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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996)화 (996/1,004)

996화 이제는 갈 때가 되었다

"그런데…… 칠십여 개 부락들이 연합해 출병하면 백만 명의 규모는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삼십만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싸울 수 있습니까?"

그들은 물론 북요 오랑캐를 단번에 전멸하고 싶었다. 하지만 군대가 부족했다.

"폐하께서 미리 준비하셨다. 보름 전에 이미 금나라, 서하를 수비하던 대군을 이리로 보내주셨다."

황제는 전력으로 북요를 멸하려고 했다. 그러니 물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장군들은 우선 기뻐하다가 곧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금나라, 서하 쪽은 어찌합니까? 만약 그들이 우리 군대가 북요 전선에 있는 기회를 틈타 공격하면, 우리 중심부가 적의 공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따로 생각이 있을 것이다."

육장봉은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사람들에게 따로 말해 줄 것이다. 황제는 북요 각 부락이 함께 출병하게 유인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 월령안이 한 것처럼 북요 모든 부락을 하나로 묶어 손잡고 주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크게 문제 되지도 않았다.

북요 각 부락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설령 그들이 연합해 함께 주나라를 공격한다 해도 여러 부락의 군대가 동시에 국경지대에 도착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각개 격파할 수 있었다. 그들이 선제공격해서 북요가 군대를 국경지대에 집결시킬 시간을 주지 않으면 되었다.

"명령이다! 반 시진 내에 집합한다. 나를 따르라! 북요 공격!"

육장봉은 장병들에게 더는 설명하지 않고 직접 명령을 내렸다.

주나라는 북요를 상대로 줄곧 수성을 위주로 했다. 선제공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육장봉은 사 년 전에 북요와 교전할 때, 군사를 이끌고 선제공격을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매번 맞대결할 때마다 북요는 당해 내지 못하면 초원으로 도망쳤다.

북요인들은 초원에 익숙하고, 그들의 전마 또한 주나라보다 강했다. 주나라의 군대는 아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여러 차례 반복되자, 주나라는 선제공격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북요는 이 전쟁에서 주나라를 반드시 함락하겠다는 결심을 갖고 공격했다. 게다가 뒤에는 팔십만에 가까운 병력이 잠시도 쉬지 않고 국경지대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들이 도망칠 리가 없었다.

육장봉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북요 백만 대군이 집결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반드시 선제공격해야 했다. 반드시 먼저 북요 군대를 공격해서 그들이 합류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반 시진 뒤, 주나라 삼십만 대군이 집결했다. 육장봉은 수비군 오천 명을 남기고, 나머지를 거느리고 북요의 주둔지로 진격했다.

성문이 열리자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줄지어 늘어선 병사들이 질서 정연하게 달려 나갔다.

주나라 군영에서 이처럼 큰 움직임을 보이자 북요 병사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주나라에서 감히 선제공격을 하자 북요 장군은 화가 치밀었다.

"주나라 겁쟁이들이 감히 선제공격을 해? 우리야말로 초원의 독수리임을 잊은 모양이군. 초원에서 우리는 무적이란 말이다! 그들이 감히 공격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돌아갈 수 없게 해 주자. 병기를 잡고, 나를 따라 맞서 싸워라!"

북요 장병들은 육장봉이 거느린 삼십만 대군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의 뒤에는 근 팔십만에 달하는 대군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대군이 도착하기만 하면, 한 사람이 한 발씩이라도 육장봉의 삼십만 대군을 짓밟아 죽일 수 있었다.

뒤쪽에 있는 주나라의 두 배가 넘는 대군을 뒷심으로, 북요 군대는 맞서서 접전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전투에서 패해도 전처럼 말 머리를 돌려 초원으로 도망치지 않았다.

그들은 주나라의 군대와 끝까지 사투를 벌였다.

"용사들, 우리 부락의 군대가 지금 달려오고 있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반격할 수 있다."

북요 장군은 앞서 북요의 황제에게서 북요 일흔두 개 부락의 군대가 달려오고 있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는 자신감이 넘쳐 도망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번 전쟁은 북요 필승이다."

"필승!"

"필승!"

