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뱀
지은이: 박온새미로
펴낸이: 김기철
펴낸곳: 텐북
1장. 팔려 온 비비아나 도에테
어두컴컴한 밤, 비비아나가 새근새근 숨 쉬는 소리밖에 흐르지 않을 정도로 사위가 고요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수치와 두려움, 그리고 약한 야릇함을 느끼며 발가벗은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짙은 어둠, 실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전라의 여인. 피학적이고 은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상황이지만, 당사자인 비비아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당당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조그만 어깨는 당당하게 편 채였다.
비비아나는 커다란 젖가슴이나 흐린 은색 음모를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여상한 일인 듯 태연하기만 했다. 긴 은발이 흘러내린 피부는 그 찬란한 색 때문에 더 투명하고 하얘 보였다.
가녀린 어깨와 마른 가슴팍에서 흘러내린 커다란 젖무덤 중앙에 새빨간 젖꼭지가 앙증맞았다. 홀딱 벗고 있다는 자각은 있는 것인지, 그것은 발딱 솟아 있었다.
별안간 검은 그림자가 졌다.
“아….”
갑자기 느껴진 인기척에 비비아나는 미약하게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는 오히려 자신이 더 놀란 듯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러곤 곧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속삭였다.
“아가씨, 이리로….”
비비아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손을 내뻗었다. 눈앞에 검은 너울을 씌워 아무것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늘하고 건조한 손이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와 그녀의 뜨거운 손을 슬며시 받쳤다. 손을 놓칠까 걱정이 되었던 비비아나가 그이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짧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희미하게 흩어진다. 그이의 어깨가 움찔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불쾌해 그러는 줄 알았으나 이곳에서 일 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보내고 난 지금 비비아나는 알았다.
저주받은 빈홀프 공작가의 검은 머리 검은 눈 가솔들은 전부 모두 그녀를 좋아했다. 이상하게도 비비아나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홀린 듯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는 우습게도 자신의 은색 눈동자보다 더 투명해서, 그들이 느끼는 찬탄과 감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비비아나는 이제 영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찬미와 경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터라 무심하게 넘길 수 있었다. 아니, 그것은 사실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곰곰이 생각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기보다는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오늘이 98번째 밤입니다.”
그이가 귓가에 속삭였다. 건조하고 희미한 목소리였다. 혹시 조그만 소리라도 새어 나갈까 두려운 것처럼. 그이는 쉭쉭거리는 바람 소리만 내며 연신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비비아나는 검은 너울로 눈을 가린 지금도 그것을 보는 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이가 이끄는 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다소 익숙해진 수치심을 그럭저럭 이겨냈다.
아무것도 입지 않고 눈만 가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피학적인 부끄러움은 97번의 밤을 보내며 술에 물을 탄 듯 옅어졌다. 그녀는 이제 이 검은 너울도 알몸도, 그리고 맨발도 모두 익숙하기만 했다.
“두 걸음 앞에 문이 있습니다, 아가씨. 조심하십시오.”
비비아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멈춰 섰다. 괜히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본다.
곧 문이 열렸다. 열린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열기가 비비아나의 새하얀 몸을 감싸 안았다. 빈홀프 공작가는 종일 열난로를 틀어 댔다. 그 어마어마한 마정석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모를 일이다.
덕분에 비비아나는 하루하루 몸이 녹을 정도로 따듯한 곳에서 눈을 감고 상쾌하게 눈을 뜰 수 있었다. 도에테 가문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잘 먹고 잘 자서일까? 일 년 전보다 살이 오른 비비아나는 한입에 꿀떡 집어삼키고 싶을 만큼 퍽 먹음직스러웠다.
“아가씨, 내일 아침 여덟 시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한 계약은 맥이 빠질 정도로 간단했다. 그저 잠을 잘 오게 해 주는 차 한 잔을 마시고 알몸으로 따듯한 침대 위에서 푹 자다가 일어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처음에 바짝 겁먹었던 것과 다르게 그녀에게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사내가 들이닥쳐 그녀의 몸을 범하지도 않았고, 자고 일어난 그녀의 몸에 알 수 없는 상처가 생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몸에서 들끓던 열기가 시원하게 가셔, 그녀로서도 개운하게 잘 수 있었다. 신기할 정도로.
“그럼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그녀의 뒤에서 문이 스르르 닫혔다.
비비아나는 참았던 한숨을 깊게 내쉬고 자신의 앞을 가리고 있는 너울을 벗어 던졌다. 부드러운 비단이 땅에 아무렇게나 떨어졌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의 행동이 경솔하다고 탓할 이는 여기에 아무도 없었다.
