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장. 빈홀프 공작 부부 (8/13)

8장. 빈홀프 공작 부부

“이번에 로테뉴 중앙 박스석이 나갔다면서요?”

“맞아, 맞아. 그러더라. 거기 마지막에 누가 앉았지?”

잠시 말이 끊겼다가 누군가 부채를 팔랑이며 다시 개시되었다.

“황녀 전하.”

“아, 탄신일에….”

“그게 벌써 반년 전이잖아요.”

“워낙 비싸니까….”

귀족의 입에서 부끄럽지 않게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오죽하랴. 로테뉴 오페라 극장은 어마어마하게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외관과 내관으로도 유명했지만, 매번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박스석 경매로 더 유명했다.

그런 로테뉴 극장에서도 몇 개월씩 비어 있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중앙 박스석이었다. 그것은 일반 박스석을 대략 네 개 정도 뜯어 연결한 크기였는데, 극장의 2층 무대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일반 박스석에라도 앉아 보고 싶어.”

“1번 박스석 이번에 1500페르나라던데, 들으셨어요?”

“뭐? 1500이요?”

다소 흥분했는지 부채질이 빨라졌다. 마차가 부드럽게 멈춰 서자 그들은 잠시 부채를 내려놓고 조그만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폈다.

누군가 발그레한 뺨을 분으로 죽이며 중얼거렸다.

“그 구석진 자리가 그 돈이란 말이에요? 중앙 박스석 옆에 9번이랑 8번은 그럼 얼마란 이야기야?”

“오늘 9번 박스석 체셔 후작이 낙찰받았던데, 5300페르나.”

“아휴….”

그이는 분첩을 신경질적으로 탁 닫아 가방에 던지듯 집어넣고 치맛자락을 정리했다. 화려한 로테뉴 극장에서 콧바람을 쐬기 위해 한껏 차려입고 온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만 같았다.

“다른 세계 사람들이야 뭐야.”

“그래도 비수기니까 이 정도지….”

“아니, 그건 됐고. 그래서 오늘 중앙 박스석은 대체 누군데?”

그들은 마차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로테뉴 극장의 잘생긴 시종인에게 손을 맡기고 천천히 마차에서 내렸다. 로테뉴 극장의 배우들은 공연이 없거나 용돈벌이 수단이 필요할 때 자리까지 귀부인을 에스코트하곤 했는데, 그것이 바로 로테뉴를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물론 간간이 배우에게 전 재산 다 갖다 바치고 길거리에 나앉은 어떤 귀부인의 이야기가 들려오기는 했지만…. 그리고 또 부적절한 관계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몇 있고.

하여튼 로테뉴에는 그런 아슬아슬함이 있었다.

“거긴 낙찰 금액도 공개하지 않잖아.”

“좀 알려 주면 안 되나 몰라.”

그이가 괜히 턱을 올리며 혀를 찼다.

“마담, 앞에 계단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일품인 금발의 남자가 싱긋 웃었다.

그녀는 두 뺨을 발그레 붉히며 턱을 치켜들고 자신의 자랑인 가늘고 흰 목을 뽐냈다.

“감사해요, 무슈.”

“별말씀을요.”

다부지고 큰 키의 배우는 눈이 다 황홀해지는 멋진 예복을 차려입고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실크 장갑에 입술을 붙였다 떼어 내며 동그란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어, 어머….”

“1층 좌석 6열입니다, 마담.”

“아, 어쩌다 벌써….”

그이는 재빨리 부채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방정맞은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

남자가 싱긋 웃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최고의 소프라노와 함께하는 환상적인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수고했어요, 무슈.”

그녀는 재빨리 그의 주머니에 소정의 지폐를 흘려 넣고 배시시 웃었다.

남자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레이디 블로프. 그럼 즐거운 관람 되시기를….”