북요의 병사들도 이 소식을 알고는 하나같이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지원군도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들이 계속해 패퇴할 즈음에,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두 부락의 족장이 군대를 이끌고 도착했다.

"지원군이 왔다. 돌격! 돌격!"

지원군이 도착하자, 북요 대군의 사그라들던 기세가 순식간에 폭주하면서 모두가 목숨을 내걸고 앞으로 진격했다.

그런데 두 개 부락의 지원군밖에 오지 않아, 합해도 고작 이만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수십만 대군 앞에서는 이만 명을 증원한다고 해도 새 발의 피 수준이었다.

이틀 밤낮의 격전을 거쳐 북요의 대군은 패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지원군이 오지 못했다.

"우선 퇴각. 다른 부락의 군대가 오거든 다시 보자."

북요 장군은 자기의 잘못을 발견하고 즉시 시정했다. 싸우는 한편 퇴각했다.

지난 경험에 따르면, 그들이 초원으로 퇴각하면 주나라의 군대는 초원에서 방향을 잃을까 두려워 더는 추격하지 않았다.

그들이 퇴각한 뒤, 육장봉은 확실히 그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그는 수중의 군대를 열 갈래로 나누어 각기 다른 위치에서 각 부락의 지원군을 차단했다.

북요의 일흔두 개 부락은 크고 작은 차이가 아주 컸다. 따라서 군대도 가장 큰 부락은 십만, 작은 부락은 삼천 내지 오천밖에 안 되었다. 심지어 어떤 부락은 천 명도 안 되었다.

육장봉 수중의 삼십만 대군 가운데서 아홉 개 부대는 각기 만 명으로 구성되고 육이와 진주 그들이 거느렸다.

나머지 이십만 군대는 육장봉이 직접 거느리고 국경지대에 남아서 북요 대부대가 오기를 기다렸다.

"큰 부락의 군대를 만나면 퇴각해. 작은 부락의 군대를 만나면, 출병해 섬멸한다."

출발하기 전에, 육장봉은 육이를 비롯한 친위대에게 절대로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대장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들도 알고 있습니다."

육십이는 또다시 군사를 이끌게 되자 흥분되어 어쩔 줄 몰랐다.

진주는 말이 없지만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전에 북요의 중심부에 감히 들어가지 못했다. 전선을 너무 길게 늘이면 보급 문제가 걱정되어서였다.

그러나 지금 월령안이 석 달을 비축할 수 있는 군량을 제공했다. 그들이 또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이번에 그들은 필히 북요를 여지없이 쳐부술 것이다.

육이 등은 구만 군대를 이끌고 북요 중심부로 들어갔다. 결과에 대해서 잠시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전역에서 북요가 패배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북요는 진작 주나라에 출병했다. 비록 소규모 전투지만 출병했다는 것은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한 것이었다.

북요가 주나라에 선전포고를 한 뒤로, 북요는 대부분 경우 이기기만 했다. 설령 졌다고 해도 손실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북요는 대패했다.

북요 황제 수중의 삼십만 대군 중 거의 십만 명을 잃었다.

국경지대의 장군들은 감히 이 소식을 숨기지 못했다. 그들은 가장 빠른 시간에 이 소식을 상경에 전해 북요 황제에게 죄를 청했다.

* * *

그러나 이때 북요 황제는 전선의 전투 상황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황후와 상장군이 간통하다가 그에게 딱 걸렸다.

월령안이 그날 그에게 말한 뒤, 그는 비록 입으로는 소 황후를 믿는다고 했지만 마음속으로 께름칙하기만 했다. 심지어 소 황후가 낳은 세 아이가 모두 소영화를 닮은 것만 같았다.

북요 황제는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날씨가 차고 소 황후를 아낀다는 이유로 소 황후더러 아이들을 데리고 소씨 가문의 부락으로 한동안 다녀오라고 했다.

소씨 부락에는 온천이 있었다.

그곳은 다른 곳보다 따뜻하고 온천욕도 즐길 수 있어, 겨울을 나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원래도 소 황후는 해마다 석 달 내지 다섯 달씩 그곳에 머물렀고, 북요 황제도 가끔씩 함께했다.