비비아나는 눈을 찌르는 밝은 불빛에 적응하기 위해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때마다 그녀의 신비로운 은색 눈동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이 차를 마시고 나면 이상하게 잠이 잘 온단 말이야? 신기하기도 하지….”
입이 쩍 벌어질 만큼 거대하고 웅장한 공간이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간 황궁에서 한 번 보았던 응접실이 이러했을까. 아니, 그보다 더 화려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공간 한가운데 커다란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마치 신에게 인신 공양하는 제대처럼.
비비아나는 부드러운 침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얼른 날씬한 다리를 이불 속으로 쏙 집어넣었다.
“알몸만 아니면 참 좋을 텐데….”
비비아나는 입술을 비죽이며 허연 김이 솔솔 피어오르는 찻잔과 소서를 함께 들어 올렸다. 따듯한 열기가 흐르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느긋하게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캐노피 따위를 바라보며.
“그러고 보니 이제 오늘이 지나면 두 밤이 남았구나….”
따듯한 찻물이 입 안을 적시고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춥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뜨거운 것이 들어가자 몸이 떨렸다. 찻잔이 소서에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8일 남았네.”
이 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을 다시 깨끗하게 해야 한다며 3일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또 이 방에서 하루, 그리고 또 3일….
하지만 오늘이 98번째 밤이고 4일 뒤에는 99번째, 그리고 또 4일이 지나면 100번째 밤이 되니까 정말 딱 8일 남은 셈이다.
“설마 야박하게 8일째 날이 밝자마자 나가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비비아나의 의심쩍은 목소리에 갑자기 촛불이 슬쩍 흔들렸다. 그것은 웃는 것 같기도 했고 부정하듯 깜빡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무심코 그것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바람이 부나….”
주위를 살폈지만, 창문 하나 없이 모두 꽉 닫혀 있었다. 이 방에서 열리고 닫히는 것이라고는 그녀가 들어왔던 문 하나뿐이었다.
비비아나는 그저 불길이 그러한 것이겠지 생각하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가야 하지…. 도에테로 가는 건 싫어. 이런 곳에서 살다가 그곳으로 가면 죽고 싶을 거야.”
그것은 사실이었다.
비비아나 도에테는 도에테 가문으로 돌아가면 목을 매고 죽고 말 것이다. 신의 증거라는 은색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난 그녀에게 정절과 검소, 무욕을 강요하며 말려 죽이는 그곳….
비비아나가 저주받았다는 빈홀프 공작가로 팔려 온 것도 따지고 보면 앞선 것과는 거리가 먼 제 오라비 때문인데 말이다. 그녀는 자신을 데려오는 대가로 빈홀프 공작가에서 갚아 준 오라버니의 노름빚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저주받았다니….”
그녀가 피식 코웃음을 쳤다.
“빈홀프만큼 착한 이들이 있으면 나와 보라지! 어디서 저주받았다는 말을 함부로 하고 말이야…, 꺅!”
비비아나는 한 손으로 자신의 귀를 감싸고 어깨를 움츠렸다. 갑자기 촛불이 크게 일렁이면서 몇 군데 꺼졌기 때문이다.
찻물도 크게 출렁였지만, 다행히 잔이 넘치지는 않았다.
비비아나는 허리를 빳빳하게 곧추세우고 주변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살폈다. 잠시 숨을 죽이고 불안한 눈빛으로 사방을 주시하던 그녀가 적당히 식은 찻물을 호로록 들이켰다.
“여긴 다 좋은데 꼭 누가 지켜보는 것 같단 말이야…. 어서 자야지. 자 버리면 내일 아침일 거야.”
그녀가 꾸물꾸물 두꺼운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도에테에 있었던 시절에는 감히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맨몸으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드는 것은 꽤 설레는 일이었다. 부드러운 천, 따듯한 이불 속, 그리고 뜨거운 몸에 닿는 서늘한 감촉….
응?
비비아나는 이질적인 것이 끼어든 것 같아 잠시 의문을 가졌으나 몰려오는 수마 앞에서 정신없이 휩쓸려 버리고 말았다. 드디어 그녀의 눈꺼풀이 완전히 감겼다.
비비아나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규칙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무렵, 방을 밝히고 있던 수십 개의 촛불이 단번에 훅 꺼졌다. 순식간에 짙은 어둠이 그녀를 잠식했다.
그리고 그 짙고 무거운 어둠 속에서, 한 쌍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
서늘하고 매끄러운 것이 몸을 느릿하게 휘감았다.
