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누군가 그랬다. 남자는 결혼하는 순간 달라진다고. 그런데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였다. 더 좋아질 수도,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건 남편 하기 나름이니.
그리고 그 속설은 세 공자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무엇보다 남편이 셋인 엘리아는 그것을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 모르겠다.
“하윽! 그, 그만하라고요! 어떻게 매일 이래! 하앙!”
“아침부터 유혹한 당신 잘못이 아니겠소?”
“허윽! 내가 뭘 어쨌다고……! 하읏! 이러는 거, 흐읍!”
엘리아를 배 위에 올리고 연신 허리를 튕기던 아힌이 그녀의 투덜거림을 혀로 막아버렸다. 그러자 엄지를 척 들어 올린 프레드가 신나게 그녀의 뒷구멍에 제 좆을 척척 들이받는다.
눈뜨자마자 두 짐승에게 잡힌 엘리아는 억울했다. 그녀가 한 거라곤 제 옆에 누워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들에게 배시시 웃으며 “잘 잤어요?”라고 한 것밖엔 없었다. 그런데 그걸 말도 안 되는 유혹으로 매도하곤 아침부터 질펀하게 잡아먹다니.
물론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결혼 이후 시작된 모닝 섹스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루어졌으니까. 놈들은 이것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만 달랐을 뿐, 한 놈이 있든 두 놈이 있든, 아니면 다 있든 상관없이 모닝 섹스는 하루의 시작 전 통과 의례처럼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갈수록 더 성욕이 왕성해지는 남편들. 이건 과연 좋게 변한 걸까……?
그 깔끔병의 대명사였던 아힌은 이제는 엘리아가 씻었든 안 씻었든 아랑곳없이 물고 빨며 좆을 박아댄다. 그러나 그건 아힌이 그녀의 몸을 탐할 때만이었다. 엘리아가 애무해 주려고 눈을 빛내면 살결이 붉어지도록 뽀득뽀득 씻고 와서야 제 몸을 내주었다. 바뀐 것 같으면서도 안 바뀐 그의 습관. 엘리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큭! 씨발, 부인 나 죽겠소!”
프레드의 밝힘증은 한결같았다. 여전히 엘리아의 뒷구멍을 좋아하고, 그의 뇌는 날이 갈수록 더 해맑았다. 그 요상한 말투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어째 갈수록 더 애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프레드가 세 공자 중 가장 정이 많고 눈물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보인가 싶었던 프레드의 해맑음이 이젠 싫지 않았다. 그만큼 순수하다는 증거였으니까.
“오우! 내 부인은 어찌 이리 엉덩이도 찰지게 흔든단 말인가! 달리시오, 부인!”
저딴 말만 안 한다면 말이다. 그때, 달칵 문이 열리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아론이 들어왔다.
“아침부터 내 여자 소리가 1층까지 울리더라니. 그새를 못 참고, 쯧!”
“후우… 어쩔 수 없었어. 형도 봤으면 못 참았을걸?”
여전히 하루도 빠짐없이 엘리아의 건강 주스를 챙기느라 잠시 1층에 내려간 사이 저만 빼고 벌어진 사태가 못마땅했는지 아론이 으르렁거렸다. 살려달라는 듯 자신을 애타게 바라보는 엘리아를 보며 그가 손에 든 주스를 내려놓았다. 그러곤 단추를 풀며 여상하게 물었다.
“대체 뭐라고 했는데 그래?”
왜, 왜 벗는 건데?!
황당해하는 그녀의 표정은 아랑곳없이 프레드가 얼토당토않은 표정을 지으며 과장된 음성으로 엘리아의 흉내를 냈다. 여전히 허릿짓은 멈추지 않은 채 말이다.
“흐으응, 우리 남편들 잘 잤어요? 나 꼴리는데……. 아이잉. 이러고 혀를 날름거리잖아.”
“웁!! 우우웁!”
프레드의 끔찍한 흉내에 아론이 와락 인상을 썼다. 아힌의 손에 꽉 잡힌 머리통을 빼내지 못한 그녀는 아니라는 말 대신 신음을 흘리며 버둥거렸다. 저 말도 안 되는 흉내를 아론이 믿을 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몹시 억울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론도 변했다. 그것도 아주 능글맞고 음흉하게. 물론 원래도 그랬지만, 더 심각하게 변했다는 말이다. 프레드의 저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즐길 줄 아는 남자가 됐을 정도로.
“이런, 내 여자가 아침부터 그렇게 유혹적이었단 말이야? 나도 보고 싶은데?”
“흐앗!”
쉬지 않고 허리를 척척 박는 프레드를 뒤로 치우고, 아힌의 자지에 꽂힌 엘리아의 몸을 달랑 들어 올린 아론이 선 채로 엘리아의 몸을 제게로 돌렸다. 졸지에 공중에 붕 뜬 엘리아가 당황한 사이, 아론은 아힌이 물고 빨아 붉게 부푼 입술을 쪽 빨아 삼키며 한 손으로 바지를 훌훌 벗어 던져버렸다.
그러곤 가차 없이 제 것을 그녀의 몸속에 꽂아 넣는다. 미리 세우고 들어온 걸까? 건강 주스 만들고 온 남자의 것이 왜 이렇게 성이 나있는 건지, 엘리아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윽! 흐으응…….”
“나한테도 보여줘. 응?”
“아, 형! 뭐 하는 거야? 한참 좋았는데.”
“저 새낀 여전히 예의가 없지.”
그래, 이들이 절대 변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면 서로만 보면 여전히 으르렁거린다는 거다. 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줄 아는 남자들이었고, 엘리아의 몸을 탐할 때만큼은 아주 쿵짝이 잘 맞았다. 차라리 이게 나았다. 이것마저 으르렁거리고 싸웠다면 꽤 난감했을 테니.
공중에서 꿰뚫린 엘리아는 아론의 목을 감싸 안고 또다시 헐떡이기 시작했다. 아래서부터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는 좆 기둥에 물색없는 몸은 또 물을 줄줄 흘렸다.
“형! 어디에 앉든 눕든 하라고!”
프레드가 버럭 짜증을 내자, 아론은 그녀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곤 푹푹 박아대며 걸음을 옮겼다. 소파에 기대 누운 아론은 알아서들 덤비라며 눈짓을 보내곤 다시금 엘리아의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하읏, 흐응! 아으……!”
인상은 험악하게 변했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위인들이 아니었다. 벌떡 일어난 프레드가 터벅터벅 걸어와 그녀의 엉덩이를 활짝 벌린다. 그러곤 당연히 제 구역이라는 듯, 이내 제가 벌려놓은 뒷구멍에 자지를 푹 쑤셔 박았다.
“흐앗! 아앙…….”
얇은 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흉포한 두 좆이 사정없이 쑤셔 박히니, 엘리아는 참을 수 없는 쾌감에 교성을 내질렀다. 거의 매일 밤 두 좆을 받은 터라, 이젠 그녀도 이 자세가 꽤 익숙했다.
“씻고 와서 해야겠군. 하여간 귀찮게 한다니까.”
아론을 흘겨보며 툴툴거린 아힌이 욕실로 향했다. 그의 말만으로 엘리아는 곧 제 입에 아힌의 분신이 가득 채워질 것을 예감했다.