다만 근 이 년 동안, 소 황후는 그곳으로 거의 가지 않았다.

예전에는 소 황후가 자주 그곳에 갔고 또 소영화와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북요 황제는 월령안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북요 황제는 자상하게 말했고 소 황후 또한 몇 해 동안 애인을 만나지 못했다. 그녀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이는 함정이었다.

북요 황제는 소 황후와 소영화를 침대에서 잡았다.

그는 대노하여 그 자리에서 소영화의 목을 베었다.

그는 원래 소 왕후까지 죽이려 했다. 하지만 소 황후의 한마디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소씨 부락에서 선전포고를 할까요? 폐하, 잊지 마세요. 당신의 군대는 모두 전선에 있습니다."

북요 황제는 소 황후를 죽이지 못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가만두지 않았다.

그중에는 월령안의 명단에 적혀 있던 소씨 동족들도 포함되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소 황후의 명령을 받고 그녀를 만나러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요 황제는 그들의 변명을 듣지 않았다.

들리는 바로는, 그날 소씨 가문의 땅은 피바다를 이루었다 한다.

그러나 소씨 가문 부락 족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북요 황제가 대대적으로 살인하게 내버려 두었다.

월령안은 소식을 접하고 그 두 사람이 죽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붉은 주사로 그 두 사람의 이름에 큼지막하게 '×'를 그었다.

"큰돈을 들인 보람이 있군. 내가 너희 곁의 사람을 매수해 소 황후를 찾아가게 했지."

새빨간 '×' 부호는 특별히 눈에 띄고 눈이 부셨다. 그러나 월령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었다. 얼굴에는 기쁨이 넘쳤다.

아직 네 명이 남았다.

* * *

월령안은 두 소씨 동족을 죽이는 일을 아주 은밀하게 진행했다.

남들은 이 일을 그녀와 연관 짓지 않았다. 하지만 현음 장공주는 그때 당시 일을 알고 있었다. 소씨 가문 두 동족의 이름을 보자 그녀는 이 일이 월령안이 손쓴 것임을 알게 되었다.

"참 정말…… 멋모르고 날뛰는군."

사후, 현음 장공주는 사람을 보내 자초지종을 알아보게 했다. 월령안이 어떻게 북요 황제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였는지 알게 되자 저도 모르게 그녀에 용기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육장봉이 소 황후와 소영화의 일에 대해 조사해 낼 수 있는 만큼, 북요에서는 모두가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북요 황제 앞에서 말하지 못했다.

북요 황제 수하 사람들도 감히 말하지 못했다. 북요 황제가 화가 나서 사람을 죽여 입을 막을까 두려워서였다.

"원수를 갚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구나."

현음 장공주는 월령안의 광적인 모습을 확인하자 그녀가 꺼려졌다.

월령안은 너무 담대했다.

무슨 일이든 감히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전쟁 표호'를 발행해 북요 여러 부락을 단합할 때부터, 현음 장공주는 월령안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북요의 여러 부락들이 동시에 출병하는 것은 그녀가 원하던 것이었다. 그녀는 북요가 한마음 한뜻으로 주나라를 공격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처음 '전쟁 표호'에 대해 들었을 때, 현음 장공주는 당장 월령안 앞에 달려가서 뺨따귀를 후려 붙이고 싶었다.

다행히 육장봉으로부터 곧 승전보가 전해졌다. 그렇지 않았으면 현음 장공주는 먼저 월령안을 죽여 그 개똥 같은 전쟁 표호를 폐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북요에 더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갈 때가 되었다."

그녀는 육장봉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육장봉이 국경지대에 이르렀으면, 북요 군대는 더 이상 이익을 볼 수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떠나야 했다.

그녀는 북요인에게 자신을 미끼로 육장봉을 위협하고, 북요 공격을 저지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럼 월령안은?

지금은 그녀가 월령안을 데리고 가려 해도 안 되었다. 북요 황제는 결코 사건 내막을 알고 있는 월령안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현음 장공주는 과단성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즉시 심복에게 떠날 준비를 하라고 분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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