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해주고 싶어 41편 -->
친구들의 영양가 없는 추측을 뒤로하고, 은기는 차 안에서 간단히 간을 본 뒤 집으로 부리나케 밟았다. 며칠 못 했을 뿐인데 몸이 달아서 힘들 지경이었다. 게다가 윤수에게서 나는 정체 모를 달큼한 향과 연한 체향 때문에 얼마 없는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은기가 조용히 물었다.
“향수 뿌렸어요?”
은기와 마찬가지로 올라가는 숫자만 쳐다보고 있던 윤수가 흠칫 옆을 보았다.
“아니? 향수 안 쓰는데.”
“…….”
“왜? 나한테 이상한 냄새라도 나? 그럴 리가.”
깜짝 놀란 윤수가 제 팔에 코를 박고 킁킁 댔다. 은기는 지금이라도 당장 손을 대고 싶은 것을 CCTV를 의식해 꾹 눌러 참았다. 전에 카메라를 부수고 싶다고 했던 윤수의 심정에 지금 이 순간, 절실히 몰입이 되는 은기였다.
그는 석상처럼 서서 얼른 문 안으로 들어갈 순간만을 기다렸다. 팔짱 위로 올라온 손이 불안정하게 엇박을 타며 제 팔을 툭툭 쳤다.
“신경 쓰지마요.”
오래 누른 인내심의 여파일까. 윤수는 도착하자마자 닫은 문 안에서 붙들려서 신발을 벗지도 못 한 채로 그에게 마지막으로 얼굴 점검을 당했다.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며 은기가 맞은 부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하얀 얼굴이라 유독 상처가 더 잘 보였다.
“이제 안 아파?”
고개 숙여 살피는 은기의 얼굴이 윤수의 정면에서 기웃댔다. 살펴보느라 눈을 크게 떠서인지 색소 옅은 서클렌즈를 낀 것 같은 눈이 가까이 보였다. 눈동자마저 잘생겼다.
윤수가 내심 감탄했다. 미형의 이목구비로 조목조목 빚어 놓은 인체의 신비에 대한 감탄이기도 했다.
‘이쯤되면 이 얼굴에 적응할 때도 됐는데.’
새삼 심장에 찌르르 통증이 왔다. 맞았던 얼굴에서 오는 통증과는 또다른 성질이었다. 그가 멍하게 은기를 올려보며 중얼거렸다.
“응. 괜찮아. 아!”
문득 윤수는 눈가를 찡그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입가의 상처는 많이 나았지만 볼에 생긴 멍은 색이 변할지언정 여전히 통증이 일었다. 걱정으로 은기의 갈색 눈썹이 일그러졌다.
“안 아프다며.”
“누르면 당연히 아프지. 덜 나았으니까.”
은기가 손가락으로 아픈 곳을 이리저리 더듬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곤 그를 껴안았다.
“눌러도 안 아플 때까지 참으려고 했는데.”
윤수를 안은 팔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가 변명처럼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간도 아깝고, 기회도 아깝고, 내 인내심은 바닥났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웅얼댄 은기가 뱀파이어인 양 그의 목에 입술을 박고 빨면서 한 손은 바지를 풀었다. 한 손으로 단추를 푸는 재주 끝에 윤수의 갈색 면바지가 툭 떨어졌다.
목에 느껴지는 야릇함에도 잠시, 당황한 그가 남은 속옷을 사수한 채 버둥댔다.
“왜 이렇게 급해. 들어가서 하자니까.”
몇 걸음만 가면 거실에 너른 침대형 보조 소파까지 있는데도 그는 아랑곳 않았다. 그 몇 걸음조차의 인내조차 없었기에. 그가 흥분으로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차 안에서 속으로 애국가 완창 몇 번이나 했어요. 더는 못 참아.”
남산에 있는 이름 없는 소나무가 철갑을 몇 번이나 둘렀는지 모른다.
쿵!
대문에 등이 닿아 소리를 냈다. 머리는 다치지 않도록 은기가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이고 이리저리 키스를 퍼부었다.
높은 시선이 천천히 내려앉고, 그는 윤수의 귀를 살짝 물었다가 이마에 제 머리를 가볍게 대었다. 눈이 다시 맞닿고, 윤수는 무엇보다 코가 닿아서 간지러웠다. 입술마저 보기 좋게 도톰한 것이 웃음을 머금고 움직였다.
“싫어요? 하지 말까?”
조르는 듯한, 혹은 의중을 알려달라는 무언의 압박 사이로도 작은 키스가 이어졌다.
어느 덧 윤수의 숨도 뜨거워졌다. 그는 고개를 내저었고, 그것이 신호가 된 듯 은기의 손은 더욱 거침없어졌다. 아까 전부터 거슬리던 스웨터를 위로 벗기고 팬티 뒤 엉덩이 쪽으로 손가락을 내린 은기가 피식 웃었다.
