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화 월령안은 내가 데리고 간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감시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다. 사람이 아니라 바로 시선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여러 날 감시당하면서도 여전히 그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월령안 일행은 크게 좌절감을 느꼈다.
"우리 몸에 그들이 우리를 찾을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예요."
칠팔 일 동안 달리고도 여전히 감시자를 따돌리지 못했다. 월령안과 육일이 아무리 어리석어도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구의 몸에 문제가 있지?"
수횡천은 월령안과 육일의 판단을 믿었다.
전체 무림에서 그의 무공은 감히 제일인자라고 할 수 없다고 해도, 세 손가락 안에는 꼽혔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누군가 그를 감시한다면, 그가 사람을 못 찾을 리가 없었다.
"저나 수 오라버니일 거예요."
월령안은 육일을 제외했다.
수횡천은 의아해했다.
"왜?"
"우리 둘 모두 현음 장공주를 만났기 때문이에요."
월령안은 공주부에서 현음 장공주가 그녀의 손을 여러 번 잡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살짝 냄새를 맡아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냄새도 맡을 수가 없었다.
육일을 이 모습을 보고 수횡천의 곁에 다가갔다. 잠깐 뒤, 그의 얼굴빛이 급변했다.
"수 맹주 몸에서 옅은 약 냄새가 나는군요."
"나란 말이오?"
수횡천은 멍해졌다. 손을 들어 가볍게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 스스로는 냄새가 나는지 모르겠소. 나도 언제부터 내 몸에 냄새가 났는지 몰라."
"저한테는 냄새가 나나요?"
월령안은 육일더러 냄새를 맡아 보라고 손을 내밀었다.
육일은 다가가 힘껏 맡아 보았다. 잠깐 뒤, 고개를 저었다.
"안 납니다."
월령안은 또다시 육일과 수횡천에게 다가가 각각 냄새를 맡아 보았다.
세 사람 중에 유독 수횡천의 몸에서만 특이한 향이 났다.
수횡천은 얼굴이 잔뜩 굳어 생각할 새도 없이 말했다.
"내가 두 사람하고 갈라져 따로 갈게. 감시자들을 유인하지."
"안 돼요."
"일이 이상해요."
육일과 월령안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다.
둘은 이미 짐작한 것이 분명했다.
육일은 수횡천이 아직 이해하지 못하자 먼저 설명해 주었다.
"배후자의 목적은 바로 당신을 마님 곁에서 떼어 내려는 것일 겁니다."
수횡천은 무공이 뛰어났다. 그가 월령안의 옆에 있으면 배후자가 그녀를 사로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있으면, 우리는 미행자들을 따돌릴 수가 없잖아."
수횡천은 모든 게 자신의 잘못으로 여겨져 자책감에 빠졌다.
모두 그가 주의를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월령안의 말을 듣지 않고 직접 상경에 가서 그녀를 기다리지 않고 제멋대로 사람을 구했기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었다.
"수 오라버니가 떠나면, 아마 저는 내일 당장 그들에게 잡힐 거예요."
월령안은 씁쓸하게 말했다.
"제가 잘못 짐작하지 않았다면 배후자는 반드시 월진절일 거예요. 그 애만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가지고 놀기 좋아하니까요."
수횡천이 곁에 있으면, 월진절의 감시하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을 견뎌야 했다. 월진절에게 시시각각 감시당하며, 수시로 그가 손쓸까 경계해야 했다.
그러나 수횡천이 감시자를 유인해 가면, 그녀의 곁에는 보호할 사람이 사라지기에 마찬가지로 위험했다.
사실 어떤 것이든 다 틀린 선택이었다.
"서둘러 갑시다."
"저는 대장군께 편지를 보낼게요."
월령안과 육일은 곧 결정을 내렸다. 수횡천은 입을 뻐끔거리다가 자신이 따로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두 사람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이튿날, 날이 밝기도 전에 세 사람은 말을 타고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러나 교외에 도착하자마자, 대군을 이끌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월진절을 만나게 되었다.
"고모는 역시 영리하군요. 제가 당신들 몸에 손쓴 것을 이렇게 빨리 알아차리다니. 제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나타났잖아요."
월진절은 어제저녁 그들의 대화를 빠짐없이 들었다는 것을 거리낌 없이 알려 주었다.
"북요 황제는 죽었어."
월령안이 고삐를 틀어쥐었다. 얼굴빛은 무척 안 좋았다.
'북요 황제가 죽었는데 월진절은 어디서 군대가 난 거지?'
"북요 황제가 죽은 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유희는 이제 시작인걸요."
월진절은 바퀴 의자를 제어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월령안을 잡아라. 기억해, 산 채로 잡아야 한다."
"수 맹주, 당신은……."
육일은 가장 빠른 시간에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횡천이 가로챘다.
"육일, 내가 길을 열어 줄 테니, 령안을 데리고 먼저 가시오."
그가 월령안을 데리고 가면 어디로 가든지, 월진절은 그들을 찾을 수가 있었다.
월진절은 북요의 군대를 움직일 수 있었다.
수횡천은 비록 무공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수천, 수만 대군을 상대하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뿐, 월령안을 보호할 수가 없었다.
육일이 월령안을 데리고 빨리 도망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수횡천은 훌쩍 솟구치더니 북요 대군 쪽으로 날아갔다.
탕…… 탕…….
수횡천은 한 발에 하나씩 앞을 막고 있는 병사를 날려 버렸다. 그러고는 자리를 마련해 땅 위에 착지하고는 검을 뽑아 들고 북요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월진절이 이끌고 온 대군은 무려 수천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수횡천을 겹겹이 에워쌌다. 그를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그냥 발을 묶어 두려는 것이었다.