아침부터 저택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엘리아의 표정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은근하게 올라간 입꼬리는 누가 봐도 그녀 또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응, 하으……!”
“좋아?”
“으응… 좋아, 더, 더어…….”
“이렇게 애교를 떨어댄 거야?”
“하으읏! 아니에요. 그건……. 하윽!”
도리질을 치면서도 엘리아는 스스로 제 엉덩이를 활짝 벌려 잡고는 끙끙거렸다. 처음에야 왜 이러냐고 투정 부렸지만, 이미 세 남자의 성기에 길든 몸은 조금 더 강한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야해 빠져서 어쩌면 좋단 말이오.”
“그래서 더 이쁜 거잖아.”
엘리아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프레드의 저 요상한 말투에도 아론은 익숙하다는 듯 맞장구쳤다. 그러자 금세 깨끗하게 씻고 온 아힌이 소파 위로 올라와 그녀의 입에 좆을 물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 어여쁜 아내를 두고 내일 가야 한다니, 속이 문드러지겠군.”
“킥, 자지가 문드러지겠지.”
프레드의 약 올림에 아힌의 눈썹이 치켜세워졌다.
가만히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엘리아가 세 공자에게 몸을 바치는 건 달라진 게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그들의 성욕을 받아줘야 했고, 이젠 그마저도 1:1이 아닌, 툭하면 3:1, 아니면 2:1이었다.
그런데 달라진 게 있다면 그녀의 마음이다. 물론, 힘은 들지만 이젠 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그녀도 행복하고 좋았다. 번갈아 가며 덤벼서 더 힘을 빼놓느니, 차라리 이렇게 한 번에 달려드는 게 더 낫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젠 1:1로 하면 다른 구멍이 허전하고 입이 허전해서 그녀 또한 조금 부족한 기분이었다.
어찌 보면 가장 많이 변한 건 엘리아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세 짐승을 능숙하게 받아내며 즐겼으니까.
“후우… 미치겠군.”
격렬하게 좆을 빠는 엘리아의 음란한 모습에 아힌이 그녀의 자그마한 머리통을 연신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래에서 들리는 찔꺽거리는 음란한 소리에 세 남자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소파가 다 젖겠네. 내 여자는 어찌 이리 물이 많을까?”
예뻐 죽겠다는 양 씩 웃은 아론이 출렁이는 엘리아의 젖가슴을 크게 베어 물었다. 온 구멍을 자극당하는 것도 모자라 젖까지 자극되자, 순식간에 끓어오르는 쾌락에 어찌할 줄을 모르고 그녀는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날이 갈수록 엘리아의 몸은 더 강한 쾌락을 원했다. 웬만한 자세와 평범함으론 이젠 엘리아도 만족하지 못했다. 세 공자가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 엘리아의 신음이 작아지는 순간일 정도로 그녀는 그들보다 더한 성욕을 분출했다.
다행히 엘리아가 먼저 덤비는 성격이 아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랬다면 아마 세 공자의 체력은 이미 바닥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른 남편 몇을 더 구해 와야 했을지도.
완전히 흥이 오른 엘리아는 앞뒤 구멍을 바짝 조여 물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쾌락을 만끽했다. 입이 터져라 아힌의 자지를 쭐쭐 빨며 아론의 입 속에 들어간 젖가슴을 이리저리 치댔다.
“흐응, 흐응, 흐으웁.”
“윽, 엘리아! 싸겠다고!”
어울리지도 않는 말투를 걷어치울 만큼 다급해진 프레드가 그녀의 엉덩이를 활짝 벌리곤 제 좆을 슬금슬금 빼내었다. 이러다간 자신이 가장 먼저 싸버리는 자존심 상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상을 찌푸리며 두 형제를 바라보자, 그들의 표정도 자신 못지않게 한계인 것 같았다.
그 모습에 프레드가 악동처럼 씩 웃는다. 그러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엘리아의 엉덩이를 더 활짝 벌렸다.
푹!
“흐으읍!”
“프레드!”
“저 망할 새끼!”
사정없이 엘리아의 뒷구멍에 자지를 쿵 쑤셔 박자, 여지없이 엘리아의 아랫도리가 잔뜩 조여 들었다. 거기다 몸이 앞으로 떠밀리는 바람에 아힌의 자지가 그녀의 목구멍 깊숙이까지 쑤셔 박혔다. 순간적으로 목 안까지 좁아지자, 힘겹게 참고 있던 욕정이 원치 않게 쏟아져 나왔다.
엘리아의 목구멍에 정액을 분출하며 아힌은 프레드를 사납게 노려봤다.
“큭큭.”
“저 새끼가!”
꿀럭꿀럭 쏟아지는 정액을 다 받아 마신 엘리아가 잔뜩 풀린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그녀의 입꼬리에서 채 넘기지 못한 백탁액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야하게 보이던지, 아론과 프레드의 시뻘건 눈동자가 번뜩거렸다.
“씨발, 돌아버리겠네!”
“흐아앙! 하응!”
“프레드! 살살 하라고! 큭! 저 새끼가!”
이미 한계치까지 다다른 아론 또한 프레드의 격한 추삽질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엘리아의 조임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잘라먹을 듯 조여 물다, 잘근잘근 씹어대는 구멍에 아론이 두 번째로 사정하고 말았다. 뜨거운 물이 잔뜩 쏟아지자, 엘리아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쾌감에 교성을 내질렀다.
죽을 자리인지도 모르고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한계치에 다다른 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대던 프레드의 자지에서도 더는 참지 못한 멀건 정액이 분출돼 그녀의 뒷구멍을 가득 채웠다. 온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백탁액을 보며 프레드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장관이네…….”
“아, 아까운 내 새끼들. 오늘도 한 놈도 못 들어간 건가?”
아론의 말에 얼른 옷을 추슬러 입으며 아힌이 심각하게 말했다.
“제이든을 불러야겠다.”
“왜?”
프레드의 되물음에 아론과 아힌이 인상을 찌푸린다. 제 품에 널브러져 헐떡이는 엘리아를 보듬으며 아론이 이죽거렸다.
“자지만 쓰지 말고 머리 좀 써라.”
아론의 말에 어깨를 으쓱인 프레드가 그녀의 엉덩이에 쪽 소리 나게 뽀뽀한 후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켠다. 그러곤 씩 웃으며 말했다.
“뭐가 됐든 제이든이 오면 그때 못 받은 빚을 좀 갚게 해야겠네.”
“무슨 빚?”
아론만 모르는 제이든의 비밀. 아힌과 프레드의 입매가 악랄하게 비틀렸다.
* * *
혼이 빠진 듯 잔뜩 긴장한 제이든은 세 짐승의 서늘한 시선에 연신 땀을 닦으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근 보름이나 마차를 타고 한달음에 왔건만, 도착하자마자 물 한 잔도 못 마시고 엘리아의 방에 끌려온 상태였다.
말로만 들었던 상황을 직접 눈앞에서 보니 할 말이 없었다. 원래 정상이 아닌 건 알았지만, 이들이 하녀 하나와 동시에 결혼하는 미친 짓을 할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제국 역사에 전무후무한 사례를 남긴 세 짐승은 자신들이 제국에 어떠한 파란을 남겼는지 따위는 관심도 없고 오직 침대에 누워있는 가녀린 여자에게만 관심을 쏟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때, 그런 멍청한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텐데. 엘리아 옆에 누워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면서도 저를 죽일 듯 노려보는 프레드의 시선에 제이든은 죽을 맛이었다. 등짝도 따끔거리고 뒤통수도 얼얼한 기분이다.
