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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97)화 (997/1,004)

997화 남자 하나로 황위 바꾸기

전선에서 패전했다. 각 부락들이 전선으로 파견한 군대는 도중에 주나라의 군대에 습격당해 전선에 이르기 전에 전멸되었다.

북요 황제는 소씨 부락에서 돌아오자마자 일련의 나쁜 소식을 듣고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그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모든 것은 그의 예상대로 진행되었다. 각 부락도 적극적으로 출병했다. 그런데 어찌 여전히 패전할 수 있단 말인가.

북요 황제는 쉴 틈도 없이 대신들을 소집해 일을 논했다.

그는 육장봉이 각 부락 군대를 하나하나 격파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조정자로서 괜히 단독으로 출병하다가 주나라의 군대에 격파당하지 않게, 각 부락 군대를 사전에 회합시켜 함께 국경지대로 나아가게 했다.

전선에서 연이어 패배하자 북요 황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보냈다. 한동안 월령안을 떠올릴 시간도 없었다.

그러나 월령안은 감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북요 황제가 이 바쁜 고비를 넘기고 숨을 고른 다음에는 결코 그녀를 놓아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녀는 황후가 황제를 두고 다른 남자와 간통하고 남의 아들을 키우게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선수를 치기로 했다.

물론 이는 핑계일 뿐이었다.

설령 북요 황제가 그녀를 죽이지 않는다 해도, 그녀는 북요 황제를 죽일 것이었다.

북요 황제는 그녀의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죽인 원수였다.

북요 황제가 바빠서 그녀를 상대하지 못하는 기회를 빌려, 월령안은 북요의 제일 대상인 호도고를 통해 소 황후와 연락이 닿았다.

바로 그녀가 북요 황제에게 간통 사실을 고한 소 황후였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적이 없고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이다.

그녀는 이익만 충분하다면 소 황후가 틀림없이 자신과 협력할 것이라 믿었다.

두 사람은 소 황후의 자택에서 만나기로 했다.

월령안이 도착하였을 때, 소 황후는 이미 와 있었다.

"감히 나를 보러 오다니!"

소 황후는 월령안을 보자 벌떡 일어나서 월령안의 뺨을 후려치려 했다.

월령안은 소 황후가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녀는 소 황후의 손을 단번에 잡고 확 밀쳐 버렸다.

"내가 왜 감히 당신을 보러 오지 못하겠어요?"

소 황후는 탁상 위에 넘어졌다가 일어나서 또다시 월령안에게 덮쳤다.

"네 이년,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비참해진 줄 아느냐?"

월령안은 몸을 옆으로 피했다. 소 황후가 다시 덮치기 전에 그녀는 먼저 입을 열었다.

"남자 하나로 황위 바꾸기. 이 장사가 수지맞지 않나요?"

"뭐라고?"

소 황후는 허공에 내들었던 손을 도로 거두어들였다.

'때릴 기회가 없어졌군. 안타깝네.'

"나를 만나러 온 건, 이미 나와 손잡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우리에게는 공동의 적이 있어요. 아닌가요?"

둘 다 천년 묵은 여우이다. 누가 누구를 모를까.

만일 협력하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소 황후는 아예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공동의 적 같은 건 몰라.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소 황후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소 황후는 북요 황제의 세 번째 황후였다.

북요 황제의 첫 번째 황후는 소 황후의 고모이고, 두 번째 황후는 소 황후의 언니였다.

북요의 황후는 모두 소씨 가문 출신이었다.

이것이 바로 소 황후가 감히 북요 황제와 다툴 수 있는 이유이자 월령안이 소 황후를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그녀가 먼저 소 황후를 함정에 빠뜨렸다. 하지만 소 황후를 함정에 빠뜨려 기사회생할 수 없게 만들고, 소씨 가문이 더는 물러설 길도 없게 만들지 않았다면 소 황후와 배후 소씨 부락이 어떻게 그녀와 협력할 수 있겠는가.