수횡천은 그들과 싸워 본 적이 있어 그들이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지 알고 있었다. 그는 방어를 전혀 하지 않고 공격만 했다. 그리고 부상을 입은 대가로 기어이 월령안과 육일을 위해 길을 열어 주었다.
"어서 가!"
월령안은 말 등에 앉아 잠깐 사이 온몸에 부상을 입은 수횡천을 보고는 얼굴을 돌린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
"육일, 빨리 가요."
"네, 마님."
육일은 월령안이 정 때문에 혼자 떠나려 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는 월령안의 말을 듣고 즉시 그녀를 보호하며 앞으로 달려갔다.
"어서, 저들을 막아라!"
월진절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월령안이 달아나자 황급히 소리쳤다.
양쪽 측면의 군대가 그들을 추격해 가려 하자 수횡천은 갑자기 독기를 품고 돌개바람처럼 휙 돌더니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그의 싸움판에 끌어넣었다.
"아악……."
비참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자 월령안은 뒤를 돌아보았다. 등 뒤에 피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수횡천이 그 중심에 있었다.
"령안, 어서 가."
피 안개 속에서 수횡천의 두 눈은 당장이라도 피를 쏟아낼 것처럼 새빨갰다. 그는 월령안의 시선과 마주하자 다시 한번 다그쳤다.
"이랴!"
월령안은 한번 뒤돌아보고는, 준마를 힘껏 후려쳤다.
말이 아픔을 느꼈는지, 마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나는 듯이 달려갔다.
곧이어 그들은 추격에서 벗어났다.
그들은 성공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수횡천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
"마님……."
육일이 위로하려 했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월령안이 말했다.
"멈추지 말고 그냥 달려요."
"네, 마님."
두 사람은 내내 한시도 쉬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렸다. 말이 힘이 빠져 쓰러질 때까지 연속 이틀 밤낮을 달려서야 겨우 멈췄다.
"따돌렸습니다."
이틀 동안 그들은 감시의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대장군께 도착하려면 오백 리가 더 남았습니다. 내일……. 내일이면 대장군과 합류할 수 있습니다. 대장군과 만나면 안전합니다."
단박에 이틀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렸다. 월령안은 말할 것도 없고, 육일마저도 지쳤다.
그러나 육일은 간신히 버티면서 월령안에게 먹을거리를 찾아다 주려 했다.
그들은 미친 듯이 달리면서 건빵도 다 먹었다.
설령 월령안이 먹지 않는다 해도, 그는 먹어야 했다.
배부르게 먹지 않고 어디서 도망칠 힘이 나겠는가.
때는 엄동설한이라 야생 동물도 드물었다. 육일은 무진 애를 쓰고 나서야 겨우 먹을거리를 찾았다.
그런데 육일이 먹을거리를 가지고 돌아오자 월령안이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편지 한 통만이 덩그렇게 남아 있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월령안은 내가 데리고 간다. 육장봉더러 북요 상경에 가서 사람을 구하라 해라. 오, 그리고 잊지 말고 육장봉에게 말해 줘. 월령안에게 약을 써서 내 약 벌이 그녀를 찾을 수 있게 해준 사람은 현음 장공주야.
월진절 씀.'
* * *
"큭……."
육장봉은 월진절의 편지를 보고 피를 토했다.
"대장군."
육이 등은 깜짝 놀라 다가갔으나 곧바로 저지당했다.
"괜찮다."
그에게 일이 있으면 안 되었다. 월령안은 그가 가서 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북요의 상경이라?'
그는 곧 도착할 것이다.
육장봉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하지만 닦자마자 또다시 피가 새어 나왔다.
"대장군…… 마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육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권했다.
"음."
육장봉은 냉랭하게 대답했다.
"한 명을 남겨 육일을 살피게 하고 나머지는 우리를 따르라."
육일은 편지를 들고 두 다리로 삼백여 리를 달렸다. 그러다가 부대를 거느리고 북요의 분산된 병력을 습격하던 육이를 만났다.
육이가 육일을 발견했을 때, 육일에게서는 거의 사람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수중의 편지를 꽉 쥐고 있을 뿐이었다.
육장봉은 친위군을 이끌고 성을 공격하러 갔다.
북요에도 성곽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북요의 중심 지역에 위치한 몇몇 대부락의 영역이었다.
대부락은 수중의 군대가 강대함을 의미했다.
육장봉은 원래 잠시 미루었다가 북요에서 소금 결핍 상황이 더 엄중해지고, 북요 내란이 더 심해진 다음, 출병해 공성하려고 계획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월령안이 월진절의 손에 떨어졌다. 하루라도 늦으면 월령안은 그만큼 더 위험해진다.
그는 반드시 가장 빠른 속도로 북요를 점령하고 북요 상경까지 쳐들어가야 했다.
월령안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지는 시간에, 육장봉은 전쟁터 아니면 전쟁터로 가는 길에 있었다.
그는 마치 전쟁 기계와 같았다. 지칠 줄 모르고, 감정이라고는 없으며 오직 전투만 하고 학살만 일삼았다.
"죽여라."
"성을 함락하고 모두 죽여라."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항복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구덩이를 파고 모두 죽여라."
육장봉의 인솔하에 주나라 군대는 용맹하게 진격해 짧디짧은 며칠 만에 십여 개의 성을 함락했다. 그러나 동시에 주나라군의 명성도 나빠졌다.
육장봉은 전에 전쟁 포로를 우대하고, 투항자를 죽이지 않는 주나라의 규칙을 바꿔 버렸다. 그는 성곽을 함락하면, 어린애, 부녀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학살했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투항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북요인들을 모두 죽여 버리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