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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1002)화 (1,002/1,004)

1002화 전쟁터의 금기

짧은 며칠 만에, 북요인들은 육장봉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대경실색했다.

또한 육장봉의 도살자 명성은 북요 전체에 널리 퍼졌다.

"대장군, 더 이상 죽여서는 안 됩니다. 더 죽였다가는…… 대장군의 명성이 아주 추락할 것입니다. 이제 주나라에 돌아가면 문관들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군대 장군들은 육장봉의 심복이든 아니든, 모두 더는 북요의 백성들을 학살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북요 병사는 얼마를 살해하든지 누구도 아무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요 평민을 죽이는 것은 설령 모두 장년 남자라 할지라도 전쟁터의 금기를 위반한 것이었다.

계속해서 이렇게 학살한다면, 육장봉의 잔학무도함은 천하에 알려질 것이다. 그러면 육장봉이 북요를 함락해, 불세출의 공을 세우더라도 황제는 그에게 상을 내릴 수가 없었다.

심지어 조정에서는 민심을 수습하고, 평민 학살이 조정이 아닌, 육장봉의 독선적 결정이라는 것을 백성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육장봉을 죽여 백성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 할 수도 있었다.

북요를 함락한 뒤, 수십 년간 더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정은 꼭 육장봉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명성이 필요 없다."

육장봉은 사람들이 모두 호의를 가지고 그를 설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에게는 타인의 호의를 받아야 할 의무가 없었다.

현음 장공주는 월령안이 죽기를 바라며 역시 그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런 호의를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군인의 직책은 복종이다. 너희들은 명령에 복종만 하면 된다. 명령을 듣지 않겠다면 물러가라."

육장봉은 전쟁터의 제왕이자 군대의 패자였다.

그의 군대에는 오직 한 가지 목소리만 필요했다. 바로 육장봉의 목소리였다.

육장봉은 주변 사람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살 정책을 강행했다.

무릇 성곽이나 부락을 함락하면 가장 빠른 시간에 부락의 장년을 모두 죽이고 부녀자와 아이들만 남겼다.

처음에 일부 부락에서는 반항하려 했다. 하지만 반항의 결과 부락 전체가 멸족되었다. 남녀노소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어떤 병사는 차마 손쓰지 못해 육장봉에게 빌었다.

그러나 육장봉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북요의 기병이 우리 주나라 백성들을 죽이고 어린아이와 여인들을 죽였었다. 너희들은 여기서 북요의 여인과 아이들을 동정하는구나. 북요 기병에 죽은 이들이 너희 여동생, 아내, 딸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냐?

북요는 모든 사람이 다 군대다. 이 아이들이 성장하면 모두 선조들의 길을 뒤따를 것이다. 주나라에 쳐들어와 마을을 도살하고 사람을 죽일 것이다. 너희들은 아직도 그들을 동정할 것이냐? 북요 기병이 주나라에 쳐들어와서 한 일을 우리는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런 것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지."

육장봉은 한마디, 한마디 연이어 내뱉었다. 마치 높이 군림하고 있는 제왕과도 같이 경멸 어린 눈빛으로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는 적에게 칼도 못 휘두르는 사람을 아주 멸시한다고 소리 없이 말해 주었다.

"대장군, 저희가 틀렸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주나라 병사들은 육장봉의 말에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그 뒤로 그들은 더 망설이지 않았다.

육장봉이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부락의 장정들을 참수하고, 만약 반항하면 멸족을 시켰다.

주나라의 병사들은 전에 인자하고 친근하던 기풍을 던져 버렸다. 지금 그들의 잔혹성은 북요인들 못지않았다.

북요인들은 줄곧 '인의의 군대'의 길을 걷던 주나라 군대가 이처럼 잔혹하게 변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겁을 먹고 반항할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

심지어 한 큰 부락은 육장봉이 병사를 이끌고 성을 공격하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성문을 열고 항복했다.

성안의 귀족과 평민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주나라 군대의 입성을 맞이했다.

육장봉은 병사를 거느리고 입성했다. 그리고 성안의 병사를 포함해,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다.

그는 행동으로 북요인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는 비록 잔혹하지만 그의 잔혹함은 오로지 그에게 반항하는 자에게만 한한 것으로, 말을 잘 듣기만 하면 학살하지 않을 것임을 알려 주었다.

누군가 물꼬를 트자, 뒤이어 여러 부락에서 육장봉이 공격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성문을 열고 주나라의 군대를 무릎 꿇고 맞이하며 항복했다.

물론 반항하는 부락도 있었다. 그리고 반항자의 말로는 바로 멸족이었다.

살인에 있어서 육장봉은 한 번도 마음이 여린 적이 없었다.

육장봉의 잔인한 공격 아래, 북요의 부락과 성곽은 끊임없이 함락되어 주나라의 영토가 되었다.

경계비를 메고 다니는 병사들은 매일 경계비를 짊어지고 동분서주했다. 그들은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만끽했다.

북요 대부분 부락의 '협력' 하에 육장봉의 공성(攻城)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보름 뒤, 육장봉은 대군을 이끌고 북요의 상경을 공격했다.

이때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서, 주나라와 북요의 일전은 이미 승부가 갈렸다.

심지어 소식이 변경에 전해지자, 변경의 백성들은 이미 축배를 들기 시작했다. 황제마저 연거푸 육장봉은, 주나라 내지 황제 자신의 축복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육장봉은 이 전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월령안은 여전히 월진절의 수중에 있었다.