매번 그렇듯 반들거리는 결 좋은 피부가 촉촉했다. 그는 손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미소지었다.
“이거 봐. 씻고 온 거 맞잖아.”
심지어 바디 로션까지 꼼꼼하게 발랐다. 내내 은기를 괴롭히던 달큰한 향의 정체는 과일향 로션이었다. 윤수의 뺨이 더욱 붉게 타올랐다.
“놀리지마. 그러는 너는?”
“나? 잘 알면서.”
은기가 피식 웃었다. 윤수를 만나기 전에는 어느 때든 몸을 깨끗이, 콘돔은 주머니에 상시 대기다. 물론 옷을 갈아입을 때 걸리지 않도록 때와 시간을 가려 준비하는 치밀함도 겸비했다.
“안 보여요? 이럴까봐 문 앞에 크림도 비치해 둔 거.”
그는 구두 주걱과 작은 잡동사니가 깔끔하게 놓인 현관의 거치대에서 핸드 크림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리곤 듬뿍 짤아서 손에 고루 묻혔다.
은기가 그를 끌어안은 채 한 손을 뒤로 보내 구멍을 더듬대며 찾았다. 안은 윤수의 몸이 타는 것처럼 뜨겁고 품 안에서 그는 더운 숨만 간신히 내쉬고 있었다. 지켜보던 은기가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아프면 말하고.”
그의 긴 손가락이 수월하게 구멍으로 들어가고 내벽을 긁듯 손가락 두 개가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때론 양 옆으로 너르게 벌려 구멍을 넓혔다. 핸드 크림이 끈적하게 열에 녹아 흘러내렸다.
“흣…!”
손가락이 부대끼며 나는 찌걱대는 소리에 윤수의 얼굴이 흥분으로 달아오르고, 동시에 야한 신음이 튀어나왔다. 굳이 키차이가 아니더라도 구멍을 휘젓는 능숙한 손에 점점 발끝이 치켜 올라갔다.
“하아, 하….”
정성스러운 애무에 윤수의 성기도 힘을 얻어 꼿꼿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은기의 것도 가슴팍에 뱉는 열 섞인 신음에 자극 받아 커질만큼 커져서 답답할 지경에 이르렀다.
“고개 들어봐요.”
얼굴을 들자마자 동시에 깊게 들어가는 손가락에 윤수의 눈이 커지고 신음이 날카롭게 비어져 나왔다.
“으응….”
하지만 입술을 삼킬 것처럼 파고드는 키스 속으로 말려 보챔처럼 흩어졌다. 은기의 혀가 입천장을 긁다가 그의 혀를 야하게 얽혔다. 게다가 아래가 강하게 비벼져서 위아래에서 몰려오는 쾌감의 공격에 그는 정신이 없었다. 꽉 맞물린 입술 아래 턱이 여러 번 각도를 달리했다.
아쉬운 듯 입술을 뗀 은기가 끈적대는 핸드 크림이 발린 손가락을 더욱 그의 구멍으로 밀어 넣으며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윤수의 하얀 목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솟아 있었다.
“내 것 좀 대신 내려줘요.”
용케 묻지도 않고 알아들은 윤수가 쾌감으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으면서 떨리는 손을 놀렸다. 부풀어 올라 힘들어 보이는 것을 지퍼를 열어 해방시켜 주고, 속옷까지 착실히 잡고 내렸다.
“아윽!”
그 때 은기가 전립선 부근을 강하게 누른 탓에 윤수의 어깨가 움찔움찔 떨렸다. 짧게 끊어치던 쾌감이 한꺼번에 구멍 속을 자극하는 느낌이었다. 그의 허벅지도 사정의 여운으로 잘게 떨렸다.
잔뜩 발기된 성기로 묽은 정액이 흘러내렸다. 가쁜 숨을 내쉬며 윤수는 내리다 만 바지를 놓고 그의 가슴에 이마를 기댔다.
“좋았어요?”
“응….”
윤수가 겨우 대답했다. 기어이 그에게서 절정을 뽑아낸 은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달아오른 윤수의 뺨에 키스했다.
그나마 성공적으로 벗긴 속옷 사이로 단단해진 은기의 성기가 빛을 보았다. 비록 윤수가 중간에 사정한 탓에 다 내리지도 못하고 바지는 반쯤 허벅지에 걸렸지만. 어설픈 뒷마무리는 은기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마무리 되었다.
바닥에 점점이 튄 자신의 정액을 내려보던 윤수가 결심한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이번엔 내가 해줄게.”
돌연 비장한 태도로 말하는 그를 은기가 의아하게 보았다.
“뭘?”
“기다려봐.”
