액을 매만졌다. 하일이 손끝으로 푹 젖은 애액을 묻혀 천천히 위로 쓸어 올렸다. 그러자 흥분감에 봉긋 솟은 음핵이 은근히 스쳐 지나가는 손길에 예민하게 움찔거렸다.

“무슨 상상을 하셨길래, 이렇게 젖으셨습니까.”

“가, 간지러…….”

“그래서 싫습니까?”

나는 입술만 깨물며 대답하지 않았다. 싫을 리가 없었다.

카일과 하일은 호적상 가족 관계인 것만 빼면 완벽한 섹스 파트너였다. 가장 안전한 파트너이기도 하고.

얼마나 애액을 흘린 건지, 두 손가락으로 음핵을 몇 번 문지르기만 했을 뿐인데도 질척거리는 야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일이 뚫어지게 내 다리 사이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흐……, 보, 보지 마…….”

어설프게 음부를 가리려 들자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며 내 손목을 위로 결박시켰다. 그러자 카일은 기다렸다는 듯 하일이 결박시킨 손목을 건네받았다.

티격태격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럴 때면 곧잘 합이 맞았다.

뽀얀 속살 틈에 숨은 구멍을 보며 하일이 쿡쿡 웃었다.

“카일 놈이랑 얼마나 몸을 섞으셨으면……, 벌써부터 이리 넣어 달라 보채십니까.”

하일이 움찔거리는 질구 주변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야해 빠져서는, 누이 구멍이 박아 달라 자꾸만 보챕니다.”

“그, 그런 적……, 흣, 없어…….”

그가 환히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다 일순 하일의 중지와 검지가 꼭 다물려 있던 구멍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윽……!”

갑작스러운 삽입감에 허리가 팔딱였다. 제 손을 끝까지 밀어 넣은 하일이 내벽을 살살 문지르며 질척하게 구멍을 쑤시기 시작했다.

“흐으, 응……, 하, 하일……, 흣.”

입에서 교태 섞인 신음이 흘렀다. 매끈한 손가락이 내부를 쑤실 때마다 짜릿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허리가 움찔거렸다.

“흐아, 읏…….”

“와, 표정 야한 거 봐.”

카일이 키득거리며 내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다정하게 제 손으로 내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빨고 싶어?”

“으응…….”

신음에 가까운 대답이 흘렀다. 그와 동시에 카일의 손이 잇새를 벌리고 들어왔다. 거친 손이 여린 점막과 혀를 간지럽히며 휘저어 댔다.

구멍을 쑤셔 대던 하일의 손은 일순 어느 지점에서 꺾이며 내벽을 문질렀다. 그러자 원치 않았음에도 교태 섞인 신음이 입 밖을 비집고 나왔다.

“흐아, 앙……! 흡……!”

민망함에 놀란 나머지 뒤늦게 입을 막으려 했으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카일이 저지했다.

“왜, 듣기 좋은데, 더 앙앙거려 봐.”

외설스러운 말에 몸이 떨리며 질구가 움찔댔다. 그러자 하일의 손이 더욱 거칠게 안쪽을 파고 들어왔다.

“누이, 구멍이 제 손을 물고 놔주질 않습니다.”

“흐응, 흐…….”

움찔거리며 허리를 비틀자, 하일이 거세게 골반을 누르며 움직일 수 없도록 고정시켰다. 그러고는 저번처럼 제 입을 음부에 가져다 비비기 시작했다.

“저번에도 빨아드리는 걸 좋아하셨죠, 누이께서는.”

“하일, 하이일……, 흣!”

뜨거운 혀가 질구부터 음핵까지 아주 느릿하게 핥고 올라갔다. 오싹한 기분에 시야가 흐릿해지는 기분이었다.

“아흑, 흐…….”

카일은 한 쪽 젖가슴을 속옷 위로 꺼내 올렸다. 그러고는 유두를 비틀며 조물거렸다.

“누나, 하일이 빨아 주니까 좋아 죽네? 응?”

“그, 그런 거, 흣, 아니…….”

“거짓말, 하여튼 암캐가 따로 없어. 그치? 남동생이 빨아 주니까 좋아서 질질 싸기나 하고.”

“흐앗……!”

하일의 혀가 음핵을 짓누르며 빙글 돌았다. 그러자 버티기 힘든 쾌락에 몸도 멋대로 들썩였다. 그런 나를 놀리듯, 하일의 혀끝이 예민한 살점을 살살 건드렸다. 그러자 카일이 저열하게 웃어 보였다.

“아니긴, 이거 봐. 오늘도 싫은 척하면서 다리 벌리고 좋다고 앙앙대잖아.”

“카, 카일. 너……”

수치심을 주기 위한 말이 노골적이었다. 쾌락과 민망함에 젖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러자 카일은 더욱 만족스럽다는 듯, 내 뺨을 매만졌다.

“나는 누나가 우는 게 좋아.”

“흐으, 흑…….”

“더 울어 봐. 예뻐 죽겠으니까.”

조금 위험한 게 아닌가 싶은 성적 취향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쪽쪽거리며 살점을 빨아 대는 야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외설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일은 꿀이라도 먹는 것처럼 연신 제 입술로 음핵을 비벼 대며 나를 농락했다.

“하윽…….”

허리를 배배 꼬아 봐도 하일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도망칠 수 없도록 그에게 골반을 콱, 붙잡힌 채 질척한 애무만 받고 있자니 몸이 버티기 괴로웠다.

아득히 지배해 오는 쾌감에 어떻게 돼 버릴 것만 같다.

“아흑, 흐……, 하일, 하일……!”

“네, 누이. 부르셨습니까.”

다급하게 그의 머리칼을 쥐며 외쳤다. 거친 숨을 헐떡이는 나와 달리 하일은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그, 그만해, 흐으, 가, 간지럽고, 흣……, 히, 힘들, 어…….”

애원하듯 말하자 곧장 하일이 행동을 멈췄다. 순식간에 찾아온 평화에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달래는 것도 잠시. 하일은 조금 격한 손짓으로 내 몸을 들어 뒤집었다.

“히끅…….”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새어 나와 우스운 소리가 퍼졌으나, 둘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하일에 의해 허리가 들려, 엉덩이를 뒤로 쭉 내뺀 상당히 민망한 자세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바로 앞에서 꺼떡거리는 카일의 성기 때문에 눈을 둘 곳이 없었다.

“무슨 생각 하십니까.”

하일의 손이 질구를 벌리며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천천히 내벽을 넓히려는 듯, 검지와 중지를 벌려 가며 안쪽을 헤집기 시작했다.

“흑, 흐읍…….”

질구가 오물거리며 하일의 손을 조여 댔다. 손가락을 넣은 채 움찔거리는 붉은 구멍은 확실히 야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하일이 쿡쿡 웃었다.

“누이, 이젠 예전보다 잘 들어갑니다.”

“흐, 흐아…….”

“카일이 그렇게 좋으셨습니까?”

“그, 그런 거 아니…….”

“거짓말.”

찰싹-

찰진 마찰음과 동시에 엉덩이가 후끈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하일이 내 엉덩이를 때린 모양이었다.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신사적인 척해도 짓궂게 구는 건 하일도 매한가지다.

“아흐…….”

훌쩍거리며 이불에 얼굴을 묻자, 뒤에서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낯선 소리에 놀라 곧장 뒤를 돌아보자 하일이 알 수 없는 크림의 뚜껑을 열어 내게 바르려 하고 있었다.

“흡……, 하, 하일……?”

손에 들린 크림에서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왠지 저걸 순순히 바르게 둬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하일을 피해 카일의 품으로 어기적어기적 기어갔다. 그러자 카일이 다정하게 나를 안았다.

“우리 누나 겁먹었어?”

그가 쿡쿡 웃으며 부드러이 입 맞췄다. 쪽 소리와 함께 이마에 입술이 맞닿았다 떨어졌다. 그런 카일의 행동이 하일에겐 영 거슬렸던 모양이다. 하일이 혀를 차며 내 발목을 잡아당겻다.

“저, 저거 뭔데…….”

겁에 질린 목소리로 훌쩍이며 묻자 하일이 피식 웃으며 다가왔다.

“겁먹을 것 없습니다. 누이. 제가 누이께 해가 되는 걸 바를 리 없으니…….”

그는 말을 아침과 동시에 크림을 제 손에 짜냈다. 머지않아 차가운 감촉과 동시에 음부에 크림이 발리기 시작했다. 놀란 나머지 파닥거리며 카일의 품 안으로 더욱 몸을 숨겼으나, 하일은 조금도 개의치 않아 했다. 그저 무심한 얼굴로 내게 몸을 가까이할 뿐이었다.

도와달라는 뜻으로 카일을 올려다봤으나, 카일 또한 나를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능글맞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흑, 흐윽……, 싫어, 차가워.”

크림은 음핵과 질구 곳곳에 사정없이 발라졌다.

발라 주는 손길은 퍽 세심했으나 음부에 무언가를 바른다는 것 자체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에 몸이 바짝 긴장했다.

그런데 차가웠던 크림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크림이 발린 부위가 욱신욱신 묘한 기분을 내며 홧홧해지기 시작했다.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피가 아래로 쏠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이거 뭐야……!”

당황한 내가 곧장 물었으나, 하일은 은근히 말끝을 흐렸다.

“글쎄요, 미약이라 해야 하나…….”

그러고는 싱긋 웃은 그가 말을 덧붙였다.

“그저 누이가 좀 더 즐겼으면 해서 바른 것이니 너무 겁먹지 마세요.”

차가웠던 크림은 어느새 녹아내려 음액처럼 질척거리고 있었다. 크림 범벅이 된 음핵 위로 하일의 손길이 느껴졌다.

“흡……!”

매끈한 손가락이 크림을 펴 바르듯 천천히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으……!”

원래도 예민한 부위에 최음 성분이 담긴 크림이 발리자, 몸은 쾌락을 견디지 못했다. 구멍에서 왈칵 투명한 애액이 흘러나왔다. 살짝만 건드려도 느껴지는 찌릿함에 나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흐읏, 하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미쳤어, 진짜 미친 게 틀림없어.’

최음 크림이라니, 대체 이런 건 언제…….

생각을 더 이을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해진 몸은 주체할 수 없이 달아올라 이성을 날렸다. 눈물이 줄줄 흘렀고, 흥분하여 발개진 질구는 어서 빨리 무언가가 들어오길 바란다는 듯 뻐끔거리며 남동생을 유혹했다.

“흑, 이, 이런 거……, 흐으, 싫어…….”

끅끅 울음을 토하며 말했다. 원망스럽다는 듯 하일을 돌아보자, 그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하일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누이께서 이렇게까지 싫어하실 줄 몰랐습니다.”

깔끔한 사과였다. 그러나 입으로 흘러나온 사과와 달리 행동은 여전히 거침없었다. 죄송하다면서 기다렸다는 듯 제 귀두를 질구에 비벼 댄 것만 봐도 그렇다.

“아, 아으, 하일…….”

하일의 것이 아래에 닿자, 달아오른 구멍은 더욱 질척하게 액을 흘려 댔다. 하일이 성기의 기둥을 쥐고 천천히 위아래로 음부를 문질렀다. 미끈한 감각에 나는 끙끙 앓는 소리를 흘리는 게 최선이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누이의 안에 삽입해도.”

사람을 이 꼴로 만들어 놓고 물어보는 꼴이 얄미웠다.

하일은 내가 최음 크림 때문에 한껏 흥분해 절대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의사를 물었다. 나는 일부러 대답을 않고 입술만 잘근 씹었다. 그러자 하일이 어서 대답하라는 듯 은근히 내 몸을 더듬거렸다. 그는 내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삽입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흑, 흐으……, 너무해…….”

수치스러웠으나 어서 빨리 무언가가 구멍을 쑤셔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엉금엉금 기어 구멍에 하일의 좆을 넣기 위해 홀로 허리를 흔들었다. 평소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그러나 아랫배가 아릿할 정도로 나를 괴롭히는 감각은 정상적인 사고를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앓는 소리를 내며 빳빳이 선 하일의 성기에 연신 음부를 문질렀다.

“와, 씨……, 존나 야해.”

그 모습에 카일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앞에선 카일이, 뒤에선 하일이 좆을 먹고 싶어 안달난 내 모습을 방관했다.

“흐읍, 빠, 빨리…….”

그러나 그 누구도 내가 원하는 걸 주지 않았다. 나는 손끝이 하얘질 정도로 시트를 움켜쥐고 발발 떨었다.

“누나 그냥 나한테 와, 내가 박아 줄게.”

카일이 쿡쿡 웃으며 말했다. 당장 하고 싶어 안달난 내 모습을 보며, 그는 제 성기를 위아래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핏대 오른 성기 끝에 탁한 액이 맺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최음 크림의 효과는 대단했다. 카일의 좆에 맺힌 액마저 탐스러워 보였으니까.

“하, 하일, 하일…….”

애달픈 목소리로 하일을 불러 봐도 그는 반응이 없었다. 하일은 내가 스스로 넣어 달라 말하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수치스러운 탓에 영 쉽지 않았다.

한참 더 버팅기던 나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인 채 작게 중얼거렸다.

“흑, 흐읍, 너, 넣어 줘, 얼른…….”

내 허락이 떨어지자 애타게 기다려 온 하일의 것이 둔부를 가르고 비좁은 구멍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밀고 들어오는 감각에 질펀한 애액만 흘리던 질구가 놀라 파르르 떨렸다. 한계까지 벌어진 것이 남동생의 것을 물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데 문제라면…….

“흣, 흐으…….”

내 부탁대로 넣기는 넣었다. 다만 얄궂게도 정말 딱 끄트머리만 넣었다는 게 문제다.

당연히 단 번에 끝까지 찔러 넣고 쑤셔 줄 줄 알았는데, 고작 귀두만 삽입하고 아까처럼 또 나를 방관한다.

무언가 들어오다 만다는 건 내 생각보다 더 아쉬웠다. 육중하고 매끈한 귀두가 장난치듯 구멍 입구에 걸쳐져 있었다. 이건 정말 다른 의미로 고문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빠, 빨리……, 하일……, 응?”

“원하는 대로 넣어드렸습니다, 누이.”

그가 야살스레 눈매를 휘며 웃었다. 얼핏 봐서는 카일보다 정중하고 다정해 보였으나, 역시 하일 또한 카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나를 놀리는 데 도가 튼 것 같다.

“흑, 흐읍……, 미워, 미워 진짜 미워.”

투정부리듯 말하자 하일의 벽안이 욕정을 가득 담고 나를 향했다.

“제가 무얼 더 어떻게 해 드렸으면 좋겠습니까.”

그가 부드러운 손길로 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뽀얀 살결 위를 춤추듯 배회했다. 퍽 자상한 손짓과 달리, 마치 그대로 때리기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몸이 멋대로 흠칫흠칫 떨렸다.

힐끔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검붉은 색의 두꺼운 성기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침이 고였다.

결국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그에게 부탁했다.

“해, 해 줘……, 흑, 해 줘 하일…….”

“어떻게 말입니까.”

내가 스스로 뒤로 기며 깊은 삽입을 유도하자 하일의 손이 가차 없이 엉덩이를 후려쳤다. 찰싹, 소리와 동시에 홧홧한 감각이 엉덩이에 느껴졌다. 놀란 나머지 구멍은 멋대로 움찔 떨렸다.

“저는 누이의 모조 성기가 아닙니다.”

“흐으, 흡…….”

“말씀하세요,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릴 테니.”

새하얀 엉덩이 위에는 붉은 손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도와달라는 뜻을 담아 애처롭게 카일을 바라봤으나, 효과는 없었다.

“미안, 누나. 오늘만 참아.”

“하으, 흑…….”

“나랑은 많이 했잖아. 공평해야지. 안 그래?”

카일이 내 눈물을 닦아 주며 나직이 웃었다.

목 뒤부터 등 그리고 엉덩이 골까지. 묘한 손길로 하일이 내 몸을 쓸어내렸다. 오싹한 기분에 몸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흐아, 흡……, 더, 더 넣어 줘. 하일.”

“얼마나 더 넣어 드릴까요, 누이.”

“아흐……, 흑, 끄, 끝까지, 흣, 끝까지 넣어 줘, 얼른…….”

나를 괴롭히는 하일을 보며, 카일이 변태 같은 새끼라며 작게 키득거렸다. 부정할 수 없었다. 하일은 카일과 다른 의미로 정말 변태 같았다.

끝까지 넣어 달라는 애원이 입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굵은 성기가 내벽을 가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주 느릿하게, 마치 내 구멍 안을 천천히 음미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두툼한 것이 비좁은 구멍을 벌려 젖혔다.

“아흐, 흐응…….”

성기가 내벽 가득 들어왔다는 게 생경하게 느껴졌다. 구멍에 좆이 꽂힌 감각이 너무나도 뚜렷했다.

안쪽을 살살 긁으며 밀고 들어온 하일은 잠시 적응할 틈도 주지 않고, 내 허리를 붙잡더니 이내 가차 없이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방에 울리기 시작했고, 카일은 그런 우리를 보며 제 좆을 손에 쥐고 천천히 움직였다.

“흐아, 아……! 하일, 하일……!”

뿌리 끝까지 처박힌 좆이 뽑혔다가, 쑤셔졌다가, 다시 뽑혔다가 처박기를 반복했다. 찌걱이는 소리와 함께 불거진 귀두가 안쪽을 멋대로 헤집어 댔다.

침대 시트를 세게 쥔 손이 하얗게 질렸다. 최음 크림 때문일까, 몸이 평소보다 더 예민했다. 굳이 스팟을 찌르지 않아도, 그저 좆이 내 안에서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허리가 달달 떨려 왔다.

엉덩이를 치켜든 채, 뒤에서 박히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울 법도 했는데, 오히려 이 자세가 나를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창피하고 황홀했다. 수치심은 또 다른 쾌락이 되어 남동생들에게 허리를 흔들게 만들었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붉은 속살이 이리저리 유린당했다. 허리부터 허벅지까지 마비라도 된 것처럼 발발 떨렸다. 몸은 쾌락만을 좇아 팔딱거렸다.

“흣, 흐아, 아흑……!”

우리를 보며 홀로 자위하던 카일이 내 턱을 치켜들었다.

“얼굴에 싸도 돼?”

팽팽하게 부푼 성기는 그가 곧 사정하기 직전이라는 걸 알려 주고 있었다.

“흐응……, 흡.”

고개를 도리질하려 했으나 내 턱을 쥐고 있는 힘이 너무 세서 고개를 젓지 못했다.

“흐아……, 흣, 아, 아, 아앙……!”

깊숙이 들어와 스팟을 찌른 하일 때문에 놀라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 순간 뜨거운 액이 뺨에 뿌려지는 게 느껴졌다. 눈물 탓에 앞이 흐렸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카일의 짓이었다.

“아, 예쁘다.”

나른하게 풀어진 눈매로 카일이 다정하게 속삭였다. 지금 내 얼굴은 눈물과 침 그리고 정액으로 얼굴이 엉망일 것이었다. 그런데 뭐가 예쁘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힘없이 늘어진 몸에서 하일이 제 좆을 빼내는 게 느껴졌다. 내벽을 훑고 빠져나가던 성기는 이내 귀두까지 모두 뽑혔다.

“흐응…….”