세 명의 여인은 나란히 좌석에 앉아서 한숨을 내뱉었다. 1층 6열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대체 몇 달 동안 내탕금을 쪼개고 쪼개어 모았던가. 그간의 고행이 모두 솜사탕처럼 스르르 녹아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비록 이 황홀함은 잠깐, 몇 시간의 꿈이라고 해도. 원래 잠깐의 쾌락이 달콤하고 아름다운 법이니까!

“박스석 열렸다.”

“뭐?”

갑자기 사방이 웅성웅성 소란스러워 어수선하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나 보다. 그들은 동시에 오페라글라스를 눈에 대고 뒤를 돌아보았다. 중앙 박스석을 향해 조그만 글라스를 들어 올렸다.

“누구지…?”

박스석 커튼을 젖히고 나타난 새하얀 여자를 바라보며, 누군가 인상을 찌푸렸다. 생각이 날 듯 말 듯 기억이 흐릿했다. 이름이 바로 기억나질 않는 걸 보니 최근에 사교계에 나타난 적이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 왜…, 그 집 있잖아요.”

“첫째가 몇십억 해 먹고 잠적한….”

“아아, 도에테!”

누군가 재미있는 퀴즈라도 풀 듯 손뼉을 치며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가 눈총을 받고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곁에서 교양 없다며 혀를 쯧쯧 차고 눈치를 주었다.

“비비아나 도에테.”

도에테 백작가라면 한동안 비비아나 도에테를 대신관으로 만들려고 그 부친 되는 백작이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온 힘을 다하다가, 이 년 전쯤인가 딸이 시집간 후 잠잠했던 곳이다.

“저 여자 팔려 가듯이 결혼했잖아. 그…. 아, 모르겠다. 어디에 시집갔더라?”

“빈홀프.”

갑자기 침묵이 맴돌았다.

악마의 저주를 받았다는 빈홀프 공작 가문의 위상은 그런 것이었다. 로테뉴 극장의 식지 않는 열기마저도 단번에 식히는 서늘하고 음습한 것. 그 누구도 가까이하지 않는 외딴 공작가.

“거기 공작이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었나?”

“내가 알기론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항상 대리인을 내세웠잖아요.”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동자가 다시 중앙 박스석을 향했다. 검은 머리 검은 눈의 저주받은 공작이 과연 부인과 함께 나타날 것인가, 그곳에 이목이 쏠렸다.

***

비비아나는 화려한 발코니 펜스에 손을 얹고 밑을 내려다보았다. 볼테뉴 극장은 언제나 모든 자라가 매진인 탓에, 공작새가 꼬리를 펴듯 잔뜩 치장한 색색의 머리통이 가득했다. 그녀는 무심한 눈동자로 그것을 훑으며 검지 끝으로 펜스 장식물을 툭툭 건드렸다.

“비비.”

끈적한 손길이 다가와 그녀의 벗은 등을 쓰다듬었다.

“떨어져요, 로비.”

“싫어….”

제 반려를 뒤에서 끌어안고, 클로비스는 커다랗게 직립한 좆을 엉덩이에 치대며 끙끙거렸다. 그의 성기는 이미 마차 안에서부터 이 모양 이 꼴이었다.

비비아나는 작게 짜증을 내며 몸을 뒤틀었다. 제 남자의 발정은 시도 때도 없었고 끝도 없었다. 한 번 받아 주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거대한 것을 치대며 존재를 과시했다. 물론 제 남자가 저밖에 모르고 달려드는 것이 어떨 때는 예쁠 때도 있고, 받아 주지 않는다고 칭얼거릴 때는 퍽 처연한 맛도 있지만….

“떨어지란 말이야.”

“당신한테서 내 좆물 냄새가 줄줄 흘러….”

“뱀 비린내겠지.”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클로비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상처받은 눈동자를 하고 그녀의 관자놀이에 입을 꾹 맞추었다.

“왜 이렇게 못되게 말하는 거야, 비비.”

