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장. 서로 다른 계략 (9/18)

9장. 서로 다른 계략

허……!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에 언제나처럼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매번 이런 옷을 만들 수가 있지? 아니, 이젠 옷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오늘 입은 건 거의 야한 속옷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프레드가 막사에서 왜 그렇게 자신했는지 알 것 같았다.

무엇보다 더 놀라운 건 이런 기가 막힌 옷이 한 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대공작가 막내 공자의 드레스 룸에는 여러 종류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화려하고 음란하기 짝이 없는 여성용 옷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분명 색상도, 모양도 다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벗지 않아도 마음껏 농락할 수 있는 아주 간편한 옷. 입기는 더럽게 복잡한데, 벗지 않아도 언제든 남자의 손길이나 물건을 쉽게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천박하기 짝이 없는 옷.

흡사 비키니처럼 만들어진 상의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더욱 야하게 보이도록 했다. 천으로 가려져 있어야 할 곳이 망사로 만들어져 젖꼭지는 옷 속에서도 제 존재감을 뽐냈다.

상의를 따라 정중앙으로 이어진 끈에는 그녀가 바라고 바랐던 보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배꼽을 지날 때는 흡사 피어싱이라도 한 양 번쩍거리는 게 아주 섹시하게 보였다.

그 아래로 연결된 치마의 앞부분은 딱 음모 부분부터 양쪽으로 갈라졌다. 엉덩이 뒤로는 화려한 드레스 치맛자락이 우아하게 늘어져 있었지만 뭐, 그것도 망사 천에 가운데는 갈라져 있어 크게 옷의 기능은 하지 못했다.

얼핏 보면 화려한 드레스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딱 밤에 필요한 옷이었다. 남자를 유혹하기에 걸맞은 천박하고 야한 옷.

제일 기가 막힌 건 팬티였다. 속에 입은 팬티는 이미 음부를 훤히 드러낸 상황이다. 두 개의 끈으로만 앞뒤가 연결되어 팬티라고 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옷 입는 데 한참 헤맸다. 말로만 들어봤던 가터벨트. 아무래도 프레드가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이런 꼴로 만들어놓고 대체 얼마나 난잡하게 굴려는 건지, 프레드의 변태성을 잘 알기에 새삼 겁이 났다.

그러면서도 참 웃긴 게 엘리아의 몸은 또 이런 옷을 찰떡같이 소화했다. 풍만한 가슴과 탱글한 엉덩이는 뭘 입어도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지금은 제 몸이지만, 새삼 엘리아의 외모에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러다 곧 있을 난잡한 정사를 떠올리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시 한번 제 몸을 훑던 그녀의 눈빛이 조금은 안도의 빛을 띠었다. 오늘 그녀의 목표였던 보석. 역시 프레드는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돈지랄이 취미인 그라면 보석을 주렁주렁 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도대체 이건 무슨 보석들이지? 설마 가짜는 아니겠지?

번쩍거리는 보석들을 보니 제 계획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아 가슴이 뛰었다. 정말 비싼 보석이라면 몇 개만 챙겨도 작은 집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챙겨야 할지 난감했다. 몰래 떼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달랄 수도 없고.

하아… 일단 되는 대로 부딪쳐보는 수밖에.

뭐든 방법이 보이겠지.

목표가 뚜렷해지니 더는 이 옷도 프레드도 겁나지 않았다. 어차피 시작하면 제가 먼저 좋아서 날뛸 게 분명한 것을.

수줍은 듯 가슴을 가리고 드레스 룸을 나가자 프레드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씨발. 미치겠다. 하! 하하하!”

프레드는 언제나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제 앞에 서있는 아름답고도 매혹적인 엘리아의 모습에 프레드는 침을 꼴깍 삼키다 제자리를 맴돌았다. 비싼 돈 들여 입힐 만한 여자였다. 엘리아는 저 옷의 값어치보다 더욱 빛을 발하는 여자였다.

“하아… 엘리아. 널 사랑하게 될 것 같아.”

“…….”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지……?”

“자꾸 그렇게 보기만 하시니까 부끄러워요…….”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돌리는 엘리아의 행동에 프레드가 침을 꿀꺽 삼켰다. 새빨간 눈동자는 음험하게 짙어지고 히죽 웃는 입은 이가 드러날 정도였다.

보기만 했는데도 벌써 아랫도리는 터질 듯이 팽팽해졌다. 당장이라도 쑤셔 박고 싶다는 듯 프레드의 아랫도리기 볼썽사납게 튀어나왔다.

“엘리아.”

“네, 도련님.”

“왜 이래, 이름 불러야지.”

“네, 프레드.”

가까이 다가선 프레드는 엘리아의 몸을 살짝 스치듯 건드리며 한 바퀴 돌았다. 눈은 그녀의 몸을 샅샅이 훑고 입은 쩝쩝 입맛을 다신다. 당장이라도 먹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엘리아.”

“네, 프레드.”

“꼴려서 미치겠어.”

“…….”

그의 애타는 표정을 보니 문득 그의 기분이라도 맞춰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기분파인 프레드라면 흥에 취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를 테니. 신나서 보석이라도 떼어내 던져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는데.

“저도… 흥분돼요…….”

“으윽… 씨발, 너 왜 그래? 내 심장을 터트리려는 거야?”

심장을 움켜쥔 남자가 과장되게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러나 실룩대는 입꼬리를 보니 그가 지금 얼마나 즐거운지 알 수 있었다.

“하아… 오래 산 보람이 있구나.”

그의 웃기지도 않은 감탄사에 엘리아는 그저 수줍은 듯 배시시 웃었다.

“와… 만지기도 아깝다.”

정말 먹기 아까운 음식을 눈앞에 둔 듯 입맛만 쩝쩝 다신다. 이러다간 밤을 새고도 모자랄 것 같아 엘리아는 먼저 그를 유혹하기로 했다.

일단 오늘은 기회를 엿보는 거로 가닥을 잡고 일이라도 빨리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차피 이 보석들은 매일 밤 제 몸에 걸쳐질 테고, 조바심내서 일을 망치느니 그의 마음부터 서서히 녹이는 게 더 좋은 방법일지도.

“프레드.”

“으, 응?”

제 주변만 맴맴 도는 프레드의 어깨에 손을 올린 엘리아가 그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오늘따라 순진하게 구는 프레드가 새삼 신기했다. 흡사 정말로 사랑에 빠진 순수한 소년 같아 보였다. 제가 만들어놓고 이런 표정이라니.

뻣뻣하게 멈춰선 프레드의 목덜미를 그러안은 엘리아는 제가 보일 수 있는 가장 요염한 표정으로 생긋 웃었다. 유난히 긴장된 모습을 보이는 남자를 꼭 끌어안자, 가운만 입고 있던 프레드의 탄탄한 가슴 근육에 말캉한 가슴이 닿았다.

“후우… 엘리아.”

“네, 프레드.”

“너 엘리아 맞지?”

“네, 맞아요.”

“왜 자꾸 다른 사람 같지……?”

“제가 지금 다른 사람 같나요……?”

“응.”

“푸훗.”

프레드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 이상하게도 오늘 그는 정말로 긴장한 것 같았다. 하긴, 자신이 봐도 엘리아의 오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야했다. 그런데 남자인 그가 볼 때는 오죽할까.

“밤새 이러고 계실 거예요? 전…….”

“넌, 뭐……?”

“당신의 품에 안기고 싶은데…….”

“…씨발. 오늘 싹 다 발라 먹을 거야. 힘들다고 해도 안 봐줘. 네가 먼저 나 유혹한 거다?”

어차피 할 거였으면서 핑계는.

엘리아는 여전히 매혹적인 웃음으로 프레드의 시선을 옭아맸다. 다시 한번 침을 꿀떡 삼킨 남자가 덥석 입부터 맞춰왔다. 갈급하게 혀를 넣고 거칠게 입 안을 휘젓는다. 가녀린 몸을 으스러트릴 듯 꽉 껴안고는 미친 듯이 혀를 엉겼다.