아쉬움에 나도 모르게 옅은 신음이 흘렀다.

‘아직 더 하고 싶은데…….’

최음 크림 탓에 쾌락에 절은 몸은 파르르 떨렸다. 내 아쉬움을 눈치챈 건지, 하일이 나를 들어 제 몸 위로 앉혔다. 정확하게는 제 성기 위에 앉혔다.

“하, 하일……, 흣…….”

그가 질구에 귀두 끝을 맞추기 시작했다. 푹 젖은 성기 끝이 갈라진 살 틈을 두어 번 왔다갔다 움직이며 문질렀다. 은근히 음핵을 짓누르는 감각이 아찔했다.

“하으…….”

한참 나를 희롱하던 하일이 천천히 제 것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하일의 위에 올라탄 내 몸은 지탱할 곳 없이 가슴팍 위로 쓰러졌다. 위에 올라타자 더욱 깊은 곳까지 좆이 들어왔다. 내가 할딱이며 안겨 있자 하일이 천천히 내 엉덩이를 쥐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읏…….”

단단한 기둥이 들락거리는 게 아찔했다. 하일의 것이 비좁은 내벽을 왕복하며 멋대로 쑤셔 댔다. 흉악스러운 게 속살을 마구 헤집을 때마다 아릿한 감각에 절로 힘이 바짝 들어갔다.

“흐아, 응, 으응……! 하일……!”

나도 모르게 잇새에선 그를 부르는 애달픈 목소리가 흘렀다. 그런데 그 순간일까.

“아, 나도 하고 싶은데.”

얌전히 있던 카일이 더 이상 참기 곤란하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분명 사정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카일의 것은 어느 틈에 다시 발기한 건지, 꼿꼿이 세우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악스러웠다. 아직 사정의 여운이 다 가지 않을 법도 한데 마주한 카일의 눈은 음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흐음, 콧소리를 내며 입매를 비튼 카일이 최음 크림을 집어 들었다. 그 행동에서 어딘지 위화감을 느꼈다. 묘한 불안감이 몸을 엄습했다. 그러자 카일이 자상한 미소를 그리며 내게 속삭였다.

“누나, 나도 박아도 돼?”

나는 순간적으로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할 정신이 남아 있지 않기도 했고.

‘박겠다니? 어디에?’

멍하니 카일을 바라보자 샘이 난 하일이 제 것을 끝까지 찔러 넣었다. 소름 끼치는 쾌감에 울부짖으며 하일에게 매달리자 카일이 크림을 들고 내 뒤로 다가왔다.

“흑, 흐으……, 흡…….”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깊게 쑤셔 대는 하일 탓에 카일이 뒤에 다가왔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쾌락에 잠겨 교성 섞인 신음만 내지르는 순간이었다. 큼직한 손이 갑작스럽게 내 엉덩이를 쥐고 벌렸다. 그러고는 그 사이로 무언가 치덕치덕 발리기 시작했다.

“흐앗……, 카, 카일?”

놀라 움찔거리며 일어나려 하자 카일이 거칠게 내 몸을 짓눌렀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아차리지도 못할 무렵이었다. 카일의 굵직한 손가락이 새하얀 엉덩이를 가르고 그 안에 숨은 구멍에 처박혔다.

“하윽……!”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최음 크림을 얼마나 발라 댄 건지 구멍 주변이 열기로 화끈거렸다.

“카일, 너 무슨……!”

당황한 건 하일도 매한가지였다. 놀란 하일이 그를 말리려는 찰나였다. 카일이 한껏 부푼 제 것을 꺼내 엉덩이 사이를 슥슥 비볐다.

“같이 하자, 나도 껴 줘.”

그가 말을 마친 순간, 울퉁불퉁한 무언가가 몸을 꿰뚫고 처박혔다.

“악-!”

한 순간에 엄습한 낯선 고통에 나는 짧은 비명조차 끝맺지 못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등 뒤로 카일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카일도 나한테 삽입했다고?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해?’

난생처음 무언가를 삽입한 뒷구멍은 고통에 발발 떨었다. 그의 것을 받기에 너무 좁았다. 쾌락을 느낄 새도 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

“빼, 빼, 빼 줘……, 흐으, 빼 줘, 흑, 카, 카일, 제, 제발…….”

턱이 덜덜 떨리며 이빨들이 맞부딪혔다. 할딱할딱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카일의 손이 덥썩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힘 빼.”

그러고는 유두를 비틀었다. 둘 사이에 낀 나는 도망도,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카일이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앞뒤 구멍들이 모두 최대까지 벌어져 움찔거리고 있었다.

“흑, 흐윽……, 시, 싫어, 그만…….”

도망치기 위해 앞으로 어기적, 어기적 기었으나 그래봤자 카일과 하일 품 안이었다.

“걱정 마, 크림 발랐으니 금방 괜찮아질 거야.”

나는 고개를 마구 도리질 쳤다. 그러나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듯, 이미 뒷구멍 주변은 묘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거 봐, 오물거리는 거. 응? 조금 있으면 박아 달라 앙앙 울 거면서 하여튼 우리 누나는 앙탈만 잘 부려.”

말도 안 돼, 아무리 최음 크림을 발랐다지만 내가 그럴 리 없잖아.

동시에 찔러 오는 아찔한 감각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귓가에 하일이 작게 한숨을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짐승 새끼.”

아무래도 하일과 합의된 행동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일은 조심스럽게 내 등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오늘 해 보고 누나가 싫어하면 앞으로 안 할게.”

그는 마치 내가 싫어하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하는 눈치였다.

“확실히 뒷구멍이 더 조이네. 자지 처음 먹는 티가 나.”

카일이 키득거리며 질 낮은 말을 뱉어 댔다. 한껏 벌어진 구멍은 수치스러운 카일의 말에 움찔 떨며 내벽을 좁혔다.

믿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최음 크림을 발랐다지만 뒤까지 달아오른다는 사실을.

내가 욕구 불만이었다지만 이런 것까지 원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성과 달리 욕망에 충실한 몸은 스스로 허리를 흔들게 만들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어서 해 달라며 보채듯 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물끄러미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카일이 물었다.

“누나, 뺄까?”

분명 머리로는 당장 빼라고 외치고 있었으나, 몸은 달랐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좆을 놔주기 싫다는 듯 조여 댔다.

카일이 힘없이 툭, 툭, 내 엉덩이를 때리는 게 느껴졌다. 토닥이는 손길이라기엔 퍽 성의 없었다. 작게 찰싹이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손길에마저 묘한 흥분감이 일었다. 새하얀 엉덩이 위로 붉은 손자국이 남았다.

“그럼 박아 줄까?”

끈적한 중저음이 귓가에 속살거렸다. 그러자 나는 이성도 잃고 곧장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카일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 웃음이 어딘지 얄미웠다.

“그냥 박아 주면 재미없지.”

장난기가 동한 건지 그가 턱을 매만지며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다 생각을 마친 건지 얄궂게 눈매를 휘며 속삭였다.

“오빠, 음란한 티아의 보지에 자지 박아 주세요. 라고 해 봐.”

카일의 손이 다물린 살 사이로 단단히 부푼 음핵을 쓰다듬는 게 느껴졌다. 고통의 눈물은 어느새 쾌락의 눈물이 되어 엉엉 울고 있었다.

“시, 싫……, 흑, 싫어…….”

“누나, 내 좆 먹기 싫어?”

그가 살짝, 살짝 좆을 움직이며 물었다. 얕게 움직이며 내벽을 휘젓는 게 내 흥분을 고취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내 입에선 어느새 울음 섞인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흑, 흐윽……, 자, 자지……, 흡…….”

“응? 잘 안 들려.”

“흐으, 흑……, 자, 자지……, 아흑……, 오빠 자지, 흑, 티, 티아의, 보지에, 흑……, 바, 박아 주세요.”

말을 마치자 뒷구멍에 처박혔던 카일의 좆이 곧장 뽑혀졌다. 핏대 가득한 좆이 내벽을 헤집으며 빠져나갔다.

나는 뽑혀진 것이 곧 내 안을 찌르고 들어올 거라는 걸 안다. 쾌락을 예상한 몸은 파들파들 떨며 기대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예상대로 두툼한 귀두가 속살을 가르며 끝까지 찌르고 들어왔다.

“하윽……! 하, 하아, 하응……! 카, 카이일……!”

음부가 최음 크림으로 범벅이 된 탓에, 시야가 점멸하는 것 같은 쾌락을 느꼈다. 카일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하일 또한 제 좆을 쳐올리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앞, 뒤로 각기 다른 좆이 꽂힌 건.

“흐아, 아, 아으……, 자, 잠깐마안……!”

카일의 단단한 손이 내 허리를 세게 붙잡았다. 찌걱이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카일이 빠지면 하일이 처박았고, 하일이 빠지면 카일이 처박았다.

이건 정말 미친 게 틀림없는 섹스였다.

굳은살로 가득한 손이 유두를 쥐고 만지작거리는 게 느껴졌다. 앞, 뒤로 쳐올리는 좆들만으로도 몸이 부서질 것만 같은데, 젖가슴까지 유린당하자 교성도 아닌, 짐승의 소리만이 방을 가득 메웠다.

“아흐……, 흑, 흐으……, 카일, 흣, 하, 하일……, 흑, 조, 좋아, 좋아…….”

“하, 씨발.”

둘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내 구멍을 탐했다. 나를 망가트릴 기세로 퍽퍽 험악하게 쑤셔 대기 바빴다.

하일의 가슴팍 위에 안겨 끅끅거리며 울부짖었다. 하일이 내 귓가에 무어라 속살거렸으나, 쾌감에 미쳐 알아들을 수 없었다.

“큿……, 이제 좆 하나로는 성에도 안 차지? 뒷구멍 조이는 거 봐. 엄마가 누나 황태자비 후보로 내보내겠다던데, 이래서 어디 갈 수나 있겠어?”

평소보다 더 흥분한 건지, 카일의 말이 영 상스러웠다. 더욱 원망스러운 건 그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젖어 들어가는 내 아래였다.

강압적인 행동과 말에 내가 흥분한다는 걸 깨닫기라도 한 건지, 카일이 세게 내 엉덩이를 후려쳤다. 찰싹이는 마찰음이 앙칼지게 방 안에 퍼졌다.

“존나 조여, 이렇게 야한 보지 들고 황태자 하나로 만족할 리가 없지. 안 그래?”

카일의 낮은 저음이 음습하게 귓가에 울렸다. 그러자 하일마저 맞장구치며 말했다.

“맞습니다, 그냥 이대로 저희와 영원히 함께 사시는 게 누이께도 좋지 않겠습니까.”

하일이 내 목덜미에 입술을 지분거렸다. 그 감각이 간지럽고도 좋아서 눈을 질끈 감았다.

“하아, 악! 흐으……, 흡.”

“어머니께 가서 말씀드리시지요, 황태자비 따위 관심도 없다고.”

찌걱, 찌걱.

야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카일과 하일의 거친 숨소리 그리고 내 울음소리가 뒤엉켰다.

검붉은 좆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 앞뒤를 들락거리며 쑤셔 박기 바빴다. 집착과 소유욕 가득한 동생들의 시선이 오롯이 내게만 꽂혀 있었다.

이 관계가 영원하길 바란다면, 최음 크림 때문이겠지.

“아, 아앙……! 흡, 아흐…….”

이대로 녹아 버릴 것 같은 감각에 힘없이 신음만 내지를 무렵이었다. 순간, 카일이 갑작스럽게 확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고는 곧장 내 입을 막았다.

“……망했다.”

그리고 카일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방문이 열렸다.

“흡, 흐……, 히끅…….”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창 몸을 섞던 중, 카일이 갑자기 ‘망했다’고 말하며 급하게 내 입을 막았고……, 그와 동시에 방문이 열리고……?

계속해서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돌렸으나, 방금까지만 해도 쾌락에 미쳐 있던 탓에 상황 파악이 늦었다. 카일의 손에 의해 막힌 입은 뭉그러진 울음소리만 토해 냈다.

‘그러니까 지금 하일의 방문이 열렸다고?’

누가 열었는데?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순간 놀란 나머지 나는 알몸을 가리기 위해 허겁지겁 이불을 찾아 손을 더듬거렸다. 다행히 하일이 이불을 끌어 내 몸을 가려 주었다.

‘누가, 누가 온 거지?’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놀라 벌벌 떨며 문 쪽으로 시선을 던지려는 순간이었다.

“너희 지금……, 무얼 하는…….”

불청객의 목소리가 더 빨랐다. 낮게 깔린 저음이 문 쪽에서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심장이 나락으로 쿵, 떨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후작가의 첫째, 그리고 하나뿐인 오라버니. 카제프였다.

망했다. 망해도 단단히 망했다. 세상에 자위하다 들킨 게 차라리 낫다. 쓰리썸하다 들키는 건 좀 아니잖아. 그것도 남동생들이랑 양녀가……!

집에서 쫓겨날 앞날이 보이기 시작했다.

“흑, 흐으……, 히끅, 흡…….”

아직까지 구멍 안에 박혀 있는 하일의 성기 탓에 야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 울음에 카제프의 미간이 구겨졌다.

“대체 이게 무슨……!”

성큼, 성큼 그의 구두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둔탁한 마찰음이 들렸다.

퍽-

깔끔하고도 끔찍한 소리였다. 놀라 뒤를 돌아보자 카제프의 주먹이 카일의 얼굴을 그대로 후려갈긴 모양이었다.

“카, 카일……!”

카일의 입술이 터져 피가 흘러나왔다. 헐레벌떡 하일의 몸 위에서 내려왔다. 이불이 흘러내리며 알몸이 고스란히 카제프 앞에 드러났다.

정액과 눈물로 범벅된 나를 보더니 카제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고는 흘러내린 이불을 주워 내 몸을 칭칭 감싸 주었다.

아직까지 빳빳하게 세우고 있는 그들의 성기를 보며 카제프가 제 이마를 짚었다.

“미쳤군, 미쳐도 제대로 미쳤어-!”

분노하는 카제프를 보며 카일이 능글맞게 입을 열었다.

“아, 미안, 미안.”

“하?”

“새 드레스 입은 누나가 너무 꼴리는데 어떡해. 왜, 형님도 같이 먹고 싶었어?”

카일의 말에 카제프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러다 이성을 잃은 건지 다시금 주먹을 쥐었다.

퍽, 퍼억-

그러고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카일을 후려쳤다.

“미친 새끼들,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지금 누이를 이렇게……!”

카제프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려 왔다. 하일이 다급하게 셔츠를 걸치며 곧장 침대에서 일어났다.

“형님, 잠시만 고정하시고…….”

“닥쳐! 감히 티아를 겁탈하려는 게 정상인 거냐! 카일이면 몰라도 하일 너까지 이럴 줄은 정말 몰랐다.”

그가 다소 격하게 하일을 밀쳐 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아무래도 카제프는 둘이 나를 강제로 범하려 했다 생각한 모양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카일은 퉤, 하고 피를 뱉어 내며 중얼거렸다.

“왜, 씨발. 어차피 저거 양녀 아니야? 피도 안 섞였겠다, 공짜로 먹여 주고 재워 주고 키워 준 거 내가 좆집으로라도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뭐?”

미친 게 틀림없는 말에 카제프의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카일의 말에 놀란 건 카제프뿐만이 아니었다. 나 또한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카일이 이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렇잖아. 평민 계집 하나 데려다 후작 영애 시켜 줬으면 이 정도 봉사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중저음의 목소리가 평소처럼 듣기 좋게 방 안에 울렸다. 그러나 담고 있는 내용은 저열했다.

낯선 카일의 모습에 머리가 새하얗게 텅 비었다. 나는 바보처럼 눈을 끔뻑였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날뛰기 시작했다. 발아래가 아득해지는 것만 같다.

혼란스러웠다. 지금 카일의 모습은 평소 내가 봐 오던 그가 아니었다.

‘아니, 아니, 잠깐만……, 나를 무슨 성노예 보듯 보고 있던 거였어……?’

충격을 고통으로 잊으려는 듯, 입술을 세게 깨물자 하일이 그러지 말라는 듯 저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머릿속엔 살가웠던 카일의 모습과 지금 눈앞의 카일의 모습이 교차했다.

현기증인지 빈혈인지 모를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누나, 누나, 나랑 공놀이하자!’

‘누나, 이거 봐. 내가 누나 주려고 가져왔어!’

‘누나, 요즘 피곤해? 눈가가 퀭한데……’

‘아이씨, 저 새끼 뭔데 계속 와서 알짱거려? 저리 치워 줄까?’

‘내가 누나한테 미쳤다고.’

어릴 적부터 귀염성 있게 곧잘 다가왔던 카일이었다. 그래서 더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저 말 지금 진심이야……?’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정말 말 그대로 백치가 된 것처럼 나는 입술만 달싹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카제프에게 맞아 엉망이 된 카일의 얼굴이 걱정되고 있으니, 우스울 노릇이다.

카제프 또한 도덕성 없는 카일의 발언에 경악한 듯했다. 그는 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대로 곧장 카일을 후려쳐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제프는 한참 동안 화를 죽이는 듯하더니, 쥐었던 주먹을 풀었다. 그러고는 충격으로 굳어 있는 나를 끌어안았다.

“……티아, 괜찮니?”

아까 다 그치지 못한 눈물이 볼을 타고 떨어졌다. 내가 눈물을 보이자 카제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나를 다독였다. 그 손길이 답지 않게 퍽 다정했다.

카제프와 나는 언제나 데면데면한 거리감이 있었기에 의외였다.

나는 괜찮다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제프의 손이 닿은 내 어깨를 뚫어지게 보는 카일의 눈빛이 서늘했다.

“왜, 이제 형님이 먹게?”

“……뭐?”

“뭐 형제끼리 돌려 먹는 거야 괜찮지. 근데 먹고 꼭 제때 돌려줘. 형님 때문에 흥이 깨져서 지금 내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거든.”

아까부터 나를 오나홀 취급하는 게 어이없었다. 괘씸한 나머지 무어라 반박이라도 하려는 찰나였다. 하일이 나를 말렸다.

천박한 언행에 분노한 카제프가 카일의 배를 걷어찼다. 피할 수 있을 것임에도 카일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맞고 바닥을 나뒹굴기까지 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마치 일부러 맞아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카일은 카제프를 도발하는 것 같았다.

카제프는 평범한 귀족 영식에 불과했고, 카일은 무려 소드 마스터였다.

만약 카일이 작정하고 오러라도 뿜어낸다면 카제프뿐만 아니라 주변의 대다수 일반인들은 그대로 혼절할 수도 있었다. 그런 그가 대체 왜 일부러 카제프의 발길질과 주먹질을 맞아 준단 말인가. 의구심이 들 때쯤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카일이 입술을 벙긋거렸다.

‘누나 방으로 가.’

그가 문을 가리키며 턱짓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사람을 제 좆집 취급 했으면서, 카일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내게 살짝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같이 즐긴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가 겁탈당한 상황으로 만들려고……?

‘일부러 그랬구나.’

음탕한 양녀가 후작 영식 둘을 꼬셨다는 말이 안 나오게 자신들 선에서 끝내려고.

카일의 의도대로 카제프는 내가 그들과 함께 즐겼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카일에게 발길질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어느새 단정히 옷을 챙겨 입은 하일이 나를 번쩍 안아들었다.