“마차 안에서부터 얼마나 시달렸는데. 분명히 내리기 전에 약속했잖아요.”

“하지만….”

클로비스가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까드득 이를 갈았다. 차가운 숨결이 귓바퀴를 스치고 어깨를 적셨다.

이미 마차 안에서 거사를 치르고 온 비비아나의 감각은 예민했다. 그녀는 솜털이 바짝 서는 걸 느끼며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꾹 내리눌렀다. 엉덩이를 꾹꾹 치대고 누르고 있는 거대한 성기를 느끼며 몸을 떨었다.

“여기 얼마나 많은 짐승 새끼들이 있는지 당신은 모른단 말이야.”

“정말?”

그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온갖 짐승 새끼 누린내가 진동하는데…. 그 새끼들이 당신을 잡아먹고 싶다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게 싫어.”

천 년의 고행을 마치고 신의 반열에 오른 뱀의 왕은 제 반려의 목과 어깨에 입술을 붙이고 느릿하게 쓸어 올렸다. 커다란 손바닥으로 보드랍고 평평한 배를 쓰다듬다가 꾹 눌러 제 몸을 붙였다.

“흐응…. 로비, 안 돼요.”

“하, 비비.”

“내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잖아요.”

너무도 잘 알았다.

항상 그놈의 신문을 펴 놓고 오늘 상영하는 오페라의 줄거리부터 가장 인상적인 클라이맥스를 그의 귓가에 읊고 또 읊었으니까 말이다. 정말 욕지기가 치밀 정도로 진절머리가 나서, 외유를 싫어하는 뱀의 왕이 동굴을 나와야 했을 정도로.

“아는데…. 나는 그냥 당신이랑 어둡고 따듯한 곳에서 단둘이 오붓하게 시간 보내는 게 좋단 말이야.”

“오붓?”

클로비스의 단단한 품속에 갇혀서 서늘한 입술을 느끼며 눈꺼풀을 파르르 떨고 있던 새하얀 여인이 코웃음을 쳤다. 뒤돌아 그를 마주 보고 서서 너른 어깨에 손을 얹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 등을 수많은 사람의 눈앞에 내어놓았다.

커다란 손이 얼른 그것을 감쌌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로비. 오붓이 아니라 고행의 현장이었지. 당신을 받아 내는 게 쉬운 줄 알아요? 더구나 당신은….”

비비아나는 자신의 하반신을 꾹 누르고 있는 굵고 두꺼운 성기 두 개를 힐끔 눈짓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촉촉한 몸에 들어가 있던 것은 아까 일을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커다랗게 부푼 상태였다.

클로비스는 그녀의 마른 손목을 잡아 내려 자신의 앞섶으로 가져갔다. 조그만 손으로 단단하게 직립한 것을 꾹 누르자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에게 홀린 듯 멍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비비아나의 입술을 삼키고 조심스레 입술을 벌렸다. 끈적하게 입을 맞추며 제 몸을 빈틈 하나 없이 맞대었다.

“으음, 로비….”

비비아나는 싫다고 싫다고 눈을 밉게 흘기면서도, 고개를 틀어 그가 더 깊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입을 벌렸다. 질척하게 다가오는 제 남자를 삼키고 쓸며 입술을 떼 내었다가도 다시 붙이고, 그를 밀어냈다가도 다시 삼켰다. 때로는 입술을 떼려는 남자에게 다가가 더 크게 입술을 베어 물기도 하고, 뜨거운 목을 살살 쓰다듬으며 자신에게로 끌어당기기도 했다.

신의 곁에서 내려온 듯 온통 은은한 빛이 흐르는 여자가 입을 벌리고 검은색으로 물든 남자의 입술을 빠는 장면은 관능적이었다. 무척이나. 키스에 열중한 남녀의 야릇한 기운과 여자의 마른 등에서 요동치는 섬세한 근육만큼.

도에테의 성녀라고 불렸던 여자라기에는 퍽 음란하고 음탕한 모습이었다.