진료를 핑계로 그녀를 탐하려다 아힌과 프레드에게 딱 걸렸다. 그것만으로도 어쩌면 오늘 이 저택을 무사히 살아나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론은 아직 모르는 것 같다는 거……?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공작의 명으로 불임을 만들어 놨으니……. 아마 이 사실을 이들이 알게 된다면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목이 잘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신은 그저 명령에 따른 것뿐이었지만, 이들이 그것을 이해해 줄 리 만무했다.
그녀의 손목을 쥐고 맥을 짚어야 하는데, 선뜻 잡을 수가 없었다. 무섭게 노려보는 시선도 문제였지만, 그녀의 불임에 대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 하냐?”
“네……?”
“뭐 하냐고. 손도 안 대보고 눈으로만 봐도 알 정도로 실력이 좋아진 거야?”
“지, 지금 하려고 했습니다.”
차마 잡을 수 없는 엘리아의 손목을 보고만 있었더니 프레드가 비아냥거렸다. 마치 ‘난 네가 그날 한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라는 양, 비소를 흘리며 저를 노려보는 프레드의 눈빛에 제이든은 얼른 시선을 돌리고 쭈뼛쭈뼛 그녀의 손목을 쥐었다.
막힌 숨을 길게 토해 내고 눈을 감았다. 일단은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라도 보여줘야 할 것 같아 제이든은 마른 입술을 적시곤 그녀의 맥에 집중했다.
가녀린 팔목 언저리에서 가늘게 맥이 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제이든은 그녀에게서 태맥이 느껴지길 바라고 또 바랐다. 하루가 멀다고 엘리아를 가만두지 않았을 게 뻔할 테니, 어쩌면 이 미친놈들이라면 기적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를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일정하게 뛰는 맥 외에는 활기차고 매끈하게 뛰는 맥 따위는 없었다. 그리 오래 먹진 않았지만, 약한 그녀의 몸이 약발을 제대로 받은 모양이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인사는커녕 내내 시선을 돌리고 있던 엘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 공자와는 다르게 그녀의 눈빛에는 아무 기대감도 없어 보였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어때? 없어?”
“그, 그게…….”
“네가 넣었다는 약이 아직도 있는 거야? 그거 못 빼?”
“무슨 약?”
프레드의 말에 아론이 되물었다. 그러자 제이든의 얼굴이 더욱 희게 질렸다.
“아, 예전에 혹시라도 엘리아가 임신할까 봐 제이든이 무슨 약 넣었다고 했거든. 그런데 그게 아직도 남아있어?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채근하는 프레드의 물음에도, 저를 죽일 듯 노려보는 아론의 시선에도 죽을 맛이었지만, 무엇보다 제이든은 엘리아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대답은커녕 입조차 떨어지질 않는다.
제이든은 처음으로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어쨌든 무슨 대답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입술을 달싹이자, 엘리아가 그 대신 입을 열었다.
“저기… 미안한데 잠시 자리 좀 비켜줄래요?”
처음 보는 그녀의 온화한 미소에 제이든의 손이 움찔 떨렸다. 예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편안해 보이는 미소로 세 짐승을 바라보는 엘리아의 눈동자엔 더 이상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사랑받는 여자의 눈빛을 한 엘리아는 그들을 매우 신뢰하고 믿는 것 같았다.
“왜?”
“안 돼.”
“이놈하고 단둘이는 안 된다.”
아론의 물음을 뒤로 프레드와 아힌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들이 왜 이러는지 잘 아는 엘리아는 자신도 죄인인 양, 처연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부인, 우리는 그저 부인이 걱정되어서…….”
갑자기 저와 단둘이 있겠다는 엘리아의 말에 놀란 것도 잠시, 격하게 반응하는 세 공자의 분위기에 제이든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이래저래 가시방석인 제이든은 이번에 돌아가면 꼭 사표를 던지리라, 다짐했다.
“알아요. 다들 왜 그러는지. 그런데 이번만 부탁할게요. 따로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래요.”
“뭔데 그래? 우리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야?”
“환자로서 의사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요. 적어도 내 몸에 대해선 내가 먼저 알고 싶고요. 부탁할게요.”
엘리아의 말에 세 공자의 시선이 제이든을 향했다. 앞뒤로 조여오는 살기에 제이든은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다 고개를 푹 숙였다.
“나가자.”
서늘하게 울리는 아힌의 음성에 제이든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밖에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
아론의 말에 제이든의 목울대가 크게 꿀렁였다. 아론의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잘 아는 제이든은 의자를 조금 뒤로 물려 엘리아와 거리를 벌렸다.
어슬렁어슬렁 침대에서 내려오던 프레드가 검지와 중지를 쭉 펴서 제 눈을 한 번 가리키곤 제이든의 눈을 가리켰다. 말은 안 했어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 것 같았다.
의외로 순순히 자리를 비켜주는 세 공자도 놀라웠지만, 저들을 저토록 순하게 조련한 엘리아가 더욱 놀라웠다.
문이 닫히자, 그제야 막힌 숨을 토해 낸 제이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창가로 다가가 창밖을 바라본다. 엘리아가 무슨 얘기를 할지 대충 짐작이 갔기에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오랜만이에요.”
“…네. 오랜만입니다. 행복해 보이시는군요.”
“네.”
짧은 인사가 끝나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제이든은 그녀의 물음에 뭐라 답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이를 못 갖느냐고 물으면 뭐라 해야 하지?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거냐고 물으면 뭐라고 해야 하지?’
인간이란 참 간사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는 그녀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잠시나마 들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날 약을 넣었다고 거짓말한 것이 천운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 밖의 것이었다.
“비밀로 해주세요.”
“…네?”
창밖을 보던 제이든의 시선이 엘리아를 향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제이든은 손바닥을 적시는 땀을 말리느라 주먹을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공작 각하께서 제게 한 짓.”
‘아… 알고 있었구나.’
제이든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제 남편들께는 비밀로 해주세요. 절대로 말하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제이든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사과는 받지 않을게요. 제 맘대로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제이든은 그녀의 단호한 말에 입매를 굳혔다. 쉽게 용서받을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기에 엘리아의 단호한 말에도 딱히 불만은 없었다.
“대신 그 사과는 다른 거로 받을게요. 절 속였던 일 말이에요.”
“…….”
그날의 일을 꺼낸 엘리아의 표정에는 원망이나 분노가 섞이지 않았다. 정말로 다 용서했다는 듯 평온한 얼굴이었다.
앳되고 그저 예쁘기만 했던 하녀. 음울하고 항상 겁에 질린 눈빛으로 공작저를 겉돌던 그녀에게서 이젠 제법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표정도 한결 여유로워지고 말투도 온화했다. 그것만 봐도 그녀가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제이든은 예전에 그녀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난 당신이 이곳에서 이렇게 사느니, 이곳을 떠나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그 말은 진심이었다. 물론 음흉한 속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집값이 얼마냐고 물었지. 그녀는 그때부터 그곳을 떠날 준비를 했었던 건가? 진작 알았다면……. 멍청한 새끼. 알았다면 뭘 어쩌려고.’
