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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는 그의 말대로 뒤돌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조금 긴장했던 질문이었는데, 수월하게 넘어갔다. 그가 ‘연습’했냐고 먼저 말해준 덕이었다.
지나간 사람에게 몇 번 시도했다가 불쾌감만 주고 결국 중간에 끝냈던 펠라치오였다. ‘누구랑 해봤냐고’ 물어봤다면 좋은 분위기가 파장났을 것이었다. 다행히 은기는 당연한 듯 묻지 않았고, 미리 공부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만 꺼낼 수 있었다. 적당하게 과거를 건너 주는 센스가 고마웠다.
그가 차가운 현관문에 뺨을 대었다. 뜨거운 숨이 닿아 뽀얀 흔적을 만들었다. 은기에겐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서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었고, 이렇게 좋아해주니 보람마저 느껴졌다. 윤수가 옅게 미소지었다.
‘이번엔 실패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다가오는 겨울을 고스란히 맞은 현관문에 뜨거워진 뺨을 대자 한계까지 끌어 올려졌던 열이 조금 식는다. 그의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은기가 그의 어깨를 만지다 목 뒤에 키스했다. 다정한 손길에 전율하는 것도 잠시, 제 입으로 달궈놓은 팽팽한 성기가 그의 뒤를 쿡쿡 찔렀다. 순식간에 식었던 열이 확 달아올랐다.
그는 여상하게 일상을 이야기했다. 그것은 성적인 긴장과 맞물려 더 나른하게 다가왔다.
“어머니께는 잘 이야기 드렸어요?”
윤수가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이자 은기는 천천히 성기를 구멍으로 밀어넣었다. 이미 손가락으로 넓혀놓은 것이 한계치까지 벌어져 꿈틀댔다. 찌걱대는 음란한 소리와 함께 은기의 성기가 붉은 구멍에 파묻혀 한 점 한 점 사라진다.
그 와중에 은기가 계속 말을 걸어서 윤수는 정신 없는 와중에도 착실하게 답했다.
“뭐라고 하신 거?”
“구, 궁금하다고…. 곧 보자고 하셨…, 윽!”
아직 신발도 벗지 못하고 현관에서 이러고 있는 걸 알면 기절하시겠지만.
은기가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웃음을 머금었다. 그가 구멍에 손을 대고 옆으로 잡아 늘리면서 허리를 더욱 세게 밀었다.
“왠지 나랑 잘 맞으실 것 같네.”
꾹꾹 밀려 들어오는 거대한 압박에 윤수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고통을 참았다. 이것만 지나면 곧 괜찮아질 것이다. 스스로에게 세뇌를 하며 그가 현관문을 긁었다.
구부러진 윤수의 손 위로 은기의 커다란 손이 덮고 깍지를 꼈다. 손끝이 많이 시렸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많이 아파?”
윤수는 숨을 고르며 겨우 대답했다.
“며칠 만이라…. 괜찮아.”
“미안. 금방 기분 좋게 해줄게요.”
숨 넘어갈 듯한 그를 은기가 달래면서 다시 밀어넣었다. 우선 다 넣지는 않고 얕게 쳐올렸다. 윤수가 작게 헐떡였다.
“흣, 응…!”
붉은 구멍 사이로 거대한 성기가 절반 이상 들어갔다가 나왔다. 하얗게 녹은 액체가 크림처럼 딸려 나와 거품이 일었다.
쿨쩍쿨쩍
구멍을 드나들며 내벽을 긁는 움직임에 윤수가 허리를 뒤틀었다. 은기가 꽉 눌러 잡은 손이 바르르 떨리고, 이마에서 땀이 한줄기 흘러내려 윤수의 눈가에 고였다.
마치 눈물처럼 보여 은기가 그의 턱을 잡고 돌려 키스하듯 애무했다. 그러면서도 허리짓은 멈추지 않고 그의 구멍을 공략했다. 그림처럼 자리잡은 복근이 구멍에 닿았다가 떨어지면서 꿈틀댔다.
은기는 터질 것처럼 붉어진 윤수의 귀로 입술을 올리곤 잘근대며 속삭였다.