비비아나는 자신이 지금 꿈속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방, 이 침대에 누우면 그녀는 항상 같은 꿈을 꾸곤 했으니까. 첫 번째 밤부터 98번째 밤까지, 그것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느른하게 미소를 지으며 콧잔등을 찡그렸다. 콧잔등에 생기는 주름마저 사랑스러웠다. 무언가 촉촉한 것이 그녀의 콧잔등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아응, 시원해….”
비비아나의 목덜미를 타고 내려간 것이 몸을 스치고 핥는 것이 느껴졌지만 너무 졸려서 도무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꺼풀을 밀어 올리지도 못하고 눈썹만 추켜세우며 끙끙거렸다.
“비비.”
낮고 야릇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 터져 나오는 신음마저도 서늘하고 습했다.
“하….”
비비아나는 눈을 뜨지도 못했으면서 그에 화답하듯 뜨거운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비비, 일어나.”
“하응…. 로비?”
“그래, 비비. 나야, 당신의 로비.”
서늘한 입술이 비비아나의 관자놀이를 꾹 찍었다. 그리고 뜨거운 눈꺼풀에도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차갑고 서늘한 것이 꾹 와 닿자 고여 있던 열기가 훅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그녀는 겨우 눈꺼풀을 밀어 올릴 수 있었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언제 왔어요?”
비비아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너른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의 벗은 몸이 그녀의 몸을 꾹 누르며 염치없게도 제 무게를 실었다. 그녀는 자신의 뜨거운 체온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서늘한 몸에 자신의 몸을 마구 비비며 만족의 신음을 내뱉었다.
남자의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살갗에 말캉하고 뜨거운 살덩이를 문지르기 위해 느릿하게 몸을 뒤틀었다. 그 야릇한 몸짓에 남자의 눈동자가 세로로 찢어지는 것도 모르고.
“아으, 시원해….”
사내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요 가뭄 끝의 단비 같았다. 비비아나의 몸에 고여 있는 뜨겁고 답답한 열기를 순식간에 가져가 식혔다. 그의 몸이 닿으면 기분이 좋았다.
비비아나는 또다시 보드랍고 뜨거운 제 몸을 마구 비벼대며 야살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이건 반칙인데.”
로비는 자신의 맨가슴에 비벼지는 몰캉한 살덩이를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노곤노곤하게 녹아 있던 몸이 서늘한 몸에 닿으며 젖꼭지가 딱딱하게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남자의 성기를 발딱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했다.
“하, 로비….”
비비아나는 로비의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의 몸에 조금이라도 더 닿으려고 몸을 비틀었다.
커다랗고 거친 손이 부드러운 허리와 엉덩이의 곡선을 쓸고 내려가 몰캉한 살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비비아나의 허벅지 사이를 커다랗고 거대한 것이 쿡 찔렀다. 남자가 움찔움찔 몸을 떨 때마다 그것도 덩달아 꿈틀대며 비비아나의 샘을 스치고 찔렀다. 그가 서늘한 숨을 내뱉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은 따듯해, 비비. 태양같이.”
로비는 계속해서 볼록한 엉덩이를 주무르며 그녀의 귓가에 촉촉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서늘한 입술이 귓바퀴를 훑고 귓불을 툭 건드렸다.
비비아나는 붉은 입술을 벌렸다.
“흣!”
로비는 조그맣고 통통한 귓불을 빨아당겨 입 안에 머금었다. 그것을 세차게 빨았다가 내뱉고 또 핥았다.
귓바퀴의 솜털이 오스스 일어섰다. 비비아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온몸이 녹을 것 같은데….”
로비는 눈물점이 있는 오른쪽 눈가를 찡긋거리며 비비아나의 앙증맞은 코끝에 입을 맞추었다. 절로 힘이 들어간 손으로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을 쓰다듬으며 욕망이 가득 스민 낮은 신음을 뱉었다.
비비아나는 턱을 치켜든 채 자궁을 찌르르 울리는 남자의 페로몬에 휩쓸려 뜨거운 것을 줄줄 흘렸다. 미끈한 것이 흐르는 허벅지 사이를 두꺼운 성기가 찌르고 들어올 때마다 갈급함에 허덕여야 했다.
“아, 아응….”
비비아나의 코끝에 여러 번 입을 맞추고 귀밑 연한 살에 혀끝을 세우자 그녀의 몸이 한차례 흔들렸다. 젖가슴이 부드럽게 뭉개지며 몸을 누르는 느낌은 충격적일 만큼 자극적이었다.