“아읏!”

작은 여자의 어깨가 위로 펄쩍 뛰었다.

관심 없는 척, 보고 있지 않은 척 그들을 주시하고 있던 사람들은 공작이 어떤 손장난을 쳤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것이 여자를 당황케 할 만큼 은밀하고 대범한 것이리라는 것도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로, 로비…!”

비비아나는 동그란 눈을 치켜떴다. 긴 슬릿이 들어간 치맛자락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온 거친 손이 속옷도 걸치지 않은 벗은 밑을 젖히고 쑥 밀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침범하는 굵은 손가락을 꽉 씹고 빨아들였다. 그의 정액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안은 수월하게 건조한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마른 다리가 활짝 벌어졌다.

“아, 아응….”

“손가락을 집어넣으니 좆물이 밀려 나와, 비비. 꼴리게.”

“하아…”

그 어디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들이대어도 높은 펜스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은 볼 수 없다. 비비아나의 달뜬 얼굴과 쾌락을 느끼고 있는 얼굴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알겠지. 지금 이 여자가 무엇 때문에 흐느끼고 있는지. 좁은 구멍을 무엇이 찌르고 있는지….

클로비스는 슬쩍 허리띠를 풀고 커다란 성기를 꺼내었다.

비비아나는 눈을 꾹 감고 그의 키스를 받아내느라 밑에서 어떤 무도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질끈 감은 눈에 젖은 입술을 붙였다 떼고 커다란 귀두를 그녀의 벌어진 밑에 슬쩍 맞추었다.

뭔가 이상한 기색을 깨달은 비비아나가 눈을 번쩍 떴을 때였다.

“로, 로비…. 지금 무슨…, 하읏!”

비비아나는 좆을 쑤셔 박을 때 언제나 그러하듯 고개를 치켜들고 전신에 힘을 꾹 주었다. 좁은 몸을 벌리고 밀려 들어온 길고 굵은 것을 잘라먹을 듯이 죄어 대며 몸을 덜덜 떨었다.

찌이익 소리와 함께 그녀의 안을 가득 채웠던 클로비스의 정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 비비. 너무 맛있어.”

몇백 명의 사람이 있는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몸을 맞추고 있는 사람답지 않게, 비비아나 빈홀프는 야하게 웃으며 자신의 붉은 입술을 핥았다. 하얀 목덜미를 핥듯이 바라보고 있는 검은 시선을 느끼며 천천히 제 가슴팍을 어루만졌다.

작고 동그란 분홍빛 손톱에 검은 시선이 박히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렇게 된 김에 더 질퍽하게 배를 맞춰 보자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남자의 발정을 귀찮아하며 밀어내던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당신 구멍이 헐도록 처박고 싶어.”

남자는 타오르는 눈동자로 한 음절 한 음절에 힘을 주고 딱딱하게 내뱉었다.

“그러…, 그러기만 해 봐요. 다시는 내 침실에 기웃거리지도 못할 테니.”

비비아나는 슬쩍 펜스 난간을 두 손으로 짚으며 엉덩이를 슬금슬금 움직였다. 그녀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성기를 죄었다 풀며 야금야금 씹어 먹었다.

클로비스는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이건 어떻게 해?”

클로비스가 슬쩍 엉덩이를 밀어붙이며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뜨거운 자궁을 커다란 성기가 휘젓자 허리에 힘이 풀렸다.

“아흑….”

비비아나는 겨우 무릎에 힘을 주고 버텼다. 그러자 구멍은 잔뜩 긴장한 그녀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흐….”

클로비스가 혀를 내밀어 그녀의 목덜미를 핥았다.

지금도 자신과 비비아나의 정사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경고하듯이 말이다. 특히 그의 뱀 비린내를 맡을 수 있는 짐승 새끼들에게.

“하으으….”

