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28)

“아흑, 으, 흑.”

그와 입술을 맞추기도 전부터 은근하게 달아 있던 그녀의 음문은 흥건해졌다. 질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비벼진 그의 손은 뜨겁게 젖어들었다. 가슴을 뜯어낼 듯 빨며 으르렁거리던 스카리가 그녀의 얼굴 가까이로 얼굴을 가져다 댔다. 스카리의 잇새로 잔 숨이 들끓는 것이 느껴졌다.

형형한 눈을 느리게 깜빡인 스카리는 살짝 혀로 입술을 핥았다. 잡아먹을 것만 같은 시선이었다. 눈을 질끈 감자, 스카리가 목 안으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애액으로 흠뻑 젖은 밀부를 비비던 그가 예고 없이 그녀의 허리를 잡아 돌렸다. 발레리아는 마치 깃털처럼 뒤집혀 양탄자를 짚고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눈 깜짝할 새였다.

어찌 된 상황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스카리가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그가 발발 떨리는 동그랗고 하얀 엉덩이를 움켜쥐며 그녀의 뒷덜미에 말했다.

“이 엉덩이까지 작군.”

“아흐응, 으.”

억센 손아귀로 붉은 손자국이 남을 만큼 세게 그녀를 주무르던 그가 애액 범벅이 된 엉덩이 골 사이를 느릿느릿 손가락으로 긁듯 문질렀다. 온몸이 흥분으로 곤두서 있던 발레리아는 그의 손끝이 질구를 스칠 때마다 허리를 움찔거렸다.

“스카리, 흐, 아흑.”

스카리는 살짝 아랫입술을 당겨 물고는 곧장 그녀의 위로 엎드렸다. 그리곤 급히 바지춤을 풀어 내렸다. 발레리아는 튕겨 나온 그의 거근이 제 허벅지에 닿는 느낌과 육중한 무게감 중 어느 쪽을 더 먼저 의식해야 할지도 알 수가 없었다.

“잠깐, 아, 자….”

숨이 막혔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강하게 잡아 벌린 스카리가 더 바짝 몸을 붙여 온다. 뜨겁고 굵직한 살덩이가 다리 사이에 꾹 눌려 왔다. 예민하고 연한 살점에 닿는 열기와 낯선 감각에 비로소 발레리아는 실감했다.

그녀는 그와 밤을 보낼 것이었다. 양탄자에 이마를 기댄 발레리아는 반사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켰다. 사실 오늘은 어쩌면 특별한 순간은 아닐 것이다. 스카리가 순순하게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했다면, 몇 달 전에 있었어야 할 과정이었다.

낯선 유르트의 풍경과 어지러운 양탄자의 무늬와 둥글게 타는 화로와 저 밖의 사람들의 목소리… 그런 것들에 에워싸인 처음은 아니었겠지만 이대로도 상관없었다. 너무나 원했다.

그의 커다란 손아귀가 그녀의 뒷머리를 잡아 눌렀다. 당황했으나, 그 순간 그녀의 다리 사이를 열어젖히는 침략의 감각에 발레리아는 내색할 기회도 없었다.

‘이게.’

신음 한 번 흘릴 수도 없었다. 숨이 쉬어지질 않을 만큼의 거근이었다. 애액에 흠뻑 젖어 그 어떤 몸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던 그녀의 다리 사이로, 생살을 갈라내는 것과 같은 아픔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아…흐, 아흑! 자….”

잠깐이란 말 한마디 뱉어 낼 숨조차 폐부에 남지 않았다. 그녀가 몸을 들썩이자 그는 그녀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붙들어 눌렀다. 그리고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거세게 허리를 쳐올렸다. 차갑던 손과 달리, 처음부터 뜨겁게 그녀의 배 속을 채운 성기에 온 살점이 할퀴어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잠시, 자, 잠….”

간신히 그녀가 한마디를 채 뱉어 내기도 전이었다. 스카리가 허리를 잡아 빼더니 다시 한번 거세게 퍽 쳐올렸다. 발레리아는 배 속의 내장이 다 떠밀려 올라가는 것만큼의 충격을 받았다. 신음도 나지 않을 만큼 꽉 차서, 옴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양탄자에 이마를 떨어뜨린 발레리아의 입술이 신음 없이 벌어졌다. 금갈색 눈동자는 충격으로 뒤흔들렸다. 그토록 촘촘하게 온몸을 휩쓸던 흥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우악스럽고 거대한 침략에 겁에 질렸다.

