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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외전> (4/46)

<짧은 외전>

“사랑이 뭐야?”라고 재헌이 물었을 때 사람들은 다양한 답을 들려주었다.

먼저 기준은,

“내 인생에 절대 없는 것.”

이라는 시크한 답을 내놓았다. 그런 기준이 그 대답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흔 살의 나이에 첫사랑에 빠졌다. 재헌과 동갑인 딸이 하나 있는 미혼모와 사랑에 빠져 3개월이란 최단 시간 내에 결혼까지 해치운 그였다.

그나마 기준의 아버지가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게 다행이라며 아빠가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 안 그랬으면 기준이 아마 세상을 떠나게 됐을 거라는 말과 함께.

엄마인 해원에게 사랑이 뭐냐고 묻자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가 세차게 두근거렸다가, 따뜻해지는 거.”

심장 부근을 어루만지며 하는 해원의 말에 재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차게 두근거려? 여기가?”

“응. 그 사람을 보는 순간 알게 돼. 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됐구나, 하고. 머리보다 심장이 더 빨리 반응을 하거든.”

엄마의 설명에도 재헌은 쉽사리 사랑이란 감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재인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이번엔 아빠인 인우에게 사랑에 대해 물어보았다.

“윤해원.”

“엄마?”

“응. 나한테 사랑은 너희 엄마야.”

이래서 사람들이 아빠를 팔불출이라고 하나 보다, 생각하며 재헌은 고개를 내저었다. 어쨌든 사랑이란 건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았다. 사람마다 대답도 다 달랐고, 느끼는 것 또한 다 달랐다.

“도대체 사랑이 뭐지.”

일곱 살답지 않은 고민을 하며 재헌은 읽고 있던 사랑에 관한 동화책을 덮었다. 세상에 모든 지식이 다 들어 있다는 책을 읽어도 그 감정이 무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달 후, 기준의 손을 잡고 수줍은 얼굴로 자신의 집에 놀러 온 한 여자아이를 보는 순간 재헌은 알았다. 사랑이 무언지. 엄마 말처럼 보는 순간 바로 알 수가 있었다. 심장이 세차게 두근거렸고, 세상에 모든 빛이 그 아이 주변으로 반짝이는 것 같았다.

“삼촌 딸이야. 이름은 한유나. 앞으로 친하게 지내.”

기준의 말에 재헌은 초롱초롱하게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수줍은 얼굴로 유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제 손을 붙잡는 유나의 손은 무척이나 자그마하고, 따뜻했다. 그 손을 붙잡는 순간 재헌은 결심했다. 이 손을 절대 놓지 않겠다고.

아빠인 인우보다 더한 사랑꾼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 사랑을 이루는 건 아주 먼 훗날이었지만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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