“누이, 데려다드리겠습니다.”

방 안에서는 카일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멈추지 않는 마찰음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하일의 품에 안겨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날뛰던 심장이 가까스로 진정되었다.

“저는 형님을 말리러 가 보겠습니다.”

“…….”

“놀라셨을 텐데, 푹 쉬십시오. 누이께서는 저희에게 강제로 겁탈당하신 겁니다.”

하일이 내게 세뇌하듯 진지하고도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로써 확실했다. 카일도 하일도 자신들 선에서 끝내려고 이러는 거였다.

아무리 후작 부인이 좋은 사람이래도, 저가 거둬들인 평민 아이가 자신의 아들 둘과 난잡한 관계를 즐겼다 하면 결코 좋게 볼 리 없었다. 들키는 날에는 분명 잔뜩 매질을 당해 쫓겨날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남자를 둘이나 홀린 천하의 쌍년이 되어 사교계의 소문으로 떠돌겠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하지만 자신들이 전부 뒤집어쓴다면…….’

양녀와 진짜 아들은 다르다. 적어도 나는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달칵,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하일이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나는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몰라 초조하게 손톱만 물어뜯을 뿐이었다.

* * *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카일인가? 싶었으나 들려온 목소리에 심장이 쿵,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다, 티아.”

카제프 오라버니였다.

“드, 들어오세요. 오라버니.”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한 채 대답했다. 머지않아 문이 열림과 동시에 조금 흐트러진 모습의 카제프가 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들어왔다. 그 행동에 보기 좋은 이마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괜찮니?”

카제프는 얼굴만큼이나 자상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목소리에 어찌나 나를 향한 걱정이 가득 묻어져 나오는지, 나도 모르게 고개가 푹 떨궈졌다.

카제프와 나는 열 살이라는 나이 차이 때문에 내가 후작가에 입양되었을 때 그는 이미 17살이라는 나이였다.

친해질 수 있는 시기,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가 훌쩍 지난 셈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나와 카제프는 카일 하일에 비하면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하지만 약간의 거리감을 제외하면 카제프는 확실히 다정하고 세심한 오라버니였다.

아까 그 장면을 목격하고 양녀인 내게 책임을 묻기보다, 친동생인 카일에게 곧장 주먹을 날린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저, 저는 괜찮아요.”

“미안하다, 내가 더 세심하게 신경 써 줬어야 했는데…….”

그는 정말 내게 미안한 건지 마른세수하며 깊은 한숨을 뱉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아니, 아니에요. 오라버니, 저는 정말 괜찮아요.”

“그 애들이 원래도 자주 그랬니?”

“…….”

나는 고민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손길로 카제프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솔직하게 털어놔도 좋아.”

“저, 저는 정말…….”

‘솔직하게’라니.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쓰리썸 하면서 즐겼는데요.’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죽었다 깨어나도 그의 말대로 할 수는 없었다.

“……부모님께 알리지만 말아 주세요.”

내 말에 카제프는 침묵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다소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제발요.”

꽤 절박하게 말했다. 걱정 가득한 카제프의 시선에서 나는 그가 내 부탁을 들어줄 거라는 출처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사실 제국은 아직까지 여성 인권이 정말……, 답이 없기 때문에, 겁탈당해 순결을 잃은 것도 순결하지 않은 거라며 손가락질 받는 사회였다. 그러니 카제프는 내가 애원한다면 이 일을 묻어 줄 것만 같았다.

그는 제 누이가 그런 손가락질에 시달리는 것을 원치 않을 다정한 오라버니니까.

카제프가 내 머리칼을 정돈해 주다 이내 멈칫했다. 흘러내린 이불 사이로 목덜미에 붉게 물든 키스마크를 본 모양이었다.

‘아, 아까 하일이…….’

아차 싶어 허둥대며 이불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카제프가 저지했다. 그는 제 손으로 내 목덜미를 매만졌다. 제대로 끝마치지 못한 관계의 여운 탓일까, 카제프의 손길에도 몸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흣…….”

파르르, 떨며 옅은 신음을 뱉자 당황한 카제프가 제 손을 거두어 갔다. 흥분감에 몸을 움츠러트리자 내가 겁먹었다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미안, 미안하다. 그러려는 의도가…….”

아직 달뜬 숨을 뱉어 내는 내 모습은 꽤 위험했다. 얼핏 본 오라버니의 앞섶이 불룩했으니까. 카제프가 나를 확 끌어안고는 등을 토닥였다. 아무래도 부푼 제 앞섶을 보지 못하게 할 생각인 듯했는데…….

‘이렇게 안으면 몸이 닿아서 흥분한 게 전부 느껴지잖아.’

어정쩡하게 안긴 자세로는 확실히 그랬다. 내가 바스락 바스락 움직이자, 묵직한 성기가 제 존재감을 뽐내며 한 번 더 부풀어 오르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저, 저기……, 오라버니…….”

“……미안, 미안하다.”

그는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으마.”

“감사해요.”

“대신…….”

“……?”

“그 애들이 또 그런다면……, 또 너를 힘들게 한다면 내게 털어놓거라. 응?”

카제프가 내 뺨을 매만지며 힘겹게 말을 뱉었다. 나보다 자신이 더 괴로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같이 실컷 즐겨 놓고 아닌 척하자니 양심이 자꾸만 찔렸다.

‘카일은 괜찮으려나…….’

잠시 고민하던 나는 카제프가 나가기 무섭게 곧장 서랍에서 약통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었다.

피투성이가 된 카일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가서 약이라도 발라 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다급하게 방을 나서려는 순간일까. 누군가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카제프가 돌아온 건가 싶어 놀란 것도 잠시.

“누나, 안에 있어?”

들려온 목소리는 카일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껏 기가 죽어 있었다. 순간 당황하여 헛기침을 두어 번 뱉은 나는 약통을 탁자 위에 올려 두고 허락의 말을 뱉었다.

“……들어와.”

카일은 아까 자신이 한 행동 때문인지 상당히 풀 죽은 모양새였다.

“저기 누나……, 있잖아, 아까 그 말은…….”

그가 우물쭈물 중얼거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됐으니까 우선 앉아.”

나는 일부러 뾰로통하게 말했다.

카일이 어째서 내게 그렇게 말한 건지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섭섭한 건 섭섭한 거였다. 그리고 내 눈치를 살피는 그가 조금 귀엽기도 했고…….

“이리 와.”

침대에 걸터앉아 내 옆을 팡팡 두들겼다. 그러자 카일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앉았다.

“누나, 있잖아……, 내가 말 그렇게 한 건…….”

그는 곧장 이유를 설명하려는 건지 엉덩이 붙이기 무섭게 내게 몸을 부벼 오며 애교 부리듯 속삭였다.

“아-, 내가 네 좆집이라는 거?”

나는 일부러 그의 말을 끊어 내고 일부러 ‘좆집’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그러자 카일이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 아 누나, 누나 그런 거 아니야아……. 응?”

덩치도 큰 놈이 말꼬리를 늘리며 몸을 낮추고 제 머리를 비비적거리자 꽤 귀여웠다. 그 모습이 볼 만했다. 맹수가 주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끙끙 앓는 것 같기도 하다.

“……미안해, 절대 진심이 아니었어. 나는 형님이 누나한테 책임 물까 봐, 그래서 일부러 그런 건데…….”

“응, 좆집.”

“아, 아아아, 누나아……, 누나, 응?”

몸을 낮춘 카일이 내 어깨와 목덜미에 뺨을 비비적거렸다. 그러자 그의 흑발이 흐트러지며 나를 간지럽혔다.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꾹 삼키고, 슬쩍 그를 바라봤다.

얼굴 꼴이 말이 아니었다. 얼마나 맞은 건지 눈탱이 밤탱이가 돼서는 입술은 잔뜩 찢어져 피가 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기분이 영 언짢았다. 속이 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멍청이.’

적당히 피할 수도 있으면서 왜 다 맞았대.

속으로 툴툴거리며 나는 약통을 집어 들었다.

“고개 들어 봐.”

회복 약초를 뭉갠 연고를 면봉에 묻히고 카일의 턱을 잡은 뒤, 상처 위에 발랐다. 그러자 카일은 뭐가 그리 좋은지 배시시 웃으며 눈매를 접었다.

“누나야, 기분 풀렸어?”

애교부리는 고양이 같아 귀엽긴 상당히 귀여웠다. 그러나 애써 덤덤한 척 말했다.

“……아니.”

“기분 풀어 주면 안 돼?”

“싫어, 좆집.”

사실 아까부터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가려는 걸 붙잡느라 안면 근육에 경련이 올 것 같았다. 그런 내 속을 모르는 카일은 여전히 내가 화난 것이라 생각하는지 연신 끙끙대며 눈치를 살폈다.

내가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하자 카일은 한참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기분 많이 나빴지.”

“응, 좆집.”

“아아, 누나. 어떡하면 봐줄 거야?”

“글쎄…….”

연고를 모두 바르자 카일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야, 너……!”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그를 밀어내려 했으나, 밀어지지 않았다. 카일은 볼, 목, 어깨, 입술 부위가 어디든 따질 것 없이 내게 입을 맞춰 대기 시작했다. 쪽, 쪽, 쪽 그가 내 몸 곳곳에 입 맞추는 소리가 울렸다. 민망하고 간질간질한 기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근육으로 다져진 팔이 나를 세게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단단한 가슴팍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카일은 자신의 애정 공세에도 내 표정이 영 나아지지 않자, 더욱 기운 없어 보이는 얼굴로 내게 속삭였다.

“누나아……, 나 봐주면 안 돼?”

“…….”

“응? 응?”

평소엔 매서울 정도로 쭉 째진 눈매가 오늘따라 순하게 접혀 들었다. 살갑게 웃으며 내 목덜미에 입술을 지분거리자 카일의 숨결이 느껴져 간지러웠다.

저 덩치에, 저 험악한 얼굴로 이런 애교라니. 슬슬 한계에 치달았다. 웃음을 참느라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으니까.

“누나, 누나.”

“…….”

“누나야-.”

“…….”

“카일 입술 아픈데, 호 해 주면 안 돼요? 응?”

“꺼흑…….”

아, 젠장. 웃음소리 어떡해……. 근데 이건 좀 셌다. 3인칭 애교라니, 세상에 하늘이 두 쪽 나도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남자의 3인칭 애교를 남동생에게 듣다니. 서대륙에 유일한 소드 마스터가 집구석에서 누나한테 이러고 산다는 걸 세상 사람들은 알까?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한 나는 몸을 웅크리고 꺽꺽대며 웃어 댔다. 웃음소리가 괴상했으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가 끅끅 웃기 시작하자 뭔가 눈치챈 카일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뭐야, 누나! 화 안 났었지!”

“푸하하하, 푸흐, 하하하-!”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웃자 카일이 내 위에 올라타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아 진짜……! 누나, 못됐어! 나 놀린 거야?”

“푸흐흐, 하하하! 아니, 아니 네가……! 커흑, 아 진짜 웃겨……!”

“와, 순진한 남동생을 놀리기나 하고…….”

카일이 입을 삐죽 내밀고는 심술부리듯 연신 나를 간지럽혔다.

“흐하하하하! 하지, 하지 마! 간지러워! 푸흡……, 아, 진짜 3인칭 애교 뭔데?”

“아, 그만 웃어…….”

“왜, 귀여운데.”

카일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자 그는 얌전히 내게 몸을 맡기고 누웠다.

“나는 누나 많이 화난 줄 알고…….”

“화난 줄 알고?”

“선물도 가져왔는데…….”

“선물?”

선물이라는 말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내가 주는 관심이 좋은지, 카일이 헤헤 웃으며 내 눈앞에 제 손바닥을 펴 보였다.

손바닥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가 선물이라는 건지 의구심이 들 때쯤, 그의 손 위로 붉은 오러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일렁이며 모습을 드러낸 오러는 순식간에 내 체내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꺄악-! 이, 이거 뭐야, 카일……!”

놀란 나머지 비명을 내지르자, 카일이 나를 달래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일까. 내 손목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마법 같은 현상에 당황하여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겁먹은 걸 눈치챘는지, 카일의 손이 일정하게 어깨를 토닥여 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누나, 얼른 눈 떠 봐.”

카일의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여졌다. 나는 실눈 뜨듯 가늘게 눈을 떴다. 그가 보란 듯이 붙잡은 내 손목에는 붉은 오러가 보석처럼 박혀 있었다.

“어……?”

본능적으로 눈이 크게 뜨였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손목을 이리저리 살폈다.

‘말도 안 돼, 이거 설마…….’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내게 생긴 오러를 만지작거렸다. 단단한 보석처럼 박힌 게, 아프지도 않았다. 어딘지 따뜻하기도 했다.

‘세상에, 오러잖아……!’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정말 오러였다. 소드 마스터 중에서도 극소수의 소드 마스터만 사용할 수 있다는 그 오러!

말이 극소수의 소드 마스터지, 현재 서대륙에 유일한 소드 마스터는 카일뿐이었으니, 사실상 서대륙에서 오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카일뿐이라고 봐야 했다. 물론 동대륙에는 또 다른 소드 마스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있더라도 오러의 존재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게 내게 생겼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바보처럼 더듬거렸다.

“뭐, 뭐야, 카일. 너 뭐 한 거야?”

이런 건 원작에서도 나온 적 없었다. 내가 멍하니 오러를 바라보자 카일이 웃으며 말했다.

“내 오러야. 누가 누나한테 나쁜 짓 하려고 하면 바로 지켜 줄 거야.”

“세상에…….”

“연회장에서 이상한 놈들이 찝쩍대서 귀찮을 때도 ‘아 저리 꺼졌으면-’ 하고 누나가 생각만 하면 바로 꺼지게 해 줄 수 있어.”

“이런 거 나한테 함부로 줘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나잖아.”

그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왜 갑자기, 나한테 오러를 줘?

의아함에 미간을 찌푸리고 카일을 바라봤다. 그러자 카일이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 사실 꽤 오랫동안 자리 비워야 할지도 모르거든.”

“……뭐?”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며 대꾸해야 하는데, 놀란 나머지 말이 뱉어지지 않았다.

“내가 없는 동안 누나한테 무슨 일 있으면 안 되니까……, 하일 그놈은 책만 읽을 줄 알아서 믿을 수 있어야지.”

카일이 천연덕스럽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 그래서 주는 거야.”

“잠깐, 잠깐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다니? 언제? 얼마나? 어디로? 왜?”

놀란 마음을 달래고 운을 떼자, 말이 속사포처럼 뱉어졌다. 그는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작게 키득거렸다.

“아마 이번 황태자 탄신 연회만 끝나면 바로 북부에 가야 할 거 같아.”

북부라는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북부라면 날씨도 춥고, 마물들이 그득그득한 척박한 땅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이 시기에 간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원작의 카일은 이맘때 북부에 가지 않았으니까.

“……출정하는 거야?”

“응.”

그래, 그는 소드 마스터니까. 카일 한 명이 어지간한 사단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출정하는 게 얼마나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인지도 알고 있고…….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떨떠름한지 의문이었다.

분명 멋대로 관계를 요구하면서 짓궂게 구는 카일이 사라지면 안도해야 하는데, 기분이 불쾌했다. 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그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 근데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나나 누나한테도. 카일이 자연스럽게 말을 삼켰다.

“그래도 기분 좋다. 누나가 그런 표정 지어 주니까.”

카일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당황스러운 나와 달리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구겨졌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떨지는 몰라도 결코 좋은 표정은 아닐 것이었다. 그러자 카일이 내 미간을 쿡쿡 누르며 웃었다.

“표정 풀어요, 누나. 가 봤자 반년에서 일 년이야.”

“……안 가면 안 돼?”

“그건 미안……, 내가 가고 싶어서 그래.”

이상했다. 아직 원작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훗날 카일이 북부를 지키는 검이 되어 황실에 충성을 맹세하긴 하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한참 후, 내가 혼인한 후의 일이고…….

이 시기에 북부 출정이라니. 이건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다.

울상이 된 내 얼굴은 펴질 줄 몰랐다. 묘한 불안감에 카일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자 기분 좋은 체향이 일렁였다. 일정하게 등을 토닥여 주는 손길이 좋았다. 그러나 기분은 유쾌하지 않았다. 가슴께가 울렁거렸다.

* * *

카일은 잠든 티아의 모습을 확인한 후, 방문을 닫고 나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하일이 서 있었다.

“누이께는?”

“말했어, 갈 거라고.”

“어머니께서 의아하게 생각하실 텐데…….”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누나를 황궁에 보낼 수는 없으니까.”

카일은 여전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능글맞은 미소를 띤 채,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일이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둘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을 깬 건 하일이었다.

“……이럴 땐 내가 도움이 안 되네.”

그가 탄식 섞인 한숨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카일이 하일을 툭툭 건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됐어, 넌 검도 제대로 못 잡잖아. 비리비리한 네놈을 전쟁터로 보내느니 이 형님이 가야지, 안 그래?”

쿡쿡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러나 웃고 있는 카일과 달리 하일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어머니껜 언제 말씀드리려고?”

“내일 저녁에.”

“그래.”

하일의 벽안이 제 형제를 향했다. 저와 똑 닮은 옆모습은 그린 듯이 완벽했다. 그는 한참 동안 카일을 바라보다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고맙다, 카일.”

“이 정도로 뭘.”

잠시 머뭇거리던 카일은 미묘한 얼굴로 하일을 바라봤다.

“너야말로 고생했지…….”

* * *

다음 날, 아침을 먹기 위해 향한 다이닝 룸에는 카일이 없었다.

당황한 나머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설마 벌써 북부로 간 건가? 싶어 곧장 하일에게 물었다. 그러자 하일은 일이 있어 잠시 황제를 알현하러 간 것뿐이니 걱정 말라며 나를 다독였다.

아무래도 북부 출정 탓에 황실과 할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애써 카일에 대한 생각을 떨치려하며, 탱탱한 푸딩을 큼직하게 한 스푼 떠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우음…….”

“맛있으십니까?”

“응, 맛있어.”

하일이 옅게 웃으며 제 푸딩도 내 앞으로 내밀었다.

“제 것도 드세요, 누이.”

그가 그다지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나는 사양 않고 냉큼 받아들였다.

“아, 맛있다. 역시 캐러멜 푸딩 최고.”

한참 푸딩을 먹는데 하일의 시선이 집요하게 내 손목으로 따라붙는 게 느껴졌다. 하일은 한참 오러가 있는 쪽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이, 실례지만 손목에 그건…….”

“아, 이거? 카일이 선물로 해 줬어.”

나는 자랑스레 손목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하일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잠시만요. 잠시만, 한 번만 확인하겠습니다.”

기분 탓이었을까? 하일의 표정이 어두워진 듯했다. 그는 조심스레 내 손목을 이리저리 살폈다. 하일의 손끝이 딱딱한 오러를 두어 번 쓰다듬었다.

“이거 설마……, 카일 오러…… 입니까?”

묘하게 목소리 끝이 잘게 떨렸다. 하일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되물었다.

“응, 카일이 줬어. 왜?”

내 말에 아주 찰나였지만 하일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과 달리, 하일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 * *

황궁에 갔던 카일이 돌아왔다. 그러자 하일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방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답지 않게 조급했다. 언제나 단정함을 고집하던 하일이었음에도, 오늘만큼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할 틈도 없이 빠르게 걸었다.