꾸욱. 배 속을 꿰뚫을 듯 깊숙이 그가 파고들었다. 그의 것을 자신이 머금었다는 만족감조차 음미할 여념이 없었다. 발레리아는 흐느끼듯 어깨를 들썩이며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아흑! 잠깐, 스카리, 기다리, 기, 스카… 흑!”

하지만 스카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들리지 않거나, 그것도 아니면 듣고도 흘리고 있거나.

죽을 것 같았다. 스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발레리아는 정말로 저자가 지금 저를 죽이려 드는 게 아닌지 의심해야 했다. 그는 한 손으로는 그녀의 목덜미를 달아나지 못하도록 누른 채였는데, 장담컨대 발레리아는 달아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성기에 찔린 그녀는 창살에 꿴 물고기보다 더한 구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 흐, 으! 응! 흐윽!”

핏대가 선 거근이 애액으로 흠뻑 젖은 질구를 푹푹 찌르고 들어왔다. 한계까지 열어젖히는 선단은 내벽을 짓이기는 듯했고, 놀란 질벽을 긁으며 빠져나가는 몸짓은 매정하기까지 했다. 철썩철썩.

“아흐, 으, 흑!”

양탄자를 긁어 쥔 발레리아는 정신없이 그의 무게에 들썩였다. 얼마간 거침없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성기를 찔러 넣고, 빼내는 일련의 기계적 과정을 반복하던 그가 살짝 인상을 썼다. 힘이 잔뜩 들어가 굳어진 그녀의 동그란 엉덩이를 한 손으로 주무르던 그가 가볍게 엉덩이를 때렸다. 곤두서 있던 발레리아가 흐느끼듯 몸을 들썩였다.

“아흑! 말다, 하지, 하지, 말….”

“힘을 빼.”

스카리의 열기는 그 숨으로 드러냈다. 낮게 끓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세게 그녀의 안에 성기를 찔러 넣더니, 그 뿌리까지 휘감는 조임을 느끼며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는 미친 듯이 움직이고 싶었다. 이 여자의 사이가 헐도록 개처럼 처박고 싶었다. 하지만 작고 동그란 엉덩이 사이로 숨겨져 있던 길은 너무 좁아서, 그는 그녀가 자신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꽉 맞물린 흥분한 성기를 억세게 죄는 그녀의 질벽은 어지러울 만큼 그를 흥분시켰다.

그러나 발레리아는 꼼짝도 않고 엎어진 채 신음 섞인 숨만 쌕쌕 뱉고 있을 따름이었다. 스카리는 얼마간 참아 누른 흥분이 정수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자, 타협을 포기하고 그녀의 한쪽 허벅지를 강하게 밀어 올렸다. 그리고 더 거칠게 그의 성기를 찔러 올렸다.

“아흑! 으! 응!”

너무 과하게 조인다는 것만 빼면, 정신이 나갈 것처럼 만족스러운 몸이었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었던 발레리아는 그의 몸짓에 튕길 때마다 양탄자에 얼굴이 쓸릴 만큼 들썩이며 간신히 흐느껴 말했다.

[아파…!]

그러는 순간에도 그녀의 아랫배를 꿰뚫을 듯,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육중한 무게감이 내장을 밀어 올린다. 그가 들락날락하는 것은 단순한 성교가 아니라 침략이었다. 눈물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처음으로 도망치고 싶어졌는데, 허리를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취기마저 완벽하게 달아나 메스꺼움마저 일어났다.

나 이대로 못 해. 나 이거 못 해.

하지만 그녀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알았던 말도, 몰랐던 말도, 한마디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프니 잠깐만 멈추라는 그 쉬운 표현조차 소거당하여 터져 나오는 건 그자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들뿐이었다. 애처롭게 손을 더듬어 그녀의 뒷덜미를 누른 스카리의 손등을 움켜쥐었다.

[아흑! 스카리, 아파, 아프니까, 흑, 아으! 살살, 아응! 멈춰. 아니, 멈….]