로비는 단단한 배로 그녀의 몸을 찍어 누르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가 몸에 힘을 꽉 주자 거대한 성기가 꿈틀대며 그녀의 허벅지 사이와 사타구니를 쿡쿡 찌르고 문댔다.
“음….”
로비는 낮은 신음을 흘리며 제 하반신을 그녀의 몸에 누르고 느릿하게 문질렀다. 부풀어 있는 성기는 점점 커져서, 당장이라도 그녀의 몸을 열고 꿈틀꿈틀 파고들 것 같았다.
비비아나는 그것을 선명하게 느끼며 왠지 간지러운 다리를 슬쩍 벌렸다. 그 사이로 로비의 두꺼운 허벅지가 밀려 들어왔다. 그것은 비비아나의 가랑이를 더 넓게 벌리고 두툼한 허벅지로 뜨거운 밑을 꾹 눌렀다.
“하응! 아….”
비비아나는 동그란 턱을 치켜들고 몸을 잔뜩 굳혔다.
로비의 혀는 유려한 목덜미를 느릿하게 핥고 내려가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그 움푹한 곳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그녀의 부드러운 살을 우악스럽게 빨아당기고 쭉쭉 빨아 댔다. 잘근잘근 씹은 곳에 혀끝을 세우자, 전류가 저릿하게 흘러 넋이 나갈 것 같았다.
“아, 로비! 아응….”
비비아나는 그의 탄탄한 허리에 두 다리를 감은 채, 그의 무릎과 허벅지에 자신의 밑을 슬금슬금 비볐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엉덩이와 허리께를 배회하다가 슬금슬금 타고 올라와 커다란 살덩이를 왈칵 움켜쥐었다.
“아앗!”
비비아나가 감고 있던 눈을 치켜떴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의 아름다운 얼굴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훑으며 분홍색 혀로 제 입술을 슬그머니 쓰다듬었다.
로비의 검은 눈동자가 대번에 그것을 따라 움직인다.
“나, 보고 싶었나?”
“으응….”
비비아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기를 거부했다.
로비의 입술이 끈덕지게 따라왔다. 그는 비비아나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어 대더니 혀끝으로 귓바퀴를 부드럽게 긁어내렸다.
그녀가 헐떡이며 몸을 뒤틀었다. 굵고 탄탄한 허벅지에 자신의 젖은 여성을 문지르는 움직임은 갈수록 노골적이었다. 그녀는 쉴 새 없이 엉덩이를 흔들며 제 가슴을 로비에게 문질러 댔다.
“아, 아응! 하응….”
커다란 가슴을 터뜨릴 듯 움켜쥐는 남자의 손아귀에 저를 맡긴 채 계속해서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로비가 젖꼭지를 꾹 누르면 흐느끼듯 몸을 떨었다. 그의 입술이 젖가슴을 게걸스럽게 핥고 가슴을 빨면 자신의 손가락을 꽉 물고 인상을 찌푸렸다.
“비비, 착하지…. 어서.”
“시, 싫…, 아읏!”
비비아나는 입을 다물고 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미약한 반항을 시도했으나, 그는 젖꼭지를 꽉 깨물고 쪽쪽 빨아 대는 것으로 그녀를 벌했다. 혀끝으로 솟아오른 살점의 끝을 꾹꾹 누르고, 혓바닥으로 그것을 돌돌 굴려 가며 자극하다가 젖을 빠는 것처럼 세차게 빨아 댔다.
젖꼭지 끝이 찌릿했다. 그가 세차게 빠는 구멍으로 세찬 소용돌이가 이는 것 같았다.
“하아윽! 로, 로비! 로비!”
“어서 인정해.”
비비아나는 긴 눈꼬리에 눈물 한 방울을 매단 채, 자신의 가슴을 빨고 있는 야한 남자를 홀린 듯 멍한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로비는 새빨간 젖꼭지를 쪽쪽 빨고 찌르고 문대며 그녀를 야릇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두 젖가슴을 흘러내리지 않게 움켜쥐고 번갈아 가며 빨고 또 핥아 댔다.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그르렁 목을 긁었다.
옆구리를 손끝으로 긁어내리자 비비아나는 발작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커다랗게 도리질하며 눈을 부릅떴다.
“보, 보고 싶…. 보고 싶었어요, 로비.”
로비는 잠시 비비아나를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단단한 어깨와 등을 타고 두꺼운 이불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비비아나의 양옆에 무릎을 디디고 천천히 허리를 세웠다.
드디어 그의 거대한 성기가 비비아나의 깨끗한 은색 눈동자 앞에 완전히 드러났다.
“흑! 이게 무슨…!”