비비아나는 치밀어 오르는 격정을 겨우 꾹꾹 눌러 담으며 몸을 떨었다. 뱀의 둥지에서 안기듯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러 대며 허리를 움직이고 싶었지만, 여기는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그녀가 아무리 클로비스의 좆이 없으면 못 사는 음탕한 여자라고 해도 말이다.

“몇 번 문지르고 어서 끝내요, 로비. 아니면 진짜 재미없을 줄 알아.”

말과 다르게 비비아나는 그의 입술을 뜯어 먹을 것처럼 이를 딱딱 부딪쳤다. 뜨거운 숨결에 섞여 있는 흐느낌이 그를 자극했다. 클로비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제 여자의 입술을 베어 물었다.

그의 허리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비비아나는 극장에 불이 꺼지고 커다란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제 남자의 미끈한 손에 이끌려 침대를 뒹굴어야 했다.

“하읏! 아으….”

“비비아나, 입 막아야지. 당신 예쁜 신음 소리가 줄줄 다 새잖아, 쯧.”

로비는 자신의 밑에 깔린 여자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커다란 성기가 푹 박혀 있는 구멍은 살덩이를 꽉꽉 물어대며 벌름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뜨거운 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두 번째 성기는 외면받고 있는 것이 슬펐다.

로비는 붉은 입술을 두 손으로 틀어막은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쾌락에 절어 있는 비비아나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어떤 격정을 예고하는 미소에 비비아나가 고개를 젓기도 전, 그는 분홍빛 주름이 움찔거리는 곳에 뭉툭한 귀두를 문지르며 하얀 이로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흡! 로, 로비…. 제발….”

비비아나가 급박하게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로비가 더 빨랐다. 제 여자의 말캉한 젖가슴을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허리에 힘을 꾹 주었다. 질척이는 액체를 펴 바르고 벌름거리는 구멍을 대가리로 꾹 누르며 상체를 숙였다.

거대한 살덩이가 좁은 구멍을 압박하며 벌리는 느낌에 비비아나는 엄지의 통통한 부분을 꽉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곳은 비비아나가 유달리 좋아하는 곳이었다.

“취향 한 번 난잡하지…, 나의 여신님. 내 좆이라면 앞이든 뒤든 잘만 받아먹고…. 이러니까 나 같은 뱀 새끼를 만났지.”

“아흥…. 아으, 아앙….”

잇새로 흘러나오는 신음에 비늘이 곤두설 정도로 좋았다. 몸을 넘실넘실 타고 흐르는 전율에 성기가 한층 더 발딱 솟아오른 것 같다.

“비비아나.”

그는 비비아나의 귓바퀴를 입술로 부드럽게 쓸며 서늘한 숨을 계속해서 불어넣었다. 은빛 머리칼 양옆을 팔뚝으로 짚고서 떨리는 눈동자를 마주한 로비는 입을 틀어막은 손을 슬그머니 걷어냈다.

“아, 안 돼…. 로비, 나….”

“괜찮아.”

더없이 사랑스러운 것을 바라보듯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비비아나를 달랬다.

“소리 질러, 비비. 내 좆을 받아먹고 있다고. 욕심쟁이처럼 내 좆을 앞뒤로 동시에 받아먹고 있다고. 좋아서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다고 소리 질러.”

순간, 두 번째 성기는 결국 비좁은 틈을 비집고 비비아나의 몸에 푹 꽂혔다.

“하윽! 로, 로비…!”

날카로운 비명이 공간을 울렸다. 클로비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무형의 기운으로 둘러쌌다. 비비아나의 몸속에 좆 두 개를 모두 박고 있는 기분은 그만의 것이다. 좁은 구멍이 좆을 물고 씹는 느낌, 주름진 내벽이 성기에 달라붙어 물결치는 감각, 매끄러운 점막을 사이에 두고 뭉툭한 대가리 두 개가 만나 비벼지는 그 환상적인 자극 말이다.

“아, 아앙! 아으읏!”