왜 이런 아쉬움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만약 그녀가 그때 자신의 말을 따랐다면, 그래서 자신의 옆에 있었다면 그녀의 이런 표정은 영영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제 와 그날의 제 진심을 얘기해 봤자 모두 부질없다는 걸 알기에 제이든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로 그녀에게 사죄하기로 했다.
“약을 지어 보내겠습니다.”
“약은 됐어요. 아픈 데도 없는데요, 뭘.”
“자궁을 따뜻하게 해주는 약입니다. …기적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그래도… 더 나빠지진 않을 겁니다.”
이미 나빠졌는데, 더 나빠지지 않는 게 무슨 소용일까. 어차피 아이는 갖지 못할 텐데. 그래도 그녀의 몸을 보호해 줄 것이기에 제이든은 진심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거절하지 않을게요. 고마워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 모든 게 다 용서될 만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엘리아가 예쁘게 웃었다. 그녀의 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그녀는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 * *
제이든이 다녀가고 얼마 안 가, 꽤 많은 양의 약이 도착했다. 1년은 족히 먹을 약을 보내놓고 날짜에 맞춰 다시 또 보낸단다. 그날 무사히 살아나간 게 꽤 고마운 모양이었다.
엘리아는 아론이 가져온 약을 먹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더니, 얼마나 효과가 좋으려는지 써도 너무 썼다. 석 달째 먹는데도 이 맛엔 영 적응이 안 됐다.
입 안에 사탕을 쏙 넣어준 아론이 다짜고짜 혀를 쑥 집어넣어 질척하게 키스한다. 매번 이러다 사탕을 빼앗아 갔기에 이번에는 사탕을 안 뺏기려고 입 안 구석에 숨겨뒀다. 그러자 이리저리 휘저으며 사탕을 찾다가 못 찾은 게 심술이라도 난 건지, 몹쓸 혀가 목구멍 깊숙이 들어왔다 빠져나갔다.
“으으…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약이 쓴 것 같아서 사탕보다 더 달콤한 내 혀를 준 거지. 더 빨리 달아지라고.”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갈수록 능글맞아지는 아론을 엘리아는 밉지 않게 흘겨보다 이내 피식 웃어버렸다.
“한숨 자.”
“그래야겠어요.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한 건지 모르겠네요.”
“봄이잖아. 원래 봄에는 잠이 많이 와.”
“피… 그런 게 어디 있어.”
“재워줄게. 코 자자.”
“…….”
제이든이 왔던 날, 그에게 무슨 얘기를 들은 건지 세 공자는 더 이상 아이에 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대신 그녀 자신이 아이가 돼버렸다.
코 자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러면서도 엘리아는 아론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다정하게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이 너무나도 따뜻해서 엘리아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얼마 안 가 엘리아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상한 꿈을 꿨다. 오랜만에 그녀의 꿈에 어린 엘리아와 엄마가 찾아왔다.
* * *
마당 구석에 쪼그려 앉아 놀던 어린 엘리아가 무언가를 들고 와다다 뛰어온다. 그러곤 내 손에 뭔가를 쥐여 줬다. 얼른 펴보라는 듯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후, 손을 펴보았다.
네잎클로버?
손에 흙이 잔뜩 묻은 아이가 벙싯 웃는다. 네잎클로버를 찾은 게 뿌듯한지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고마워.”
대답 대신 어린 엘리아는 내 주머니를 가리키며 또 눈을 반짝였다. 마치 주머니 속을 뒤져보라는 얘기 같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작은 주머니 하나가 나왔다. 그리고 그건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 물건이었다.
“이건…….”
두 모녀를 마지막으로 봤던 꿈에서 이들이 건네주었던 주머니였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이게 지금 내 주머니에 있을 줄이야.
이번에는 어린 엘리아가 네잎클로버를 가리키다, 주머니를 가리켰다.
“여기다 넣으라고?”
눈을 반짝 빛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아의 귀여운 행동에 난 피식 웃으며 아이가 원하는 대로 주머니에 네잎클로버를 넣었다.
“됐어?”
또 한 번 벙싯 웃은 아이가 뒤를 돌아본다. 마지막 봤던 모습과 똑같은 엘리아의 엄마가 품에 무언가를 한 아름 안고 다가왔다.
“무? 이게 다 뭐예요?”
웬 무가 이렇게 예쁘게 생겼지?
일반적인 무와는 다르게 동그랗고 매끈한 무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세 개나 줘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생긴 무를 얼떨결에 받아 든 나는 멍한 눈으로 두 모녀를 바라봤다.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생글거리는 두 모녀의 얼굴은 붕어빵처럼 닮아있었다. 이들과 웃는 모습이 똑같은 레오가 번뜩 떠올라 난 레오의 소식을 전해줬다.
“참! 레오는 지금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알아들은 건지 눈물을 글썽이며 웃는 두 모녀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만약 이들이 조금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쯤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았을까……?
난 내 품에 있는 예쁜 무를 한 번 보곤 그녀들을 바라봤다. 조금씩 흐릿해지는 걸 보니 갈 시간인 모양이었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니까.”
고개를 끄덕인 두 모녀의 형체가 완전히 사라질 때쯤, 난 품에 안은 무를 보며 뭘 해 먹으면 좋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무를 보니 어디에다 심어놓고 관상용으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만한 무가 들어갈 화병이 있으려나…….”
* * *
“흐읏!”
오랜만에 아론과 단둘이 있게 된 엘리아는 때를 놓치지 않는 짐승에게 밤새 잡아먹히고 있었다. 제도의 공작저도 오래 비워둘 순 없는 노릇이라 공작인 아힌은 잠시 제도에 갔고, 프레드는 레오의 보호자 자격으로 아카데미에 갔다. 평소 같았으면 잠시도 안 떨어지려던 프레드가 레오의 일에만큼은 불평 없이 나섰다.
덕분에 홀로 남게 된 아론은 이때다 싶었는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잠시도 그녀를 가만두질 않았다.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좆을 끼고 있다시피 한 아론 때문에 엘리아는 죽을 맛이었다.
그래, 한 다섯 번 쌀 때까지만 해도 버틸 만했다. 세 남자를 상대하다 한 남자만 상대하려니 체력적으로 수월하기도 했고. 조금 허전하긴 했지만, 아론은 나름대로 열심히 그녀의 온 구멍에 만족감을 주며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대체 뭘 먹고 왔길래 이러는 건지.
“무슨 좆이 죽질 않냐고요! 흐앙!”
“늙어서 이가 빠져도 내 좆은 이럴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뭐라구요? 푸흡, 하읏!”
보란 듯이 깊숙이 쳐올린 좆이 질구를 넓히며 빙그르르 돌아간다. 앞으로 하든, 뒤로 하든, 입에다 하든, 쌀 때만 되면 질구에 끼워 넣는 바람에 엘리아의 가랑이 사이에선 멀건 액이 연신 흐르고 있었다. 아론의 정액과 그녀가 흘리는 애액이 한데 어우러져 침대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돌아봐.”
“힘들어 죽겠는데! 졸려 죽겠는데!”