하지만 스카리는 그녀의 손짓을 명백히 다르게 이해한 것이 분명하다.

[아파!]

그는 겹쳐 오는 그녀의 손등을 감싸 쥐더니, 그물처럼 손가락을 걸어 양탄자 위에 대고 눌렀다. 철썩철썩. 그러는 동안에도 겹쳐 오는 허릿짓은 점점 더 거세어졌다. 아무리 젖어도 소용없는 몸짓이었다. 불붙은 것처럼 뜨거운 다리 사이로 느껴지는 것은 아픔뿐이었다.

[아프다고, 아파, 잠깐만, 멈춰 봐, 잠깐만, 아파…!]

발레리아는 결국 얼굴을 처박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

“스카리, 나, 죽다, 나, 죽…. [아파!]”

울음이 끝내 앙칼진 고함이 된 후에야 스카리의 움직임이 멎었다. 푸욱, 누르며 들어오던 그의 성기가 깊숙한 곳에서 멈추는 게 느껴졌다. 발레리아는 노래진 머릿속을 어찌 감당조차 하지 못한 채로 그가 멈췄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으으’ 하고 울었다. 진짜 이 남자 뭐지? 대체 저 물건 뭐지? 두려울 지경이었다.

‘……?’

거친 숨을 몰아쉬던 스카리가 살짝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녀를 내리누른 스카리의 손에 힘이 빠졌다. 발레리아가 양탄자에 얼굴을 박은 채로 흐느꼈다.

[아파, 아프다고! 이게, 무슨 짓이야? 침실 매너 같은 거 모르니? 첫날밤을 이런 식으로 보내는 남자가 어디 있어? 너 미쳤어? 너 진짜…!]

발레리아는 제가 뭐라 하는지도 모른 채로 계속해 원망을 씹어 뱉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스카리는 살짝 어깨에 힘을 빼고는, 천천히 그녀의 머리칼을 쥐어 젖혔다. 부드러운 힘에 이끌리듯 고개를 든 발레리아는 허리를 숙이고 그녀를 들여다보는 스카리와 눈이 마주쳤다. 청회색 눈동자가 약간의 의혹 어린 눈길로 그녀를 탐색한다. ‘그럴 리가.’ 하고 확인하려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발레리아의 분노는 폭발했다. 너만 좋아서 흔들면 다냐고, 마구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발레리아가 온 힘을 다해 윗몸을 틀어 그의 어깨를 마구 때렸다.

[이 나쁜 새끼, 귀가 있으면 뭐라고 하는지 듣고, 눈치가 있으면, 좀…!]

스카리는 석상처럼 그녀의 솜방망이 주먹을 맞아 주었다.

흠뻑 젖은 발레리아의 얼굴에서 그는 조금 전의 흥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 자각은 다른 형태로 이어졌다.

양젖처럼 뽀얗던 얼굴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어 눈물범벅이 되었다.

“으, 으.”

뇌리 안으로 뱅뱅 도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숨을 낮춘 그는 포복한 사냥꾼처럼 조용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의 성기가 그녀의 안에 묻혀 있었고, 그녀는 그를 머금고 있다는 것마저 잊힐 만큼의 고요였다.

약간의 시간을 할애한 후에야 스카리는 그녀가 했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의 의미를 짐작해냈다. 그의 입가에 웃음이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아.’

당황이 전혀 없다고는 않을 것이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성기는 말의 것에 비견할 만큼 컸고, 발레리아는 그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몸을 가진 여자였다. 그가 생각지 않은 건 손장난만으로도 흘러내린 애액에 범벅되어 사내를 바라던 음문이 결과적으로 그를 받아 내기에는 많이 좁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섹스에 있어 이런 성가시고 세세한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지라, 설사 그렇다고 해도 멈출 이유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솟아난 울음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조그맣고 귀여운 얼굴이 사랑스러워서 성가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스카리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자 발레리아의 고개도 따라 기울어졌다. 그녀는 마치 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까 봐 겁먹어 온 신경을 그에게 집중한 모양새였다. 이 순간 그녀가 지독하게 사랑스럽다 생각했다.