"제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북요 황제예요. 즉, 북요 황제는 제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죽인 원수지요. 제가 북요에 온 것은…… 복수하기 위해서예요."

적어도 절반은 그때 당시 일을 위해 온 것이었다.

다른 절반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소 황후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계획이 있는 건가?"

소 황후는 월령안을 증오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꾹 참고 더는 손대지 않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소씨 부락도 월령안의 도움이 필요했다.

다음 북요 황제의 몸에는 반드시 소씨 일족의 피가 흘러야만 했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되자 소 황후는 반드시 북요 황제를 죽여야만 자기 아들을 황위에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와 그녀 배후의 소씨 가문은 이 죄명을 짊어져서는 안 되었다.

때문에 그녀는 월령안과 협력해야 했다.

월령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계획은 당신의 협조가 있어야만 완성할 수 있어요."

그녀는 소씨 동족 두 사람을 죽이려고 계획할 때, 이미 다른 네 명이 갈 길도 모두 잘 준비해 두었다.

"일각의 시간을 줄 테니, 나를 설득해 보거라."

소 황후는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 앉아서 월령안에게 앉으라고 눈짓했다.

월령안은 일각이 필요 없었다. 그녀는 단 한마디로 소 황후를 설득했다.

"황후 마마, 저와 야율헌일의 결혼식 날에 북요 황제와 그의 심복들을 모조리 해치우면 어떨까요?"

"너…… 내가 어떻게 협력하면 되는 것이냐?"

그녀의 아들이 황위에 오르려면 북요 황제는 반드시 죽어야 했다.

월령안의 목표가 북요 황제를 죽이는 것이면, 그녀는 잠시 동안 월령안과 협력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사후에 그녀는 월령안을 죽여, 소영화의 원수를 갚을 수 있었다.

월령안과 소 황후는 재빨리 협력에 대한 논의를 끝냈다.

소 황후는 떠나기 전에 월령안에게 웃어 보였다. 월령안에게 그녀의 호의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월령안은 그녀에게 너무나 많은 돈을 주었다. 너무 많아서 그녀는 월령안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바로 돈이었다.

북요 황제를 제거하는 것은 그녀의 이익에도 부합되었다.

그녀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월령안이 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줄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천만 냥이었다.

월령안은 너무나 대범했다.

"이것은 왜 주는 것이냐?"

그녀는 어디에서 온 돈인지 묻지 않았다. 왜 자신에게 돈을 주는지 물었다.

그녀들은 잘 알고 있었다. 북요 황제가 죽으면 주나라와 북요 전쟁에서 북요는 반드시 패망할 것이다.

월령안이 주는 돈 이천만 냥은 북요 표호와 전쟁 표호를 팔고 남은 돈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들 북요는 패전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북요 황제처럼 그렇게 큰 야심이 없었다. 꼭 주나라를 삼키려는 생각이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싸움이라는 것은 이길 수 있으면 싸우는 것이었다. 이길 수 없으면 초원에 한참 동안 숨어 있으면 되었다. 어차피 주나라 사람들은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만약 그들 북요에게 식량이 부족하다면, 그들이 충분한 힘을 축적한 다음, 다시 쳐들어가면 되었다.

아무튼 주나라는 거기에 있어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제가 미안해서 그래요."

월령안은 상처를 보듬어 주며 말했다.

그녀는 어차피 그 돈을 가지고 갈 수 없었다. 누구에게 주든 상관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소 황후에게 그 돈을 준다고 말했지만, 소 황후가 그 돈을 챙길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였다.

소 황후는 살짝 갈등하다가 곧 백기를 들었다.

"너를 용서하겠다."

만일 가능하다면, 그녀는 자신이 외간 남자를 아주 많이 두었기를 바랐다. 그러면 월령안이 그녀를 팔아먹을 때마다 자책감에 돈을 줄 것이 아닌가. 그러면 그녀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앉아서 벼락부자가 될 것이다.

