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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99)화 (999/1,004)

999화 원령안과 야율헌일의 혼례식

월령안은 소 황후에게 혼례식 날 북요 황제와 그의 심복을 갈라놓아 그들에게 북요 황제를 구할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암시했다.

소 황후는 이 일을 위해 한참이나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누구도 북요의 북원 승상이 육장봉의 사람일 줄을 생각하지 못했다.

초불심은 월령안을 도와 용모를 바꾼 뒤,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한 월령안을 데리고 나왔다.

길시(吉時 - 길한 시각)가 되자 야율헌일은 직접 와서 신부를 맞이했다.

초불심이 직접 접대했다. 그는 월령안의 모습으로 얼굴을 바꾼 여인을 직접 야율헌일의 손에 맡기고 여자 쪽 웃어른의 신분으로 야율헌일더러 월령안을 잘 대해 주라고 형식적으로 분부했다.

야율헌일은 오늘 드디어 기를 펴게 되었다. 얼굴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초불심이 책을 보고 말하듯이 형식적으로 읊는 당부에도 그는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 거듭 대답했다.

그는 오늘이 지나면, 월령안과 소씨 가문의 지지를 동시에 받는 자신이 틀림없는 북요의 차기 황제가 될 것이다.

오늘부터 북요에는 감히 그를 업신여길 자가 없을 것이다.

그는 지난날 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모두 발밑에 깔아뭉갤 능력이 있었다.

야율헌일의 눈에는 온통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옆에 있는 월령안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물론, 그는 자세히 봤다고 해도, 신부가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월령안은 어두운 곳에 서서 야율헌일의 야심도 감출 줄 모르는 멍청한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상경에 도착했을 때, 그가 끓여 주었던 인삼탕이 떠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육일에게 한마디 했다.

"저리 멍청한 걸 봐서 목숨을 남겨 두세요."

"마님, 호, 혹시 아닐 테죠……."

육일은 하마터면 펄쩍 뛸 뻔했다.

'마님께서 저 기생……. 아, 퉤. 얼굴이 저리 거먼데, 기생오라비 자격도 안 되잖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월령안은 육일을 흘겨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를 도와주었어요. 그리고 저 사람하고는 원수가 없어요. 굳이 죽게 만들 필요가 있겠어요? 주나라가 북요를 점령하면, 북요인들을 위로할 허수아비가 필요하잖아요. 반은 주나라 혈통을 지닌 야율헌일이 적합하지 않나요?"

"그랬군요. 놀랐습니다."

육일은 떨어질 뻔한 목을 다시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야율헌일이 새색시를 업고 나갔다. 별궁 밖에서는 폭죽이 귀청을 찢으며 요란하게 터졌다. 상서로운 분위기였다. 모두들 만면에 웃음을 띠고,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모든 사람의 시선은 야율헌일과 '월령안' 두 사람에게 쏠렸다. 누구도 하인으로 분장하고 구석에 서 있는 월령안과 육일을 주의해서 보지 않았다.

북요의 연회석은 남자 측 저택에 마련했다.

야율헌일이 새색시를 맞이해 가자, 축하하러 온 태반의 손님들도 신부 맞이 대열을 따라 야율헌일의 저택으로 갔다.

초불심은 여자 측 사람으로 갈 필요가 없었다.

혼례식이 끝나자 그는 공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수행 하인들을 데리고 떠났다. 시녀로 분장한 월령안은 그 속에 끼어 있었다.

초불심은 줄곧 어두운 얼굴을 하고서 별원의 기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다들 알다시피 그는 소 황후가 강요해 신부 친정 식구가 되어 준 것이었다. 그가 불쾌해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신부를 데려가자, 그의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끝났다. 그가 돌아가려 하자 별궁에서는 아무도 감히 말리지 못했다.

월령안과 육일은 초불심이 데리고 온 하인 속에 섞여서 그를 따라 승상부로 돌아갔다.

* * *

두 사람이 승상부에 도착했을 때, 야율헌일과 신부는 절을 올리고 있었다.

혼례식장에서 북요 황제와 소 황후는 각각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았다.

월진절도 있었다. 그는 왼쪽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의 뒤에는 세 사람이 서 있었다.

만약 월령안이 있었다면 그 세 사람이 바로 그녀가 찾던 월씨 가족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직접 볼 기회가 없었다.