프레드는 부드러운 것과는 거리가 먼 남자였다. 말투도, 행동도, 성격도 거친 남자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의 손길은 뭔가 달랐다. 거칠게 하는 입맞춤과 온 힘을 다해 껴안는 몸짓과는 다르게 그녀의 몸을 쓸어내리는 손길은 몹시 조심스러웠다.

뽑아 먹을 듯 혀를 쭙쭙 빨아 당기며 프레드는 엘리아를 침실로 이끌었다. 매번 서있는 상태로 꼽기부터 하던 남자가 오늘은 전희를 즐기려는 모양이다. 남자의 힘에 침대 위로 눕혀진 엘리아는 프레드의 머리칼에 손가락을 껴 넣으며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완전히 프레드의 혼을 빼놓을 작정으로 그녀는 평소보다 더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그의 가슴팍에 제 가슴을 부비고, 허벅지를 들어 사내의 아랫도리를 자극했다. 조금 더 격정적으로 몸을 비빌 때마다 달린 보석들이 걸리적거렸다. 이러다 보석들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내심 걱정스러웠다.

“흐으응…….”

“엘리아.”

“하아, 네…….”

“어떡하지?”

“뭐가요?”

“젖도 빨고 싶고 보지도 빨고 싶은데, 입이 하나네?”

이건 또 뭔 또라이 같은 소린지.

참 한결같은 헛소리에도 엘리아는 그저 배시시 웃었다. 그동안의 표정 관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어디부터 빨리고 싶어? 네가 말해 봐.”

“부끄러워요…….”

“쓰읍! 아까는 그렇게 유혹해 놓고 왜 갑자기 부끄러워하는 건데? 난 아까처럼 요염한 여자가 좋더라. 네가 유혹해 주니까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더라고. 아까처럼 해줘 봐. 응……?”

평소완 다르게 명령이 아닌, 부탁하는 어조로 말하는 프레드에게 살짝 놀랐다. 그런데 왠지 이 남자, 조련이 될 것 같았다. 이 상태로라면 옷 한 벌 달라 해도 의심 없이 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들었다.

기대감에 부푼 마음은 없던 용기도 만들어주었다. 엘리아는 더없이 예쁘게 웃으며 프레드의 입술에 촉 입을 맞추고는 야살스럽게 속삭였다.

“아래…부터 빨아주세요…….”

“…씨발.”

프레드의 심장이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은 더욱 음험하고 위험하게 빛났다. 그가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다. 아쉽다는 듯 젖꼭지를 살짝 깨물다 놓고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온몸을 훑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혀에 닿은 보석이 찰랑거리며 빛을 발했다. 유혹적인 새빨간 눈빛이 잡아먹을 듯 그녀의 시선을 옭아맨다. 점점 제 아래로 내려가는 남자를 보며 엘리아는 침을 꼴깍 삼켰다. 제 위에 올라타 있는 짐승의 혀가 곧 제게 무슨 짓을 할지 상상하니 아랫도리가 찌르르 울렸다.

여지없이 발정한 몸은 곧 남자의 손에 어떻게 농락당할지 상상한 것만으로도 이미 흥분에 젖었다. 슬슬 고개를 쳐드는 욕정에 엘리아는 입 안 살을 꾹 깨물었다. 차라리 모든 걸 내려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그를 유혹하기로 마음먹은 거, 발정한 몸이 한결 도움될 테니. 오늘은 그냥 본능에 제 몸을 맡기기로 했다.

“맛있게 먹어줄게.”

“네, 프레드. 맛있게 드세요…….”

기다렸다는 듯 얼굴을 파묻자 엘리아는 달뜬 신음을 흘리며 그의 결 좋은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가 제 몸에 잔뜩 취하길 바라며 그녀 또한 이 밤에 취하기 시작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하나가 된 두 남녀의 몸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사방에는 반짝거리는 보석들이 나뒹굴고, 혼자만 헐벗은 프레드의 복부에는 그가 돈지랄 한 보석에 긁힌 자국들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프지도 않은지 가녀린 여체 위를 점령한 남자는 연신 아랫도리를 놀리며 엘리아의 몸을 꼭 끌어안은 상태였다.

“하아, 하아… 프레드. 흐으응…….”

“후우, 씨발… 엘리아, 너무 좋아.”

“하으응……! 프레드, 저도, 저도 너무 좋아요. 하윽!”

엘리아의 목덜미를 지분거리던 프레드는 상체를 구부려 그녀의 젖꼭지를 덥석 물고 쭙쭙 빨기 시작했다. 그의 타액에 흥건하게 젖은 망사는 프레드가 이로 잡아 뜯는 바람에 이미 옷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뭐, 처음부터 옷의 기능이라곤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는 옷이었지만.

수도 없이 빨아대는 바람에 붉게 부푼 젖꼭지는 살짝 아릿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아래에서 부드럽게 밀고 들어오는 좆 기둥에 그 고통마저도 흥분으로 느껴졌다.

빳빳하게 서다 못해 굵은 핏줄이 도드라질 만큼 팽팽하게 성난 자지가 끝도 없이 그녀의 안으로 밀고 들어와 자궁구를 꾹꾹 찌른다. 남자의 음모는 고사하고 덜렁거리는 두 알의 주름 사이사이까지 흠뻑 적신 애액의 양이 엘리아가 얼마나 흥분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어느새 엘리아의 머리는 보석이 아닌, 프레드의 음란한 행위에 더욱 집중돼 있었다. 요사스러운 자지가 여린 속살을 헤집고 들어올 때마다 그녀는 엉덩이에 힘을 바짝 주고 남자의 것을 달게 삼켰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오물거리다, 프레드의 탱탱한 엉덩이를 힘주어 당기곤 접합부를 격렬하게 비벼댔다.

“흐응, 흐응! 하으응!”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이 나올 때마다 프레드는 눈치껏 추삽질을 멈추고 제 물건을 그녀의 몸속 깊은 데까지 푹 쑤셔 넣곤 가만히 기다려줬다.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엘리아는 접합부를 사정없이 문지르며 쾌감에 전 교성을 내질렀다.

얼마나 제 좆을 조여 무는지, 부드러운 속살에 꽉 잡힌 자지가 이리저리 휘청거릴 때마다 프레드는 이를 악물었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그대로 사정하고도 남을 정도로 선단에 느껴지는 쾌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하앙! 하으읏! 프레드! 하아아앙!! 흐윽, 흣!”

정신없이 프레드의 엉덩이를 잡고 음탕하게 아랫도리를 비비던 그녀가 격한 교성을 내지른 뒤 그대로 팔을 툭 떨군다. 거하게 느낀 건지, 간헐적으로 바르르 떨면서도 좆 기둥을 옴찔옴찔 물어대는 엘리아의 얼굴 곳곳에 프레드는 사랑스럽다는 듯 입을 맞췄다.

“좋았어?”

“흐윽, 하아… 네……. 너무, 좋아, 흐윽! 요…….”

“그럼 다시 달린다?”

“하아, 하아… 네. 프레드, 세게… 흐응, 세게 박아주세요……. 아으응.”

“원하는 대로 해줄게.”

눈도 못 뜨고 헐떡거리며 저를 유혹하는 엘리아의 말에 기분 좋아진 프레드는 그녀의 배 위에 올라탄 상체를 들어 올렸다. 그러곤 제 허벅지 위에 올려진 가느다란 양 발목을 위로 쭉 올려 모아 잡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녀가 흘린 애액으로 흠뻑 젖은 두 개의 끈 사이로 도톰하게 부푼 붉은 조갯살이 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음란하게 번들거리면서도 발갛게 부푼 여린 살이 활짝 벌어져 제 좆을 머금고 있는 걸 보니, 머릿속에서 뭔가 툭 끊어지는 것 같았다.