“카일-!”

그러고는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 카일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출처 모를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방 안에는 옷을 미처 옷을 갈아입지 못한 카일이 멀뚱히 서 있었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저택을 돌아다니던 평소와 달리, 단정한 기사 제복이 낯설게 느껴졌다.

“뭐야,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냐? 네가 그 꼴로 내 방을 다 오고…….”

카일이 무식하게 방으로 쳐들어온 하일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땀범벅이 된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하일은 확실히 평소에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가 흐트러진 모습이 즐거웠는지, 카일이 쿡쿡 웃었다. 그러나 즐거워 보이는 카일과 달리 하일의 표정은 싸늘했다.

숨을 고르던 하일은 위협적으로 카일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곧장 그의 멱살을 잡아 쥐었다.

“너, 미쳤어?”

“……뭐?”

난데없이 쳐들어와 다짜고짜 미쳤냐니. 억울함에 카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자 하일은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누이 손목에 오러 뭔데.”

“아, 뭐야 난 또 무슨 일이라고……, 너 지금 겨우 그거 때문에…….”

“겨우 그거?”

하일이 곧장 카일의 말을 끊어 냈다. 멱살을 쥔 손에 힘이 더욱 바짝 들었다.

“워워, 진정해. 형님.”

화난 듯한 하일과 달리, 카일은 키득거리며 웃기만 할 뿐이었다. 장난스럽게 하일을 형님이라 부른 카일은 잡힌 멱살을 쳐 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에 더욱 화가 치민 하일은 그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너 북부에 가기로 해 놓고……, 그런데 네 오러를 누이께 드리면……!”

하일의 목소리는 상당히 격앙되어 있었다. 언제나처럼 나긋나긋 듣기 좋은 중저음이 아닌, 감정이 가득 서려 갈라진 목소리. 티아조차 본 적 없는, 낯선 모습이었다.

“……죽고 싶어 환장한 거야?”

하일의 말에 카일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오러 하나 없다고 안 죽어.”

사실 카일의 말이 맞았다. 오러 하나 없다고 하일이 이렇게 유난 떨며 걱정할 필요 따위 없었다.

애당초 오러는 서대륙에서 카일이 유일한 보유자였고, 지금 북부에 나가 있는 기사는 모두 일반 기사들에 불과했으니까. 일반 기사들도 멀쩡히 살아 돌아오는 북부에서, 소드 마스터인 카일이 다칠 일은 전무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하일은 뭐가 그리 불안한 건지 초조하다는 눈으로 카일을 마주했다.

“너 같은 약골들도 멀쩡히 살아 숨 쉬는데, 내가 죽긴 왜 죽냐?”

하일의 불안을 덜어 주려는 건지, 실없는 농담을 뱉으며 카일이 피식 웃었다. 그럼에도 하일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럼 누이께서 얼마나…….”

잡힌 멱살 탓에 목이 졸렸는지, 카일이 켁켁거리며 기침했다.

“혹여 자책이라도 하시면……!”

“아니, 아니 왜 자꾸 나한테 무슨 일 생길 거라고 장담하는 건데?”

내가 무슨 일 생겼으면 좋겠냐? 카일이 뒷말을 덧붙이며 하일의 손을 가볍게 털어냈다.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카일은 어딘지 낮게 가라앉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전처럼 허무하게 누나를 잃을 바에야, 이쪽이 훨씬 나아.”

카일의 말에 하일이 입술을 짓씹었다. 그의 눈동자가 갈 곳 잃은 사람처럼 허공을 헤맸다.

그날 둘의 모습은 정반대였다. 카일은 단정했고, 하일은 흐트러졌다.

“이번엔 절대…… 전처럼 되게 하지 않아.”

* * *

결국 카일의 북부 출정이 확정되었다.

황제를 알현하러 갔다는 그날. 기어코 북부 출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왔던 모양이다. 그의 북부 출정에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셨다.

카일은 황태자 탄신 연회가 끝나자마자, 기약 없는 출정을 떠나게 됐다.

기분이 이상했다. 어딘지 아쉽기도 하고, 아쉽다는 것보다는 좀 더 큰 우울함이 몰려오기도 했다.

출정이 확정된 후로, 카일 또한 싱숭생숭하긴 마찬가지였는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아와 의미 없는 스킨십을 하곤 했다.

굳이 성관계가 아닌 단순한 입맞춤이라든가 포옹이라든가 손잡기라든가 그런 거.

게다가 밤에는 인기척을 죽이고 몰래 찾아와 나를 끌어안고 자곤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딱히 관계를 하려 들거나 은근히 몸을 더듬거리지도 않았다. 정말 순수하게 딱 잠만 자고 갔다.

이런 카일의 모습은 낯설어 당황스러웠다.

하일 또한 그가 곧 떠난다는 걸 알기에 제지하거나 질투하지 않는 듯했다.

어딘지 울적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황태자 탄신 연회의 날이 밝았다. 원작의 시작일이었음에도 아무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연회 준비가 한창일 무렵, 카제프가 내게 다가왔다.

“티아.”

“아, 오라버니.”

단정하게 모두 넘긴 머리와 곧은 눈매 그리고 얄쌍한 콧대와 턱선은 잘생긴 미남자의 정석이었다. 거기에 하얀 제복까지 입고 있으니 천사가 아닐까 싶기까지 했다. 봐도 봐도 적응 안 되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카제프는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아이들과 마차…… 함께 타도 괜찮겠니?”

주변 사용인들의 이목을 신경 쓴 그가 조심스레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요.”

“정말?”

“……네, 평소엔 좋은 아이들이니까요.”

정말 괜찮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카제프의 눈에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 서려 있었다.

‘하긴, 내가 둘에게 겁탈당한 거라 알고 있으니…….’

아르젠트 후작가의 인원은 무려 여섯 명. 여섯 명이 한 마차를 타고 황궁까지 가기란 무리였다. 그렇기에 늘 세 명, 세 명 나눠 타고 가곤 했는데, 부모님과 함께 타는 건 언제나 장남인 카제프 오라버니였다. 오늘도 나는 카일, 하일과 함께 마차를 타고 가게 될 것이었기에, 그는 그 사실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참 배려심 넓고 다정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도련님, 마님께서 출발 준비를 모두 마치셨습니다.”

“아…….”

그는 나를 짐승 같은 제 형제들 사이에 내버려 두고 가는 게 영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한 번 더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정말, 정말 괜찮아요.”

“……티아.”

“그날은…… 실수였으니까요. 카일도, 하일도.”

실수는 무슨, 얼어 죽을 실수.

속마음을 삼키며 상처받은 아련한 소녀처럼 입술을 짓씹어 억지로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았다. 그러자 카제프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무슨 일 있으면 오라버니께 말씀드리기로 했잖아요.”

“…….”

“걱정 마세요. 제가 믿고 의지하는 건 오라버니뿐이니까요.”

병약한 시한부 여자 주인공처럼 옅은 미소를 입가에 띠자 카제프가 고개를 떨궜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제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러고는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작은 버튼이 달린 마력구였다.

“……호신용 마력 장치야.”

마력 장치라니, 딱 봐도 비싸 보이고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아마 그날을 목격하고 나를 위해 사 온 것 같았다. 새삼 카제프가 정말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무슨 일 있으면 꼭, 꼭, 이 버튼을 누르거라.”

그는 나를 지켜 주겠다는 듯, 결연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상대가 카일인 이상 지켜 주긴커녕 일 초 만에 나가떨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물론 카일이 제 가족에게 그런 짓을 할 애는 아니지만…….’

그가 작정하고 검을 든다면 제국에서 카일을 이길 자는 없을 테니까.

내가 아는 원작대로라면 그랬다. 카일은 훗날 황실에서조차 견제할 정도로 서대륙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될 것이었고, 카제프는 평범한 후작이 되어 가문을 이끌 것이었다.

슬프지만 이게 둘의 차이였다.

카제프는 마지막까지 내 걱정을 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는 듯했다. 정말 걱정 말라는 뜻으로 살짝 손을 흔들며 아련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제야 그가 힘겹게 등을 돌렸다.

‘휴.’

이 정도면 걱정 안 하겠지.

* * *

카제프와 후작 부부를 태운 마차가 저택을 떠나기 무섭게 카일과 하일이 들이닥쳤다.

“누나, 준비 다 했어?”

“응.”

화려한 기사 제복을 입은 카일과 단정한 연회복을 입은 하일이 나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문 앞에 서 있었다.

기사 서임을 받은 카일은 연회 때 기사 제복을 입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하일은 연회복을 입었다.

둘의 모습은 새삼 상반되면서도 잘 어울렸다.

짙은 남색 코트와 단정한 베스트 그리고 흰 와이셔츠에 사파이어 브로치를 단 하일. 단정하면서도 차가워 보였다.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아쉽지도 않은, 적당히 기품 있는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아까부터 폴짝거리는 카일은…….

“누나, 나 오늘 엄청 멋있지?”

상당히……, 상당히 요란하다. 아무래도 기사 제복에 달린 훈장들 때문인 것 같은데…….

어깨에 휘날리는 금빛 견장이며, 한쪽에 두른 요란스런 망토 하며, 가슴팍에 달린 셀 수도 없는 훈장들까지…….

과부하란 말이 딱 들어맞았다.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카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뱉어 주었다.

“그, 그래. 멋져…….”

번쩍이는 금붙이들에 눈이 멀 것 같았다. 세상에 훈장이 전부 몇 개야.

유일한 소드 마스터답게 그의 가슴엔 훈장만 예닐곱 개는 되어 보였다.

‘아마 이번 북부 출정을 다녀오면 훈장이 하나 더 늘어나겠지…….’

곧 있으면 그가 떠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그런 내 앞에 웬 푸딩이 내밀어졌다.

“응? 푸딩?”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하일이 웃으며 말했다.

“아침부터 연회 준비하시느라 제대로 식사도 못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가 작은 스푼으로 보드라운 푸딩을 떠 내 앞에 내밀었다.

“흘리시면 안 되니 제가 먹여 드리겠습니다, 누이.”

보기 좋게 웃으며 그가 말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예쁜 연회복 차려 입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누나 푸딩 먹여 주기라니.

“고마워, 그럼 사양 않고…….”

한 스푼 입에 넣자 부드러운 캐러멜 크림이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아 역시 달다구리 한 거 최고.

“맛있다.”

내가 배시시 웃으며 한 입 더 받아먹자 곁에 있던 카일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는 말했다.

“누나, 황궁에서 멜론 많이 먹으려면 적당히 먹어.”

“카일! 내가 언제 멜론을 그렇게 먹었다고……!”

“누나가 열두 살 때 그랬잖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황궁 멜론 같다고.”

“아이씨…….”

사실이었기에 무어라 반박하지 못하고 입술만 뾰족하게 내밀었다. 하일은 우리 사이를 지켜보며 마지막 한 스푼까지 싹싹 긁어 내게 먹여 주었다.

“도련님, 아가씨.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마침 마지막 푸딩을 꼴깍 삼키자, 하녀가 우리에게 출발 준비를 알렸다.

내 왼쪽 팔짱은 카일이, 오른쪽 팔짱은 하일이 낀 탓에 자세가 우스꽝스러웠다.

“아니, 이거 무슨 범죄자 연행하는 거 같은데…….”

불만을 토로했으나, 둘은 내 말을 못 들은 체하며 나를 데리고 마차로 향했다. 심지어 둘 다 키가 큰 탓에 자꾸 내 발이 허공으로 뜰락 말락 한다.

‘기껏 예쁜 드레스 입고 이게 뭐야…….’

괜스레 툴툴거렸으나, 그래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 * *

“우응…….”

거대한 사두마차 안에는 질척한 소리가 가득 메워졌다.

요즘 카일도 얌전하고 하일도 별다른 반응이 없길래, 당연히 오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완전히 오산이었다.

“카, 카일, 내 머리……, 흡, 흐트러져…….”

카일의 손이 우악스레 내 얼굴을 쥐고 억지로 제 성기를 입에 물렸다. 하일은 조심스레 드레스 자락을 젖히고, 음탕한 애액이 흐르는 음부를 문지르고 있었다.

“우으, 응…….”

입 안에 가득 찬 카일의 것이 점점 굵어지며 부풀기 시작했다. 입을 최대까지 벌리고 힘겹게 그의 것을 물었다. 그럼에도 묵직한 크기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카일이 중얼거렸다.

“나 한 번쯤은 마차에서 해 보고 싶었어.”

“흐…….”

“누이.”

“으우……, 읍…….”

입에 카일의 것을 물고 있는 탓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단정히 발렸던 립스틱은 뭉그러진 지 오래였다.

“저희와 하지 않는 동안 혼자 하신 건 아니겠지요.”

하일이 사르르 웃어 보였다. 미소만 본다면 우아한 귀공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러나 미소와 달리 그의 손은 내 은밀한 속살을 벌려 한껏 괴롭히는 중이었다.

꼭 다물려 있던 음순이 하일에 의해 활짝 벌려졌다. 그 안에 숨은 살점은 숨을 곳 없이 고스란히 내보여졌다.

“아, 누나 설마 진짜 혼자 했어? 아니지?”

고개를 도리질하며 부정했으나, 하일의 손이 음핵을 꼬집었다.

“하지만 처음 저희에게 들켰을 때도, 혼자 모조 성기로 구멍을 쑤시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게 음탕한 누이께서…….”

“으읍, 으…….”

“하지 않으셨을 거란 보장은 없겠지요.”

젖을 대로 젖은 음부에 무언가가 푸욱, 처박혔다. 낯선 감각에 고개가 젖혀지며 카일의 제복을 붙잡고 덜덜 떨었다.

마차 안의 공기는 뜨겁고 외설적이었다.

단정한 기사 제복을 입고 가슴엔 자랑스런 훈장을 주렁주렁 단 채 그와 대조되는 행위를 하는 카일. 귀공자처럼 반듯한 연회복을 입고 제 누이의 은밀한 곳을 괴롭히는 데 여념이 없는 하일.

막장도 이런 막장이 있을까.

“벌을 받으셔야겠습니다, 누이.”

하일의 말에 나는 물었던 카일의 성기를 빼며, 억울하다는 듯 반론했다.

“내, 내가 왜, 흡, 벌을…….”

자위도 안 했는데, 억울해!

“글쎄요, 누이께서 자위를 했는지 안 했는지 저희는 알 수 없으니…….”

“억지, 흑, 흐아……, 완전 어, 억지…….”

대체 뭘 넣은 거야……!

묻고 싶었지만 묵직하게 안을 가득 채우고 들어온 낯선 물건 탓에 신음만 흐를 뿐이었다.

“후으응……, 뭐, 뭘 넣은……, 흣.”

찌걱이는 소리와 함께 내 구멍에 처박힌 무언가가 앞뒤로 쑤셔지기 시작했다. 아찔하게 내벽을 긁어 대는 감각에 허리를 튕기며 달달 떨자, 카일은 그 모습을 관망하며 내 입술에 제 귀두를 문질렀다.

“입 벌려, 누나.”

“흡, 흐으……, 여, 연회, 연회 가야 하는데…….”

“걱정 마세요, 황궁에는 삽십 분 후에 도착하게 되어 있으니.”

삼십 분이라는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저택에서 황궁까지는 오래 걸려야 십 분 거리였다.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채고 창문으로 시선을 던졌다. 창밖 풍경이 낯설었다. 아무래도 둘은 마부에게 빙빙 돌아가라 명한 모양이었다.

‘어쩐지 도착할 때가 됐는데도 도착을 안 하더라.’

내가 다른 생각을 하는 게 못마땅했는지, 카일이 곧장 제 것을 쑤셔 넣었다.

“우읍……!”

목 끝까지 푹, 푹, 찌르는 감각에 눈물이 찔끔 흘렀다.

‘아, 화장 열심히 했는데…….’

울퉁불퉁한 핏줄이 입술 안쪽 점막을 스치고 왕복하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오랜만에 무언가가 박힌 질구 또한 연신 파르르 떨어 대며 아래에 박힌 물건을 물어 댔다.

그 모습을 보던 하일이 야살스레 웃어 보였다.

“그동안 많이 동하셨나 봅니다.”

“후으, 읍…….”

“기다렸다는 듯 잘도 먹는군요, 누이. 만약 오늘이 황태자 탄신 연회가 아니었다면 연회를 불참하고 좆질이나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일의 손이 보드라운 엉덩이를 조물거리며 말했다. 그가 엉덩이를 주무를 때마다 구멍 안에 박힌 물건이 함께 움직여 기분이 묘했다.

“오늘 드릴 벌은 간단합니다.”

최대치까지 흥분한 카일이 퍽, 퍽 소리가 나도록 내 입 안에 제 좆을 처박았다. 덕분에 하일의 나긋한 목소리는 귓가에 박히지 않았다.

“최음 크림 바른 모조 성기를 구멍에 박으신 채, 연회를 모두 마치시면 됩니다.”

찰싹, 소리와 함께 하일의 손이 내 엉덩이를 때렸다. 그리고 모조 성기를 최대치까지 구멍 안에 밀어 넣은 뒤, 내 드레스 자락을 모두 내려 정리해 주기 시작했다.

“큿…….”

순간 카일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렀다. 그리고 뜨거운 무언가가 입 안에 뿌려지는 게 느껴졌다. 놀라 입에서 성기를 빼려 하자, 두툼한 손이 뒤통수를 막아 도망칠 수 없도록 오히려 더욱 깊은 곳까지 성기를 물게 만들었다.

“으우……!”

뜨거운 액이 목을 타고 삼켜졌다. 카일은 꽤 오랫동안 내 입 안에 파정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끝났는지, 조금 누그러든 성기가 빠져나갔다.

카일은 사정감에 취해 기분이 많이 누그러진 듯했으나, 모조 성기가 구멍 안에 들어와 있는 나는 그렇지 못했다.

‘게다가 뭐? 최음 크림을 발라?’

혼자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하일의 팔을 붙잡고 겨우겨우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흐으, 흐……, 이, 이상, 이상해, 흣, 하, 하일……, 이, 이거 안 돼……, 흐, 빼, 빼 줘어…….”

그러나 의자에 앉은 후에도 문제였다. 앉은 탓에 모조 성기가 더욱 깊은 곳에 찔러졌다. 마차가 멋대로 흔들릴 때마다, 안을 쑤셔 대는 모조 성기도 어설프게 내벽을 자극했다.

차라리 마음껏 느낄 수 있게 왕복하면 모를까, 이런 행위는 애달프기만 할 뿐 영 아쉬웠다.

나는 어서 빼 달라는 뜻으로, 드레스를 젖히고 다리를 벌렸다. 그러자 질척해진 음부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누이, 너무 음란하신 것 아닙니까.”

하일이 싱긋 웃으며 제 손에 들린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가만히 박혀 있기만 하던 모조 성기가 부르르, 진동하기 시작했다.

“흐, 흐아, 아, 아앙! 하, 하일, 하일!”

“네, 누이. 부르셨습니까.”

“그, 그만……, 그만……!”

끅끅 신음을 참으며 그의 팔에 매달려 애원했으나, 하일은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진동 세기를 높여 나를 괴롭게 만들 뿐이었다.

투명한 애액이 구멍과 모조 성기 사이로 질질 흘러나왔다. 쾌락에 몸을 맡기고 이성이 점점 멀어져 가는 순간이었다. 마차가 멈춰 섰다.