투덜대면서도 몸을 돌린 그녀는 알아서 엉덩이를 들고 네 다리로 섰다. 입은 여전히 구시렁거리면서 행동은 몹시 적극적이었다. 하품을 쩍 하면서도 얼른 넣어달라는 듯 엉덩이를 살랑거린다. 그 모습에 아론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그녀의 엉덩이에 입을 맞췄다.
“이렇게 귀엽게 구니까 다들 아기 취급하지.”
“그래도 그건 너무했어요. 내가 젖먹이 아가도 아니고, 무릎에 앉혀서 물까지 먹여주는 게 어디 있어요?”
“오물거리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알아? 지금 딱 이 보지만큼이나 오물거렸다고. 어찌나 입에 쑤셔 넣고 싶던지, 참느라 혼났네.”
“하여간 정상이 아니라니까. 흐응…….”
부드럽게 밀고 들어오는 자지에 엘리아의 구시렁거림이 만족스러운 신음으로 바뀌었다. 잠이 쏟아져 게슴츠레하게 풀린 눈이 묘하게 색스럽다. 이번만 하고 꼭 재우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자꾸만 흔들렸다. 흔치 않은 기회라 맘 같아선 제 형제들이 올 때까지 이러고 싶었지만, 그녀의 몸을 생각하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참는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질펀하게 잡아먹고 있긴 했지만.
낭창하게 휜 허리 아래로 굴곡진 엉덩이가 탐스럽게 열렸다. 갈라진 틈을 활짝 벌리자, 질척하게 젖은 질구 속을 드나들 때마다 흠뻑 젖어 나오는 제 살덩이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아론은 천천히 피스톤질을 하며 그녀의 붉은 속살이 벌어지는 것을 감상했다. 제 좆을 오물거리다 활짝 벌어지며 딸려 나오는 발그스름한 속살이 지나치게 야해 빠졌다.
“보지 말아요. 하앙…….”
“몇 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꼴리니, 이거 참.”
한참을 천천히 움직이며 제 것이 들락거리는 걸 감상하던 아론이 더는 못 참겠는지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조이는 강도도 조금씩 세지기 시작했다. 벌름대는 뒷구멍에 손가락을 쑥 집어넣자 하아앙, 교성을 내지른 엘리아가 두 구멍에 힘을 바짝 주었다.
“힘 좀 빼. 또 쌀 것 같다고.”
“손! 소온……! 하읏!”
좋아서 이러는 건지, 싸게 하려고 이러는 건지, 아론의 것을 바짝 조여 문 탐스러운 엉덩이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스스로 앞뒤로 흔들리며 자지를 삼켰다 뱉어냈다.
얼마나 열성적으로 흔드는지, 아론은 가만히 제 아랫도리만 대준 채 엘리아의 음탕한 행위를 감상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쌀 것 같아 아론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 싸면 그녀를 재워야 했기에 빨리 끝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예전의 엘리아가 아니었다. 해가 갈수록 더 농염해지고 적극적으로 변한 엘리아는 아론의 인내심을 무참히 밟아버렸다.
“하읏! 아론. 아론! 나 어떡해요! 흐아앙!”
“큭… 젠장, 아직 아니라고! 윽!”
사나운 맹수가 초식동물의 목덜미를 물어뜯듯, 엘리아의 구멍이 아론의 좆 기둥을 꽉 물고는 사납게 흔들었다. 거기다 손가락까지 꽉 물어버리니, 아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뜨끈한 체액을 토해 냈다. 수도 없이 쌌건만 마치 처음 싸는 양, 많은 양의 정액이 그녀의 아랫배를 그득하게 채운다.
“하아, 하아… 나 더는 하아, 모, 못 해요……. 허억.”
엘리아는 그대로 엎어져 숨을 할딱였다. 가물거리는 눈꺼풀이 점점 내려앉는다. 아래에선 아론의 파정액이 줄줄 흘러나오는데도 그녀는 닦을 정신조차 없을 정도로 잠에 빠져들었다.
금세 잠든 엘리아의 가랑이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제 정액을 보며 아론은 혀를 쯧 찼다. 그녀의 자궁이 말라버려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제이든의 말에 그동안 눈치 없이 그녀 앞에서 아이 얘길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그러면서도 이놈들이 들어가 적셔주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파정할 때만큼은 무조건 그녀의 자궁을 향해 힘껏 쏟아냈다. 아이까지는 바라지 않을 테니, 마른 자궁이라도 촉촉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여자에 대해선 눈곱만큼도 모르지만, 그 나름의 다정한 마음 씀씀이였다.
잠든 엘리아의 몸을 꼼꼼히 닦아준 후, 아론은 엎어져 자는 엘리아를 제 품에 가두곤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듣지 못할 걸 알면서도 제 진심을 고백했다.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사랑해. 나의 엘리아.”
* * *
안 그래도 잠이 많아졌다 싶었는데, 요즘은 약 먹은 병아리처럼 틈만 나면 졸아댔다. 자도 자도 피곤한 몸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정말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잠이 쏟아졌다.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온 아힌이 꾸벅꾸벅 조는 엘리아를 안아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녀의 끼니만큼은 꼭 챙기는 세 공자라 칭얼대는 엘리아의 투정에도 억지로 데리고 나온 참이었다.
엘리아의 약을 준비하던 아론이 반쯤 눈이 감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곤 의자를 꺼내주었다.
“으응… 나 먹기 싫어요. 그냥 잘래요.”
“안 돼. 밥은 먹어야 한다고. 요즘 더 마르고 있잖아.”
“입맛이 없어요. 속도 안 좋고…….”
“제이든을 다시 불러야겠군.”
테이블 위에 턱을 괴고 또 꾸벅꾸벅 조는 엘리아를 보는 두 남자의 눈엔 걱정이 가득했다.
“프레드는?”
“엘리아가 좋아하는 스튜 사 온다고 아침 일찍 나갔어. 올 때가 됐는데.”
“엘리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언가를 잔뜩 싸 들고 온 프레드가 히죽히죽 웃으며 아론에게 내밀었다. 프레드가 건네준 음식을 받아 든 아론이 예쁘게 그릇에 담아 엘리아 앞에 놓았다. 고소한 냄새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왠지 이건 잘 먹을 것 같아 세 남자의 기대 어린 시선이 엘리아에게 향했다.
“어서 먹어봐. 내가 저 옆 마을까지 가서 사 온 거라고.”
“으응…….”
겨우 눈을 뜬 엘리아가 제 앞에 놓인 음식을 멍하게 바라봤다. 그러다 습관처럼 냄새부터 맡는 순간.
“우욱!”
“……?”
“……!”
“……!”
“우웨엑……!”
다급하게 욕실로 뛰어가는 엘리아의 뒷모습에 세 남자의 표정이 똑같이 거무죽죽해졌다. 그 와중에 아힌과 아론은 서늘한 시선으로 프레드를 죽일 듯 노려봤다.
* * *
몇 개월 후.
둥글게 부푼 배를 어루만지며 엘리아는 아론이 밀어주는 그네를 탄 채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간혹 프레드가 입에 넣어주는 새콤달콤한 과일을 오물거리며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힌의 근사한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날 그 꿈이 아무래도 태몽이었던 모양이다. 엘리아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꿈에 나온 모녀가 자신에게 선물을 준 건 아닐까, 하고.