로비는 비비아나의 목을 움켜쥔 채 뾰족한 이를 세웠다. 뾰족한 송곳니로 비비아나의 턱 밑 연한 살을 갉작이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비비아나의 몸속 깊숙한 곳에 박힌 성기 두 개가 동시에 안을 휘저으며 서로를 스쳤다.

“흣.”

클로비스가 신음을 내뱉었다.

턱을 바짝 들고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제 여자의 골반을 세게 틀어쥐고, 본격적으로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흉흉하고 울퉁불퉁한 성기는 좁은 구멍을 비집고 나왔다가 찔걱이는 물소리를 내며 다시 안을 쑤시고,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정없이 깊은 곳을 쑤셨다.

“하, 아응! 아아아! 크, 클로비스! 클로비스!”

비비아나의 떨리는 손이 자신의 판판한 배를 쓰다듬다가 슬금슬금 음부로 다가왔다. 흐릿한 음모를 지나 조그맣고 붉은 살점을 찾아내어 손가락으로 세게 비비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로비의 눈동자에 심술이 어렸다.

“음란하긴…. 좆으로 쑤셔줘도 부족한 거야, 비비?”

“아, 아응…. 아니, 아니…, 하읏! 로비, 더, 더 세게….”

느릿한 움직임이 비비아나의 쾌락을 애타게 했나 보다. 그녀는 통통한 살점을 폭력적일 정도로 세게 문지르고 꼬집으며 비명을 질렀다.

로비는 앞구멍과 뒷구멍을 쑤시고 있는 성기에 무서울 정도로 집중한 얼굴이었다. 가죽이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비비아나의 몸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움직임은 빠르지 않았지만 깊었고 묵직했다. 한 번 들어올 때마다 성기가 목구멍을 찌르는 듯 공격적이었다.

“아, 아응! 하으읏…. 로비, 아으!”

비비아나는 박히는 대로 힘없이 흔들리며 제 안을 휘젓는 살기둥에 넋을 잃었다. 순식간에 몰려 들어와 뱃가죽을 쑤시면, 두툼하고 동그란 모양이 울룩불룩 솟았다. 매끄러운 성기를 조금이라도 더 담고 있기 위해 악착같이 달라붙는 자신의 내벽을 느끼며 그녀는 또다시 비명 같은 신음을 질렀다.

앞뒤를 동시에 긁는 쾌감에 발가락 끝까지 저릿저릿했다. 퍽퍽 박으며 송곳니를 빛내는 남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몽롱한 와중에도 밑을 꽉 죄며 생각했다.

자신의 구멍에서 성기 두 개가 빠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상연 후 친히 중앙 박스석까지 올라와 인사를 남기는 앳된 소프라노에게 멋쩍게 웃으며 꽃다발을 건넬 때까지.

***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무슨 말이라도 해 주어야 내려갈 것 같아서, 배우에게 신문에서 외운 구절을 읊어 주기까지 했다. 그와의 섹스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구석이 있었지만, 이렇게 야외에서 몸을 섞은 것은 처음이었다. 문득 한적한 공원의 어두움을 틈타 농락을 당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내려오던 참이었다.

클로비스는 자꾸만 목이 버쩍버쩍 마른다는 마나님의 투정에 친히 물을 뜨러 사라졌다.

“아앗!”

“아이고, 죄송합니다.”

박스석 전용 통로로 내려온 그녀의 신분은 몰라도 재력은 보통이 아닌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흐린 잿빛 머리칼을 가진 중년의 남자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

“…백작님?”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슬쩍 외면했어야 했는데, 너무 뜻밖의 장소에서 예기치 않은 사람을 마주한 탓에 생각보다 입이 더 빨랐다.

“비, 비비아나?”