“이런, 벌써 도착했나 보군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 상태로 입장이라니, 절대 불가능했다.

“누나, 가자.”

“잡으세요, 누이. 에스코트가 필요하실 테니.”

동시에 내게로 향한 그들의 눈빛은 악마나 다름없었다.

* * *

모조 성기는 구멍 안에서 계속 진동했다. 걸을 때마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물감과 쾌락에 누가 알아채기라도 할까 두려웠다.

“옳지, 잘 걸으시는군요. 그런 음탕한 것을 구멍에 처박고도 말입니다.”

느긋하고 다정한 하일의 목소리와 달리 읊어지는 말은 전혀 다정하지 못했다.

그가 옅게 웃으며 은근히 내 허리를 쓰다듬었다. 순간 진동하던 모조 성기가 푹 깊숙이 박혀 들어왔다. 갑작스런 쾌감에 다리가 휘청거렸다. 덜덜 떨며 하일의 품에 거의 안기듯 몸을 맡겼다. 최음 크림을 발랐다더니, 진짜인 모양이었다.

어설픈 모조 성기는 오히려 흥분만 부추겼다. 하일이나 카일의 것으로 미친 듯이 쑤셔 주는 게 아닌, 가짜 성기에 불과한 이것은 나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차라리 카일과 하일에게 안기는 게 백배는 나았다. 이도 저도 아니게 진동하는 모조 성기 탓에 애달아 죽을 것만 같았다.

연회장에 입장하자 황족의 자리에 황태자가 나타났다. 그는 모든 귀족들을 내려다보며 느긋하게 연회를 살피는 듯했다.

분명 지금 이 상황에서 그와 나는 눈이 마주치고 황태자는 내게 호감을 보이는 레퍼토리가 되어야 하는데…….

‘양옆에 동생들을 끼고 모조 성기를 박은 채 그게 될 리 없잖아.’

역시 원작은 망했다. 망해도 개망했다.

황태자는 귀족들을 훑어보다 이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금안이 잠시 나를 훑었다.

‘설마 원작대로 첫눈에 반한 건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나도 그를 바라봤으나 황태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곧장 시선을 거두어 갔다.

젠장. 첫눈에 반하긴 개뿔, 관심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원작과 달라진 거지……?’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그들과 뒹굴 만큼 뒹굴었대도 원작의 황태자는 첫눈에 티아에게 반한다. 꿈에서만 보던 제 이상형이라나 뭐라나 그런 말을 뱉어 내면서. 여하튼 그런 황태자가 갑자기 취향이 바뀔 리도 없을 텐데……, 어째서인지 원작과 달리 그는 내 외모에 조금도 반하지 않은 듯했다.

원작에서 황태자는 티아를 보자마자 계단으로 내려와 춤을 신청한다. 그런데 지금의 황태자는…… 춤 신청은커녕 더 이상 내게 관심도 줄 기미가 없어 보였다.

‘차라리 다행인가. 이 상태로 춤 신청은 받아 봤자 추지도 못할 텐데…….’

새삼 정말 원작이 틀어졌음을 느꼈다. 원작의 남주와 여주인 우리는 놀랍게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아, 원작 안녕. 황태자비 안녕.’

망해 버린 원작을 향해 애도를 표하며 나는 하일의 가슴께에 몸을 기댔다.

“많이 힘드십니까?”

그러자 그가 다정하게 물으며 내 머리카락에 살짝 입을 맞춰 왔다. 사르르 접혀 들어가는 눈매가 퍽 다정했다. 아마 연회장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하리라. 하일이 제 누이의 구멍에 모조 성기를 쑤셔 박아 둔 사람이라고.

나는 이때다 싶어 하일의 팔에 매달려 작게 속삭였다.

“하일……, 나, 흣, 이, 이거 빼 주면…….”

“그건 안 됩니다.”

“왜, 왜애…….”

그러나 카일과 달리 단호한 거절이 돌아왔다. 카일이었다면 듣는 척이라도 해 줬을 텐데…….

풀어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하일이 저열하게 웃어 보였다.

“우리 누이께서는 야하기도 하셔라…….”

연회장이 시끌벅적해서 다행이었다. 다리 사이에서 위잉, 위잉 울려 대는 진동 모조 성기는 정말 곤욕스러웠다.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하일이 쿡쿡 웃으며 물었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그의 재킷 소매를 붙잡았다.

“그, 그런 거 몰라……, 어떻게든 해 줘, 흣, 하일……, 제발.”

가느다란 목소리가 애처롭게도 떨렸다. 이러는 와중에도 모조 성기는 구멍 안에서 진동하며 나를 괴롭히는 데 열심이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누이. 잘 버티시면 상을 드리겠습니다.”

다정하고도 감미로운 목소리였으나, 그런 것 따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최음 크림 때문인지 누구든 빨리 이 모조 성기를 뽑아내고 굵은 자지를 끝까지 처박아 쑤셔 줬으면 좋겠다는 문란한 생각만이 맴돌았다.

‘그래, 차라리 카일한테 빼 달라고 하자……!’

하일과 달리 카일은 감정적이고 제 기분 따라 멋대로 행동하는 편이었다. 그에게 가서 아래에 박힌 것을 빼 달라 칭얼거리며 조르면, 그는 마지못해 내가 원하는 대로 해 주리라.

카일을 찾아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자, 내 속마음을 눈치챈 하일이 저열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이런, 카일을 찾으십니까?”

“흣…….”

“안타깝지만 그놈은 현재 황제 폐하를 알현하러 갔습니다. 북부 출정 때문에 말이죠.”

“뭐, 뭐……?”

절망스러웠다. 카일이 없다니, 그럼 이 쾌락에서 해방시켜 줄 사람은 하일뿐이라는 건데…….

하일은 내가 곤란해 하는 지금 이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한 마디로 나를 해방시켜 줄 생각 따위 조금도 없다는 말이다.

하필 저 멀리서 부모님과 카제프 오라버니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망했다. 아무리 양부모님이라지만 모조 성기를 박은 채로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죄책감과 배덕감에 제발, 제발 좀 어떻게 해 달라는 뜻으로 하일을 올려다봤으나, 하일은 어깨만 으쓱거릴 뿐이었다.

“티아, 오늘 참 예쁘구나.”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아버지, 아르젠트 후작이 웃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예민하게 달아오른 몸은 갑작스런 타인의 손길에 놀라 흠칫, 떨렸다.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가, 감사, 감사해요, 아버지.”

식은땀이 송골송골 이마에 맺히기 시작했다. 다행히 부모님은 내게 큰 관심이나 시선을 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문제는 카제프 오라버니였다. 그는 집요할 정도로 내 몸 상태를 걱정해 주는 듯했다.

카제프의 벽안이 연신 나를 훑었다. 내 몸 상태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이대로라면 정말 들킬지도 몰랐다.

나는 어설픈 쾌감과 죄책감에 정말 울고 싶었다.

창피한 나머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눈앞에 웬 손수건이 나타났다.

“티아, 괜찮니?”

오라버니였다.

“식은땀이 많이 나는구나.”

“아, 그, 그게 긴장을 해서……, 요…….”

카제프가 내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혹여 모조 성기의 진동 소리가 새 나갈까 걱정될 정도로.

“후으…….”

부르르, 내벽을 문지르는 쾌감에 나도 모르게 다리가 배배 꼬였다.

“이런, 누이께서 구두가 많이 불편하신 모양입니다. 아까부터 다리가 불편하다고 하셨거든요.”

그러자 하일이 태연하게 웃으며 변명거리를 둘러댔다. 입에 침 한 번 바르지 않고 거짓을 읊어대는 게 간사하기만 하다.

“누이, 많이 힘드시면 테라스라도 가서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 그게 좋겠다. 티아.”

정말 내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는지, 카제프까지 거들며 나섰다.

“테라스까지 에스코트해 주마.”

내게 손을 내민 건 하일이 아닌 카제프였다. 절망했다. 나는 당연히 하일이 에스코트 해 줄 줄 알았는데…….

“괘, 괜찮아요! 혼자 갈게요!”

아무것도 모르는 오라버니의 에스코트를 받느니 혼자 가는 게 백배 천배 나았다.

나는 카제프의 손을 거절하고 비틀대며 자리를 벗어났다.

허공에 홀로 남은 제 손을 바라보던 카제프는 비틀거리는 내 뒷모습을 한 번 바라보다가 이내 어색하게 손을 거두어 갔다.

* * *

미칠 노릇이었다. 테라스에 도착하기 무섭게 진동의 세기가 높아졌다.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하일이 귀신같이 세기를 높인 모양이다.

결국 나는 테라스 커튼을 꼭 닫고, 드레스를 젖혀 치마 속에 있는 모조 성기를 꺼내 스스로 쑤실 수밖에 없었다.

“흐으……, 응…….”

그래도 부족했다. 카일, 하일과의 자극적인 섹스만 해 와서 그런 걸까 무언가 아쉬웠다. 게다가 크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딱딱하고 차가운 모조 성기는 그들의 것보다 한참 작았으니까.

질척이는 야한 소리가 테라스에 울렸다. 아웃도어 소파에 앉아 다리를 한껏 벌리고 절정을 맞기 위해 노력했으나, 혼자 하자니 팔도 아팠고 모조 성기만으로는 부족했다.

“흐읏……!”

최음 크림 탓에 느끼기만 더 잘 느꼈다. 애액이 얼마나 흐르는지, 소파를 축축하게 만들 정도였다.

아쉬움에 한 손으론 성기를 쑤시고 다른 한 손으론 카일과 하일을 떠올리며 음핵을 문질렀다. 그러자 다시 한번 왈칵 음액이 새 나왔다.

만약 카일이라면…….

‘누나, 구멍 봐. 존나 야해. 자지 먹고 싶어서 안달 났네? 응? 이제 암캐 다 됐어, 아주.’

혼자 그가 던질 음담패설을 떠올리니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더 깊은 쾌감이 찾아왔다.

한창 그들과의 섹스를 떠올리며 홀로 구멍을 쑤시는 순간이었다. 커튼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티아, 여기 있니?”

카제프 오라버니였다.

너무 놀라 몸이 굳었다. 당장 주변을 정리하려는 순간이었다. 하일이 진동을 더 높인 건지, 모조 성기가 부르르 떨리며 멋대로 깊은 곳까지 찌르고 들어갔다.

“흐읍, 아, 아앙……!”

예상치 못한 쾌감에 무방비하게 교성이 토해졌다. 망했다. 신음이 새 나갔다. 밖에 있는 카제프가 들은 건 아닌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는 뒤늦게 입술을 앙 깨물고, 모조 성기를 빼내려 다리를 활짝 벌렸다. 드레스 자락을 올리고 음부에 꽂힌 물건을 뽑으려는 찰나였다.

“티아-!”

내 신음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한 건지 카제프가 커튼을 젖혔다.

절망이 몸을 뒤덮었다.

아웃도어 소파에 앉아 홀로 다리를 벌린 채, 모조 성기를 쑤시는 여동생을 마주한 그의 표정은 정말……, 그러니까 정말 가관이었다.

위잉, 위잉.

그 와중에도 구멍에 박힌 성기는 덜덜 떨며 더욱 깊은 곳까지 속살을 헤집고 들어왔다. 조그마한 구멍은 모조 성기를 힘겹게 물고 애액에 젖어 있었다. 나는 치맛자락을 갈무리할 새도 없이, 그 모습을 그대로 오라비 앞에 내보일 수밖에 없었다.

“오, 오라버, 니……, 흐, 흐으, 흡…….”

어서 빨리 이걸 빼내고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데, 망했다. 최음 크림 탓인지 정신이 아득했다.

카제프는 잠시 머뭇거리다 혹여 누군가가 볼까 다급히 테라스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곧장 커튼을 닫은 뒤, 사람이 있다는 팻말까지 걸어 두었다.

“티아, 지금 뭐 하는…….”

그의 목소리가 옅게 떨렸다. 카제프가 마른세수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러니까 지금 혼자……, 여기서…….”

“흡, 흐읏…….”

창피함에 허겁지겁 다리를 오므리자 자연스럽게 질구에 박혀 있던 모조 성기가 쑤욱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흐아…….”

찌걱, 찌걱.

야한 소리가 우리 둘 사이에 가득 찼다. 카제프는 한참 고민하더니 내게서 등을 돌렸다.

“못 본……, 못 본 거로 하겠다. 티아.”

그는 잔뜩 부푼 제 앞섶을 가리며, 내게서 등을 돌렸다. 마치 어서 행위를 마치고 옷을 정돈하라는 무언의 압박 같았다.

그런 그를 붙잡은 건, 그러니까 정말 단순히 최음 크림 때문에 붙잡은 거다. 어떻게든 이 애달픈 흥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흐으……, 오, 오라버니…….”

내가 부르자 카제프는 더 이상 이곳에 있기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도망치듯 테라스를 벗어나려 했다.

“가, 가지, 흣, 가지 마요…….”

나도 모르게 떠나려는 그를 붙잡았다. 내 부름에 카제프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저, 저 좀……, 도와주……, 흡…….”

카제프는 욕정을 참으려는 건지, 주먹을 세게 쥐었다. 입 안 여린 살까지 짓씹어 가며 이성을 붙잡으려 노력했다.

“오, 오라, 흣, 오라버니…….”

내가 한 번 더 그를 부르자, 카제프가 천천히 뒤를 돌았다. 날카롭게 째진 눈매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라버니의 시선이 홀로 어설프게 자위하던 나를 아주 진득하고 느릿하게 구석구석 훑었다.

나를 보는 그 시선마저 야릇했다. 정말 미친 나머지, 카제프의 시선을 보며 느꼈다. 애써 욕정을 죽이고 있는 그를 보며 나는 홀로 음핵을 문질렀다.

쾌감에 허리가 멋대로 들썩였고 입에선 야릇한 비음이 흘렀다.

“흐읏, 아……!”

한껏 흥분해 달아오른 선홍빛 음핵이 작고 여린 손가락 아래 망가져 문드러졌다. 원을 그리듯 느릿하게 손을 움직이자 카제프는 내 다리 사이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 시선이 아찔했다. 심장이 쿵, 쿵, 날뛰었다.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이러는 건지 나도 알 수 없었다.

나를 보는 카제프의 얼굴은 미묘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언제나 완벽한 후계자의 모습만 보여 오던 그에게선 보기 드문 얼굴이었다.

터질 듯 부푼 그의 성기와 달리 그는 마지막까지 이성을 붙잡으려는 듯 손톱이 제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고 있었다.

진짜 미칠 노릇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절정을 못 맞다니. 괴로웠다. 뭐든 더 큰 걸 쑤셔 넣고 싶어 아래가 들썩거렸다.

그러자 카제프가 성큼, 한 발자국 다가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곧장 자세를 바꿨다. 어기적어기적 기듯이 그에게 다가가 부푼 바지 앞섶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카제프는 그런 내 행동을 말리지도, 돕지도 않았다. 움찔거리며 가만히 관망할 뿐이었다.

“이, 이거…….”

나도 모르게 잇새로 칭얼거리는 말이 흘렀다.

“흐으……, 오라, 버니……, 흣, 자지……, 오라버니……, 자지 박아 주세요.”

내가 카일과 하일에게 배운 말이라곤 이런 것뿐이었다. 특히 카일은 내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 이런 말을 곧잘 시켰기에, 나는 습관적으로 천박한 말을 입에 담아 가며 애원했다. 그러자 카제프가 작게 한숨을 토했다.

“그런 천박한 말은 누구한테 배운 거지?”

곧이어 들려온 목소리는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로 낯설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순간 다른 사람이 아닌가 싶어 눈이 크게 뜨였다.

카제프 아르젠트.

그는 내게 있어 언제나 다정하고 세심한, 배려심 넘치는 오라비였다. 자상한 목소리, 부드러운 행동, 온화한 성정.

다소 제멋대로인 카일, 하일과 확연히 달랐다.

그런데 방금 그 목소리는 내가 그를 만난 후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순간 정신이 확 돌아오려 했다. 그러나 내가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카제프의 손이 우악스럽게 내 뒷머리를 잡아챘다.

“윽…….”

옅은 신음이 흘렀음에도 카제프는 여전히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시리도록 낯선 시선만이 나를 향할 뿐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뒤틀렸다. 마치 발정이라도 난 듯한 내 모습을 비웃는 것처럼 냉소적으로 읊조렸다.

“보나 마나 뻔하군. 카일이 너를 이렇게 만든 건가.”

쯧, 혀를 찬 카제프가 내 어깨를 밀쳤다. 그러자 몸이 힘없이 아웃도어 소파에 눕혀졌다.

“오, 오라버니, 제가 실수했…….”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다급하게 그에게 말을 붙였다. 그러나 나는 말을 모두 마칠 수 없었다.

무심한 얼굴의 카제프가 고개를 삐뚜름히 젖히더니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스카프를 꺼내 내 손을 위로 결박시켰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머리로 상황을 좇지 못했다. 나는 바보처럼 입술만 달싹이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 순간, 카제프가 다물려 있던 내 다리를 억지로 벌렸다. 그러자 뽀얀 속살과 함께 질펀하게 모조 성기를 넣어 둔 구멍이 그의 앞에 가감 없이 드러났다.

“흣, 보, 보지, 마요……!”

이제 와서 보지 말라니,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었다. 그러나 관찰하듯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은 꽤 민망했다. 수치심에 귀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카제프는 집요하게 내 다리 사이를 훑었다. 여전히 시선은 매서웠다. 물끄러미 나를 보던 그는 이내 구멍에 박힌 모조 성기를 장난치듯 건드렸다.

“흣…….”

그러더니 그것을 쥐고 몇 번 내벽 깊은 곳을 찔러 대기 시작했다.

“하, 하지……, 흣, 흐응…….”

그러다 순간적으로 모조 성기를 뽑아냈다.

“아흣……!”

갑작스러운 행동에 교성을 내지르며 허리를 비틀자, 그의 손이 꽤 거칠게 내 엉덩이를 후려쳤다. 찰싹이는 소리가 매섭게 퍼졌다.

“하으…….”

카일과 하일이 때린 것보다 훨씬 아팠다. 카제프는 제 손에 들린 모조 성기를 물끄러미 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이건 하일 짓이고?”

피식, 그가 조소했다. 순간 바지 버클이 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놀랄 틈도 없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성기가 꺼떡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카제프가 꽤 오만한 태도로 턱짓했다.

“벌려, 원하는 대로 박아 줄 테니까.”

“후으, 응…….”

나는 그가 뱉은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 한다고? 나랑? 카제프가?

카일, 하일도 아니고 그와의 이런 관계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랬기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성과 달리 몸은 허겁지겁 사내의 좆을 찾아 움직였다.

“대신 혼은 나야겠지.”

평소엔 마냥 다정하고 순해 보이기만 하던 인상이 오늘따라 매서웠다. 낯선 오라비의 모습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 그는 마치 아예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다.

카제프는 겁에 질린 나를 배려치 않고 곧장 큼직한 귀두를 내 아래에 비볐다.

“음탕하게 동생들과 굴러먹었으니 말이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제 것을 뿌리 끝까지 찔러 넣었다.

“하윽……!”

형제는 형제라고 그의 것 또한 둘만큼 크고 두터웠다. 모조 성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묵직함에 숨이 절로 헉, 들이마셔졌다.