꿈에서 받았던 주머니는 아기집이고, 그 안에 행운을 넣어 그녀에게 소중한 생명을 선물해 준 두 모녀. 소설 속에 들어와 남의 몸에 들어앉은 것부터 무언들 말이 되겠냐마는 그게 가장 합리적인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세 개였지? 그때 받은 무가 셋. 그렇다면 아이가 셋이라는 건가? 혹시 세쌍둥이는 아니겠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제 배를 본 엘리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제발 하나만 나와라……. 안 그럼 엄마 죽을지도 몰라!
“왜 그래? 배 아파?”
“아, 아니에요.”
걱정스레 묻는 프레드의 말에 엘리아는 배시시 웃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 읽기를 멈춘 아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엘리아를 살핀다. 안 그래도 워낙 몸이 약했던 터라 세 남자는 엘리아가 조금이라도 힘들까 봐 온 정성을 쏟는 중이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네. 잠시 다른 생각 좀 하느라 그런 거예요.”
“왜, 무슨 걱정 있어?”
그네를 밀던 아론마저 손을 멈추고 그녀 옆에 앉았다.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걱정하는 세 남자의 시선에 엘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하무인에 제멋대로였던 미친놈들이 이렇게까지 변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임신 기간 내내 땅바닥에 발을 딛고 선 기억이 손에 꼽힐 정도로 세 남자는 엘리아를 애지중지 떠받들었다. 운동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까지 그녀는 땅을 밟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보다 세 남자는 팔불출 기질이 다분했다. 극성도 이런 극성이 없을 정도로.
무엇보다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모르는 상태라, 세 남자는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수시로 세 명이 다 같이 덤볐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그 와중에 혹시나 세 명의 정자가 섞인 건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어찌할 건지 심도 있게 토론까지 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봤을 땐 정말 할 말을 잃었었다. 물론 그녀도 아주 조금은 그런 걱정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러나 엘리아는 대충 알 것 같았다. 그 꿈을 꾸었던 때가 아론과 잠시 단둘이 있었던 때였으니까. 그러나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나머지 두 남자가 알면 무척 실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 또한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음 달이랬나?”
“네.”
“무섭지 않아?”
“무서워요…….”
“대신 낳아줄 수도 없고, 미치겠군.”
한마디씩 건넨 세 남자는 마지막 아론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꽤 진지한 그들의 표정에 엘리아는 푸스스 웃어버렸다. 뒤늦게 찾아온 행복이 신기하면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남편이 셋이라 그런지 느껴지는 행복도 훨씬 크게 다가왔다.
“아가, 아빠가 부탁할게. 제발 엄마 아프지 않게 나와야 한다.”
둥그렇게 부푼 배에 입을 대고 아론이 속삭이자 이에 질세라 프레드 또한 그녀의 배에 입을 대고 속살거렸다.
“아가, 한 번에 쑥 나오면 아빠가 좋은 남자한테 시집 보내줄게.”
“감히, 지금 우리 딸을 어떤 놈한테 보내겠다는 거냐? 정신이 있는 거야?!”
프레드의 말에 아힌이 눈을 부라리며 으르렁거렸다. 말은 안 했지만, 아론도 눈빛으로 이미 프레드의 입을 쫙쫙 찢는 중이었다.
아니, 그런데 왜 당연히 딸이라고들 생각하는 건가요……?
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예 없는 듯, 그들은 당연히 배 속의 아이를 딸로 단정 짓고 있었다. 저러다가 혹시 아들이라도 나온다면 쳐다도 안 보는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우리 아가 서운하겠네. 엄마는 아가가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으니까 건강하게만 나와다오.
“그럼 시집 안 보내고 영영 끼고 살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현실적으로 좀 생각하자.”
가장 뇌가 해맑은 프레드가 저런 말을 하니 새삼 달리 보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딴 비현실적인 생각할 시간에 합리적인 생각을 하란 말이야. 어차피 보낼 거, 우리 딸도 엘리아처럼 남편을 다섯 정도 만들어서 여왕님처럼 살게 해줘야겠다, 뭐 이런 생각!”
뭐, 이 미친놈아?
엘리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러나 그들은 또 심도 있는 토론에 빠져 열심히 으르렁거렸다.
“야, 이 새끼야. 지금 내 딸을 짐승 새끼들 소굴에 넣겠다는 거야?”
“짐승 새끼들 소굴에 넣자는 게 아니고, 멀쩡한 새끼들을 잡아 오겠다는 거지. 노예처럼 부릴 수 있게! 기왕이면 황가 새끼들을 잡아 오는 것도 좋겠네. 그 정도는 돼야 우리 딸이 부릴 맛이 나지.”
버럭 내지르는 아힌의 말에도 프레드는 진심인 듯 진지하게 말했다. 아직 장가도 가지 않은 황태자의 자식들은 태어나기도 전에 노예가 돼버렸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론이 진지한 표정으로 프레드의 말을 옹호했다.
“영 못 들어줄 말은 아니야. 어차피 결혼해야 한다면 격이 맞는 놈들하고 해야 하는 건 맞지.”
“미친놈들.”
“대신, 내 딸을 황궁으로 보내지 않고 놈들을 잡아 와야지. 그리고 내 딸을 잘 모실 수 있도록 교육도 단단히 시키고.”
아론의 비열한 미소에 프레드가 같이 씩 웃으며 엄지를 척 들어 올린다.
엘리아는 두 정신 나간 남편의 말에 황태자에게 조용히 사과했다. 물론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들에게도 말이다. 하지만 훗날, 이 얘기가 다시 회자되는 일이 생기긴 한다. 전혀 다른 쪽이긴 했지만.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들 하고 들어가죠.”
“태교할 시간이야.”
“그걸 오늘도 하겠다는 거예요?”
서로 으르렁거릴 때는 언제고, 이젠 세 짐승이 똑같은 표정으로 웃으며 천천히 일어선다.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리 딸이 엄마가 아빠들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면 좋다고 했잖아. 당신이 행복해야 우리 딸도 행복한 거라고.”
“그럼! 이건 태교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태교인데 빼먹으면 안 되지! 가실까요, 부인?”
“아, 자, 잠깐만요. 그럼 들어가서라도……!”
오늘따라 아론과 프레드의 죽이 아주 척척 맞았다. 물론 아힌도 이 순간만큼은 그들과 한마음 한뜻이었다.
세 남자의 손에 질질 끌려가던 엘리아는 버둥거리면서도 다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어차피 한다면 하는 놈들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이런 야외에서 이러는 건 정말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높은 담벼락이 더 높아졌고, 꼭 마을 한가운데 세워진 요새인 양 밖에서는 절대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였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이 짓을 위해 담벼락을 증축한 짐승들의 노고를 생각해 한 번 받아주기 시작한 게 매일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녀가 임신한 후, 오전 오후를 제외하곤 사용인들은 모두 출퇴근으로 바뀐 터라, 대낮인 지금 저택엔 세 짐승과 엘리아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정원에 마련된 폭신한 이동식 침대에 누워 세 짐승의 손에 한 꺼풀씩 벗겨지는 중이었다.
“창피하다고요!”
“햇빛을 많이 쐬면 좋다잖아. 그리고 지금은 좋은 생각만 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거 몰라? 꼭 좋아할 거면서 이렇게 앙탈이라니까. 이런 게 내 여자의 매력이긴 하지만.”
“왜 나만 벗겨놓냐고!”
“걱정하지 마. 우리도 벗을 거니까.”