월령안은 잠깐 멍해 있다가 소 황후에게 읍했다.

"마마, 감사합니다."

역시, 이 세상에서 생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 * *

소 황후는 월령안을 용서하고, 더는 월령안에게 자기와 소영화를 팔아먹은 일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월령안과의 협력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월령안과 만난 뒤, 황궁에 돌아오자마자 야율헌일을 불렀다. 그리고 그를 아들로 삼기로 했다.

"나를 어머니로 섬기면, 내 배후 소씨 부락은 너의 외척이 될 것이다. 소씨 부락은 전력으로 네가 황위에 오를 수 있게 밀어줄 것이다."

야률헌일은 소 황후가 자기를 아들로 삼는다는 말은 '모후'라는 호칭뿐만 아니라, 소 황후의 아들로 이름을 올리고, 그녀의 소출로 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여쭤봐도 됩니까?"

야율헌일은 마음이 동했다. 하지만 다년간 치욕을 참고 힘들게 살아남은 그로서 하늘에서는 떡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벼락이 떨어질 뿐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소영화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모른다고 하지 말아라."

소 황후는 야율헌일의 의심을 지우기 위해 자기의 낯부끄러운 일을 드러내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소씨 가문은 소씨 부락에 우호적인 황제가 필요하다. 너는 모든 황자 중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외척이 없는 사람이지. 네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소씨 가문밖에 없을 것이다."

소 황후는 거의 '네 실력이 약하고 주무르기 쉬워서. 우리 소씨 가문은 꼭두각시 황제가 필요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소자, 모후를 뵙습니다."

야율헌일은 옷자락을 젖히더니 무릎을 꿇고 절했다.

그는 물론 동의했다.

그는 현재 자기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월령안이 그를 도와주고, 그의 부친이 그를 황태자로 세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나중에 황위에 오를지는 확실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월령안은 비록 돈이 있으나 북요에서 세력이 없었다. 주나라와 북요의 전쟁이 끝나면 월령안의 중요성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그의 부친은 더는 월령안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었다. 또한 그를 황태자로 세울 수 있는 만큼 끌어내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씨 가문은 달랐다.

소씨 가문의 권세는 북요 황실인 야율 가문 버금으로 매우 컸다. 만약 소씨 가문이 그를 밀어준다면 그는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설령 소씨 가문에서 그에게 결정권을 줄 생각이 전혀 없고, 허수아비 황제로 만든다 해도 그는 그 자리를 원했다.

그 자리에 앉을 수만 있다면 그는 어떻게 해서든 천천히 권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소 황후와 야율헌일은 서로 각자의 생각을 품고 있었기에 곧 모자의 명분을 확정 지었다.

야율헌일이 소 황후의 아들이 되자, 소 황후는 그와 월령안의 결혼식 사무를 전적으로 인계하게 되었다.

소 황후가 독촉하자, 설령 전선 전투가 긴장된 상황이라 해도 월령안과 야율헌일의 혼사는 하나하나 진척되어 갔다.

* * *

북요 황제가 전선의 사무를 마치자, 결혼 절차가 이미 끝나고 결혼 날짜도 모두 정해졌다.

상경의 권력자들은 모두 청첩장을 받았다. 그리고 북요 황제는 맨 마지막으로 알게 되었다.

"무슨 꿍꿍이냐?"

북요 황제는 노기등등해 소 황후의 궁전에 쳐들어가 캐물었다.

"폐하를 위해 걱정을 덜어 드리는 것입니다."

소 황후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전혀 북요 황제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폐하께서 어명을 내리셔서 예부에 월령안과 삼황자의 혼사를 준비하라고 하신 게 아닙니까? 지금 삼황자는 저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결혼하는데 어머니로서 당연히 나서서 준비해야죠."

"너…… 너 정녕 짐이 너를 죽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북요 황제는 이를 갈았다. 두 눈에는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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