슬슬 움직이던 허릿짓이 점차 강도를 달리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박아대다 잡았던 다리를 활짝 벌렸다. 다리가 벌어진 만큼 질구도 넓혀지자 프레드는 그녀의 몸속 가장 깊은 곳까지 성기를 힘차게 밀어 넣었다.

“하앙! 하, 으으응!”

그녀의 다리를 손잡이 삼아 틀어쥐고 연신 허릿짓을 가하며 제 좆을 씹어대는 엘리아의 음탕한 속살을 넋 놓고 감상했다. 점점 박음질이 거세지자 엘리아는 안쪽 곳곳을 채우는 고통에 프레드의 거센 추삽질을 막아보려 양손을 버둥거리며 애원했다.

“하윽! 프레드! 아, 안 돼요……! 하응, 너무 세… 세다고……. 흐아앙!”

“헉, 헉, 세게 박아달라며.”

“흐읍, 아응… 자, 잠까안……! 하읏!”

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애타게 애원할수록 프레드의 추삽질은 더욱 강렬해졌다. 가녀린 여체가 팔랑팔랑 흔들릴 때마다 풍만한 젖가슴은 아래위로 사정없이 출렁이고, 허공을 허우적대던 엘리아의 손가락은 그녀의 하얀 치아 사이로 짓이겨졌다.

쾌락에 젖은 교성이 높아질수록 프레드의 허릿짓엔 더욱 속도가 붙었다. 찔꺽거리는 음란한 소리와 척척 부딪히는 마찰음이 온 방을 가득 메웠다.

“씨발, 크윽! 엘리아……! 씨발, 으윽!”

“흐응, 흐응, 프레드, 프레드……! 하으으……! 흐아앙!”

또 한 번 눈앞에 불꽃이 튀자, 엘리아는 제 속살을 사정없이 헤집은 무도한 좆 기둥을 꽉 물어버렸다. 엉덩이가 들릴 정도로 꽉 물고 펄떡거리며 제 안을 가득 채우는 남자의 사정액을 제 안으로 쭉쭉 빨아 삼켰다.

여운이 남는지 몇 번을 쿵쿵 치받던 좆이 이내 엘리아의 몸속에서 스르륵 빠져나갔다. 교성이 난무하던 방 안이 두 남녀의 거친 숨소리만 남기고 고요해졌다.

엘리아의 몸 위에 털썩 쓰러진 프레드가 숨을 고르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지분거렸다. 눈 뜰 기운조차 없는 엘리아는 그저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는 데만 애를 썼다.

“엘리아.”

“하아, 하아… 네.”

“큰일이다.”

“…뭐가요.”

“네가 갈수록 더 맛있어져.”

“…….”

별로 대답할 가치도 없었기에 엘리아는 대답 대신 다시 숨을 골랐다. 조금씩 정신이 차려지자, 제 위에 있는 남자가 무겁게 느껴졌다. 그를 살짝 밀어내자 순순히 옆으로 밀려 내려간 남자가 그녀의 젖꼭지를 간질이며 다시 눈을 빛낸다.

그새 숨소리가 멀쩡해진 프레드는 여전히 발딱 솟아오른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만지다 입술을 비비며 다시금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의 꺼지지 않는 정력에 새삼 경악하며 엘리아가 몸을 옆으로 쓱 돌리던 찰나였다.

“에이 씨, 보석이 다 떨어졌네.”

“……!”

“어쩔 수 없지, 뭐. 다음엔 다른 데다 달아야겠다.”

“아, 아까워요…….”

그의 말에 떨어진 보석을 보며 엘리아는 울상을 지었다. 잘 꼬드겨서 이 옷이라도 챙겨볼 요량이었는데, 어찌나 격렬하게 덤볐는지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보석들이 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내심 기대했던 것이 물거품이 되자 금세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아깝긴. 저딴 거 또 달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다음번엔 더 많이 달아줄게.”

“그럼 저건요……? 저건 어떡해요?”

“저거? 네가 갖든가. 떨어진 거 다시 달긴 좀 그렇잖아. 마음에 들면 가져도 돼. 대신 다른 사용인들한테 보여주면 안 된다? 하긴, 보여줄 사람도 없겠구나.”

“……!”

프레드의 말에 엘리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울했던 마음이 금세 환희로 벅차올랐다. 순간 프레드가 정말로 천사처럼 보였다. 그가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지 다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애를 쓰며 떨리는 음성을 겨우 가다듬고 되물었다.

“정말요……? 제가 저 귀한 걸 가져도 돼요……?”

“귀하긴. 너보다 귀한 게 어디 있다고. 다 가져도 되니까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다리 좀 벌려봐. 왜 너만 보면 자꾸 자지가 서는지 모르겠다니까.”

그러곤 여지없이 벌어진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이번에는 다른 곳을 원한다는 듯 그녀의 뒷구멍을 살살 간질이기 시작했다.

보석에 눈이 먼 엘리아는 스스로 몸을 돌려 누웠다. 지금 그가 뭘 바라는지 알기에 자연스럽게 엎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표정 관리가 너무 힘들어 차라리 그를 뒤에 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제 뒤로 올라타는 남자를 느끼며 눈앞에 널브러진 보석들을 눈에 담았다.

이제 이런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 정도 양이라면 집은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횡재에 자꾸만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역시 프레드는 가장 다루기 쉬운 남자였다. 그러면서도 몸은 또 슬슬 발정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흘리는 미소는 이젠, 연기가 아닌 진심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이 시간이 만족스러웠다. 제 뒤를 뚫고 들어오는 단단한 살덩이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입꼬리는 자꾸만 올라갔다.

* * *

한숨도 못 잔 엘리아는 온 삭신이 쑤시고 피곤했지만, 제 눈앞에 번쩍거리는 보석에 취해 연신 방글거리며 웃었다. 하루쯤 못 잔들 어떠랴. 곧 찬란할 제 미래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는데.

동이 틀 때까지 프레드와 몸을 섞고 그가 기절하듯 잠든 틈을 타 엘리아는 떨어진 보석을 싹 다 긁어왔다. 흥에 한껏 취한 프레드가 그녀의 치맛자락에 붙은 나머지 보석까지 싹 다 쥐어뜯어 바닥에 널브러뜨렸다.

옷 같지도 않았던 옷은 보석마저 다 떨어지자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그녀가 입었던 옷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고, 그 옷의 화려함을 더해 줬던 보석들은 지금 그녀의 침대 위에 데구루루 구르며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다 팔면 대체 얼마일까……?”

감정을 받아보지 않은 터라 정확한 값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꽤 비싼 보석들임은 분명해 보였다. 한참을 보석에 취해있던 그녀는 얼른 그것들을 제 돈주머니에 넣고 다시 매트리스 안에 숨겨두었다. 그 위에 발라당 누워 다리를 버둥거리며 행복함을 만끽했다.

천장에 제 미래를 그리며 한참을 키득거릴 때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조안나입니다.”

“네, 잠시만요.”

얼른 널브러진 이불로 매트리스를 덮은 후, 문을 열었다.

“아힌 도련님께서 찾으십니다.”

“아, 네.”

아직도 아랫도리가 얼얼한 상태라 그녀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잠시도 쉴 시간을 안 주는 짐승들이라 생각하며 그녀는 문을 닫고 아힌의 집무실로 향했다.

어휴. 아침부터 또 시작이구나.

아마 밤새 제가 내지른 교성을 분명히 들었을 터였다. 그나마 그 밤에 찾아오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엘리아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엘리아는 몸을 웅크리며 아힌의 눈치를 살폈다.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남자의 시선에 목이 졸리는 기분이었다. 왜 또 저렇게 심기가 사나워졌는지 모르니 더욱 미칠 노릇이었다.

“부르셨어요.”

“엘리아.”

“네.”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네……?”