웃음을 참은 스카리는 거친 숨을 내리누르며 등을 구부려 그녀의 뺨을 핥아 올렸다. 눈물의 짠맛이 달았다. 저원의 모든 여자가 이렇게 달콤하지는 않을 테니, 이 여자가 사랑스러운 것일 터다.

“아팠나?”

발레리아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말을 들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런 그녀를 보며 웃을 듯 찡그린 스카리가 다시 물었다.

“아파.”

“흐으, 으.”

“아파.”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두 번 더 반복했다. 발레리아는 눈물 그득한 눈을 깜빡이며 홀린 듯 ‘아파.’ 하고 따라 말했다. 흐트러진 은발 사이로 흥분을 억누른 청회색 눈에 온기가 핀다.

목울대를 잠시 떤 스카리가 그녀의 뺨을 물며 나직이 속삭였다.

“아팠어.”

언제 그렇게 거칠었느냐는 듯 어린아이를 다독이는 것 같은 어조다. 아픔이 잊힐 만큼 달콤하였다. 스카리는 다시금 죄어 오는 그녀의 내벽을 느끼고 미미하게 턱을 저었다. 발레리아는 아랫입술을 당겨 물었다.

빼면 안 되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갑자기 서러웠다.

양 끝이 처지는 그녀의 눈썹을 반쯤 내리깐 눈으로 바라보던 스카리가 그녀의 눈꼬리를 쓸어 올렸다. 그러고는 그 눈꼬리에서 시작하여 눈꺼풀과 미간까지 부드럽게 핥아 올렸다. 어미 짐승이 새끼를 핥아 올리는 것처럼.

얼마간 제법 정성이 느껴진다 싶을 만큼 핥던 그가 서서히 몸을 빼냈다.

“아흑… 으.”

숨 막히도록 꽉 차 있던 성기가 빠져나가자, 배 속이 허망할 정도로 비었다. 발레리아는 잇새로 힘을 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스카리는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웃었다.

“아.”

아픔이 가시고 나자 실낱만큼의 이성이 되돌아왔다. 서럽고 우울해졌다. 그녀는 스카리와 말도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몸까지 안 맞았다. 아무리 좋아도 감당이 될 정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그녀의 옆에 모로 누운 스카리는 꼭 감상하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근육질 가슴과 이어진 단단한 쇄골이 느리게 오르내린다. 얼마간 그를 바라보던 발레리아는 몸을 틀어 그의 굵은 목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흐으….”

가볍게 그녀를 받아 낸 그가 그녀를 바르게 돌려 누인 후, 다시 혀로 그녀의 뺨을 핥고, 입술을, 콧날을 핥으며 웃었다. 이 야만인이 지금 웃음이 나는 건가 싶어 속이 울컥했다.

“곤란하군. 네가 뭐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스카리가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말했다. 곤란한 건 말도 안 통하는데 몸도 안 맞는 공주의 연애사다. 발레리아는 울상으로 뇌까렸다.

그의 손은 가볍게 젖꼭지 언저리를 맴돌더니, 서서히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경험으로 체득된 당혹감에 그녀의 몸은 미모사처럼 움츠러들었다.

“아파. 흐, 으.”

“아파.”

보일 듯 말 듯 웃은 스카리가 그녀의 다리 사이를 어루만졌다. 투박한 손끝이 그녀의 음핵을 쓸 듯 문지른다. 발레리아는 힐끔 눈을 내렸다. 여전히 발기해 있는 그의 성기가 그녀의 눈에 들었다. 아득할 만큼 큰 물건이었다. 저걸 그렇게 마구잡이로 제게 찔러 댔다 생각하니 갑자기 다시 원망스러워졌다.

발레리아가 그의 어깨를 짝 소리가 나게 때렸다.

살짝 눈살을 찡그리던 스카리는 입술을 앙다문 그녀의 금갈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피식 웃으며 다시 그녀의 입술에 입 맞추었다.

스카리는 본능적인 삶을 살아왔다. 노즈윈드인들의 삶이란 으레 그렇다. 그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는 이는 어디에도 없다. 지상을 불 밝히는 그들의 여신이 허락한 그들의 권리였기 때문이다. 하여 그를 스스로 억누르게 만드는 이런 성교는 처음이었다.