야율헌일이 월령안을 데리고 혼례식장에 들어서자마자, 왼편 아래쪽에 앉아 있던 월진절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렇게 된 거였군.'

그는 마음속으로 월령안이 이 사람들을 어떻게 일망타진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월령안은 벌써 도망치고 없었다.

"나가자."

월진절이 곁에 있는 사사에게 명령했다. 그러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나갔다.

누군가 그의 움직임을 보았으나 감히 묻는 사람이 없었다.

월진절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다 알고 있었다.

그를 모르는 사람은 장애가 있는 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신랑, 신부가 절을 올린 뒤, 소 황후는 옷을 갈아입는다는 이유로 먼저 자리를 떴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특별히 북요 황제에게 좀 더 앉아서 야율헌일의 체면을 세워 주라고 말해 주었다.

북요 황제는 물론 싫어했다. 하지만 소 황후가 한마디 하자 그는 억지로 참고 남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불쾌해할 거예요."

'기다려. 주나라와 북요 전쟁이 끝나기만 하면, 너희 소씨 가문을 아예 멸족시킬 거다.'

그러나 북요 황제에게는 기회가 없었다.

소 황후가 자리를 뜨자마자 혼례식장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쾅!

굉음과 함께 혼례식장의 지붕이 날아갔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신랑 야율헌일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본능적으로 옆에 있는 '월령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자마자 옆에 있던 '월령안'이 그를 쓰러뜨렸다.

'월령안'이 손쓰는 것이 마치 신호인 듯했다.

다음 순간, 마치 투명 인간처럼 한 무리의 권력자 뒤에 서 있던 하인들이 갑자기 옷을 찢고 안에 숨긴 칼을 뽑아 들더니 일제히 북요 황제에게 덮쳐들었다.

"죽여라!"

이변 없이 폭발이든, 사사든 모두 소 황후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추후 월령안의 소행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인으로 분장한 사사들은 혼례식장의 손님들을 마구 학살했다.

혼례식장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앞다투어 밖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그들은 도망가지 못했다.

혼례식장 밖에서 거한들이 등유를 메고 쳐들어왔다. 그들은 등유를 혼례식장 밖에 뿌리고는 화절자(火折子 - 옛날, 중국에서 쓰이던 등불)를 던지고 뒤로 물러섰다.

그들 뒤에 있던 사람들이 계속해 혼례식장에 등유를 뿌렸다.

순식간에 혼례식장은 화염에 휩싸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은 마치 거대한 용처럼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불이다."

"폐하, 폐하를 구하라. 어서 폐하를 모셔라."

혼례식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모두들 허겁지겁 도망치며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북요 황제도 당황해 호위병의 호위를 받으며 낭패하여 도망쳤다.

하지만 밖은 전부 불이었다. 그들은 도망갈 길이 없었다.

"젠장, 나쁜 년! 천하에 죽일 년!"

북요 황제는 일련의 변고를 보고 갑자기 떠나간 소 황후를 떠올리자 곧 알아차렸다. 이 모든 것은 소 황후의 소행이었다.

아니, 소 황후뿐이 아니었다. 소 황후 혼자서는 이 판을 짤 수가 없었다.

이 판을 짤 수 있는 것은 소씨 부락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그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 * *

월령안은 말 등에 앉아 상경 성안의 하늘까지 치솟는 불길을 바라보며 입술을 오므리고 냉소를 지었다.

북요 황제가 죽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것을 직접 보지 못했다.

월령안은 노인이 준 명단을 꺼내 들었다. 시선은 '×' 부호를 치지 않은 네 사람의 이름에 닿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깨물어 피로 그 이름 위에 커다란 '×' 부호를 쳤다.

부호를 그리고 나서, 월령안은 화절자를 꺼내 명단 석 장에 불을 붙였다.

명단 석 장은 여러 해 되다 보니 누렇게 마른 상태였다. 불길이 닿자마자 바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모두 끝났어."

월령안은 거의 타 버린 종이를 하늘로 날리며 말했다.

"나 이제 집에 돌아갈 거야."

그녀를 십일 년 동안 고통스럽게 한,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살해한 원수를 갚았다.

앞으로…….

월령안은 초점이 없는 두 눈으로 앞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언제나 확고했던 눈동자는 지금 이 순간 망연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녀는 마치 일시에 목표를 잃은 것 같았다.

"령안!"

"큰아가씨!"