“힘 더 빼요.”
조금 적응하는 듯 싶자 그는 단번에 밀어넣었다.
퍽!
빠끔대던 구멍이 살아있는 것처럼 은기의 것을 놀라 물었다. 윤수가 눈을 홉뜨고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헉…!”
은기도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쥐어짤 것처럼 조여드는 압박감을 참았다. 그리곤 봉긋한 하얀 엉덩이를 한 손으로 꽉 쥐며 낮게 터지는 신음을 흘렸다.
“…엄청 조여.”
부들부들 떨리는 하얀 어깨에 이를 박아 넣고 은기는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어떠한 망설임도 거세된 거친 진입에 윤수가 우는 소리를 냈다.
쿵, 쿵!
뺨이 현관문에 쓸리는 것도 모를 정도로 윤수는 그에게 휘말렸다. 비틀비틀 다리가 떨리다 넘어질 것처럼 꺾여서 은기가 무릎을 밀어 넣으며 받쳐 주었다.
그의 성기가 점막을 휩쓸면서 형용할 수 없는 다채로운 감각이 윤수의 머릿속을 불꽃처럼 가득 메웠다.
언제나 그렇지만 은기와 몸을 섞을 때면 머리 한 구석이 하얗게 타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 자신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한 흩어진 감정의 조각마저 은기에게 모조리 쥐어짜이는 느낌이었다.
엉망으로 온 몸을 할퀴는 쾌감에 윤수에게서 서서히 울음이 섞인 신음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힛, 아, 아윽!”
은기는 눌러 잡은 윤수의 손을 끌어당겨 허리 위로 얹게 하고 다른 손으론 한 쪽 어깨를 잡아당겼다. 은기의 눈도 흥분으로 젖어 붉었다.
“아직 멀었어.”
그가 완전히 빼낸 귀두를 붉게 물든 구멍 안으로 허리를 밀어 더욱 깊게 밀어 넣었다. 찌걱대며 성기가 드나드는 외설적인 소리가 청각을 자극해 흥분이 자글자글 끓었다.
평소보다 거친 움직임에 윤수가 기어코 비음이 섞인 비명을 질렀다. 윤수의 엉덩이에 닿는 은기의 탄탄한 허벅지에 뜨겁게 끓어오르다 흘러내린 로션이 적나라하게 쩍쩍 붙었다가 떨어졌다.
퍼억-! 퍽!
다시금 다리가 꺾이려는 것도 은기가 당긴 어깨 때문에 무산되었다. 언제부턴가 쓸리던 뺨은 허공에 떴고, 그는 은기에게 중심을 맡기고 흔들렸다.
“흐윽, 하아, 하아!”
엄격한 트레이너에게 극한의 운동으로 시달린 사람처럼 윤수의 숨이 가쁘게 터져나왔다. 그의 관자놀이에 맺히던 땀과 배어나온 눈물이 하얀 타일 위로 떨어지고 은기의 이마에서 굴러떨어진 땀은 윤수의 등 위로 안착했다.
은기는 어깨를 당기던 손을 턱으로 옮겨 뒤로 당겨 입술을 짓누르듯 키스했다. 아래로는 앞뒤로 흔들리며 점막을 뚫을 것처럼 긁어대는 삽입의 과격함과 위로는 혀를 옭아매는 격렬한 키스에 윤수는 정신을 놓을 뻔했다.
자극이 견딜 수 없이 너무 컸다. 윤수의 시야가 깜박깜박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
“으음….”
터져 나오던 신음이 작은 회오리가 되어 은기의 혀에 말려 사라졌다. 살짝살짝 입이 떨어질 때마다 주변의 차가운 공기가 뜨겁게 변해 빨려 들어갔다. 관계에 몰입한 덕에 두 사람 사이에서는 어떤 말도 사라졌다.
언어는 증발되고, 가슴 깊이 느끼는 강렬한 유대와 따뜻함만 남았다. 비어 있던 것에 뜨거운 감정이 고여 원래 자리였던 것처럼 훈훈히 데운다.