말 한마디 없이, 발레리아는 그에게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아니, 되레 나눌 수 있는 말이 없기에 더 자세히 그녀를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손가락이 긴장한 질구를 스칠 때마다 옴찔옴찔 놀라던 발레리아는 여전히 애액으로 뒤덮여 있었다. 스카리는 찌걱찌걱 울리는 마찰음을 음미하듯 들었다.

얼마간 그녀의 음문과 음핵을 부드럽게 눌러 문지르자, 발레리아의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얕은 숨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 으, 응.”

발레리아의 얼굴이 다시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저원인들은 살결이 하얘서, 조금만 핏기가 돌아도 이토록 눈에 띄었다.

발레리아는 뚫어질 듯 저를 바라보는 스카리의 시선을 피해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다리 사이를 지분거리는 그의 손은 투박하고 딱딱했지만 몸짓만은 부드러웠다.

그의 손끝이 야릇한 것인지, 코앞에서 내려다보는 이 검독수리를 닮은 남자의 눈이 야한 건지 모르겠다. 액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서서히 재기하는 아랫배의 열기에 발레리아는 어쩔 줄 모르는 기분으로 입술을 당겨 물었다.

“읏.”

부드럽게 음핵을 비비던 그의 손가락이 서서히 틈새를 벌리며 미끄러져 들어왔다. 우악스러운 몸짓에 시달려 발갛게 부푼 질구는 반사적으로 오므라졌다. 스카리는 거침이 없었다. 그의 굵고 투박한 손가락이 제 안을 서서히 파고드는 것을 느낀 발레리아가 그녀도 모르게 턱을 젖히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아으… 응.”

그는 느리게 그의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질컥거리는 소리가 의식될 때마다 왈칵왈칵 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스스로 느껴질 정도였다.

“흑.”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한 손으로는 그녀의 다리 사이를 쑤시며, 한 손으로는 그녀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골반을 눌러 잡았다. 부드럽게 내벽을 찌르고 빙글빙글 돌리며 깊숙이까지 파고드는 이물감에 발레리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스카리의 나직한 물음이 닿아 왔다.

“아파.”

발레리아는 얕은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프기는커녕 좋았다. 좋아서 더 미칠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런 원망도 아직 조금은 남아 있었다. 이자를 좋아하게 되어 버린 이상, 공주 자신의 수준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그를 미개하다고 폄하하고 싶지 않았으나, 이 미개한 야만인은 순서조차 없는 게 분명했다. 시작 전에 있어야 할 애무가 왜 이제야 후행되는 것이냐는 말이다. 물론, 그의 크기는 애무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듯 보이지만.

그의 손가락이 하나 더 그녀의 안을 비집고 들어오자, 발레리아는 그녀도 모르게 눈을 회동그래 뜨고 숨을 참았다. 하지만 질컥질컥 울리는 소리는 멈춤이 없었다. 밭게 헐떡인 발레리아가 다리를 더 넓게 벌리며 한 손으로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으, 흐, 으.”

그의 성기에 찔릴 때는 아파 죽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좋아 죽을 것 같았다. 몸이 흥분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안을 들락날락하는 두 개의 굵은 손가락은, 그 안에서 벌어졌다가, 부드럽게 쓸어 문질렀다가, 위아래 가리지 않고 애액을 긁어냈다.

“아, 흑. 스카리, 아.”

그의 손장난은 허리를 비틀 만큼 흥분하여 숨이 넘어갈 즈음에야 끝났다. 그의 손가락이 쑤욱 빠져나갔다. 발레리아는 헐떡이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숨은 거칠었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은 미치도록 야했다. 발레리아는 손을 뻗어 그의 은발을 갈퀴처럼 세운 손가락으로 감아쥐었다.

그가 마주 본 그대로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발레리아는 그녀도 모르게 다시 긴장했다.

“읏.”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애액 범벅이 된 손으로 잡아 벌렸다. 그러고는 반쯤 내리깐 눈동자로 그녀의 체모 아래 오므라진 분홍빛 질구를 내려다보았다. 이 이상 젖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울 만큼 흠뻑 젖은 질구가 옴찔거렸다.