웬일로 가까이 오란 말도 없이 용건부터 말하는 아힌의 부드러운 음성에 엘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전까지는 죽일 듯 보는 것 같더니 나오는 목소리는 퍽 다정하다. 그녀는 곧 아힌의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햇빛이 환하게 내리비치는 창가 앞엔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지경인 화려한 드레스가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보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무엇보다 그 옷은 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돈 많은 귀족 영애가 파티에서나 입을 법한 옷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차라리 프레드가 준비한 천박한 옷이었다면 더 눈에 들어왔을까? 고급스럽기 짝이 없는 옷을 보자 솔직히 너무 예쁘긴 했지만 자신이 입을 옷이 아니라는 생각에 별 감흥은 없었다.

그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여자에게 주려는 선물인가? 그런데 왜 나한테 보여주는 거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뚱한 표정으로 시선을 다시 돌리자, 아힌이 피식 웃으며 손을 내민다.

‘그럼 그렇지.’

엘리아는 속으로 혀를 쯧, 차며 그에게 다가갔다. 제 무릎 위에 가벼운 여체를 달랑 올려 앉히고는 그녀의 어깨 위에 턱을 걸친 남자가 창가를 바라보며 나긋하게 속삭였다.

“저거 입고 나랑 어디 좀 가자.”

“…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프레드가 준 보석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보석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게 눈이 멀 것만 같았다.

진심인가? 저 옷을 나한테 주겠다는 거야?

저 옷을 입고 어디를 가자는 건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제 미래를 조금 더 부유하고 찬란하게 만들어줄 보석에만 눈이 돌아있을 뿐.

“마음에 들어?”

“…네?”

“별로인가?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신경 쓴 건데.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거로 바꾸고.”

“아, 아니요! 마, 마음에 들어요. 저, 정말 엄청 마음에 들어요! 아!”

저걸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격렬하게 반응한 모양이다. 제 어깨에 이마를 대고 키득거리는 남자의 웃음에 엘리아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하여간 갈수록 귀엽지.”

“죄…송합니다.”

“그럼 저거 입고 나랑 가는 거다.”

“그런데 어딜요……?”

“그건 그때 알게 될 거야.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

“네…….”

제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그르렁거리는 남자의 숨결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 미친 몸은 이제 시도 때도 없이 반응을 보였다.

“그럼 그렇게 알고 이만 나가봐.”

“네?”

“왜? 하고 싶어?”

“아, 아니요!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얼굴이 새빨개진 엘리아는 꽁지 빠지게 아힌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러면서도 고갤 돌려 드레스를 한 번 더 보는 것은 잊지 않았다.

터덜터덜 정원을 가로지르는 엘리아의 발걸음은 족쇄라도 찬 듯 무거웠다. 잠을 못 잔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힌의 평소 같지 않았던 행동과 의아한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흐음, 웬일이지……? 그 아힌이 날 곱게 내보내다니.

무릎에 앉힐 때까지만 해도 분명 그 남자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힌은 자신을 곱게 놔주었다. 그 순간 당황한 엘리아는 제가 더 아쉬운 듯 그를 바라봤다. 사실, 아쉬워서 쳐다본 건 아니었는데 왠지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하고 싶냐는 그의 말에 후다닥 도망 나오긴 했지만, 분명 오해하고도 남을 상황이었다.

“정신 좀 차리자. 응?!”

제 머리통을 세게 쥐어박은 엘리아는 걸음을 서둘렀다. 세 공자의 방의 침대 시트와 커튼을 갈려면 시간이 꽤 빠듯했다.

그런데 잠시 서둘렀던 걸음이 또다시 느려졌다. 이번엔 그 드레스가 아른거렸다. 다시 발걸음이 무거워진 엘리아는 보석이 촤르르 박혀 있던 아름다운 드레스를 떠올리다 아힌의 말도 떠올렸다.

“대체 어딜 같이 가자는 말이지……? 그 옷 입고 파티를 가자는 건 아닐 테고. 흐음.”

제 주인들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잘 알기에 다시 머리를 휘휘 털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러나 가는 내내 그 드레스만큼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아름다운 드레스는 난생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드레스에 정신 팔린 채로 걷다가 우뚝 멈춰 섰다. 정원 한가운데 팔랑거리는 수많은 빨래를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여태껏 이 많은 빨래를 홀로 감당했어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역시 어딜 가나 완장이란 좋은 것이었다.

몸이야 원래 피곤했었던 거고, 그나마 마음이라도 편해지니 처음으로 살맛이 나는 것 같았다. 이제는 세 공자 외에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어졌고, 일도 한결 편해졌으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곧 제 앞에 펼쳐질 찬란할 미래를 생각하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열심히 빨래하고 있는 두 하녀에게 다가갔다. 도란도란 수다를 떨던 두 하녀가 그녀의 인기척에 흠칫 놀라며 입을 꾹 다문다. 언제나 있었던 일이기에 엘리아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래도 내 덕에 혼자 할 거 둘이 하게 됐으면 고마워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매일 혼자 이 많은 양의 빨래를 했었기에 이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둘을 붙여서 일거리를 나눠 줬는데, 고마운지 모르고 여전히 저를 경계하는 하녀들을 보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얼마나 남았니?”

“네? 아… 거의 다 해갑니다…….”

그나마 대답이라도 해주니 새삼 고마울 지경이었다. 엘리아는 그들이 하던 얼마 남지 않은 빨래 양을 슬쩍 보고는 ‘그래, 수고해. 다 하면 잠시들 쉬고.’라며 중얼거리듯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얼른 그곳에서 벗어나 세 공자의 방에 달 커튼과 이불보가 널려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무리 괜찮은 척하려 해도 몸에 밴 습관과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불보를 하나씩 내려 차곡차곡 챙기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엘, 아니 하녀장님.”

“…응?”

뒤를 돌아보자 그녀를 부른 건 빨래하던 두 하녀 중 조금 어린 리타였다. 엘리아보다 어렸지만, 그녀와도 그리 친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엘리아는 언제나 혼자였으니까.

그렇다고 모든 하녀가 그녀를 다 괴롭힌 건 아니었다. 분위기가 그렇게 흐르니 엘리아를 그리 싫어하지 않는 하녀들도 그녀에게 쉬이 다가오지 못했을 뿐. 잘못했다간 자신들도 당할 수 있으니 그저 엘리아를 멀리한 방관자들이었을 뿐이다.

“왜……?”

처음으로 제게 먼저 말을 건 하녀의 모습에 가슴이 술렁거렸다. 의도적으로 괴롭히기 위해 다가오는 이들 외엔 그 누구도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건 이가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하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주위를 살피는 게 아무래도 제게 시비를 걸려고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저…….”

“응? 편하게 말해도 돼. 무슨 일이니?”

다정한 목소리로 되묻자, 갑자기 리타가 허리를 접어 꾸벅 인사를 한다. 그러곤 작은 목소리로 ‘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얼굴을 붉혔다. 어안이 벙벙한 엘리아는 저도 덩달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리타에게 작게 속삭였다.

“뭐가……?”

“그때, 구해주셔서…….”

“응……? 그때?”

그때라니? 언제인지 모를 그때를 곰곰이 생각하던 엘리아의 머릿속에 뭔가 반짝 떠올랐다.

혹시……?

“별관 앞에서 입이 찢어, 아, 아니. 흠, 미안. 하여간 그때를 말하는 거니? 혹시 너도 그때 있었어?”

“네.”

맞구나.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입이 찢어질 뻔한 거지?

그때 왜 아론이 칼춤을 추려고 했던 건지 새삼 궁금해진 엘리아는 리타에게 그날의 일을 물어보려고 입을 떼려다 이상한 느낌에 옆을 힐끔 돌아봤다. 역시나 멀리서 조안나와 베시, 그리고 조안나의 수족을 자처한 하녀들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엘리아는 일단 눈앞의 하녀를 먼저 보내기로 했다. 괜히 저와 말을 섞었다는 이유로 이 어린 하녀가 구박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에게 처음 말을 걸어준 아이였기에 왠지 지켜주고 싶었다.