유순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든 남자가 비비아나의 투명한 눈동자를 마주하고는 말문이 턱 막혔는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는 한때 제 딸이었던 여자의 드러난 어깨, 그 어깨를 잔뜩 적시고 있는 붉은 자국. 그리고 투명한 허벅지까지 다 내어놓은 치마 따위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분은 누구십니까, 백작님?”

“아, 예.”

도에테 백작이 얼른 고개를 숙이며 굽신거렸다. 원래 돈이 없어 빌빌거리긴 했어도 체신 없이 대놓고 굽신거리는 성정은 아니었는데,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녀를 팔아먹는 대가로 무려 오십억 페르나라는 돈을 따로 챙겼는데….

“제 딸아이입니다.”

“아…, 대신관 후보직에 이름을 올리셨던.”

“아, 알고 계셨군요!”

“비비아나 도에테 영애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마흔 줄에 접어들었을까. 건장한 체구에 다소 다부진 인상의 남자는 비비아나의 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으며 느릿하게 웃었다. 번지르르한 미소에 기름기가 도는 것이 어디 졸부쯤 되는 모양이었다.

“도에테 양.”

비비아나는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미는 남자의 흉물스러운 미소를 바라보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도에테 백작이 인상을 사납게 일그러뜨리며 입술을 깨물고 그녀를 말없이 위협했다.

그깟 손 한 번 내밀어 주고 손등에 키스를 받아 주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냐고 말이다.

“나는 더는 도에테가 아닌데.”

“가, 감히…! 이, 이분이 누군 줄 알고!”

백작은 마치 제가 창피를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비비아나는 자신의 등과 종아리에 피가 나도록 매질하고 굶겼던 아비의 낯을 가만히 살피며 아름다운 은방울꽃처럼 웃었다.

곁에 선 이의 얼굴에 찬탄이 떠오르는 것을 무시하고.

“저는 빈홀프 공작 부인이에요, 백작님. 체통을 갖추세요. 모르는 이와 이렇게 대화하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아 이만 실례하겠어요.”

비비아나는 고개도 숙이지 않고 차갑게 등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새하얀 등과 툭 튀어나온 날개 뼈, 동그랗고 조그만 척추뼈를 핥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을 기회처럼 바라보는 백작의 눈길도.

비비아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비, 비비아나!”

백작이 얼른 그녀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큰 소리로 이목을 끌어 비비아나가 매장하게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듯싶었다.

클로비스를 기다리는 것이 무료하기도 하고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가 이제는 정말로 별것 아닌 듯 느껴져서, 비비아나는 그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무엇이 그렇게 절박한지 모르겠지만 백작의 눈빛이 제법 간절했다.

“비비아나! 저기 마정석 광산을 가지고 계신 테페로 백작님이시다. 한 해에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하시지. 공손하게 인사라도 올려 보려무나.”

“테페로…?”

비비아나가 그런 가문은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남자는 얼굴을 찡그렸고, 백작은 숨을 들이켜며 손사래를 쳤다. 그녀를 노려보는 것은 잊지 않는다.

“이, 인사드리지 않고….”

자신을 코르티잔 대하듯 하는 도에테 백작의 모습에 화도 나지 않았다. 그는 원래 비비아나를 최곳값으로 팔아먹는 데 심혈을 기울였던 남자였고, 그로 인해 그녀의 인생은 각박하고 끔찍했으나 이제는 로비에게 구원받았기 때문에.

지금 도에테 백작의 눈동자는 비비아나를 팔아넘기며 얼마의 돈을 받아 치웠을 때와 다름없었다. 하나도 바뀐 게 없었다.

비비아나는 피식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 많았던 지참금은 어쩌시고.”

그 순간 백작도 비비아나가 떠올리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로하넬에게 뺨을 얻어맞은 비비아나가 땅바닥에 쓰러져 자신을 비싼 값으로 팔아먹는다고 해도 그 돈이 얼마나 갈지 모른다고 이죽거렸던 그때 말이다. 그 일이 있고서 채 2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백작은 그때와 다를 바 없이 굽신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는 팔아먹을 비비아나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쥔 것 없이 허허벌판에 서 있는 상태였다. 빈홀프에게서 받았던 오십억 페르나는 다 어디로 갔는지.