월령안을 잃었는데, 그가 천하를 얻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 * *

북요 상경.

성문 밖, 주나라 오십만 대군은 마치 예리한 칼처럼 성 밖에 깊이 박혀 있었다. 육장봉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그들은 목숨을 걸고 앞으로 진격해 손에 든 예리한 칼로 북요 상경의 성문을 가를 것이다.

그들의 맞은편에는 북요의 군대가 있었다.

무려 십만 명은 되었다.

양군이 대치하자 살기가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공기는 마치 불을 댕기면 확 불타오를 정도로 백열화되었다.

쌍방은 모두 적개심에 찬 눈초리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분위기는 무겁고 숙연했다.

그러나 명령을 받기 전에는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군마를 포함해서, 아무 기척도 내지 않았다.

성벽, 월진절은 하얀 여우 털 망토를 걸치고 바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린 소년은 고결하고 순진한 것이, 성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꼭 마치 놀러 나온 귀공자 같았다.

그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두 여인이 십자 형틀에 묶여 있었다.

긴 머리가 두 여인의 얼굴을 가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몸매로 보아, 그중 하나는 월령안, 하나는 현음 장공주임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육장봉은 월령안이 선물한 조야옥사자를 타고 있었다. 그의 뒤로 친위대 열두 명이 일자로 서 있었다.

팔이 하나 없는 육삼도 왔다.

"육장봉, 드디어 왔군요.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월진절의 목소리가 성벽에서 날아왔다.

"다들 당신을 대영웅이라 하더군요. 주나라의 전신이고 하늘의 신이 내려온 거라고 하던데. 참 아쉬워요. 저에게는 전신의 풍채를 볼 기회가 없네요."

이 순간, 상경 성문에서는 세찬 바람 소리 외에 오직 월진절의 목소리뿐이었다.

소년이 복어로 내는 목소리는 샘물처럼 맑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감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육장봉은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가 차갑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월령안을 놓아줄 것이냐?"

"당신은 지금 월령안만 놓아 달라고 한 것인가요? 다른 하나는, 당신의 생모이자 주나라의 현음 장공주예요. 당신은 어머니의 생사를 상관하지 않을 수 있는가요?"

월진절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정확하게 두 사람이 매달려 있는 형틀 쪽을 가리켰다.

"당신이 이렇게 잘 싸우는 것을 보아, 두 여인 중에 하나만 선택하게 할게요. 그럼 내가 그 사람은 놓아줄 거예요. 다른 하나는 물론 죽어야 하죠."

"월령안을 놓아줘."

육장봉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

"다른 하나는 당신 생모라고요. 주나라의 공주로서 주나라의 강산과 사직을 위해 큰 공을 세운 현음 장공주이시라고요. 당신 확실하게 결정했어요. 월령안을 선택하고 현음 장공주를 선택하지 않는 거? 확실한 거예요? 당신 등 뒤에 있는 병사들…… 그들은 허락할까요?"

월진절은 비웃듯이 괴이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육장봉은 그의 말에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월령안이다."

그리고 그의 등 뒤 군대도 월진절의 유혹과 선동을 듣지도 못한 듯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주나라군 중 유일한 신이자, 유일한 목소리군요. 육 대장군은 과연 군대 훈련을 제대로 시켰구나. 아쉽네요……."

월진절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탄식하는 듯하더니, 다음 순간 얼굴빛을 바꾸며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현음 장공주를 죽여라!"

그의 명령은 그의 사람들에게 한 말이자 주나라의 군대들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슈욱!

월진절의 사람은 활을 날려 형틀에 매달린 현음 장공주와 흡사한 여인을 죽였다.

그러나 주나라 군대는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재미없어."

월진절은 예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어린애가 욕구를 만족하지 못해 저도 몰래 투정을 부리는 듯했다.

"이제 그만 월령안을 놓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육장봉이 일깨워 주었다.

월진절은 악랄하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고모야말로 내 가장 중요한 패인데. 제가 왜 그리 쉽게 놓아주겠어요."

"그렇다면 싸우자."

육장봉은 형틀에 묶인 월령안을 힐끗 보았다.

그랬다. 설령 얼굴이 안 보여도, 설령 원진절이 일부러 진위를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아도, 육장봉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형틀에 묶인 사람은 원령안이 확실했다.

다른 하나는?

그는 현음 장공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한눈에 그 여자가 현음 장공주가 맞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생부가 죽은 척하고 현음 장공주 곁에 남아서 줄곧 몰래 보호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있는 한, 현음 장공주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설령 현음 장공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해도 그의 책임은 아니었다.

육장봉은 검을 빼 들고 하늘을 가리켰다.

"싸우려고요? 저는 기어코 당신의 뜻에 따르지 않을 건데요."

월진절은 형틀에 묶인 월령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전히 긴 머리가 드리워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육장봉, 현음 장공주가 가짜라는 것을 알아봤군요. 그럼 당연히 월령안은 진짜라는 걸 알겠네요."

월진절의 말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월령안의 뒤에서 지키고 있던 사람이 그녀의 목을 확 잡더니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그녀의 입에 약 한 알을 넣어 주었다.

월령안은 천천히 깨어났다. 눈에는 잠깐 '여긴 어디지?' 하는 떨떠름함이 비껴갔다.

형틀에 묶여 있던 여자는 틀림없는 월령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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