비비아나는 자신을 향해 커다랗게 솟아 있는 우람한 성기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몸을 떨었다. 은빛 눈동자는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물론 이때까지 남자의 벗은 몸을 본 적은 없으나, 적어도 성기가 하나라는 것쯤은 알았다.
마치 자신의 구멍이 하나이듯이 말이다.
남자와 여자가 몸을 섞을 때 사용하는 성기는 각각 하나이고, 그것이 신의 이치라고. 성서에서 항상 그렇게 배워 왔다.
하지만 눈앞의 거대한 성기는 무려 두 개였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찌를 듯이 직립한 성기는 각기 당당하게 위용을 뽐내면서 투명한 물을 줄줄 흘려 댔다.
“로, 로비?”
비비아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부르며 검은 음모를 지나 단단한 복근, 너른 가슴팍과 커다란 목젖을 따라 비로소 야한 눈물점까지 차례로 올려다보았다.
로비는 자신의 굵은 허벅지로 그녀를 옴짝달싹도 할 수 없게 가둔 채 커다란 손으로 제 성기를 움켜쥐었다.
그것을 보는데 목이 말랐다.
“흣….”
왠지 모르게 비비아나가 신음을 흘렸다.
로비는 앞쪽 성기를 세게 잡고 느릿하게 쓰다듬으며 그녀를 향해서 야하게 웃었다. 그의 입술이 유난히 붉었다.
“비비아나.”
커다란 손이 앞뒤로 움직인다. 살갗을 밀어 올릴 때마다 투명하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방울방울 흘러내려 판판한 배 위에 뚝뚝 떨어졌다.
비비아나는 그것을 천천히 문지르며 순진한 눈동자를 빛냈다.
“로, 로비….”
커다란 손이 우악스럽게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로비?”
뭉툭하고 굵은 끝이 그녀의 샘에 닿았다. 그리고 또 다른 성기도 그녀의 구멍을 함께 질렀다.
비비아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로, 로비…!”
이 커다란 것이 좁은 구멍을 동시에 뚫고 들어온다면….
“찌, 찢어질 거예요!”
사내가 느릿하게 한쪽 입꼬리를 잡아당겼다. 그의 눈꼬리가 아래로 휘어지자 눈물점이 움찔움찔 떨었다. 그것은 넋이 나갈 정도로 요사스럽고 미려해서 공포에 사로잡힌 비비아나마저 정신을 빼앗길 정도였다.
“다 받아먹을 수 있어, 비비.”
그가 천천히 상체를 낮추고 코끝을 비비며 소곤거렸다.
커다란 성기 두 개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구멍을 찢을 듯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가 엉덩이를 느릿하게 움직이자 매끄러운 살을 젖히고 갈라진 틈을 쓰다듬는다.
흉흉한 살덩이는 충격적일 만큼 부드러웠다.
“하응…!”
“그때도 이렇게 예쁘게 울어 줄래, 비비아나?”
서늘한 것이 뜨겁고 젖은 살을 헤치고 문지르는 느낌은 이루 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허리에 찌릿찌릿한 전류가 흐르고 머리가 뜨겁게 익어 버리는 것 같았다.
비비아나는 허리를 뒤틀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안…, 읍!”
그의 서늘한 입술이 비비아나의 뜨거운 입술을 차지했다. 매끄러운 혀를 그녀의 안에 밀어 넣고 움직이며 그가 엉덩이를 잘게 흔들었다.
“하, 아읏! 아읍…. 시, 싫….”
비비아나는 그의 입술을 밀어내려 했으나, 로비는 그녀의 가는 목을 뒤로 꺾어 가며 더 깊이 자신을 밀어 넣었다.
로비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오금을 쥐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좁은 구멍이 하늘을 향하도록.
“흐, 흐으….”
그녀는 질린 듯한 눈동자로 제 구멍을 쑤시러 다가오는 성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두껍고 거대한 것이 몸을 찢는 것은 아닐까, 몸을 찢어발기고 들어오는 것은 아닐까 잔뜩 떨었다.
“내 좆이 여기를 찢는 날 너는 드디어 내 것이 될 거야, 비비.”
그의 목소리는 은밀하고 건조했다. 동시에 매끄럽고 차가웠다.
“시, 싫….”
커다란 성기가 천천히 그녀의 구멍을 꾹 누르기 시작했다. 로비는 또 다른 성기를 다른 구멍에 억지로 쑤셔 넣기 시작했다.
몸이 갈라지고 있었다.
“시, 싫어! 싫어!”
비비아나가 몸을 뒤틀며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