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130)

<1화>

내가 실험실에서 실험을 당하기 시작할 때, 바깥에선 이런 소문이 돌았다.

남쪽의 고귀한 녹(綠)의 지배자가 암암리에 잃어버린 딸아이를 찾는다는 소문.

푸르름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며, 청량한 공기를 아낀다는 녹의 지배자, 오브리 공작 가문의 가주는 소문대로 콧대가 아주 높았다.

그리고 거짓말쟁이기도 했다.

그는 잃어버린 딸아이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잃어버린 딸아이’를 대신할 대타를 찾고 있었던 거다.

이런 비밀스러운 사실을 대체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 직면하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말해 두지만, 내 딸은 날 닮아서 무척 똑똑하고 어여쁘고 목소리는 꼭 종달새를 닮았지. 못 하는 거라곤 없다. 그러니 내 딸의 행세를 하려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해.”

그러니까, 남자…. 아니, 오브리 가문의 공작님께서 우아하게 기울였던 찻잔을 소리 없이 내려놓으며 말했다.

‘한 살도 안 돼서 잃어버렸다며 목소리가 종달새 같은 줄은 어떻게 안담.’

순간 지적할 말이 산더미처럼 떠올랐지만, 간신히 목 안으로 삼키곤 웃어 보였다.

“네에….”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그럼 몇 가지 질문을 할 테니 답안지에 정답을 적어보도록.”

잡담은 끝났다는 듯, 오만한 명령이 내려졌다. 아쉽지만 한낱 고아인 내게 거부권은 없었다.

‘흑….’

나는 적당한 상인 가문에 입양을 가거나 귀족가에서 후원을 받아 과거와 다르게 조금 편한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이다.

‘또다시 이런 데드 플래그에 발을 들이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그래.

이 ‘오만불손’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아름다운 남자는 앞으로 몇 년 뒤에 집안이 몰살당할 비운의 인간이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이런 어린 시절로 되돌아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나는 흘러넘치려는 말을 애써 억누르며 그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네….”

“내 시험에 통과하면, 앞으로 5년간 넌 남부럽지 않은 내 딸로 살 수 있다.”

남자가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5년간, 딸이요?”

“그럼 나 같은 대단하고 엄청난 귀족의 딸로 평생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그는 나를 퍽 뻔뻔스럽다는 듯 바라보면서 본인이 훨씬 뻔뻔하게 굴었다.

이 남자가 자기애가 넘친다는 사실은 전생의 기억으로 어렵지 않게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조금 놀라웠다.

“아, 저는 그냥 후원의 형태인 줄 알았거든요.”

“한동안은 할 일이 있거든. 5년 뒤에는 유학을 간다는 형태로 후원받아 타국에서 생활하면 된다.”

남자의 설명에 나는 면접장에 온 사람처럼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면접을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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