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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1000)화 (1,000/1,004)

1000화 반드시 북요를 멸할 것이다

멀리 국경지대에 있던 육장봉은 북요의 긴급 정보를 접하자, 한순간 빙산이 녹아내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대장군, 이번에는 좋은 소식입니까?"

부장들은 육장봉이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미소를 짓자 대담하게 짐작해 보았다.

"마님의 좋은 소식입니까?"

불과 십여일 전, 육장봉은 월령안이 야율헌일에게 시집간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한기를 뿜어냈는지 모른다. 그들은 그의 한기에 몸이 떨려 육장봉을 피해 다니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 그래서 끊임없이 속으로 좋은 소식이 오기를 빌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왔다.

"뭐, 별거 아니다. 마님이 판을 짜서 북요 황제를 죽였다."

육장봉은 담담하게 마치 '오늘 날씨가 좋군' 하고 말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모두들 그의 말에서 은근한 자랑과 자부심을 엿들을 수 있었다.

같이 죽은 월씨 가문 세 사람에 대해서, 육장봉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동족을 죽인 인간쓰레기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었다.

"부…… 북요 황제가 죽었다고요? 마, 마님께서 죽였다고요?"

뭇 부장들은 놀라서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장, 장군…… 농담하시는 건 아니죠? 우리하고 장난치는 거 아니죠?"

'마님이 북요의 황제를 죽였다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월씨 가문 서점에서 파는 화본도 감히 이렇게 쓰지는 못할 것이다.

황제였다.

그것도 북요의 황제였다.

'마님의 손에 죽다니, 마님께서 너무 대단한 거 아닌가?'

누군가 은연중에 떠도는 소문을 떠올리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장군, 제 기억에…… 소문에 의하면 전임 금나라 황제가 대장군의 손에 죽었다고 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아니다."

육장봉은 이에 대해 부정했다. 그러나 뭇 장군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육장봉이 다시 자랑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역시 너희들 마님이 죽였다."

그랬다.

여전히 담담하고 범상한, 마치 날씨가 좋다고 말하는 말투였다. 그러나 그들은 왠지 자랑하는 것을 보는 것만 같았다.

"마님과 대장군은 역시 하늘이 점지한 한 쌍입니다."

부장들은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치켜세웠다.

시샘이 나서 이가 시릴 뿐이었다.

'대장군은 전생에 얼마나 큰 복을 쌓았기에 이번 생에 저리 좋은 마님을 만날 수 있었던 거야. 우리는 왜 저리 좋은 짝을 만나지 못하지?'

"우린 확실히 잘 어울리지."

육장봉은 얼굴도 붉히지 않고, 호흡도 고르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매운 맛 좀 보여 줄까 보다!'

부장들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나 휘두르지 못하고 묵묵히 내려놓았다.

물을 것 없이, 싸워 이길 수가 없었다.

다행히 육장봉은 적정선에서 그만두었다.

그는 편지를 거두고 냉혹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북요 황제가 갑자기 죽었다. 북요에는 반드시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있어 드문 기회다. 조정에서 파견한 지원군은 사흘 뒤면 국경지대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모두 잘 훈련시켜라. 사흘 뒤에…… 북요를 공격할 것이다."

육장봉은 북요 방향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북요를 멸할 것이다."

그는 월령안과 북요를 멸망시켜 그녀를 도와 원수를 갚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월령안 스스로 복수했지만, 북요를 멸하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유효했다.

기회를 틈타 목숨을 노려야 한다.

북요 황제가 횡사하고 권력 교체 때문에 북요가 혼란한 때를 노려 북요를 함락시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월령안이 스스로 몸을 던져 위험을 무릅쓰고 마련해 준 좋은 기회에 미안해질 것이다.

지원군이 도착하자 육장봉은 군대를 집결시킨 다음, 오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기세 드높게 북요를 공격했다.

원래 북요는 백만 대군이었다.

그러나 북요의 백만 대군은 지금 사분오열되었다.

육이 그들에게 습격당해 사라진 소부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북요 황제 아들들의 모족, 처족들이 속한 부락은 북요 황제가 죽자 자신의 군대를 철수시켰다.