그가 속옷을 마저 벗더니 은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은기는 빠르게 그가 하려는 것을 알아차리고 열로 달아오른 눈가를 손으로 쓸어 내렸다.
‘오늘 무슨 날인가?’
예기치 못한 선물을 연달아 받는 기분이었다.
‘아, 미치겠다.’
어떻게 이 사람은 존재 하나만으로도 온 몸의 피가 멎을 것 같은 숨막힘을 안겨줄까.
윤수는 얼마간 뚫어지게 은기의 성기를 응시했다. 언젠간 해주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매번 은기에게 휩쓸리느라 못하게 됐던 것을, 이번 기회에 해볼 생각이었다. 윤수가 마른 침을 삼켰다.
‘진짜 크다.’
매번 생각하지만, 정말 컸다. 모양이 예쁜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크기가 보통이 아니라 여태 이걸 어떻게 넣고 섹스했는지 인체는 늘 놀라울 따름이다.
‘이게 여태….’
길고 굵은 이 것이 엉덩이 사이를 비집고 드나들었던 것이다. 윤수는 무얼 하는지 보려는 심산인지 말없이 자신이 하는 것을 지켜보는 은기의 시선을 느끼고는 상념을 버렸다. 성기를 입에 물었지만 꽉 차서 힘들었다.
‘한 번에 안 돼.’
입이 작은 탓도 있지만 서툰 것도 있었다. 윤수는 동영상에서 본 것들을 떠올리며 끄트머리를 물고 천천히 입술을 내렸다.
혀에 우둘투둘한 질감과 핏줄이 느껴졌다. 끝까지 내려가기는 힘들어서 중간에 멈추고 있는 힘껏 빨았다가 다시 올리고, 또 내리기를 반복했다.
번들대는 것으로 젖어 들어가며 위에서 참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은기의 큰 손이 그의 머리칼을 가볍게 쥐었다가 쓰다듬듯이 살살 만졌다.
지금쯤 저 잘생긴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해진 윤수가 눈만 들어 은기를 살폈다. 그리고 조금 놀랐다.
늘 침착할 것 같던 그는 조각같이 잘 깎여진 얼굴에 열을 담고 일그러져 있었으며, 흥분과 인내를 동시에 아로새긴 단단한 복부가 흠칫대고 있었다. 턱 끝도 참으려고 하는지 살짝 진동이 일었다. 아래에서 바라본 풍경은 또 달랐다.
‘이래서 다들 하는 건가.’
사랑하는 상대를 온전히 소유했다는, 어떤 정복감을 닮은 묘한 쾌감과 가슴 뿌듯한 보람이 윤수의 가슴에 잔잔하게 번졌다.
‘더 해주고 싶다.’
윤수가 눈을 감고 집중해서 기둥을 핥기도 하고, 입에 담고 꾹꾹 내렸다. 잘하고 있는 건지 은기의 볼에 열이 깃들고, 그는 서서히 절정으로 치달았다.
윤수의 입 속이 뜨겁고 아늑한 불길 같았다. 은기가 반쯤 열기에 휜 눈으로 열심히 제 것을 사탕처럼 물고 빠는 윤수의 작은 머리통을 내려보았다.
‘아, 돌겠네.’
과일향의 바디로션과 핸드 크림의 은은한 향, 그리고 적절하게 윤수의 살내음, 정액 특유의 비릿함이 섞여 나는 통에 은기는 점점 이성이 날아갔다.
살살 쓰다듬던 손에 어느새 힘이 들어가 윤수의 머리를 쥐었다. 위로 솟구치는 사정의 기운을 느끼고 그가 윤수의 얼굴을 밀치려 했다.
윤수는 요지부동으로 밀리지 않고 끝까지 입으로 애무하려 했으나 마지막엔 기어이 은기의 힘으로 밀려났다. 그의 단단한 허벅지가 부르르 떨리고, 머리 끝까지 높은 사정감이 뛰어 올랐다.
“큿….”
결국 윤수의 얼굴에 정액이 조금 튀었다. 사정의 여운에 잠겨 있던 은기가 곧장 나른한 얼굴을 고치고 혀를 차더니 거치대에서 휴지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윤수의 얼굴에 튄 것을 닦아 주었다.
휴지를 피해 한 쪽 눈을 감는 윤수에게 은기가 한숨 쉬듯 말했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왜 이렇게 잘해요? 연습이라도 한 거야?”
윤수는 부끄러움을 누르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아예 안해 본건 아니지만 더 잘하고 싶어서 나름대로 찾아봤다.
“동영상 봤어. 기분 좋았어?”
그 순간, 짐승과 인간을 구분하는 경계가 사라졌다. 한가닥 남은 이성이 끊기고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은기가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서 뒤 돌아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