"마님!"

월령안이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수횡천 일행이 말을 몰아 그녀를 겹겹이 에워쌌다.

"령안, 괜찮아?"

수횡천이 다가와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수 오라버니, 저 괜찮아요."

월령안은 피를 흘리는 손가락을 뒤로 감추며 웃었다. 막연하던 눈빛에 조금씩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아직 육장봉과 이렇게 많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녀가 어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수가 있겠는가.

앞으로 그녀는 자신을 위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았다.

"령안. 미안하다. 내가 능력이 미치지 못해 너를 구하지 못했어."

수횡천은 무척이나 야윈 월령안을 바라보며 자책해 마지않았다.

월령안은 웃으며 위로했다.

"수 오라버니, 자책할 필요 없어요. 북요 상경에는 제가 스스로 가려고 했던 거예요. 보세요. 제가 이렇게 무사히 빠져나왔잖아요."

그녀는 정말 수횡천을 탓하지 않았다. 오는 내내 수횡천이 그녀를 위해 한 일을 그녀는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헤헤…… 큰아가씨께서 북요 황제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말이에요?"

월씨 가문 상사의 호위는 육씨 가문 호위와 함께 월령안이 무사한 것을 보고 긴장했던 신경을 늦추었다. 그들은 모두 월령안을 둘러싸고 이것저것 물었다.

월령안이 대답하기 전에 육일이 쌀쌀맞게 말했다.

"너희들, 마님을 끌어들이려 하지 마. 무슨 일이 있으면 주나라에 가서 보자.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어서 출발해야 해."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먼저 북요를 떠난 다음, 다시 이야기해요."

북요 황제가 갑자기 죽었다. 북요는 반드시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녀는 북요를 망친 죄인으로서 북요에 오래 머무를수록 위험해졌다.

"자, 가자, 가자……, 어서 가자."

다른 사람들도 일의 경중을 알고 급히 말 머리를 돌려 월령안을 가운데 두고, 육일의 인솔하에 주나라 방향으로 달려갔다.

* * *

북요 상경에는 난리가 났다.

북요 황제는 결혼식 폭발 사고에서 죽었다. 시신도 시커멓게 타 버렸다.

북요 황제 외에도 적지 않은 북요의 원로대신들이 모두 그 결혼식에서 죽었다.

신랑 야율헌일은 요행으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는 얼굴이 타서 후계자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나라에는 군왕이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된다.

모든 황자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소 황후는 즉시 자기 막내아들을 내세워 그를 황제 자리에 올렸다.

동시에 소 황후는 섭정 태후가 되겠다 대외에 선포했다. 조정에서 조사한 결과 혼례 암살사건의 주모자는 행방불명이 된 월령안이라고 했다. 결혼식장에 나타난 살수들도 모두 월령안의 사람이라고 했다.

어린 황제는 즉위식을 거행하지 않아 성지를 내릴 권리가 없었다. 소 황후는 섭정 태후의 명의로 선후로 여러 차례 의지(懿旨 - 왕세손이나 왕대비, 왕비의 명령)를 내려 월령안을 수배했다. 또한 북요에서 월령안의 모든 산업을 봉인했다.

월령안이 참여한 북요 표호가 가장 먼저였다.

소 황후는 표호를 수색해 몰수한 뒤, 표호 내의 돈을 봉인한 채로 가져갔다.

전반 과정은 깔끔하고 신속하게 진행됐다.

마치 미리 준비한 것 같았다.

성년이 된 몇 황자들은 불복했다. 그들은 소 황후가 월령안과 결탁해 황제를 시해하고 왕위를 찬탈했다고 비난했지만 소용없었다.

소 황후가 대의를 내걸었고, 그녀의 배후에는 소씨 부락이 있었다. 몇몇 황자들의 질책은 그녀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몇몇 황자들은 어린애를 황제로 모시는 게 달갑지 않아 뒤돌아 처자식을 거느리고 처족(妻族)과 모족(母族) 부락으로 돌아가 병사를 거느리고 다시 쳐들어오려 했다.

북요에서 황위는 강자가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빼앗는다면 황위는 그들의 것이었다.

황위 쟁탈을 위해, 몇몇 황자들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명령을 내려 자기의 군대를 불러들였다.

황위를 쟁탈하기 위해 전체 북요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심지어 소 황후의 의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배후자 월령안의 행방을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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