“비, 비비아나! 그, 그게 무슨 말이냐. 지, 지참금이라니….”

“그렇게 위하시던 백작 영식은 어쩌시고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돌아다니세요, 백작님.”

순간 서늘한 유리잔이 달아오른 뺨을 꾹 누르는 것을 느끼며 비비아나는 옆으로 눈을 흘겼다. 그가 내미는 잔을 받아들었다.

“아, 백작 영식은 육 개월 전쯤 크게 사기를 치고 잠적한 상태야, 비비.”

커다랗고 서늘한 손이 비비아나의 조그만 어깨를 감싸 쥐었다.

“어머, 로비!”

비비아나는 꽃송이가 개화하듯 활짝 웃으며 자신의 남편을 맞았다. 저주받았다는 빈홀프 공작의 위명이 대단해서일까. 그들을 둘러싸고 흥미롭다는 눈빛을 보내던 이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공작 부처는 다소 기괴했다.

공작은 말할 것도 없이 흑발흑안으로 악마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인 되는 비비아나는 한때 유력했던 대신관 후보답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스러운 은색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는데, 가끔 투명한 눈동자가 도르르 구를 때마다 도저히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아서 작게 소름이 돋았다.

마치 흑과 백, 악과 선, 모든 대척점에 선 것 같은 연인이었지만 아름답기로는 둘 다 비할 데가 없었다. 그들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딱히 놀라운 사실도 아니네요.”

“백작.”

도에테 백작은 대답은 하기 싫으나 그의 위세가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쭈뼛쭈뼛 다가섰다.

“공작 각하.”

“비비아나와 모든 가족의 연을 끊겠다고 계약서에 사인을 한 거로 아는데.”

클로비스가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그런데 감히 내 아내를 불러세웠나?”

“그, 그것은…”

“감히 내 부인에게 고작 백작 따위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강요하고 작부 대하듯 해?”

클로비스가 도에테 백작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읊었다.

“백작 영식처럼 세보 강 밑으로 가라앉고 싶나.”

“무, 무슨….”

로하넬을 감옥에서 빼내어 오기 위해서 백작 작위를 산 평민 따위에게 빌빌거리며 돈을 구걸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무리 죽일 놈의 자식이라지만 아들이 아닌가. 도에테 가문을 이을 아들.

사실은 비비아나를 팔아넘기고 난 백작에게 믿을 구석이라고는 이제 로하넬뿐이어서 더 절박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추잡하고 더러운 새끼를 살려 둘 줄 알았나. 비비아나의 기생충, 내 아내의 인생을 망가뜨린 주범.”

검은 눈동자는 너도 함께 아니었냐고 묻고 있었다.

“으, 으으….”

이미 도에테 백작의 곁에 서 있던 이름 모를 졸부는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냄새를 기억하는 뱀의 왕은 끝까지 찾아내 제 반려를 훑던 더러운 눈동자를 터뜨리겠지만.

빈홀프 공작은 제 슈트 깃을 정돈하며 한발 뒤로 점잖게 물러났다. 비비아나의 손을 쥐고 뺨에 입을 맞추었다.

“버러지에게 대꾸해 주지 마.”

“아아, 가요. 더 말하기도 싫어.”

비비아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잡아끌었다.

클로비스는 제 곁에 서 있는 검은 머리 시종에게 슬쩍 눈짓했다. 고개를 숙인 남자가 순식간에 몸을 빼내어 밖으로 사라졌다. 내일이면 배고파하는 일족의 새끼들에게 두 백작 나리를 던져줄 수 있을지도.

많이 먹어야 하는 나이니까 말이다.

클로비스는 몇 달 전 삼킨 비비아나의 오라비를 떠올리며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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