한순간 백만 대군 중에서 일이 할 정도가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함락할 수 있을지 모를 주나라를 공격하는 것보다 눈앞의 이익이 더 중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주나라를 함락한다고 해도 그들은 큰 몫을 차지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왜 남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는가.

그들에게 후한 이익을 약속한 북요 황제가 죽었다. 새로 황위에 오른 어린 황제가 북요 황제의 약속을 지킬지는 별개 문제였다.

황자들의 처족과 모족이 군대를 거둬들인 것은 북요 연합군에 커다란 타격이었다.

그리고 소 황후, 지금은 소 태후라 불러야 할 여자…….

섭정 소 태후는 월령안과 관련이 있는 북요 표호를 봉인하고 북요 표호의 돈을 모두 개인 창고에 넣어 버렸다. 이것은 북요의 연합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작은 부락의 족장들이 왜 출병하려고 했는가.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전쟁 표호를 많이 샀다. 돈을 잃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려고 출병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소 태후는 북요 표호를 봉했고 월령안도 수배범이 되었다. 그들 수중의 전쟁 표호는 누구를 찾아가 환전해야 하는가.

작은 부락들이 출병하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요 표호에 자본을 투자한 대부락 족장들도 출병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이 전선에서 북요의 이익을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을 때, 소 태후는 그들에게 이익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돈을 몽땅 삼켜 버렸다.

그것은 그들의 돈이었다.

소 태후가 고기를 먹으면 적어도 그들에게 국물 정도는 남겨 주어야 했다. 지금 몽땅 가지고 가 버렸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뭇 족장들은 싸울 마음이 없어져 편지를 보내 소 태후에게 질의했다. 또한 만약 그들에게 만족스러운 해명을 주지 못하면 당장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소 태후를 위협했다.

심지어 몇몇 부락의 족장들은 만약 그들에게 만족스러운 해명을 주지 않으면 주나라에 넘어가 그들을 도와 북요를 공격하겠다고 소 태후를 위협했다.

그러나 소 태후의 답신을 미처 기다리지도 못하고 그들은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를 발견했다.

이달 후방에서 보내온 보급에는 소금이 없었다.

족장들은 문득 떠올렸다.

"월령안이 자기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소금 한 알조차도 북요로 운반될 수 없다고 말했지."

"그런데 월령안은 우리 북요인에게 시집왔던 거 아닌가? 소금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단 말인가?"

"아직도 월령안의 말을 믿다니! 월씨 그년은 우리를 농락한 거라고. 우리 폐하께서도 그년 때문에 살해당하신 거잖아? 우리 북요가 이렇게 엉망이 된 것도 전적으로 그년의 잘못이야."

뭇 족장들은 월령안을 떠올리자 증오에 차서 이를 갈았다.

특히 북요 표호에 투자했던 족장들은 월령안에게 된통 당해 가산을 거의 다 탕진하고 말았다.

"그럼 우리, 이제 어떻게 하지?"

"뭘 어떡해? 식량이 없으면 빼앗았잖아! 소금이 없으면 당연히 빼앗아야지."

"가자, 주나라에 가서 소금을 빼앗자!"

본래 북요 황제가 횡사하고 소 태후의 몰염치한 행각으로 수시로 흩어지려 했던 북요 연합군은 소금 결핍으로 다시 하나로 뭉치게 되었다.

그러나 주나라의 소금을 빼앗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들은 주나라에 가서 소금을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들이 주나라까지 쳐들어갈 수 있어야 했다.

지금 상황은, 그들은 군대를 이끌고 주나라에 쳐들어가 살인, 방화, 강탈을 방법이 없을뿐더러 자기들의 성곽까지도 지켜내지 못하고 있었다.

양군이 교전한 지 두 달이 넘었다. 그들은 이미 수백 리나 뒤로 물러나 넓은 초원을 잃었다.

북요 각 부락의 족장들은 소금을 빼앗기 위해 이를 악물고 먼저 출병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 그들은 차마 낯을 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몇몇 족장들은 먼지투성이 초라한 얼굴로 돌아와 주둔지에서 욕지거리를 해댔다.