“리타.”

“네, 네?”

제 이름을 알고 있는 줄은 몰랐는지, 어린 하녀의 눈이 똥그래졌다.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는 하녀에게 빙긋 웃어주며, “말 걸어줘서 고마워. 그런데 저기 다른 하녀들이 오고 있으니까 얼른 네 자리로 돌아가렴.”이라고 속삭였다.

순간 리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금세 잔뜩 겁을 집어먹는 걸 보니, 그녀 나름대로 꽤 용기를 낸 모양이다. 일부러 빨래 걸이에 걸려 있는 이불을 옆으로 옮겨 그녀의 모습을 차단했다. 뒤에서 오고 있는 하녀들에게 리타가 돌아가는 모습을 숨겨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당장이라도 도망갈 줄 알았던 하녀의 쭈뼛거리는 목소리가 빨래를 사이에 두고 전해져 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

할 말을 마치고 재빠르게 돌아가는 모양인지, 리타가 밟고 가는 잔디 소리가 사락사락 귓가에 감겼다. 왜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걸까. 엘리아는 제 가슴속을 가득 채우는 기분이 뭔지 알 수 없었다.

후우…….

모르는 척 옆의 빨래부터 다시 차곡차곡 내리는데 뒤에서 몰려오던 하녀들이 어느새 엘리아의 뒤를 점령했다. 돌아보자 마치 몰려다니는 무서운 언니들처럼 네 명의 하녀가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가 예나였던 시절, 학교 다닐 때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비죽 웃음이 나왔다.

굳이 자랑거리는 아니었지만, 제 뒤엔 세 공자가 있다. 어차피 몸 파는 년이라 욕먹은 거, 더는 세 짐승을 이용하는 데 망설일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곧 이곳을 떠날 건데 겁날 게 무에 있으랴.

엘리아는 비장한 눈빛으로 그녀들을 마주했다.

빈손으로 터벅터벅 걷는 엘리아의 발걸음은 올 때보다 더 무거워졌다. 빨래는 그녀들에게 빼앗기고 자신은 빈손으로 아힌의 집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대체 다들 왜 이래……?

당연히 또 시비를 걸 줄 알았건만, 그녀들의 난데없는 행동에 엘리아는 넋이 빠졌다. 조안나가 허리를 숙이자 나머지 세 하녀도 허리를 숙였다. 그러곤 또 감사하단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빨래 거리를 옮겨준다며 빼앗듯 빨래를 챙겨 도망가 버렸다.

“쟤들도 죽을 때가 됐나……?”

오늘따라 아힌도 모자라 뜬금없는 하녀들의 행동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들이 설마……?”

무거웠던 발걸음이 뛸 듯 조급해졌다. 혹시나 또 자신을 엿 먹이려는 건가 싶어 서둘러 아힌의 집무실로 향했다.

곧 집무실 앞에 다시 도착한 엘리아는 눈앞에 차분히 놓여 있는 빨래 거리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뭐야? 진짜로 사과한 거야? 아니, 왜……?

어이없는 광경에 빨래 거리 앞에 쪼그려 앉아 그녀들의 의중을 헤아리기 위해 머리를 팽글팽글 굴렸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보려 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루아침에 180도 달라진 하녀들의 행동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당해왔던 시간이 얼마인데 한 번의 호의로 어찌 쉽게 그들을 믿을 수가 있단 말인가.

“에휴, 모르겠다. 곧 떠날 건데, 뭘.”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벌떡 일어나다 뒤에 있는 뭔가랑 부딪힌 엘리아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았다.

“빨래랑 대화 중이었나?”

“……!!”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들었나……? 설마 들은 건 아니겠지?

안에 있는 줄 알았는데 뒤에 서있는 아힌의 모습에 엘리아의 얼굴이 금세 창백하게 질렸다. 혹시라도 중얼거리던 제 말을 들은 건가 싶어 심장이 쿵쾅거렸다.

“들어가지. 커튼에 먼지가 많아.”

“…네.”

아힌의 표정은 아까와 다를 바 없었지만, 뛰는 가슴은 쉬이 진정되질 않았다. 아힌이 먼저 들어가며 문을 열어주자 엘리아는 조심스레 빨래를 들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곧 아무렇지 않게 책상으로 향하는 아힌의 모습에 요동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래도 듣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하긴,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으니 청력이 뛰어나게 좋지 않은 이상 듣기는 무리였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창가로 향했다.

이제 보니 아까 그 아름다웠던 드레스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아쉬웠지만, 귀한 거라 잘 모셔뒀을 거라 생각하곤 이내 털어버렸다.

일단 걸려 있던 커튼을 치우고 새로 빨아온 커튼을 걸며 이곳에 있었던 드레스를 다시금 떠올렸다. 그걸 입고 어딜 가자는 건지 궁금했지만, 좀 전에 너무 놀란 터라 아힌에게 말을 걸기가 무서웠다. 언젠간 알게 될 텐데 굳이 지금 물어서 무엇 할까 싶어, 제 할 일에 몰두했다.

꽤 높은 창이라 발뒤꿈치를 들고 낑낑거리며 커튼을 다는데, 그 순간 기다란 손이 쑥 올라와 제가 잡고 있던 커튼을 손쉽게 달아주었다. 깜짝 놀란 엘리아가 멈칫거리자, 뒤에서 아힌의 다정한 음성이 그녀의 귓가에 닿아왔다.

“힘들면 도와달라고 하지. 그럼 도와줬을 텐데.”

“아, 가, 감사합니다.”

“엘리아.”

“네……. 읏!”

어느새 제 옷 위로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는 남자의 손길에 엘리아는 숨을 홉, 들이켰다. 역시나 그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지분거리는 손에 얼어붙은 듯 꼼짝하지 않고 서있자, 그의 숨결이 귓가에 닿아왔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하는 그의 음성에 엘리아는 또 한 번 심장이 쿵, 떨어져버렸다.

“어디 가나? 곧?”

엘리아의 몸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어찌나 놀랐는지, 심장이 미친 듯이 펄떡거렸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들었을 줄이야.

아힌의 손길이 둥그런 엉덩이를 살살 치대는데도 엘리아는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를 못했다. 마비된 이성이 온몸까지 마비시킨 것 같았다.

“엘리아.”

“…….”

침만 꼴깍 넘어갈 뿐 목소리도 나오질 않는다.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미 회까닥 돌아버린 정신은 돌아오질 않았다. 점점 떨림이 심해지는데 아힌의 입술이 귓가에 닿아왔다. 그리고 더없이 다정한 음성이 귓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 속살거림은 그녀의 떨림을 더욱 부추길 뿐이었다.

“왜 이렇게 떠는 거지?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건가?”

“아, 아니에요…….”

가까스로 부정한 엘리아는 다시 한번 침을 꼴깍 삼켰다.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그제야 마비된 감각이 조금씩 풀리는 건지 제 가랑이 사이를 파고드는 아힌의 손길이 느껴졌다.

“마음에 안 드는군.”

“…….”

“안 젖잖아. 물 많은 엘리아의 몸이 오늘따라 바짝 말라버렸어. 왜일까?”

“……!”

이 상황에 젖을 리가. 정신이 온통 두려움으로 물들었는데, 지금 그의 손길이 느껴질 턱이 없었다. 그러나 느껴야 했다. 아힌의 정신을 딴 곳으로 쏠리게 하려면.

엘리아는 아힌의 손놀림에 집중했다. 제 속살을 헤집고 비비적거리는 손가락을 느끼려 애를 썼다.

미치겠네. 왜 오늘따라 발정도 안 하는 건데! 윽!