아론의 말에 세 짐승은 허물이라도 벗는 양,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햇빛을 가리고 선, 세 짐승의 우람한 몸에 엘리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매번 싫다고 하면서도 막상 때가 되면 더 동하는 그녀였다.
하늘하늘 속이 다 비치는 얇은 시폰 이불 하나만 덮은 엘리아의 색스러운 모습에 놈들의 자지가 더욱 불끈해진다. 둥그렇게 부푼 배에 원래보다 더 풍만해진 젖가슴은 언제 봐도 꼴리는 포인트였다.
어차피 넣지도 못할 거면서 이 짓은 왜 맨날 하는 건지.
언제나처럼 각자의 자리에 앉은 남자들이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다 곳곳에 입을 맞춘다. 짐승들의 타액이 보드라운 온몸을 뒤덮을 기세였다. 온몸에 전기가 오는 듯 찌릿거리고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어디서 뭘 듣고 온 건지, 그들은 이 상황에도 나름대로 철칙을 세워 지키고 있었다. 젖꼭지는 최대한 적게 빨 것. 절대로 삽입은 하지 않을 것. 그리고 엘리아가 세 번 쌀 때까지 끝내지 않을 것.
“으응…….”
그녀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어대고 목덜미를 핥아 올리던 프레드가 엘리아의 입 속으로 말캉할 살덩이를 쏙 집어넣었다. 뒷문을 개방할 수 없으니 프레드는 그녀의 입으로 최대한 버티는 중이었다.
프레드의 뺨을 잡고 연신 키스를 하며 흥분에 차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은 아힌의 차지였다. 가슴 둔덕에 타액을 치덕치덕 바르던 혀가 유륜 주변을 빙그르르 돌다 젖꼭지를 살짝 빨곤 얼른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그게 감질나서 엘리아는 솔직히 더 죽을 맛이었다.
이 야릇한 태교를 시작하고부터 엘리아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더 목이 말랐다. 이렇게 사람을 흥분시켜 놓고,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도 안 해줬기 때문이다.
오르가슴을 느껴도 그냥 입으로 느끼는 거와 그들의 몸으로 느끼는 것은 천지slakpwkjmdm차이였다. 하물며 매번 앞뒤 구멍을 다 채워줬는데, 이 정도로 만족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이건 행복하면서도 괴로운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부드럽게 보지 살을 물고 빨던 아론이 번들거리는 입술을 쓱 닦으며 놀리듯 말했다.
“싫다면서 왜 이렇게 싸는 거야? 내 여자 물 먹다 배 터져 죽겠네.”
“흐윽! 미치겠다고요! 이건 태교가 아니라 고문이야!”
“박히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 아이 낳으면 원 없이 박아줄게. 우리도 지금 미치겠다고.”
투덜거리는 프레드의 머리털을 잡아당긴 엘리아는 부족한 감각을 다시 그의 입술로 채웠다.
“일단 한 번 보내줄게. 그럼 조금 나을 거야.”
“으웁!”
온몸을 구석구석 핥아대면서도 습관처럼 그녀의 배 위에 손을 올린 세 남자는 발길질이 격렬해진 아이의 태동에 웃음 지었다. 그들이 이 시간을 즐기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까지 이어진 태교에 저택에는 엘리아의 교성만이 가득했다. 세 짐승은 엘리아와 세상에 나올 아이를 위해 야릇한 태교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 후, 엘리아는 그들과 똑같이 생긴 천사 같은 아이를 품에 안았다.
* * *
잠에서 깬 엘리아는 눈앞의 광경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소파에 누운 아론의 배 위에 똑같이 생긴 꼬물이가 엎어져 자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숱 많은 검은 머리칼 아래로 통통한 새하얀 뺨이 실룩거린다. 젖을 빠는 듯 앙증맞은 입술이 오물거리는 게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어쩜 저렇게 닮을 수가 있는 건지. 아기는 예상대로 아론의 아이였다. 새하얀 피부나 새까만 머리칼이나, 저렇게 주먹을 꼭 쥐고 자는 모습까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프레드와 아힌과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그들도 아이를 보는 순간, 실망 어린 기색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제 아들이라고 우기지도 못할 만큼 아이는 아론과 똑같았다.
의기양양하게 아기를 안아 들고 헤벌쭉 웃던 아론의 얼굴이 잊히질 않았다. 그렇게 딸만 원해서 실망할 줄 알았는데, 아론은 잠시도 아이의 곁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양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도, 아기를 어른다고 이상한 표정을 짓던 모습도, 모든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곤 또 저렇게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다 같이 잠들었다. 생각보다 아론은 다정한 아빠였고, 자상한 남편이었다.
배가 고픈지 연신 입을 오물거리는 아기를 조심히 안아 들었다. 그러자 잠이 깼는지, 옹알거리며 새파란 눈동자가 엘리아를 바라본다. 눈동자 색은 자신을 쏙 빼닮은 아기가 너무나도 예뻤다.
“맘마 먹을까?”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살짝 톡톡 치자, 냉큼 입을 벌리는 아기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제 갓 5개월이 된 아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엘리아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얼른 달라는 양, 얼굴을 부비며 연신 옹알거린다. 아기를 안고 침대에 앉은 엘리아는 능숙하게 젖을 빼서 아기에게 물려주었다.
그러고는 힐끔 아론을 쳐다보며 제 아들에게 속삭였다.
“얼른 먹어. 안 그러면 아빠한테 또 다 빼앗긴다?”
정말 알아들은 건지, 아기는 힘차게 입을 오물거리며 젖을 빨았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기를 쓰며 먹는다. 하지만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 맹수가 기지개를 쭉 켜며 씩 웃었다.
“밥시간이었군.”
“일어났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을 감고 있던 남자가 새빨간 눈을 빛내며 천천히 다가와 제 아들의 식사 시간을 기다렸다는 양 음흉하게 웃었다.
“지금은 안 돼요!”
“알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릴게.”
능글맞게 웃으며 다가앉은 아론은 엘리아 손에 있던 손수건을 빼앗아 아기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입꼬리가 실룩거리는 게 아기가 예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한 손은 천천히 그녀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대체 이게 무슨 맛이라고 저렇게 기를 쓰고 먹으려는 건지.
한 번은 세 남자가 모유 맛이 궁금하다며 번갈아 빨아 먹는 바람에 아이가 먹을 게 없어져 난감한 적도 있었다. 밤새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어찌나 힘들었는지.
“벌써 다 먹은 거 같은데?”
“아니에요. 조금 쉬는 것뿐이라고요.”
“이쪽은 다 못 먹을 것 같은데?”
“안 된다고 했어요!”
“알았다고.”
입을 삐죽이며 새초롬해지는 아론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왠지 애를 넷 키우는 기분이다.
“잔다.”
“응?”
먹다 지쳐 잠든 건지 말똥하던 아기의 눈이 어느새 감겨 있었다. 본능적으로 입술을 오물거리면서도 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냉큼 아기를 뺏은 아론이 제 아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곤 침대에 눕혔다.
“아론! 더 먹여야…….”
“너무 많이 먹으면 체해.”
단호하게 말한 아론은 다급하게 엘리아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그러곤 탱탱 불은 한쪽 젖가슴을 냉큼 꺼내고는 덥석 베어 물었다. 다급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하읏……!”