"금나라는? 서하는? 그들은 우리가 출병하면 그들도 출병해 주나라의 군대를 잡아 둔다고 하지 않았는가? 왜 아직도 출병을 안 하는 거야?"

"그리고 청주에 그 노친네들은? 그들도 우리와 협력해 동시 출병하기로 약속하지 않았어?"

"금나라……. 서금의 황제는 출병했네. 하지만 금나라를 벗어나기도 전에 완안유의 군대에 막혀 버렸지. 동금과 서금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어. 우리를 신경 쓸 정력이 없는 거야."

북요 황제의 친위군을 거느린 장군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청주의 그 노친네들도 반란을 일으켰어. 그런데 서남의 토사 무리가 주나라에 넘어가 지금 주나라를 도와 그 노친네를 치고 있어. 그 노친네들이 얼마 전에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네. 지금 우리 처지에 그들을 어떻게 구하겠는가."

그는 원래 이번 출정군의 최고 통수였다. 그러나 북요 황제가 죽고 북요 황제의 친위군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도 군대 내에서 소외되어 점점 더 권리가 없어졌다.

만약 족장들이 묻는 일들이 마침 그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그에게 입을 열 기회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서하는? 왜 군대를 안 보내는 거야?"

몇몇 족장들은 그의 말을 듣고 더욱 화가 치밀었다.

그들은 일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옛날, 그들은 금나라, 서하, 그리고 청주의 몇몇 노친네들과 연합해, 주나라를 참패시키고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주나라의 황제를 핍박해 그들의 북요 황제 앞에서 동생이라 자칭하게 했다. 그리고 주나라는 북요에 보석, 식량, 여인을 보내주어야 했다.

지금도 그들은 그때와 똑같이 하고 있는데 어째서 안 된단 말인가.

"서하 사람들이 얼마나 간사한지 자네들도 알잖아. 상황이 틀어진 것을 보고 그냥 움츠러든 게지."

"그럼 우리는……."

뿌우……!

몇몇 족장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팔 소리가 울렸다.

통신병이 허둥지둥 뛰어 들어왔다.

"주나라…… 주나라 군대, 쫓아, 쫓아왔습니다."

몇몇 족장들은 얼굴빛이 크게 변하더니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남들을 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멍하니 서서 뭘 하나! 어서 말에 오르라고…… 튀어!"

그랬다.

튀었다.

북요 기병들은 말을 타고 성을 공격했으며 말을 타고 맞서 싸웠으며 말을 타고 도망쳤다.

그 가운데 육장봉 한 명이 있었다.

그렇다. 과거 그들이 승전했을 때는 육장봉이 없었고, 지금은 육장봉이 있었다.

지금 육장봉이 쳐들어왔다. 그들은 말을 타고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육장봉은 도망치는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육장봉은 병사들을 거느리고 끊임없이 추격했다. 따라잡지 못하면, 길가의 패잔병을 거둬들이고 길옆의 작은 부락을 공격하며 조금씩 북요 중심부로 진격했다.

짧디짧은 한 달 사이에 주나라 군대는 북요에서 천 리 정도의 드넓은 초원을 점령했다.

육장봉 쪽은 진척이 매우 순조로웠다. 이 속도라면 북요 전체를 함락하는 것은 조만간의 일이었다.

* * *

하지만 월령안 쪽은 순조롭지 않았다.

그녀는 감시당했다.

그녀는 상경에서 떠나자마자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들이 어떻게 도망치고 어찌 가든지 상관없었다. 아무리 빨리 달리고 어느 길을 가든지, 어떻게 분장하든지, 그들을 감시하는 사람들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감시하는 자들은 마치 그들 몸에 지남침(指南針 - 나침반에 들어 있는 자침으로 늘 남북을 가리키도록 만든 기구)이라도 심어 놓은 것만 같았다.

설령 그들이 하루 정도 사람을 따돌린다 하더라도 이튿날이면 또다시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육일은 그들의 주변에 첩자가 있다고 의심해 다른 사람들을 모두 보내 버렸다. 그들을 세 갈래로 나누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게 했다.

월령안 일행은 월령안, 육일, 수횡천 세 사람뿐이었다.

세 사람은 절대로 믿을 만했다. 첩자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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