뒤를 꿰뚫는 귀두가 구멍을 메웠다가 벗어나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져 윤수가 남은 신음을 모두 쏟았다. 미약하게 스쳐 지나가던 곳에서 불길이 붙고, 서서히 절정이 찾아오고 있었다. 허벅지 근육이 꽉 조이고 발가락은 신발 속에서 크게 구부러졌다.
윤수의 것에서 찔끔찔끔 액이 비치기 시작하고,
이를 눈여겨 보고 있던 은기가 윤수의 페니스를 한 손으로 붙들고 쓸다가 자세를 바꾸었다.
“더 하게?”
그만두는 줄 알던 윤수가 흠칫 놀라서 그를 돌아보았다. 은기가 당연한 거 아니냐며 흥분의 잔열이 남은 눈을 휘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 미치게 해놓고 이대로 끝낼 줄 알았어요?”
은기는 현관문을 집고 허리를 길게 뻗은 윤수를 당겨 품에 안았다. 그리곤 뒤로 손을 돌려 자신의 허벅지를 잡게 했다. 여전히 페니스는 꿈틀대며 구멍에 박혀 있었다.
뭐하려고 그러냐는 물음은 은기가 뒤에서 윤수의 정수리에 얼굴을 묻고 쳐올리던 탓에 사라졌다. 가슴을 꽉 조이는 은기의 팔에 더해 숨이 끊어질 것처럼 다가오는 빠른 사정감이 번뜩번뜩 잇달았다.
“그만, 그…, 그만.”
은기가 집요하게 느끼는 부위를 치대면서 그의 사정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달아오른 윤수의 붉은 낯을 보며 은기는 짓궂게 말했다.
“정말 그만할까?”
품 안에 갇혀 있어서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윤수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내젓고는 미친 듯이 내달리는 파도에 휩쓸렸다. 그는 사방에서 달려오는 강렬한 전류 같은 쾌감에 몹시도 약했다. 그 파도에 넋놓고 휩쓸리고 싶다가도 높이 올라갔다 추락하는 기분이 두려워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선택지는 없었다. 자비없이 뒤를 짓찧는 강한 삽입에 구멍 속의 주름이 한껏 빨려 나왔다가 성기와 함께 깊이 밀려 들어갔다.
“아읏, 흑, 아!”
죽을 것 같이 느껴서 윤수는 슬슬 비음 반 울음 반을 토해내고 있었다. 목소리도 점점 쉬고, 눈가가 짓물렀다.
은기가 마지막 피치를 올렸다. 이 이상 더 빨라질 수 있을까 싶었던 지점에서 더욱 속도를 높이더니 그는 윤수의 가슴을 꽉 끌어안았다.
마지막으로 깊이 박힌 순간, 윤수가 부들부들 떨며 파정했다. 은기의 손에 울컥대는 액이 쏟아져나오고 동시에 은기는 커질 만큼 커진 성기를 급히 빼내어 사정을 마쳤다. 듣기좋은 낮은 신음이 울리고 윤수의 하얀 엉덩이 위로 묽은 정액이 튀었다.
“윽….”
조여들었던 고양된 사정감이 탈력으로 바뀌자 윤수는 기진맥진해져서 축 늘어졌다. 그런데 은기의 것은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았는지 별로 숨이 죽지도 않았다.
윤수가 질겁한 얼굴로 아직 꼿꼿하게 서 있는 은기의 페니스를 멍하게 내려보았다. 그것은 적절히 잘 짜인 슬림한 근육이 빼곡히 박힌 탄탄한 허벅지 위로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아직?”
“한 번 뺐으니 더 오래해야죠.”
“그런 법이 어딨어.”
은기가 대꾸 없이 즐거운 듯 건치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에 약했으나 오늘따라 두려운 윤수였다.
그 뒤로 윤수는 은기의 손에 이끌려 비틀대며 거실로 갔고, 너른 소파가 보조침대로 변신하는걸 볼때는 솔직히 좀 후회했다. 인간이 안하던 짓을 하면 이렇게 되나보다.