놀란 건 정신인데 매번 발정하던 몸도 놀랐는지, 마른 속살을 쑤석거리니 아프기만 할 뿐 도저히 흥분되질 않았다. 엘리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다시 한번 그의 손길에 집중했다.

“흠, 왠지 거부당하는 기분인데?”

“아, 아니에요.”

“엎드려. 엉덩이 내밀고.”

“…….”

울상을 지으며 창가의 난간을 붙잡고 엉덩이를 내밀자 치맛자락이 훌러덩 허리 위로 올라간다. 모아진 엉덩이가 활짝 벌어지고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는 걸 보니, 그의 얼굴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소, 소공작님…….”

“다리 벌려.”

아까와 같은 다정한 음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원래의 사무적인 음성이 차갑게 명령했다. 엘리아는 쭈뼛쭈뼛 다리를 벌리고 바짝 긴장했다. 그런데 대체 뭘 하는 건지, 한참이나 콧김만 뿜어대며 미동이 없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음부에 닿을 때마다 몸은 절로 반응하며 움찔거리는 통에 죽을 맛이었다.

민망하고 창피했다. 그가 지금 제 은밀한 곳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창피함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다리를 꼼지락거리며 조금씩 오므리려 하자, 깊은 골을 더 활짝 벌린 아힌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이제야 젖는군. 보여주는 걸 더 좋아하는지 몰랐네.”

“……!”

그의 말에 뭔가 조르륵 흐르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하랄 땐 안 하던 발정이 슬슬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그와 반대로 민망한 고개는 아래로 푹 떨어진다. 그녀는 이를 까득 깨물고 이번엔 흥분을 안 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도 곧 아힌의 행동에 무너지고 말았다.

물컹하고 축축한 것이 활짝 벌어진 엉덩이 사이를 길게 핥아 올린다. 동시에 온몸이 펄떡 뛰었다.

“흐윽!”

“이렇게 많이 싸면 어떡하나. 집무실을 물바다로 만들려는 건 아니지?”

“하으응……! 흐으…….”

제가 흘린 애액을 맛있다는 양 핥아먹는 음란한 소리에 엘리아의 정신은 금세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달달 떨면서도 오므리려고 했던 다리가 점점 벌어진다. 이미 몸은 남자의 애무에 격하게 반응했다.

“흐아앙! 하읏!”

정신없이 물고 빠는 남자의 애무에 두려움으로 가득 찼던 머릿속이 이제는 흥분으로 가득 찼다. 제가 원하는 곳을 자극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엘리아는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아랫도리가 찌르르 울리는 고통에 얼른 그가 제 안을 가득 채워주길 바랐다. 그녀의 바람은 곧 입 밖으로 나와 애원하는 소리가 되었다.

“흐흑, 소공작님.”

“이름.”

“아힌, 하으응! 제발, 제발…….”

“제발, 뭐?”

“흐읏, 너, 넣어주세요……. 흐윽!”

피식 웃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뜨겁게 열이 오른 음부에 시원한 바람이 스쳐갔다. 그 짧은 숨결에도 엘리아의 몸은 들썩거렸다.

이쯤 되니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단단히 미친 모양이다. 이젠 이런 상황만 되면 이놈들에게 애원하고 매달렸다. 이미 이성은 본능에 먹혀버렸다. 엘리아의 머릿속엔 쾌락만이 간절했다.

뒤에서 버클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바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지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커다란 물건이 곧 제 안을 가득 채울 거라 생각하니, 묘한 기대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딱딱하고 부드러운 살덩이가 질구를 쓱쓱 문지른다. 엘리아는 그의 것이 부드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다리를 더 벌려주었다. 발정한 몸은 이성을 노곤하게 만들었고, 노곤해진 이성은 남성을 애타게 기다렸다.

“하앗! 흐으응……!”

곧이어 육중한 것이 질구 속을 비집고 들어오며 빠듯하게 틀어박힌다. 찰싹 달라붙어 있던 내벽이 갈라지며 흉흉한 침입자를 부드럽게 삼켜 물었다. 다리를 파들파들 떨면서도 엘리아의 몸은 착실하게 그의 좆을 조여 삼키고 오물오물 씹어댔다.

그의 손에 상체가 들어 올려지고 목 끝까지 채워뒀던 단추가 하나하나 풀렸다. 상의를 벗기는 손이 더없이 다정하다. 곧 활짝 드러난 젖가슴을 움켜쥐고 젖꼭지를 살살 비트는 손길에 입에서는 열락의 신음이, 아랫도리에선 애액이 왈칵 흘러나왔다.

뒤에서 꼭 껴안은 아힌이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주무르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서있다 보니 행여 좆이 빠질세라 퍽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매번 사납게 치받던 좆 기둥이 부드럽게 내벽을 쓸어내리며 움직이자, 평소보다 더욱 흥분되는 기분이었다. 아힌도 마찬가지인지 오늘따라 그의 신음도 몹시나 색정적이었다.

엘리아는 끊임없이 찾아드는 황홀경에 몸을 떨었다. 그에게 의지해 겨우 몸을 세운 채 단단한 남자의 팔뚝을 잘근거리며 몸 안을 휘젓는 살덩이를 음미했다.

아… 어떻게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점점 본인들의 욕구만 분출하는 것이 아닌, 그녀의 쾌락을 위해 움직이는 몸짓이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흐아……. 하으응…….”

“만족하나?”

“흐으읏, 네. 흐응…….”

“그럼 이제 대답해 봐.”

“흐윽. 하아… 네.”

몹시 낮고 음산한 음성이 귓가에 닿았다. 흥분에 취해 헐떡이면서도 그가 무얼 질문할지 알 것 같았다.

“어딜 떠나겠다는 말이었지?”

“하읏! 아, 아무 데도 안 가요.”

“정말인가……?”

“네, 아힌 님. 세게… 세게 해주세요.”

그녀의 애끓는 애원에 아힌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요즘따라 애원하며 매달리는 엘리아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들었던 의심을 이내 치워버렸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거로 생각하기로 했다. 엘리아가 공작저를 떠나선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혹시나 도망간다 해도 별로 문제 될 건 없었다. 찾으면 그만이니까. 제국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찾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자신에겐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

‘엘리아. 넌 평생 내 옆에 있게 될 거야.’

이 어여쁜 몸이 평생 제 것이라 생각하니 처넣은 자지가 더욱 불끈한다. 갈수록 본능에 충실한 앙큼한 여자가 더없이 기꺼웠다.

이러니 딴 년들이 눈에 안 들어오지. 요망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여자였다.

“하아앙! 아히인……!”

그녀의 몸을 완전히 옭아매듯 품에 안은 아힌은 엘리아가 원하는 대로 맹렬하게 허릿짓을 시작했다. 퍽퍽 치받는 강도가 곧 엘리아의 배를 뚫을 듯 강렬했다.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아힌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긴 몸짓이었다. 목덜미를 핥아 올리고 온몸을 제 손아귀에 쥐며 아힌은 엘리아를 전부 삼켜버렸다.

* * *

베르타른 공작령.

온기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공작의 집무실. 원래도 한기가 감도는 곳이었지만, 마주 앉은 두 남자의 기세에 공작의 집무실은 된서리가 내린 양 더없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격양된 시선이 허공에 마주 닿았다. 그래도 연륜과 여유가 넘치는 공작의 입꼬리는 미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러나 공작의 입꼬리가 올라간 만큼 아론의 심기는 사납기 그지없었다.

여유롭게 찻물을 머금은 공작이 혀를 굴리며 차를 음미한다. 저를 쏙 빼닮은 아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마주 보며 공작은 손에 든 찻잔을 조심히 내려놨다. 그러곤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다.