“느끼지 마. 이건 애무가 아니고, 내 여자 아플까 봐 빼주는 거니까.”
“하여간 말은……! 그렇게 물고 얘기하지 좀 말라구요.”
단단해진 젖가슴이 안 그래도 아프던 참인데, 강하게 빨아 삼키는 아론 덕에 조금씩 시원해졌다. 하지만 이 남자가 그걸로 끝낼 남자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먹어치운 후, 혀를 살살 굴리며 엘리아를 유혹했다. 젖꼭지를 살랑거리다, 유륜 주변을 할짝거리며 얄밉게 말했다.
“흐으…….”
“느끼지 말라니까?”
“다 뺐으면 나와요!”
“아직 더 남았어.”
다시 한번 젖을 쭉 빨자, 시원한 감각과 함께 등줄기에서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점점 아랫도리는 뻐근해지고, 온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연신 젖은 물고 빨면서 손은 천천히 그녀의 치마 속으로 들어간다. 벌써 질척하게 젖은 속옷에 그가 비죽 웃었다. 속옷을 젖히고 손가락을 밀어 넣자, 엘리아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참기 위해 입을 틀어막았다. 혹시라도 아기가 깰까 봐 숨을 참으면서도 천천히 다리를 벌려주었다.
“하여간 이렇게나 밝힌다니까.”
“…나와요. 흣!”
반항은 통하지 않는다는 듯, 질구 속으로 푹 쑤셔 박힌 손이 난잡하게 휘젓기 시작했다. 잔뜩 벌어진 구멍에 깊숙이 박아 넣고는 사정없이 흔드는 손에, 엘리아는 입을 틀어막고 끙끙거렸다.
“미치겠군. 좆이 터질 것 같아.”
“흐으… 얼른 들어와요.”
그녀의 말에 냉큼 일어선 남자가 재빠르게 바지를 훌훌 벗고, 그녀의 속옷도 벗겨 내렸다. 꺼덕거리는 좆을 아래위로 흔들며 가랑이 사이로 파고든다. 어젯밤에도 그렇게 몸을 섞어놓고도 마치 오래 굶주린 듯 맹수의 움직임은 몹시 갈급했다.
“난 이 시간이 제일 좋더라. 젖도 먹고, 내 여자도 먹고.”
“하…….”
할 말을 잃은 엘리아는 그를 샐쭉 노려보다 양손을 들었다. 엘리아의 품에 안긴 아론은 그녀의 젖을 다시 빨며 제 자지를 구멍 속에 밀어 넣었다. 아이를 낳았는데도 여전히 좁게 느껴지는 구멍에 아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읏, 흐으응…….”
“애를 낳았는데도 왜 이렇게 좁은 거야.”
“그게 더 좋은 거 아니에요?”
“좋긴 하지. 꽉꽉 물어주니까, 그런데 당장 쌀 것 같아서 문제지.”
깊숙이 틀어박힌 자지가 조금씩 시동을 걸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벽을 긁어내리며 빠져나가는 살덩이는 언제나 그녀의 흥분을 최고로 돋우었다.
“오래 하면 안 되겠지?”
“나 그럼 죽어요. 오늘 밤에 두 짐승이 가만 안 둘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
“그럼 내가 먼저 싸서 또 내 애를 만들어야겠군.”
“욕심쟁이.”
“난 너에 관한 건 모든 욕심 부릴 거야.”
그의 말이 너무나도 설레서 엘리아는 부스스 웃음 지으며 아론의 입술에 먼저 입을 맞대고 야릇하게 키스했다. 자신의 처음을 가졌던 남자. 물론 엘리아에게 첫 남자는 공작이었겠지만, 그녀에게 첫 남자는 아론이었다. 그렇게 무섭고 싫었었던 남자를 이렇게나 사랑하게 되다니.
“사랑해요.”
“나도, 나도 정말 많이 사랑해. 엘리아.”
아침부터 시작한 섹스는 점심쯤 배고픔에 목 놓아 울기 시작한 아기의 울음소리에 겨우 끝이 났다.
* * *
“하아. 하아앙……!”
두 남자의 품에 갇힌 엘리아는 또 한 번 왈칵 애액을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앞뒤로 박혀 있는 좆에 지금 몇 번째인지도 모를 쾌감을 느끼며 울부짖는 중이었다.
“형, 이따가 자리 바꿔.”
“세 번만 싸고.”
“그런 게 어디 있어!”
“아론한테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내가 너한테까지 뺏겨야겠냐?”
“나도 얼른 내 애 보고 싶다고!”
이번엔 제 아이를 만들겠다고 격렬하게 싸우며 몸을 흔드는 남자들 때문에 중간에 낀 엘리아만 죽을 맛이었다. 저렇게 싸우면서도 합은 어찌나 잘 맞는지.
한 좆이 빠져나가면 다른 한 좆이 공간을 빠듯하게 채운다. 그러다 동시에 밀려들어 올 때면, 여지없이 절정에 처박혀야 했다. 시합이라도 하는 양, 빠르게 드나드는 두 좆에 그녀는 눈을 까뒤집고 신음을 흘렸다.
“젖이 없는 걸 보니 아론 그 새끼가 다 처먹었나 보군.”
“하여간 배려라곤 눈곱만큼도 없다니까. 아론 형은.”
구시렁대면서도 아힌은 엘리아의 빈 젖을 쭐쭐 빨며 마지막 한 방울이라도 먹겠다고 애를 썼다. 뒤가 좋다고 할 땐 언제고, 앞자리를 차지한 아힌이 못마땅한지 프레드는 연신 툴툴거렸다.
“내 것도 남겨놔!”
“없다. 아주 깨끗이도 빨아 먹었네.”
“부인, 내일은 꼬맹이 밥 먹일 때, 내 옆에서 먹여야 해.”
점점 가열차게 허릿짓을 하면서 프레드가 흰소리를 하자 엘리아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빼서 줄 테니까 알아서들 마셔요! 하윽!”
“싫어. 젖은 빨아 먹어야 맛이라고. 그러면서 이 야들야들한 속살도 맛보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아?”
“으… 이 짐승들! 흐응, 흣!”
“자, 아가들아, 힘차게 쏟아내 줄 테니 엄마 배 속에 찰싹 달라붙어라.”
“하아앙!”
거세게 움직이는 두 좆에 엘리아의 몸이 작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펄떡거렸다. 그것도 모자라 한 놈은 젖을 빨고 한 놈은 목덜미를 잘근잘근 깨무는 통에, 자잘한 쾌감이 연신 온몸을 휘감았다. 두 남자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도 엘리아의 머릿속엔 다음 아이에 대한 걱정이 들어찼다.
다음 아이가 누구의 아이일지는 몰라도, 이번엔 제발 딸이길 바랐다. 세 아이가 모두 남자면 왠지 이 세 짐승처럼 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아비에 그 아들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엘리아!”
“크윽, 부인!”
“하앙, 하앙, 흐아앙……!”
엘리아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쭉 세 짐승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것이었다.
하지만 먼 훗날, 그녀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세 아들을 낳은 엘리아는 제 아들들이 한 여인을 데려올 줄은 꿈에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꿈에서 받은 세 개의 무가 의미했던 게 이것이었나, 그녀가 깨달은 건 아주 나중의 일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