“박아 주니 좋다고 먹는구나. 그간 얼마나 둘이랑 붙어먹었으면……, 쯧.”

카제프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흐, 흐으…….”

서늘한 벽안이 나를 마주했다. 피가 섞이지 않았음에도 똑 닮은 백금발과 벽안은 우리가 진짜 남매인 것처럼 보이게 해 주었다.

“오, 오라버, 흣, 니…….”

헐떡이며 그에게 매달렸다. 배려 없는 관계에 공포나 불안을 느낄 법도 한데, 상대가 카제프여서 그런 걸까. 이상하게 크게 무섭지 않았다. 손까지 결박되어 있는데도 괜찮았다.

드디어 진짜 성기를 받아들인 내벽은 연신 움찔거리며 그것을 씹어 댔다. 울퉁불퉁 흉한 성기의 모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살짝 휜 모양의 큼직한 귀두가 안쪽을 살살 긁자, 허리가 마비되기라도 된 것처럼 부르르 떨려 왔다.

“흐아, 흐으…….”

카일과 하일의 좆은 곧았다. 쌍둥이였기에 모양은 비슷했고, 굳이 꼽자면 하일의 것이 핏줄이 더 적었다. 카일은 좀 핏대가 많이 선 편이었다. 그런데 카제프의 것은 낯설었다. 살짝 우측으로 휘어 있는 모양의 성기는 카일과 하일이 한 번도 쑤셔 준 적 없던 곳을 헤집고 들어왔다.

마치 처음 관계를 가질 때처럼, 경련을 일으키듯 몸이 떨렸다.

카제프의 손이 내 골반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곧장 퍽, 퍽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흐아, 아……! 아앙……!”

카제프의 허릿짓을 따라 몸이 들썩였다. 드레스가 구겨지면 안 되는데, 머리가 망가지면 안 되는데, 따위의 생각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였다.

오라비의 성기가 내벽에 깊이 처박힐 때마다 쾌감에 온몸이 울부짖었다. 다리는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더욱 깊은 삽입을 유도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카제프가 실소를 흘렸다.

“아, 그러고 보니 카일, 하일과 앞뒤로 쑤셔 박으며 놀았던가?”

구멍 끝까지 빠졌던 성기가 퍽, 소리와 함께 무자비하게 내벽을 가르고 들어왔다. 고개가 젖혀지며 쾌락의 눈물이 흘렀다. 오랜 흥분 끝에 맞이한 진짜 성기는 최고였다. 황홀한 수준이었다. 그가 내 오라비라는 것도 잊고 쾌락에 미쳐 계속해서 오물오물 그의 좆을 물어 댔다.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쾌감에 한창 기분 좋을 때였다.

위잉, 위잉.

진동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좆 두 개랑 놀아 버릇 했으니 하나로는 만족도 못 하겠구나, 티아.”

그의 손에는 하일이 처박았던, 모조 성기가 들려 있었다. 진동하는 그것을 내 음핵 위에 올려 두자, 거센 진동이 여린 점막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흐아, 아, 아아앙……!”

몸을 거세게 비틀며 차마 버티지 못할 만큼 깊은 쾌락에 할딱였다. 음핵에 강한 자극이 가자 저도 모르게 내벽을 조였다. 그러자 그의 손이 매섭게 엉덩이를 때렸다. 찰싹이는 소리가 꽤 크게 울려 퍼졌다. 아팠는데 이상하게 좋았다. 그가 때릴 때마다 질구가 움찔거리며 조여들었다.

“흐우……, 흣…….”

음핵을 괴롭히던 모조 성기가 떨어졌다. 아쉬움에 카제프를 향해 야릇한 시선을 던졌으나, 그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뒷구멍에 낯선 촉감이 들었다. 위이잉, 소리와 함께 구멍의 주름을 헤집으며 밀고 들어오려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모조 성기였다.

“오라비 자지를 먹고 있으면서도 뒷구멍으로 다른 좆을 찾는 꼴이라니…….”

제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모조 성기가 뒷구멍을 비집고 한 번에 처박혔다.

“하악……!”

몸이 파르르, 떨렸다. 경련이라도 일어난 사람처럼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자 카제프의 손이 다물린 살을 벌리고 음핵을 쓰다듬었다. 이미 질척한 그곳은 미끈하게 손을 따라 문질러졌다.

“아흑, 흐으……, 흡…….”

뒷구멍에 박힌 모조 성기는 홀로 진동하며 열심히도 내벽에 자극을 가하고 있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난생처음 느껴 보는 강렬한 자극의 연속이었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질구에서 카제프의 성기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당연하게도 그와 동시에 오라버니의 손은 내 음핵을 괴롭히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앞, 뒤로 좆을 꽂고 다리를 벌린 채, 오라비에게 안긴 모습은 음란했다. 이런 짓을 황궁에서 하고 있다니!

정말, 정말 미친 게 틀림없다.

카제프는 꽤 격하게 몇 번 더 허리를 쳐올렸다. 내벽을 가득 채운 성기가 일순 제 존재감을 크게 뽐내며 꿀떡이기 시작했다. 오라비의 손 아래 뭉개진 음핵은 빠르게 비벼졌다.

“흐, 흐아, 앙! 오, 오라버니! 오라버니……!”

선홍빛 음핵이 점점 붉게 달아오르더니 그곳을 중심으로 발가락 끝부터 내벽까지 몸이 수축했다. 파들파들, 애처롭게 굳어 버리더니, 이내 힘없이 축 늘어졌다. 음핵과 질 앞, 뒤로 동시에 절정을 맞은 것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시지 않은 여운을 느낄 때였다. 카제프의 날 선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

“누가 먼저 가도 된다 허락했지?”

“흡…….”

카제프의 시선이 칼날보다 매섭게 나를 향했다. 그러더니 이내 깊숙이 찔러 넣었던 성기를 빼더니 소파에 앉았다. 아직 사정하지 않은 성기가 꼿꼿이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카제프는 오만한 자세로 앉아 내게 턱짓했다.

“올라와.”

“흑, 흐으…….”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카제프가 손을 뻗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말귀도 못 알아들어?”

카일이나 하일은 저들이 내게 달려와 좆을 처박기 바빴지 나더러 무얼 하라 명한 적은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나는 눈만 끔뻑였다. 그러자 카제프가 거칠게 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명령조로 말했다.

“앉아 있을 테니까, 와서 보지 박고 흔들라고.”

낯설었다. 서늘한 목소리도, 차가운 시선도, 내게 저리 말하는 오라버니 자체가 낯설었다. 그러나 심장은 묘하게 쿵쾅거렸다.

시키는 대로 엉거주춤하게 카제프에게 올라타 질구와 귀두를 맞춰 천천히 삽입하려는 순간이었다. 그가 내 허리를 붙잡고 그대로 제 위에 주저앉게 만들었다.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성기가 구멍에 쑤셔졌다. 위에 올라탄 탓에, 더욱 깊이 박힌 이물감에 순간 몸이 휘청거렸다.

“하윽…….”

아직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또다시 성기를 받아들이자, 내벽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빠르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티아.”

“아흐, 흡…….”

“티아야.”

내가 발발거리며 힘겨워하자 그가 여느 때처럼 다정하게 나를 불렀다. 고개를 드니 오라버니의 손이 세심하게 눈물을 닦아 주었다.

“정말 아프고 힘들면 그땐 ‘아르젠트’를 외쳐.”

쪽, 부드러운 입술이 말캉하게 볼에 닿았다 떨어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부드러운 중저음이 귓가에 듣기 좋게 울렸다. 그에 마음이 놓인 것도 잠시.

카제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매서운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씨, 설마 이런 취향이냐.’

한국에서도 SM 플레이를 할 때, 세이프 워드를 정해 둔다는 걸 떠올렸다. 물론 난 그쪽 취향은 아니었지만, 관련 웹툰을 보다 깨달았던 정보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게 왜 갑자기 지금 떠오르냐고?

‘아르젠트’를 외치라는 말도 그것과 비슷한 뜻으로 한 말 같았다. SM까지는 아니더라도 강압적으로 구는 그를 통제할 단어는 ‘아르젠트’인 셈이었다.

오라버니가 나를 보며 턱짓했다.

“뭐 해, 보지 조이지만 말고 위아래로 움직여.”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인간적으로 온도 차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슬금슬금 그의 눈치를 살폈다. 불쌍한 척 굴면 그가 방금처럼 다정하게 나를 봐 주지 않을까 싶어서. 물론 돌아온 건 손찌검이었지만.

매서운 마찰음이 한 번 더 테라스에 울렸다. 얼마나 맞은 건지 엉덩이가 얼얼했다.

“이것도 혼자 못해?”

밀려드는 수치심에 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우악스러운 카제프의 손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앗……!”

손이 결박당한 탓에, 몸은 휘청거리며 그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카제프는 내 엉덩이를 쥐고 모조 성기를 다시금 처박았다.

“흐악……!”

진동하는 모조 성기가 뒷구멍 끝까지 처박혔다. 잠시 쉴 틈도 없이 그의 손이 양쪽 엉덩이를 쥐고 미친 듯이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아흐, 흡, 흐……, 오, 오라버, 니, 흐아…….”

찌꺽이는 질퍽한 소리가 울렸다. 붉게 익은 구멍은 성기가 뒤로 빠질 때면 아쉬운지 연신 조여 대며 그의 좆을 물고 놔주지 않았다. 흉악스런 좆이 하얗고 뽀얀 엉덩이 사이로 뽑혔다 처박히는 모습은 시각적으로 꽤 야했다. 조그마한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진 모습도 외설적이었다.

몸을 그의 가슴팍에 기댄 채 힘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이미 한차례 절정을 맛 본 탓에 예민하기 짝이 없는 상태로 거친 교성만 내질렀다.

그렇게 얼마나 더 그에게 안겼을까.

정말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됐다.

엉덩이는 얼얼했고, 질구는 쓰렸으며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은 화장이 잔뜩 번져 있었다. 할딱할딱 겨우 숨만 몰아쉬며 소파에 늘어져 있자 카제프는 지치지도 않는지 다시금 내 다리 사이에 제 입술을 비비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정말 힘들었다.

“흐으……, 오, 오라버니.”

뜨거운 혀가 음핵을 쓸어 올렸다. 몇 번이나 간 건지 셀 수 없었다. 그는 카일, 하일보다 더 집요하게 나를 탐했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굶주린 사람처럼.

“히, 힘들……, 힘들어요.”

애원하는 말에도 카제프는 눈 하나 꿈쩍 않았다.

‘정말 아프고 힘들면 그땐 ‘아르젠트’를 외쳐.’

그러다 문득, 아까 카제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말 이대로 한 번 더 그와 관계를 맺는다면 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아, 아르……, 아르젠트…….”

참다못한 나는 결국 그가 말한 아르젠트를 입에 담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정염에 가득 차 있던 차가운 눈동자가 잔잔해지기 시작했다. 카제프는 게걸스레 아래를 빨아 대던 행동을 멈추고는 나를 바라봤다. 마주친 벽안은 언제 그리 서늘했냐는 듯, 평소처럼 돌아와 있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티아.”

“흑…….”

“괜찮아?”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보지니 뭐니 따위의 말들을 뱉었으면서 한순간에 변한 게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혹여 카제프가 진짜 이중인격은 아닌지 의심되기까지 했다.

‘어떻게 되어 먹은 게 이 집안 놈들은 하나 같이 나사가 풀렸어.’

그는 티슈로 내 아래를 조심스레 닦아 주고는, 머리와 얼굴을 정돈해 주었다. 물론 그래 봤자 엉망이었지만.

눈꺼풀이 무거웠다. 잠들고 싶지 않았음에도 졸음이 몰려왔다.

‘아, 원작 진짜 망했다…….’

내가 눈을 감자, 카제프가 자상한 손길로 나를 토닥였다.

“걱정 말고 한숨 자렴.”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 * *

눈을 뜨자 보인 건 익숙한 천장이었다. 익숙한 캐노피, 익숙한 샹들리에, 익숙한 벽지. 내 방이었다.

한숨 자라던 오라버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 까무룩 잠들어 어쩌나 했는데, 내 방이라니.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오라버니가 저택까지 데려다주신 건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몸이 휑한 것 같아 곧장 이불을 들춰 보니 지금의 나는 슬립이나 속옷은커녕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뭐, 뭐야, 내 옷은?’

당황할 틈도 없이 곁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놀라 고개를 돌아보자, 카일이 곁에 앉아 있었다.

“형 자지가 그렇게 맛있었어?”

섬뜩한 저음이 낮다 못해 파고들듯 귓가에 박혔다. 느릿하고도 탁한 맹수의 목소리처럼 서늘했다. 묘하게 짜증 섞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황궁 테라스에서 카제프와 뒹군 것이 떠올라 앞이 캄캄했다.

“왜 대답 안 해?”

내가 입술만 달싹이자, 그가 재촉하듯 되물었다.

“그, 그건…….”

너희가 이상한 걸 구멍에 넣어서 그렇잖아.

변명하려는 순간이었다. 하일도 곁에 있었는지 하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버티면 상을 드린다 했는데…….”

못 버티셨으니 벌을 받아야겠습니다. 하일이 나직이 속삭이며 내게 다가왔다.

“뭐, 뭐?”

하일은 내가 저항할 새도 없이 방울 달린 털 목줄을 채웠다. 잠도 모두 떨치지 못한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렸다. 목에서 딸랑,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방울 소리에 그제야 조금이나마 흘러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자, 잠깐만……, 이거 뭐야, 카일! 하일!”

그들은 내게 목줄로도 모자라 고양이 귀 같은 머리띠를 씌웠다. 모양새가 우스웠다. 지금 이 상황을 모두 받아들이기도 전에, 긴 고양이 꼬리가 달린 애널 플러그가 뒷구멍에 처박혔다.

“흐악……!”

고양이 귀에 고양이 꼬리라니,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져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하일이 기다렸다는 듯 목줄을 당겼다. 당겨진 목줄 탓에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내가 넘어질 뻔했는데도 하일은 한 번 더 목줄을 잡아당겼다. 결국 난 하일에게로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너, 너희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려 다급하게 소리치자, 뒷구멍에 박혀 있던 애널 플러그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흣-!”

갑작스레 내벽을 찔러 오는 진동에 몸에 힘이 빠졌다. 하일은 여유롭게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손엔 내 목줄이 쥐어져 있었다. 나는 하일의 발아래까지 볼품없이 끌려와 있었다.

하일이 구두 끝으로 내 턱을 치켜들었다. 불쾌감에 고개를 돌리자, 다시 한번 목줄이 잡아당겨졌다.

“누이.”

“이,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라뇨.”

하일이 비스듬히 턱을 괴고는 나를 내려다봤다. 그 눈빛은 마치 내가 제 소유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꽤 오만했다.

“형님의 좆을 먹다 엉망이 된 누이를 깨끗이 정돈하고, 부모님께 누이께서 아프시다는 핑계까지 대어 가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황궁에서 저택까지 모시고 왔는데…….”

“…….”

“할 말이 고작 그것뿐입니까.”

뒷정리를 카제프가 아닌, 하일이 했다는 사실에 당황한 것도 잠시.

낯선 하일의 모습에 혼란스러웠다. 평소 정중하고도 다정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고, 대신 어딘지 모르게 심기가 뒤틀린 듯 불만만 가득 서려 있었다. 하일답지 않은 표정이었다.

“맞아, 누나. 고맙다는 말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침대에 걸터앉아 우리를 지켜보던 카일이 한마디 덧붙였다.

“애당초 너희가 그런 걸 넣어서 그렇잖아!”

억울하단 듯 곧장 말대답하자 카일은 그것도 그렇네, 라며 키득거렸다.

“누나, 그래도 다행인 줄 알아.”

카일이 느릿하게 속삭이며, 구두 끝으로 내 엉덩이를 툭툭 건드렸다.

“만약 누나가 뒹군 놈이 형님이 아니라 다른 새끼였으면…….”

살기가 묻어 나오는 목소리에 마른 침이 꼴깍 삼켜졌다.

“사람 여럿 죽어 나갔을 거야.”

카일은 평소처럼 상스러운 욕설을 내뱉지도, 천박한 언사를 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귓가에 속살거린 이 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공포스러웠다. 목소리에 오러라도 묻힌 건지 몸이 본능적으로 위협을 감지했다.

“카, 카일, 화났어?”

“화는 무슨.”

“…….”

“발칙해서 그렇지.”

둘은 앞, 뒤로 꽤 시건방지게 앉아 나를 내려다봤다. 그들의 시선이 불편해 비틀거리며 두 발을 딛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하일이 다시 한번 목줄을 잡아당기며 나를 넘어트렸다.

“읏…….”

볼품없이 넘어지기 무섭게 머리 위로 하일의 목소리가 꽂혔다.

“누이, 고양이가 두 발로 걷는 것 보셨습니까.”

“……뭐?”

“기셔야지요. 네 발로.”

“하일! 나는 이런 거 원치 않아!”

그의 구두 끝이 까딱거리며 눈앞에서 흔들렸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편한 침묵이 방 안에 맴돌았다.

그리고 오랜 침묵 끝에 돌아온 대답은 깔끔한 사과였다.

“죄송합니다, 누이.”

“…….”

“저는 제 생각보다 옹졸한 인간이었나 봅니다.”

하일은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치고는 상당히 거만했다. 내 몸 구석구석을 훑는 음욕 가득한 눈빛과 팽팽하게 부푼 앞섶만 봐도 그러했다.

“누이께서 형님 좆에 헐떡였을 생각하니 분노가 가라앉지 않아서…….”

그가 고개 숙여 내 볼을 쓰다듬었다.

“정 힘드시다면 그 오러로 저희를 거부하시면 됩니다.”

하일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따라 나도 일어나려 하자 그가 내 머리를 가볍게 짓밟았다.

“참 우리 티아는 이상해.”

고상한 목소리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사용하며 누이, 누이거리던 말투와 대조적이었다.

“고양이가 자꾸 두 발로 기려 하니 말이야. 그렇지 않아, 카일?”

내 머리를 짓밟던 발이 사라지고 다시 한번 하일이 나긋이 속삭였다.

“제가 이 목줄을 풀어 드리기 전까지, 누이는 고양이가 되는 겁니다.”

“……뭐?”

“혹시 모르죠, 누이께서 그 요망한 보지로 봉사를 잘 해 주신다면…….”

온기라곤 남아 있지 않은 시선. 묘하게 원망 섞인 목소리. 게다가 하일이 평소 사용하지 않던 보지라는 단어까지.

“제 기분이 조금은 나아져 상이라도 드릴지.”

정말 이 집 놈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연회 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 다정하던 남동생이 저렇게 변할 줄이야.

‘대체 뭐냐고 이게.’

나는 울상을 한 채, 내 머리 위에 달린 보송한 고양이 귀를 만지작거렸다. 엉덩이에서 진동하며 허벅지를 간질이는 꼬리도 거슬렸다.

남동생들에게 방울 목줄이 채워졌다는 사실보다, 진짜 내 애인도 아니면서 질투라도 하는 듯한 둘의 모습이 더 혼란스러웠다. 알몸의 나와 달리 둘은 단정한 차림새였다. 나를 내려다보던 하일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소파가 아닌 책상 의자에 앉았다.