세월이 조금 느껴질 뿐, 공작의 외모는 여전히 멋있고 강해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중후한 멋까지 더해지니 아무리 세 공자가 멋있고 잘났어도 공작의 농익은 퇴폐미까지는 따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아비의 모습에 아론의 눈빛은 더욱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저 잘난 얼굴로 어머니를 괴롭게 하고 수많은 여자를 후린 난잡한 사내라는 걸 잘 알기에 그를 가장 많이 닮은 자신이 때론 저주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화가 끓었다. 아직도 저 남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목줄에 잡힌 채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신세라는 게 한심스럽고 한탄스러웠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를 드러낼 순 없었다. 아론은 작위가 필요했다. 이 지긋지긋한 공작가와 저 꼴 보기도 싫은 남자에게서 벗어나려면. 그래서 이번 영지 토벌 작전에도 순순히 참여했다. 공을 세워 작위를 얻기 위해.

명목상으론 엘리아를 하녀장으로 만드는 조건으로 오게 된 것이지만, 원치 않으면 굳이 오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이건 기회였다. 이 지긋지긋한 공작가를 나갈 절호의 기회.

‘집을 사면 엘리아를 집사로 둬야겠군. 그럼 잡일은 안 해도 되겠지?’

공작을 노려보던 시선은 어느새 아래로 떨어지고, 아론의 머릿속은 엘리아로 가득 차올랐다. 그녀가 챙겨주는 옷을 입고 그녀의 시중을 받으며, 온전한 자신의 집사로 옆에 둘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실룩거린다. 제 형제들도 찾아올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가 오롯이 자신의 옆에서만 살게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울 것 같았다.

하녀장에서 집사로 승진시켜 주면 그녀 또한 좋아하겠지? 월급도 많이 주고, 방도 좋은 방으로 주겠노라 생각했다. 집사인 만큼 그 낡아빠진 하녀 옷 말고 조금 더 우아한 드레스를 입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 저택의 주인은 자신이고, 자신의 말이 곧 법일 테니 그녀를 어떻게 꾸민다 한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다.

‘굳이 방을 따로 줘야 하나? 어차피 매일 같이 잘 텐데?’

아론의 머릿속엔 이미 엘리아와 살림을 차리고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는 장면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위치는 고작 집사였다. 날 때부터 귀족이었기에 하녀를 정식 부인으로 들이는 건 당연하게도 그의 안중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론은 순진한, 아니 멍청한 꿈을 꾸고 있었다.

“네가 웃을 줄도 아는구나?”

“……!”

행복한 상상의 나래에 빠져있던 아론은 공작의 비웃음 가득한 음성에 퍼뜩 현실로 돌아왔다. 다시 싸늘하게 식은 시선이 공작을 향했다.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구나.”

“부르신 이유나 말씀하시죠.”

“딱딱하긴. 이래서 딸이 있어야 했는데. 시커먼 아들놈들만 잔뜩 싸질러 놓고 갔으니, 원.”

“…….”

선을 넘은 공작의 말에도 아론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더없이 싸늘하면서도 무감한 표정. 어차피 자신도 아비라 생각 안 하니 그에게 제 존재가 거부당해도 별 감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실 말씀 없으면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앉아라.”

엉덩이가 떨어지려는 찰나, 공작의 엄한 음성이 아론을 다시 앉혔다. 얼굴에 한껏 짜증이 서린다. 잠시도 마주 보고 싶지 않은 아버지였기에 아론은 이 시간이 짜증스러웠다.

“토벌 작전은 거의 마무리된 것이냐?”

“보고받지 않으셨습니까? 아, 누구를 납치해 오느라 이쪽엔 신경을 못 썼겠군요.”

아론의 이죽거림에 공작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러나 곧,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크흠. 내일이면 작전이 모두 끝나는 건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모레 연회가 열릴 것이다.”

“전 제도로 돌아갈 것입니다.”

“황태자도 올 거다.”

“…….”

공작의 말뜻을 알아차린 아론은 입을 다물었다. 황태자가 온다면 황제의 칙서를 가져올 터. 어쩌면 모레 자신에게 작위가 내려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날 너와 혼약을 맺을 영애도 올 것이다.”

“…하, 망신이라도 당하고 싶으신 겁니까?”

“얌전히 구는 게 좋을 거다. 너희가 아끼는 그 아이를 계속 보고 싶다면 말이다.”

“……!”

제 존재를 거부당할 때도 변하지 않던 아론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살기를 가득 머금은 시선을 받으면서도 공작은 콧방귀를 뀌며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그러곤 잠시 뒤, 또 한 번 아론의 속을 뒤집어놨다.

“엘리아한테서 이젠 제법 농익은 여인의 태가 나더구나. 이럴 줄 알았다면 그때 그 아이를 받아줄 걸 그랬어. 그랬다면 집안 꼴이 이리 망가지진 않았을 텐데. 쯧쯧쯧.”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분명 질문인데, 아론의 말끝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엘리아란 이름 하나만으로도 제 아들들의 감정이 미친놈처럼 날뛰는 걸 보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쓴 물이 올라와 공작은 또 한 모금 찻물을 들이켰다.

‘한심한 놈들.’

“알 것 없다. 정 궁금하면 연회 끝나고 찾아오든지.”

제 발목을 잡아두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분명 받아줄 걸 그랬다고 했어. 그렇다면 엘리아가 원했다는 말인가? 무엇을?’

혼란스러운 눈으로 차를 마시는 공작을 노려보던 아론은 이내 제 아비의 말을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웠다. 분명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 테니. 그러면서도 단전에서는 뭔가 불쾌한 기운이 스멀거렸다.

아론의 새빨간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았다.

* * *

그 시각, 제도의 공작저에는 공작의 심부름꾼이 당도했다. 그는 엘리아를 납치했던 남자였다. 공작의 명을 들고 온 남자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감히 소공작을 앞에 두고도 그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아힌을 마주했다.

책상 앞에 앉은 아힌은 제 앞에 서있는 사내를 보며 살기를 내뿜었다. 엘리아를 납치한 놈. 공작의 심복인 그를 꽤 오래 본 만큼 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힌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제집에 쥐새끼처럼 몰래 들어와 엘리아를 훔쳐갈 수 있었던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제 곁에 있는 기사 중엔 놈의 기척을 알아낼 수도, 그렇다고 막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자도 없었다.

무엇보다 프레드나 자신 또한 그날 놈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고, 자신의 집에서 매 순간, 그것도 자는 순간까지 예민하게 행동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 하지만 뼈아픈 실책임은 분명했다. 그것이 몹시 자존심 상했다.

그렇기에 놈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꼭 죽이리라 다짐했다. 다른 것도 아닌, 감히 엘리아를 납치해 갔다. 그것도 제집에서. 그것만으로도 놈은 죽어야 했다. 죽어 마땅한 짓을 저질렀으니.

“체이스.”

“네, 소공작님.”

“감히 맹랑한 짓을 했더군.”

여전히 살기는 거두지 않은 채 비죽 웃으며 그가 했던 행동을 지적했지만, 체이스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겁을 먹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두려워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마치 그는 죽음에 초월한 듯 담담히 아힌의 살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전 주군의 명만 따를 뿐입니다.”

“흥, 그렇겠지. 하지만 훔쳐오라고 한 게 뭔지는 알고 했어야지.”

“그게 무엇이든 저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저는 그저 명만 따를 뿐입니다.”

“그래서 네 목이 잘리더라도?”

“제 목숨은 이미 주군께 바쳤습니다. 언제 거둬진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전 어떤 명이라도 주군이 내리신다면 수행할 뿐입니다.”

“영혼 없는 새끼.”

앵무새도 아니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체이스의 일관된 행동에 아힌의 인상이 짜증스럽게 일그러졌다. 그는 공작이 죽으라면 당장 입에 칼을 물고 망설임 없이 자결할 놈이었다. 정말로 제 영혼을 공작에게 다 바친 양 충성심을 보이는 체이스를 보니 아힌은 제 아버지가 부러우면서도 기분이 더러웠다.