그가 처음처럼 곧장 넣을까 다시 얼어붙었던 그녀의 긴장이 풀릴 만큼 오랜 시간 그 시선이 이어졌다. 발레리아는 약간 부끄러워져서 허리를 살짝 틀며 손을 내려 가렸다. 하지만 스카리는 잠시 아랫입술을 혀로 핥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밀어냈다.

“저, 어, 잠깐, 기다리….”

“쉬이.”

축축하게 젖은 체모 아래 불거진 그녀의 돌기를 손끝으로 애무한 스카리가 천천히 몸을 붙여 왔다. 발레리아를 겁에 질리게 만들었던 그 거근의 선단이 질구에 닿았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뜨거웠지만 반길 수는 없었다.

“스카리, 흐으.”

그는 옴찔대는 그녀의 질구에 선단을 느릿느릿 문지르기 시작했다. 흘러나온 애액이 그의 부드러운 선단과 기둥을 금세 번들번들하게 만들었다. 발레리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밭은 숨만 몰아쉬었다. 그는 꽤 오랜 시간 그의 선단을 그녀의 음문과 음핵에 비비며 문지르기만 했다. 벌어진 분홍빛 질구 사이로 선단 끝이 침범할 듯 눌리다가도, 발레리아의 숨이 죽으면 다시 빼냈다.

“아, 흐, 으응. 아흑.”

발레리아의 긴장이 완전히 풀어지고도 모자라 흥분으로 다시금 정신이 아득해질 때까지 그런 행위는 반복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발레리아는 되레 애가 타기 시작했다. 죽을 것 같았던 통증도 까맣게 잊었다. 발레리아는 끝내 스스로 더 넓게 다리를 벌리며 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스카리는 기다렸다는 듯 엉덩이를 밀어 올렸고, 좁디좁은 질구는 꾸역꾸역 다시 벌어지다가, 어느 순간 쑤욱 그의 성기를 완전하게 머금었다.

“으… 흣.”

물론, 후행된 애무가 발레리아의 이 순간을 행복하게 해 준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호흡을 잊을 만큼의 압박감이 아랫배부터 시작되었다. 발레리아는 그녀도 모르게 가슴을 크게 오르내리며 스카리의 목을 더 꽉 끌어안았다.

버섯처럼 굵직한 선단이 강제로 내벽을 열어젖히는 감각, 선단이 연 길을 따라 내벽을 위아래, 좌우 가리지 않고 맞무는 기둥의 묵직함, 자궁까지 닿을 듯 깊숙이 찔러와, 그 뿌리 근처까지 삼켜진 후에야 그가 멈추었다. 아랫배를 가득 채우는 팽만감이 적나라했다.

“아흑.”

그래도 이번엔 낫다. 발레리아는 최소량의 안도로 떨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애무 때문인지, 자세 때문인지, 그가 조금 더 부드럽게 움직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따위 걸 생각할 여념도 없지만 어쨌거나 죽을 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그와 그녀는 종이 한 장 들어갈 틈 없이 맞붙었다.

스카리가 떠는 그녀의 목덜미를 핥아 올리며 웃었다. 그러면서 작은 엉덩이를 주무른다. 흥분과 긴장으로 경직되어 있던 그녀의 몸은 그의 손길에도 쉽게 반응했다. 옴찔 조이며 액을 줄줄 쏟아 내는 그녀를 느낀 스카리가 쇳소리처럼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 정도로 참아 줬으면.”

“…흐으, 으.”

“울지 말고.”

귓가를 맴도는 거친 숨이 그녀를 애타게 했다. 그녀는 스카리의 뺨을 당겨 입 맞추었다. 입술이 맞물리는 것을 신호로 스카리가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칠지 않은 몸짓이었다. 언제 그토록 마구잡이로 그녀를 쑤셔 댔었느냐는 듯, 마치 점잖은 신사처럼 부드럽게 앞뒤로 움직여 그녀의 내벽에 자신을 비빈다.

“아흐, 으, 응.”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녀는 서서히 그의 몸에 익숙해지는 것을 느꼈다. 최소한, 그의 것이 배 속 깊이까지 파고들어 비로소 그와 몸을 맞물리고 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인지할 만큼은.

“으응. 으, 흑.”