등에 부드러이 감기는 북유럽풍 소파 커버 위로 은기가 그를 눕히고 훤한 그의 가슴팍에 단단히 솟은 유륜을 혀를 굴려 핥다가 입술로 가두기를 몇 번 반복했다. 사정으로 민감해진 육체가 바로 반응하고, 윤수의 허리가 덜덜 떨리다 위로 솟구쳤다.
“흐응….”
그는 윤수의 평평한 가슴을 화폭 삼아 높은 콧대를 선 긋듯 천천히 내렸다. 간지러워서 윤수가 작게 웃자 은기도 함께 웃다 진지한 얼굴로 변해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윤수가 놀라 벌떡 허리를 세웠다.
“어디까지 내려가는 거야?”
담담한 말이 도톰한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나도 해주려고.”
“굳이 안해도 되는…데.”
이미 선단 끝에 혀를 내려 옴폭한 곳을 찌르는 통에 윤수의 말이 끊겼다가 흘러나왔다. 꼿꼿하게 서는 성기를 핥아 내리던 은기가 앞머리를 쓸며 고개를 들었다.
오만해 보이던 조각같은 얼굴이 묘하게 초조해 보였다. 그를 보니 윤수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TV를 켜면 여기저기 나오는 사람이 한없이 약자가 된다. 이 고고한 사람이 한낱 평범한 사람에게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은 썩 기분 좋지는 않지만 한편으론 그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허한 마음이 충만해졌다. 이율배반적인 감정에 더해 이기적이라는 자책이 들었지만 윤수는 그 모순마저 이겨보려 했다. 누구든 남에게 아낌없이 주면, 에너지는 언제고 고갈된다. 은기도 언젠가는 지칠 것이다.
‘그래야 널 더 오래 볼 수 있을테니까.’
그의 높은 자존감을 깎이지 않게, 더욱 드높이려면 자신부터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 찰나였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먼저 변해야 했다.
그때 은기가 모양 좋은 갈색 눈썹을 찌푸린 채 생각지도 못한 말을 쏟아냈다.
“싫어요? 아님 혹시 이런 건 아직 거부감 있는 건가. 가끔 생각나고 그래?”
윤수의 끔찍한 과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임을 그도 금방 알아차렸다. 손사레를 친 윤수가 솔직히 터놓았다.
“아니, 아니. 괜찮아. 그냥 부끄러워서…그래서 그런 거니까.”
지금도 이렇게 신경쓰는데, 역시 일해교 건은 다시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윤수는 마음을 굳혔다.
그러다 불쑥 생각난 듯 슬금슬금 달려드는 은기의 머리를 잠시 눌러 막았다. 신경 쓰이던 것이 더 있었다.
‘잊기 전에 말해야지.’
불만스러운 얼굴조차 그림처럼 근사해 보여서 윤수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혹시 남승우 씨한테 보복할 생각 하지마. 어떤 형태로든. 아예 그런 생각 접어. 부탁할게.”
굳이 그런 일로 엮여 은기가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리면 마음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윤수는 몇 번이나 그에게 당부했고, 기어코 다짐을 받아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완강하고 차갑던 은기의 얼굴은 서서히 풀어졌고, 급기야 윤수에게 항복을 선언했다.
“알았어요. 보복 안 해. 됐죠?”
윤수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어떤 형태로든.”
“어떤 형태로든.”
그의 꼬리말을 무미건조하게 반복한 은기가 입을 내려 조금 번들대는 꼿꼿한 기둥을 천천히 담았다.
“제대로 들은 거 맞아? 대충 흘린 거 아니…흐읏!”
달달한 사탕을 물 듯 은기가 윤수의 것을 입술로 깊이 물었다. 입막음을 하려는 사람처럼 담배를 빨 때보다 더욱 열렬하게 페니스를 입 안에 품고, 또 샅샅이 훑어내렸다. 부들부들 떨리는 가느다랗고 하얀 허벅지를 쓸어내리며 은기는 더욱 박차를 가했다.
“으으….”
윤수가 떨리는 손으로 은기의 머리칼을 아프지 않게 쥐었다. 살랑대는 결 좋은 갈색 머리칼이 그의 손 안에 감겼다.
마치 은기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