“티아, 이리 온.”

그러고는 아주 달콤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애완동물 부르듯 속살거렸다. 내가 머뭇거리자 카일이 뒤에서 툭툭 건드렸다.

“뭐 해, 티아. 네 주인이 부르잖아.”

“카, 카일…….”

굴욕적인 상황이 싫어 도와달라는 눈치로, 그를 부르자 카일이 쓰읍,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마셨다.

“혼나기 전에 얼른 가는 게 좋을걸?”

“…….”

“나와 달리 하일은 토라지면 오래가는 타입이거든.”

앞을 보자 하일의 서늘한 벽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갑게 식은 얼굴과 무뚝뚝한 입꼬리 그리고 매서운 눈매. 어쩐지 불안감에 몸이 떨렸다.

결국 나는 파르르 떨리는 손과 다리로 짐승처럼 엉금엉금 기어 하일에게로 향했다. 일어서 걸으면 고작 몇 걸음 되지 않는 거리였음에도 기어가려니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손, 한 손, 앞으로 내딛는 와중에도 엉덩이에 꽂힌 애널 플러그는 계속해서 진동했다.

뒤에는 키득거리는 카일이, 앞에는 냉소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하일이 있었다.

하일을 향해 갈수록 단정하게 광이 나는 그의 구두가 시야에 가까워졌다. 그의 다리 아래 도착하자 하일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엔 처음이라 넘어가지만…….”

“…….”

“다음부턴 좀 더 빨리 오는 게 좋을 거란다.”

큼직한 손이 기분 좋게 나를 쓰다듬었다. 처음엔 머리, 그 다음 목과 어깨, 그 다음은 등과 엉덩이.

하일은 허리 숙여 진짜 애완동물이라도 쓰다듬듯 내 몸 곳곳을 쓸어내렸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만져지는 건 처음이었기에 기분이 묘했다. 특히 등을 쓰다듬어 줄 때면, 상황과 맞지 않게 안도감까지 들어 계속 쓰다듬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상해…….’

그러나 같은 사람, 그것도 남동생들에게 동물 취급을 받는다는 건 상당히 굴욕적이었기에 그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입술을 앙다물고 일부러 몸을 빳빳이 경직시켰다. 그러자 하일이 키득거리며 낮게 웃었다.

“주인님이 이렇게 칭찬해 주는데도, 애교 하나 없는 고양이라니.”

“…….”

등을 쓰다듬던 하일의 손이 서서히 올라와 내 턱으로 향했다. 카일과 달리 굳은살 하나 없는 매끈한 손이 내 볼과 턱을 간질였다.

“교육이 필요하겠구나.”

부드러이 호선을 그린 입매가 이질적이었다. 그 웃음에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낀 나는 곧장 하일의 종아리에 고양이처럼 뺨을 부볐다.

교육이라니, 그게 뭔지 몰라도 위험했다.

어쭙잖게 자존심 찾을 때가 아니라는 걸, 감지했다. 모멸감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으나, 중요한 건 하일의 입에서 나온 ‘교육’이었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카일과 달리 계획적이고 이성적인 하일이라면 무슨 짓을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확실한 건 지금보다 더 나쁜 꼴을 볼 거라는 것이었다.

당장 연회장에서 모조 성기 한 번 빼 주지 않은 것만 해도 그렇다. 카일이라면 내가 애원했을 때 진즉 빼 주고도 남았을 텐데…….

‘기분이 나아지면 상을 준다고 했으니…….’

차라리 얼른 비위 맞춰 주고 이 놀이를 끝내자.

물론 지금 이 상황이 정말 많이 싫다면, 오러로 하일을 밀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카일에게 오러를 받은 후 아직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었기에 얼마나 큰 위력을 가할지 가늠도 되지 않을뿐더러, 내게 있어 하일은 오러를 사용할 정도로 싫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플레이를 요구하는 그가 확실히 낯설긴 낯설었지만 아직까지 내게 있어 하일은 ‘남동생인 걸 빼면 완벽한 파트너’와 ‘다정하고 착한 남동생’이었다. 이 세계에서 내 삶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그런 존재.

고작 내가 다른 남자와 잤다는 이유로 심술부리는 동생에게 오러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애처롭게 눈을 뜨고는 그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호수처럼 푸른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하일은 내가 제 다리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린 게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교육이 그렇게 싫어?”

다정한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까 하다 이내 그의 허벅지 위에 턱을 올려놓는 것으로 대신했다. 단단한 허벅지 위에 턱을 괴고 앉아, 최대한 불쌍해 보이도록 그와 눈을 마주했다. 하일은 나를 칭찬하듯 내 얼굴을 매만지며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볼과 눈두덩이 그리고 미간부터 이마까지. 정말 애완견 만지듯, 세심히도 내 얼굴을 만졌다. 묘하게 비굴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만져지는 기분 자체는 나쁘지 않았기에, 나도 모르게 볼을 만지는 하일의 손에 뺨을 비볐다.

“요망하구나, 티아는.”

“…….”

“네가 그러면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잖아.”

그가 고개 숙여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고 가볍게 나를 안아들었다. 나는 순식간에 앉아 있는 하일의 품 안에 안겨졌다.

‘하일은 운동도 잘 안 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카일이야 소드 마스터니 그가 얼마나 힘이 넘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온 제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일은 아니었다. 머리를 쓰는 쪽이지 몸을 쓰는 쪽은 아니었음에도 그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가뿐히 나를 들어 올렸다.

어정쩡하게 품에 안긴 내가 머뭇거리자 하일의 손이 강아지 배를 간질이듯, 내 배를 간질거렸다.

“흣…….”

눈을 질끈 감고 신음을 흘리자 하일이 쿡쿡, 웃었다. 배를 간질이던 손은 점차 가슴께로 향했고, 따뜻한 손길은 쇄골 아래부터 가슴을 지나 아랫배까지 느릿하게 내 몸을 쓸어내렸다. 그 손길에 은근히 스치는 유두가 야릇해서 원치 않았음에도 몸이 움찔거렸다. 하일의 검지가 유두 주변을 빙그르 돌며 나를 농락했다. 수치심에 귀까지 붉게 물들었다.

“아흐…….”

“이런, 음란한 티아. 주인님 손에 느끼는 거야?”

놀리는 듯한 목소리가 얄미웠다. 눈을 질끈 감고 하일의 목에 팔을 둘렀다. 기분 좋게 몸을 쓰다듬어 주던 손길이 아랫배를 지나 음부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일은 다물린 살을 벌리지 않고, 일부러 그 위의 음모를 쓰다듬었다. 느릿하게 위아래로 움직이자 까슬한 음모가 하일의 손을 따라 흐트러졌다. 묘한 흥분감에 질구가 뻐끔거리며 음액을 토해 냈다. 투명한 액이 엉덩이 골을 타고 하일의 허벅지를 적셨다.

“주인님 손에 흥분해서 야한 물이나 질질 흘리는 고양이라니.”

나긋한 목소리가 부드럽게도 속삭였다. 발음 하나 뭉개지지 않고 귓가에 글자 하나하나 고스란히 들어 박혔다. 창피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꼴을 하고 애완동물 취급받는데 흥분해서 애액을 흘리는 모습이라니. 수치심에 입술을 깨물자 하일이 제 손으로 깨물지 못하도록 만류했다.

“자, 티아. 책상 위로 올라가 보렴.”

그가 싱긋 웃으며 책상 위를 탁탁 두들겼다.

‘올려 주는 것도 아니고, 나 혼자 어기적어기적 저기를 올라가라고?’

얼마나 우스꽝스러울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내가 머뭇거리자 하일의 입가에서 미소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그가 말한 ‘교육’이 떠올라 나는 허겁지겁 책상 위로 향했다. 딸랑딸랑, 목줄에 달린 방울 소리가 방 안에 청량하게도 울렸다.

창피한 것도 잠시. 하일이 말한 교육을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 하나로 책상 위에 올라 공손하게 무릎 꿇고 앉았다. 그러자 하일이 삐딱한 자세로 나를 훑으며 말했다.

“고양이처럼 있어야지.”

고양이처럼이라는 말에 내 얼굴엔 당혹감이 서렸다.

고양이처럼이라니. 대체 그게 뭐란 말인가.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자, 하일이 귓가에 속삭였다.

“무릎 꿇지 말고 네 발로 서.”

딸랑, 다시 한번 방울이 흔들렸다. 그의 말대로 나는 책상 위에 고양이처럼 네 발로 서 있었다. 그러자 침대에 걸터앉아 우리를 가만히 방관하던 카일이 무언가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주 사악한 미소를 띤 채.

“티아, 이거 봐.”

카일의 손에 들린 건 고양이 장난감이었다. 깃털 막대. 그걸 본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저걸 나한테 쓰겠다고? 진짜로?’

에이 설마……, 아닐 거야.

애써 아닐 거라 부정했지만, 그런 내 생각을 부숴 주기라도 하듯 카일이 깃털 막대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이내 깃털이 달린 부분으로 내 목과 어깨 그리고 유두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흐으……, 읏.”

하다하다 고양이용 장난감에 유린당하는 꼴이라니. 모멸감에 눈이 질끈 감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일 손에 들린 부드러운 깃털 막대는 약 올리듯 여린 유두를 괴롭혔다. 버티고 있는 두 팔이 흥분감에 파르르 떨렸다. 하일은 뒤에서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애널 플러그의 진동과 하일의 손길이 동시에 느껴져 야릇함에 허리가 움찔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차가운 무언가가 음부에 질척하게 발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 하일?”

놀라 그를 부르자 하일이 싱긋 웃었다.

“틀렸어, 티아.”

그의 눈이 가늘게 접히며 나를 훑었다. 마치 지금 네 몰골을 보라는 듯, 그가 턱짓했다. 타이밍 좋게 목에 달린 방울이 딸랑,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주인님이라고 부르래도.”

내가 붉어진 얼굴을 떨구자 하일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음부에 무얼 바른 건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얼추 짐작되었다. 보나 마나 최음 크림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았는지, 크림이 발린 음핵과 질구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아으…….”

입을 앙 문채 신음을 죽이자, 카일이 깃털 막대로 내 얼굴을 간지럽혔다. 하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지금 내 처지로는 무리였다. 음부에 최음 크림을 바른 하일은 제 할 일을 다 한 사람처럼 만족스런 얼굴로 내게서 멀어졌다. 그러고는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엉거주춤 엎드린 나를 느긋하게 감상하기 시작했다. 길쭉한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모습이 꽤 관능적이었다.

“카일, 너도 이리 와,”

하일의 부름에 깃털 막대를 가지고 장난치던 카일도 내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왜, 뭐 하려는 건데?”

카일조차 하일의 의도를 모르는 건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둘은 나란히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덩그러니 책상에 홀로 놓이자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그 당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크림이 발린 음부가 화끈거리며 달아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랫배가 간질거리는 기분과 동시에 음핵이 묘하게 욱신거렸다. 기분 나쁜 욱신거림이 아닌, 흥분감의 욱신거림이었다.

이런 내 상황을 눈치챈 하일이 요염하게 웃으며 말했다.

“혼자 해 봐.”

“…….”

뭐? 라는 말이 튀어 나가려다 꾹 참았다.

“혹시 알아? 꼴리면 가서 박아 줄지.”

톡, 톡. 기다란 하일의 손가락이 소파 팔걸이를 두드렸다. 나란히 앉아 영화라도 감상하듯 나를 보는 둘의 시선이 자극적이었다. 소파의 위치는 언제 옮긴 건지, 책상 바로 앞에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서 자위하는 나를 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주, 주인님…….”

그의 이름을 부르려다, 화만 돋울 것 같아 하일이 원하는 호칭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하일의 한쪽 눈썹이 묘하게 꿈틀거렸다. 나는 이도 저도 못한 채, 눈치만 살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찬 카일의 적안과 달리, 나를 곧게 바라보는 하일의 벽안은 얼음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

‘정말 나더러 여기서 자위하라고……?’

흥분감과 수치심에 눈가가 발갛게 익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왕이면 잘 보이게 반대로 돌아 줬으면 좋겠는데.”

이래서 하일이 ‘교육’을 입에 담았을 때, 덜컥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자제력 없는 카일과 달리 하일은 너무나도 치밀한 사람이었기에, 감정과 눈물을 앞세워 호소해 봤자 정말 내 신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카일이 내게 심술부린답시고 이와 같은 일을 벌인다면, 아마 얼마 못 가 서럽게 우는 내 모습을 보고 금세 다정하게 나를 달래 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멋대로 내 방에 들어와 억지로 제 좆을 쑤셔 박으며 강제적인 관계를 요구할 때도, 그때도 카일은 얼마 못 가 다정하게 나를 달래며 안았으니까.

하지만 하일은 저가 계획한 것을 모두 끝내고서야 나를 달래 줄 것이었다. 다른 문제라면 모를까, 적어도 몸을 섞는 관계에 있어서는.

나는 엉거주춤하게 몸을 틀어 하일과 카일이 있는 방향으로 엉덩이를 돌렸다.

그래, 차라리 얼굴이 안 보이니 낫다. 덜 창피하다.

“와, 젖은 거 봐. 존나 꼴려, 진짜.”

카일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뒷구멍에 박힌 고양이 꼬리 애널 플러그 탓에 엉덩이와 음부의 모습은 더욱 선정적이었다.

“티아, 빨리 뭐든 해 봐. 보지 구멍에 손가락을 쑤시든, 음핵을 비비면서 구멍으로 질질 싸든. 뭐든 얼른. 지금 진짜 존나 야하니까.”

흥분에 가득 찬 카일의 목소리가 낮게 그르렁거렸다. 당장이라도 내게 제 좆을 처박고 싶다는 욕망이 그득그득 묻어 나왔다.

보나 마나 하일이 말리고 있겠지만.

최음 크림이 발린 음핵과 질구가 흥분감에 화끈거렸다. 창피했지만 얼른 하고 끝내자는 생각에 나는 음부로 손을 뻗었다. 한 손으로 꼭 다물린 음순을 벌렸다. 그러자 그 안에 숨어 있던 살점이 속절없이 외부로 노출됐다. 도톰한 살점 위로 검지와 중지를 올려놓자 나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흐응……!”

평소보다 더욱 예민한 게, 최음 크림 때문인 것 같았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고작 손이 닿았을 뿐인데도 찌르르 몸이 떨려 왔다. 왈칵, 애액이 질구를 비집고 흘렀다. 이 모습이 동생들 앞에 고스란히 보일 생각을 하니 창피도 보통 창피한 게 아니었다. 최음 크림에 범벅이 된 음부는 더욱 달아오르며 큰 자극을 원했다.

결국 나는 이성이 흐릿해져 가는 걸 느끼며 다급하게 음핵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살 틈으로 두 손가락을 꽉 차게 밀어 넣고, 빠르게 원을 그리듯 빙글빙글 돌리며 비벼 댔다. 그러자 음핵이 손 아래 뭉그러지며 이리저리 짓눌렸다.

“흐앗, 흐으……, 읏!”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허리는 움찔거리며 튕겨 댔고, 진동하는 애널 플러그도 자극적이기 짝이 없었다.

다리 사이가 오싹하게 떨리며 쾌감에 무너질 것만 같았다. 선홍빛 속살을 내보인 채, 홀로 쾌락에 물들어 가는 느낌이 묘했다. 배덕하고 수치스럽고 황홀했다. 낯선 기분이었다.

톡 튀어나온 음핵은 한껏 흥분해 그들 앞에 내보여지고 있었다. 새하얀 손가락 아래에서 질척이는 소리를 내는 음부는 창피도 모르고 계속해서 물을 흘려 댔다.

“흐아……, 흡!”

몇 번 강하게 음핵을 문지르자, 짧은 절정과 함께 몸이 경직됐다. 최음 크림 덕분에 절정이 빨리 왔다. 그러나 삽입으로 맞이한 절정이 아닌 음핵으로 인한 절정이었기에 조금 아쉬웠다. 오히려 흥분만 더 커진 셈이었다.

무언가를 원하는 질구가 남동생들 앞에서 오물거리며 그들을 유혹했다. 투명한 애액에 젖어 구멍 주변이 번들거렸다. 작은 손이 더듬거리며 음핵을 지나쳐 구멍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다급하게 구멍 안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흐으응…….”

어느새 풀어진 눈매와 함께 입에서는 교성이 흘렀다. 손가락 하나로는 아쉬웠다. 다급하게 한 개 더 밀어 넣자 그제야 뭐라도 들어온 것 같은 기분에 입술을 앙 깨물었다. 그러나 카일과 하일 그리고 카제프. 전부 평균 크기를 훌쩍 뛰어넘는 상대와만 관계를 가져 왔던 내가 가느다란 손가락 두 개로 만족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아쉬움에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찔꺽이는 야한 소리가 방 안을 울리며 손가락이 구멍을 왕복하기 시작했다. 쾌락에 내벽이 조이며 손가락을 세게 물고 놔주지 않았다.

“아, 아으, 흐…….”

신음을 흘리며 더 큰 쾌락을 찾아 손가락을 빠르게 스스로의 구멍에 찔러 넣었다. 창피나 수치심은 진즉 저 멀리 날아가고 없었다. 붉은 속살이 손가락을 따라 이리저리 흐트러졌다. 새하얀 손가락이 뒤로 쭉 빠질 때면, 투명한 애액과 함께 속살이 딸려 나와 더욱 선정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여리고 작은 구멍에 처박힌 하얀 손가락은 가히 색정적이었다.

“흣, 흐아…….”

진동하며 흔들리는 고양이 꼬리를 뒷구멍에 처박은 채, 홀로 자위하는 모습은 카일과 하일에게도 자극적이었을 거다. 아까부터 카일이 홀로 스스로의 좆을 문지르는 소리가 나는 거로 보아, 그는 이미 자위하는 나를 보며 자위하기 시작한 듯했다.

나는 아쉬움에 탄식하며 비음을 흘렸다. 아무리 스스로 구멍 안을 헤집어도, 이미 둘이 주는 쾌락에 물든 몸은 절정은커녕 부족함에 숨만 할딱였다.

‘아, 어떡하지.’

머리가 멍해질 정도의 흥분감에 몸이 흐물거리는 듯했다. 그럼에도 절정을 맞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서러워 눈물이 흘렀다. 손 말고 진짜 성기를 원했다.

“흡, 흐으…….”

나는 홀로 검지와 중지를 벌려 가며 속살을 그들에게 내보였다. 그럼에도 하일은 별다른 말이나 행동이 없었다.

“아흣…….”

서럽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한 손으로는 구멍을 쑤시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족한 쾌락을 메우기 위해 음핵을 문질렀다. 절정을 맞은 지 얼마 안 된 음핵은 예민하게 반응하며 다시금 부풀어 올랐다.

“흐앙, 아……! 아으응…….”

손을 축축이 적실 정도로 쏟아지는 애액을 보며, 카일이 음습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씨발, 존나 야해. 진짜.”

탁, 탁, 탁, 카일이 제 성기를 문지르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정액이 엉덩이에 뿌려지는 게 느껴졌다.

“흡, 흐으…….”

놀라 뒤를 돌아보자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내 몸에 정액을 흩뿌리는 카일이 눈에 들어왔다.

“카, 카일, 아흣…….”

애처롭게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카일이 책상에 엎드렸던 나를 번쩍 안아들고는 제 품에 가뒀다. 공주님 안듯 가뿐히 안아 토닥였다.