발레리아는 거칠어지는 그의 숨을 느끼며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낮았던 그의 체온은 뜨거웠고, 턱 아래로는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에게 매달린 채, 흔들림에 몸을 맡겼을까. 흥분은 점점 더 고양되었고, 신음은 점점 밭아졌다.

“아흐, 으, 아….”

실낱같은 이성마저 끊어졌을 때 발레리아는 종아리로 그의 엉덩이를 세게 당겨 붙였다. 그녀를 안은 채로 느릿느릿 엉덩이를 쳐올리던 그가 욕망에 젖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발레리아가 갈급하게 호소했다.

[흑, 나한테 키스해. 키스해. 스카리.]

스카리는 입술을 맞대어 왔다. 제 이름 말곤 알아듣지도 못했을 터이면서. 그녀는 정신없이 그의 입술을 빨고 혀를 쫓았다. 혀와 혀가 뒤엉키고, 호흡이 고양될수록 그의 허릿짓은 점점 더 커졌다.

“아, 으, 으! 으흑!”

깊숙이 찌르고, 빠져나가고, 다시 찔러 오는 그가 좋았다.

“흐, 으, 아흑!”

다리 사이에서 시작된 흥분은 서서히 미간 언저리로 모여들어, 이내 눈앞을 흐릴 만큼의 절정과 쾌감이 되어 그녀를 덮쳤다. 발레리아는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온몸에 힘을 주었다.

“아! 아읏!”

스카리는 그녀의 내벽이 경련하며 조여 오는 순간, 거세게 몸을 쳐올려 깊이 구겨 넣으며 작은 신음을 흘렸다. 그의 엉덩이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깊숙이까지 비집고 들어온 그의 성기가 꺼떡대며 뜨거운 것이 배 속으로 번졌다.

쉼 없이 울컥울컥, 토해 내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발레리아는 그의 사정이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그의 목을 감은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숨이 차도록 가슴이 뛰었다. 포식 후의 배부른 짐승처럼 만족스러운 듯 웃은 그가 몸을 빼냈다.

다물리지 못한 질구를 따라 희멀건 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스카리는 정액투성이가 된 그녀의 틈 사이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 놀리듯 긁어내렸다. 그러고는 끈적하게 젖은 손가락을 헐떡대는 그녀의 입술에 대고 눌러 쓸었다.

비릿한 내음이 번져 왔다. 얕게 숨을 헐떡이던 발레리아가 입술을 벌려 붉은 혀끝으로 그의 손끝을 핥았다. 비릿한 액으로 젖은 투박한 손마디를 입술로 물고 천천히 빨았다.

“이런.”

스카리의 눈썹이 살짝 들리며 얕은 주름이 팬다. 짧게 숨을 끊어 쉬고,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하단 듯 이를 드러내며 웃은 그가 다시 그녀의 위로 엎드렸다.

“발레리아.”

그러고는 갸름한 그녀의 턱을 으스러뜨릴 듯 쥐고 열린 입술을 물었다. 어느새 다시 발기한 그의 것이 두 번째로 그녀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재개된 열락의 시간은 처음보다 길었다. 그녀는 그의 입술에 매달린 채로, 그녀는 그가 토해 내는 두 번째 사정을 받아 냈다.

눈 내리는 시월의 밤이었다.

낡은 가죽의 냄새가 가득한 어느 유르트에서, 침대 아닌 양탄자 위에 널브러져, 벽난로가 아닌 화로의 열기에 의지하여, 축제의 소란스러운 열기를 뒤로한 채 로리아의 세 번째 공주는 작은 거인의 품에 몇 번이고 짓이겨졌다.

황홀한 야만의 세계였다.

***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는 채로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처음 보인 건 유르트 안을 돌아다니는 낯선 사람들이었다. 스카리와 두 명의 전사가 화로에 불을 때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널찍한 스카리의 등이 보였다. 대강 여민 바지만 입은 그는 반쯤 그녀를 등지고 있었는데, 감이 좋은 건지, 제가 너무 뚫어져라 본 것인지, 금세 알아차리고 돌아보았다.

반쯤 잠에 취해 있던 발레리아는 불현듯 떠오르는 간밤을 상기하곤 발갛게 볼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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