“후, 좋아. 용건을 말해라. 이번엔 아버지가 뭘 시킨 거지? 이젠 대놓고 엘리아를 찾으시던가?”

“아닙니다. 모레 공작령에서 연회가 있을 겁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어.”

“그때, 황태자 전하를 모시고 오라는 전언입니다.”

“뭐?”

아힌의 인상이 이제 다른 의미로 일그러졌다.

‘흥, 이번에는 대체 무슨 꿍꿍이실까? 내 아버지께서?’

“그게 다인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뭐지?”

“말씀하신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뭐, 좋을 대로.”

태연하게 담배를 꺼내 물려던 아힌의 움직임이 체이스의 음성에 뚝 멈춰 섰다.

“허튼수작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원하는 걸 갖고 싶으면.”

“하……!”

여전히 무감한 표정으로 공작의 말을 그대로 전한 체이스를 보며 아힌은 헛웃음을 흘렸다. 굳이 이딴 말을 전하려고 놈을 직접 제 앞에 보냈다는 것부터가 완연한 경고였다.

“흠, 꼭두각시 노릇을 제대로 하란 말씀이시군.”

“다 전했으니 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건방진 새끼.

허락도 안 했는데 제멋대로 꾸벅 인사를 하고 몸을 돌리는 체이스를 아힌이 다시 불러 세웠다.

“체이스.”

“네.”

손에 들린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후, 다시 몸을 돌린 체이스를 향해 후, 내뱉는다. 깊게 빨아 마셨던 연기가 체이스의 얼굴 앞으로 어지러이 흩어졌다.

아힌은 나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고는 여유롭게 시간을 끌었다. 이 와중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미동 없이 서있는 체이스에게 그가 더없이 상냥한 음성으로 말했다.

“곧, 네 하찮은 그 목숨 거둬가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덤벼도 좋아.”

“주군께서 허락하시면 그럴 생각입니다.”

“흥, 기대되는군. 가거라.”

“네.”

여전히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체이스는 건방진 대답과는 다르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아힌의 집무실을 나섰다.

체이스가 사라지자, 아힌의 미소가 싸늘하게 바뀌었다. 건방진 체이스의 행동이, 목줄을 잡고 흔드는 공작의 행태가 그동안 잠잠했던 아힌의 잔혹한 성정에 불을 붙였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 더러운 기분을 정화해야겠군.”

깊은숨을 토해 내며 담배 연기를 내뱉은 아힌은 몇 모금 빨지 않은 담배를 비벼 끄고 집무실 안에 있는 밀실로 향했다.

밀실 안으로 들어선 아힌의 얼굴이 설핏 찡그려졌다. 한참 흥이 오르고 있는데 눈치 없이 찾아온 불청객 때문에 엘리아를 밀실에 숨겨두었다. 왠지 그놈에게 엘리아를 보이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새를 못 참고 고롱고롱 잠이 든 엘리아를 보니 김이 팍 새버렸다. 이불도 덮지 않고 웅크린 채로 푹 잠든 가녀린 여체가 간헐적으로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추운 모양이었다.

성큼성큼 다가간 아힌은 그녀의 옆에 누워 자그마한 머리통을 들어 제 팔을 끼워 넣었다. 그러곤 웅크린 몸을 꼭 끌어안았다. 미약한 숨을 뱉으며 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녀를 보니 괜스레 괴롭히고 싶어졌다.

“밤새 그리 시끄럽게 울어댔으니 피곤하겠지. 쯧.”

여전히 짜증스러운 얼굴로 혀를 차면서도 그녀의 몸은 더욱 바짝 끌어안았다. 그런데 웃기게도 부글부글 끓던 속이 엘리아를 품에 가두자 금세 가라앉는 기분이다. 보잘것없는 하녀 따위를 품에 안았다고 뒤틀렸던 심사가 이리 쉽게 가라앉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했다.

“이래서 널 놓아줄 수가 없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찮은 하녀일 뿐이라고, 아무리 그녀는 아니라고 부정해도, 엘리아는 제가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안식처였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아… 내가 준비한 선물이 아버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흥.”

비틀린 웃음이 그녀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아힌의 숨결이 닿았는지, 엘리아가 얼굴을 잠시 찌푸리더니 꼬물꼬물 그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온기를 찾아 숨어드는 엘리아의 행동에 아힌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일부러 이러는 건가? 곱게 재워주려 했더니, 그녀는 자면서도 유혹하는 못된 버릇이 있었다.

옷은 언제 챙겨 입었는지, 답답할 정도로 감싸 입은 메이드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새하얀 살결이 하나도 안 보이자, 일순 메이드복을 다시 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문득, 며칠 전 찾아왔던 폰트레 영애가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폰트레 영애가 찾아온 날 엘리아를 농락하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애처로운 눈으로 저를 바라보면서도 그 상황에 질척하게 젖은 것도 모자라 제 손가락을 오물오물 씹어대던 엘리아의 속살이 다시금 생생하게 느껴졌다.

순진한 얼굴로 매번 색기를 흘리는 엘리아를 볼 때마다 아힌은 갈증이 일었다. 그녀의 몸을 취하지 않으면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정신없이 엘리아를 탐하고 나면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그날도 제 앞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영애를 보며 일었던 짜증이 엘리아의 몸을 잠시 만졌다고 금세 괜찮아질 정도였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잠이 들었으면서도 그녀는 저를 유혹하고 있었다. 말간 얼굴로 쌕쌕 흘리는 숨소리도, 제 목덜미를 간질이는 옅은 숨결도, 모든 것이 흥분됐다.

“네가 문제였어. 엘리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내 탓을 하지 말아라. 날 이렇게 만든 것도, 너만 보면 미친놈이 되는 것도 다 네가 날 이렇게 만든 탓이니까.”

“으으응…….”

마치 알았다고 대답이라도 하는 양, 잠기운에 웅얼거리며 엘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곧 제 앞에 드러난 어여쁜 얼굴과 앙증맞은 입술을 보자 아힌의 목울대가 크게 꿀렁였다.

“하아… 잠시도 제어가 안 되는군. 이것 또한 네 탓이야.”

“흐으음.”

오물거리는 붉은 입술을 냉큼 삼킨 아힌은 엘리아의 몸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 가느다랗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두툼한 혀가 거침없이 밀고 들어간다.

팔베개를 해주던 손은 어느새 그녀의 뒤통수를 옭아매는 용도로 바뀌었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긴 손은 재빠르게 치마를 들어 올리고 탐스러운 엉덩이 속으로 침입했다.

아힌의 눈동자엔 이성을 잃은 정욕만이 짙게 배었다. 눈앞의 의식 없는 여자의 눈동자가 뜨이길 바라며 그는 정신없이 엘리아의 몸을 만져대기 시작했다.

“흐음, 흐응, 으읍!”

보고 싶었던 맑은 벽안이 놀란 듯 번쩍 뜨인다. 그녀의 눈빛을 보자, 끓어오르던 욕정이 더욱 불끈 샘솟았다. 동그랗게 뜨였던 눈이 점점 찌푸려지며 금세 게슴츠레하게 바뀌었다. 엘리아의 표정과 끙끙거리는 야릇한 신음이 아힌은 몹시 만족스러웠다.

‘더 괴롭히고 싶구나. 나로 인해 흐트러지는 네 모습이 보고 싶단 말이다. 엘리아.’

잠시 진정됐던 마음이 다시금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공작과 체이스가 헤집어놓고 간 사나운 심기가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에게 모두 쏟아붓고 위로받고 싶었다.

‘그래, 나를 이기적인 놈이라 욕해도 좋다. 그래도 지금은 네가 몹시 간절하다.’

“벌려라.”

“아흑!”

갑자기 미친놈처럼 덤벼드는 아힌의 행동에 피할 새도 없이 엘리아는 그를 받아들였다. 아까와는 다르게 난폭하게 덤벼드는 바람에 엘리아의 눈에는 고통의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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