“나, 나 좀……, 흑, 어떻게 좀…….”

아직도 달아올라 홧홧한 음부 탓에 나는 몸을 배배 꼬아 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모습을 보던 카일의 아래는 다시 꺼떡거리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안 돼, 티아.”

쪽, 그가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 좆이 먹고 싶으면 화난 네 주인님께 봉사해야지?”

다시 엉거주춤하게 두 손과 발로 엎드린 내 귓가에 카일이 속삭였다. 어서 하일에게 가라는 듯, 턱짓까지 하며.

힐끔 고개를 들자 그곳엔 싸늘한 표정의 하일이 오만하게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 주인님……, 흑…….”

어기적어기적 그를 향해 기어갔다. 그리고 아까 했던 것처럼 그의 다리에 뺨을 부비고 야옹 소리를 내며 하일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무뚝뚝한 표정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달아오른 흥분감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결국 하일의 발아래에서 다리를 활짝 벌린 채, 홀로 자위하기 시작했다.

“흐읏, 흐……, 주, 주인님, 주인님…….”

질척거리는 야한 소리와 함께 은밀한 속살을 모두 내보이며 그를 유혹하려 애썼다. 눈물로 얼룩덜룩해진 얼굴과 농염하게 익어 음액을 흘리는 음부가 하일의 성기를 원하고 있었다. 턱을 괸 채 멍하니 자위하는 나를 내려다보던 하일은 천천히 제 구두를 벗었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몰라 당황한 것도 잠시. 단정하고 깔끔한 하일의 맨발이 내 배 위에 올려졌다.

“흡…….”

놀란 토끼 같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그러나 하일의 표정은 여전히 서늘했다. 내가 자위하는 것 따위 조금도 흥분되지 않는다는 듯한 그런 무뚝뚝하고 차가운 표정. 표정과 달리 부풀어 오른 앞섶은 제 존재감을 뽐내기 바빴지만.

하일의 부드러운 발이 천천히 배를 쓸어내리더니 이내 음부로 향했다.

“하……, 주, 주인님!”

놀란 나머지 하일이란 호칭을 뱉을 뻔했다. 그러다 다급하게 주인님으로 말을 바꿨다. 내 음부를 매만지는 발에 놀라 곧장 다리를 오므리자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벌려.”

짧고도 단호한 명령조. 머뭇거리려다 그런 행동은 오히려 하일의 화만 부추김을 깨달았다. 나는 체념하고 빠르게 다리를 벌렸다. 활짝 다리를 벌리자 다물린 살 사이로 언뜻언뜻 음핵이 튀어나와 내비치고 있었다. 그런 음핵을 하일의 발끝이 꾸욱 누르고 들어왔다.

“하으……!”

놀란 나머지 교성을 내지르며 몸이 뒤로 젖혀졌다. 벌어진 다리가 달달 떨리며 경직되기 시작했다.

고작 하일의 발이 눌렀을 뿐인데, 이상한 기분이었다. 남동생에게 농락당하며 복종하고 있는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가끔 이런 플레이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순히 최음 크림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난생처음 느끼는 쾌감이었다. 이런 종류의 복종심은.

제 발아래 흐트러지는 나를 보며 하일이 흐응, 기분 좋은 콧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약 올리듯 음핵을 문지르며 살살 비벼 댔다.

“흣, 흐아……, 아응…….”

숨을 할딱이며 뒤척이자 목에 달린 방울이 딸랑거리며 소리를 냈다. 방울 소리마저 야하게 들리면 미친 게 틀림없겠지. 한참 제 발끝으로 나를 농락하던 하일은 이내 제 바지 버클을 풀기 시작했다.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려 제 성기만 살짝 꺼내 보였다. 한껏 흥분한 물건이 탁한 쿠퍼액을 뚝, 뚝 흘리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올라와.”

올라오라는 허락에 어기적어기적 소파 위로 올랐다. 그러자 하일이 나를 번쩍 들어 제 위에 올려 앉혔다. 구멍 아래에는 곧 나를 꿰뚫고 들어올 성기가 우뚝 솟아 있었다. 기대감에 벌써부터 몸이 파르르 떨려 왔다. 구멍이 뻐끔거리며 물건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눈치챈 하일이 엉덩이에 꽂힌 애널 플러그의 진동 세기를 높였다.

“흐앗……!”

애널 플러그 탓에 몸이 휘청거리자, 하일은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내 골반을 잡아 구멍에 제 좆을 찔러 넣었다.

“하윽……!”

꼭 다물려 있던 구멍이 두꺼운 성기에 의해 한없이 벌어졌다. 좁은 내벽을 비집고 들어온 묵직한 좆은 단번에 뿌리까지 처박혔다. 격한 삽입감에 질구가 움찔 떨렸다. 뜨거운 내벽에 뜨거운 성기가 꽂히니 온몸이 불에 타기라도 하는 듯했다.

내가 끅끅거리며 홀로 허리를 움직이자, 하일이 말했다.

“좋아? 그렇게 원하던 좆 박아 주니까?”

목소리만 듣자면 사랑이라도 속삭이는 것처럼 달콤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말은 전혀 달콤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어서 해 달라는 듯 하일을 보챘다. 그러자 그의 손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하일은 천천히 나를 들어 올렸다가 다시 아래로 내리꽂았다. 최대로 벌어진 구멍과 내벽은 하일의 기둥을 훑으며 빠르게 위아래로 왕복하기 시작했다.

“흐앙, 앗, 아, 아흣!”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마찰음이 방 안에 가득 울렸다. 무자비하게 처박히는 성기가 황홀했다. 깊은 곳까지 푹, 푹, 찔러 넣어지는 감각에 이대로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쾌락의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 됐다.

쭉 빠졌다 깊숙이 처박고 들어오는 그 생경한 삽입감이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좋았다. 두툼한 귀두가 내벽을 살살 긁으며 빠르게 왕복했다. 울퉁불퉁한 삽입감은 손가락이나 모조 성기 따위와 비교할 수 없었다.

“흐으, 흡……, 흐…….”

내가 훌쩍이자 하일이 목덜미에 제 입술을 지분거렸다.

“티아, 주인님이 직접 이렇게 음란한 보지에 좆질해 주고 있는데, 좋아서 앙앙 울지만 말고 감사 인사라도 해야지. 응?”

하일의 손이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싫다는 뜻으로 고개를 가로저었으나, 세게 유두를 비트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야살스런 말을 뱉어 댔다.

“흣, 흐으……, 조, 좋아…….”

“좋아?”

그가 다시 말해 보라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제야 나는 내 말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빠르게 정정했다.

“아흑……, 네, 조, 좋아요, 흡, 주인님, 좋아.”

그제야 하일이 만족스레 웃어 보였다.

“정확히 뭐가 어떻게 좋은데?”

짓궂은 질문에 달아오른 고개를 떨구자, 하일이 다시 허릿짓하기 시작했다. 내 엉덩이를 쥐고 그가 거칠게 퍽, 퍽, 퍽 쳐올리기 시작했다.

“흣, 흐아, 아앙……!”

“응? 말해야지, 티아. 그래야 착한 고양이지. 안 그래?”

찌걱이며 처박히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울렸다. 하일의 성기는 자비 없이 구멍을 들락거렸다. 뽀얀 살 틈으로 검붉은 자지가 연신 왕복했다. 거칠게 쑤셔 주는 그 감각이 좋아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주, 주인님이……, 아흣, 해, 해 주시는 거……, 흐으, 조, 좋아…….”

강한 허릿짓에 하일의 품 안에서 몸이 낭창하게 흔들렸다.

“네 주인이 누구지, 티아?”

“흣, 하앙……! 하, 하일, 하일 님이요……!”

곁에서 제 성기를 흔들던 카일이 절경이라며 중얼거리는 게 들려왔다.

“잘 아네, 그런데 다른 좆 먹고 오니까 기분이 어때?”

“흡, 흐으……, 자, 잘못, 잘못했어요……! 흐읏, 으응.”

“잘못했으니 혼나야겠지?”

“흑, 흐으……, 그, 그건…….”

하일이 나를 끌어안은 채, 처박힌 좆을 뽑아내지도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침대로 향했다.

“카일.”

하일의 부름에 카일이 키득거리며 우리를 따라왔다. 하일은 나를 위에 올린 채, 침대에 누웠고, 그 상태로 내 양 엉덩이를 잡아 벌려 젖혔다. 그러자 뒤에 다가온 카일이 뒷구멍에 꽂혀 있던 애널 플러그를 거칠게 뽑아냈다.

“흐앗!”

“이 정도면 뒷구멍도 많이 풀렸지?”

“무, 무슨…….”

카일이 치덕거리며 뒤쪽에 크림을 바르는 게 느껴졌다. 차가운 감각에 놀란 것도 잠시. 질구에 박힌 하일의 성기만으로도 아래가 꽉 찬 기분인데, 벌려진 하얀 엉덩이 사이로 두꺼운 카일의 성기가 비벼지는 게 느껴졌다.

“주, 주인님, 흣, 잠시만……!”

다급하게 하일을 불렀으나 카일이 제 좆을 박는 게 더 빨랐다.

“하윽……!”

애널 플러그로 꽤 풀어져 있던 탓에 무리 없이 카일을 받아들였다. 최음 크림 탓에 고통도 전혀 없었다. 아차, 할 틈도 없이 두 개의 성기가 앞뒤로 꽂혔다. 목 끝까지 차오른 삽입감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적응하길 기다려 주지 않으려는 듯, 곧장 각자가 원하는 대로 내 구멍을 탐하기 시작했다. 엇박자로 쑤셔지는 질구와 애널 탓에 시야가 흐릿해졌다.

“아앙, 아……, 아아!”

정확하겐 너무 좋아서, 쾌감에 몸이 녹아 버릴 것만 같아서, 황홀감에 몸이 버티지 못했다.

카일인지 하일인지 모를 손길이 음핵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는 게 느껴졌다. 앞뒤로 치고 올라오는 좆들에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릴 새도 없었다. 음핵 위에 올려진 물건은 여린 점막을 흡입하기라도 하듯, 살점을 빨아들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읏, 아! 아, 안 돼, 이, 이거, 아앙……!”

거칠게 삽입하는 두 개의 자지에 이어 음핵을 문지르는 기구라니. 내가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뽀얀 엉덩이를 때려 가며 무식하게 제 좆을 찔러 넣는 카일 하며, 다정한 낯과 달리 거칠게 자지를 쳐올리는 하일 하며…….

아, 이건 정말 최고였다.

처음 하일이 내게 고양이 역할을 시키며 굴욕감을 줬다는 건 까맣게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내가 헐떡이며 울부짖자 카일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누나, 좋아?”

“조, 좋아! 흐아……, 좋아! 하일, 흡, 카, 카일……!”

하일은 내가 더 이상 자신을 주인님이라 부르지 않아도 화내지 않았다.

앞뒤를 꽉 채운 동생들의 좆이 이성을 날려 버릴 정도로 좋아서, 그저 그것들을 꽉 문 채, 앙앙 울기만 할 뿐이었다. 하일의 성기가 쭈욱 빠져나가 아쉬울 즈음이면 카일의 성기가 뿌리까지 처박고 들어왔다. 카일이 거칠게 제 좆을 뽑아내면 하일의 좆이 내벽을 가르고 구멍 깊숙이 밀고 들어왔다.

“흐앙, 흣! 아응……!”

하얗고 왜소한 몸덩이를 탐하는 둘은 작은 토끼를 탐하는 두 마리의 범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물건을 두 개나 받아 낸다는 것에 스스로 놀랄 틈도 없이, 둘은 거침없이 내게 좆을 찔러 넣었다. 내벽 사이로 두 개의 자지가 왕복하는 게 생경했다. 울퉁불퉁한 핏대와 귀두가 마음껏 구멍을 괴롭혔다.

푹, 푹, 쉴 새 없이 찌르고 들어오는 감각에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흐아, 으, 으응……! 시, 싫어, 아읏, 하앙!”

싫다는 말과 좋다는 말이 마구 뒤섞여 뱉어졌다. 아래를 꽉 채운 삽입감과 둘 사이에 갇힌 기분이 소름 끼칠 정도로 좋았다.

평생 둘의 품에 안겨 살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정도로.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허공인지, 침대인지 구분이 어려울 만큼 쾌락에 취해 둘에게 범해졌다. 앞뒤 구멍의 속살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둘의 성기에 맞춰 뭉그러졌다. 어쩌다 박자가 맞아 두 개의 좆이 동시에 끝까지 처박힐 때면 나도 모르게 파닥거리며 몸이 부르르 떨렸다. 흉기나 다름없는 성기가 두 개나 찌르고 들어오니 버티기 힘들 만도 했다.

동생들에 의해 한껏 벌어진 구멍이 애처로워 보인다.

아랫배까지 꽉 채워진 이물감과 도망치지 못하도록 붙잡고 거칠게 박아 주는 행위가 이토록 좋을 줄은 몰랐다. 찌걱이며 번갈아 왕복하는 좆들은 내 몸을 망가트릴 것만 같았다.

“흐앙! 조, 좋아, 좋아! 흡, 거, 거기……, 읏, 아앙!”

질척하게 흐르는 애액이 시트를 가득 적셨다.

“하, 누나, 누나야…….”

카일이 정염 가득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씨발, 진짜 존나 좋아. 어떡하지? 응?”

상스러운 말을 거침없이 뱉으며 그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하으, 흣, 아, 아앙……!”

퍽, 퍽, 퍽.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으로 카일의 성기가 들락거렸다. 애액에 푹 젖은 자지가 마음껏 내벽을 헤집었다. 그러자 하일도 속도를 높였다. 그러다 일순, 강하게 추삽질하던 하일의 좆이 내 안에서 빳빳이 굳어졌다. 그러더니 이내 귀두가 더욱 팽창하며 구멍 안쪽에 뜨거운 액을 뿌려 대기 시작했다.

그의 파정을 느끼며 내 몸도 나무토막처럼 굳었다. 발끝이 곱아들고 신음조차 제대로 내지를 수 없었다. 몇 번째 맞이하는 절정인지 셀 수도 없었다.

“흡, 흐으…….”

하일이 사정하자 머지않아 카일도 귀두 끝까지 걸쳤던 좆을 깊숙이 처박으며 정액을 싸질렀다.

“흐아…….”

둘의 좆이 앞뒤 구멍에서 움찔거리며 서로의 액을 토해 내기 바빴다. 카일이 내 등 위로 쓰러지며 낮게 중얼거렸다.

“하, 씨발, 누나.”

“하윽, 흑……, 흐으…….”

아직 남은 절정의 여운 탓에 침대의 공기가 뜨거웠다. 귓가에 속삭여지는 카일의 중저음마저 야하게만 들렸다.

“어디 가지 말고 평생 우리랑 살자, 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내 목덜미에 서로의 입술을 쪽쪽거리며 문대기 바빴다.

“맞습니다. 다른 남자와 혼인한들, 누이가 원하는 걸 채울 수는 없을 겁니다.”

어느새 평소처럼 돌아온 하일도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랑해요, 누이.”

그러자 카일이 곧장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

“야, 너만 사랑해? 아니야, 누나. 내가 더 사랑해. 응? 알지? 저 새끼 변태 같은 거 봐. 이런 고양이 귀나 쓰게 만들고. 그치? 응? 내가 더 누나 사랑해, 누나 내 거야.”

카일이 내 귀에 씌워졌던 고양이 귀 머리띠를 냅다 집어 던지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자, 잠깐만…….”

아직 달아오른 몸이 둘의 맨살과 부대끼니 예민하게 움찔거렸다. 그걸 눈치챈 카일이 음험하게 속살거렸다. 손으로는 내 음부를 더듬거리며.

“한 번 더 할래?”

“뭐, 뭐……?”

“왜, 누나 이러는 거 보니까 벌써 다시 섰어.”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닌 듯 엉덩이 사이로 묵직한 카일의 물건이 느껴졌다. 시간은 벌써 새벽 세 시였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내가 거절하려 하자, 카일이 잽싸게 눈꼬리를 죽이며 말했다.

“나 내일 점심 먹고 가는데…….”

그의 말에 내 몸이 흠칫 떨렸다. 카일이 말하는 ‘간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 지 알 수 있었다.

‘북부……, 결국 가는구나.’

기분이 이상했다. 아쉬움에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카일은 곧 떠나야 한다는 게 아쉽지도 않은지 이죽거리며 말했다.

“어이, 샌님. 이제 자리 좀 비키지 그래?”

그러자 하일이 깊은 한숨을 뱉어 냈다.

“……이번만이다.”

하일은 금세 옷매무시를 정돈하고 자리를 비켰다.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카일이 곧장 내 위에 올라탔다.

“누나, 나 또 해도 돼?”

“히, 힘든데…….”

“응? 응?”

묘하게 눈을 피하자, 카일은 애교 부리듯 내 몸에 뺨을 비볐다. 덩치도 큰 놈이 새초롬히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퍽 귀여웠다.

‘으, 귀여워!’

구릿빛 피부와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하일보다 좀 더 다부진 체격은 가히 그가 기사임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듬직한 몸집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에 웃음이 나다가도, 이제 곧 헤어지면 최소 반년은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순식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유쾌하지 않았다.

“……안 갔으면 좋겠다.”

나도 모르게 아쉬움의 말이 흘렀다. 그러자 카일이 눈을 빛내며 반문했다.

“왜? 내가 좋아서?”

“음, 그것도 그렇고……, 그냥 기분이 이상해.”

내 말에 카일은 기분 좋은지 낮게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거 알아? 나 진짜 누나 사랑해.”

그가 뱉은 사랑한다는 말이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건지, 정말 오롯이 여자로서 사랑한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도 사랑한다는 말을 뱉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일을 정말 사랑하긴 사랑했었다. 가족으로. 하지만 더 이상 우리는 가족이 아니었다. 아마 카일이 내게 바라는 사랑도 가족애가 아닐 것이고.

‘어쩌면 처음부터 가족이 아니었을지도…….’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애써 외면했을 뿐.

확실한 건 이들과의 관계가 싫지 않다는 것과, 지금의 내게 있어 둘은 매력적인 이성이라는 점이었다.

조각 같은 얼굴도, 넓은 어깨도, 단단한 가슴팍도, 보기 좋은 복근도. 단순히 남동생만으로 넘겨짚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다.

카일이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누나, 한 번만 더 하자, 응?”

“나 정말 힘들어…….”

“살살할게.”

그가 아이 같은 얼굴로 유두를 할짝이며 내 눈치를 살폈다. 강아지 같은 모습에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흘렀다. 내가 웃자 허락으로 받아들인 카일은 곧장 음핵을 문지르며 성난 제 물건을 구멍에 비벼 대기 시작했다.

하일이 흥건하게 싸질러 놓은 탓에 무리 없이 카일의 성기가 내벽을 가르고 들어왔다. 탁한 액으로 엉망이던 질구에 검붉은 것이 단번에 꽂혔다.

“아흣……!”

“누나.”

“흐, 으응…….”

“사랑해, 정말로.”

뜨거운 숨결과 동시에 카일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부드럽게 뭉그러진 입술 사이로 그의 혀가 밀고 들어왔다.

진득하고도 느릿한, 언제나 성급했던 카일답지 않은 달콤한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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